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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정봉수는 하재필(나의 고교선배)씨의 재수시절 친구다.

 

제작년인가, 한 번 보고 올해 다시 한 번 봤다.

형수님과 함께 왔고, 그이의 아들들인 여찬이와 여진이가 함께 서울역으로 왔다.

한참을 뛰어도 아이들은 지치지 않았다. 그리고 금방 나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여찬이는 나와 화장실에 세수를 하러갔는데, 소주와 맥주가 매우 쓰고 독하다고

하면서 어른이 되면 그것을 마시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 둘은 한참 웃었다. 나를 두고 한 말인지, 여찬이의 부모를 두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삼촌."

"응?"

"매미가 해충이예요?"

"음...사람을 해치지 않으니깐 해충은 아니겠지?"

"근데요. 매미는 땅 속에서 올라와서는 나무의 액을 빨아먹는데요."

"그래? 그래서?"

"근데 그게 나무에게는 안좋은 거잖아요?"

"그렇겠지. 나무에게는 안좋겠지."

"매미가 너무 많아져서 안좋을 거예요. 그래서 해충이 아닐까요?"

 

여찬이는 2학년인데, 관찰이나 생각이 굉장히 사려깊다.

 

"삼촌.."

"어?"

"모기는 해충이예요?"

"모기는 사람을 해치니깐 해충이겠지?"

"그러나 사람을 죽이지는 않잖아요."

 

여찬이의 해충과 익충의 구별법을 멀리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찬이는 아빠와 엄마, 하재필씨 주변의 쓰레기를 줍니다. 그러다가 여진이와 함께 서울역을 달리고 내달렸다. 어찌나 잘 뛰시던지...기특한 녀석들. 그리고 하재필씨에게 내가 말했다.

 

"아이들이 똑똑하고 참 순수합디다."

 

그러나 하재필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그 말이 오래도록 남아서 글을 남기게 되었다.

 

"봉수 아이들이잖아. 아니 봉수의 아내가 거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정봉수씨를 기억했다. 그는 운동권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닌 지금껏 어렵게 살아온 소시민, 노동자이다. 그러나 그의 강렬한 인상과 달리 모든 말에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부드러움이 서로 모순적으로 교차하면서 사람을 압도한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몇 시간이고 항의했었던 그 사람. 정봉수. 그러나 그는 사람에게 함부러 말을 놓지 않는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그에게서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그를 만나고 감동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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