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NeoPool님의 [어제 고려대 대자보 상황] 에 관련된 글.
오, 역시 고대군효. 임형박씨의 후배들답게. 음..쓰뭴...리틀? 노! 리를 임형박스. 굿. 굿!
내 꼴리는대로 써서 여기에 싸두었으니, 기분 나쁘시겠다 싶은 분들은 얼릉 접으시라.
1. 자퇴하려는 이가 있었다. 솔직히 대학? 재미음따. 친구도, 선배도, 후배도 도서관에 쳐박혀 있다. 대학교 4학년 절정이다. 맨날 하는 얘기들이 순수기능의 연마에 대한 것들뿐이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고시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모든 것을 득템하려고 혈안들이다. 하지만 난, 이미 늦었어, 늦어버렸어.
에이 시펄, 하며 반쯤 포기한다. 술이나 마신다. 자연스럽게 한탄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신분상승의 꿈을 키우는 분들께 썩소를 날리고, 냉소를 퍼붓는다. 대학 건물 앞에 걸린 현수막을 본다. "사법고시 합격 축하". 에라이 시발놈들아, 잘살아봐라. 그러다 그것도 부족하면 이 개같은 사회를 씹고 뜯고 물어댄다. 이 지랄도 몇 일 못간다. 그러다 1-2주 지나면 다시 병이 도지고, 에라이 학교 그만두자, 이러면서 또 다니고 있고. 이게 반복되면 서서히 나도 그런 생활과 생각의 '노예'가 되어간다. 절박함이 있어도 진짜 절박함이 아닌, 아마도 전망대에서 보는 절벽이랄까. 아찔하지만 그래도 디질 걱정은 없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계란국을 끓여주신다. 쳐먹고 학교 가라고.
그래, 쳐먹고 가자. 갈데도 없는데. 그래서 학교 간다. 시바, 자퇴해도 갈데 없으니 학교 밖에 갈데가 어디있나. 1년만 다니면 되는데, 좀 참자. 자퇴해도 할거 있나. 당장 음따. 졸업하면 당장 취직되나. 안된다. 그러면 학교라도 다니지뭐. 그러다 취직못하니 여친한테 차이고, 아버지는 실직에, 횟집했던 엄마 가게까지 쫑났다. 황금비율의 쓰리쿠션. 옵션으로 몇 억 빚도 덤으로 얹어주고. 조또, 망해도 이렇게 완벽하게, 망할 수 있나. 이게 가계붕괴의 미학이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는, 성경 구절은 오타다. 태초부터 '빚'이 있었겠지. 이게 나의 2말 3초때까지의 상황이었다.
2. 대학에서 배운거라고는 사회과학책 몇 개 읽고, 도살장 끌려가듯 수업듣고, 족보불신 낙제지옥의 세계에서 근근히 선방했다는 자뻑으로 몇 년을 버틴 거라고는, 그리고 약간의 음주벽, 이게 전부다. 덤으로 불안정하지만 세계관이랍시고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반사회적 망막을 하나 얻은 것 외에는. 졸업한 이후 답 안나왔다. 지잡대로는 도저히. 고시공부 외에는. 그러나 그럴 여력 없었다. 그래서 자퇴를 입에 꿀바르듯 하는 노무 새끼가 대학원을 갔다. 등록금 조금씩 벌고, 생활비도 조금씩 충당하면서. 대학원을 가서도 자퇴 생각을 끊임없이 뇌까렸다. 솔직히 적응이 안되긴 안되더라. 난 경쟁과는 궁합이 맞지 않아, 공부와는 천적이야, 라고 하면서도 경쟁에서 지지 않으며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또 2년이 가버렸다.
