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왜 설명을 못 하게 합니까!” (강백신 증인)
“국민 여러분, 검사들의 민낯을 보시는 겁니다. 국정조사를 받는 이 자리에서도 위원장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십시오.” (서영교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지난 4월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서영교 위원장과 충돌한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또렷이 각인돼 있다. 강 검사는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을 국회가 불러 수사와 기소 경위를 따지는 것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헌, 위법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흐른 10일, 대장동 2기 수사팀을 이끌어 1기 수사팀의 결론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리는 데 앞장섰던 강백신 검사가 이날 오전 대구고검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 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여러 갈래 해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법무부의 감찰에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무부는 현재 대장동 2기 수사팀 검사 9명 전원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대장동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기소 적절성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를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관철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및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제 살 길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 내부망에 “2025년 9월 26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헌법 폐지의 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여러 차례 검찰 수사권 폐지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검찰 지휘부와의 갈등이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자 강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부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 및 사실 오인을 항소 이유로 상급심 판단을 구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과 지휘부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을 사법처리하기 위해 투망 던지기식 수사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윤석열 사단'의 '행동대장'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여했고, 그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와 공소 유지 등을 담당했다. 2022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부장으로 부임한 뒤에 엄희준 당시 반부패수사 1부장과 함께 대장동 2기 수사팀을 지휘했다.
당시 수사팀은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해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잇따라 구속기소했다. 그 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소환조사하고,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백신(왼쪽) 대구고검 검사와 엄희준(오른쪽) 광주고검 검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6.4.7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이력 때문에 민주당과는 계속 충돌했다. 민주당은 2024년 강 검사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청문회를 열려 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따질 계제가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이끈 강 검사는 같은 해 3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때 조우형 씨의 혐의를 은폐했다고 보도한 봉지욱 jtbc 기자를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같은 해 8월 5일, 민주당은 통신자료 조회를 실시한 주체로 지목받은 강 검사 관련 탄핵소추 사건 조사에 해당 의혹을 포함하고, 검찰 수사 과정의 법률 위반 혐의 여부도 살피기로 했는데 강 검사는 “합법적인 통신 가입자 조회에 불법 사찰 프레임을 씌워 탄핵 사유로 삼는 건 위헌적이고 부당한 공격”이라고 맞섰다.
강 검사는 또 2023년 12월과 이듬해 1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쪽에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를 두 차례 교부했는데 각각 압수한 허 기자 노트북과 데스크톱 SSD 카드에 있는 정보 전체를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에 올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이들 자료에는 압수영장이 허용하지 않은, 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가 대량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강 검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갈등과 마찰만 일으키지,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엄존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강 검사의 사직서 제출은 법무부 감찰에 대한 압박감, 대장동 항소 포기에 따른 좌절과 갈등, 정치권의 국정조사 압박과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과 무력감 등 여러 이유가 겹쳐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직서 제출 소식을 알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고 현직에서 수사를 받아라. 어딜 도망가려고!”, “윤석열의 XX 아냐? 사직이 아닌 파면해야” 등이 주류를 이뤘다.
법조 전문가들은 그의 사직이 향후 대장동 재판과 국정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다. 특히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상황에 수사팀장이었던 강 검사가 사직함으로써 공소 유지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항소심에서 검찰의 주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검사의 사직서 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구고검은 법무부에 사직서를 보고한 상태이며, 보통 검사 사직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 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수리된다. 사직서 제출 후 번복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강 검사 사직서의 수리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주기자 라이브'를 진행하는 주진우 기자는 이날 저녁, 법무부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그를 징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3.3%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게 나타나 평균치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이 정부의 부동산·주식 시장 정책에 실망한 가운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안전 문제를 중시하는 2030 여성들의 실망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다양한 대책을 구상 중이지만 근본적으로 86세대 중심인 민주당이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이날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2.6%포인트 떨어진 43.3%로 집계됐다. 7월 2주차 같은 조사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다. 부정 평가는 53.0%로 2주 연속 긍정 평가를 오차범위 밖에서 웃돌았다.
세대·성별로는 20·30대 여성의 낮은 지지율이 눈에 띈다. 20대 여성 지지율은 35.8%로 20대 남성·30대 남성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30대 여성 지지율도 40.7%로 평균치를 밑돌았는데, 보수 성향이 높다고 알려진 70대 이상 남성(40.5%)과 엇비슷한 수치였다.
리얼미터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 등에 더해 폭염 및 경제 불안 요인까지 중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월별 여론조사 통계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1년 사이 20대와 3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은 평균치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7월 61%였던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지난 7월 45%로 1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69%에서 47%로 22%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전체 지지율이 64%에서 53%로 11%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해 하락 폭이 더 컸다.
이 대통령과 여권의 주요 지지 기반이던 2030 여성층의 이탈 배경에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30 여성들은 장윤기 사건과 돌려차기 사건 등을 생명·안전 이슈로 받아들이며 문제제기에 나섰지만 이 같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이 축소되고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자산 형성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는 2030 여성들의 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보도가 공유되며 우려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4050세대가 정당과의 일체감으로 지지를 하는 것과 달리 2030세대는 효능감으로 지지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 상승했던 주가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가 최근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지지율도 함께 하락한 것이며, 특히 집권 이후 여성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이들 집단에서 긍정 평가가 하락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2030세대 지지율 회복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년들은 지금 거의 취약계층이 돼가고 있다”며 “실제 수요와 생애 주기에 맞게 정책들을 촘촘하게 정비하라”고 했다. 7일에는 참모회의에서 ISA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지난 8일에는 엑스에서 ‘결혼 페널티 22개’를 열거하며 개선을 약속하는 등 사흘 연속 청년 대책을 주문했다.
8·17 여당 전당대회에서도 2030 여성 지지율 회복이 이슈로 부상했다. 김민석 의원은 당헌·당규를 바꿔 선출직 지도부 내에 여성과 청년 대표가 들어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권에 2030 세대를 대표하는 남녀 1명씩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한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2030 특히 여성의 이탈은 정책 이슈를 넘어 우리 당이 세력으로서 이들을 배제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며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젊은층이 없는 정당으로 지속되는 한 그들의 지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0%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호남과 서울·경기를 남겨두고 네거티브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파묘 전당대회”(조선일보), “누가 당대표 되건 당이 깨질 수 있다”(경향신문), “최악의 진흙탕 싸움”(중앙일보)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전대 ‘자중지란’에 중앙 “최악의 진흙탕 싸움”
주요 일간 신문은 11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사생결단의 계파갈등이 부각되고 있으며, 과거 잘못만 들추는 ‘파묘 전당대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당 전대, 이제라도 비전 경쟁으로 후유증 최소화하길>에서 “(이번 전대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건)정책·비전 경쟁을 대체한 건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사생결단식 계파갈등”이라며 “친이재명·반이재명 낙인찍기와 ‘파묘’식 행태가 난무할 뿐, 그래서 당을 어떻게 운영하고 당의 좌표를 어떻게 새롭게 잡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8월11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어 경향신문은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를 감추지 않은 이 대통령 탓도 크다고 본다. 김민석 후보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신천지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정청래 후보는 이를 해당행위로 규명하며 징계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식이니 누가 당대표가 되건 당이 깨지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후보 측은 신천지가 당원으로 침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정청래 후보 측은 이에 반박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신천지 측 인물이 함께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실 정 후보도 사진을 함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8월11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도 <경고음 요란한데, 정쟁 뿐인 민주당> 사설에서 “이쯤 되면 전당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후유증부터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며 “이대로라면 새 지도부가 출범하더라도 계파 간 앙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 전당대회 후에도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힌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8월11일자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정우상 논설위원의 칼럼 <파묘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가 미래는 없고 과거를 들추는 ‘파묘’ 전대가 되고 있다. 그러더니 논쟁이 6·25까지 올라갔다”며 “양측 유튜브는 이런 대립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튜브로 흥했던 민주당이 유튜브로 망할 수 있다는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8월1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신천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진 조작 논란 번진 민주당 신천지 의혹, 제대로 규명해야> 사설에서 “계파 간 공방 소재로 등장하더니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찍힌 사진까지 논란이 되면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비전 경쟁은 없이 계파 간 물어뜯기만 난무한다는 비판을 받는 민주당 대표 경선은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은 혼란스럽고 실망스럽기만 하다”며 “신천지 의혹에 국민의힘만 연루된 것처럼 공세를 펴던 민주당이 집안싸움 와중에 정교 유착 의혹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여야 모두가 자유롭지 않은 신천지 의혹은 민주당 전당대회와 상관없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8월11일자 세계일보 6면 기사
세계일보는 전당대회가 접전 양상을 보이며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6면 <金 “성장” 鄭 “의리” 宋 “사법개혁”… 초박빙 승부에 선명성 경쟁> 보도에서 각 후보의 연설·정견발표·간담회·기자회견·TV 토론 등에서 나온 주요 키워드를 분석했다. 세계일보 분석결과 1주차에선 각 후보 모두 ‘개혁’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2주차부터 ‘성장’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정 후보는 ‘개혁과 의리’를 부각하며 김 후보의 과거 탈당 논란을 거론했고 송영길 후보는 사법개혁 선명성을 끌어올렸다.
세계일보는 “김 후보는 계파 구도 대신 지역 성장과 미래 산업을 자신의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해진다”며 “(정 후보가 2주차부터 개혁과 의리를 부각한 이유는) 김 후보의 2002년 민주당 탈당 전력을 겨냥하면서 자신의 ‘당과의 의리’, ‘이재명 대통령과의 의리’를 대비한 데 따른 것이다. 개혁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의리’를 더해 김 후보와의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 2026년 6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 “국정운영 변화 필요”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43.3%로 지난주와 비교해 2.6%p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53%다. 이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4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8월11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서울신문은 3면 <李 지지율 43% 취임 후 최저 여당보다 낮은 수치에 ‘비상’> 보도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 논란, 증시 변동성 심화, 검사의 직접 수사권한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 강행 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눈에 띄는 건 그간 여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44.6%, 6~7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비공개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왔다”고 했다.
▲8월1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2030여성이 여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부동산·안전 정책 실망… 여권에 등 돌리는 2030여성> 보도에서 “이 대통령과 여당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보다)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청년층이 정부의 부동산·증시 정책에 실망한 가운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안전 문제를 중시하는 2030 여성들의 실망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했다.
▲8월11일자 국민일보 3면 기사
국민일보는 3면 <李 지지율 흔든 부동산·명청대전… 진보층서만 11%p 빠졌다> 보도를 통해 “부동산 정책과 주가 하락 등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 내 혈투가 이 대통령 지지율에 전방위적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라며 “이 대통령이 네거티브 비방전의 소재로 등장하고,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내는 등 분열 양상이 지지율 하락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8월11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李 최저 지지율… 중도층과 2030의 준엄한 경고>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당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여당보다도 낮다”며 “정부와 여당이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국정 운영에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작금의 경향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지지율 추락은 자업자득이다. 정권 출범 후 입법 폭주·사법부 겁박에 이은 형사소송법 개정, 부동산·주식시장 정책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제개편을 밀어붙였다”며 “8·17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정부와 여당이 현재의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국민의힘도 당권 두고 내홍 중 “당원 세 대결로 비화”
▲8월11일자 한국일보 5면 기사
국민의힘 당권 다툼도 다르지 않다. 한국일보는 5면 <당권 갈등 ‘당원 세 대결’로 번지는 국힘> 보도에서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당원들 간 세 대결로까지 비화하고 있다”며 “비당권파 측이 최근 당원·일반시민 2만여명이 참여한 장동혁 대표 사퇴 연판장을 공개하자, 당권파 측은 당원만 2만여명이 서명한 ‘장 대표 지지 및 당 기강 확립을 위한 징계요청서’를 당에 제출하며 맞불 놓기에 나섰다”고 했다.
