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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사퇴_수정

 "공적으로는 그의 결정을 비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고뇌를 이해합니다. 그의 출마와 사퇴. 공개할 수 없는 사연이 있겠지요. 작년 초겨울 경기도 지사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길래, 그에게 개인적으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보다는 지역구 선거에 주력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본인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아마도 자신보다는 당을 위해서 출마한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상황이 끝까지 달릴 수 없게 만든 모양입니다. 그의 사퇴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오늘만은 그를 위로 하고 싶네요. 수고하고 지친 영혼에 노래 한 곡 바칩니다. "

 
 
 
 
1. 진중권씨의 블로그 글이다. 그가 말한 "그의 출마와 사퇴. 공개할 수 없는 사연". 그게 있다면, 진보신당은 결국 계급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민주주의는 '공론장'에서 더욱 민주주의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공론장이라는 건 ‘보여주는 것’이자 ‘보는’ 공간이다. 내놓고 자기의 의견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근대 과학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접스런 관념론의 미망에서 벗어나 심봉사의 개안을 주도했던 것이 바로 가시성(visiblity)이다. "보여줘봐", 이게 바로 과학이란 말씀이다. 실재하는 것을 실체하는 것으로 증명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시성의 기초다. 이러한 비가시성의 봉인을 풀지 않으면, 결국 진보신당에서 심상정씨가 출당하든지, 당원들이 탈당하든지 하는 수순으로 진보신당은 파탄을 겪을 수 밖에.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게다가 사실 보여줘도 심상정씨의 ‘구국의 결단= 반엠비=단일화=유시민 지지=엉엉’이라는 과정은 단일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와 달리 진보신당에서 미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로선 설명을 해도, 문제는 납득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감정은 그녀가 그럴지는 몰랐다, 황당하다로 이입된다.
 
 
참고로 주접은 여길 클릭하시기 바란다.
 
 
글쓴 분, 면상은 여기 http://blog.jinbo.net/laborman/?pid=496 3번 문제
 
 
2.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사퇴는 반엠비 전선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심은하 빽 믿고, 자유선진당이 시장 될 거라고 지상욱씨를 내세웠겠는가. 물론 그 님이야 나중에 보궐이든 총선거든 간에 한 자리 노리고 나온 님이라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지만 서도. 심상정씨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기왕에 하려면 노회찬씨와 동반 사퇴를 하고 진보신당을 아싸리하게 민주당이든 국민참여당에 넘겨주든가, 아니면 단일화 논의 때 굴욕을 감수하고 단일화 대오에 들어갔어야 했다. 적어도 당원들 짐 챙겨서 떠날 시간은 줘야 했다.
 
지금까지 따박따박 돈 잘 내면서 그래도 니네들 나오면 볼펜뚜껑 쥐고 노회찬, 심상정 찍는다고 스탠바이 하고 있는데, 뭐? 딴 당의 후보자를 찍으라고? 왜 비례대표도 딴 당에 물려주라고 하지....이런 황당함.
당원들의 황당함은 사실, 단일화 거부라는 기존 보수정당의 패권에 대한 정면돌파를 통해 진보적 영혼을 썩어빠진 보수정치와 거래하지 않겠다는 순결한 출발을 배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진보신당이 단일화 거부를 한 그 때, 난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났다.
 
 
지금까지 비판적 지지의 망령에서 벗어나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은 모두 짊어진 이 정당이, 한 편으로는 외형의 발전에만 머물지 않으며, 계속된 실패에도 즐거워하며, 당원들로부터 나오는 질긴 생명력과 지지력으로 정치적 상상력을 최대 자산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가장 자생력 있는 정당으로 지속되기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자기를 빚는데 걸리적 거리는 손가락을 잘라버린 조르바처럼, 진정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걸리적 거리는 단일화를 단숨에 끊어버린 진보신당이 자랑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앞서 얼마 전 이 블로그에 당원들 챙겨가면서 선거 좀 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긴 바 있는데, 지금은 마음이 찝찝한데 그치지 않고 마음 속 깊이 홍어내가 나는 듯하다. 심상정씨가 낙선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경기도지사‘감’이 아니라고 반대하는 사람 없었다. 대학 때 녹색치마에 구두신고 집회에 나왔던 숙녀가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금속노조 사무총장까지 거친 걸출한 인물이 되었다는 드라마에 그녀에게 진보적 미래를 거는 사람도 많았다. 김문수와 같이 배반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으려 호시우행한 그녀를 존경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제있고 짜임새가 있어 더욱 좋았다.
 
