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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은 거의 느껴본 적은 없다.
내가 그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때, 내가 만나는 그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어 "전태일"이란 이름을 거론할 뿐, 설사 그이가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라고 그 이를 제대로 알리도 없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때로는 발목이 잡히며, 필요 이상의 이해를 받지만 그이는 가장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잘난 척 하는 박사가 아니라 그냥 아줌마에 불과하다. 그것이 그것을 위장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이의 오랜 동안 독재와 남성중심사회와 맞부딪히면서 익힌 숙련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그이는 장인이다.
밥을 시켜먹어도 숟가락 갯수가 모자라도 그이는 밥 갖다주는 아줌마에게 있는 없는 쫑꾸는 다 준다. 짜증이 나면 가끔씩 약한 정도의 짜증도 낸다. 그러면서 웃기도 잘 웃는다. 자기가 아는 부분이 나오면 꼭 끼어들되, 대화에 있어 상당 시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데 할애한다.
정치적으로 사회민주주의적이지만 극단주의는 배격하는 듯하다. 혁명이라는 이야기에서 '추억'을 느끼는 듯한 그녀의 표정 속에는 어떤 세상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얘기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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