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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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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을 던지다(4)
    무나

자기 검열

  • 등록일
    2007/10/22 10:03
  • 수정일
    2007/10/22 10:03

열심히 블로그를 쓰던 친구가 쓰지 않는다.

심약한 인간 같으니...

"개인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면 (누군가 내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거다.

결국 배제는 없는 게 아닌가.

하지만 현실에서 이 원칙대로 자유롭게 글 쓰는 이는 없다.

또 비판 받을 것이 두려워

자기 검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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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 등록일
    2007/10/17 16:19
  • 수정일
    2007/10/17 16:19

한 시간 쓴 글을 날렸다.

허무하다...

인생도 이러한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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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행

  • 등록일
    2007/10/15 11:35
  • 수정일
    2007/10/15 11:35

우이동-원통사-우이암-오봉-도봉산역

 

우이동에서 도봉산 원통사 가는 입구

맑은 개울에 노니는 송사리들

가을은 깊어가는데 잎은 아직 푸르다.

 

원통사에 도착하니 그 뒤로 우이암의 자태

좌로 수락산을 우로 삼각산을 끼고 있는

제일의 명당이란다.

 

원통사 뒤를 돌아 우이암으로

멀리 보이던 우이암이 돌연 오른쪽 거대 절벽으로 나타나다.

잠시 앉아 감상.

 

우이암을 지나 도봉산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오른쪽에 선인봉, 자운봉, 만장봉, 왼쪽에 오봉이 보인다.

오봉쪽으로 방향을 잡다.

경치가 좋은 바위 곳곳에 앉아 싸온 음식을 먹는 사람들

그 틈에 끼어 나도 김밥을 먹다.

 

우이암에서 오봉까지는 생각보다 멀고 힘들었다.

중간에 도봉산역으로 내려올까 했지만,

다시 힘을 내어 오봉까지.

 

멀리서는 작게만 보이던 봉우리가

가까이에서는 천애 낭떨어지로 우뚝 서있다.

5개의 봉우리마다 큰 바위가 올려져 있는데 사람의 얼굴같다.

점점 시간은 저녁으로 향해가고

빨리 내려가야겠다고 마음이 급해진다.

 

오봉에서 만장봉 가는 길 중간에서 도봉산역쪽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코스인데, 시간이 늦다 보니 적막하기 그지없다.

깊은 계곡이라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어둡고 조용한 돌산길을

홀로 내려오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집중.

 

도봉산역 근처는 등산용품 가게들과 음식점들로 즐비하다.

막걸리에 파전이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혼자라 시끌벅적한 식당에 들어가기가 좀 그렇다.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오니 5시 반 정도.

붑사마는 하루종일 잤는지, 그제서야 일어나 설겆이를 하고 있다.

"어땠어?"하고 묻는 말에,

"좋았지만 외로웠어."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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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것이 진부해지지 않는 순간

  • 등록일
    2007/08/27 10:08
  • 수정일
    2007/08/27 10:08

화려한 휴가를 봤다.

진부한 접근법

영웅 만들기

낭만적 과거화

혁명적 페티쉬

체게바라 열풍과도 비슷한

엄청난 관객 점유율

소비되는 광주항쟁

제일 진부한건,

명예로워야 할 군인 운운하며

시민군의 선봉에 선 퇴역 장교

 

 

하지만 한편,

어렸을적 쉬쉬하며 광주얘기를 하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탱크가 사람들을 깔아뭉겠다는 말이 거짓이라고 믿으며,

그의 입에서 나온 "폭도"라는 말을 떠올리며,

월남전을 떠올리며,

몇 명의 적을 죽였느니, 몇 명의 부하를 구했느니 하는 말을 떠올리며,

그 옛날 사진들을 떠올리며,

주민들이 코코넛을 그에게 대접하는 사진을 떠올리며,

그저 그뒤로  맑은 이국의 풍경을 떠올리며,

이데올로기적 떼에 곱게 물든 천진한 내 어린 나날들을 떠올리며,

그가 일하던 군부대 개울을 따라 놀던 때를 떠올리며

함께 도라지 캐러갔던 당번 군인아저씨를 떠올리며,

가끔 매케한 연기를 옷에 품고 들어온 오빠를 떠올리며,

오빠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던 엄마를 떠올리며,

민간인 통제 구역의 그 투명한 동해바닷가를 떠올리며

그 해변으로 새까맣게 몰려오던 멸치떼를 떠올리며

 

사랑하면서도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의 잔인함.