 
그러나 그녀의 사퇴는 그러한 모든 기대와 희망을 삽시간에 바꿔버렸다. 한 잔의 물에 한 스푼의 설탕만으로는 단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걸려 몇 스푼을 더 담아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이제 단 한 스푼의 청산가리로 나머지 물마저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그녀의 오명으로 끝나지 않고, 진보신당의 미래와 한계를 바닥부터 훑어야 할 진행형의 과제가 된 것 같다. 결국 심상정이라는 고유명사는 진보신당으로 오버랩되면서 같은 비난의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여기까지가 오늘 이 시간까지 든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오로지 나의 느낌에 충실하게 쓴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3. 사실 정품 운동권들의 언어용례가 어떤 건지는 자세하게는 몰라도, 어찌되었든 간에 진보신당 내에서 계급적 이익이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만 3명이다. 그걸 몰라도 진보신당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노원에서 노회찬씨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해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가입한 당원들도 상당수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게 진보신당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당연히 나 뿐만 아니라 서민이라는 범벅에서 대충 묻어가는 사람들이야 '심상정씨 되면 좋은데, 되지는 않을 거 같고. 안될 거라면 엠비라도 좀 막아야 되지 않나.' 이런 식의 주문들이 빗발치는데다, 국민참여당, 민주당까지 합세해 단일화 압박을 하니 홀 서빙에, 배달까지 주문이 밀릴 때로 밀린 상황. 물론 정신적으로는 참 고통스렀을 거라는 생각을 든다만은. 적어도 오늘은 100그릇만, 이라는 절도있는 진보신당의 패기가 무너졌다는데 당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는 거다.
 
 
선거는 본능적으로 이겨야 된다는 4강 진출 월드컵 마인드만으로는 진보정당 운동, 불가능하다. 그런데 계급적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고 있거나 혹은 그러한 마인드가 철저하신 분들이야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진보신당, 당원들이 그 만큼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단일화 압박, 그 배면에 반 엠비 전선에 대한 선거전략에 과연 무엇이었는지 진보신당이 조금더 조근조근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이번에는 밀려도 다음 총선에서는 다시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새로이 시작할 수 있었을 거다. 적어도 그 설명은 자명한 낙선에도 왜 선거를 완주해야 하는지로 귀결시키는 강력한 내부 동인이 되었을 것이고, 다음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과는 완전히 다른 스탠스를 취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 있었을테다. 민주노동당이야 이젠, 보수야당에 말릴대로 말린, 김밥천국으로 입성했나이다.
 
 
조직력이라는 것이 늘상 모여야 되고, 모여서 뭔가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어떤 방식의 소통으로 무엇을 나누는가가 가장 중요한데, 그러한 고민이 앞으로 선행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실패한 진보정당 역사를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계급적 이익이든 뭐든 간에, 맑스의 자본이 1865년부터 출간되어 1000권이 팔리기까지 6년이 걸렸단다. 왜? 어려우니깐. 편집도 하고 다시 정리도 했건만. 지금은 당원들이 노회찬을 좋아해서, 심상정을 좋아해서 가입하기도 하고 기존 보수정당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해서 가입한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 이상이 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통과 논의의 틀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곳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보정당의 가치, 이념을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노회찬, 심상정이 당선되면 좋으련만, 낙선했지만 다음 번에는 꼭 당선되세요, 라는 정도의 당원들로서는 인물 하나 하나의 임팩트에만 주목할 뿐,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나 여유가 없을 수 밖에 없다. 그건 다순 지지자에 불과할 뿐, 그 지지도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심상정, 노회찬은 언젠가는 죽거나 그만둘 것이므로, 적어도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단단한 당원들만이 이 시대의 반엠비 전선의 마지노선이자 대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심상적씨 사퇴가 진보신당에 대한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여튼 심상정씨의 눈물로 위로받거나 위로할 일은 없었으면 한다. 심상정씨의 사퇴로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당원들 일부는 분명 분노하거나 황당함에 넋이 나가 있을 것이다. 누가 위로 받아야 할 지는 똑똑히 가려야 할 것이다. 사퇴가 대안이든 아니든 간에, 최소한 당원들 마음만은 다치지 않게 했어야 했다. 어느 순간 지 맘대로 결정해 놓고 유시민을 찍으라니. 나의 첫 입당이자 최초의 정당이 이런 추잡한 선택을 강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저 힘들어서 사퇴했어요,가 더욱 나을 뻔 했다. 그래서 더욱 위로 받을 자격 없다.
 
씨바, 이런 얘를 찍으랜다. 찔찔 짜면서. 아놔..http://revoldaw.textcube.com/509
 
뱀발. 어떻게 되었든 간에 진보신당이 안나온 곳은 안찍는게 나을 듯하다. 구의원, 교육의원, 시의원까지 모두 포기. 왜, 민주당도 국민참여당도 나로선 심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노회찬 후보의 건승이라도 빌어본다. 괜히 심상정씨의 사퇴로 유시민은 불편한 마음에 찍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내 스스로 가장 당당한 투표를 하자. 심상정씨의 사퇴로 불편해야 할 것은 사실 우리들이 아니라, 심상정씨 자신이다. 아직 우린 건재하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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