3. 자퇴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절친 중 자주 보는 한 놈은 자퇴중독에 가깝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자퇴. 그리고 친구들이 학교 다니라고 등록금을 대주었음에도 1년 다니다 또 자퇴. 자퇴 2범. 그러다 몇 년 지나서 방통대를 갔다가 또 자퇴 하나 싶어 이번에는 만류하니, 휴학을 했다. 사실 들어간 돈이 아깝긴 아깝다. 더구나 앞으로 돈이 좀 더 들어가더라도 이걸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퇴한다고 하기로 서니 앞으로 당장 할 게 없다. 매몰한 비용에 추가로 더 들어갈 비용까지 감안하면 자퇴라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의지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행위의 기초가 되는 합리성을 뒤집는 반경제적 행위지뭐. 그래서 꾸역꾸역 다닌다. 근데 더욱 골때리는 것이 하나 더 있다.
4. 자퇴, 학교에서 부모동의서까지 필요한 거 보니 -학내 규칙 따위를 찾아보고 싶지도 않다- 학교는김양 김예슬 학생보다는 그녀의 부모님 호주머니에 더욱 관심이 큰가 보다. 어짜피 여기서 대학생들의 운명을 대학당국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니네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사실 "없어"라고 말하는 대학당국의 책임자와 담당자들도 결국 부모들일테다. 어떤 대학을 가는 건, 부모 입장에서 어떤 보험에 가입하느냐와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선택한 상품에 납입금을 정기적으로 들이붓다 보면 중도해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특히 더 이상 납입이 힘든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택한 상품이 스스로 자폭하겠다고 선언하면 결국 보통의 부모는 자녀의 정신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한다. 억양의 차이가 있겠지만 "미쳤"는지를 물어보고, 왜 미치게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이 갈등의 끝은, 부모가 보험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보험보다 더 큰 이율을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될 경우에 비로소 해소 혹은 봉합되기는 하지만, 둘 다를 선택하지 않는 부모와 보험상품 간에는 장기간의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게 또 하나 가장 큰 이유가 된다.
5. 자퇴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끔 겹겹이 쌓여진 장벽을 넘어 자기의 순수한 이유로- 타의로 자퇴를 했다면 그냥 불쌍한 님이 되는 거다-, 결정한 자퇴는 부러울 것도, 아름답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부적응자, 패배자로 낙인을 달궈 찍으려는 무리들 속에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루저계급'의 아방가르드다. 경제적 문제, 보험 중도해지, 세대 갈등,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는 홀로코스트가 결국김양 김예슬 학생의 자퇴에 불편해 하는 이유다. 그런데 불편함을 넘어 이 문제가 학내에서 사회적으로 중량이 더해지는 이유는 그가 쓴 자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보를 "붙인" 행위에 있다. 다시 말하면 본인 스스로 선언을 했고, 그에 따라 자성, 촉구, 저항의 의미를 더했다. 근데 이게 빠타가 가능한 동종동량의 거래가 되는가를 두고 이견이 생긴 거 같다.
김양 김예슬 학생은 대학과 사회가 개떡같아서 도저히 못봐주겠다, 더이상 대학에서 얻을 거 없다, 이 시간부로 탈영한다, 스스로 무장하고 게릴라전으로 모드전환한다, 라는 문제의식을 고려대라는, 그리도 어렵사리 들어와 지잡대 보다는 좀 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카드와 화끈하게 맞바꿔버린 거다. 어, 시바, 이거 좀 오바 아닌가, 김양 김예슬 학생 반대진영에서는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니 김양 김예슬 학생을 용자로 인증처리하는 인간과 반대되는 진영은 김양 김예슬 학생의 행위가 우리를 개무시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된장칠갑의 무개념 군삼녀로 낙인찍고자 혈안이 된 게다. 여기서 또 하나.
6.김양 김예슬 학생이 여자라는 이유도 문제된다. 이건 아래 8-3.번에서 생각해보자.