그 진부한 퇴역장교가 진부해지지 않는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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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만 올리는 웰빙 식품들

  • 등록일
    2007/08/25 13:38
  • 수정일
    2007/08/25 13:38

어제 저녁 출근을 하며 갑자기 메밀국수가 먹고 싶어 집근처 마트에 들렸다.

대충 메밀국수와 가시오부시라는 거 하나랑 무우를 바구니에 넣어 계산대에 갔다.

근데 가격이 모두 합쳐 7000원이 넘는 거다. 헉,

얼떨결에 사들고 나오는데 영 찝찝한 것이 메밀국수 한끼를 그것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데

7000원이라는 게 너무 말이 안 된다.

한 100미터 정도를 갔을때 다시 획 돌아와서

얼떨결에 구겨서 슈퍼앞 휴지통에 버린 영수증을 찾아들고

다시 들어가서 반품을 했다.

 

풀무원에서 나온 메밀국수 한 팩이 3500원정도

풀무원에서 나온 가시오부시 소스가 약 2000원

정말 풀무원 얘네들 해도 너무 해먹는다...

메밀도 중국산이면서, 뭐시기 웰빙이라고,

더 큰 문제는 이 마트에서는 다른 저렴한 메밀국수는 팔지 않는다는 거다.

요즘 느끼는 건데,

시장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한끼를 해먹는 것보다 김밥천국 같은데 가서 사먹는 게 더 싸게 먹히니...

물가만 올리는 웰빙 식품들을 절대 사지 말아야지.

 

결국엔 집에서 라면 끓여먹었다.

라면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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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중독

  • 등록일
    2007/08/21 21:00
  • 수정일
    2007/08/21 21:00

요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요즘 내 신체 상태는 적어도 중상급이다.

근데 문제는 의욕이다.

한 3년 전까지만 해도 몸은 아파도 '매닉'이란 별명을 스스로 붙일만큼

의욕이 차고 넘쳤다.

무슨 일을 해도 의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가령 오락하기, 친구랑 수다떨기, 드라마 보기 등은 쓸데없는 일로 생각됬다.

그 시간에 책 읽기, 공부하기, 일하기 등 의미가 있거나,

미래에 가치가 있거나, 돈이 되거나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냥 늘어진다.

머릿  속에는 이걸해야지, 저걸해야지 하면서도 실행률 바닥이다.

특히 주말에는 널부러져 자거나 재방송 드라마를 보기 일쑤다.

솔직히 드라마가 이렇게 재밌는 줄은 몰랐다.

작년에는 회사를 놀면서 역대 유명했던 드라마들을 거의 죄다 다운로드해서 봤다.

순위를 뽑아볼라치면,

 

1위 발리에서 생긴일

2위 다모

3위 미안하다 사랑한다

정도, 그 외에도 몇편 더 있지만 생각이 안 난다.

 

이런 저런 드라마 얘길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게 하면, 언제적 드라마를 들춰쌌느냐고 놀리지만,

나에게 드라마란 "앗 이런 신세계가!" 하고 감탄을 연발할만 한, 연애보다 재밌는 새로운 발견이다.

그래서 작년 회사를 쉬면서, 피자매 일 열심히 하고, 회사 다니면서 못했던 활동들을 해보자고 한 결심이

드라마 보기에 홀딱 빠지는 바람에 무너져버렸다고 하면 조금 과장이지만,

어쩄든 드라마가 나의 무기력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아니할 수 없다.

가만 보기만해도 재밌는데 뭣때문에 고생을 하며 쏴돌아다니느냔 말이다.

가히 드라마 중독의 징후다.

이래저래 대안없이 다니던 회사를 다시 다니면서

드라마 중독에서 조금은 헤어났지만,

하루 7-8편 최대 기록을 갱신하며 새벽까지 드라마를 보던 그때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가 프리즌 브레이커니 하는 외화시리즈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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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과할 일인가

  • 등록일
    2007/08/02 10:23
  • 수정일
    2007/08/02 10:23
거한님의 [짧게] 에 관련된 글.

