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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적인 사랑을 하기에는 아직 내가 그리 완성의 문틈에 진입을, 아니 문틈의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자로서 별 할 말은 없다.
몇 개월 동안 결혼을 준비하면서 정작 우리 둘은 결혼에 대해 이견을 갖거나 싸운 적은 별로 없으며, 양 부모들의 인식과 입장을 조정하는데, 신경을 쓰고 감정의 완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정작 마음이 허한 것은 내가 다친 전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많은 부분을 처리하고 있으니, '당신은 나를 배려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결혼과 연관되어 다투기 보다 사소한 문제로 얼굴이 불거졌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친 이후에도, 당신은 나에게 좀 더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지켰던 것 같다. 사정상 그녀의 심각한 두통이 되려 나에게는 조바심으로 다가오고 또 다시 챙겨야 한다는 부담에 아픈 몸을 이글고 그녀를 챙겼지만. 그것으로 끝내야 했다. 그러나 마음은 간교하게도, 속마음을 가만있도록 허락치 않더라.
짜증을 냈고, 되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는데. 그게 더욱 불편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나도 '본전'생각하면서 내가 한 만큼 독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덕보자는 고약한 심리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멀리보지 못하고 가까운 것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보면 생소하다. 두 사람이, 두 시민이 결합하는 행위에 많은 진통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로선 내가 오히려 더욱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점에 의아함을 느낀다.
나 혼자, 노력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화하고 감정과 생각을 주고 받아야 한다. 혹시 마음에 분이 있다면 그건 공평치 못한 것이고, 공정치도 못한 것이다. 가능하면 결혼 이전에 짧은 기간 동안 '결혼 준비 수첩'을 써보는 것도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언제나 새로이 시작해야할 결혼생활의 준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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