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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지뢰사고, 철저한 조사로 진상 밝혀야…음모론으로 안보 위태롭게 하는 일 없기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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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군 당국은 유엔사와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진상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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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군사분계선 인근 지뢰 사고로 3명의 장병이 큰 부상을 입었다. 부상 장병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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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 부추기면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군 당국은 전날 합동현장조사 중간발표에서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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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제청 거부' 조희대 대법원장의 '209일 미스터리'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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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다.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 대법원장은 미소를 보이며 "여러분 이렇게 매일 힘들게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앞으로 공보관을 통해서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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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원장은 이어 "(청와대로부터) 요청 자체가 '재제청하라'고만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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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궁금한 게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내용들을 앞으로 이제 국정감사나 통해서 이야기하고 꼭 필요한 게 있으면 공보관 통해서 여러분한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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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궁금한 게 많다. 그래서 기자들이 아침마다 조 대법원장의 출근길에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답을 들어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국정감사는 10월 6일이다. 그래서 물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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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국정감사까지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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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일 동안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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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려보자. 지난 1월 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노태악 대법관 후임 후보로 김민기·박순영·윤성식·손봉기 등 4명을 추천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몫이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바로 제청하지 않았다. 3월 3일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했다. 그 때도 제청은 없었다. 4월, 5월, 6월, 7월이 지나갔다. 대법관 한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그러다 8월 18일 조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후보추천위가 후보 4명을 추천한 지 정확히 '209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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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단순히 오래 걸렸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청와대와 대법원은 노태악 대법관 후임을 놓고 협의했지만 최종 후보에 합의하지 못했다.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래서 통상 양측이 후보를 조율한 뒤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청하는 방식이 이어져 왔다. 조 대법원장도 윤석열씨에게는 그렇게 했다. 조 대법원장은 윤석열씨 재임 당시 세 차례 대법관 후보를 제청했다. 후보추천위 추천부터 제청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일이었다. 세 차례 모두 윤석열씨를 직접 만나 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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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달랐다. 209일이 걸렸다. 최종 후보에 대한 청와대와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했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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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9일을 기다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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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합의하지 않아도 대법원장이 자신의 권한으로 제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왜 더 일찍 제청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3월 3일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한 뒤에도 제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합의하지 못한 채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제청했다. 윤석열씨 때는 평균 11일, 이번에는 209일이었다. 세 차례 대면 제청과 이번 서면 제청.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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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보다 먼저 설명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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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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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열흘 뒤인 8월 28일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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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원장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25일이 지난 9월 22일 입장을 냈다. 청와대 공문에 재제청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날인 23일에 추가 입장도 냈다. 청와대가 밝힌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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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어디까지 진행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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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그 논쟁과 별개로 '209일'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청와대와 합의가 필요 없었다면 왜 209일을 기다렸나. 반대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고려해 협의가 필요하다고 봤다면, 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으로 제청했나.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제청권을 강조할수록 그 권한을 왜 209일 동안 행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 대법원장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날 출근길에 조 대법원장은 그 설명을 국정감사에서 하겠다고 한다. 10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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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결론만 내리지 않는다. 어떤 사실을 인정했고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이유를 밝힌다. 대법원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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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부터 8월 18일까지 청와대와 어떤 협의를 했는가. 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하는데도 제청하지 않았는가. 윤석열씨 때는 평균 11일 만에 제청하고 세 차례 모두 직접 만났는데, 이번에는 왜 209일이 걸렸는가. 그리고 왜 209일 동안 협의하다가 결국 합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했는가.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 기준을 그대로 돌려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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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일 동안 제청하지 않은 구체적인 사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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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28일), 질문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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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은 그 이유를 왜 지금 설명하지 않고 10월 6일 국정감사까지 기다리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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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청와대#이재명#국정감사#2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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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91% “의사 조력 존엄사 도입 찬성”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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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9.29 09:00

  • 수정 2026.09.29 10:12

  • 댓글 0

‘60+기후행동’ 의뢰 '한국 리서치' 18-21일 조사

연명치료 96%가 반대, 59세 이하도 88%가 반대

기후위기 89%가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

기후위기 대응 시민단체에 62% ‘참여 의향’

가장 바라는 것 '건겅 생활', '건강 좋지 않다’ 21%

절실히 필요한 것 ‘안정적 소득과 경제적 여유’

노후 준비 ‘하고 있다’ 37%에 그쳐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 보내고 싶다’ 50%

재산의 가족 외 사회적 상속 뜻 '있다' 38%

한국사회 ‘불공정’ 52%, ‘법·원칙 공정해야’ 48%

AI ‘이용한다’ 59%, ‘내 삶에 좋은 영향’ 46%

지난 1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60+기후행동 회원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이가 적을수록, 그리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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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제까지 살아 온 삶을 돌아볼 때 가장 행복하거나 보람 있었다고 느끼는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대체로 가족이나 본인(‘나 자신’)과 관련된 일 중에서 그것을 찾아냈는데, 60세 이상은 가족에서 찾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해 59세 이하는 상대적으로 ‘나 자신’에서 찾는 비율이 높았다. 가장 고통스러웠거나 힘들었던 일에 대한 응답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조력사에 대한 한국 리서치 조사 도표.

의사 조력사(존엄사)에 압도적 다수가 ‘찬성’

삶의 말기에 회복 가능성이 없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을 경우 본인의 의사 확인과 엄격한 절차와 요건 아래 의사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 조력사(존엄사) 제도 도입에 대해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연령층은 91%, 59세 이하도 85%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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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 등을 활용한 ‘연명 의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대해서도 각각 94%, 88%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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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령층이 기후위기를 더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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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해 대다수가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으나, 연령대별 응답비율은 59세 이하의 78%가 그렇게 대답한 데 비해 60세 이상은 89%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후위기 대응 실천활동도 60세 이상 연령층이 59세 이하보다 더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 응답자의 62%는 기후위기 대응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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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대해 60세 이상은 59%, 59세 이하는 76%가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것이 자신의 삶에 끼칠 영향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는 응답보다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서울 시 탄소배출의 70%를 차지하는 건물부문에 대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60+기후행동의 '녹색도시 전환 시민네트워크'

‘60+기후행동’ 의뢰로 '한국 리서치'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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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 최대의 마케팅·여론조사 회사 ‘한국 리서치’가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결성한 시민단체 ‘60+기후행동’의 의뢰로 9월 18-21일에 전국 싱인(18세 이상) 남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확인됐다. 한국 리서치의 ‘마스트 샘플’(2026년 8월 기준 전국 97만여 명)을 표집틀로 해서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을 발송하는 ‘웹 조사’ 방식으로 확보한 1161(60세 이상 500명+59세 이하661명)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다.(조사 요청 8만 2명, 조사 참여 1853명, 조사 완료 116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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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의 삶의 방식과 의식을 바꿔 임박한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파괴를 막고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통해 새로운 문명 전환을 모색한다는 것을 목표로 2022년에 결성한 ‘60+기후행동’은 연례행사인 제3차 ‘신노년의 날’(10월 1일 오후 2시, 서울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에 맞춰 그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운동의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이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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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삶’의 지난 날과 현재, 미래, 그리고 우리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생각,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 AI(인공지능)에 대한 생각 등 4개 파트로 나눈 총 24개 항목의 질문에 대한 1161명의 응답과 분석을 60세 이상 연령층의 그것을 중심으로 순서대로 정리한다.

 

AI 도움으로 작성한 그래프. 이현영

노년층 ‘가장 행복하고 힘들었던 일’ 나보다 가족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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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 온 삶을 돌아볼 때 가장 행복하거나 보람 있었다고 느끼는 일은 다음 중 어느 영역과 관련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만60세 이상 연령층은 ‘가족’(배우자와의 삶, 자녀의 출생과 성장·성취. 부모 형제 자매 등)’에서 답을 찾은 비율이 64%, ‘나 자신(학업 직업 사업, 경제석 성취, 꿈의 실현, 자기계발 등)에서 찾은 비율은 14%로,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공동체 등에서 찾은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18-59세 연령층도 ’가족‘(35%), ’나 자신‘(34%)에서 찾은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60세 이상의 경우보다 ’나 자신‘에서 찾은 비율이 월등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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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와 60세 이상 연령대를 비교하면 ’가족‘에서 찾은 비율이 60세 이상 쪽은 59세 이하보다 25%p 더 많았으나, ’나 자신‘에서 찾은 비율은 59세 이하 쪽이 16%p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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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거나 고통스러웠던 일‘에 대해서도 60세 이상은 ’가족‘(36%), ’나 자신‘(33%)에서 찾은 비율이 많았으며, 18-59세도 가족(35%), ’나 자신‘(34%)의 비율이 비슷했다. 그리고 두 연령층간의 비율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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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체로 잘 살아 왔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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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 온 삶 전체를 돌아볼 때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매우 잘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5%, ‘대체로 잘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42%로 ‘잘 살아 왔다’는 응답이 47%였다. 그리고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비슷하다’가 29%, ‘아쉬움이 남는다’는 25%였다. 남녀 성별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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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는 이에 대해 ‘잘 살아 왔다’ 37%,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비슷하다’ 37%, ‘아쉬움이 남는다’ 29%였다. 60세 이상 연령층이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59세 이하보다 더 관대한 평가를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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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좋아졌다’ 59%, 60세 이상이 더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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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오는 동안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변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매우 좋아졌다’ 20%, ‘대체로 좋아졌다’ 39%로, ‘좋아졌다’가 59%인데 비해 ‘대체로 나빠졌다’ 11%, ‘매우 나빠졌다’ 1%로 ‘나빠졌다’ 1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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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과 59세 이하 연령층별 비교에서 ‘좋아졌다’는 60세 이상 쪽이 19%p 더 많았으며, ‘대체로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59세 이하 쪽이 60세 이상보다 7%p 더 많았고 ‘나빠졌다’도 59세 이하 쪽이 9%p 더 많았다. ‘좋아진 점과 나빠진 점이 비슷하다’는 응답비율도 59세 이하 쪽이 10p 더 많아 전체적으로 60세 이상 쪽보다는 59세 이하 연령층의 평가가 싱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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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60세 이상은 ‘매우 만족한다’ 4%, ‘대체로 만족한다’ 45%로 ‘만족한다’가 49%였으며, ‘만족하지 않는다’는 1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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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59세 이하 연령층의 답변은 ‘만족한다’ 38%, ‘만족하지 않는다’ 23%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60세 이상 연령층이 59세 이하보다 12%p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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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건강상태 ‘좋다’ 39%, ‘좋지 않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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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에 60세 이상은 ‘매우 좋다’ 3%, ‘대체로 좋다’ 36%로, ‘좋다’는 응답이 39%였으며, ‘보통이다’가 39%였다. ‘별로 좋지 않다’는 19%, ‘매우 좋지 않다’는 2%로, ‘좋지 않다’가 21%였다. 연령대를 세분해서 보면 60대 연령층의 42%, 70대의 38%가 ‘좋다’고 대답했으나 80세 이상은 21%만 ‘좋다’고 대답했다. ‘좋지 않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18%, 25%, 44%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건강상태는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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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절실한 것 ‘안정적인 소득과 경제적 여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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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부족하거나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60세 이상은 ‘안정적인 소득과 경제적 여유’(33%)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은 ‘건강’(26%), ‘삶의 의미나 정서적 안정’(10%), ‘취미 여가생활’(7%), ‘가족과의 관계’(6%), ‘사회활동이나 참여기회’(6%), ‘일자리 ’(4%), ‘안정적인 주거’(4%), ‘친구 이웃 등 사람들과의 관계’(2^), ‘돌봄 의료 복지서비스’(2%)순이었다. 59세 이하 연령층도 ‘안정적인 소득과 경제적 여유’가 42%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건강’은 10%, 취미여가생활은 10%였다.

 

여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 ‘건강한 생활’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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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삶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42%)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여행 취미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20%)을 그 다음으로 꼽았고, ‘계속 일하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13%로 그 다음이었으며, ‘종교생활이나 정신적 삶을 충실히하는 것’은 8%, ‘특별한 계획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것’은 7%였다. 남녀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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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59세 이하의 답변은 ‘여행 취미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27%로 가장 많았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은 24%로 그 다음이었다.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에 대한 바람이 60세 이상이 59세 이하보다 18%p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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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하고 있다’ 37%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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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노후생활을 위해 경제와 건강, 주거, 돌봄 등과 관련한 것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60세 이상은 ‘매우 잘 준비하고 있다’ 3%,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34%로 ‘준비하고 있다’가 37% 정도에 그쳤다. ‘별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 24%,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 4%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가 24%였고, ‘보통이다’가 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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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도 ‘매우 잘 준비하고 있다’ 2%,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 25%로 ‘준비하고 있다’가 27%, ‘준비하고 있지 않다’가 40%로 노후 준비에 대한 절박감이 60세 이상보다 훨썬 덜했다.

 

이현영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 보내고 싶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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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진다면 가장 원하는 생활방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60세 이상 연령층은 ‘현재 사는 집에서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가 34%, ‘노인복지주택 실버타운 등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17%, ‘현재 사는 집에서 가족의 도움과 돌봄을 받는다’ 16%, ‘요양원 등 전문 요양시절에서 생활한다’ 9%,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23%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응답이 5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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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가 적지 않아 여성은 ‘지금 사는 집에서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가 45%인데 비해 남성은 22%였으며, ‘요양원 등 전문 요양시설에서 생활한다’의 경우 여성이 14%로 남성의 6%보다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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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도 80세 이상은 58%가 ‘지금 사는 집에서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대답했으나 70대는 41%, 60대는 28%로 고령층일수록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금 사는 집에서 가족의 도움과 돌봄을 받는다’도 80세 이상이 20%, 70대는 19%, 60대는 14%로 고령일수록 살고 있는 집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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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 의료방식 ‘연명치료 원치 않는다’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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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임종기에 이르렀을 때 어떤 의료방식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연명치료보다는 통증을 줄이고 편안하게 임종하기 원한다’가 5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필요한 치료는 받되 지나친 연명치료는 원하지 않는다’가 36%였다. ‘가능한 치료를 최대한 받으면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는 1%에 지나지 않았고 ‘아직 판단가히 어렵다’도 4%로,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가 9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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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남녀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직업별, 주관적 계층의식별 차이도 크지 않았으며, 주관적 이념성향별로도 ‘진보층’이라 답한 사람이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97%로, 중도층의 93%, 보수층의 94%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군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100%가 ‘필요한 치료는 받되 지나친 연병치료는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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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조력사(존엄사) ‘찬성한다’ 91%, 반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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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가능성이 없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성인이 반복해서 명확한 의사를 밝힌 경우 엄격한 절차와 요건 아래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른바 ‘의사 조력사’ ‘존엄사’에 대해 60세 이상은 ‘매우 찬성한다’ 47%, ‘대체로 찬성한다’ 44%로 91%가 ‘찬성한다’고 대답했으며, ‘대체로 반대한다’(3%)와 ‘매우 반대한다’(2%)는 합쳐서 5%에 지나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남녀별, 소득별, 의식별, 이념성향별러 거의 차이가 없었으며, 군인은 10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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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 연령층도 ‘매우 찬성한다’ 46%, ‘대체로 찬성한다’39%로 ‘찬성한다’가 85%를 차지했다.