저도 거한님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의는 하지만, "넌 관념부터가 마초적이다"라고 환원하기 보다,

정치적으로 페미니스트가 되려는 남자의 가능성과 한계, 발화의 방법 등을 더불어 생각하고 싶어요.

페미니스트이려면 '여성'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며, 그것이 얼마만큼 가능하며

그게 얼마나 효과적이고, 자신을 어느 위치에 설정해야 할지... 등등

글쓰기와 전략의 문제를 '성희롱'으로 비화되는 것, 

돕의 사과문도 참 섯부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논쟁하고 토론하면 될 것을 경직되고 사과하고,

그래서 사태가 개인적 마초성으로 비화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게다가 그저 개인 블로그에 개인적인 생각을 쓴 것일뿐.
케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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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부 염좌와 함께 한 세월

  • 등록일
    2007/06/19 17:52
  • 수정일
    2007/06/19 17:52

요즘 기가 허하다.

기가 허하니 남들 에어컨 바람이 다 춥다는데

사무실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졸고 앉았다.

일주일전 시작한 요가는 아직 별 효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요가 선생은 기가 아래에 쌓이지 못하고 위로 자꾸 위로 상승하는 바람에,

목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는 거라고 한다.

 

그럴때는 들어마시는 숨을 강하게 내쉬는 숨은 자연스럽게 놔두라고 한다.

요즘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을때 의식적으로 가슴을 내밀고 허리를 꽂꽂하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확실히 목 디스크는 안 좋은 자세에서 생기는 게 맞다.

가슴을 내밀고 턱을 당기면 허리에 힘이 실리는 대신 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35평생을 굽은 등에 거북이 목처림 쭉빼놓고 살아온지라,

허리에 힘을 주는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잘때에는 부깽사마의 조언대로 수건을 말아서 목에 받치고 자려고 노력한다.

 

장시간 야근과 컴 업무로 인한 "경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받고

산재처리를 한 것이 어언 4년이 넘었다. 한마디로 목이 삔거다.

약 두달 동안 1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빡세게 일한 적이 있다.

어느날 일어나니 등에 담이 잔뜩 걸려서 목이 안 돌아가는 거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교정지를 한참을 보고 있는데,

아주 기분나쁜 둔중한 통증이 내 어깨와 목을 짓누르며

급기야 회사를 조퇴하기에 이르렀다.

병원에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의사 말이,

살짝 ㄷ자처럼 되어 있어야 할 목뼈가 /  이렇게 뻗어있다며,

"한번 치면 확 날라간다. 조심해라" 하는 거다.

당시 순진하고 겁많은 나는 탁 치면 확 날라간다는 말에 쫄아서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 후로 약 한달간을 하얀 목보호대를 목에 찬 채로 지내야했다.

목보호대를 차고 일하고, 밥먹고, 심지어 사내MT에 가서
퀸의 "I want to break free"를 부르며 장기자랑도 했다.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사장님,

급기아 "올해의 우수 사원"이라며 연말에 표창까지 주셨다.

목이 부러져라 일하라!는 것이 사장님이 나에게 표창을 한 깊은 뜻이리라.

 

또 그때는 바야흐로 붑사마를 막 만나 유치짬뽕 닭살연애를 시작하려던 무렵이었으니,.

물리치료실에 누워 붑사마가 보낸 유치짬뽕 닭살 크리스마스 이카드를 떠올리며

아픈 목을 부여잡고 '이눔이 나를 좋아하는 게로구나"며 므흣해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겨울이라 목보호대를 한 위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명동성당 앞에서 그를 만났다.

하지만 처음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부시시한 머리에 허연 목보호대를 하고 뻣뻣하게 서서 

아침이라며 고구마를 찌어 바치는 내가 얼마나 괴기스러웠을까.

 

여튼 지금껏 약 4년은 삔 목과 함께한 세월이었다.

오늘처럼 기가 허하거나 피곤하면

목과 어깨가 알아서 가장 먼저 반응이 온다.