7. 여하간 앞서 말했다시피 고려대라는 퀼리티로 동종업계에서 나름 품질 인증 받았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김양 김예슬 학생의 거래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저 튈려고 그러는거 아냐, 생각이 그러면 그냥 조용히 나가면 안되니, 왜 우리는 진흙탕에 몰아넣고 자기는 고상한 척 하느냐, 등등 각종의 비난이 봇물치는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치와 염가에, 그것도 박리로 맞다이 해버리는 김양 김예슬 학생의 골격이 용가리 똥뼈든 뭐든 간에, 순간 자신들을 찌질이로 매도했다고 판단한 반대진영은 결국 김양 김예슬 학생의 행위와 논리를 모두를 깨버리지 않으면 찌질이 신세를 면할 수 없는, 거지같은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 다 자기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인 탓이다.
김양 김예슬 학생 반대진영은 거기서 자퇴가 함의하고 있는 의미보다는 그의 배후 혹은 배경에 주목한다. 흔히 사용되는 비방법이다. 자퇴의 메시지 뒤틀기. '이 분 사실은 운동권이었습니다'라는 이념공세와 비슷한 구조의 비방부터 "언플=운동권 스펙쌓기-부와 명성을 얻는 행위=잘먹고 잘산다"라는 장대높이뛰기형 비약논리로 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진다. http://blog.naver.com/booyaso/50084625759
8-1. 이런 와중에 폭로, 비방으로 치닫게 되면 갈등이 고조된다. 일단 급한 대로 몇 자 적어서 프린트로 빨리 오바이트 시켜김양 김예슬 학생 자보 옆에 반론 자보를 붙인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들에 대해 양비론 양시론이 오가며 어떠한 판단 기준에 대한 경계선이 흐릿하게 보이게 된다. 찬반론자들이 일정한 입장을 가지게 되며 의견을 주도하기도 한다. 회의론이 만만치 않게 일어난다. '난 관심없어'라는 일축해버리는 쿨한 일축파들도 생겨난다. 일련의 과정에서 비난과 옹호, 반성과 상호이해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경계선 인격(성격)장애를 보이는 이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자기 사유의 한계를 느끼고 경계선에서 고민하다 이 문제를 자존심의 문제로 치환한다. 그리고 옛다, 행동으로 옮기는 거지. 이런 아그들은 자아와 정동이 불안정하고 대인관계도 예측할 수 없는데다 쪼잖은 일로 쉽게 상처받는데 반해 그 상처가 크게 덧나는 얘들을 말한다. 그 때 몸을 던지는 거지.
8-2. 강의실에서 보드마카펜 붉은 색 하나 오른 쪽 주머니에 챙기고, 분식집에서 순두부 백반에 에그 나오는 거 톡 까넣을 욕망일랑 잠시 자제하고 왼쪽 주머니 속에 담아와, 해질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소주 몇 잔 퍼마시고 학교 뒷문으로 올라와서리 사람들이 있는지 몇 번 두리번 거리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 직전 혈서를 썼던 심정으로 대자보에 붉은 펜으로 좌우로 상하로 35회 가량 반복노동을 하신 후,
사람들이 오기 전에 재빨리 이봉창 열사가 도시락을 투척했던 정신으로 "트랙"과 "대학'이라는 단어에 정확하게 명중시킨 다음, 경영관으로 졸라 잽싸게 튀어들어갔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긋한 척 하며 커피 한 잔 홀라당 빨고 자신의 거사를 다시 확인한 후 정문으로 나갔겠지뭐. 아니면 연락주고.
8-3. 이 '용자'의 행위, 여학생이 썼다고 열폭한 거지뭐. 95.2% 정도 일게다. 게다가 만약 남자 선배가 이런 자보을 쓰고 붙여놨다(명의를 써놓으면 대충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겠지뭐), 치자. 그리고 붉은 항칠과 투 에그 투척은 그에 걸맞는 몇 개의 이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근데 이 정도 배짱을 가지려면 약물에 의하거나 과음, 아니면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확신범일텐데, 통상 여성 보다는 남성의 비중이 훨씬 많다. 따라서 용자는 여자일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 물론 여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에그 투척의 명중률을 보면 통상 분명 남성의 소행이 분명하다(반론 있음).