▲8월11일자 한겨레 5면 기사
한겨레는 5면 <장동혁, 당협위원장 물갈이 나서나> 보도를 통해 “국민의힘이 각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심사·선출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등 당 조직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장동혁 지도부가 비당권파를 겨냥한 징계 정국에 돌입한 데 이어, 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8월11일자 한국일보 칼럼
한국일보는 염유섭 정치부 기자 칼럼 <장동혁 개혁안에 담겨야 할 것들>에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 등 입법 폭주를 반복해도, 실망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으로 향하지 않았다”며 “쇄신 의지 없이 당원 권리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개혁안은 강성 지지층 영향력 확대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8월1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청년여성 ‘표심’ 공략 나선 국힘, ‘여가부 폐지 추진’ 사과가 먼저>에서 “국민의힘이 10일 여성·청년 당원 교육 프로그램인 ‘2030 미래의제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이던 2030 여성의 이탈 추세가 감지되자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성폭력 발생 추세와 여가부 폐지 공약이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국민의힘이 청년여성의 불안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윤석열 정권 당시 여가부를 형해화하고 ‘젠더 갈라치기’에 나섰던 과거부터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세제 개편 논란에 중앙 “엉망, 전면 재검토 해야”
정부가 지난 3일 초고가·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제 개편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고, 현행 20∼30%p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2028년까지 5∼15%p로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8월1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세제 개편안 이견 봇물… ‘과잉과 모순’ 과감히 시정해야>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현실 여건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정책의 방향이 맞더라도 정책의 세부 내용이 정교하지 못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면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예외를 늘리는 땜질식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엉망이 된 세제개편안, 전면 재검토가 맞다> 사설에서 “강남 초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고령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초고가 주택은 연간 보유세가 수천만원까지 뛸 수 있어 오래전 집을 산 고령의 은퇴자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투기와 관계없는 고령의 장기 보유자들로선 무거운 징벌적 보유세에 대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세제개편안에 국민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주거 현실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세제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고 했다.
▲8월11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설 <부동산 세제, 보완할 건 보완하되 공정과세 기조 지켜야>에서 “중요한 점은 여러 갈래의 비판 중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까지 기존 원칙을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제기되는 비판이나 민원 중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신속하게 채택해, 국민들의 고통이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여당이 할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실거주를 우대하고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기조는 가야 할 방향”이라며 “부동산 양도차익의 세 부담을 높여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공정과세라는 큰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0일 6.3 지방선거로 드러난 투표율 허위 입력이 곧 '선거 부정'으로 직결될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명에 "투표자 수 세는 게 그렇게 복잡한 일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에 투표율 오입력 관련 사안을 보고하며 투표자 수 '조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조작으로 명기해 다시 업무보고 하라"는 질타도 나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출범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중앙선관위 등을 대상으로 3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애초 출석한 증인에 대한 신문은 여야가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송파구 개표소 재검표' 일정 문제를 놓고 대치가 길어지며,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은 퇴장한 채 오후 늦게 주질의가 시작됐다.
강동완 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업무보고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투표자 수 오입력과 수정 사례는 선관위가 선거관리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게 변화시키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 당일 투표자 수를 오프라인으로 집계하는 특성상 집계 시점별 차이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관리해 오다 보니 최종 투표자 수와 투표율 집계에만 신경을 썼다. 확인에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강 직무대리는 "선관위 조직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이러한 행위를 한 건 결단코 아니"라며 "투표자 수 집계와 공개를 오프라인,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사람에 의한 부실 관리"라며 "투표자 수 오입력 자체가 부정선거라는 일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OECD 선진 7개국을 대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영미권 국가는 선거 당일 투표 진행 중에는 투표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확정 자료가 아닌 오차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잠정 자료다", "읍면동에서 선거 관리시스템에 입력한 투표소별 투표자 수 합계와 구시군 선관위가 투개표 보고시스템에 입력해 대국민 공개되는 투표자 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등 설명을 이어갔는데,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의 화를 돋우었다.
주진우 의원은 "선관위 직원들의 변명"이 담긴 보고라고 지적했고, 김은혜 의원은 "통렬하게 반성하며 '조작이었다' 말하고 사과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그 말이 없다"고 했다. 신동욱 의원은 "이 정도 부정이라면 저는 부정으로 본다"고 날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선관위 투표율 오입력에 대한 '의도성'을 캐는 질문 이어졌다. 김 의원은 "이게 조정이겠나 조작이겠나"라며 "선관위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선거 조작 지침에 대해서 몰랐다고 다들 말씀하신다면 결론은 한 가지다. 선관위 선거 조작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21대 대선, 22대 총선 그리고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과거 선거에서부터 반복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이 범죄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이걸 알았다면 (선관위의) 배임이고, 몰랐으면 무능"이라며 "이 조작을 누구를 위해 했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은 "투표자 수 임의 조작은 결국 '득표자 수 조작'(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만든다"며 "(선관위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은 "저희가 잘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 향후 절대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도 "죄송하다. 면밀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0일 국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전당대회 중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당연히 이겨야 했을 6·3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며 “그걸 잘 반성할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같이 당권 투쟁을 하면 되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우 전 의장은 최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잘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간 내란 극복을 앞세워왔다”며 “국민의 삶도 살펴야 하는데 나머지 가치를 다 뒤로 미뤄두고 내란 극복에만 너무 집중해온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처럼 민주주의의 틀을 확고히 다지는 과제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1년간 국민이 보시기에 이미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전 의장은 “내란 청산을 위한 틀은 만들어졌고, 잘못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가 할 것”이라며 “내부에서 정교하게 토론해야 할 작업을 미숙하게 겉으로 드러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의 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고 그 성과를 국민 전체로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우 전 의장은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AI까지 새로운 비전을 만들면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성과를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은 그걸 지원하면서도 그로 인한 성과가 일부에게만 가는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집권 여당, 다수당으로서 해야 할 구실”이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아리랑》 수록곡 에일리언즈 〈Aliens〉의 가사 일부다. 전 세계에 거대한 팬덤 ‘아미(ARMY)’를 거느린 그들이 스스로를 ‘외계인(Alien)’으로 칭한 것은 과장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그래미 어워드가 ‘아시아 팝’ 부문을 신설한 배경에는 서구와 나머지를 뭉뚱그려 구분하는 차별의 시선이 깔려 있다. 이번 그래미 사태를 계기로 에일리언즈〈Aliens〉는 도리어 역주행하며 며칠간 세계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인류 문화사에서 ‘이방인(외계인)’과 ‘문명인’의 주도권 다툼은 늘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판도를 바꾸는 균열은 때로 뜻밖의 장소에서 불쑥 터져 나와 기존의 게임 법칙을 흔들어 놓곤 했다.
사진 1. 워싱턴 DC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재즈 콘서트를 연 음악가들. 1941년.
1939년 워싱턴 DC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벌어진 일도 그러했다. 당시 대사는 메흐메트 뮤니르 에르테균(Mehmet Munir Ertegun)이었다. 그는 독실한 무슬림이었지만, 아타튀르크의 법률 고문으로서 1923년 세속주의 튀르키예 공화국을 설립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25년부터 스위스, 프랑스, 영국 대사를 역임했고, 1934년 튀르키예 공화국 최초로 미국 대사로 임명된 베테랑 외교관이었다.
그에게는 세 자녀가 있었다. 어린 시절을 유럽에서 보낸 아이들에게 미국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식당, 학교, 대중교통, 거리, 공연장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공간이 흑백의 피부색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은 금기였기 때문이다.
사진 2. 1865년 미국에서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인종차별의 뿌리는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출처 : bostonreview.net
아직 십 대였던 대사의 두 아들은 이러한 인종차별을 깊은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1917년생인 큰아들 네수히(Nesuhi)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빅밴드, 블루스, 스윙 음악 등에 매료되어 있었다. 동생 역시 형의 뒤를 따랐다. 바이올린부터 피아노까지 자유자재로 연주하고 춤과 노래에도 능했던 어머니는 형제들에게 영감을 주는 최고의 뮤즈였다.
1920년대 튀르키예의 어린아이들이 뉴올리언스의 진득한 감성이 담긴 블루스에 빠져 있는 모습은 선뜻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진정한 ‘재즈 덕후’였다. 1930년대에 이들이 수집한 재즈 음반은 이미 2만 장을 넘어섰고, 10년 후에는 5만 장 이상을 기록할 정도였다. 아버지가 주미 대사로 부임했을 때, 형제는 드디어 루이 암스트롱의 나라에 가게 되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사진 3. 아흐메트와 네수히 에르테균 형제.
형제는 재즈 콘서트를 부지런히 찾아다녔지만, 하렘의 클럽에서 생생한 라이브 연주를 듣겠다는 그들의 ‘아메리칸드림’은 산산조각이 났다. 백인으로 분류되었던 이들은 흑인 주거 구역으로 자유롭게 넘어갈 수도, 음반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음악은 색맹”이라고 믿던 이 어린 재즈 마니아들에게는 뼈아픈 현실이었다. 형제는 미국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명문 학교에서 또래들과 어울리고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대신, 수업을 빼먹고 워싱턴의 흑인 구역을 몰래 기웃거리며 재즈를 향한 갈증을 채워 나갔다.
그러던 1939년, 두 형제가 머리를 맞대고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결단을 내리게 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 4. 1939년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7만 5000여 관중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마리안 앤더슨의 공연. 출처 : www.kennedy-center.org
도화선이 된 것은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서던 오페라 가수 마리안 앤더슨의 공연 무산 사건이었다. 그녀는 워싱턴 헌법홀에서 흑인과 백인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듣는 콘서트를 기획했으나, ‘미국혁명의 딸들(DAR)’이라는 보수 단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인종차별을 둘러싼 분노가 온 사회를 거세게 흔들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부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 결과 그해 4월 부활절, 앤더슨은 링컨 기념관 계단 위에서 7만 5천 명의 관중이 몰려든 가운데 역사적인 공연을 마쳤다.
에르테균 대사 부부는 라디오 생중계를 들으며 미국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에 격노했다. 이를 계기로 아흐메트와 네수히 형제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연주하고 식사하는 자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당시 일반적인 미국 사회 분위기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기획이었다. 형제는 매주 토요일 재즈 클럽의 음악가들을 다음 날 튀르키예 대사관 관저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연주를 즐겼다. 지인들과 재즈 팬들도 모여들었다.
사진 5. 1940년대 초반 워싱턴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은 재즈의 선율 속에 인종 차별의 굳건한 장벽이 녹아내리는 낙원이었다.
사진 6. 튀르키예 대사관은 피부색 차별 없이 흑인과 백인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자유지대였다.
사실 대사는 음악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루 다섯 번씩 꼬박꼬박 기도를 올리는 독실한 무슬림이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튀르키예의 2차 세계대전 참전을 압박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운을 짊어진 외교적 책무로 분주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사는 튀르키예 대사관이 흑백 재즈 뮤지션들의 성지가 되는 것을 용인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은 미국 남부 출신의 한 상원의원이 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관저 주변을 지나다 보니 흑인들이 귀 대사관의 정문으로 출입하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앞으로는 후문으로 통행하도록 하십시오.”
대사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편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손님은 모두 정문으로 들어옵니다. 신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원님께서 정 원하신다면, 의원님께는 후문도 열어두겠습니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여느 때처럼 대사관저에서 휴일 재즈 콘서트가 열리던 날이었다. 마침 관저 반대편에서 다른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던 대사를 위해, 큰아들 네수히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자 대사가 아들을 저지하며 말했다.
