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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I
어제 어느 할인매장 지하에서 골든 햄스터를 봤어.
노오란 털이 송송 까만 눈이 수박씨같은, 고급 3D ,애니메이션(라따뚜이 같은?)에서 갖 튀어나온 듯한 이질적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런 귀여운 아이였어.
만져주고 싶은 도닥여주고 싶은 뽀뽀해주고 싶은 그리고 가지고 싶은,
내 뜰에 풀어 키우고 싶은, 물주고 싶은, 먹을 걸 주고 똥을 치워주고 싶은,
이야기해주고 옹알이를 듣고 싶은...
귀엽고 이쁜 것에 대한 단순한 욕심인지, 아니면 생명을 키우고 싶은 모성인지.
II
요즘, 남아공출신의 Coetzee('쿠시에'라고 읽나봐)의 Age of Iron에서 등장하는
암에 걸린 늙은 주인공 백인 여자가 남아공의 흑백분역정책 속에서 살해당하는
흑인 아이들의 죽음을 보고 "I"를 반성하는 대목이 나오지.
부유하고 포근한 안락함 속에 살아가지면 사실은 분열되고 고립되고 죽었으나 살아있는,
살아있지만 죽지 못하는, 인형의 머리처럼 텅빈 "I",
분열된 존재의 이면에는 노예노동과 흑백차별이 존재하고 있어.
안락한 I 는 원래 그런 존재라는 거지. 날때부터 그림자들을 끌고 다니는 밝음.
어릴때 엄마 손에서 걸음마하며 찍은 사진 한장을 놓고
"사진에 찍히는 순간 삶은 내 속에서 빠져나가버렸다"고 얘기하는 대목이 있어.
그리고 삶은 영원히 사진의 프레임 밖에 존재한다고.
아직 책을 다 읽진 못했지만, 그 프레임 밖이 의미하는 건 짐작은 가. 하지만 아직 규정하진 않을래.
규정하는 순간 그림자는 프레임 밖은 또 안이 되고 밖은 계속해서 생겨나니까 양파껍질처럼...
III
왜 햄스터의 얘기가 남아공의 늙은 여자의 한탄으로 이어지는 걸까?
서서히 느껴지는 '나'라는 껍질의 가벼움/혹은 무거움 때문일까?
삶의 무거움을 짊어지기에는 너무 비겁하고 자신감이 없어서,
삶의 가벼움을 풍선처럼 머리에 인 채 살아가기엔 발이 땅에 안 닿을까...
J는 미국의 어느 시골 복음주의 공동체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고 해.
어렸을때부터 엄격한 교리에 따라 생활하며, 다른 아이들은 락과 연애를 이야기 할때
교회에서 하나님과 영적 교감을 나누며 눈물 흘리곤 했다지.
지금의 J를 보면 다소 과장스럽고 감정적인 제스쳐를 갖고 있는 다른 영어권 친구들과는 달리,
곧은 자세와 다소 냉담한 듯한 냉철한 말투가 그때의 훈육떄문이 아닌가도 싶어.
하여간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한번도 키스를 포함한 성애적 접촉을 하지 않았었다니
다른 미국 아이들과는 완전 딴 세상에서 살았던 거지.
안경을 쓰고 입에 치아교정기를 낀 조용한 주근깨 왕따 모범생이 눈앞에 떠오르더라.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부모님이 '한 아이의 영혼을 구하겠다'며 남미에서 입양한 아이래.
그 아이도 J처럼 엄격한 신앙 속에서 생활하다가 복음주이 교회가 운영하는 수녀원같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갔대.
J는 세상에 눈을 번쩍 뜨고 난 후에, 동생을 그 감옥같은 기숙사에서 빼내기 위해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대.
J의 부모는 비싼 변호사를 사서 맞섰는데, 결국 J가 어르고 달래서 소송을 취하했대.
그래서 J의 동생은 해방되었어.
그래서 그런지, J의 말과 행동에서는 자신감과 분별력이 느껴져.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생겨먹었고, 그 속에서 나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행복하고 의미있어 질 수 있을거라는 그 분명하고 생생한 비전.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자신감이 아닐까...