붉은 항칠에 투 에그 투척남은 씨발 조카튼 개호로새끼라고 불러주고 싶지만, 차마 여기에서 욕지거리를 할 수 없어 참고, 다만 정화된 표현으로 무뇌아가 된 마초로 정리될 수 있겠다. 쓰다 보니 별 얘기 까지 억측해서 다쓰게 되네. 에이, 여하간 오늘 기분 다 베렸뿌쓰(사실, 범인이 대학당국자나 교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9. 결국 자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 내 스스로 인간선언 하겠다, 두고보라는 것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다. 댓가가 클 수도 적을 수도, 오히려 다른 전기를 만들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워낙에 팍팍한데다 구질구질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보니, 자신 외 다른 가치에 대해 눈돌릴 여유가 없는 우리들에게, 큰 댓가를 지불하고 낮은 목소리로 읖조린 것이 파장이 클 수 있다.
그리고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바위에 에그를 치면 에그스멜이라도 오래가야 한다. 다시는 대학 갈 일이 없는 나로서도 어제와 오늘 24시간 사유의 시간을 그녀가 주었다. 그녀의 생각에 동조여부를 떠나 뭔가를 생각한 사람들 1만명이 이 문제로 하루만 고민했어도 도합 24만 시간. 27년의 시간이다.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27년 인생을 좀 더 앞당겨 살게된 댓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나는김양 김예슬 학생의 모든 면을 동조하지는 않는다는 건 남겨둔다. 동조 안하면 또 어쩔껀데. ㅠㅠ
10. 이런 말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주절주절 개소리를 흩어놨다.
11. 솔직히 자퇴 안했으면 했고, 학내에서 그러한 생각을 같이 실천할 수 있는 비전을 친구들과 더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질러버린터라, 걱정이 많이 된다. 용기있다, 라고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오바다. 다들 나가야 되는데 먼저 나갔다고 응원하는 늬앙스로 느껴져 십라 우끼고.
다만 그러한 문제제기에 자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거대하게 일조한 대학과, 그녀를 더욱 절망케 했던 교수들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반성 좀 했으면 한다. 밥그릇 찌그러질까봐, 니네들 부터 찌질하게 사니깐 니네들에게 더 이상 못배우겠다, 이러는 거다. 잘 새겨들으시길. 아 쒸, 정리도 안되고 기분도 개같고.
1. 자퇴하려는 이가 있었다. 솔직히 대학? 재미음따. 친구도, 선배도, 후배도 도서관에 쳐박혀 있다. 대학교 4학년 절정이다. 맨날 하는 얘기들이 순수기능의 연마에 대한 것들뿐이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고시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모든 것을 득템하려고 혈안들이다. 하지만 난, 이미 늦었어, 늦어버렸어.
에이 시펄, 하며 반쯤 포기한다. 술이나 마신다. 자연스럽게 한탄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신분상승의 꿈을 키우는 분들께 썩소를 날리고, 냉소를 퍼붓는다. 대학 건물 앞에 걸린 현수막을 본다. "사법고시 합격 축하". 에라이 시발놈들아, 잘살아봐라. 그러다 그것도 부족하면 이 개같은 사회를 씹고 뜯고 물어댄다. 이 지랄도 몇 일 못간다. 그러다 1-2주 지나면 다시 병이 도지고, 에라이 학교 그만두자, 이러면서 또 다니고 있고. 이게 반복되면 서서히 나도 그런 생활과 생각의 '노예'가 되어간다. 절박함이 있어도 진짜 절박함이 아닌, 아마도 전망대에서 보는 절벽이랄까. 아찔하지만 그래도 디질 걱정은 없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계란국을 끓여주신다. 쳐먹고 학교 가라고.