“문은 열어두어라. 여기 계신 손님들도 음악을 들으실 수 있게 말이다.”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워싱턴 한복판,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인종차별의 굳건한 장벽이 재즈의 선율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사진 7. 아흐메트, 네수히 형제와 듀크 엘링턴 등 뮤지션들.
대사의 통쾌한 태도에 고무된 에르테균 형제는 이제 대사관 밖으로 무대를 넓혀 콘서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흑백 관객이 한데 섞여 앉을 수 있는 장소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간신히 섭외한 첫 장소가 유대인 협회 건물이었고, 두 번째로 찾은 곳이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이었다. 처음에 프레스 클럽 측은 대관을 거절했으나, 네수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종차별 문제로 큰 사회적 낭패를 겪게 될 것이라며 배짱 있게 압박하여 끝내 콘서트를 성사시켰다.
유럽인도, 기독교인도 아니며, 치외법권을 누린다 한들 여전히 이방인에 불과했던 이 튀르키예 형제는 음악에서 인종 차별의 색깔을 걷어내며 미국 주류 음악계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1944년, 아버지 메흐메트 뮤니르 에르테균 대사가 세상을 떠났다. 2년 뒤 그의 유해는 미국 미주리호(USS Missouri)에 실려 고국 이스탄불로 돌아갔다. 미주리호는 1945년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했던 미국의 정예 전함이었다. 자국에서 타계한 외국 대사를 전함까지 동원해 본국으로 송환한 사례는 미국 역사상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튀르키예 대사관에 세워졌던 ‘재즈의 낙원’도 사라졌다. 다른 가족들은 튀르키예로 돌아갔으나 두 형제는 미국에 남기로 했다. 형 네수히는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재즈 레코드숍 주인과 결혼했고, 동생 아흐메트는 1947년 뉴욕에서 아예 블루스 전문 음반사를 설립했다. 훗날 대중음악사의 전설이 된 ‘애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의 시작이었다.
사진 8. 롤링 스톤즈 잡지는 아레타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을 역대 가장 위대한 가수 100인 목록에서 1위로 선정했다. 아틀랜틱 녹음실에서 찍은 아흐메트 에르테균과 아레타 프랭클린.
초기 레이블의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다. 아흐메트는 창업 자금을 마련하려 어린 시절 수집했던 수만 장의 음반을 처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업 밑천은 치과 주치의에게서 나왔다. 과거 대사관에서 월급을 받으며 가족의 치아를 돌봐주었던 의사를 ‘꼬드겨’ 1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낸 것이다. 의사의 제자였던 허브 에이브럼슨(Herb Abramson)도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설립 후 몇 년간은 제작한 음반이 단 한 장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참담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4~5년이 지나자 애틀랜틱 레코드는 반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주류의 틀에 매이지 않는 ‘반골 기질’을 지닌 이들이 모여 미국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빌보드지 기자 출신인 제리 웩슬러(Jerry Wexler)는 입대한 허브 에이브럼슨을 대신해 제작자로 합류했다. 당시 음악계에서 흑인 음악 음반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는 '인종 음반(Race Record)'이었다. 이처럼 차별적 선입견이 담긴 명칭 대신, 장르 자체의 음악적 특색을 살린 ‘리듬 앤 블루스(Rhythm and Blues, R&B)’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하고 통용시킨 인물이 바로 제리 웩슬러였다.
사진 9. 재즈 음악의 전설 레이 찰스(Ray Charles)와 에흐메트 에르테균.
애틀랜틱 레코드의 음반은 소리부터 달랐다. 당시 일반적인 음반사들은 흑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에르테균은 최고 수준의 음질을 구현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훗날 최상의 음향을 뜻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애틀랜틱 퀄리티’를 완성한 주역은 톰 다우드(Tom Dowd)였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인재였다. 그러나 폐쇄적인 연구 풍토에 반발해 학계를 떠난 뒤 음향 엔지니어로서 독보적인 재능을 꽃피웠다.
여기에 미국인 그 누구보다도 재즈를 깊이 이해했던 이방인, 에르테균 형제가 있었다. 아흐메트는 특유의 친화력을 무기로 수많은 흑인 아티스트들을 섭외했다. 재즈에 통달했을 뿐만 아니라 흑인 특유의 억양으로 “나랑 작업 하나 합시다”라고 밀어붙이는 그의 스타일은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대학에서 재즈사를 강의할 만큼 깊은 식견을 가졌던 형 네수히와 아흐메트 형제는 원석 같은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발로 뛰며 누볐다.
루스 브라운(Ruth Brown), 레이 찰스(Ray Charles), 아레타 프랭클린(Aretha Franklin) 같은 거장들이 애틀랜틱 레코드를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았다. 애틀랜틱은 흑인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최상의 음질로 구현해 전 세계에 알렸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 오르넷 콜먼(Ornette Coleman), 모던 재즈 쿼텟(Modern Jazz Quartet) 등 재즈사의 빛나는 이름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비단 재즈와 R&B뿐만이 아니었다. 크림(Cream),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같은 록의 전설들 역시 애틀랜틱의 품 안에서 음악적 전성기를 누렸다.
사진 10. 믹 재거(롤링 스톤즈), 로버트 플랜트 (레드 제플린), 필 콜린스, 밴드 크림. 시계방향.
1983년, ‘록앤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 설립을 주도하고 성사시킨 주역이 아흐메트 에르테균이었던 것도 우연은 아니다. 미국 음악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에는 아흐메트가, 1991년에는 형 네수히가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흥미롭게도 두 형제는 ‘미국 축구 명예의 전당(National Soccer Hall of Fame)’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형제가 1971년 뉴욕 코스모스(New York Cosmos) 축구단을 창단하고 축구 황제 펠레(Pelé)를 미국으로 초대해 미국 축구 부흥을 이끈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아흐메트 에르테균의 마지막은 생애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2006년 12월, 롤링 스톤스의 콘서트 뒤 무대에서 넘어져 의식을 잃고 한 달 반뒤 83세의 나이로 운명했던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추모 공연을 올렸다.
사진 11. 레드 제플린은 1980년 해체 이후 2007년 런던 O2 아레나에서 아흐메트 에르테균을 기리는 추모 공연을 펼쳤다.
사진 12. 2007년 레드 제플린 공연.
2007년 뉴욕에서는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를 필두로 에릭 클랩턴(Eric Clapton), 닥터 존(Dr. John), 솔로몬 버크(Solomon Burke), 벤 E. 킹(Ben E. King), 샘 무어(Sam Moore), 스티비 닉스(Stevie Nicks),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Crosby, Stills, Nash & Young), 필 콜린스(Phil Collins) 등 시대의 거장들이 모여 그를 위한 추모 콘서트를 열었다. 1980년 해체 콘서트 이후 노장이 된 레드 제플린 멤버들이 2007년 런던 O2 아레나 무대에 다시 모여 전설적인 재결합 공연을 펼친 이유 역시 아흐메트 에르테균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아흐메트과 형 네수히 에르테균은 십대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뉴욕 할렘의 뒷골목 클럽에서 자유롭게 재즈를 듣는 꿈을 꾸었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고, 인종과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아메리칸 드림을 그들은 음악으로 이루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은 그래미상 출품을 거부하며 다음과 같이 소신을 밝혔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음악의 힘으로 편견과 차별의 구도를 뒤흔들었던 아흐메트 에르테균이 이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응수하지 않았을까.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서울 양천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보트하우스가 즐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도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로 활용해볼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 원으로 잡아도 1만 세대를 공급하는 데 총 5000억 원 수준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의원님부터 들어가서 사시라” “의원님 자식부터 살게 해봐라” “자신은 아파트에 살면서” 등 온라인상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또 생성형 AI를 통해 폐버스 주택 이미지가 만들어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10일자 한겨레 만평.
논란이 커지자 황희 의원은 게시물을 올린 지 2시간30분 만에 삭제하고 “버스 하우스 개념은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해프닝으로 봐달라”며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힌 상황이다. 그 부분은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 민주당은 청년이 처한 주택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0일자 아침신문들은 “민주당, 2030 세대 처한 현실 공감 못하는 감수성의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한국일보), “청년들 분노에 불 질러”(조선일보),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중앙일보), “공급대책 빈곤에 허덕이는 정부·여당의 딱한 처지와 무능 단적으로 드러내”(세계일보) 등 비판을 사설을 통해 내놨다.
“폐버스 주택” 발언에 조선일보 “청년들 분노에 불 질러” 한국일보 “민주당 2030 감수성”
한국일보는 <“폐버스로 청년주택”, 이게 민주당 2030 감수성> 사설에서 “버려진 버스를 청년주택으로 활용하자는 여당 의원의 제안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2030 세대가 처한 현실에 공감하지 못하는 감수성의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이러고도 왜 2030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는지 모르니 답답하다”라고 비판했다.
헌국일보는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이후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 사실을 언급하며 “해답은 누구나 알았다. 민주당이 기득권이면서도 이를 부정하고, 일자리·주거를 비롯해 청년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현안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라면서 “청년에게 외면받는 실책을 차곡차곡 쌓아만 가는 정당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청년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공감능력이 절실해 보인다”라고 당부했다.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주식·부동산 이어 ‘폐버스 주택’, 청년층 분노 두렵지 않나> 사설에서 “청년에 대한 집권 여당의 무감각은 심각할 정도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지난 주말 청년을 위해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청년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라며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는 현 집권 세력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선거 때만 청년 문제를 걱정하는 척하다 선거가 끝나면 오히려 청년에 불리한 정책을 쏟아내면 청년층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도 <하다 하다 ‘폐버스 주택’이라니… 파격 공급 없이는 백약이 무효> 사설에서 “황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발을 뺐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라고 했다.
이어 “올 상반기 수도권의 주택착공은 연 목표치(26만9000호)의 24.2%에 그쳤고 서울의 입주물량(1만2251호)도 1년 전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 툭하면 ‘닥치고 공급’이라고 공언한 속도전이 빈말에 그친 셈이다. 그 사이 매매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한 뒤 “이번에도 누구나 원하는 주택을 제때 공급한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주지 못한다면 과거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10일자 세계일보 사설.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닥공’한다더니…뭐 하다 버스하우스까지 나오나> 사설을 통해 “심각한 주택 공급 절벽 속에서 수요 억제와 세금 강화 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최근 여권의 상황을 보면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뒤 “여권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 잘못된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하고, 현실적인 공급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라고 했다.
갈등 치닫는 민주당 전대… 한겨레 “분열 후유증 감당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순회경선 일정이 지난 1일 충청권(대전, 세종, 충남, 충북)을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 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까지 끝났다. 이제 호남(15일)과 경기·서울(16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호남과 경기·서울 두 지역 권리당원 비율이 전체의 70%에 이르러 이번 주가 당권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될 예정이다.
▲10일자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5면 <김민석, 박빙 1위로 역전… 이번 주말 호남서 승부 갈린다> 기사에서 “김 후보와 정 후보가 여전히 1.48%포인트 차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세 후보 모두 전체 권리당원의 33%를 차지하는 호남을 향해 집중 구애를 펼쳐온 만큼 아직까진 승패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호남 순회경선 결과가 ‘대세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각 후보는 막판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5면 <김민석, 3086표차 ‘박빙 우위’…‘슈퍼 위크’서 결판난다> 기사에서 “이제 후보들의 시선은 ‘슈퍼 위크’라 이르는 이번 주말로 향하고 있다. 15일 결과가 발표되는 호남은 전체 권리당원 중 33%가, 16일 발표되는 서울·경기는 38%의 당원이 밀집해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는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줄곧 이어갔다. 반명과 친명, 친노무현이 아니라는 배신자 등의 프레임과 신천지 개입 의혹 제기, 당 대표가 되면 서로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10일자 한겨레 5면.
