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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맥주와 영생을 드립니다”···포퓰리즘 때린 ‘강아지당’ 진짜 구청장·시의원 나왔다

  • 국제 농담이 정치가 될 수 있을까?

수정 2026.08.13 08:31

(下) 풍자 정당이 보여준 민주주의의 미래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 인터뷰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 관계자가 “무료 맥주를 나눠주겠다”는 공약에 따라 ‘무료’라는 글자가 적힌 맥주캔을 들고 있다. MKKP 홈페이지 갈무리

“무료 맥주와 영원한 삶을 드립니다.”

선거철 정당들이 앞다퉈 20~25% 수준의 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자 헝가리의 한 이색 정당은 풍자에 나섰다. 모든 정당이 무엇이든 더 많이 주겠다고 나서자 ‘좋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료로, 영원한 것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이 기성 정치의 포퓰리즘을 비판한 방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2년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당시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를 꺾기 위해 성향이 다른 6개 야당이 연합하자 이들의 ‘어색한 동거’도 풍자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는 서로 반목하던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우리는 하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며 기성 정치의 모순을 꼬집었다.

MKKP는 2006년 거리의 풍자 운동으로 시작해 오늘날 구청장과 시의원을 배출하는 실제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MKKP 지도부의 일원이자 세게드 시의원인 차나드 토트베네데크(46)와 화상 인터뷰했다.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의 지도부이자 세게드 시의원인 차나드 토트베네데크(46)가 지난 3일 경향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경윤 기자

견제 대상은 ‘모든 기성 권력’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MKKP의 출발점은 여느 기성 정당과 달랐다. 로고 역시 타이포나 진영을 상징하는 동물을 앞세운 일반적인 정당과는 사뭇 다르다. ‘빨간 눈에 줄무늬 넥타이를 맨 꼬리가 두 개 달린 회색 강아지’다. 행복한 강아지가 꼬리를 빠르게 흔들면 마치 꼬리가 두 개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MKKP의 출발점은 해학, 즉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에 있었다.

설립자 게르게이 코바치는 대학생이던 2006년 헝가리 남부 도시 세게드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도심 한가운데 20년 동안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은 공터에 “이곳은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지 20년이 됐다”는 취지의 표지판을 세운 것이 초기 활동 중 하나였다.

이후 이들의 풍자는 기성 정치권을 본격 겨냥했다. 2010년대 중반 오르반 전 정부가 “헝가리에 온다면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지 마시오”라는 취지의 반이민 광고판을 내걸자, 이들은 같은 디자인에 문구만 뒤집은 광고판으로 맞섰다. “헝가리에 온다면 영국으로 가서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시오” 당시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영국 등 서유럽으로 떠나는 헝가리인이 많았던 현실을 떠올리며 이민자를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으로 묘사한 정부의 선전을 비튼 것이다.

다만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MKKP를 단순한 ‘반오르반’ 운동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권력이든 견제하는 것”이라며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넘지 말아야 할 선도 결국 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정파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권력이 한계를 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 MKKP의 이념이자 출발점이라고 했다.

‘진짜 정치’로 나아간 농담 정당

MKKP는 활동 시작 8년 만인 2014년 정식 정당이 됐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예술단체나 사회단체 같은 형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며 “정당이 되면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수단도 더 많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당국은 정당명이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후보 등록을 막았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이를 “황당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당시 오르반 정부가 사실상 “‘권력은 내가 갖고 있으니 너희는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MKKP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제도권 정치에 도전했다. 2022년 총선에서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선거운동 자금의 약 3분의 1을 지역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주민들에게 “동네를 더 좋게 만들 의견을 제안해달라”고 공모한 뒤 선정된 아이디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세게드의 한 주민은 놀이터에 탁구대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 지역 놀이터 약 5곳에 탁구대가 들어섰다. 선거 관련 스티커가 붙은 시설이면 선거 홍보물로 인정하는 규정을 틈새 활용해 선거자금을 주민이 원하는 시설을 만드는 데 쓴 것이다.