 

아름다운 재단과 60+기후행동이 함께하는 '사회적 상속기금' 출범식

재산의 가족 외 사회적 상속에 절반 이상이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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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줄 재산이 있을 때 그 일부를 가족에게 물려주는 대신 사회나 공익단체에 기부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매우 있다’ 4%, ‘어느 정도 있다’ 35%로, ‘있다’가 38%를 차지했으나, ‘별로 없다’ 44%, ‘전혀 없다’ 11%로, ‘없다’가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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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녀별 소득별, 계층, 의식성향별 차이는 크지 않았으며, 군인은 100%가 ‘어느 정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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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 쪽도 ‘매우 있다’ 6%, ‘어느 정도 있다’ 29%로, ‘있다’가 35%인데 비해 ‘별로 없다’ 31%, ‘전혀 없다’ 22%로, ‘없다’가 53%로 절반을 넘었다. 남녀별, 주관적 의식, 소득별로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한국사회 ‘공정했다’ 11%, ‘공정하지 않았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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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 온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얼마나 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매우 공정했다‘ 1%, ’대체로 공정했다‘ 10%로 ’공정했다‘는 응답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별로 공정하지 않았다‘ 44%,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 8%로 ’공정하지 않았다‘가 52%로 절반이 넘었으며, ’보통이다‘고 한 응답이 37%였다. ’공정했다‘는 응답비율에서 80세 이상이 22%, 70대가 11%, 60대도 11%로 고령자가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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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의식성향별로는 진보층이 ’공정했다‘에 16%가 응답한데 비해 중도층과 보수층은 각각 10%로 그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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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 연령층도 ’공정했다‘가 11%, ’공정하지 않았다‘가 57%로 60세 이상보다 더 불공정했다고 응답했으며, 59세 이하의 주관적 의식상태별 응답비율은 ’공정했다‘에 응답한 진보층은 10%인데 비해 중도층은 8%, 보수층은 18%였고, ’공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진보층이 62%, 중도층이 55%, 보수층이 52%로, 큰 차이는 없으나 진보층이 좀 더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계층인식별로는 중상층의 17%가 ’공정했다‘고 응답했으나 하층은 7%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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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공정해지기 위해선 ’법과 원칙 공정하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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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더 공정하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누구에게나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4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은 ‘정치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20%)을 꼽았다. 그리고 ‘소득 재산 격차를 줄이는 것’ 9%, ‘공정한 조세 복지제도를 만드는 것’ 7%, ‘사회적 약자를 더욱 보호하는 것’ 5%,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것’ 4%, ‘세대간 부담과 혜택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 3%, ‘공정한 취업 승진기회를 보장하는 것’ 2%,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것’ 2%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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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도 ‘누구에게나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35%)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정치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 18%, ‘소득 재산 격차를 줄이는 것’ 14%, ‘공정한 조세 복지제도를 만드는 것’ 8%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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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이 ‘누구에게나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40%)을 꼽았으며, 중도층은 29%, 보수층은 35%였다.

 

기후위기 ‘심각하다’ 60세 이상 90%, 59세 이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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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우리사회에 어느 정도로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39%가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답했고, 51%는 ‘대체로 심각한 위협이다’고 답해 ‘심각한 위협이다’가 90%를 차지했다. ‘심각한 위협이 아니다’는 2%, ‘잘 모르겠다’는 1%에 지나지 않았다. 주관적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의 48%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중도층도 41%가 같은 대답을 했으나 보수층은 29%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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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도 ‘매우 심각한 위협’에 33%, ‘대체로 심각한 위협’에 45%가 응답해 ‘심각한 위협’이라고 한 응답이 78%를 차지했으나, 60세 이상 연령층보다 오히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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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의 주관적 이념성향별 응답은 진보층이 ‘심각한 위협이다’에 89%가 응답했으나 중도층은 75%, 보수층은 70%로 보수층의 위협 인식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25년 12월 16일,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출범식 및 창와대 앞 행진 행사에 참여한 60+기후행동 회원들.

기후위기 대응 실천활동 고령층이 더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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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어떤 것을 실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은 81%가 ‘재활용 분리 배출하기’를 꼽았고, 70%는‘일회용품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64%는 ‘음식물 낭비 줄이기’, 59%는 ‘전기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 줄이기’, 54%는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거나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49%가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걷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11%가 ‘기후 환경 시민운동이나 캠페인에 참여하기’, 그리고 2%는 “특별히 실천하는 것 없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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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는 같은 답변 항목에 각각 70%, 50%, 50%, 45%, 48%, 34%, 10%, 6%가 응답했다.(복수 응답)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연령층이 59세 이하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각 응답항목별로 60세 이상 연령층이 59세 이하 연령층보다 각각 115p, 14%p, 20%p, 14%p, 11%p, 20%p, 1%p 더 많고, ‘실천하는 것 없다’고 한 응답은 59세 이하 연령층 4%p나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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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해 봤자 효과 없을 것이라 생각’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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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실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60세 이상의 연령층 32%가 ‘개인이 노력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를 꼽았고, 14%는 ‘정부나 기업이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11%는 ‘실천하기 불편하거나 번거로워서’, 10%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8%는 ‘건강이나 나이 때문에 실천하기 어려워서’, 5%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2%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를 꼽았고,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다‘고 한 응답도 18%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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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의 해당 응답항목 응답비율은 각각 34%, 18%, 11%, 8%, 8%, 6%, 2%, 13%로, 60세 이상 연령층이 59세 이하보다 각각 11%p, 14%p, 20%p, 14%p, 11%p,20%p, 1%p씩 많았고, ’특별히 실처하는 것이 없다‘는 59세 이하가 4%p 더 많았다.

 

기후위기 대응 시민단체 ‘참여하겠다’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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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노년층이 중심이 돼 지구 온난화와 생태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 연령층은 62%가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6%는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으며, 22%는 ‘잘 모르겠다’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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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별로는 ‘참여할 의향이 있다’에 남성은 69%가 답했으나 여성 응답은 55%였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남성은 17%, 여성은 2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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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는 ‘챰여할 의향이 있다’ 38%, ‘참여할 의향이 없다’ 31%, ‘잘 모르겠다’ 31%로 참여 의향이 낮게 나왔으나, 이는 질문 자체가 ‘60세 이상 중심의 시민단체’에 대한 참여의향을 물은 것이어서 59세 이하 응답자의 참여응답 비율이 낮아진 결과로 추정된다.

 

AI ‘이용하고 있다’ 59%, ‘내 삶에 좋은 영향’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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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을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60세 이상 연령층의 15%는 ‘현재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44%는 ‘가끔 이용하고 있다’고 답해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59%를 차지했다. 또 17%는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현재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고, 20%는 ‘사용해 본 적 없지만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4%는 ‘사용해 본 적도 없고 인공지능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고 답해 24%가 ‘사용해 본 적 없다’고 대답했다. 남녀나 주관적 계층인식, 주관적 이념성향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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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이하 연령층은 위의 동일한 응답 앙목에 각각 38%, 38%, 76%, 14%, 8%, 2%, 9%가 응답해, AI 사용 정도에서 60세 이상 연령층의 ‘현재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답변이 59세 이하 연령층보다 23%p 적었으며, ‘이용하고 있다’는 합계 항목에서도 59세 이하 연령층보다 17%p 적었고, ‘이용해 본 적 없다’는 15%p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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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AI 발전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60세 이상 연령층은 8%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고, 38%는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해, 46%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 응답은 4%,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 답은 1%여서 ‘부정적 영향’이라 답한 비율은 5%에 지나지 않았다.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44%였고 ‘잘 모르겠다’는 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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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현재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60세 이상은 72%가 ‘배우자’라고 답했고, 24%는 ‘부모 자녀 등 직계가족’, 15%는 ‘혼자’, 1%는 ‘친척 지인 등 직계가족 외의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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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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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쥴리 재판, 논고 없이 안해욱·정천수 징역 2년 구형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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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6/09/29 10:24
  • 수정일
    2026/09/29 10:2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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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 요구한 검찰 의견서도 결심 당일까지 제출 안해

구형 이유는 '피해자 고통·엄벌 탄원' 한 문장이 전부

공소사실 가장 적은 안해욱, 혐의 5개 정천수와 같은 2년

안해욱 측 양형 의견 없이 무죄만 주장…선고 10월 29일

2026-09-29 08:25:34

검찰이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건희 씨를 '쥴리'로 만났다고 증언한 사람이다. 구형 이유는 한 문장이 전부였다. 왜 유죄인지, 어떤 증거가 그것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하는 논고는 없었다. 4년 넘게 끌어온 재판을 검찰은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결심공판은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열린공감TV를 운영하는 정천수 씨와 안 전 회장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김태희 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9일 오전 10시에 판결을 선고한다.

 

증거도 법리도 없이 형량만 부른 검사

 

검사가 법정에서 밝힌 구형 사유는 짧았다. 검사는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한다고 전했다. 그다음은 곧바로 형량이었다.

 

논고는 검사가 유죄의 근거를 정리해 밝히는 절차다. 어떤 증거로 무슨 죄가 입증됐는지 짚는다. 형량이 왜 그만큼이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형사재판에서 논고와 구형은 한 묶음으로 진행된다. 어제 법정에서는 논고가 통째로 빠졌다.

 

서면도 없었다. 재판장은 직전 기일에 검찰과 변호인 양쪽에 주장을 정리한 의견서를 내라고 했다. 변호인은 의견서를 냈다. 검찰은 결심공판 당일까지 내지 않았다. 추후 제출하겠다는 언급조차 없었다.

 

형사재판에서 공표 사실이 허위라는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피고인이 진실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곧 허위가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법리다. 검찰은 이 책임을 채울 주장을 끝내 법정에 내놓지 않았다.

 

안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런 큰 사건에서 논고 없는 구형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검사들이 위에서 시킨 구형일 뿐 책임은 자신들에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날 검사들은 피고인인 안 전 회장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 재판을 거쳐 간 검사는 모두 16명이다. 처음 3명이 맡았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 1월 사이에는 7명이 투입됐다. 탄핵 뒤에도 4명이 들어왔고 어제는 2명이 나왔다.

 

공소사실 가장 적은 피고인에게 최고 구형

 

정천수 씨의 공소사실은 다섯 가지다. 김건희 씨가 유흥 접대부 '쥴리'였다는 취지의 보도가 첫째다. 양재택 전 검사 동거설과 불임 관련 게시물이 이어진다. 건진법사와의 관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구고검 시절 향응 제보 게시물도 포함됐다.

 

안 전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세 피고인 가운데 공소사실이 가장 적은 사람이 안 전 회장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다섯 가지 혐의를 받는 정씨와 같은 징역 2년을 요구했다. 검찰이 안 전 회장을 사실상 주범으로 놓았다는 뜻이다.

 

안 전 회장은 구형량을 법정에서 듣지 못했다. 재판이 끝난 뒤 변호사에게 물어 알았다. 그는 죄지은 것이 없으니 2년이든 3년이든 담담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그만큼 작은 목소리로 흘리듯 구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천수는 선처 호소, 안해욱 등은 무죄만 요구

 

두 변호인단의 최후변론은 본질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정씨 측은 공직선거법 적용부터 문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6월 27일 공직선거법 251조 일부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씨 측은 윤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전 보도에는 250조 2항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출마 선언은 지난 2021년 6월 29일이었다.

 

그러나 정씨 측은 마지막에 양형 의견을 덧붙였다. "설령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로 판단하시더라도" 사정을 참작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5년 가까운 재판으로 생업과 건강이 무너졌다는 점도 들었다. 최대한 선처해 달라는 말로 변론을 맺었다.

 

안 전 회장과 김태희 씨의 변호인은 양형 의견을 내지 않았다. 변호인은 김건희 씨가 쥴리라는 이름을 썼다는 인척 이지수 씨의 과거 발언을 짚었다. 변호인은 검사가 허위성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무죄 선고만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의 대구 향응 의혹도 쟁점이었다. 정씨 측 변호인은 대구 현장에 다른 기자들이 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대구 현장 취재에는 정씨도 동행했다. 취재비 100만원도 현금으로 들고 갔다. 열린공감TV 당시 직원들도 아는 사실이다.

 

도면·녹취·증언으로 무너진 검찰 주장

 

검찰이 내세운 주장은 여럿이었다.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6층에 연회장이 없었다고 했다. 나이트클럽이 있던 지하 1층에서 6층으로 곧장 가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했다. 안 전 회장과 조남욱 회장이 만난 적 없다고도 했다. 조 회장과 김건희 씨가 안 전 회장을 알지 못한다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이 제출한 변론요지서에는 반박 근거가 조목조목 담겼다. 호텔 도면에는 6층에 미팅룸 공간이 있었다. 김건희 씨 본인도 6층 조 회장 사무실에 간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조 회장이 자신을 '김 교수'라고 불렀다는 점도 인정했다.

 

쥴리라는 이름은 이지수 씨의 녹취에서 나왔다. 이씨는 김건희 씨의 첫 결혼식에서 피아노를 친 인척이다. 쥴리 의혹이 불거지기 전 정대택 씨와 통화한 녹음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당시 호텔 직원이었던 김복주 씨는 전시회와 관련해 '김 교수 쥴리'라는 호칭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건희 씨는 지난 5월 20일 증인으로 나와 의혹을 부인했다. 자신은 쥴리가 아니라 '제니'로 불렸다고 했다. 사건 기록을 보면 그 뒤 엄벌 탄원서가 잇따라 접수됐다. 5월 말까지 370건, 6월 178건, 7월 286건이었다. 8월 46건으로 줄었다가 9월 들어 다시 300여 건이 들어왔다. 모두 1211건이다.

 

"기억을 처벌하겠다니"

 

안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지난 5년을 되짚었다. 70대 후반에 수사를 받기 시작해 여든이 된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여러 번 차를 갈아타고 상경해 호텔에서 묵었다. 수사기관과 법정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재판 중에도 경찰 수사를 7번 더 받았고 구속영장도 두 번 청구됐다. 그사이 병상에 있던 96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안 전 회장은 "불효자가 되어 깊은 한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1999년 3월 28일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쥴리의 첫 결혼식에 갔다고 했다. 50만원을 부조했다고도 밝혔다. 김건희 씨가 자신을 공격한 이유도 짚었다. 대선 후보 배우자 시절 "대국민 거짓말"을 숨기려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 정권에서 200여 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고 했다. "모든 재산을 잃었고 집도 명예도 건강도 잃었습니다." 김태희 씨의 최후진술은 세 문장이었다. 김씨는 "지난 과거의 기억들을 처벌하겠다니 참 안타깝습니다"라고 했다.

 

방청석은 김건희 씨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차지했다. 재판 도중에도 여러 차례 소란이 일었다. 재판장이 폐정을 알리자 한 방청객이 피고인들을 향해 "니들은 3대가 멸살당해"라고 소리쳤다. 사건 기록에 쌓인 엄벌 탄원서는 1211건이다. 검찰이 법정에 내놓은 논고는 한 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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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된 안보수사 조직, 잇단 국가보안법 수사에 “법 유지 위한 공안수사” 반발

이재명 정부 하에서 80년대식 국가보안법 탄압 부활…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배신감 느껴!