그래, 쳐먹고 가자. 갈데도 없는데. 그래서 학교 간다. 시바, 자퇴해도 갈데 없으니 학교 밖에 갈데가 어디있나. 1년만 다니면 되는데, 좀 참자. 자퇴해도 할거 있나. 당장 음따. 졸업하면 당장 취직되나. 안된다. 그러면 학교라도 다니지뭐. 그러다 취직못하니 여친한테 차이고, 아버지는 실직에, 횟집했던 엄마 가게까지 쫑났다. 황금비율의 쓰리쿠션. 옵션으로 몇 억 빚도 덤으로 얹어주고. 조또, 망해도 이렇게 완벽하게, 망할 수 있나. 이게 가계붕괴의 미학이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는, 성경 구절은 오타다. 태초부터 '빚'이 있었겠지. 이게 나의 2말 3초때까지의 상황이었다.
2. 대학에서 배운거라고는 사회과학책 몇 개 읽고, 도살장 끌려가듯 수업듣고, 족보불신 낙제지옥의 세계에서 근근히 선방했다는 자뻑으로 몇 년을 버틴 거라고는, 그리고 약간의 음주벽, 이게 전부다. 덤으로 불안정하지만 세계관이랍시고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반사회적 망막을 하나 얻은 것 외에는. 졸업한 이후 답 안나왔다. 지잡대로는 도저히. 고시공부 외에는. 그러나 그럴 여력 없었다. 그래서 자퇴를 입에 꿀바르듯 하는 노무 새끼가 대학원을 갔다. 등록금 조금씩 벌고, 생활비도 조금씩 충당하면서. 대학원을 가서도 자퇴 생각을 끊임없이 뇌까렸다. 솔직히 적응이 안되긴 안되더라. 난 경쟁과는 궁합이 맞지 않아, 공부와는 천적이야, 라고 하면서도 경쟁에서 지지 않으며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또 2년이 가버렸다.
3. 자퇴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절친 중 자주 보는 한 놈은 자퇴중독에 가깝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자퇴. 그리고 친구들이 학교 다니라고 등록금을 대주었음에도 1년 다니다 또 자퇴. 자퇴 2범. 그러다 몇 년 지나서 방통대를 갔다가 또 자퇴 하나 싶어 이번에는 만류하니, 휴학을 했다. 사실 들어간 돈이 아깝긴 아깝다. 더구나 앞으로 돈이 좀 더 들어가더라도 이걸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퇴한다고 하기로 서니 앞으로 당장 할 게 없다. 매몰한 비용에 추가로 더 들어갈 비용까지 감안하면 자퇴라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의지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행위의 기초가 되는 합리성을 뒤집는 반경제적 행위지뭐. 그래서 꾸역꾸역 다닌다. 근데 더욱 골때리는 것이 하나 더 있다.
4. 자퇴, 학교에서 부모동의서까지 필요한 거 보니 -학내 규칙 따위를 찾아보고 싶지도 않다- 학교는
5. 자퇴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끔 겹겹이 쌓여진 장벽을 넘어 자기의 순수한 이유로- 타의로 자퇴를 했다면 그냥 불쌍한 님이 되는 거다-, 결정한 자퇴는 부러울 것도, 아름답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부적응자, 패배자로 낙인을 달궈 찍으려는 무리들 속에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루저계급'의 아방가르드다. 경제적 문제, 보험 중도해지, 세대 갈등,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는 홀로코스트가 결국
6.
7. 여하간 앞서 말했다시피 고려대라는 퀼리티로 동종업계에서 나름 품질 인증 받았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8-1. 이런 와중에 폭로, 비방으로 치닫게 되면 갈등이 고조된다. 일단 급한 대로 몇 자 적어서 프린트로 빨리 오바이트 시켜
8-2. 강의실에서 보드마카펜 붉은 색 하나 오른 쪽 주머니에 챙기고, 분식집에서 순두부 백반에 에그 나오는 거 톡 까넣을 욕망일랑 잠시 자제하고 왼쪽 주머니 속에 담아와, 해질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소주 몇 잔 퍼마시고 학교 뒷문으로 올라와서리 사람들이 있는지 몇 번 두리번 거리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 직전 혈서를 썼던 심정으로 대자보에 붉은 펜으로 좌우로 상하로 35회 가량 반복노동을 하신 후,
사람들이 오기 전에 재빨리 이봉창 열사가 도시락을 투척했던 정신으로 "트랙"과 "대학'이라는 단어에 정확하게 명중시킨 다음, 경영관으로 졸라 잽싸게 튀어들어갔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긋한 척 하며 커피 한 잔 홀라당 빨고 자신의 거사를 다시 확인한 후 정문으로 나갔겠지뭐. 아니면 연락주고.