이 무렵 MKKP에 정식 가입한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정당이라는 제도적 지위를 활용해 “실제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이 MKKP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다고 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거리에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의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타스연합뉴스

2024년 MKKP는 제도권 정치에 한발 더 깊이 들어섰다. 지방선거에 500여명의 후보를 냈고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을 배출했다. 설립자 코바치는 수도 부다페스트 12구 구청장에 당선됐고, MKKP는 부다페스트 시의회에서도 3석을 확보했다. 같은 해 낙선했지만,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도 도전했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이 시기를 “MKKP가 더는 ‘농담 정당’에 머무르지 않게 된 때”라고 규정했다. 그는 “실제 (선출직) 정치인을 배출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유머를 활용해 권력을 풍자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중요한 정치 사안에 관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토트베네데크 의원 역시 시의회 연설에서 헝가리 어린이 동요를 인용하는 등 유머를 활용하면서도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다룬다. 그는 최근 어린이들의 대중교통 이용 개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무료 트램을 탈 수 있다면 부모는 매일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줄 필요가 없어진다”며 “이건 농담이 아닌 실제 정치이자 많은 가정의 삶에 영향을 주는 진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MKKP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당 차원의 공식 정책집도 발간했다. 경제와 교육, 세금, 청년·노인 정책 등 주요 정치 의제에 대한 견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그간 우리는 스스로를 진짜 정당이라기보다 농담 정당으로만 생각했다”면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정치적 의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충분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머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의 정당’

그렇다면 최근 아시아에서 부상한 새로운 농담 정당 ‘바퀴벌레국민당’(CJP)의 실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두 정당은 출발한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활동을 조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CJP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풍자 이미지를 만들어 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MKKP 역시 최근 풍자의 무대를 메신저 앱 디스코드 등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에 따르면 세게드에서는 약 15~20명이 디스코드에 모여 지역 활동을 논의한다.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달할 학용품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이전에는 유기견·유기묘 보호소에 전달할 사료를 모았다. 당내 의사결정 소프트웨어와 투표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다만 그는 MKKP의 성장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농담도, 기술도 아닌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이 이미 시작된 뒤에는 기술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언가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어려운 것은 무언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충분히 오래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MKKP는 참여의 문턱을 낮췄다. MKKP의 정식 당원은 창당 이래 한 번도 100명을 넘긴 적이 없고 현재도 70여명에 불과하지만, 전국에서 크고 작은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은 약 7000명에 달한다. 당은 구성원들에게 특정 활동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지 않으며, 세대별 조직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헝가리 정당 대다수는 청년조직을 별도 운영하지만 MKKP에서는 10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성인들과 함께 활동한다. 최근 열린 여름 캠프에서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했다고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다채로움 아래 MKKP는 하나의 공동체가 됐다. 다수의 시민사회 활동 경험이 있던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MKKP를 만나고서야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집배원으로 일하는 한 관계자는 그간 학교 등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MKKP는 “집 같은 곳”으로 느껴진다고 그에게 말하기도 했다.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 관계자들이 도로에 페인트칠하고 있다. MKKP 홈페이지 갈무리

“권력에 맞서 붓을 들자”

MKKP의 다음 목표는 국회 진출이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MKKP가 “평범한 사람들의 정당”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돈도 없고 영향력도 없다. 주변에 억만장자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에 맞설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은 결국 ‘숫자’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만드는 세상보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 더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마지막으로 ‘손에 권력이 없다면 붓을 들어라’라는 MKKP의 구호 중 하나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붓으로 벽에 평화 표식을 그릴 수도 있고, 혹은 낡은 벤치를 다시 칠할 수도 있다”며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면서 기성 권력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 가겠다고 했다.

20년째 비어 있던 공터에 표지판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된 MKKP의 ‘농담 정치’는 이제 국회로 향하고 있다.

최경윤 기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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