  • 기자명 김래곤
  • 입력 2026.09.28 14:53
  • 수정 2026.09.28 17:37
  • 댓글 0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뒤 경찰 안보수사 인력 56% 증가
2024년 이후 시민단체·언론·SNS 게시물까지 국가보안법 수사 이어져
“수사기관 종사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과잉수사 부추길 가능성”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사랑채앞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지난 17일 청와대 사랑채앞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경찰이 이미 2년 전에 활동을 끝낸 소규모 독서·토론 모임 참가자들의 주거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면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뒤 대폭 확대된 경찰 안보수사 조직이 국가보안법 사건을 통해 조직의 존재 이유와 수사 실적을 입증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17일 통일시대연구원 관계자 등 8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가운데 5명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연구원 측은 해당 모임이 통일 문제 등에 관한 자료와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던 소규모 독서모임이며, 이미 약 2년 전 활동을 종료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들은 “공개된 자료를 읽고 토론한 행위를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만드는 것은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겨냥한 과잉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일시대연구원 등은 이번 수사를 “독서토론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으로 규정하고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간 이후 안보수사 조직과 인력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2024년 1월 1일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경찰의 전국 안보수사 인력은 2023년 724명에서 2024년 1,127명으로 403명, 약 55.7% 증가했다. 순수 대공수사 인력도 약 400명에서 약 700명으로 늘어 약 75% 증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확대된 조직을 배경으로 최근 수년 동안 국가보안법이라는 미명 아래 수사가 시민사회와 언론, 온라인 공간까지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8월 민중민주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권말선·한성 씨, 10월 한국진보연대·통일시대연구원·통일의길과 한충목 대표의 주거지와 차량,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잇따랐다. 이후 인터넷 매체 자주시보 관계자들이 온라인 기사와 기고문, 북측 언론 인용 등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송치되는 등 표현물과 온라인 활동을 대상으로 한 수사도 이어졌다.  

지난 6월 민중민주당 대표와 사무총장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당시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폭 확대된 안보수사 조직이 시민사회의 민주적인 독서 모임과 토론회, SNS 게시물, 기사와 기고문 등 사상·표현의 영역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 가는 현상 자체가 문제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 대상이 된 독서토론 모임의 경우 활동이 끝난 지 약 2년이 지나서야 다수 참가자에게 동시에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이를 두고 “80년대식 공안수사가 SNS와 휴대전화 압수수색이라는 방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며 “시민의 온라인 대화와 독서·토론까지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고무·동조’ 문제로 확대한다면 사실상 사상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은 국가보안법의 상금·보로금 제도로도 번지고 있다.

현행 국가보안법 제21조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 통보하거나 체포한 사람뿐 아니라, 범인을 인지해 체포한 수사기관·정보기관 종사자에게도 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2조는 일정한 경우 압수물과 관련한 보로금 지급 근거도 두고 있다.

지난 9월23일 KBS가 1981~1992년 국가보안유공자 심사위원회 결정문 1,702건을 분석한 결과, 포상금이 지급된 간첩 사건 175건 가운데 82건, 46.8%가 이후 재심 무죄나 국가기관의 불법수사 인정 등을 통해 ‘조작 간첩 사건’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제도가 수사기관 종사자가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토대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둔 구조라며 이해충돌과 과잉수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개별 압수수색 한 건의 문제가 아니라, 대공수사권 이관 이후 몸집을 키운 경찰 안보수사 조직과 국가보안법이 결합해 시민사회 영역을 지속적으로 수사대상으로 확대하는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이들은 독서토론 모임 수사 중단과 압수수색 과정의 인권침해 조사·사과, 국가보안법 제21조 상금제도 재검토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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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씹어 먹고 살 건가?" 3대 메가 바라보는 한 농업인의 심정

[인터뷰]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민 목소리 프로젝트 어디에도 없다"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9.28. 05: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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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장은 파괴를 동반해 왔다. 농지가 에너지 단지로 바뀌면서 농지와 농민의 수가 꾸준히 줄었다. 개발에 반대하는 농민은 삶터를 빼앗겼다. '농사보다 돈이 된다'는 말에 에너지 기업에 땅을 빌려준 이는 약속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 기업과 정부가 던져 놓은 '에너지 수익금'은 주민 간 찬반 갈등을 촉발했고, 오랜 공동체는 파괴됐다. 태양광·풍력 단지가 조성된 농어촌에서 수십 년 간 반복돼 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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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농촌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추가로 떠안았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더 빠르고 일방적인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 몰고 올 갈등을 비롯해, 물과 전력, 토지 등 자원의 편중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작물값이 똥값'이라며 매년 밭을 갈아엎고 광화문 앞에 양파를 쏟아붓고 와도, 농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농업 진흥 정책은 부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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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가 프로젝트의 가장 큰 희생자로 농민과 농촌이 지목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엄청나(47)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 내 농민의 입지를 "바닥" 한 단어로 일축했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전농 사무실에서 엄 정책위원장을 만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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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는 농어촌 희생을 밟고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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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 필요성에 그 뒤의 희생은 가려져 온 것 같다. 농촌은 무엇을 목격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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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장에 따른 무분별한 농지 파괴, 주민 수용성 무시를 정말 오래 지켜봤다. 대표 입지가 간척지다. 국내 농지의 24%가 간척지인데, 여기에 태양광 단지를 무리하게 세우려다 보니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가짜 염해 판정'이 한 예다. 간척지의 염분이 높아 농사에 부적합하다고 억지로 증명해 단지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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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은 해남 사례가 정말 황당한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간척지가 근래 염해 농지로 판정됐다. 그럼 개발업자는 '여기 농지 가치가 없으니 태양광 설치하겠다'고 전용 신청을 할 수 있다. 100년이 지난, 이미 오래 농사를 잘 지어온 농지가 갑자기 쓸모없는 땅이 됐다. 이게 맞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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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염해 판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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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지 벼는 20cm(센티미터) 정도까지 뿌리가 자란다. 그런데 그보다 더 깊은 심토(30~60cm)로 염도를 측정하고, '소금기가 많아 농사가 안 된다'고 결론짓는다. 가짜 염해 판정은 오래전부터 하도 문제가 많아,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연구 뒤 '표토가 문제지, 심토는 제외해야 한다'는 개선 방향까지 결과로 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낸 정부가 관련 규정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보고만 있다. 해남, 진도, 영암, 당진, 서천 등 간척지 있는 지역에 태양광 분쟁이 없는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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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재생에너지 단지가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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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 임대농이 많다. 농지를 에너지 기업에 임대하면 임대농은 밀려난다. 약속된 소득도 제대로 얻지 못한다. 요새는 보통 쌀농사로 '평당 1000원 번다'고 한다. 임대업자들은 '평당 6000~9000원 임대료 준다'며 밀고 들어온다. 그렇게 땅을 임대하고 갈아엎는데, 그만큼 이익이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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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도 농민에게 들은 이야기다. 처음엔 업자가 월 30여만 원씩 주민에게 준다고 했는데, 10년이 지났는데 받은 돈이 총 100만 원도 안 된다. 대부분 초기 업체가 파산하고 제3자에게 사업을 넘기면서 애초 약속이 파기되는 일이 발생한다. 업체가 파산해도, 이미 그 땅은 태양광 단지가 됐으니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임대료 등을 제대로 받았다는 농민을 거의 본 적 없다."

▲2026년 9월 21일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는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 정책위원장ⓒ프레시안(손가영)

- 풍력단지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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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 강원도 양양 송이 경매가 시작됐다는 기사를 봤다. 앞으로 이곳 송이를 볼 수 있을지, 거기 동식물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됐다. 양양 산림은 환경보호구역인데, 이제 어마어마한 송전탑이 우후죽순 깔릴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 육상풍력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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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단지 인근 농민의 고충은 전농에 자주 보고된다. 바다 위 흔들리는 배에서 우리는 안정적으로 잘 살 수 있나? 이런 문제다. 프로펠러가 돌면서 땅이 흔들리고, 저주파와 소음이 발생한다. 이 영향을 동식물들이 받는다. 꿀벌이 사라지고, 염소·송아지 등 축사 동물 폐사, 뱀·야생동물 민가 출몰 등의 고충을 계속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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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 진동이나 저주파에 의한 동식물 영향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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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단지 환경영향평가서에 '일정 반경 내 가구는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권고가 아니라 이주해야 한다고 정한다. 평가서에 동물 사육, 생활 환경에 미치는 위험 요소도 다 적시돼 있다. 전농엔 풍력발전기 소음, 진동, 그림자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꿀벌과 가축 폐사 사례도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다. 농지나 면에 건설한 도로, 4호 이하 가구 밀집 지역은 이격거리(발전소와 떨어진 거리) 규제 대상도 아니다. 겨울 동안 풍력 날개에 쌓인 눈, 얼음이 이후 바람이 불면 다시 돌아가면서 주변 농지, 농가에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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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위기 시대의 과제인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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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정부 정책에 '어떻게 하면 재생에너지를 많이 설치할까'만 있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 농민의 희생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 안에 매몰돼서, 농민의 삶과 안전, 그리고 경자유전의 헌법 원칙조차 무시된다. 농촌은 희생해도 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 송전탑을 세우는 방식이 이를 잘 보여 주지 않나."

희생 필연인데…'전력 증대'만 말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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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을 세우는 방식이 뭘 보여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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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반도체가 중요하지. 농촌은 괜찮아. 희생해도 돼.' 이 인식이다. 그 큰 탑이 지역 사회에 들어서는데, 주민과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없다. 그냥 어느 날 설명회 열고 '여기 송전선로 들어옵니다' 하고 밀어붙인다. 매우 폭력적이다. 지역을 깔보고, 농민을 깔보고, 농촌을 깔보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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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만 봐도 보인다. 주민 수용성 고려한다며 신설 송전탑을 최대 40% 줄이고, 주민 밀집 지역에선 전선을 땅속에 묻어 지중화한다고 밝혔다. 지중화는 인구가 많은 도시 얘기지, 농촌은 대상이 아니다. 대체 이만한 전기가 꼭 필요한지, 이 전기를 이런 방식으로만 생산·송전해야 하는지 논의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국가 계획으로 희생되는 것이 농민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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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한 전력이 꼭 필요한가'란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기후위기에도 여전히 전력 생산을 늘리려고만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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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가뭄, 병충해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농민이 더 잘 안다. 벼멸구는 농민에게 재앙과 같은데, 원래 그리 자주 나오지 않았던 벼멸구가 이젠 매년 발생한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정 정도 우리도 함께 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고 감내해 왔다. 그런데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이 모든 걸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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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아무리 재생에너지 늘리는 데 동참한들, 정부가 이렇게 전력 수요를 급격하게 늘려 버리면 농민은 그저 반도체 산업의 일부가 될 뿐이지,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다. 이 어마어마한 전력 수요와 개발은 탄소 중립 역행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농민 희생도 무가치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은 다 허구의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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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용수 공급도 논란이다. 정부의 물 관리 계획을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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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물에 엄청 민감하다.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의) 물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내려줄까, 이게 최고의 관심사다. 그리고 농업용수는 항상 부족했다. 올해는 더 했다. 지금 경남이 가뭄이다. 농업용수 저수지가 말라비틀어져, 포클레인으로 땅까지 팠다. 판 땅에 고인 물을 썼다. 전부 삽까지 들고 갈 판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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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3대 메가 프로젝트 용수 공급을 위해 발의한 '물 관리 3법' 개정안 핵심은 첨단전략산업의 물 공급이 가장 우선된다는 내용이다. 대만에는 이미 선례가 있다. 2021년, 2025~2026년 가뭄 때 농업용수를 끊고 반도체기업 TSMC에 물을 공급했다. 정부는 아예 나주댐 농업용수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로 전용하겠다고도 했다. 나주댐은 농업용으로도 부족하다. 여기에 농민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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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하면 농지와 농민이 줄고, 농업에 필요한 자원의 분배도 뒷전으로 밀린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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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농업과 식량의 보호는 정말 중요한데, 한국만 아무것도 안 한다. 발 등에 떨어진 불 앞에 국가가 태만하다. 지금 한국 곡물자급률은 21%다. 세계 평균은 100%가 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부분이 70%를 넘는다. 식량의 중요성은 이미 코로나19 당시 인도가 밀 수출을 중단했을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을 때 눈으로 확인했다. 미국은 이 중요성 때문에 최근 농업법을 '농업·식량 및 국가안보법'으로 개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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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씹어 먹고 살 건가?' 농민들이 하는 얘기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돈만 있으면 식량을 다 사 올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는지 모르겠다. 반도체가 대기업의 이익 문제라면, 식량은 서민의 생존 문제다. 부자들은 식량이 부족해도, 비싸져도 다 잘 산다. 식량은 부족하면 큰 일이 나지만, 남으면 누굴 줘도 되고, 다른 용도로 써도 된다. 농지와 농업의 문제는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전농 강원도연맹이 2026년 8월 5일 강원도청 앞에서 '농산물 가격폭락 영농자재비 폭등으로 농민이 죽어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농 강원도연맹

'농사 수익 안 나니 농사 접고 태양광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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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농 차원에선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평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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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농업의 모든 자원을 수탈해 반도체와 AI 같은 산업 발전에 쓰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 프로젝트를 지역 균형 개발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지역에서 시작된 요구가 아니었다.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AI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것이지, 지역 고유의 산업과 삶을 고려하면서 어떻게 하면 균형성장을 이룰 것인지란 고민에서 나온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의 확장일 뿐, 지역 균형 발전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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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주장엔 무엇이 빠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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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지속가능해지려면, 그 지역을 지탱해 온 근간산업인 농업이 튼튼해야 한다. 농업 없는 지역 균형 발전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K-컬처, K-푸드 등 한국 문화와 사회의 근간도 사실 농업이 기반이다. 농업과 연관 산업을 어떻게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육성할지 등 농업 자체의 필요에서 균형발전의 내용이 메워져야 한다. 이를테면, 단순히 거대 공장 유치가 아니라, 지역 농가와 계약 재배하고, 이를 또 지역 내에서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그 과정에서 부산물, 폐기물 등을 업사이클링(새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모델 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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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농가를 대하는 태도는 '농사지어봐야 수익이 안 나니까, 태양광 해라' 이런 식이다. 재생에너지와 농업의 결합 또한 농업 자체의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순서가 바뀌면, 태양광 확대의 설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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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의 중요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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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벼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고온이 너무 심하니, 알이 차기도 전에 겉이 익어 쌀알이 차질 않는다. 철원, 경기, 예산, 전남 등 곳곳에서 보고된다. 수확량이 10% 정도는 줄지 않을까. 기후 재난에 식량 문제는 심화하고, 이는 다시 기후 재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농사는 기반이 한 번 파괴되면, 다시 복구하는 게 어렵다. 농지 상황, 설비, 종자 등의 조건이 다 확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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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로 전기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꿀벌이 죽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생태계와 환경을 산업적 관점으로만 보는 국가의 인식이 문제를 방조해 왔다. '우리는 자연에 기반하고 살아간다'는 생태적 관점으로의 전환을 심각히 고민하고 해내야 할 때다. 이를 무시한 인간의 오만함이 지금의 기후 재앙을 만들었다. 농업은 탄소 중립과 지속가능성에 가장 걸맞은 대안이 될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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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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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송환·DMZ 폭발 사고 대처에 한국일보 “국민 답답하게 만들지 말라”

gle 검색에서 미디어오늘 기사를 우선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9.28 07:47

[아침신문 솎아보기] 북한군 포로 2명 송환 사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통해 알려져

경향신문 “안보 사안 과도한 정쟁화 없어야”… 조선일보 “누가 위험해진다는 건가”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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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최근 국내에 송환된 사실이 볼로디미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공개되고,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안보 관련 문제에 대한 언론사별 관점 차가 나타난다. 28일자 신문에선 “안보 사안에는 과도한 정쟁화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과 “대통령의 대응이 국민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수동적”이라는 관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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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송환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에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포로의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비공개 합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를두고 국민의힘은 “북한 눈치 보기용 은폐 시도”라고 비판했다.

