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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지식

돈으로 환산하기가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지식'이라는 재화이다. 공짜는 누구든 마다할 사람이 없다. 근데 지식을 공짜로 나눠준다. 요건 좀 애매하다. 가져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근데 좋은 지식, 필요한 지식을 공짜로 나눠준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것도 대학에서 그러한 지식을 공짜로 나눠주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도강(盜講)이 아닌 합법적으로 공유된 지식을 얻어갈 뿐이다. 그것도 신분, 성별, 경제적 자력과 무관하게 말이다. 그 순간 그것은 공공재다.

 

이런 공공재는 마트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상품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왜? 마트에서 나눠주는 사은품은 어떤 물건을 사게하기 위해서나 다시 그 마트를 이용해 달라는 미끼를 던지는 것이므로 공공재의 성격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사은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마트에서 제공받는 물품을 공공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냥 그 사람의 생각에 불과하다.

 

지식은 원래 그 자체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를 특정한 누군가가 전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가령 도서관에서 책을 열람할 수 있는 것도 지식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제외하고 누구나 책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없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래서 서점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책은 완전한 공공재는 아니다.

 

공공놀이터의 소유가 누구의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책의 소유도 책 자체는 구입한 사람의 소유가 될 지언정 그 내용, 특히 문장, 그림 등은 책을 구입한 사람의 것은 아니다.  지적재산권을 언급할 필요가 없이 종이와 인쇄비용을 구입하는 사람이 부담하여 그 사람의 생각을 거의 노력없이 얻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지식이 공공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따라서 종이와 인쇄비용을 구입하기 어려운 이에게 그러한 지식의 공유를 위해 금전적 댓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는다면 그것은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참세상에서도 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지식을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의 기사를 읽으면 그러한 공공재라는 설명에는 의심이 간다. 그러나 공공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무료가 되어야 하는데 무료라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니깐 공공재에 가깝다는 생각은 들지만 위에서 언급한 '마트'처럼 무료제공의 지식이 미끼라고 판명나면 공공재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단 무료라는 점, 다른 조건을 걸지 않았다는 점,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공재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근데 의심은 잘 사그러지지 않지만.....좋은 일이기는 하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91218.html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은 대학이 같은 돈벌이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구사하는 테크닉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있다. 우리의 대학은 학문적 열등감, 간판결핍증을 이용하여 오히려 '고위과정', ;지도자과정'이니 하면 돈벌이에 더욱 혈안이 되다는 점, 그게 큰 차이다.

 

내용도 없는데다가 뭔가 '수료'나 나이롱뽕으로 '학위'를 받기 위해 용쓰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오늘의 우리의 대학이 문제다. 건물벽을 대리석으로 칠갑을 한다고 대학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맨발의 기봉이도 알진데, 거의 3-4백만원 되는, 그것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고위과정 이수비를 요구하는 한국의 대학이 너무 밉다.

 

구청에서는 요가, 풍물, 서예, 컴퓨터, 자격증 등의 공공재 지식을  제공하면 그것보다 나은 지적 공공재도 제공되어야 한다. 그것을 대학말고 누가 할 것인가. 저의가 뭐래도 시도는 해봐야 할 듯하다. 대학들이여, 공짜로 좀 제공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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