한겨레는 5면 <청와대도 민주당도 전대 이후 후유증 우려>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 간 공방이 격해지면서 청와대와 여당 안팎에서 전당대회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임 국무총리와 전임 당대표가 치르는 당권 경쟁이 계파 간 충돌을 넘어, 정부 정책 논쟁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한겨레에 “전대 이후 분열된 상황을 잘 봉합해서 하나로 가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수도권 다선 의원은 한겨레에 “(갈등 봉합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후보자들이 곧장 승복하더라도 지지층 간 분열과 갈등이 워낙 깊어 우려된다”고 했다.
▲10일자 경향신문 만평.
▲10일자 한겨레 5면.
이어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여당 대표 경선 이제 종반전, 비전 경쟁할 마지막 기회> “이번 8·17 민주당 전당대회는 ‘적통’과 ‘파묘’ 논란으로 시작해 상호 낙인찍기와 비방전으로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민석·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정청래 후보를 반명·분열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번 전대를 친명 대 반명 구도로 끌어가려 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 후보를 겨냥한 ‘신천지 개입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친명 대 반명이 아니라 친석(친김민석)과 친청(친정청래)이 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김 후보의 과거 탈당 이력을 거론하며 ‘배신자’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다”라며 “분명한 근거도 대지 못하는 외부 세력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24년 전 탈당 이력을 들춰내는 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나. 또 전당대회 이후에도 함께 당을 꾸려가야 할 처지에 서로를 반명, 배신자로 낙인찍어서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10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대로 민주당 당권 경쟁이 끝난다면, 누가 당대표가 된들 분열과 갈등 증폭의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다. 여권에 대한 국민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한주만은 집권여당에 걸맞은 당권 경쟁의 전범을 세워 보여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축구협회 ‘성접대’ 사과했지만… 경향신문 “분노를 넘어 참담함”
JTBC ‘뉴스룸’은 지난 6일 2011~2012년 축구협회가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에게 성접대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자 지난 8일 축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국회 청문회에 있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 현재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국민 참담하게 한 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 사설에서 “감사 내용을 보면,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월드컵·올림픽 예선 3경기와 평가전 4경기를 담당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명에게 성접대가 이뤄졌다. 한국 축구는 이들 경기에서 ‘5승2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성접대가 한국에 유리한 판정으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노력을 모욕하고 나라 망신까지 시킨 것이라 지탄을 피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10일자 경향신문 사설.
그러면서 “축구협회 감사 보고서에서 드러난 행태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2012년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 심판 2명의 접대를 위해 서울 강남구 안마시술소에서 협회가 50만원을 결제했고, 2011년 9월 열린 런던 올림픽 예선전의 심판 4명 접대에도 경남 창원의 안마시술소에서 76만원이 사용됐다. 2011년 3월 한국·온두라스전 친선경기 때도 참가 심판들이 안마시술소에서 접대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를 축구협회가 승인해왔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협회는 관행이었다고 둘러대지만,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심판 접대 행위 자체만으로도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경향신문은 “감사에서 적발되고도 당시 왜 공개되지 않았는지는 물론 무혐의로 처분한 검찰의 부실 수사 정황에 대해 재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축구협회는 해체 수준의 고강도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 수도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돌봄 노동의 최전선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어봤다.
1. 요양보호사의 하루 일과는 대략 어떤가요?
조인숙(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구립한남요양원분회 분회장, 이하 이은복(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시립중계요양원분회 분회장, 이후 '이') - 제가 있는 요양원은 오전, 오후, 나이트로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해요. 오전조가 출근하려면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하죠. 7시 출근하자마자 어르신들 아침식사를 챙깁니다. 그러고 나서 체조, 물리치료, 프로그램 이동을 위해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워야 해요. 저희 요양보호사들은 아침식사도 못하고 빈속으로 고강도 업무를 수행해야 하니, 이때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입니다.
이후 청소와 기저귀 케어를 하고 나서 어르신들 점심식사를 도와드립니다. 그러고는 30분의 짧은 식사시간이 있는데, 이때 비로소 편히 앉아서 땀을 닦습니다. 오후 1시에 오후조가 출근하면 기저귀 케어와 목욕이 이어집니다. 어르신 한 분당 주 2회 목욕을 시켜드려야 하니 하루 8~12명이 목욕을 하거든요. 기저귀 케어에서 시작해서 목욕 서비스까지가 요양보호사가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시간입니다. 목욕이 끝나면 오후 근무자가 어르신들에게 간식을 드리고 유닛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시간대별로 물리치료, 외출, 면회를 위해 휠체어 승하차를 수시로 합니다. 야간 근무도 8시간이고요.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잡아요.
'조') - 근무 시간대가 데이, 미드, 이브, 나이트로 나뉘어 있어요. 스케줄에 맞춰 돌아가면서 출근하고요. 가장 핵심인 데이 근무 위주로 말씀드리면 아침 7시 출근, 4시 퇴근인데 제일 먼저 하는 게 청소죠. 청소 후에 어르신들 식사 준비를 위해서 일으켜 드리고, 식사와 약 복용 도와드리고, 기저귀 케어와 목욕을 해요. 프로그램 가시는 분들 보내드리고, 간식 드리고 나면 또 식사 준비로 이어져요. 중간중간에 세탁실에서 빨래가 올라오면 개서 집어넣고, 또 대변 실수를 처리하죠.
고현종(종로시니어클럽 관장, 이하 '고') - 시설 근무가 아니라 재가 방식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경우 패턴이 조금 다릅니다. 재가는 방문 요양이니까, 보통 아침에 출근하면 빨래와 청소부터 시작합니다. 요실금이나 변실금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음으로 어르신 식사를 챙겨드리죠. 보통 재가요양보호사는 가구당 3시간 근무하거든요. 9시에 도착해서 간단한 아침을 챙겨드렸다면 중간에 세탁과 청소를 하고, 다시 12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집니다.
2. 임금 실태는 어떤가요?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이 -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어요. 기본급 외에는 야간수당이나 연차수당 등이 있는데, 각종 수당은 시설별로 차이가 있고 시기별 변동도 있어요.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조금 낫죠. 제가 있는 곳은 시립요양원이고 노조가 있는데도 약간의 근속수당 외에 경력에 따른 보상은 거의 없어요. 일반 요양원도 똑같거나, 더 심하겠죠.
조 – 제가 일하는 구립 요양원은 매년 1월에 기본급을 2% 정도 인상해요. 최저임금도 매년 2% 정도씩 올라가니까 그러면 (우리 임금이) 최저임금을 약간 웃돌게 되거든요. 그렇게 기본급을 미리 올려놓고, 임금협상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주고 있다'고 이야기하죠. 재작년에는 설날 명절수당이 너무 적어서 싸웠는데, (사측에서는)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니까 대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곳에도 장기근속장려금만 있고, 경력에 따른 보상은 따로 없어요. 전 원장 때는 약간의 차등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고 - 요양보호사 중에서도 민간업체에 소속되어 방문 요양 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이동시간이 있잖아요.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서 한 집에 가서 3시간 하고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치면, 그 1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교통비도 스스로 부담해야 해요. 그리고 가정에서 갑자기 '오늘 사정이 생겼으니 오지 마세요'라고 해도 노동시간 인정을 못 받아요. 그래서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은 대기시간, 이동시간 같은 것을 더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요. 그리고 휴게시간도 없으니, 그런 점에서는 처우가 더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쪽 다 처우 개선이 필요하고요, 호봉 체계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요양보호사로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고, 그 경력에 맞는 임금을 적용받도록 하는 거죠.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조인숙, 이은복, 고현종. ⓒ안진이
3. 노동 강도가 높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에서 고강도 노동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 시설 근무의 경우 요양보호사 한 명이 어르신 8명에서 10명을 담당합니다.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24명, 이런 식으로 관리하고요. 숨 돌릴 틈이 없어요.
조 – 근무시간 동안 어르신 한 명당 세 번에서 네 번씩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다시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게 가장 힘들어요. 오전, 오후 해서 프로그램이 2개면 2번 보내드려야 하고, 기저귀 케어하려면 침상으로 다시 모셔야 하고요. 그렇게 왕복 4번이라면 총 8번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상태가 다 다르잖아요. 어떤 분은 힘이 하나도 없이 축 늘어져 계시거든요. 그런 분은 3명이 같이 들어도 힘들어요. 또 어떤 분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힘들고요. 또 온몸에 골다공증이 너무 심해서 살짝만 부딪혀도 뼈가 부러지는 분도 있어요. 그런 분을 옮길 때는 진짜로 긴장하죠.
근무자가 많으면 일을 분담할 수 있으니 그래도 괜찮아요. 만약 그날 데이 근무자가 2명에 9시~6시 근무하는 미드가 1명밖에 없다고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죠. 제정신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어떤 때는 어르신들이 불러서 뭘 물어보는데 대답도 못할 정도로 바빠요. 그런데 중간중간 대변 보시는 분들이 벨 누르면 또 가야 하고요. 세탁물이 두 번 올라오는데, 두 번 다 세탁물 정리해서 어르신들 방에 놓거나 사물함에 넣거나 해야 하거든요. 중간에 외출 나가시는 분, 외박 다녀오시는 분, 면회 일정도 다 관리해야 하니 커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없어요. 일요일이면 외박 갔다 들어오시는 분이 보통 둘 정도 있고, 면회가 오전과 오후 각각 두 타임인데 어떤 때는 그걸 제가 있는 층에서 다 처리해요. 면회 있어도 어르신을 침대에서 내려서 이동하니까요. 요양보호사 2~3명이 그걸 다 하려면 얼마나 바쁘겠어요.
어제만 해도 우리 시설의 신입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넋이 나간 얼굴이었어요. 제가 '많이 힘드셨어요?'라고 물었는데 대답도 못 하시더라고요. 그날그날 근무 인원 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4. 현장의 재해 위험을 평가하신다면요?
조 - 근골격계 질환이 제일 많아요. 요양보호사님들 중에 어깨, 허리, 무릎 수술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온몸의 힘을 짜내서 힘을 쓰다 보니 쇠약해져서 눈길에 넘어지거나 하면 골절도 많아요. 골절을 당해도 다른 근무자들한테 미안해서 충분히 못 쉬고 다시 일하러 나와요. 그러면 원래 3년은 더 일할 수 있었던 분이 1년 더 일하고 퇴사해 버립니다. 출퇴근길에 다치는 경우 산재 신청을 안 하고 그냥 병가로 최소 날짜만 쉬고 다시 나오시기도 해요. 산재든 병가든 누가 다치면 대체 인력이 들어와 줘야 하는데, 회사에서 그걸 안 해주니까 선생님들이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못 쉬는 거죠.
이 - 우리 조합원들 중 1년에 7명 정도가 허리 시술을 하시는 것 같아요. 수술은 회복 기간이 긴데 시술을 하면 그래도 빠르게 출근할 수 있으니까 일단 시술로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 나중에 재발해서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은 허리 아파도 다 참고 일하는 거죠. 휠체어 이동이 제일 힘들죠. 또 공단 지침에 따라서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해드려야 하니, 2시간마다 같은 근육을 계속 쓰거든요. 여기저기 안 아픈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어르신들 목욕시킬 때 땀이 엄청 많이 납니다. 그 땀이 눈으로 들어가서 쓰라리고, 눈이 빨리 나빠지더라고요. 야간 근무 때는 밤을 꼬박 새우니까 면역기피증 같은 질환도 생기고, 유방암도 많이 발생해요. 최저임금하고 비슷하게 받으면서도 병원비가 엄청나게 들어요.