가을이 되서 그런건지, 요즘 몸이 좋다.
얼마전까지 쿡쿡 찌르는 듯, 은근히 누르는 듯한 위통이 있었는데,
지난주 부산에 가서 바다 보고 회 잔뜩 먹고 낮술 먹고
반가운 지인을 만나서 와서는 그냥 나아버렸다.
역시 스트레스였나 보다.
요가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몸 좋아지고 지겨우면 안가고, 또 몸 안좋거나 스트레스 싸이면 가고 그랬는데,
몸과 마음이 고달픈 순간이 지나면 뭔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요가를 하다 보니, 일과 생활의 고통이 요가를 수행하기 위한 장치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물론 꾀 안부리고 부지런히 가면 그렇다.
목 디스크와 어깨 뭉침과 팔 저림은 정말 요가로 많이 풀려서
이제는 컴을 오래봐도 왠만하면 아프지 않다.
허리, 척추, 목, 어깨, 배에 뭉쳐있고 막혀 있던 곳이 정말 많이 뚫렸고,
가만히 있어도 기가 원활히 순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원래 내가 상기가 잘되는 체질이라, 기가 미간 사이로 너무 쳐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미간을 기분좋게 자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눈까지 아파올 정도로 너무 몰리기도 한다.
요가 선생님 왈,
기는 등뼈를 타고 올라가 미간에서 다시 앞쪽으로 내려오는데,
내 경우엔, 기가 잘 올라가지만 그게 잘 내려오지 않는단다.
그래서 호흡과 명상을 할때 마음을 배꼽 위 2-3센티에 집중해서
배에 끌어올려진 기를 모우는 작업을 해야한다.
그래서 어제는 호흡을 할때, 특히 풀무호흡을 할때 배에 집중했다.
보통 아무 생각없이 호흡을 할때는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며 미간에 집중하게 된다.
아마 오래 수련한 사람들은 그렇게 집중된 기를 이용해 명상을 할 것이다.
내 경우엔 아직 그 단계는 아니어서, 그렇게 미간에 집중시키면 기가 올라 부작용이 큰 듯 하다.
배의 한 지점에 정신을 붙들어매고, "요가"라는 말의 뜻대로,
마구 달려나가는 미친 말들을 말뚝에 붙들어매는 기분으로
집중했다.
전에는 이 미친 말들에 집중해서 내 몸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돌고 떨고 했지만,
지금은 말들을 매는 말뚝에 집중한다.
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뜨거운 것이 아니라,
뜨거운 기운이 배에서 맴돈다, 의식에 따라 아래로 살짝 치내려가기도 하면서...
여기까지다 내가 경험한 곳은.
그 이상은 경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요가 선생님도 내가 경험한 이상을 말씀해주시지 않는다.
말해야 소용없다는 게 그 분의 지론이다.
어쨌든, 뜨거우면서 포근한 이 기운에 휘감겨 기분이 좋다.
4시에 화장실을 다녀온 것을 기점으로
앞 뒤 두개의 꿈에 시달렸다.
앞꿈에서는 어떤 사람이 나를 닫힌 방 안에서 위협했다.
여자였고,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뒷꿈에서는 모래알인지 유리파편 같은 것을 입에 넣고 씹으며 깨어났다.
꽤 스토리가 있는 꿈이었던 듯, 아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무엇인가로부터
지키기 위해 도망치고 숨었던 것 같다.
두 꿈다 긴박하고 무서웠다.
한살림에서 산 무와 엄마가 갖다준 배로 나박김치를 만들어 탁자 밑에 두었다.
오늘 저녁에 가서 익었는지 맛을 보고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보기만 해도 뿌듯.
오랜만에 냉장고 청소를 했다.
하나둘 씩 통들을 끄집어내니, 오래전에 엄마가 담가준 갓김치며 총각김치 등이 나온다.
