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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자율'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시작됐다

홍종학 경제스케치북

haasi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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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er for Longer’ 경고에 흔들리는 세계 경제

이번 장기 금리 상승, 물가 아닌 실질 금리 상승 탓

무너지는 버블성 자산, 흔들리는 금융기관

‘펀더멘탈은 튼튼’ 주문만으론 부채폭탄 못 막아

가계·기업 부채 세계 최고 수준 한국 특히 취약

부채 의존의 삶과 경영 방식 철저히 점검하고

고금리 영구적이란 전제 아래 경제 체질 바꿔야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시대는 이제 완전 끝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20여 년간 겪어보지 못한 큰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어느새 미국 국채 10년물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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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처럼 보였던 5%를 잠시 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5.2%까지 올랐고, 30년 만기 국채는 5.5%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속도와 파급력은 전 세계 시장을 거세게 흔들었고, 주요 선진국의 장기 금리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일본의 30년물 금리는 4.2%를 넘어, 30여 년 전 버블 붕괴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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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장관은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개입 정책을 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 시장의 거센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히려 금리를 안정시켜야 할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고금리를 인정하듯 앞다퉈 정책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벌써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연준도 논란 끝에 연방기금금리 목표 상한을 4%까지 올렸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금리 인상 압력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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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장기 금리 폭등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일시적 파동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을 지배했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혀 다른 경제적 인과관계가 작동하는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라는 새로운 체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거대한 구조적 신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했다. 이로써 일본은 기준금리는 1995년 이래 최고 수준이 됐다. 사진은 18일 명동의 한 환전소의 모습. 2026.9.18 연합뉴스

장기 금리 상승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 아닌 '실질 금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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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금리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떠올린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으니,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도 예전처럼 0%대 혹은 1%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장기 금리 상승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면, 이런 기대는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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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지만, 해외 학자들과 시장 분석가들은 공통적으로 최근 장기 금리 급등의 핵심 원인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아니라 '실질 금리(Real Interest Rate)'의 구조적 상승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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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명목 금리는 크게 '예상 인플레이션'과 실질 자본 비용인 '실질 금리'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2010년대 저금리 시절에는 전 세계적인 저축 과잉과 안전자산 선호 속에서 실질 금리가 0% 내외, 심지어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저축 공급 감소, 탈세계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 폭증, AI 혁명에 따른 실물 자본 수요 변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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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진짜 값인 '실질 금리' 자체가 2%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에 완벽히 안착시킨다 해도, 실질 금리가 2% 이상 유지되는 한 명목 장기 금리는 4~5% 아래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기 위해 물가를 잡을 것이라 공언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선 지 5년이나 되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금융시장 부양을 우선하는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는 한, 물가를 쉽게 잡기는 어렵다. 연준 자체 진단으로도 목표 금리에 안착하기까지 2~3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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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여파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기 때문에 물가를 안정시키기 쉽지 않다. 결국 물가가 2% 이상에서 유지되고 실질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장기 금리는 떨어지기 어렵다. 불황이나 전 세계적인 대형 금융위기가 터져 인위적으로 돈을 풀지 않는 한, 우리는 최소 4~5%대의 장기 금리가 한동안 유지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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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기 금리 상승의 배경이 실질 금리 상승이라는 진단이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번 금리 상승을 물가 상승 탓으로 보는 잘못된 진단이 지배적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물가 상승이 문제라면 장기 금리는 곧 안정되겠지만, 실질 금리 상승이 원인이라면 경제에 대한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연준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가 몰고 올 3대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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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금리 상승이 원인인 고금리 장기화 체제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그리고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실물경제에 순차적이고 치명적인 균열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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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 – '5% 무위험 이자'라는 거대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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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는 지금까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되어 왔다.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로 많이 지니고 있으며,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려 불확실성이 심화되면 오히려 각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모순적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런 미국 국채의 장기 금리가 5% 수준에 안착했다는 것은, 아무런 위험 없이 10년 동안 매년 안정적으로 5%의 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메가톤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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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리가 5% 수준에 머무르면,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때 최소한의 기대수익률이 5%를 넘어야 한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사모펀드 같은 위험 자산에 돈을 넣으려면 최소한 이 5%라는 '무위험 기준선'에 손실 가능성까지 더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과열되었던 자산 시장에서 5%를 훌쩍 웃도는 수익률을 내는 자산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위험자산의 매력이 줄어들었고,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자금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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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저금리 시절 스토리와 기대감만으로 밸류에이션이 치솟았던 버블성 자산들 — 막대한 자본 투자 대비 당장의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일부 AI 관련 기술주나, 과도한 레버리지로 떠받쳐진 부동산 자산 등 — 은 극심한 재평가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고금리가 장기화될수록 시장의 '약한 고리'부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거품은 시간문제일 뿐 결국 꺼질 수밖에 없다.

 

케빈 워시 연준의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둘째, 금융기관의 장부상 착시와 사모신용(Private Credit)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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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저금리 시절 1~2%대 이자율로 발행된 막대한 규모의 장기 채권을 장부에 대량으로 안고 있는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평가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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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평가를 피하며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는 논리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고 펀드 환매를 요구하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순간, 금융기관들은 손실을 확정 지으며 채권을 매각해야 하고, 이는 순식간에 시장 전체의 유동성 경색으로 번지게 된다. 금리 인하기에는 금융회사들이 가만히 앉아서도 수익을 얻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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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그동안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어 온 비은행 금융권과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높은 변동금리로 사모펀드 등에서 자금을 빌린 한계 기업들은 이미 높은 이자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이들 기업의 연쇄 부실은 피할 수 없고, 이는 신용 시장 전반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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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월가를 넘어 메인스트리트로 – 가계·기업 부채와 한국 경제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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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의 충격은 월스트리트의 모니터 화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물경제의 가계와 기업이 짊어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곧바로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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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경제는 이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정부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 영끌로 집을 마련한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4000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익스포저로 부풀려진 부동산 거품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며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호황이 유지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경제의 근간은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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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른 주요국들도 급증한 국가부채로 이자 지급 비용이 폭증하면서, 경제 충격을 방어할 재정정책 여력을 사실상 잃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위기를 막아주던 '정부 구원자'의 시대도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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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데자뷔 : '펀더멘탈'이라는 환상과 위기 불감증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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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의 저서 폴트라인(Fault Line)에서 구조적 소득 불평등, 정치가 만든 손쉬운 신용 완화, 글로벌 거시경제의 균열을 대형 지진의 원인이 되는 지각 변동에 비유한 바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해결하는 대신 '부채를 통한 소비'로 때우려 했던 정치적 시도가 결국 2008년의 붕괴를 불렀다는 진단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라잔의 경고와 3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의 데자뷔가 겹쳐 보인다. 한국 사회는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왔다는 엄혹한 현실을 지나치게 비전문적이고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대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고금리의 구조적 위험, 부동산 관련 부채의 위험성, 전 세계적인 금융 경색시 발생할 자본 도피와 이에 따른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은 깊이 있는 논의를 피한 채 단기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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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도,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는 말만 주문처럼 반복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인 실질 금리 상승과 부채 폭탄이라는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리고 있음에도 정책 당국은 여전히 똑같은 태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홍종학 전 국회의원 · 중소벤처부 장관

'공짜 돈'이 범람하던 시대는 끝났다. 장기 금리의 상승은 단순히 숫자가 바뀐 것이 아니라, 자본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금이라도 부채에 의존했던 삶과 경영 방식을 철저히 점검하고, 5%의 고금리가 영구화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자산과 리스크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고금리의 파도 속에서 견뎌낼 수 있는 경제 주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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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경제스케치북 haasi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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