조 - 어르신들끼리 싸움도 나고, 낙상 사고도 일어나요. 또 갑자기 호흡이 불안정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다가 맞아도 회사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겁니다. 보호자한테 고지도 잘 안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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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입소자가 다른 입소자를 때리거나 싸움이 나면 큰일이에요. 퇴소하게 되죠. 그런데 입소자가 요양보호사한테 폭력을 쓰면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는 거예요. 특히 성추행이 심해요. 남자 입소자들이 여자 요양보호사에게 성추행을 하는 거죠. 저는 장기요양기관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 – 교육밖에 답이 없어요. 보호자들도 시설에 부모를 맡기고 돈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되고 어떤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고 – 성추행이든 폭력이든 시설보다 재가 쪽이 조금 더 많습니다. 보호자 갑질도 있고요. 특히 여자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남자 어르신 집에 가면 밀폐된 공간이라 위험도가 굉장히 높아요.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특히 민간업체들은 한 명이라도 대상자를 더 확보하려고 하니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대상자를) 끝까지 안고 가려고 하죠.
어르신이 치매가 있는 경우 실제로는 그게 아닌데도 요양보호사가 뭘 훔쳐갔다, 나를 때렸다라고 자기 보호자에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보호자는 부모의 말만 듣고 항의를 하게 되죠. 그러면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안 그랬어도 증명할 길이 없잖아요. 그 요양보호사를 파견한 센터에 클레임이 들어가고, 인사상 불이익도 있을 수 있으니 대처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가정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할 수도 없고요.
5. 일하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이 - 목욕을 시원하게 시켜드리면 어르신들이 '고맙다', '자식보다 낫다' 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또 정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간식을 드려도 같이 먹자고 해요.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끼죠.
치매 어르신들도 (우리가) 본인을 알뜰살뜰하게 잘 보살펴준다는 걸 아시거든요. 기억이 없는 거지 그 순간의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기저귀 케어하러 왔다고 말씀드리기만 해도 웃으면서 반겨주시고, 팔을 잡으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해요.
조 - 평상시에 말이 거의 없는 어르신인데, 식사 가져다 드리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기저귀 케어해 주면 '고생했다'고 하시고 또 기분 좋으실 때는 '땡큐'도 하시거든요. ‘땡큐’가 한 번 나오면 계속되는데, 그런 말을 듣는 순간 힘들었던 게 싹 없어져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고맙다는 인삿말을 꼭 듣거든요. 보호자들도 면회나 외출 때문에 오실 때 고맙다고 하시는데 진심이 느껴지는 분들이 있고요.
6.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도 현장에 인력이 부족하고, 앞으로는 수십만 명이 부족할 거라고도 하는데, 계속 이렇게 가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이 - 큰 혼란이 오겠죠. 시설이든 재가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없으면 가족이 돌봐야 하잖아요. 가족 중 한 명이 (자기 생활을) 거의 다 포기하게 되죠.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어려워질 수 있어요.
조 - 집집마다 누군가가 집에 묶여 있으면서 어르신을 돌봐야 하겠죠. 그 사람이 밖에 나가서 돈을 벌지 못하니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해입니다. 그리고 어르신을 돌보느라 경제활동을 못 해서 그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아무리 자기 부모라도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요? 잘 안 되죠. 그냥 미움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요. 사실 어르신들에 대한 노인 학대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 가정이거든요. 그게 점점 늘어나고 학대의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정책을 잘 준비하지 않으면 5년 후, 10년 후에 어떤 혼란이 올지 상상도 못하겠어요.
이 - 그리고 요양보호사 수가 더 줄어들면 우리가 1인당 담당하는 어르신들의 수가 더 많아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악순환이 일어나요. 요양보호사들이 그 부담을 못 견디고 나가버리는 거죠. 지금도 280만명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왜 요양보호사 일을 안 할까요? 노동의 가치에 비해 임금 저평가가 심하고 또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격증 취득자만 늘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고 지금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잘 묶어두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도 자꾸 사람을 떠나보내고 있어요.
조 - 내년 되면 더 모자라고 내후년 되면 더 모자랄 겁니다. 지금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나이가 들어서 더는 일할 수 없게 되거든요. 인력을 충원해서 일을 분산시키면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요양보호사 임금을 최저임금에 묶어놓지 않고 호봉제처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고 – 맞습니다. 자격증 취득자만 늘리기보다는, 현재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자격증을 이미 가진 분들이 나오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자격증을 가진 분들 중 일부는 부모를 돌보기 위해서나 나중에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공부하신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 외에 생계를 위해 일을 하려는 분들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고민을 해봐야죠.
저는 돌봄도 꼭 고령층 일자리라기보다 고령층, 중장년층, 청년층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노동조건이라든가 돌봄 일에 부여하는 의미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의사들이 인체를 돌본다면 요양보호사들은 더 넓게 인생 전반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잖아요. 요양보호사란 '인생을 돌보는 사람' '인생을 재설계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더 명확하게 일의 의미를 정의하면 30대나 40대 젊은 층도 요양보호사로 유입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 - 비수도권 대책도 필요합니다. 지방은 요양보호사 구인난이 훨씬 더 심각해요. 그러니까 업체들을 지방에 만들지 못하고 서울에 몰려 있는 거예요. 서울만 그렇고, 의정부만 가도 구인난이 심해서 70세 넘은 요양보호사들이 계속 일하고 있어요.
고 - 지방에서 시설을 운영하려면 요양보호사 구하기도 어렵지만 입소 대상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춘천에 있는 구립 요양원은 구립인데도 대상자를 못 구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시설 운영 자체가 어려우니까 요양보호사 채용도 적고요. 국가 차원에서 지방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어렵죠.
7. 돌봄 일자리에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잘 안 되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고 -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생기면서 몇 년 사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붐이 일었는데, 대부분 자기 가족을 돌보겠다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일단 취득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족 돌봄을 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닌 거죠. 재가 요양보호사들이 와서 돌봐주실 때 이야기를 나눠봐도 너무 힘들겠다 싶은 거죠.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이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의 가치가 많이 평가절하되어 있어요. 이것저것 하다가 맨 마지막에 하는 일이라는 관념이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은 더 안 하려고 하죠.
이 - 한국 장기요양보험이 처음에는 일본의 개호보험을 많이 따라했어요. 일본은 개호 종사자가 대부분 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젊은 편이에요. 한국에서도 전문 학교를 설립해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올리면 그 학과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당연히 올 거라고 봐요. 사회적 인식도 바뀔 수 있고요. 치매, 임종, 재활 이런 식으로 전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을 유입시키려면 당연히 임금과 처우가 좋아야겠죠. 청년들은 당장의 임금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자기 미래까지 생각하는 거니까요.
조 - 그래서 요양보호사 호봉제나 직급제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열심히 일하면 월급도 점점 올라가고 시설 내에서 직급도 올라간다는 그런 미래가 보여야 젊은 사람들이 오겠죠.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지 않고 값싼 노동력 취급만 하면 청년이 어떻게 오겠어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거랑 시급이 똑같으면 누가 오겠어요?
고 –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가 아닌 생활임금 이상의 월급을 보장해야 합니다. 전일제와 월급제 일자리를 늘리고, 경력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 또는 표준임금표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 요양보호에 치매, 재활, 임종, 의료적 돌봄 등 전문분야를 만들고 추가 교육과 자격이 임금으로 연결되게 해야 합니다. 팀장, 교육자, 사례관리자 등 승진 경로도 당연히 필요하고요.
8. 로봇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서 문제(인력 부족)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휠체어 승하차를 로봇에게 맡긴다면서, 사람을 들어올리는 리프트 로봇을 도입했거든요. 그런데 (들어올리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우리가 그걸 못 써요. 도 닦아야 되는 수준이에요. 비싼 돈을 주고 그걸 사서 그냥 세워놓고 있어요. 또 대변 보조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걸 기다리다가는 너무 늦어요. 그렇다고 근무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아니니고요.
조 - 로봇이 요양보호사 일을 대신한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현장에 와서 단 하루라도 우리 스케줄대로 일해 봐야 합니다.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대책은 와닿지 않거든요. 우리가 계속 이야기했지만, 기존에 있는 인력이라도 빠져나가지 않게 방어를 해줘야죠. 방법은 간단해요. 요양보호사들이 소모품이 아니거든요.
회사에 충성을 요구하려면 월급을 올려줘야죠. 최저시급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생활임금에서 출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바뀌는 게 있어야죠. 그리고 경력이 인정되어야 하고요. 그런 것부터 바꾸면 좋겠어요.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데려와서 교육시키는 데도 돈이 들잖아요. 한국말도 서툴 수밖에 없고요. 사람만 데려다 채워 넣으면 되는 게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와야 합니다.
고 - 로봇이 아직은 비싸기만 하고 실제 활용도가 낮아요.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AI라든가 기계의 도움을 받는 사회로 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치매 노인분들 집에 있을 때 AI가 모닝콜이나 안부전화를 하거든요. 예전에는 사람이 다 했던 일이죠. 돌봄 영역에서도 일정 부분은 기계가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도와주게 되겠죠. 그러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서 벗어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공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외국인 돌봄 노동자들을 데려와서 최저임금 이하의 값싼 임금을 주겠다는 것에는 한국 노동자들도 같이 반대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돌봄 노동시장 자체가 외국인들이 싼값에 일하는 시장이 되어버리면 청년들은 아예 안 들어오게 됩니다. 돌봄 노동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급여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 청년이 들어올 수도 있고, 반대로 청년은 없고 외국인 노동자나 고령자들의 저임금 일자리로 채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9. 요양보호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 - 실제로 보호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분들이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 돌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어요. 또 기관에서는 지금 장기요양 수가가 낮아서 운영이 잘 안 된다고 하고 있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떻겠어요? 사람이 계속 빠져나가는 실정이죠. 이렇게 각자가 다 불만인 상태입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값싼 노동력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는 정부 방침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영방송 등 미디어에서도 요양보호사 한두 사람의 학대 정황 같은 것만 내보내지 말고, 요앙보호사 처우가 얼마나 안 좋은지도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시민들도 알게 되고 인식도 많이 바뀔 것 같아요.
그리고 노년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옵니다. 우리도 '내일의 나를 돌본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솔직히 지금 '내가 나중에 노인이 된다'는 생각을 안 할 거예요. 저도 안 했거든요.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는 걸 생각해서 요양보호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끝)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지난 5일 엑스(X)에 정영훈 변호사의 <오마이뉴스> 기고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성범죄 밝힌 건 검찰 보완수사 아니었다’를 공유하며 쓴 글. ⓒ 엑스(X)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두고 여권 주도로 폐지된 검찰 보완수사권(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주장들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해당 사건 가해자의 성범죄를 밝힌 게 검찰 보완수사가 아니라는 한 변호사 기고가 <오마이뉴스>에 실리자,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보완수사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면서 반박한 것이다.
왜 이런 논쟁이 발생했을까? 돌려차기 사건과 보완수사권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오마이뉴스>가 기고 당사자 변호사와 피해자 국가배상 대리 변호사에게 물었다.
