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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랬다. 친구들과, 혹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전화연락을 하고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변동이 없었다.
누구를 만난다는 것이 그 때는 참으로 설레는 일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포함되어 있던 모임에 참석할 때면 몇 일이고 뛰는 가슴에 꼴같잖은 상상도 많이 했다.
그래서 만남의 여운도 컸다. 그런데 지금은 덜 그런 것 같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거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 또는 문자 메세지를 쏴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만남을 거절하거나 연기할 수도 있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본다. 최근 나는 설레는 마음에 누구를 기다리고 만나봤는가. 핸드폰이 생기면서 설레는 모임이나 만남은 줄어들었으나 편리함과 신속함을 얻었다. 설레임과 여운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얻은 편리함과 신속함이다. 또 하나 더 있다.
핸드폰 덕분에 거짓말도 많이 늘었다. 약속장소에 출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응. 가고있어."라는 기망행위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처럼 약속시간을 잘 어기는 사람은 핸드폰 덕분에 만성적인 거짓말로 자신에 대한 신뢰수준을 성찰하게끔 한다. 그래서 핸드폰이 마냥 문명의 이기니 뭐니 하는 말에 대해서 그것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때로는 구분이 안간다.
손바닥 절반도 안되는 기계가 내 존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하게한다. 그러나 그 조그만 기계 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있다. 그래서 단순히 기계라기 보다는 역사적 산물이고 문화적 현상을 만드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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