대부분 사무 노동자들이 이런 증상들을 하나 둘 씩은 다 가지고 있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고 신경을 쓰다보니 생기는 직업병이다.

주변에 목디스크를 수술하거나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솔직히 하루 8시간 이상 똑같은 자세나 동작으로 일을하면 몸 어딘가에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히 분화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결박된 공장 노동자들,

컴퓨터에서 자판을 두드리거나 서류를 파야하는 화이트 컬러들,

하루종일 운전대만 잡고 앉아 있어야 하는 택시운전사, 전동차 기사, 버스 기사들,

공사장 인부들, 가사 노동자들, 대규모 농장 노동자들,

영양돌솥밥의 무거운 돌그릇을 나르는 종업원들,

평균수명이 가장 낮다는 글쟁이, 기자들, 강훈련으로 고달픈 운동선수들 등등

다들 한군데씩은 삐걱거릴게다.

 

현대의 직업 중 일하면 저절도 몸도 함께 건강해지는 직업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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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밀양

  • 등록일
    2007/06/07 17:10
  • 수정일
    2007/06/07 17:10

밀양을 보면서 오히려 유쾌.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처럼 쥐어짜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신앙을 부여잡고 흡사 매닉 상태에서 빠진 신애가 유괴범을 용서하러 교도소엘 간다.

하지만 이미 자기는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유괴범의 신앙고백을 듣고

돌변하는 신애의 모습이 나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종교적 도덕적 우월감으로 치환해버리려 했던 증오와 한이 순간 갈 곳을 잃고 절망한다.

훌훌 한을 털어버리고 승천하려던 영혼는 유괴범의 신앙 고백으로  타락하고 만다

종교적 위선이 탈을 벗으면 여지없이 종교적 위악이 된다.

기독교적 코드에 사로잡히면 용서 아니면 증오와 파괴다.

그 중간은 없어보인다.

(종교적 나르시즘으로 인한 자기 파괴의 극단!  이런 것들을 기대하며 주욱 신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통쾌했을 것이다. 내 예상이 빗나지 않았다는 우쭐함 같은거 ㅎㅎ)

 

만약 종찬(송강호)이 없었으면 영화는 기독교 영화처럼 보였거나,

기독교를 풍자하는 영화로 보였을 것이다.

(풍자적 성격이 없지 않다. 그래서 유쾌한 것 아니겠는가)

열렬히 하느님을 찬양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이 되서 교회 안가면 허전하다는 그,

무신앙의 신앙, 신앙의 무신앙

종잡을 수 없는 평범함, 그게 '비밀한 볕'이 아닐까...ㅋㅋ

 

흠... 이렇게 써놓고 보니

종찬을 너무 찬양한  거 같다.

다방종업원 치마를 들추려 하는 것이

찬양될만한 평범함은 아닐터 허허 - -;

(일상이 다 정치적이로세.)

어쨌든 일단 영화는 재밌었으니, 잠깐 정치는 괄호쳐주고 싶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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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던지다

  • 등록일
    2007/06/05 10:17
  • 수정일
    2007/06/05 10:17

화가 나서 붑사마 가슴팍에 핸드폰을 던졌다.

11시에 스타트 다마를 사러 근처 가게에 들러서 오겠다고  전화온 것이 벌써 한 시간째,

왜 이리 안 오나 전화를 해보니 전화기가 꺼져있다.

순간,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야심한 밤은 피부가 어두운 '외국인'에겐 더 적대적이 된다. 늘 그게 걸렸다.

현관을 열고 복도로 나가 14층 아래를 내려다 본다.

6월의 울창한 나무그늘 사이로 아이인지 어른인지 사람 둘이 그네에 앉아 흔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땡"하고 소리. 희미한 걸 보니 아래층 어딘가 보다.

다시 한번 통화 버튼을 눌러본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여자 목소리.

약 10 분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오간다.

만약 그가 없다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할까?

너무 상심해서 저 14층 밑으로 떨어져버릴까?

아니면, 빈 곳을 채우는 새 바람처럼

내 삶은 또 다른 이들을 만나 다르게 굴러가게 될까?

등등

 

그때 땡하며 14층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둠속에 육중한 그림자를 밀고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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