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초상
사람을 기억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얼굴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얼굴을 향하고, 누군가를 설명할 때도 얼굴의 표정과 눈빛을 이야기한다.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에두아르 부바는 카메라를 사람의 얼굴에서 돌린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사람의 등이다. 걷는 사람, 서 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아이와 함께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다. 처음에는 의아하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진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사진을 오래 바라볼수록 오히려 얼굴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얼굴을 보지 못하니 사진 속 인물을 특정한 사람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알 수 없다. 그 순간 사진 속 사람은 특정한 개인을 넘어 하나의 인간이 된다. 얼굴에는 표정이 있지만 뒷모습에는 흔적이 있다. 옷의 주름, 구부러진 어깨, 걸음의 속도, 머리카락의 모양, 손의 위치, 몸의 방향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한다. 무엇보다 뒷모습은 스스로 연출하기 어렵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자신의 등은 볼 수 없다. 그래서 뒷모습은 인간의 가장 무의식적인 초상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얼굴로 자신을 보여주지만 등으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보여준다. 부바의 사진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다. 그는 유명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건을 찾지 않는다. 길을 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투르니에는 사진에 글을 덧붙이면서 그 침묵을 더욱 깊게 만든다. 그는 사진을 설명하기보다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따라간다. 그 결과 『뒷모습』은 사람의 등을 찍은 사진집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를 뒤에서 바라보는 철학적 산책이 된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