8-3. 이 '용자'의 행위, 여학생이 썼다고 열폭한 거지뭐. 95.2% 정도 일게다. 게다가 만약 남자 선배가 이런 자보을 쓰고 붙여놨다(명의를 써놓으면 대충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겠지뭐), 치자. 그리고 붉은 항칠과 투 에그 투척은 그에 걸맞는 몇 개의 이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근데 이 정도 배짱을 가지려면 약물에 의하거나 과음, 아니면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확신범일텐데, 통상 여성 보다는 남성의 비중이 훨씬 많다. 따라서 용자는 여자일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 물론 여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에그 투척의 명중률을 보면 통상 분명 남성의 소행이 분명하다(반론 있음).
붉은 항칠에 투 에그 투척남은 씨발 조카튼 개호로새끼라고 불러주고 싶지만, 차마 여기에서 욕지거리를 할 수 없어 참고, 다만 정화된 표현으로 무뇌아가 된 마초로 정리될 수 있겠다. 쓰다 보니 별 얘기 까지 억측해서 다쓰게 되네. 에이, 여하간 오늘 기분 다 베렸뿌쓰(사실, 범인이 대학당국자나 교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9. 결국 자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 내 스스로 인간선언 하겠다, 두고보라는 것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다. 댓가가 클 수도 적을 수도, 오히려 다른 전기를 만들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워낙에 팍팍한데다 구질구질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보니, 자신 외 다른 가치에 대해 눈돌릴 여유가 없는 우리들에게, 큰 댓가를 지불하고 낮은 목소리로 읖조린 것이 파장이 클 수 있다.
그리고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바위에 에그를 치면 에그스멜이라도 오래가야 한다. 다시는 대학 갈 일이 없는 나로서도 어제와 오늘 24시간 사유의 시간을 그녀가 주었다. 그녀의 생각에 동조여부를 떠나 뭔가를 생각한 사람들 1만명이 이 문제로 하루만 고민했어도 도합 24만 시간. 27년의 시간이다.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27년 인생을 좀 더 앞당겨 살게된 댓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나는
10. 이런 말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주절주절 개소리를 흩어놨다.
11. 솔직히 자퇴 안했으면 했고, 학내에서 그러한 생각을 같이 실천할 수 있는 비전을 친구들과 더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질러버린터라, 걱정이 많이 된다. 용기있다, 라고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오바다. 다들 나가야 되는데 먼저 나갔다고 응원하는 늬앙스로 느껴져 십라 우끼고.
다만 그러한 문제제기에 자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거대하게 일조한 대학과, 그녀를 더욱 절망케 했던 교수들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반성 좀 했으면 한다. 밥그릇 찌그러질까봐, 니네들 부터 찌질하게 사니깐 니네들에게 더 이상 못배우겠다, 이러는 거다. 잘 새겨들으시길. 아 쒸, 정리도 안되고 기분도 개같고.
댓글 목록
암담
관리 메뉴
본문
완전 현란한 글빨이시네요. 감동의 물결 ㅠㅠ 왜 여자는 투척력이 남자보다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고 계시나요? 그리고 김양동지는 뭔가요? 당장 고쳐부르세요!부가 정보
빨간뚱띵이
관리 메뉴
본문
요즘 강의실에선 보드마카펜을 사용하겠군요. 분필가루에 쿨럭하고 기침 한 번...ㅡ.,ㅡ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