▲28일 조선일보 1면.

28일자 신문 1면을 보면 동아일보는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공개에 李 “비공개 합의 어겨”>, 조선일보는 <北포로 송환, 성과 내고도 숨기려 한 정부> 제목으로 사안을 다뤘다. 조선일보 기사는 2면 <‘北 의식했나’ 논란…與내부에서도 “왜 뒤로 숨느냐”>로 이어졌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외교가에선 ‘미북 대화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협의 과정에서 우리 측이 비공개를 요청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인권 침해와 북한군의 국제적 안보 위협 차원에서 언급했는데,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하는 현 정부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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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추정 사고 조사도 주요 사안으로 다뤄졌다. 국민일보 1면 <지뢰 폭발 엿새만에 현장조사 軍“안전 우선”>, 동아일보 1면 <軍-유엔사, DMZ 폭발 6일 만에 합동 현장조사>, 서울신문 <‘DMZ 폭발’ 현장도 못봤다>, 세계일보 <DMZ 지뢰사고 현장조사, 폭발 지점엔 도달 못해>, 조선일보 1면 <폭발 현장 장병들 “北 목함 지뢰 봤다”>, 중앙일보 1면<목함지뢰 땐 이틀, 지금은 엿새 뒤 조사>, 한국일보 1면 <DMZ 지뢰 사고 현장 조사 폭발 지역 앞 일몰로 철수> 등 주요 신문의 1면을 채웠다.

▲28일 중앙일보 1면.

경향신문 “안보 사안 과도한 정쟁화 없어야”, 조선일보 “누가 위험해진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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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별 사설에서는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 잇따라 벌어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정쟁화보다 차근차근한 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대응이 답답하다는 반응이 상반된다. 다음은 관련 사설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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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뢰 폭발·북한군 포로 송환, 안보 사안 과도한 정쟁화 없어야>

세계일보 <北 포로 데려온 건 잘한 일, 정쟁화 자초는 유감>

조선일보 <석 달 전 예고, 이미 입국, 공개하면 왜 위험해지나>

중앙일보 <북한군 포로 입국, 파병 실상 밝히고 신변 보호 철저히>

한겨레 <한국 온 북한군 포로들, 인도·인권적 원칙 지켜져야>

한국일보 <북한군 귀순도, 지뢰사고 조사도 수동 대응…국민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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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북한 주민을 한국 국민으로 규정한 헌법에 비춰보건, 국제법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보건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가족 등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송환 사실을 국내외 선전 수단으로 삼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인도적 처사일 것이다. 과거 보수 정부들도 상당수 북한이탈주민 사례를 장기간 공개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파주 군사분계선(MDL) 인접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로 25사단 수색대대장 등 2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을 두고 의혹이 나오는 것까지 포함해 “여야 모두 국가 안전과 국민 생명이 걸린 안보 관련 사안에서만큼은 과도한 정쟁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8일자 경향신문 사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전쟁의 참화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자 인도주의에 부합하는 길”이라며 “외교 당국은 송환 과정의 보안 문제로 관련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커지지 않도록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이 이 사안을 여야의 진영 논리에 따라 정쟁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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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해 “인권과 안보는 안중에도 없이 모든 사안을 정쟁화하려는 태도”라며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공연히 홍보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전했다. 이어 “대북 관계나 대러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이 돼서도 안 되고, 두 사람의 증언 등을 통해 북한이나 러시아에 대한 공격 소재를 얻어내려는 접근도 안 된다. 오직 두 사람의 인권과 안전을 중심에 놓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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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송환 자체는 잘한 일이라 평가하면서도 이 대통령이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북한 포로들의 국내 입국은 인권과 인도주의 원칙은 물론 국제법과 국내법에 부합하는 조치다. 이들은 그동안 북송될 경우 죽음이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호소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의 결단은 평가할 만”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국민이 정부 발표가 아닌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또 “포로들이 이미 무사히 입국했는데도 안전을 내세워 비공개 원칙을 강조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비판일수록 정부는 날 선 언어로 맞받아치기보다 사실과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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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기 이익 위해 생명과 국익 해치는 사람,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 발언 두고 갈리는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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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군 포로는 헌법상 우리 국민이고 이들이 한국행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가 데려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젤렌스키가 송환 사실을 밝혔을 때 포로들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포로 가족의 안전은 송환 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이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개하면 누가 위험해진다는 건가”라고 전했다.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 대통령이 “자기 이익을 위해 생명과 국익을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관점이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러시아 매체는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살인자, 배신자(매국노)라고 불렀다’고 보도하고 있다”면서 “젤렌스키가 송환을 먼저 공개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살인자·매국노라고까지 하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나”라고 전했다. 다만 국내 언론보도 등을 살펴보면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한 야권을 겨냥해 ‘자기 이익을 위해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강하게 반박했다”고 설명하고 있는 매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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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조선일보 2면 기사에서도 “러시아 관영 매체는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살인자, 반역자·배신자(한국어 ‘매국노’의 번역)라고 불렀다‘고 보도하고 나섰다”며 “한국 야권을 겨냥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선전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2면 보도에서는 러시아 매체가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지적했으면서, 사설에서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살인자, 매국노라고 하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나”라고 쓴 것이다.

▲28일자 조선일보 2면.

한편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부의 대응을 다소 강하게 비판한 사설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결과만 놓고 보면 2명 모두 무사히 한국 땅을 밟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알린 과정엔 점수를 주기 힘들다”며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주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정부는 뒤늦게 시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앞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 조사를 닷새나 지나서야, 그것도 원성에 떠밀려 시작한 것도 수동적이기 짝이 없는 대응이란 지적이 많다”며 “북한군 귀순도, 지뢰사고 조사도 외교 리스크를 자초하고 국민 자존심을 훼손할 만큼 우리가 고개를 숙여야 할 사안들은 아니었다. 더 이상 국민을 답답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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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자율'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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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er for Longer’ 경고에 흔들리는 세계 경제

이번 장기 금리 상승, 물가 아닌 실질 금리 상승 탓

무너지는 버블성 자산, 흔들리는 금융기관

‘펀더멘탈은 튼튼’ 주문만으론 부채폭탄 못 막아

가계·기업 부채 세계 최고 수준 한국 특히 취약

부채 의존의 삶과 경영 방식 철저히 점검하고

고금리 영구적이란 전제 아래 경제 체질 바꿔야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시대는 이제 완전 끝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20여 년간 겪어보지 못한 큰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어느새 미국 국채 10년물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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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처럼 보였던 5%를 잠시 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5.2%까지 올랐고, 30년 만기 국채는 5.5%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속도와 파급력은 전 세계 시장을 거세게 흔들었고, 주요 선진국의 장기 금리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일본의 30년물 금리는 4.2%를 넘어, 30여 년 전 버블 붕괴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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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장관은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개입 정책을 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 시장의 거센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히려 금리를 안정시켜야 할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고금리를 인정하듯 앞다퉈 정책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벌써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연준도 논란 끝에 연방기금금리 목표 상한을 4%까지 올렸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금리 인상 압력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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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장기 금리 폭등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일시적 파동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을 지배했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혀 다른 경제적 인과관계가 작동하는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라는 새로운 체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거대한 구조적 신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했다. 이로써 일본은 기준금리는 1995년 이래 최고 수준이 됐다. 사진은 18일 명동의 한 환전소의 모습. 2026.9.18 연합뉴스

장기 금리 상승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 아닌 '실질 금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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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금리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떠올린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으니,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도 예전처럼 0%대 혹은 1%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장기 금리 상승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면, 이런 기대는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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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지만, 해외 학자들과 시장 분석가들은 공통적으로 최근 장기 금리 급등의 핵심 원인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아니라 '실질 금리(Real Interest Rate)'의 구조적 상승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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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명목 금리는 크게 '예상 인플레이션'과 실질 자본 비용인 '실질 금리'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2010년대 저금리 시절에는 전 세계적인 저축 과잉과 안전자산 선호 속에서 실질 금리가 0% 내외, 심지어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저축 공급 감소, 탈세계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 폭증, AI 혁명에 따른 실물 자본 수요 변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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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진짜 값인 '실질 금리' 자체가 2%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에 완벽히 안착시킨다 해도, 실질 금리가 2% 이상 유지되는 한 명목 장기 금리는 4~5% 아래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기 위해 물가를 잡을 것이라 공언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선 지 5년이나 되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금융시장 부양을 우선하는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는 한, 물가를 쉽게 잡기는 어렵다. 연준 자체 진단으로도 목표 금리에 안착하기까지 2~3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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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여파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기 때문에 물가를 안정시키기 쉽지 않다. 결국 물가가 2% 이상에서 유지되고 실질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장기 금리는 떨어지기 어렵다. 불황이나 전 세계적인 대형 금융위기가 터져 인위적으로 돈을 풀지 않는 한, 우리는 최소 4~5%대의 장기 금리가 한동안 유지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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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기 금리 상승의 배경이 실질 금리 상승이라는 진단이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번 금리 상승을 물가 상승 탓으로 보는 잘못된 진단이 지배적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물가 상승이 문제라면 장기 금리는 곧 안정되겠지만, 실질 금리 상승이 원인이라면 경제에 대한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연준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가 몰고 올 3대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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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금리 상승이 원인인 고금리 장기화 체제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그리고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실물경제에 순차적이고 치명적인 균열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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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 – '5% 무위험 이자'라는 거대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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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는 지금까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되어 왔다.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로 많이 지니고 있으며,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려 불확실성이 심화되면 오히려 각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모순적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런 미국 국채의 장기 금리가 5% 수준에 안착했다는 것은, 아무런 위험 없이 10년 동안 매년 안정적으로 5%의 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메가톤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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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리가 5% 수준에 머무르면,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때 최소한의 기대수익률이 5%를 넘어야 한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사모펀드 같은 위험 자산에 돈을 넣으려면 최소한 이 5%라는 '무위험 기준선'에 손실 가능성까지 더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과열되었던 자산 시장에서 5%를 훌쩍 웃도는 수익률을 내는 자산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위험자산의 매력이 줄어들었고,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자금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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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저금리 시절 스토리와 기대감만으로 밸류에이션이 치솟았던 버블성 자산들 — 막대한 자본 투자 대비 당장의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일부 AI 관련 기술주나, 과도한 레버리지로 떠받쳐진 부동산 자산 등 — 은 극심한 재평가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고금리가 장기화될수록 시장의 '약한 고리'부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거품은 시간문제일 뿐 결국 꺼질 수밖에 없다.

 

케빈 워시 연준의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둘째, 금융기관의 장부상 착시와 사모신용(Private Credit)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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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저금리 시절 1~2%대 이자율로 발행된 막대한 규모의 장기 채권을 장부에 대량으로 안고 있는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평가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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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평가를 피하며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는 논리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고 펀드 환매를 요구하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순간, 금융기관들은 손실을 확정 지으며 채권을 매각해야 하고, 이는 순식간에 시장 전체의 유동성 경색으로 번지게 된다. 금리 인하기에는 금융회사들이 가만히 앉아서도 수익을 얻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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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그동안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어 온 비은행 금융권과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높은 변동금리로 사모펀드 등에서 자금을 빌린 한계 기업들은 이미 높은 이자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이들 기업의 연쇄 부실은 피할 수 없고, 이는 신용 시장 전반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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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월가를 넘어 메인스트리트로 – 가계·기업 부채와 한국 경제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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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의 충격은 월스트리트의 모니터 화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물경제의 가계와 기업이 짊어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곧바로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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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경제는 이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정부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 영끌로 집을 마련한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4000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익스포저로 부풀려진 부동산 거품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며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호황이 유지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경제의 근간은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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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른 주요국들도 급증한 국가부채로 이자 지급 비용이 폭증하면서, 경제 충격을 방어할 재정정책 여력을 사실상 잃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위기를 막아주던 '정부 구원자'의 시대도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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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데자뷔 : '펀더멘탈'이라는 환상과 위기 불감증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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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의 저서 폴트라인(Fault Line)에서 구조적 소득 불평등, 정치가 만든 손쉬운 신용 완화, 글로벌 거시경제의 균열을 대형 지진의 원인이 되는 지각 변동에 비유한 바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해결하는 대신 '부채를 통한 소비'로 때우려 했던 정치적 시도가 결국 2008년의 붕괴를 불렀다는 진단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라잔의 경고와 3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의 데자뷔가 겹쳐 보인다. 한국 사회는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왔다는 엄혹한 현실을 지나치게 비전문적이고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대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고금리의 구조적 위험, 부동산 관련 부채의 위험성, 전 세계적인 금융 경색시 발생할 자본 도피와 이에 따른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은 깊이 있는 논의를 피한 채 단기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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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도,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는 말만 주문처럼 반복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인 실질 금리 상승과 부채 폭탄이라는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리고 있음에도 정책 당국은 여전히 똑같은 태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홍종학 전 국회의원 · 중소벤처부 장관

'공짜 돈'이 범람하던 시대는 끝났다. 장기 금리의 상승은 단순히 숫자가 바뀐 것이 아니라, 자본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금이라도 부채에 의존했던 삶과 경영 방식을 철저히 점검하고, 5%의 고금리가 영구화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자산과 리스크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고금리의 파도 속에서 견뎌낼 수 있는 경제 주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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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경제스케치북 haasi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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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꿀단지, 수도권은 빨대?"... 싸늘해진 전남광주 민심

