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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씨의 armarius에서 강유원씨가 어느 누리꾼의 글에 답글을 달은 것은데 고종석에 대한 비판이라 유용할 듯하여 갈무해보았다.
경원님 말씀은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는 시민들 개개인끼리의 연합이 없는 사회'지만 현재의 사회는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가 아니니 시민들 개개인끼리 연합을 해도 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에 이르렀을때 그렇게 연합했던 시민들 개개인은 그들의 연합을 해체하고 각각의 개인으로 되돌아 가야 하는(또는 갈 수 있는) 건가요? 아니겠지요. 여전히 시민들 개개인끼리의 연합이 남아 있을테니 그 사회는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라 말할 수 없을 것이고,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그 연합은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판별하는 척도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연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상을 이루는데 동원되는 방법은 (개인주의를 전제로 하는) 자유주의가 원칙상 포용할 수 없는 '계급결집'입니다.
그런 까닭에 고종석 씨는 현실 문제의 분석에 있어서 자신이 주장하는 자유주의와 충돌하는 방법론을 끌어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앞의 인용문이 담고 있는 고종석 님의 현실인식과 충돌하는 고종석 님의 발언이 적지 않"은 것은 그가 생각을 깊이 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가 신조로 삼고 있는 자유주의의 원천적인 결함때문입니다. 고종석 씨의 주장이 옳고 새겨둘만한 것인지(저는 이것을 '그의 발언의 사회적인 쓸모'라는 근거에서 약간은 인정하고 있습니다)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의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은 파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제쳐두더라도 자신이 한 쪽에서 주장한 것과 다른 쪽에서 주장한 것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은 두가지에 기인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른 하나는 알면서도 극심한 자기분열을 겪고 있거나 입니다. 개인 블로그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누가 시비걸고 말지만 공공의 지면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논객'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논리적 태도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대한 호감과는 무관하게 지적해 두어야 할 사항일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논의들을 고종석 씨가 스승으로 존경하는 복거일 씨에 관한 논의에서 이미 전개했으므로 궁금하시다면 삼인출판사에서 출간된 <<보수주의자들>>에 실린 제 글을 참조하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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