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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이런 기사가 올라왔고, 블로그 대문에도 누군가의 글에 이 기사가 인용되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87481.html
"386 세대인 40대의 진보적 성향이 보수성향의 20대를 뛰어넘어 그들의 자녀인 10대에게 영향을 끼치는 ‘격세유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말 이렇다면 고맙다. 일본과 같이 군국주의에 쉽게 물들거나, 아예 국가의 대소사를 아예 "쌩"까버리는 무뇌충의 진화가능성을 예측한 학자들. 지금 거리에 나온 아해들을 감안하면 이런건 저질에 불과하다.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동방신기를 지키기 위한 ‘카시오페아’ 회원들과, ‘인터넷 얼짱’들의 비리를 캔다는 ‘쭉빵클럽’ 회원들(한겨레 21, 710호, 20p이하)도 게시판에서 한 마음이 되어 이유가 뭐가 되었든 모여 "미친소"를 외치는 건 정말 고맙다. 적어도 지금은.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반대로 정치적 선택의 결과를 부모들의 성향에 토대를 두고 역으로 추정해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기에, 가령 진보진영의 정책 실패를 두고 '비판적 의식을 가졌던 386세대들이 과거 진보에 대한 환상만으로 진보정당을 선택했으나 현실에선 허구로 드러난 허탈감'이 어린 학생들로 하여금 거리로 나오게 만든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하는 추측성 기사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 김종엽 교수의 이러한 분석은 양날의 검이다. 결국 개인과 세대의 선택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그것을 부모의 세대로 떠넘기는 분석은 타당치 않다.
아이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가. 2mb에 의한 상실감과 위기감이 그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든 아니든 간에 아이들은 일단 밖으로 나왔다. 전부 386세대의 부모들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든지 간에 말이다. 이 세대들에게 최루탄과 곤봉질을 해댄다면 과거와 같이 짱돌을 들고, 꽃(!)병을 육체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 자체를 생각치 않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은 거리로 나왔던 이유를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는 자체가 넌센스다. 더구나 조직화된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인식과 그 수준도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의 촛불집회는 조직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더 많은 아이들이 몰리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개인의 동기와 행위를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공고화된 사고체계에 갇혀있지 않기 때문에 사물과 사태에 대한 정보를 '양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쇠고기 문제에 대한 양적 문제는 결과적으로 협상결과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찬반이 양적으로 어느 것이 더욱더 많은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질적으로 설득력을 가진 논리도 중요한 것이지만 빈약한 질적 논리는 다량의 양적 논리에서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힘이 바로 인터넷의 힘이다.
아이들은 쇠고기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그에 대한 판단기준이 나열된 정보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생각과 동료들의 생각들을 주고받으며 정립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들의 양적, 질적 우위는 현재로선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쪽이 더욱 설득력과 그에 상응하는 정보의 크기가 컸다는 말이다. 더구나 정보를 집중해서 파고듬을 요구하는 소재는 오히려 인터넷 매체에 강한 청소년들에게 더욱 자극꺼리가 되었음은 물론이거나, 그러한 자극적인 소재는 "행여 이 고기를 먹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정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더욱 신빙성과 설득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쇠고기 문제의 논란의 핵심은 죽음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극단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만한 것이기에 아이들에 대한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자신이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아이들의 공포심과 분노가 그 원인이 된 쇠고기 문제 뿐만 아니라 2mb에게까지 닿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연관효과로서 다른 교육제도 문제까지도 분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보공유를 통한 아이들의 지적 행동들이 반대로 국가주의로 귀결될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아이들의 행동들을 계몽으로 대상으로 판단하고 진보진영에서 괜하게 오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 된 설득과 그에 따른 행동이 더욱 파괴력있는 진보의 모습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진보진영에 요구하는 바는 "우리 세대와 다음세대가 단절없는 희망을 누리기 위해서", 이번 쇠고기 문제는 한 세대에 걸친 조직화가 아닌 전 세대의 공감대를 불러 올 수 있는 싸움으로 이어져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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