26.09.27 16:16ㅣ최종 업데이트 26.09.28 07:24

송전탑부터 의대 갈등까지, 추석 밥상에 오른 이재명 정부 평가... "지역 차별 비롯된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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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엔 어딜 가나 '이재명'과 '지역 차별'이 화두였다. 오랜만에 지인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자리에서도 대화마다 가시가 돋쳐 있었다. 비판의 대상과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대부분 이재명 정부를 향한 성토로 수렴됐다. 그들은 지난 대선 때 모두 이재명을 선택한, 나름 열성적인 지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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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기업의 편에 섰다며 노골적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인공지능(AI)에 꽂혀 다른 정책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일잘러'로 알려진 이재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라며 은근히 두둔하는 이도 있었다. 아직 지지를 포기하긴 이르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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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뽑은 전남광주 민심,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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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정부의 정책마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느낌이라며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고도 했다. 한 지인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형국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 말인즉슨, '윤석열'을 지우려다 '문재인'과 '노무현'까지 지워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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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일반화시킬 순 없겠지만, 지인들 모두 광주와 전남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어서 지금의 '호남 민심'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성싶다. 그들은 호남 지역에 대한 특혜를 바라고 이재명을 선택한 건 아니라고 이구동성 말했다. 다만, 경제적 양극화와 해묵은 지역 차별 문제를 누구보다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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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꿀단지'이고, 수도권은 '빨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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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대화의 도마 위에 오른 건 송전탑 건설 문제였다. 호남의 대규모 태양광과 해상 풍력 발전 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소재 대기업에서 사용하도록 수백 킬로미터의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정책에 완강히 반대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이익을 위해 지역민이 피해를 감수하라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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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과거 '밀양 할매들의 송전탑 반대 투쟁'을 다시 떠올렸다. 정부는 경상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건설을 강행했고, 촌로들은 스스로 쇠사슬을 몸에 결박하며 맞섰다. 당시의 반대 논리 또한 지역 차별을 멈추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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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난 뒤 정부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밝혔고, 전력 생산과 송전탑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산지소'란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는 그곳에서 소비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는 환경 파괴에 따른 피해를 특정 지역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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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전 세계적 호황과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산지소'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순식간에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관련 산업 단지 조성이 촌각을 다투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다시 지역민의 희생이 강요됐고, 얄궂게도 과거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이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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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엔 영남 지역이 투쟁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호남과 충청 지역으로 옮겨졌다는 것뿐이다. '지산지소' 원칙에 충실히 따른다면,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 생산 기지를 세우거나, 반도체 산업 단지나 데이터 센터를 지역에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중재하거나 설득할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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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표심'에 기대어 또다시 지역 차별에 공공연히 나선 셈이다. 지인들은 어차피 영호남의 지역 갈등이 상수인 상황에서 수도권에 대항하는 지역의 목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정책적 판단이 내려졌을 거라고 의심했다. 그들이 이재명 정부가 '잔꾀'를 부리고 있다고 여기는 대목도 이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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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회만 세종시로 옮기면, 지방 균형 발전이 끝난 줄 아나 보죠? 원자력 발전소를 서울의 한강 변에 세우거나, 대기업 본사와 명문대를 지방으로 모두 옮기겠다는 혁신적인 정책 정도는 나와야 지방 분권 시대를 말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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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키워드 '지역 내 갈등', 하루아침에 불구대천 원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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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 학생들이 1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 앞에서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불공정 심사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 심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목포를 비롯한 서남권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불공정 심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6. 9. 14 ⓒ 국립목포대학교

그들은 이재명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수도권 정부'로 규정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역민의 피해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에 절망한다고도 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그 후손들 역시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함에도 지원금 챙겨 지역을 떠나라는 식으로 부추기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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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인구 규모로 볼 때, 수도권은 주택, 교통, 환경, 범죄 등 '집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주택을 더 짓고, 도로를 더 넓히고, 오수 처리 시설을 더 세우고, 경찰력을 더 늘리는 걸로 대응해선 안 된다. 그럴수록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동시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건 허황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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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의 추석 대화는 수도권을 넘어 지역 내 갈등 문제로 이어졌다. 전남권 국립 의대를 어디에 세우느냐를 두고 벌어진 순천대와 목포대의 볼썽사나운 대립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는 발에 치이는 게 병원인 수도권의 주민들에겐 어린아이들의 치기 어린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료적으로 낙후된 두 지역민에겐 오랫동안 숙원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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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은 전국 17개 광역 단체 중에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선거철마다 여야 후보자들은 의대 설립을 공약했지만, 그때마다 공염불에 그쳤다. 의료적 소외는 지역의 인구 유출을 부추겼고, 전남의 인구 감소율은 해마다 전국 1~2위를 다투고 있다. 정부의 국립 의대 설립 추진 방침이 전남 지역민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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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의 관심이 컸던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도 뜨거웠다. 전남 동·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순천대와 목포대는 각 지역의 유치 필요성을 내세워 총력전을 펼쳤다. 여수, 광양 등 대규모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해 산재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순천대와 도서 벽지가 많아 의료 접근성이 가장 취약하다는 목포대의 명분은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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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두 대학을 통합한 뒤 통합 의대를 설립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가 의대 캠퍼스를 어느 곳에 두느냐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중앙 정부는 지방 정부에 중재를 위한 공을 넘겼고, 지방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외부 기관에 의뢰해 공모 심사를 맡겼다. 이는 갈등이 첨예했던 만큼 누가 이기든, 상대가 승복하기 힘든 '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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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가 가까스로 이겼고, 예상대로 목포대는 결정에 불복했다. 대학 간의 갈등은 정치인과 지역민의 싸움으로 번졌다. 지역 정치인들은 삭발과 단식 투쟁을 감행했고, 목포대는 지역 여론을 등에 업고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오매불망 염원하던 지역 의대 설립을 두고 순천과 목포 지역민들은 하루아침에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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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은 순천과 목포, 두 곳 어디도 편들지 않았다. 다른 시설도 아닌, 국립 의대의 유치 경쟁이라면 극단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비난의 화살은 이재명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향했다. 두 대학과 지역의 갈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거고, 예상하고도 중재를 포기한 건 무책임한 거라며, 지역 통합의 명분조차 사라졌다고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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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국회의원 선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제기됐다. 정치인들의 삭발과 단식은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음 선거를 위한 '퍼포먼스' 아니겠느냐며, 직능별 비례대표제였다면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됐을 거라고 말했다. 결국 정치인들의 중재 역할이 또다시 사법부 판단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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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본질적으로는 지역 차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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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의 추석 대화는 이렇게 매조지었다. 오랫동안 의료적으로 소외당하며 살아왔다는 설움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지역민들이 의대 유치에 사생결단식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의료 서비스가 거주지와 상관없는 온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애초 벌어지지 않았을 사달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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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민심#송전탑#지산지소#전남국립의대#지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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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초생활수급자 벗어난 이유 1위는 ‘사망’···소득 늘거나 취업해 벗어난 사람보다 많았다

수정 2026.09.28 06:10

노인이 길거리에서 모은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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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벗어난 사람 3명 중 1명은 ‘숨져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거나 새로 취업·창업해 수급 자격을 상실한 인원을 모두 합쳐도 사망으로 수급이 종료된 사람보다 적었다. 수급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취업 등을 통한 자립 지원과 함께 고령 수급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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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탈수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이 종료된 사람은 24만737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망에 따른 탈수급이 7만8014명(32.4%)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 증가와 신규 취업·창업에 따른 탈수급은 모두 합쳐 6만6976명(27.8%)으로, 사망보다 1만1038명 적었다. 사망에 따른 탈수급이 두 사유의 합계를 앞지른 것은 최근 5년(2021~2025년) 중 지난해가 처음이다.

완독탈수급 양상 변화는 수급자의 고령화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의 ‘2025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일반수급자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21년 37.6%에서 지난해 44.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수급자는 85만2396명에서 121만2262명으로 42.2% 늘어, 일반수급자 전체 증가율(20.4%)의 두 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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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의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자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수급자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확보해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행 자활사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빈곤 노인이 기초생활보장제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수급 문턱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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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깨닫는 인생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시인.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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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모습』 미셀 투르니에 · 에두아르 부바

사람은 얼굴로 자신을 보여주지만

등으로는 살아온 시간을 보여준다

멈추면 오히려 시간을 가장 선명하게

타인의 삶을 향해 열리는 작은 문

뒷모습은 모든 인간에게 예정된 모습

얼굴 없는 초상

사람을 기억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얼굴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얼굴을 향하고, 누군가를 설명할 때도 얼굴의 표정과 눈빛을 이야기한다.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에두아르 부바는 카메라를 사람의 얼굴에서 돌린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사람의 등이다. 걷는 사람, 서 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아이와 함께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다. 처음에는 의아하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진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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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진을 오래 바라볼수록 오히려 얼굴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얼굴을 보지 못하니 사진 속 인물을 특정한 사람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알 수 없다. 그 순간 사진 속 사람은 특정한 개인을 넘어 하나의 인간이 된다. 얼굴에는 표정이 있지만 뒷모습에는 흔적이 있다. 옷의 주름, 구부러진 어깨, 걸음의 속도, 머리카락의 모양, 손의 위치, 몸의 방향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한다. 무엇보다 뒷모습은 스스로 연출하기 어렵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자신의 등은 볼 수 없다. 그래서 뒷모습은 인간의 가장 무의식적인 초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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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얼굴로 자신을 보여주지만 등으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보여준다. 부바의 사진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다. 그는 유명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건을 찾지 않는다. 길을 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투르니에는 사진에 글을 덧붙이면서 그 침묵을 더욱 깊게 만든다. 그는 사진을 설명하기보다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따라간다. 그 결과 『뒷모습』은 사람의 등을 찍은 사진집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를 뒤에서 바라보는 철학적 산책이 된다.

 

떠나는 사람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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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에는 본질적으로 움직임이 있다. 사람이 우리를 향해 서 있을 때 우리는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저 사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뒷모습은 출발과 이별을 동시에 품는다. 누군가가 등을 보이고 떠나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현재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부바의 사진 속 길은 거창하지 않다. 도시의 골목일 수도 있고, 시골길일 수도 있고, 일상의 어느 한 모퉁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 위에 사람이 서는 순간 평범한 공간은 삶의 무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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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길 위에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시간을 통과한다. 어린 시절에서 청년기로, 청년기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이동한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시간은 우리를 앞으로 데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걷는 사람의 뒷모습은 인간의 운명을 닮았다. 우리는 앞을 보며 걷지만 미래를 볼 수는 없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보이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삶은 늘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앞으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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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니에의 글은 그 단순한 움직임에서 시간의 깊이를 발견한다. 사진 속 인물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지만 독자는 그가 계속 걷고 있다고 느낀다. 사진은 시간을 멈추지만 상상은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다. 그것이 사진이라는 예술의 역설이다. 멈춘 순간이 오히려 지나가는 시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삶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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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바의 사진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것이 오히려 이 사진들의 힘이다. 사진 속 인물에 관한 정보가 많았다면 우리는 쉽게 그 사람을 규정했을 것이다. 이름과 직업과 나이를 알게 되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을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뒷모습만 보이는 사람에게는 그런 정보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한다. 저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기다림이 있었을 것이고 실망도 있었을 것이다. 한때는 어린아이였을 것이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을 것이다. 어떤 날에는 세상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고, 또 어떤 날에는 별것 아닌 일에 웃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생애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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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진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된다. 투르니에가 하는 일도 여기에 있다. 그는 사진 속에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사진이 우리 안에서 불러내는 기억과 상상과 사유를 따라간다. 사진은 현실을 붙잡지만 문학은 그 현실 너머를 바라본다. 부바가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했다면 투르니에는 그 모습에서 인간의 조건을 읽어낸다. 사진과 글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진을 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일이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순간 인간은 조금 더 넓어진다.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나와 같은 기쁨과 슬픔이 있고, 나와 같은 시간의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타인의 삶을 향해 열리는 작은 문이다.

 

늙어가는 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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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나이를 숨기지 못한다. 젊은 사람의 등에는 탄력이 있고 걸음에는 속도가 있다. 어린아이의 뒷모습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몸의 가벼움이 있다. 반면 늙은 사람의 등에는 오랜 시간이 내려앉아 있다. 구부러진 허리와 느린 걸음, 조금씩 처진 어깨는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말한다. 부바의 사진을 바라보면 인간의 몸이 하나의 시간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몸에는 시간이 흔적으로 남는다. 어린아이였던 몸은 청년의 몸이 되고, 다시 늙은 몸이 된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등은 그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뒷모습은 죽음에 가까운 이미지이기도 하다. 얼굴을 마주 보는 사진에는 아직 만남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떠남의 기운이 스며든다. 특히 노인의 뒷모습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인간이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늙는다는 것은 단지 젊음을 잃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생애가 몸에 기록되는 과정이다. 주름은 시간의 흔적이고, 굽은 등은 살아온 날들의 기록이며, 느린 걸음은 지나온 길의 길이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젊음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바의 사진은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시간을 견뎌낸 몸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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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결국 뒷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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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을 읽고 나면 거리의 사람들이 달리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의 등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시장을 걷는 사람,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사람, 혼자 천천히 길을 걷는 노인.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뒷모습은 인간에 대한 겸손을 가르친다. 타인의 삶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언제나 삶의 일부일 뿐이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듯이 뒷모습만 보고도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의 삶 앞에서 언제나 낯선 사람이다. 그 낯섦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타인을 존중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뒷모습은 모든 인간에게 예정된 모습이다.

 

우리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등을 보이고 떠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익숙한 거리에서 사라지고, 마침내 세상에서 사라진다.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 한 장일 수도 있고, 기억 한 조각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마음에 남은 희미한 흔적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 속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름 없이 걷고, 멈추고, 기다리고, 떠난다. 하지만 미셸 투르니에는 그 평범한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운명을 발견한다. 태어나서 걷고, 사랑하고, 기다리고, 늙고, 결국 떠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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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그 평범한 진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사진 속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등을 보인 채 어디론가 걸어간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뒷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문득 알게 된다. 우리 역시 지금 누군가에게 뒷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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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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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이상한 실패', 무엇을 남겼나?

