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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 나이가 드니깐 죽는 것은 당연한다.
빠스칼(pascal)은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 줄기의 증기, 한 방울의 물만으로도 죽일 수도 있으나 어짜피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위대하단다.
그러나 그게 위대한 것인가. 실존철학의 실존도 사실 가정에 불과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 말이 하나의 레토릭이니 그냥 빠스칼의 말투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말의 힘과 느낌을 강하게 받으리라.
여하간 그녀는 나에게는 식초같은 존재였다. 식초의 새큼하고 자극적인 맛이 고통스러우면서도 온 몸을 깨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인터뷰나 글들을 보면서 좌우파에 걸쳐 권력과 권위를 비판하는 자세는 교과서를 읽으면서 감동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나의 분노, 나의 자긍심"은 내가 돈을 주고 사 읽을 필요가 없는 책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녀의 문제제기와 주장을 읽으면서 나는 김용옥이 생각났다. 그들은 그들의 글쓰기가 신이 범접하지 못하는 고귀하고 '숭고'함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면 숭고한 글쓰기가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말해주어야 하는데...노망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스쳐지나 갔다. 노망...나쁜 것일 수 있지만 사실 노망은 잘난 척이 극에 달해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녀가 죽어도 난 별 느낌이 없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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