돌려차기 사건과 보완수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간담회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와 함께 말한다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에 참석한 피해자 김진주씨가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논쟁의 발단은 경찰수사개혁위원회 위원인 정영훈 변호사의 글이었다. 정 변호사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에 사견을 전제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성범죄 밝힌 건 검찰 보완수사 아니었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올렸다. 해당 사건 가해자에게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었던 건 검찰 보완수사가 아니라 '공판 과정 추가 증거 조사'가 있었기 때문이란 게 글의 요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부산 서면 한 오피스텔로 귀가하던 여성이 공동현관 앞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돌려차기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가해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성범죄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피해자 김진주(가명)씨의 문제 제기와 추가 DNA 감정을 통해 가해자는 대법원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김씨는 그동안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본인 사건에서 검찰 보완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처음 적용된 혐의대로) 중상해죄로 끝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죄명을 바꿨고, 이후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가해자 DNA를 다시 확인해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해당 기고글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성범죄 목적이 어떻게 밝혀졌는지, 이 사건이 요구하는 개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항소심 검사가 증거 재감정과 공소장 변경에 관여한 건 분명하나, 이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직접 다시 수사해 새로운 범죄를 밝혀낸 보완수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소를 유지하는 검사가 재판부에 증거 조사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채택해 재감정과 검증 등 필요한 증거 조사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한 것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가 아니라 '공판 절차에서 이뤄진 추가 증거 조사'다. 따라서 이 사건을 근거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성범죄 목적도 밝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수사 절차와 공판 절차를 혼동한 것이다." - 8월 5일자 <오마이뉴스> 기고글 일부
다만 정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움직인 건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인이었다며 "피해자 보호의 이름으로 지켜야 할 건 검사의 권한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7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도 "제도 개선으로 피해자 권리가 두텁게 보장돼야 한다는 건 김진주씨와 동일한 입장"이라며 "피해자의 마음을 100%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사 권리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행사돼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 권리가 열악한 건 예전부터 있어 왔던 문제이지, (보완수사권 폐지로) 갑자기 경찰에 수사권이 넘어간다고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보완수사권이 개념상 혼동되고 있다. 보완수사는 경찰이 수사를 다 하고 송치한 뒤 부족한 부분을 검사가 기소 전 직접 수사하는 것이다. 김진주씨 사건 과정을 돌아보면, 경찰은 중상해로 송치했고 검찰이 살인미수로 죄명을 변경했지만 둘 다 결국 (가해자의) 성범죄 목적을 밝히진 못했다. 저는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거다."
반면 김진주씨는 이같은 주장을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김씨는 5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정 변호사 기고를 공유하며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해야 하나, 검찰이 한 거라고"라며 "죄명을 검찰이 바꿔서 강간 등 살인미수까지 그나마 왔다. 죄목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나?"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7월 1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도 "2심(항소심) 재판에서 범행이 강간 등 살인미수로 바뀌면서 20년형으로 형량이 늘었는데, 그때 당시 검찰이 청바지에 120개 구멍을 뚫어 성폭행 관련 가해자 DNA가 추출됐다는 걸 입증해 결국 공소사실이 바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 수사에)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보완수사의 개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진주의 모자이크>에 올린 ‘피해자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 영상 일부. ⓒ 김진주의모자이크
이러한 논쟁이 왜 발생했는가를 보면, 검찰 보완수사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경찰 수사 이후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기소 전 다시 수사하는 것을 법률상 보완수사로 보지만, 김씨는 경찰이 놓친 범죄 정황을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추가로 밝혀내는 것까지도 보완수사로 해석하고 있다. 각자 규정하는 보완수사 의미가 다르다.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선 사건인지 등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송치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법적 근거(제196조)를 삭제했다. 대신 송치되거나 송부된 사건을 검사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범죄의 의심이 있을 땐 사법경찰관에게 수사를 요청하도록 했다. 즉 경찰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겨놨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상 기소 후 재판 절차는 재판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항소심에서 공판 검사가 청바지라든지 DNA 재감정을 요구했고 재판부가 받아줘서 재감정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하는 보완수사 개념은 경찰 송치 후 검사가 기소 전 주도적으로 하는 수사를 말하지, 항소심 증거 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걸 보완수사라고 얘기하는 건 안 맞다"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또 "기소 이후 검사든 변호사든 재판부를 향해 재감정이 필요하다고 얼마든지 증거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그건 수사가 아니라 증거 조사의 일환인데, 보완수사라는 이름으로 둔갑된 것"이라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도 (검사의 재감정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준) 김씨의 항소심 사례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는 할 수 없게 됐지만 김씨 항소심에서 이뤄진것과 같은 증거 재감정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로 범죄 피해자가 그전보다 더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씨와 함께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대리했던 한주현 변호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했으면 (가해자가) 중상해로만 기소됐을 가능성도 높다"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성폭력 혐의를 수사하지 않고 중상해로 송치했는데, 검찰 단계에선 중상해로는 부족하다며 살인미수로 죄명을 바꿔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추가로 피의자 심문을 하며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진술을 더 확보하는 보완수사를 한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성폭력 관련 증거를 찾아내려고 경찰에게 DNA 검사를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단계에서 보완수사를 하며 성폭력 혐의를 조금 더 들여다본 건 맞다."
검찰의 공판 과정 재감정 신청을 보완수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한 변호사는 "실무가 정립돼 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수사 활동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많이 있다"라며 "만약 지금 (형사소송법) 개정법이 시행된 상태에서 돌려차기 사건 같은 경우가 발생했다면 1심에서 살인미수로 유죄가 나고 2심에서 청바지 추가 감정을 신청하는 것들이 불가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진주씨가 이것저것 노력한 결과 이례적으로 강간살인미수죄로 (죄명이) 바뀐 건데, 이걸 모든 사건에 적용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잘못됐다"라며 "(돌려차기 사건은) 정치 쟁점화될 사안이 아닌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전국 미군기지·거리 누비며 반미·반제·반전 함성 높일 것”
“자주 없이 평화 없고, 반미 없이 자주 없다. 침략전쟁과 경제수탈, 내정간섭을 일삼는 미국을 중앙통일선봉대가 앞장서 몰아내자.”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가 8일 울산에서 발대식을 열고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미국은 나가라’를 전면에 내걸고 전국적인 반미·반제·반전 투쟁에 돌입했다.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은 8일 울산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더 이상 노동자의 생명과 일터, 우리의 일상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위협받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국의 미군기지와 거리에서 ‘미국은 나가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장은 이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로 쿠팡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살인적인 폭염이라는 소식이 연일 들리던 지난 4일 서울지역 쿠팡 캠프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쓰러졌다”며 “작업장 온도는 40도가 넘었지만 노동자들을 살인적인 더위보다 더 힘들게 한 것은 마감시간 압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감시간을 맞추라는 관리자들의 독촉 속에서 ‘개처럼 뛰고 있다’고 말했던 네 아이의 아빠인 쿠팡 배송노동자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까지 더하면 쿠팡의 탐욕이 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이 투쟁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정 대장은 이 같은 현실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쿠팡은 미국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하고 있다”며 “미국기업 쿠팡을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미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의 로켓배송을 막아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자고 했더니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대형마트의 심야배송을 허용해 쿠팡의 독점을 막겠다고 한다”며 “쿠팡 노동자들을 살리자고 했더니 이제는 마트노동자들의 생명까지 위험으로 내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장은 “국민주권정부와 노동존중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왜 이런 헛짓을 하려 하느냐”며 “내란세력을 몰아내고 세운 정부가 왜 쿠팡 같은 악덕기업 하나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근본 원인을 해방 이후 지속돼 온 미국의 영향력에서 찾았다.
정 대장은 “해방 이후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국이 여전히 이 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방 81주년이라고 하지만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맞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나가고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쉽게 해고당하는 현실이 신자유주의와 미제국주의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똑똑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장은 미국의 군사적 지배와 한반도의 전쟁위험 문제도 강력하게 제기했다.
그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 땅을 미군의 항공모함이라고 한다”며 “미국은 한반도를 자신들의 전쟁을 위한 거대한 군사기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란 전쟁을 통해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 전쟁의 포화가 집중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미군기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지역 주민들을 전쟁과 죽음의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발생한 송탄 미군기지 백린 유출 사고 역시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미군기지는 평화를 지키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 대장은 “더 이상 노동자의 생명과 일터,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7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미국은 나가라!’라는 구호를 전국의 미군기지와 거리에서 외칠 것”이라며 “그 함성을 ‘통선대월드’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와 만나게 하고 전국으로 퍼뜨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답게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반미·반제·반전의 함성으로 전국을 달구자”고 호소했다.
정 대장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통일선봉대 활동과 관련해서도 “27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최악의 폭염에 맞서 싸운 역대급 중통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흘린 땀방울과 통선대 모자에 새겨진 소금꽃만큼 우리의 동지애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모든 대원이 ‘제가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서로를 믿고 서로를 책임지는 투쟁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자주 없이 평화 없고 반미 없이 자주 없다”며 “침략전쟁, 경제수탈, 내정간섭을 하는 미국을 중앙통일선봉대가 앞장서 몰아내자”고 강력한 투쟁의지를 표명했다.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미군기지와 주요 거점을 돌며 반미·반제, 자주통일과 평화를 내건 7박 8일간의 활동에 들어갔다.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맞서 전작권 환수·ACSA 체결 저지 투쟁 나서야”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를 향해 “깨어난 노동자의 군대답게 착취와 수탈에 맞서 제국주의의 사슬을 끊어내고 우리의 일자리와 삶을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함 부위원장은 중앙통일선봉대에 전한 발언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해보다 시대의 무게를 짊어지고 이 자리에 섰다”며 미국의 전쟁정책과 경제·외교정책이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정책을 거론하며 “수퍼 301조와 덤핑관세까지 부과하려 한다”며 “이것은 명백한 경제침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미국의 내정간섭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며 “한반도는 미국이 짜놓은 ‘동맹현대화와 킬-웹(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안보 체계의 변화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형 군사 지휘·타격 네트워크를 뜻하는 핵심 군사·안보 용어)’ 구상 속에서 대중국 전쟁과 병참기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 부위원장은 한미동맹과 한반도 군사구조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불평등한 동맹관계 속에서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알기를 발톱의 때만큼으로도 여기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문제 등을 노동자 자주권의 문제로 제기했다.
특히 함 부위원장은 자주통일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나의 과제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 노동자가 스스로 강해져야 통일운동의 동력도 강해진다”며 “반미·반제 자주통일 평화투쟁은 곧 노동해방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제국의 수탈로 예속된 경제, 전작권 없는 군대, 미군기지의 볼모가 된 국방, 매국적 친미세력이 장악한 안보, 착취와 수탈로 일그러진 한반도”라고 현 체제를 비판하며 “이 모든 구조가 걷히지 않는 한 노동자의 밥그릇과 일자리, 존엄은 식민의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함 부위원장은 이를 “통일선봉대가 투쟁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통일선봉대원들을 향해 “동지 여러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온전한 작전통제권 환수의 목소리이며, 브런슨 즉각 추방을 외치는 함성이고, ACSA 체결 저지를 위한 전선이며, 위성락으로 대표되는 숭미 사대세력 척결의 실천”이라고 전했다.
이어 통일선봉대의 거리 선전과 문화활동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함 부위원장은 “여러분이 나눠주는 유인물 한 장, 노동자·시민들과 함께하는 춤사위, 외치는 구호 한마디 한마디가 이 땅의 자주와 평화를 지켜내는 튼튼한 방벽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미제국주의의 약탈과 전쟁의 사슬을 끊어내는 투쟁의 대열에 설 것인가”라고 물으며 “그 해답은 이미 동지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투쟁의지를 강조했다.
함 부위원장은 27기 중앙통일선봉대의 활동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연결하는 실천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동지들의 발걸음이 있기에 이 땅의 자주와 평화, 노동해방의 길은 조금씩 넓어질 것”이라며 “동지들이 걷는 이 길이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가장 확실한 자주와 평화, 통일의 길”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함 부위원장은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미국은 나가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반제반미, 반전평화, 자주실현의 깃발 아래 전진하자”며 강의한 투쟁의지를 천명했다.