[세계의 공론장] 500명 시민의 결정이 정권 교체 뒤 폐기, 되짚어야 할 '현재사'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 기사입력 2026.09.27. 12: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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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실험, 엇갈린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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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과 가을, 한국 사회는 하나의 색다른 실험을 감행했다.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건설 중단 여부를 정부도 국회도 전문가도 아닌 500명의 시민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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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원전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공론화위원회는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500명의 시민참여단 선발, 한 달여의 자료 학습, 2박 3일의 합숙 종합토론회를 거쳐 10월 20일 ‘건설 재개, 원전 축소’라는 권고안을 내놓았고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수용했다. 국가적 갈등 현안을 시민의 숙의에 기반해 결정하고 정부가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조건 없이 따르겠다고 약속한 공론화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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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문재인 정부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자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시민사회의 평가는 엇갈렸다. 먼저 소수 전문가와 관료가 독점해 온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실질적 결정 주체로 참여한 점에 주목하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광장의 촛불이 제도화된 원탁의 시민 주권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첨예하게 맞서던 사안을 정보의 공유와 학습, 토론을 통해 다수가 승복할 수 있는 결론으로 끌어냄으로써 사회갈등 해결의 새로운 경로를 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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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통령 후보 당시 탈원전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부담을 숙의민주주의를 내세워 시민에게 떠안겼다는 비판적 평가도 나왔다. 선출 권력과 의회가 결정해야 할 사안을 법적 근거도 불분명한 공론화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후퇴라는 것이다. 의제 설정 단계에서 시민을 배제하고 정부가 물음의 틀을 일방적으로 규정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원전 마피아와 막 발언권을 얻기 시작한 탈핵 운동 진영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공론화 과정에서 은폐되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권력관계를 추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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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당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많은 평가와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공론장의 실천에서는 선례로서 본격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왜 일회성 행사 혹은 일시적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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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공약,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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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40여 년간 원자력 정책은 정부·학계·업계로 구성된 이른바 원전 마피아가 독점해 왔다. 이들은 원자력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전문가주의를 내세워 시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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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와 상황이 달라졌다. 2003년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문제를 둘러싼 지방 정부와 주민 간의 충돌 사태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이 언제든 시민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2008년 광우병 논란이 촉발한 촛불시위는 위험을 판정할 권한이 전문가와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했다. 여기에 2011년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이 결코 완전히 제어 가능하지 않은 위험 기술이며 이제 과학기술 자체가 재난의 원천이 되는 위험사회가 도래했음을 절감케 했다. 또한 기술 선진국 일본에서 일어난 파국은 한국 원전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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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는 탈원전 담론을 정치 의제로 끌어올렸다. 광장 시민들은 이제 에너지 정책이라는 성역에도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치러진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를 제외한 주요 후보 대부분이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후보는 신규 원전 백지화, 노후 원전 폐쇄와 더불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약속했다. 신고리 5·6호기는 완공되면 원전 10기를 둘러싼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인구가 약 382만 명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지역이 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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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당선 후 백지화 공약의 이행과 현실의 비용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시점에 신고리 5·6호기의 종합공정률은 약 29퍼센트에 달했다. 여기에 1조 6천억 원에 달하는 매몰 비용, 건설 노동자의 일터, 지역 경제 문제까지 얽혀 있어 건설 중단은 곧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여 후인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행사에서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이므로 핵발전소의 운영과 사고에 대해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에 핵발전소를 장기간에 걸쳐 줄여가는 탈핵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리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는 사회적 합의와 절차, 즉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공약 후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공론과 숙의의 절차를 통해 완화하려는 정치적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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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의 공론화 설계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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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7일에 열린 국무회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백지화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정부가 시민의 의견을 참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론화 결론에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시민에게 사실상의 결정권을 위임한 것으로 국내외적으로 거의 전례가 없는 권한 부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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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인 7월 24일 김지형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4개 분야 각 2인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의 규칙을 만들고 시민참여단 구성 방안을 수립하며 전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운영기구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 결정하는 자와 절차를 관리하는 자를 분리함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공론화위원회 구성의 핵심 원칙은 중립성과 대표성이었다. 이에 따라 분야별 전문 기관·단체로부터 3인씩 후보를 추천받아 1차 후보군을 구성한 후 원전에 대해 찬반 입장을 가진 기관과 단체에서 제척한 후보를 제외한 17인 중에서 최종 8인의 위원이 선정되었다. 위원은 남녀 비율의 균형을 맞췄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30대를 포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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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원회는 안으로는 분과를, 밖으로는 건설 재개와 중단 양측과의 소통과 검증 장치를 두었다. 먼저 위원회 내에는 법률분과, 조사분과, 숙의분과, 소통분과를 설치했다. 분과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야별 주요 의제를 설정·검토해 시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위원회는 건설 재개와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대표 단체와의 소통협의회를 운영했다. 건설 재개 측으로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했다. 건설 중단 측으로는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 참여했다. 건설 재개 측과 건설 중단 측이 작성한 자료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자료검증 전문가그룹과 공론화 과정 자체를 검증하는 공론화 검증위원회도 운영했다. 8월 24일에는 한국리서치-월드리서치-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로 구성된 한국리서치컨소시엄을 공론화 수행업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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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절차를 두 단계의 조사와 학습·숙의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수립하고 시행했다. 먼저 8월 말부터 공론화위원회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국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1차 전화조사를 실시한 후 그 응답자 가운데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뽑았다. 시민참여단은 지역·성별·연령, 나아가 1차 조사에서 나타난 찬반 의견의 비율까지 그대로 재현하도록 설계되었다. 선발된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중단 관련 쟁점을 양측이 마련한 자료집과 이러닝으로 학습한 후 최종적으로 2박 3일의 합숙 토론을 거쳐 의견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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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각종 토론회와 이러닝 자료 등 공론화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들을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SNS) 계정에 지속적으로 공개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시민참여단만이 아니라 관심 있는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제언방도 운영했다. 숙의 프로그램 또한 시민참여단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일반 국민에게 의제를 확산하는 보강 프로그램으로 이원화해 7회의 지역 순회 토론회, 5회의 TV 토론회, 1회의 미래세대 토론회를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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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천안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는 시민참여단 500명 중 478명이 참석해 95.6퍼센트의 참석률을 보였다. 이후 시민참여단은 자료집과 이러닝을 통해 쟁점을 학습했고 학습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단계별로 이어졌다. 10월 13일부터는 2박 3일간 종합토론회가 열렸는데 선발인원 500명 중 471명이 참석했다. 종합토론회는 건설 중단 및 재개 이유에 관한 총론 토의(제1세션), 안전성과 환경성을 다룬 쟁점 토의(제2세션), 전력 수급 등 경제성을 다룬 쟁점 토의(제3세션), 최종 선택과 사회적 수용성을 논의한 종합 토의(제4세션) 순으로 진행되었다. 각 세션은 찬반 양측 전문가의 발표 청취, 분임 토의, 질의응답으로 운영되었다. 발표 청취와 분임 토의, 질의응답에 할애된 시간은 모두 675분, 즉 11시간 1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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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민참여단 각자의 판단이 분명해지면서 판단 유보의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는 건설 재개 36.6퍼센트, 중단 27.6퍼센트, 판단 유보 35.8퍼센트의 의견 분포가 나타났다. 이 중 선발된 500명의 시민참여단의 최종 숙의 결과에 따르면 59.5퍼센트가 건설 재개를, 40.5퍼센트가 중단을 선택했다. 향후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축소가 53.2퍼센트, 유지가 35.5퍼센트, 확대가 9.7퍼센트로 나타났다. 원전 건설을 ‘재개하되 축소한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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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의 숙의 결과를 담은 세 가지 정책 권고안을 제출했다. 첫째 일시 중단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할 것, 둘째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 셋째 시민참여단이 건설 재개의 보완책으로 제안한 사항들에 대해 세부 실행계획을 조속히 마련할 것 등이 그것이다. 10월 24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해 건설 재개를 의결하는 동시에 탈원전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세부 실행계획 추진을 공표했다. 같은 날 국무조정실이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3개월에 걸친 공론화가 마무리되었다. 첨예하게 맞서던 건설 재개와 건설 중단 양측 진영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와 정부의 결정을 따르기로 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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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공론화의 이상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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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이 부여된 점을 가장 큰 의의로 꼽을 수 있다. 광장에서 시작된 시민의 촛불시위가 원탁에서의 시민 주권 획득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폐쇄적인 전문가주의의 신화를 깨뜨렸다. 보수 언론과 원자력계는 비전문가인 시민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을 결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은 학습과 숙의를 통해 원전과 같이 기술적·경제적·사회적으로 복잡한 정책 결정에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즉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소수 전문가와 관료가 독점하던 에너지 정책 결정 방식을 민주화하고 시민을 수동적 에너지 소비자에서 능동적 주체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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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숙의민주주의의 현실적 가능성을 열었다. 시민참여단이 보여준 열의와 진지함, 최종 결론이 자신의 의견과 다를지라도 존중하겠다는 태도는 시민의식의 성숙을 보여주었다. 공론화 과정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4점 척도에 평균 3.24점에 이를 만큼 참가자들은 숙의 과정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며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표현했다. 또한 물리적 충돌로 치달았던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사태와 비교할 때 패배한 쪽이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증폭될 수 있었던 사회갈등이 절차에 대한 신뢰를 매개로 완화되었다는 점은 갈등 관리의 측면에서 중요한 성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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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갖고 있는 한계도 분명하다. 가장 근본적인 제약은 숙의에 할애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데 있다. 3개월의 공론화 기간 중 실제 학습과 토론에 투입된 기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매몰 비용의 경제적 계산을 넘어 주변 공동체의 재생산, 노동자의 고용과 정의로운 전환, 대체 에너지 산업의 전망, 나아가 수만 년을 이어질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시간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복합적 쟁점과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종합토론회 마지막 날 시민참여단도 분임 토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시간의 압박은 자료집과 동영상을 준비해야 했던 재개·중단 양측에도 똑같이 작동해 균형 잡힌 정보의 충분한 제공이라는 숙의의 전제를 위태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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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성의 측면에서도 보완할 점이 드러났다. 시민참여단은 국민 전체의 축소판이 되도록 정교하게 구성되었지만 500명의 판단이 국민의 뜻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공론화 검증위원회도 이 한계를 인정하며 조사 결과를 곧바로 결정의 근거로 삼기보다 참고자료로 쓸 것을 권고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구통계적 대표성이 곧 사회적 대표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었다. 건설 지역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처럼 부담의 정점에 선 당사자나 미래세대의 목소리는 비례 배분의 논리만으로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웠다. 별도로 열린 미래세대 토론회의 결과가 시민참여단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은 이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미래세대의 몫은 참여 인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의제를 정하고 자료를 만드는 단계부터 그들의 이해를 대신 헤아려 반영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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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물음의 틀을 누가 정했는가 하는 문제도 남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것인가, 재개할 것인가’라는 물음의 틀 자체는 시민이 아닌 정부가 정했다. 탈원전이라는 큰 방향과 개별 원전의 건설 여부를 분리한 이 프레임 안에서 시민참여단은 주어진 양자택일에 답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무엇을 물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력이 여전히 정부에 있었다는 점에서 공론화의 온전한 민주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공약의 이행 여부를 시민에게 되묻는 것이 과연 공론화에 적합한 의제였는가, 혹은 대의정치가 책임져야 할 결정을 떠넘긴 것이 아니었는가라는 비판은 이 지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지난 40여 년간 형성된 원자력계의 기득권과 탈원전 운동 진영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단기간의 공론화로 달라질 리 없었다. 겉으로는 대등해 보였던 공론장이 실제로는 양측의 힘의 격차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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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론장에 주는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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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부터 어느덧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연금개혁 공론화 등 그 후속 실험들이 이어졌으나 원형이 보여준 성취에 값하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후속 공론화들이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의 출구로 소비되는 사이 원형의 경험 자체는 제대로 성찰되지 못했고 뒤에서 살펴보듯이 그 핵심 권고마저 조용히 철회되었다. 신고리 공론화는 그렇게 하나의 사건으로 잊혀 갔다. 더구나 오늘의 공론장은 진영 논리와 확증편향, 알고리즘이 증폭하는 혐오와 가짜뉴스로 인해 2017년보다 한층 파편화되어 있다. 바로 그렇기에 신고리 공론화의 경험은 지나간 사례 연구가 아니라 현재적 물음으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먼저 신고리 공론화는 지금 여기의 공론장이 잃어가고 있는 것, 곧 ‘듣고 배우고 생각을 바꾸는 시민’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앞서 보았듯이 판단을 미루던 시민들은 학습과 토론을 거치며 자신의 견해를 마련했고 최종 결론이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오늘의 공론장에서 이런 시민의 모습은 낯설다. 상대는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섬멸의 대상이 되었고 생각을 바꾸는 일은 성찰이 아니라 변절로 취급된다. 신고리 공론화의 시민참여단은 이 진영화된 공론장에 대한 실증적 반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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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공론화는 시민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성찰도 제공한다. 제한적이나마 학습과 토론의 조건이 마련되자 시민은 상당한 숙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조건이 더 충실히 갖추어진다면 그 역량은 한층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공론장의 위기를 두고 시민이 무지하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탓하기 쉽다. 그러나 신고리 공론화의 경험은 공론화의 성공 여부가 시민이 제대로 배우고 토론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가에 있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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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고리 공론화의 경험은 숙의를 만능의 해법으로 격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일깨운다. 공론화는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장치이며 모든 의제가 공론화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 선출된 권력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결정을 공론화의 이름으로 시민에게 이전할 때 숙의는 책임정치를 외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신고리 이후의 공론화들이 번번이 정치적 난제의 우회로로 활용되어 온 현실은 이 우려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말해 준다. 따라서 어떤 의제를, 누가, 어떤 권한을 걸고 공론에 부칠 것인가 자체가 먼저 공적으로 토론되어야 한다. 즉 의제 설정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야말로 공론화의 선결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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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와 정치권력의 관계에서 신고리가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은 결론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시민참여단이 건설 재개와 함께 내놓은 원전 축소 권고는 2017년 10월 국무회의가 확정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담겼다. 그러나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에 의해 공식 폐기되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문제는 500명의 시민이 한 달 넘게 배우고 토론해 세운 방향이 거두어지는 과정에 어떠한 공론의 절차도 없었다는 데 있다.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한 한시적 위원회의 권고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는 다음 정부를 구속할 수는 없었다. 구속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일회성 공론화는 결론이 아무리 정당한 절차를 거쳤더라도 정치적 의지가 바뀌면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의제를 정하는 권력과 결론을 지키는 제도, 이 둘이 갖추어지지 않은 공론화는 시작도 끝도 정부의 재량에 맡겨진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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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신고리의 경험은 공론장의 평등이 형식적 절차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앞서 살펴본 대로 발언 기회를 똑같이 나눈다고 40여 년간 쌓인 힘의 격차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교훈은 오늘의 공론장에서 오히려 더 절실하다. 누구나 발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온라인 공론장은 역사상 가장 평등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과 조직, 알고리즘을 동원해 여론을 증폭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조회 수와 추천 수로 측정되는 다수는 시민의 축소판이기는커녕 동원된 목소리의 확성기일 수 있다. 신고리 공론화가 참여단 구성과 검증에 공을 들여 공정성을 지키려 했듯이 오늘의 공론장에도 기울어진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성찰이 요구된다. 발언의 기회를 나누는 것은 공론의 조건이지 공론 그 자체가 아니다. 진정한 공론은 양측이 지닌 정보와 자원의 비대칭성을 교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신고리 공론화가 자료검증 전문가그룹을 두어 양측 자료의 사실관계를 대등하게 검증하려 했던 것도 그러한 시도의 하나였다. 특히 지역 주민이나 미래세대처럼 숫자로는 담기지 않는 목소리를 어떻게 공론장에 들일 것인가는 앞서 지적한 대로 참여의 규모가 아니라 논의의 출발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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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실험은 완전하지 않았고 그 의의와 한계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공론화는 사안마다 결론을 내리고 잊히는 단편적 ‘사건’이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을 배양하며 끊임없이 되짚어야 할 ‘현재사’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들. ⓒ연합뉴스

참고문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검증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검증위원회 검증보고서』, 2017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 보고서』, 2017

김민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탈핵 운동의 과제」, 『뉴래디컬리뷰』74, 2018

이광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모델’, 민주주의를 담보할 갈등 해결의 보도인가」, 『황해문화』 2018년 봄호

윤순진, 「원자력 발전 정책을 둘러싼 사회갈등 해결을 위한 쟁점과 과제-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118, 2018

이영희,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와 민주주의」, 『동향과 전망』102, 2018