고추 짱아찌는 세 통이나 된다. 도대체 뭐가 제일 오래된 건지.
짱아찌와 장점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맛이 더 좋다는 거다.
잘 닦아서 냉장고 제일 안 쪽에 밀어넣어두었다. 부침개 부쳐먹을때 간장 양념대신으로 써야겠다.
총각김치와 배추김추는 아주 푹 절어서 색깔이 누런빛을 뗬다.
얘들은 보쌈 돼지 고기를 넣어서 김치찜을 해먹어야 할 듯.
아니면 잘 씻어서 된장 반스푼 정도 넣고 푸욱 끓이면 심심하니 맛있을 듯 하다.
냉동실이야 말로 고대 태고적 물괴기며 떡, 가루들이 그득하다.
냉동실을 열었다 닫았다 고민하다가, 이왕 시작한거 끝장을 보자, 하는 마음으로
애들을 꺼내기 시작.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이놈들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였으리라
한 2년전쯤인가 언니가 엄마편으로 보내준 옥돔 (흐미 이 귀한 것을~) 한마리가
건조하고 냉한 기운에 꾸덕꾸덕 포가 되어있다.
버릴까 말까 붑에게 물어보니, 그걸로 방글라데시 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냥 놔두었다.
이름모를 쑥떡득과 시루떡아 니들은 언제 기어들어왔었느냐.
비닐봉지에 담긴 가루들은 또 뭐냐.
하나 하나 열어보니, 콩가루, 들깨가루, 다시마 가루 이런 애들인 거 같다.
콩가루는 떡에 뭍혀먹으라고 예전에 엄마가 주었었지.
들깨 가루는 미역국에 넣어 먹으면 담백하고 구수하다.
똥 딴 마른 멸치가 세 봉지.
작년에 먹고 남은 떡국떡 반봉지.
작년인가 근처 슈퍼 좌판에서 사온 감자떡
꽁꽁 얼은 삼겹살 한 두 점 정도
통닭 한마리. 필시 붑이 사다 놓은 것. 산 날짜를 보니 제법 쓸만하군.
그리하여
냉장고의 약 반은 아깝게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갔지만,
속은 시원하도다~
그래서 지은 시 한수,
냉장고 너는야
쳐박아둔 기억들의 저장고,
꽁꽁 언 오랜 기억을 해동하며,
오늘 난 비로소
생각이란 걸 하네.
ㅋ
팀원 하나가 나간다고 해서 한 일주일간을 마음을 써가며 설득했다.
또 다른 팀원 하나가 동요하길래 붙잡느라고 애썼다.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지 하는 무위론이 고개를 쳐들다가
사람에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운다.
'니가 나가도 나는 별 상관없지. 다른 사람이랑 일하면 되지 뭐, 좀 일이 늦어지더라도...'
라는 생각에서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이제 곧 성과물이 보이는데, 나가지 마라. 너와 함께 끝까지 같이 가고 싶어... 비록 크게 뭔가를 해주진 못해도 마음만은 널 최대로 지원해주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바뀌기까지,
그 친구를 잡기 위해 요 몇주간 맘고생 몸고생 많이 했지만,
왠지 마음이 일센치쯤은 깊어진 거 같아 스스로가 대견해지기도 한다.
덕분에 직장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말아야 한다는 터부같은 것이 조금은 허물어진 것 같은 느낌.
직접 스스로 마음을 보여주고, 또 그 마음에 집착하지 않고, 또 상대방의 반응에 동요되지 않고,
너와 나의 마음 날것 그대로를 '관'할 수 있다면,
그 마음의 발로로 결과가 어찌됬든, 내게 이익이든 상대에게 이익이든,
내가 좀 손해를 보든, 상대가 나를 이기든,
별 상관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은 거기에 두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으면 되는 거다...
토요일 밤에 집회를 갔다오고 내내 마음이 무겁다.
가장 두려운 건, 대추리 때도 그랬지만,
고립된 상태에서 '진압' 당하는 것.
큰 대치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언어 싸움이다.