“무대 하나에도 수많은 동지들의 땀과 노력 담겨 있다는 것 알게 돼”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운들이 서로 첫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중앙 통일선봉대에 참가한 황지우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대의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중앙 문예단에 지원해 울산 ‘가자문예단’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통일선봉대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가 중앙 통일선봉대 참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정년을 앞둔 지부장의 권유였다. 지부장은 퇴직을 앞두고 있어 참가가 힘들다며 대신 참여해 달라고 권유했고, 지난 24기·25기·26기 통일선봉대와 문예단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노조 활동에 뜻을 두고 있는 그에게 참가를 추천했다.
그는 “지부장님의 말씀을 듣고 지난해부터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통일선봉대 신청서를 작성하던 그는 중앙 문예단 모집란을 발견하고 문예단에도 함께 지원했다. 과거 두 차례 대표발언에서 크게 긴장했던 경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통일선봉대 합류 하루 전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전국에서 중앙 문예단에 지원한 사람이 자신 한 명뿐이라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여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그는 당황과 걱정이 앞섰지만 “이미 결정한 일인 만큼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8월 7일 새벽 울산으로 출발해 오전 9시께 ‘가자문예단’ 사무실에 도착했다. 가자문예단 단원들은 처음 합류한 그를 따뜻하게 맞았고, 곧바로 문예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연습에서는 율동과 노래, 구호를 하나씩 맞춰가며 공연을 완성했다. 이날 연습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그는 하루 동안의 연습을 마친 뒤 가자문예단 단원들이 중앙 통일선봉대 공연을 위해 자신이 합류하기 훨씬 전부터 밤낮없이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집회에서 공연을 가볍게 지나쳐 본 적도 있었는데, 무대에서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전했다.
중앙 통일선봉대 발대식에서는 본격적인 문예공연도 진행됐다. 공연을 앞두고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이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했으며, 참가자는 “위원장님의 격려 한마디 한마디가 큰 용기가 됐다”고 밝혔다.
공연에서는 일부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준비한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이어 진행된 ‘중통대 월드’를 통해 시민들에게 중앙 통일선봉대 활동의 취지와 의미를 알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동자들은 이날 서로 공연과 활동을 도우며 첫 일정을 함께했다.
참가자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걱정도 많았지만 함께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동지들의 노력과 연대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낯설게 시작했지만 뜻깊고 벅찬 중앙 통일선봉대의 첫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격려사를 하고 있는 최용규 울산지역본부장(왼쪽)과 김재하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 및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오른쪽).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미국의 일방적 패권에 맞서 전작권 환수·내정간섭 끝장내자”면서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가 “반미·반전, 자주·평화의 깃발을 높이 들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폭탄에 경제가 휘청거리는데 우방·동맹마저 버리는 일방주의·패권주의”라고 성토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 맞서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고 주권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27기 통일선봉대 발대식에는 김재하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 및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과 최용규 울산지역본부장이 격려발언를 하였다.
최용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노동계급이 경제투쟁과 단체교섭투쟁을 넘어 자주민주통일의 기치 아래 반미반전투쟁을 해나가자”라면서 “한미일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전시작전권 환수를 목표로 노동자 민중을 구하는 투쟁에 함께 나서자”라고 투쟁의지를 불러일으겼다.
2026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이기도 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오는 14일 20년 만에 열리는 자주평화전진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올해 정세를 반영한 전진대회는 대중을 자주투쟁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라며 “그 출발점이 올해”라며 “그래서 27기 중통대는 여느해보다 특별하고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중통대는 발대식에 앞서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통선대 월드’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참여형 퍼포먼스를 펼치며 웃음과 즐거움 속에서 침략 전쟁·경제 수탈·내정 간섭 문제를 시민 스스로 인식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통선대 월드 활동사진이다.
중앙통일선봉대 월드 활동사진
멋지고 자랑스러운 통일선봉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국은 나가라'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모두 쓰러뜨리자'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이 땅의 전쟁도, 우리가 정하지 못합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자위대 재무장 반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예속의 비석치기'에 동참한 시민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전쟁의 배후는 미국이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입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함께 서명해요'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사실 나는 부끄러운 US ARMY이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감사장이라니? 말도 안돼'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군 거리 활보 퍼포먼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단 한통의 편지, 그 내용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반일 반미 딱지치기'에 아이도 동참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통선대의 거리선전전에 사진을 찍으며 호응하는 시민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AI 기술에 대한 미국인의 평가를 많이 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평가에 편견이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래서, 최근 중국의 최신 AI모델들이 미국의 상위 모델들을 증류(distillation)한다는 주장과 AI패권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KIMI K3’의 성능을 소개하는 유트브 방송 갈무리https://www.youtube.com/watch?v=bn0atstgavo
먼저, 최근 '키미(KIMI) K3'란 언어모델 AI를 출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의 '문샷(Moonshot)'이란 회사를 창업한 양즈린(Zhilin Yang)에 대해 알아 보자. 1992년에 태어난 그는 칭화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2021년 미국 '카네기멜런(Carnegie-Mellon)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과정 중에는 추후 '구글 딥마인드'로 통합된 '구글 브레인(Google brain)'과 '메타(Meta)'의 AI 연구실에서 자연어처리를 위한 AI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애플, 구글및 메타 등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뿐 아니라, 스탠퍼드대학 및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박사후 연구원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중국으로 즉시 귀국하였다. 그후, '리커런트(Reccurent) AI', 화웨이 등을 거쳐 2023년 3월 현재의 '문샷AI'를 설립하였다. 중국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와 유연하고 거대한 내수시장 등을 바탕으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진 중국 고유의 AI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야망이 귀국 동기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모바일 전시회에서 강연하는 홍콩 경제학자 진커위 https://en.wikipedia.org/wiki/Keyu_Jin#/media/File:MWC_2025_-_Keyu_Jin_02.jpg
이 사건은 경제학자이며 홍콩과학기술대학 교수인 진커위(영어 이름 Keyu Jin)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그는 중국의 청소년들이 수업시간에 '오욕의 세기(Century of humilation)'를 잊지 말라고 배운다고 한다. 즉, 1840년 1차 아편전쟁부터 중국이 영국, 프랑스등 서구의 국가들로부터 겪은 치욕의 근대사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역사교육이 양즈린의 귀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의 AI모델인 Grok 로고
'키미 K3'는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성능으로 미국의 AI 업계를 놀라게 하였다. 지난 1일, 인터넷 사이트 '인공 해석(Artificial anaysis)'에 따르면 이 모델은 가장 중요한 '지능(Intelligence)' 지표에서 모든 '공개 모델' 가운데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비공개 모델'들을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5'및 '페이블(Fable) 5', 그리고 '오픈AI'의 'GPT 5.6 솔(sol)'에 이어 4위를 차지하였다. 즉, 미국의 최상위 비공개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과 외신은 '키미 K3' 출시를 미국의 안일함을 깨운 '스푸트닉 순간(Sputnik moment)'으로 평가하고 있다. 월가의 AI 관련 주식들도 일시적 급락을 겪었다. 이 모델은 현재 미국의 최상위 모델들과 비견할수 있는 2조 8000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추론시 각 토큰당 약 3.7%에 해당하는 1040억개만 활성화시켜 메모리와 연산효율을 극대화한다. 즉,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MoE)' 의 개념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열악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성능을 나타내는지 놀랍다.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최신 엔비디아 GPU인 '블랙웰(Blackwell)'을 이용하여 일부 훈련되었다고 하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2025년 1월 '딥시크(DeepSeek) R1' 파동시 중국 모델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메모리를 활용하는지 알려졌다. 즉, 필요에 따라 파라미터를 1.58~32 비트까지 여러 단계로 구분하여, 메모리 사용량뿐 아니라 메모리와 GPU간 통신 대역폭 문제를 일정 부문 해결하였다. 열악한 하드웨어 기술을 소프트웨어 기술로 보완하는 것이다.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위원장인 ‘마이클 크라트치오스(Michael Kratsios)’, 2020년 7월 31일 국방부에서 찍은 사진
그런데, 지난 4월 30일자 '포브스(Forbes)' 기사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문샷이 '클로드(Claude)'를 증류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위원장인 ‘마이클 크라트치오스(Michael Kratsios)’도 비난에 가세했다. 지난 4일 워싱턴 포스트(WP) 보도 등에 따르면, 아직 법적 소송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류(distillation)란 상위모델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들에 대한 답들을 얻어 같은 답을 내도록 자기 모델을 훈련하는 일이다. 앤트로픽 측은 이런 증류에 2만 4000개의 불법적 계정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우스 모닝포스트의 지난달 23일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한 문샷 직원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앤트로픽의 페이블 5와 K3는 각각 7월 1일과 15일에 공개되었다. 우리는 선도 모델을 15일 만에 훈련시켰다. 이건 기네스 세계기록 감이다." 미국의 주장을 옳다 믿기 쉽지만, 증류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머스크는 오픈AI의 변호사에게 자신의 xAI가 오픈AI의 기술을 증류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일반적으로, AI회사는 다른 AI를 증류한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발언하였다. 그런데, 머스크는 앤트로픽이 훈련에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책과 데이터를 훔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뒷거래를 하였다고 맞불을 놓았다고 한다.
창작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데이터를 훔치는 일은 분명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따라서, 형사상 책임을 질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앤트로픽은 클로드 AI의 훈련에 무단으로 사용한 50만 권의 책 저자들과 출판사에게 15억 달러를 합의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AI가 만들어 내는 출력물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오픈AI나 앤트로픽은 서비스 약관에 자신들의 AI를 증류에 이용하지 말도록 명시한다. 따라서, 증류에 민사적 책임은 질 수 있다. 즉, 상위모델을 증류한 xAI보다 훈련 데이터를 도용한 앤트로픽에 더 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증류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발언한 것도 이와 관계된 것일 수 있다. 최근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합병된 미국의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는 자사의 ‘컴포저(Coimposer) 2’가 ‘키미 K 2.5’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어쩌면, AI 업계의 도덕성 문제에는 누가 누구를 비난할 상황이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 235개 이상 기관이 참여한 성명서인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의 표제
그런데, 지난달 24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의 주관으로 '열린 무게와 미국의 AI 선도력(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란 제목으로 급히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열린 무게’란 공개된 AI 모델에 대해서 ’파라미터’의 값들도 모두 공개되었다는 뜻이다. 이 성명은 열린 무게 모델인 ‘키미 K3’의 놀라운 성능, 그리고 불과 일주일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폭넓은 합의에 기반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한 일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미 K3‘가 공개된 것은 이 연설을 불과 하루 앞두고였다.
이 성명에 235개 이상의 기관 및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비밀주의로 일관해왔던 팔란티어나 오픈AI 등이 서명에 참여했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반면, 최근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AI 모델을 출시한 앤트로픽과 이 회사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아마존’이 이 서명에 아직 참여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붙든다. 이 대목에서 미국과 유럽의 참여 기관들은 AI의 우위를 중국에게 잃을수 있다는 경고를 미국 정부에게 보냈다. 대부분 참여한 기관들은 미국 기관들이며, 유럽의 기관으로는 프랑스의 회사인 ‘미스트랄 AI’ 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열린 무게 모델을 심하게 규제하려고 한다. 이는 테러분자들이 사이버무기와 생물학적 공격등에 악용할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AI의 선도력은 어느 한 개의 최고 모델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열린 생태계가 여러 분야로 확산되는 데 있다고 이 성명은 주장한다.