하승수, 「민주주의는 진전되고 있는가-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평가」, 『창작과 비평』17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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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는 하되 방송은 빼주세요"... 장사익은 왜 그랬을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식이 없다. 가수 장사익을 만나고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그의 인사는 늘 단순하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두 마디가 전부다. 그런데 장사익이 말하면 평범한 인사말도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 자신을 내세우지도,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꾸미지도 않는다. 사람을 만나면 고맙다고 하고, 함께한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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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도 마치 한 소절의 노래처럼 보인다. 그 안에는 살아온 시간과 무대에서 흘린 땀, 좌절과 다시 일어섰던 순간,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던 수많은 기억이 새겨져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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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에도 장사익만의 리듬이 있다. 사람 앞에 멈춰 서는 모습에도 호흡이 있고, 노래 사이사이 던지는 추임새에도 삶의 흥과 한이 배어 있다. 그의 대표곡 <찔레꽃>처럼 장사익도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담장 위에 숨어 핀 찔레꽃처럼 소박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래 남는 향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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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늦은 나이에 노래를 시작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시간도 그렇다. 서두르지 않았고,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다. 살아온 만큼 노래했고, 자신의 삶을 목소리에 담았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노래가 우리에게 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의 시간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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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조용히 핀 찔레꽃처럼, 소박하지만 오래 남는 향기를 품은 장사익.”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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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그리고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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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처음 만난 장사익은 노래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작고 허름한 차림의 그가 내게 건넨 첫마디도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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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는 하되 방송은 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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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만 해도 TV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오기 위해 방송국 문을 두드리는 가수들이 많았다. 그런데 방송을 빼달라는 사람이라니. 나도 모르게 '노래를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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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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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했지만 궁금증은 남았다. 그날은 KBS국악관현악단 초청 연주회였다. 유열을 비롯해 국악과 어울리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고, 장사익도 협연자로 참여했다. 나는 중계차에서 공연 연출을 맡고 있었다. 장사익의 차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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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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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소리가 길게 뻗어 나왔다. 순간 귀가 번쩍 뜨였다. 노래라기보다 온몸으로 소리를 밀어내는 듯했다. 나비처럼 이어지는 몸짓도 내가 알던 가수들과 달랐다. 이어 <님은 먼 곳에> <국밥집에서>가 무대를 채웠다. 그제야 생각이 달라졌다. 이 사람의 노래를 녹화만 해놓고 묻어둘 수는 없었다. 노래가 이어질수록 객석의 반응도 뜨거워졌다. 녹화가 끝나자마자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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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한 곡만 방송에 내보내겠습니다. <찔레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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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객석의 뜨거운 반응을 설명하며 방송 출연을 거듭 설득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한 곡만 방송해 달라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그렇게 장사익의 노래가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이후 초청음악회와 산사음악회, 단독공연 등을 통해 다시 만나는 기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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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첫 방송 출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방송을 망설였던 소리꾼과 그의 노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연출자의 만남이었다. 그날 방송된 곡은 <찔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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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동계올림픽 초정연주회에 앞서 필자와 함께한 장사익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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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도 가요도 아닌, 장사익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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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장르의 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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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의 소리가 느껴지다가도 판소리의 힘이 실리고, 어느 순간에는 재즈처럼 자유롭게 흐른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장사익은 자신의 음악을 '무정의'라고 표현한다.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음악, 결국 장사익만의 소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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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를 꼭 어느 장르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냥 내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겪었던 것들을 내 방식대로 소리 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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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이 들어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태어난 어린 시절, 장구를 치며 흥을 돋우던 아버지의 모습, 뒷산에 올라 목청을 가다듬던 소년, 군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청년, 직장을 전전하며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던 중년의 시간이 한 사람의 목소리 안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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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노래는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힘들었던 일들, 기뻤던 순간들이 다 지금의 제 목소리를 만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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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장사익의 노래를 듣다 보면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것은 노래 이전에 사람의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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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장르에도 머물지 않는 음악, 장사익만의 소리로 남았다.”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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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 좋은 소년, 그러나 늦게 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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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했던 아이는 아니었다. 노래를 시키면 감정을 담기보다 책을 읽듯 불렀다. 오히려 잘했던 것은 웅변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매일 아침 뒷산에 올라 목청을 돋웠고, 그 습관은 중학교 3학년까지 이어졌다. 상고 졸업 후에는 생계를 위해 열댓 개의 직업을 전전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다. 음악학원을 다니고 국악판을 찾아다니며 태평소를 배웠고, 주말이면 서울놀이마당에서 우리 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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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놀이와 KBS국악경연대회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가수였다. 음악을 시작한 시기는 남들보다 늦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세월은 결코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다. 여러 직업을 거치며 만난 사람들, 생계를 위해 견뎌온 시간, 아버지의 장구 소리와 어린 시절 산에서 목청을 돋우던 기억까지 그의 삶은 고스란히 음악의 밑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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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다 노래 공부였던 것 같아요. 그 세월이 없었으면 지금의 노래도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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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노래에는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담겨 있다. 젊은 날의 방황과 생활의 고단함,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온 세월이 그의 목소리에 쌓였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 살아온 삶이 어느 순간 노래가 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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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태평소 불던 시절의 장사익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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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 드디어 무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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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은 1994년 홍대 앞 작은 소극장에서 첫 무대에 섰다. 마흔다섯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수로서 전성기를 지나갈 나이였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음악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었다. 이 첫 무대는 단순한 데뷔 무대가 아니었다.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을 비로소 노래로 풀어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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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인 1996년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공연을 열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갔다. 무대에 서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어떤 노래를 해야 할지 분명히 알지 못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는 결국 답을 자신의 삶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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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게 있는데 굳이 남의 노래를 똑같이 부를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내 안에 있는 걸 그냥 꺼내보자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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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노래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는 늦추거나 앞질렀으며, 음과 음 사이에도 여백을 두었다. 목소리 역시 억지로 다듬지 않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과 살아온 시간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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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내 것이고, 기쁨도 내 것이잖아요. 살아온 세월이 다 내 안에 있는데 그것을 빼놓고 노래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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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흥, 외로움과 기쁨,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목소리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졌다. 그렇게 첫 무대에서 시작된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방식'은 이후 장사익만의 독특한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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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바꾸기보다 자신의 삶을 노래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소리를 찾은 장사익.”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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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명을 침묵시킨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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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공연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 <하늘 가는 길>이다. 임동창의 피아노 전주와 함께 시작된 11분 남짓한 노래가 이어지자, 처음에는 움직이던 객석이 점차 조용해졌다. 3분, 5분이 지나면서 2천 명 가까운 관객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만큼 그의 노래에 집중했다. 11분의 노래가 끝난 뒤에도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객석에서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장사익에게 그 침묵은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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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사람 마음에 닿아야 해요. 내가 소리를 내고, 그걸 듣는 사람이 자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노래가 완성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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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는 길>은 장사익 공연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오롯이 목소리로 객석을 붙잡고, 자신의 삶에서 나온 소리로 관객과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이 장사익이 만들어온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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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마음에 닿아야 노래가 된다.” 장사익이 말하는 노래의 의미.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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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과 극복"을 다시 생각하게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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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시련과 극복'이라는 말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극적인 극복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놓지 않았던 태도다. 그에게도 노래를 멈춰야 할 만큼 힘든 시간이 있었다. 몇 년 동안 목에 문제가 생겨 마음대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평생 자신의 목소리로 무대에 섰던 그에게는 큰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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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답답했죠. 노래를 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소리가 안 나오니까요. 그렇다고 화를 낸다고 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받아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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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에 첫 무대에 오른 것도, 여러 직업을 거치며 자신의 길을 찾은 것도 남들보다 늦었다. 그러나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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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잘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하고 싶은 걸 오래 했을 뿐이에요. 노래가 좋으니까 계속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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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삶에는 극적인 성공 공식도, 특별한 비결도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길을 놓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온 시간뿐이다. 그의 삶을 설명하는 말은 어쩌면 '은근과 끈기'에 더 가깝다. 그의 노래가 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것도 그 목소리 안에 노래뿐 아니라, 시련을 견디며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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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목소리에는 노래를 넘어,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낸 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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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어 더 오래 남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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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은 자신의 삶을 꽃에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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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핀 꽃은 서둘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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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흔다섯에 처음 무대에 올랐다. 환갑을 앞두고 마라톤을 시작했고, 일흔에는 독학으로 익힌 한글 서예로 전시회도 열었다. 남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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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에 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니, 아무튼 시작하는 용기를 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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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꽃이 피는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언제 피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계절이 왔을 때 꽃을 피우는 일이었다. 여러 직업을 거치며 만난 사람들, 견뎌온 시간과 삶의 굴곡은 오랜 시간이 지나 그의 노래 속에서 깊이로 피어났다. 그는 젊은 음악인들의 도전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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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대로 자기 시대의 노래를 하는 거죠. 그들의 노래가 있어야 또 다음 세대의 노래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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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봄꽃이 피고 가을에는 가을꽃이 피듯 사람마다 피어나는 때가 다르다. 젊은 음악인들이 봄의 싱그러움을 노래한다면, 장사익은 살아온 세월이 빚어낸 깊이를 노래한다. 그래서 그의 꽃은 늦게 핀 꽃이지만 결코 늦은 꽃은 아니다. 자신의 계절을 기다렸다가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피어난 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이 계속되는 한, 아직 피울 꽃이 남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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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계절은 온다. 오늘도 새로운 시작을 이어가는 장사익.”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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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해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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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정월대보름 무렵, 장사익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어령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장사익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 장사익은 곧바로 카세트와 반주 CD를 챙겨 평창동 자택으로 향했다. 그날 그가 부른 첫 곡은 <비 내리는 고모령>이었다. 이어 <뜨거운 침묵> <산 너머 언덕 너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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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이어령 선생은 한 기자에게 장사익의 노래를 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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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사익 노래를 나 혼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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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령 선생의 부고가 전해졌다. 장사익은 당시의 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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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내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하셨으니, 내가 가서 불러드리는 게 당연했어요. 노래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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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는 공연장이 없었다. 관객도 박수도 없었다. 한 사람이 듣고 싶어 한 노래를 위해 가수가 직접 찾아가 노래를 불렀다. 장사익의 노래가 한 사람의 마지막 시간과 마주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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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도 관객도 없었다. 한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위해 장사익이 직접 찾아가 노래를 불렀다.”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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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꽃에서 만난 자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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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대표곡 <찔레꽃>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던 시절, 어느 날 집을 나서다 담벼락과 아파트 화단 주변에서 낯선 향기를 맡았다. 처음에는 장미꽃에서 나는 향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미 덩굴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얀 찔레꽃이 숨어 피어 있었다. 화려한 꽃 뒤에 가려져 있지만 은은하고 깊은 향기를 내는 찔레꽃. 장사익은 그 모습을 자신의 처지와 겹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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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장미 덩굴에서 나는 향기인 줄 알았어요. 찾아보니 덩굴에 숨어 있던 하얀 찔레꽃에서 나는 향기였죠. 더 내려갈 수 없는 현실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저를 그 향기가 달래준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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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경험은 노래로 이어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추스르며 <찔레꽃>의 가사를 쓰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랫동안 자신의 길을 찾지 못했던 그에게 찔레꽃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건넨 계기가 됐다. 장사익은 찔레꽃을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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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은 화려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가까이 가면 향기가 참 좋아요. 나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 늦었고 내세울 것도 별로 없었지만, 내 안에 있는 소리는 버리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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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찔레꽃은 화려함보다 소박함, 드러남보다 숨은 존재의 가치를 상징하는 꽃이었다. 그래서 <찔레꽃>은 장사익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전, 오랜 방황을 끝내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됐다. 훗날 이 노래는 그의 대표곡이 됐다. 그리고 한때 담벼락 아래 숨어 피어 있던 작은 꽃은 장사익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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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듯 피어난 찔레꽃처럼, 늦게 피어난 장사익의 음악도 오래 남았다.”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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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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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장사익의 소리는 천둥처럼 터졌다. 그러나 지금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안으로 향한다.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깊은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에 다가간다. 그가 말하는 '늦되어도 늦은 게 아니다'라는 말은 성공의 시기가 아니라 사람마다 자신의 계절이 있다는 뜻에 가깝다. 장사익은 지금도 삶의 끝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말한다. 젊은 날의 폭발적인 소리에서 이제는 세월을 견딘 사람의 깊은 소리로 변해가고 있다.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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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녹화는 하되 방송은 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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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의아했던 그 말이 이제는 장사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는 방송이나 인기를 좇지 않았다. 자신의 소리를 좇았다. 그리고 그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다. <찔레꽃>처럼 그의 노래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그가 부르는 것은 노래만이 아니다. 늦게 시작한 사람의 시간, 견뎌온 삶,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다. 꽃은 저마다 피는 때가 다르다. 장사익의 꽃은 조금 늦게 피었다. 대신 오래 향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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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나 인기를 좇기보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장사익.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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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서 한민족의 기운을 누리다"

한국노총·통일투어와 함께 한 '역사평화답사'

  • 기자명 백두산=서영빈 기자
  • 입력 2026.09.26 15:08
  • 수정 2026.09.26 15:13
  • 댓글 1
 
백두산 천지가 영롱히 빛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백두산 천지가 영롱히 빛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한국노총 제조연대와 함께한 '백두산 역사평화답사'가 2026년 9월 9일부터 2026년 9월 12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됐다. 이번 답사에는 한국노총 제조연대 소속 간부 17명과 [통일뉴스] 기자, 통일투어 관계자, 현지 가이드 1명이 참석했다.

연길국제공항에 도착한 답사자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연길국제공항에 도착한 답사자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1일차>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중국남방항공 E카운터 앞에서 집합한 답사자들은 15시 연길조양천공항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공항 앞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으나, 낮은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낯선 답사객을 따사로이 환영해주는 듯했다.

그날의 햇살은 티없이 맑았고, 답사객들은 한없이 밝은 표정으로 중국의 땅을 조심스레 밟았다.

리무진으로 이동하던 도중 '선봉휴게소'에 들렸다. 이때 한 상인이 우리 곁에 머물며 산삼 구매를 권유했다. 그 상인은 자신감 있게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품질 좋은 산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구나, 중국에도 거리 상인이 있구나, 싶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응해주는 이를 쉬이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산삼의 가격과 품질을 떠나, 관광의 활성화가 도시의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지에 마련된 24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길림성 안도현 이도백하로 이동한 답사객들은 '이도백하 일백년숯불구이'집에 도착해 저녁 식사자리를 가졌다.

이 식당에는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북한 출신 직원분들이 많아, 대화를 나누기에 어렵지 않았다. 답사객들은 북한 전통 된장술을 나눠 마시며 앞으로의 답사 일정에 대해 공유하기도 하고, 연길 도심부에 숱하게 펼쳐졌던 한글 간판과 길가에 주차된 외산 차량을 보며 발전된 중국의 모습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식당의 다른 테이블에서는 한국 이외의 다른 국적의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죄다 한국 관광객들이 몰려와 한국에서 익숙하게, 매번 즐겨 먹었던 삼겹살을 나눠 먹고 있었다.

그만큼 연길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지역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게 아닐까. 

<2일차>
'백두산 천지'를 등정했다. 하얀 6인승 지프차 백수십 대가 백두산 천지까지 고르게 포장된 도로 위를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지프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던 간부 중 한 명이 툭, 말을 꺼냈다.

"이거 다 일자리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세계 각지에서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온 관광객들을 위해 백수십 대의 지프차를 모는 백수십 명의 중국 국적 사람들이 모두 고유한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오르기 힘든 길을 오르기 쉽게 이끄는 분들께 감사하면서도, 향후 AI시대 이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갑갑하기도 했다.