폭력시위냐 폭력진압이냐, 시민이냐 폭도냐,
불법집회냐 불법연행이냐...
무력감을 느끼는 건, 언어의 그물을 쥐고 있는 것은 언제나 법과 칼을 휘두르는 그쪽이라는 것이고,
위안이 되는 건, 그게 언제나 늘 그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게 뻔한 싸움에서 지는 건 별일이 아니지만,
질 게 뻔한 싸움에서 이기면 정말 굉장한 별 일이 된다는 거다.
이번엔 그 굉장한 별 일을 기대해 보지만, 진다 해도 뭐 할수 없지 않은가...또 싸우고 놀고 지지고 볶을수 밖에...
(러고 보면 나도 참 설렁설렁이다)
함께 했던 멍구와 구로구는 집에 잘 들어갔나 모르겠네...
어떤 사람들을 떠올리면 참 막막해지는 때가 있다.
아빠, 오빠, 그리고 언니... 한때 한 솥밥을 먹으며 정겨웠던 가족들과 막막해지고 난 후,
내게 아프고 슬픈 존재들이 되어 버렸다.
그들도 고민이 많았을 거다. 나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철회해야하나 마나하는 생각의 돌맹이를
일상의 쉼없이 재잘대는 개울에 던져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부질없는 질문이었다는 것을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떠올리는 있을까 몰라.
회사에서도 참 막막한 사람들이 있다.
한살 많다고 나한테 반말하며 친한척 하면서 좀 예의없이 굴다가 내가 한번 호되게 할퀴고 나니까
빈정 상해서 말도 않붙히는 남자 과장 하나.
오만한 자존심, 자기가 옳다고 추어도 의심없이 믿는 그 얄미운 강인함.
자기보다 지위가 높거나 대가 센 사람들에겐 순종과 봉사의 미덕을,
지위가 낮은 이들에겐 세상엔 자기만 있는듯 떠들어대는 안아무인,
그런 사람이 만만하게 봤던 동료에게 할큄을 당하고 말았으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리고 나를 막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팀의 팀원들, 내가 이들의 상사라는 사실이 나를 종종 당황스럽게 한다.
그리고 어느덧 이들을, 우리 팀장이 나를 바라보던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때
살짝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 어지러움이 가시게 되는 날 난 회사가 바라는 진정한 '상사'로 거듭날테지만,
날개꺽인 내 신념과 양심은 무의식의 표면에 상처입은채 잠자면서
가끔 신경증적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모든 행동, 표정, 관계, 신경질, 감정이
가족, 조직, 기존 질서에 포섭되어 있고 적응되어 있으나,
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식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겐 막막한 관계들이 딱 그렇다.
이번주는 회사일과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그분 때문에,
정말 신경질과 짜증이 물밀듯 밀려드는 한주였다.
게다가 붑도 영화일이다 뭐다 하며 밤 늦게 들어와서는
부스럭거리며 자는 나를 깨우기 일쑤인 거다.
그제는 밤 12시 반쯤 자리에 누웠는데, 붑이 또 부스럭거리며 일어난다.
어디가? 하니까 대답을 안하는 폼이 딱 마지막 한모금을 피고
자겠다는 거다.
릴렉스 릴렉스 하며 마음을 다스리던 나는 엄숙히 얘기했다.
지금 나갈꺼면 아예 다른 방에서 자고, 아니면 그냥 자.
쭈뼛쭈뼛하는 붑. 아이잉...
다시 들어오면 안돼?
안돼. 지금 나가서 담배 필거면 다시 방에 들어올 생각 하지마.
나 담배 냄새 싫어.
방문을 반쯤 열고 쭈뼛쭈뼛하며 나갈까 말까, 마치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이번 한번만 딱 피자. 내일부턴 절대 안 필께. 약속.
미쳤니 내가. 그걸 믿게? 난 너 그말 절대 안 믿어.
빨리 문닫구 나가던지, 그냥 자던지!
인생에는 꼭 한번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때가 있는 거야.
너는 지금 그러한 기점에 놓여있어.