각 기관은 적절한 가격에 원하는 일을 하는 최선의 모델을 찾을 것이며,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며 모델에 수정을 가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지능을 가진 것을 소유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AI 주권이 각 기관에 속하게 된다. 반면, 소수의 닫힌 모델에만 의존하면 결정적인 기술을 이들에게 의존하여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용의 면을 떠나서 중국의 열린 무게 방식이 표준이 되어 AI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엔비다아의 '네모트론(Nemotron)', 메타의 '라마(Llama)' 등 소수의 모델만이 열린무게 모델에 속한다. 과연, 미국이 열린 무게의 생태계를 구축해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 ? 우리나라에는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 SK텔레콤의 ‘에이닷엑스 K2’, 업스테이지의 ‘솔라오픈 2‘등 열린 무게 모델들이 있다. 이들을 이용한 열린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기대한다. 세계 AI 시장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포함하는 절반 이상을 잃지 않으려면.
최근 백악관에서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서울 외교가와 국내 정국에 가볍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헌정질서 관련 수사 대상에 오른 특정 종교 인사, 세계로교회 손현보와 그 가족이 미국 MAGA 운동의 핵심 네트워크를 거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류를 대변하는 극우인사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부임과 초기 행보가 맞물리면서, 한미 관계의 외연을 둘러싼 외교적 리스크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미국 방문이나 종교적 친교 수준을 넘어, 윤어게인과 같은 국내 극단주의 세력과 미국의 종교·정치 네트워크가 정통 외교 채널을 우회하여 결탁할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외교당국과 정부가 이 상황을 소극적 관망으로 일관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 리스크의 본질을 세 가지 차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국익 판단을 제약해 온 '동맹 절대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맹의 본질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공적 약속이자,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대 국가의 결속이다.
그러나 미국 내 특정 정파나 정치 네트워크와의 결속을 국익과 동일시하는 맹목적 태도는 외교적 자율성과 주권을 위협하는 약점이 되어 왔다. 국내 정당성을 상실한 세력이 미국의 정치적 후광을 빌리고, 미국의 특정 정파가 이를 종교의 자유나 민주주의 수호로 포장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동맹의 공적 신뢰는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동맹을 신성불가침의 신화로 바라보는 종속적 시각을 탈피할 때, 비로소 국익 중심의 당당하고 실용적인 외교가 시작된다.
둘째, 미국 MAGA 네트워크와 국내 극단주의 세력 간 연대가 초래할 사법 주권 침해와 민주주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백악관 접견을 중개한 롭 맥코이 목사, TPUSA Faith, 그리고 이와 연계된 국내 단체들의 움직임은 외교당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헌정질서 교란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세력이 해외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이를 '정치적 보복'이나 '종교 탄압'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외세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하는 행위다. 헌정 절차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세력이 국제적 연대를 형성할 경우 민주적 제도의 기틀은 빠르게 흔들린다.
미 주한대사관을 비롯한 미국 측 공식 외교 라인이 정통 채널 대신 이러한 사적 네트워크의 편향된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외교당국의 확실한 라인 정리가 필요하다.
셋째, 종교의 자유와 사법 주권 행사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외교 무대에서 선언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신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이나 헌정 부정 행위까지 보호받을 수는 없다.
외교당국은 미국 정부, 의회, 주한미국대사관을 상대로 한국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법 집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당한 사법 절차임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미측 주요 인사들이 편향된 정보에 노출되어 한국의 사법 주권을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이고 공식적인 외교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사법 주권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물론 우리 정부와 외교당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이나 대립은 아니다. 한·미 동맹의 엄중함을 공유하는 대등한 동반자로서, 주권자 국민이 요구하고 승인한 '동맹 신화'를 탈피한 당당한 실용외교다.
결론적으로 우리 외교·안보 당국은 해외 정치·종교 네트워크가 국내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외교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미 외교 사절단과의 공식 소통 채널을 견고히 다짐으로써 사적 정치 결탁이 양국의 공식 외교 정책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되 불법과 헌법 부정 행위에는 법적 책임을 엄정히 묻고, 외세의 부당한 개입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때 비로소 한·미 동맹은 더욱 대등하고 견고한 동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손현보 목사가 가족들과 함께 7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손현보 목사, 가장 오른쪽이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석 고문. ⓒ 백악관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참정권침해 전문범죄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수사하라!’를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2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통일대행진단 단체복을 입은 대학생,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힘찬 구호로 집회를 시작했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미국 방해 물리치고 호남반도체 성사하자!”
“자주없이 경제없다! 자주로 살길 찾자!”
“호남반도체 방해 백린유출 미7공군 박살내자!”
“과거사부정 독도침탈야욕 일본을 응징하자!”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어제 촛불행동은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에게 조희대 탄핵 공동입장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당론 채택과 조희대 탄핵에 앞장서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라며 “민주당은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반드시 조희대 탄핵 소추안을 상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미셸 스틸 부임 이후 미국의 내정간섭과 극우내란세력의 준동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이 틈을 타고 조희대가 김건희 석방과 내란 무죄 선고를 시도할 수 있다”라며 “내란 청산과 미국의 내정간섭을 제압하는 투쟁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윤경황 독도수호원정대 대장은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대일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이어가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라며 “일본은 식민지 범죄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없으며, 침략 야욕을 버린 적이 없는 군국주의 침략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이런 일본과 경제협력을 넘어 전쟁을 부르는 군사협력까지 추진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나?”라고 물으며 “우리의 주권을 침탈하려는 국가와의 군사공조는 적에게 우리의 앞마당을 내어주는 행위나 같다”라고 외쳤다.
오해연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대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경제 번영, 평화를 위해 미 7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공군기지를 항의 방문”했는데 “(주한미군이) 몸을 짓누른 채 수갑을 뒤로 채우고 학생들을 짐짝처럼 끌고 갔다”라고 했다.
이어 “평택경찰서 경찰들은 미군이 대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이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을 연행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외치는 구호를 조롱하고, 이중으로 수갑을 채웠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면회까지 차단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박근하 대진연 9기 통일대행진단 총단장은 “통일대행진단이 전국을 다니며 뜨겁게 외칠 네 가지 구호가 있다”라며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자! 주권모독 전쟁강요 미국을 몰아내자!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 국가보안법 철폐하자! 군국주의 부활 일본 정부 규탄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한민국 국민이 결정할 권리, 진정한 국민주권이 꽃피는 자주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해 대학생이 앞장서 투쟁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박대윤 국민주권당 홍보위원장은 “미국은 중동 여러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명분은 단순하다. ‘미국이 너희를 지켜주겠다! 그러니 땅을 내놓고, 돈을 내놓고 미국에 안보를 맡겨라!’”라고 설명하고 “(이란전쟁이 일어나자) 중동의 미군기지들은 이란의 타격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미군은 제대로 막지도, 대응도 못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미국과 손을 잡고 평화나 안보가 가능하겠나? 한미동맹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인 주한미군기지를 즉각 철수시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이해연 동작관악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반성도, 사죄도, 배상도 할 의지가 전혀 없다”라며 “일본은 결코 우리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앞집에서 칼을 갈고 있는 전쟁 국가이며, 침략자 전범국가”라고 주장했다.
또 “기가 막히게도 우리 정부가 위협적인 일본의 전략에 오히려 동조”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군사공조를 할 것이 아니라, 전쟁범죄를 감추고 왜곡하는 데 급급하며 과거 제국주의의 망령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본에 귀싸대기를 날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태성 청년촛불행동 운영위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한덕수, 이상민 사건 상고심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법관 전원이 모이는 전원 합의체로 넘겼다”라며 “전원 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바꾸거나 아주 특별한 때만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미 명확하게 유죄 판결이 난 내란범들의 재판을 왜 굳이 전원 합의체로 가져갔겠나? 1심,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내란범들에게 무죄를 주기 위한 작전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2월 3일 계엄의 밤 광장으로 달려 나왔던 그날처럼 8월 광장으로 다시 모여 조희대를 반드시 탄핵하자!”라고 호소했다.
한국의 대북 정책은 전통적(?)으로 국내 정치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 등 서로에 대한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좋은 이상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휘말리면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답한 데에서 드러난 건, 대북 정책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 옭죄고 있는 프레임이다.
이 대화에서 우리는 '현실주의자(리얼리스트)'들의 면모를 보게 된다. 정동영 장관은 '변화하는 북한의 전략'에 맞춰 우리도 '현실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현실론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보수 세력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며 또 다른 '현실론'으로 반박한다. 나는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
진보 진영은 종종 이상주의적이라고 오해를 받았는데, 그 오해를 깰 때가 됐다.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이 대북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북한을 민족주의적 특수성의 틀로 보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보수 진영은 "북한을 국제정치의 행위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틀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학계가 지속적으로 견지한 주장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남한의 담론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진보 진영이 먼저 '현실주의'로 눈을 돌렸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남북은 외국과 외국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정동영과 같은 인사들이 '현실주의자'가 된 건 어쩌면 중대하고 흥미로운 변화다. 진보 진영은 기존의 특수관계 프레임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현실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보수 진영이 이같은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 북한의 '적대적 두국가론'은 보수 진영이 주장해 온 내용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 핵심 인물인 김태효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적대적 두 국가론'의 원조 격이다. 현인택, 남성욱 같은 학자들도 북한 문제를 '힘에 기반한 국제정치의 논리'로 풀어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같은 정책에 영향을 줬다.
물론 그들의 '현실주의'는 '힘에 의한 억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과 달랐지만, 지금 북한의 변신과 진보진영의 현실주의를 따져보면 보수 진영의 이론이 오히려 지금 상황에 일부나마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포착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진보, 보수 진영 모두의 과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진보 진영은 변화한 상황을 따라가며 과거 터부시했던 보수 진영의 '현실주의'를 수용하려 하는데, 보수 진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주적' 개념 변경이나, '조선으로 국호를 부르자'는 주장에 경기를 일으키며 반발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거래를 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갈라치기' 글로벌 구상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북한인 셈이다. 북한의 '뒷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 핵을 없앨 수 있다거나, 북한이 저절로 붕괴되기를 바라는 게 바로 '이상주의'에 가까운 것 아닌가.
'주적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북한이라는 명칭을 바꾸면 안보가 흔들린다'는 주장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미사일 탐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적'이라는 표현을 조정한다고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군의 전투력은 정보자산, 지휘체계, 첨단무기, 훈련 수준, 동맹과 산업 기반에서 나온다. 정치적 수사는 정책을 설명하는 도구일 뿐, 전투력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아니다. 보수 진영은 흔히 "주적 개념을 없애면 군의 정신력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군사력은 정치적 구호 하나로 유지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대응하느냐다. 현실주의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가는 도덕이나 이념보다 생존과 국익을 우선한다. 상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제로 어떤 능력과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전략을 세운다. 안보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변한 적을 과거의 모습으로 계속 상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스스로 프레임을 바꾸었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인식에 머물지 말고, 변화한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대북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는 언어가 전략을 왜곡할 수 있다. 북한이 이미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정의했는데도 우리가 과거의 특수관계라는 틀만 반복한다면, 북한의 전략 변화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대응 역시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두 국가론을 인정하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상대가 어떤 전략을 채택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안보는 상대를 악마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정확히 읽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자는 것은 안보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한 현실 위에서 더 강한 안보와 더 일관된 대북전략을 세우자는 제안이다.
햇볕정책을 창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반공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라고 틈만 나면 강조했다. 햇볕정책이 결코 일방적 유화책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북한의 어떠한 무력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고, 주적을 '위협'으로 바꾸는 것은 '이재명 정부 현실주의 외교'의 시작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좀 더 담대하게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지난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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