천지의 풍경은 그 갑갑함을 잠시나마 잊게 할 만큼 시원했다. 깎아지른 암벽 사이에 형성된 칼데라 화구호는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맑고 푸른 하늘보다 더더욱 푸른 물빛은 남북한을 비추는 거울처럼 보였다. 언젠가 그 거울을 남한과 북한이 자유로이 들여다볼 수 있을까.

김영진 한국앤컴퍼니 ES 운영위원은 "같은 민족끼리 자유롭게 천지도 보고 그래야 하는데, 북한은 그러지 못 할 것 아닌가"라며 "통일이 되면, 비슷한 경제력을 갖고 있으면 북한과 여행도 같이 다닐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어울려서 천지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북한에도 우리와 같은 직장인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과 함께 백두산 천지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남한과 북한을 가로막는 국경의 장벽을 넘어,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함께 천지를 자유로이 오가길 소망한다는 것이다.

연길시 연길감옥항일투쟁기념비에서 답사자들이 홍인석 통일뉴스 기획사업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연길시 연길감옥항일투쟁기념비에서 답사자들이 홍인석 통일뉴스 기획사업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연길감옥항일투쟁기념비 인근 정자에서 바라다본 연길시 풍경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연길감옥항일투쟁기념비 인근 정자에서 바라다본 연길시 풍경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오후에는 '연길감옥항일투쟁기념비'를 보고 왔다. '연길감옥항일투쟁기념비'는 1935년 6월 김명주, 이태근, 이춘영과 결사대 17명의 파옥지휘부가 주도하여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49인의 수인이 탈출한 파옥 투쟁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옥중 투쟁 중 대규모 탈옥에 성공해 항일 독립군의 의지를 높인 상징적 사건이다.

정자에 올라 연길의 풍경을 바라봤다. 항일 투사들의 숭고한 뜻 뒤로 좁디 좁은 강줄기가 키낮은 건물들 사이를 비집고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투사들의 뜻이 이처럼 고요히, 그리고 도도히 도시에 배인 것일까. 도시 속 사람들의 삶과 도시의 미래가 몹시 궁금해졌다.

<3일차>
훈춘시 방천 풍경구에 있는 '용호각'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두만강철교'와 북한 두만강역', 러시아 '하산역'을 바라봤다. '두만강철교'는 북한 나선시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교량으로, 1959년에 건설되었다. 북한과 러시아의 화물 운송은 물론 여객열차 운행도 이어지고 있다.

훈춘시 방천 풍경구에 있는 용호각에서 두만강철교를 조망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훈춘시 방천 풍경구에 있는 용호각에서 두만강철교를 조망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두만강철교' 뒤편으로는 '두만강 자동차교량'이 올 9월 개통되어 북러 교역의 구조가 철도 교량 중심에서 도로 운송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북한 국경의 장벽이 새로이 이어져, 지정학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용호각에 서서 그 변화를 바라보니 지정학적 변화가 전무한 한국이 떠올라 부럽기 그지없었다.

한국은 언제쯤 섬에서 벗어나 국경의 장벽을 새로이 쓸 수 있을까.

남양정에서 두만강, 도문철교, 도문대교, 함북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를 조망하는 모습 [사진- 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남양정에서 두만강, 도문철교, 도문대교, 함북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를 조망하는 모습 [사진- 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오후에는 조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 도문시 일광산 삼림공원에 위치한 '남양정' 전망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주민들의 일상 모습, 거주지, 학교 등을 바라볼 수 있었다.

망원경으로 바라다본 도시 속에는 농사를 짓는 농부부터, 거주지 인근에서 짐을 나르는 노동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래된 남양노동자구의 주민 거주지와 세련된 전망대 인근의 카페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4일차>

윤동주 생가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작품과 윤동주 시인의 초상이 비석으로 세워져 있다. [사진- 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동주 생가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작품과 윤동주 시인의 초상이 비석으로 세워져 있다. [사진- 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연변 조선족 자치구 용정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방문했다. 생가에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가 쓴 시를 새긴 비석은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윤동주의 친구 송몽규의 생가도 함께 볼 수 있었고, 그의 생애가 담긴 사료도 윤동주생애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대표작 '서시'가 그의 초상과 함께 비석으로 쓸쓸히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시대의 비극에 따른 고통이 그의 일상 속에서 수만 수천 차례 "잎새에 이는 바람"처럼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 심장이 시렸다.

신동욱 금속노련 법규부장은 "연희전문학교는 서울에 있고 간도는 중국 땅인데 예전 시대에는 그런 개념이 없어서 여기도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터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라며 "서울도 가고 학교도 가는 것처럼, 국경에 대한 구분이 그때는 약해서 한 울타리에서 사는 민족이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윤동주 생가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해방 이후에 남북이 분단되고 중국 공산당이 새롭게 권력을 장악하면서 영토도 끊어졌다"라며 "원래는 다같이 함께 소통하면서 교류하고 한 문화권 내에서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남북 분단뿐 아니라 중국과 국경선의 분단까지, 두 번이나 일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도 땅도 소통하고 교류하고 함께하는 민족 간의 영토였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이후 연변조선족자치주박물관 관람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연길조양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답사자들은 20시경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해산했다.

백두신 역사평화답사 답사자들이 답사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산식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백두신 역사평화답사 답사자들이 답사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산식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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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락 2026-09-27 08:25:17
김영진 한국앤컴퍼니 ES 운영위원은 "같은 민족끼리 자유롭게 천지도 보고 그래야 하는데, 북한은 그러지 못 할 것 아닌가"라며 "통일이 되면, 비슷한 경제력을 갖고 있으면 북한과 여행도 같이 다닐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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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포퓰리스트들은 왜 중국 비판을 꺼릴까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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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입력 2026.09.25 19:45

수정 2026.09.26 08:09

댓글 0

중국의 과잉수출은 "유럽 붕괴시킬 '트로이의 용'"

미국 곤경에 빠뜨린 중국 수출품, 이젠 유럽 강타

EU 대중국 무역 적자 하루에 10억 유로 달해

중국의 공세에도 침묵하는 유럽 포퓰리스트들

단합된 대중국 대응으로 집권기회 잃을까 우려

중국 권위주의 ‘스트롱맨’ 선호하는 그들

중국을 모델 삼을지 비난할지 조만간 택일해야


트로이의 용? 중국의 수출 공세로 거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유럽에서는 중국의 과잉수출이 유럽을 붕괴시킬 '트로이의 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9월 17일

유럽인들을 겁먹고 떨게 만들 완벽한 악당(perfect bogeyman)을 상상해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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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및 유럽연합(EU)의 정치·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연재 칼럼 ‘사를마뉴’가 지난 17일 이런 질문을 던지고는 다음과 같이 자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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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가상의 악당은 거대한 국가여야 할 것이고, 수십 년간 동유럽에 족쇄를 채웠던 것과 같은 공산주의 이념을 따르는 나라일 것이다. 또 이 악당은 국가 주도 계획경제의 위력을 활용해 한때 유럽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던 자동차와 같은 제품을 똑같이 생산하는데, 품질은 더 좋고 가격도 더 싸게 수출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불과 몇 년 전 유럽인들을 몇 개월 동안 집에 갇혀 지내게 만들었던 바이러스-그 발생 경위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를 퍼뜨린 장본인이라는 비난까지 받을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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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사를마뉴’가 얘기하려는 악당이 누구인지 뻔하다.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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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스트들은 왜 중국 비판을 꺼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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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여론 동향에 민감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라면 마땅히 이런 위험한 악당과, 그들의 행태를 못 본 채 내버려두는 무능한 세계주의자(globalist) 정치인들을 맹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샤를마뉴’는 지적한다. 비난을 꺼리거나 생각만큼 비난의 강도가 세지 않다는 얘기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 진짜 이유를 까발리면서 좌우 포퓰리스트들을 비판하는 것이 이날 칼럼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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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거의 모든 불만의 원인을 외국(또는 이주민) 탓으로 돌리는 데 능숙한 포퓰리스트들이 어째서인지 중국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거대한 사각지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며, “좌우를 막론하고 유럽의 선동가들은 이상하리만큼 중국을 악당으로 지목하기를 꺼린다”면서 구체적인 예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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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중국을 아주 훌륭한 파트너로 여기며, 독일이 중국의 인프라 구축 구상인 ‘일대일로’(Belt and Road)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헝가리에서는 예전 소련식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하며 세력을 키웠던 빅토르 오르반의 피데스당(Fidesz, 헝가리 시민동맹)이 이제는 중국 동지들(comrades)의 열렬한 지지자들(cheerleaders)로 변모했다.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역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유럽이 거기에 개입(meddling)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 6일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작센안할트주 선거 개표 및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유력 후보 울리히 지크문트가 선거 캠프 행사 무대 위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곤경에 빠뜨린 중국산 수출품, 이젠 유럽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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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좌우파 포퓰리스트들의 중국에 대한 사근사근한 태도는 과거에 베이징을 헐뜯는 것이 “또 다른 선동가”(another demagogue)에게 정치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주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고 칼럼은 이죽거린다. ‘또 다른 선동가’란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을 “벗겨먹고 있다”(ripping off)고 거듭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쿵 플루’(Kung flu=Kung fu+Flu, 중국발 독감)라는 말까지 하며 중국을 비난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주의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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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를마뉴’에 따르면,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바로 그 경제적 요인들-값싼 중국산 수출품으로 막대한 무역 불균형이 초래됐고 그에 따라 미국 내 일자리가 사라졌다-이 이제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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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중국 무역적자 하루에 10억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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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의 자국 주요 수출기업들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유럽은 하루 10억 유로(11억 5000만 달러, 약 1조 5500억 원) 꼴로 거대한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를 보고 있으며(지난해 EU의 연간 대중국 무역 적자액이 3600억 유로를 넘었다), 그것은 유럽의 산업 중심지, 특히 독일 내 공장들 폐쇄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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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한때 유럽의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던 고객이었던 중국은 이제 유럽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에 그런 제품들을 공급(수출)하는 주체로 바뀌었다. 심지어 중국은 유럽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나 마이크로칩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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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유럽의 노조와 고용주 모두 새로운 ‘차이나 쇼크’에 안달복달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유권자들 대다수는 그런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는 주요국들의 대중국 호감도 여론조사 결과들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는 좌우 포퓰리스트 선동가들에게는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며 중도 집권세력을 비난하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장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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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위협하는 '트로이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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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위적인 분노를 조장하려는 포퓰리스트들에게는 저 멀리 있는 중국 선전(심천)의 공장 노동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훔쳐 간다”고 주장하기보다 유럽 내의 이주민들이 사회보장 혜택을 가로챈다는 주장이 더 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유럽의 일부 민족주의 극우 정당들은 중국을 겨냥해 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발을 뺐고, 네덜란드의 극우 국회의원은 유럽을 위협하는 “트로이의 용”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스 군이 10년 동안 함락하지 못한 트로이 성을 오디세우스가 목마를 이용해 무너뜨렸듯이 중국이 컨테이너에 담아 보낸 중국산 제품들이 유럽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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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국가들의 극우 인사들은 중국이 간첩행위, 경제적 강압,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야바위짓(skulduggery)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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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심만만한 선동가들이 이용해 먹을 만한 소재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불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득을 보는 그들은 이처럼 풍부한 잠재적 분노의 광맥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른 체 버려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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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세에 침묵하는 유럽 포률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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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포퓰리스트들의 이런 자세는 어디서 연유하는가?

‘사를마뉴’는 독일의 경우 그 원인이 인적 요인(a matter of personnel)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대표 앨리스 바이델은 오랜 기간 친중국적인 인물로,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중국 연금제도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쓴 덕에 중국어를 상당히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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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그건 그렇다 치고, 바이델 대표가 또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관대한지는 또 다른 의문이라며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포퓰리스트 정권이 집권하는 국가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당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 주었다면서, 헝가리 오르반 총리 집권시절 오래 외무장관으로 있던 사람이 실각한 지 몇 주만에 중국 지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로비스트로 다시 등장한 것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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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위주의 ‘스트롱맨’ 선호하는 포퓰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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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유럽의 많은 포퓰리스트들에게 중국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따라하려는 모델에 가깝다며, “베이징식 권위주의는 유럽 내에서 ‘스트롱맨’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이 보여주는 노골적인 형태의 민족주의(nationalism)는 유럽연합의 특징인 모호하고 감상적인(mushy) 글로벌리즘과 대조적이라며, “선동가들이 볼 때 유럽은 중국이 겉치레로만 따르는 국제규범(환경, 무역, 인권 등)을 준수하느라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그런 세계관은 유럽인들을 중국, 그리고 최근에는 아마도 미국까지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는 “국제질서의 봉(patsies)”으로 보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가들(표률리스트들)은 적어도 그 방식을 모방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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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단합된 대중국 대응으로 집권기회 잃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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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에 맞서고 싶어하는 유럽 포퓰리스트들의 핵심 문제는, 베이징에 싸움을 걸려면 그들이 가장 혐오한다고 공언해 온 것, 즉 ‘더 강력한 유럽’(EU 통합강화)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유럽인들이 베이징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럽연합(EU) 주요 기관들이 모여 있는 브뤼셀을 중심으로 공동대응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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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유럽의 좌우 포퓰리스트들이 중국에 대해 양다리를 걸치거나, 제대로 된 대응을 꺼리는 이유가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포퓰리스트들은 EU나 각국 중도 집권세력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해서 대중적 지지를 강화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EU 통합에 반대해 온 자신들에 대한 지지가 약해질 것이고, 집권 기회도 사라질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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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모델 삼을지 비난할지 조만간 택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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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최고 45.3%)를 부과했지만, 수입량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6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대중국 무역 적자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무역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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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문제를 경계하는 포퓰리스트들이라면 그런 조치에 갈채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지금 그들은 EU가 뭔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사를마뉴’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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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얀카 외르텔은 머지않아 그들(포퓰리스트들)도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 중국 문제는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외교사안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간에 점점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무역전쟁이 발발한다면, 선동가들이 양다리 걸치기를 하거나 상대진영을 응원하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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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가 3600억 유로에 달한 EU는 더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과잉수출을 감내할 수 없다며 오는 10월 8일까지 가시적인 뷸균형 해소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중국과 100일 간의 집중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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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오는 12월 미국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애미에서 주최하는 주요국 20(G20)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과잉수출, 중국 내 소비 부진 문제 해소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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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정부 때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국가안보 보좌관 대리(국제경제 담당)를 지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주도했던 마이클 프로먼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도 ‘포린 어페어즈’ 9-10월호(지난 8월 13일 발행)에 기고한 글 ’중국이 다음 세계경제 위기 진원지가 될 수 있다‘(The Next Global Economist Crisis Could Be Made in China)에서 그 문제를 다뤘다.(“중국발 '과잉생산·수출' 임계점…경제 위기 막으려면” 민들레 8월 18일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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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마뉴‘가 “머지않아 유럽의 포퓰리스트들은 중국을 본받아야 할 모델로 삼을지, 아니면 맹렬히 비난해야 할 위협 대상으로 간주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칼럼을 마무리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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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스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두의 이익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의 포퓰리스트들도 그런 점에서는 유럽의 포퓰리스트들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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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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