무언가를 선택하면 반드시 희생해야 하는 것이 있는 거야.
그래서 인생이 그리 만만치가 않은 거라구...
큭큭 나오는 웃음을 이불로 가리며 계속 엄숙 모드를 유지.
그날밤 붑은 결국 나를 버렸다.
하지만 약 5분 낑낑거리며 담배와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 아이같은지...
난 사악하다 ㅋ
한번에 쭉 쓰기에는 너무도 재밌고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많았기에
가끔 생각나면 떠올리려고 한다.
대련여행...
# 그대를 쇼핑 홍이라 부르리...
대련 시내의 이른바 짝퉁 쇼핑몰엘 갔다.
서울의 동대문 여느 쇼핑몰과 외관상 다름이 없으나
상표들이 다 어마어마한 명품들인 것이 다를 뿐,
샤넬, 구찌...
나이키를 나이스로, 아디다스를 아다디스로 살짝 살짝 바꾸었던
그 귀엽던 '양심'은 어디로 갔느냐...
진품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는 명품 그대로이다.
우선 붑의 신발을 사기 위해 사냥 시작.
우선 눈팅을 한다.
맘에 드는 건 우리끼리 가격을 정한다.
디가 홍에게 디스카운트 지령을 내린다.
홍이 깎기 시작한다.
흥정하는 동안 우리는 유유히 다른 물건들을 둘러본다.
돌아왔는데 아직 흥정이다.
홍에게 미안해진 나는 대략 이정도로 하자고 한다.
하지만 홍은 물러나지 않는다.
슬쩍 가는 척도 해본다.
그 능구렁이 같은 페이크는 늑대게임에서 익히 보아왔던 바다.
그의 중국어 학습 일수는 겨우 2개월,
하지만 그의 서바이벌 지수는 200을 훌쩍 넘는다.
결국 붑의 신발을 반값 이상 깎는다.
다음은 차를 사러 차 가게에 들른다.
디가 홍에게 이런 저런 차를 마셔보겠다며 지령을 내린다.
홍은 점원을 상대로 지령을 성실히 수행한다.
그리하여 다소 도도해 보이는 넉살녀 디와
기분좋게 가격을 깎는 굽실남 홍의 환상적 콤비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최상품 용정차를 손에 얻었다.
물론 모든 차의 맛을 보고 난 후.
만약 내가 혼자 쇼핑을 했더라면,
내가 적정한 가격이라고 여기는 선에서 그냥 합의를 봤으리라.
그러나 홍과 디는 깎을 수 있을 데까지 깎는다.
게다가 기분좋게 깎는다. 가게 주인이 인상찌프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디의 말로, 홍은 싸게 사는 대신 그 가게의 단골이 되어 준다고 한다.
내가 차라리 쇼핑 에이젼트를 차리라 했다.
어쨌든 이렇게 열라 재미있던 쇼핑은 여지껏 없었던 듯 하다.
미친 로봇이 같이 했었더라면
더 즐거웠을텐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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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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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책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햄스터 얘기를 하시니까 쿳시(Coetzee^^;;)가 쓴 다른 책이 생각나서 글 남겨요. <동물로 산다는 것>이라고, 분량도 별로 안 길고 소설인 것만도 아니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던데. 멋있는 글에 썰렁한 답글 달아서 약간.. 흐흐...;;;;부가 정보
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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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넹, 새해 복 많이 받아요~ 혹시 그 소설 영어 제목이 "Disgrace"가 아닌지... 안 그래도 읽고 싶었어요.부가 정보
적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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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목은 the life of animal인가 그랬어요. 번역되어 나온 제목이 <동물로 산다는 것>이에요. 딱히 소설은 아니고,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강연을 하고 그런 입장에 대해 며느리가 느끼는 내용들이 나오는 소설이 한 부 있구요, 뒤에는 피터 싱어나 바버라 스머츠나 여튼 다른 사람들이 글(혹은 글의 주제)에 대해 코멘트하는 짧은 글들이 엮여 수록되어 있어요.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