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력단지는 어떤가?
"오늘 출근길에 강원도 양양 송이 경매가 시작됐다는 기사를 봤다. 앞으로 이곳 송이를 볼 수 있을지, 거기 동식물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됐다. 양양 산림은 환경보호구역인데, 이제 어마어마한 송전탑이 우후죽순 깔릴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 육상풍력이 들어선다.
풍력단지 인근 농민의 고충은 전농에 자주 보고된다. 바다 위 흔들리는 배에서 우리는 안정적으로 잘 살 수 있나? 이런 문제다. 프로펠러가 돌면서 땅이 흔들리고, 저주파와 소음이 발생한다. 이 영향을 동식물들이 받는다. 꿀벌이 사라지고, 염소·송아지 등 축사 동물 폐사, 뱀·야생동물 민가 출몰 등의 고충을 계속 듣고 있다."
- 풍력 진동이나 저주파에 의한 동식물 영향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풍력단지 환경영향평가서에 '일정 반경 내 가구는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권고가 아니라 이주해야 한다고 정한다. 평가서에 동물 사육, 생활 환경에 미치는 위험 요소도 다 적시돼 있다. 전농엔 풍력발전기 소음, 진동, 그림자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꿀벌과 가축 폐사 사례도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다. 농지나 면에 건설한 도로, 4호 이하 가구 밀집 지역은 이격거리(발전소와 떨어진 거리) 규제 대상도 아니다. 겨울 동안 풍력 날개에 쌓인 눈, 얼음이 이후 바람이 불면 다시 돌아가면서 주변 농지, 농가에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위기 시대의 과제인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핵심은 정부 정책에 '어떻게 하면 재생에너지를 많이 설치할까'만 있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 농민의 희생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 안에 매몰돼서, 농민의 삶과 안전, 그리고 경자유전의 헌법 원칙조차 무시된다. 농촌은 희생해도 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 송전탑을 세우는 방식이 이를 잘 보여 주지 않나."
희생 필연인데…'전력 증대'만 말해도 되나
- 송전탑을 세우는 방식이 뭘 보여 주나?
"'도시, 반도체가 중요하지. 농촌은 괜찮아. 희생해도 돼.' 이 인식이다. 그 큰 탑이 지역 사회에 들어서는데, 주민과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없다. 그냥 어느 날 설명회 열고 '여기 송전선로 들어옵니다' 하고 밀어붙인다. 매우 폭력적이다. 지역을 깔보고, 농민을 깔보고, 농촌을 깔보는 인식이다.
지난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만 봐도 보인다. 주민 수용성 고려한다며 신설 송전탑을 최대 40% 줄이고, 주민 밀집 지역에선 전선을 땅속에 묻어 지중화한다고 밝혔다. 지중화는 인구가 많은 도시 얘기지, 농촌은 대상이 아니다. 대체 이만한 전기가 꼭 필요한지, 이 전기를 이런 방식으로만 생산·송전해야 하는지 논의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국가 계획으로 희생되는 것이 농민의 처지다."
- '이만한 전력이 꼭 필요한가'란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기후위기에도 여전히 전력 생산을 늘리려고만 하는 시대다.
"폭우, 가뭄, 병충해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농민이 더 잘 안다. 벼멸구는 농민에게 재앙과 같은데, 원래 그리 자주 나오지 않았던 벼멸구가 이젠 매년 발생한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정 정도 우리도 함께 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고 감내해 왔다. 그런데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이 모든 걸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농민들이 아무리 재생에너지 늘리는 데 동참한들, 정부가 이렇게 전력 수요를 급격하게 늘려 버리면 농민은 그저 반도체 산업의 일부가 될 뿐이지,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다. 이 어마어마한 전력 수요와 개발은 탄소 중립 역행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농민 희생도 무가치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은 다 허구의 문구다."
-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용수 공급도 논란이다. 정부의 물 관리 계획을 어떻게 보나?
"농민은 물에 엄청 민감하다.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의) 물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내려줄까, 이게 최고의 관심사다. 그리고 농업용수는 항상 부족했다. 올해는 더 했다. 지금 경남이 가뭄이다. 농업용수 저수지가 말라비틀어져, 포클레인으로 땅까지 팠다. 판 땅에 고인 물을 썼다. 전부 삽까지 들고 갈 판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어떤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3대 메가 프로젝트 용수 공급을 위해 발의한 '물 관리 3법' 개정안 핵심은 첨단전략산업의 물 공급이 가장 우선된다는 내용이다. 대만에는 이미 선례가 있다. 2021년, 2025~2026년 가뭄 때 농업용수를 끊고 반도체기업 TSMC에 물을 공급했다. 정부는 아예 나주댐 농업용수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로 전용하겠다고도 했다. 나주댐은 농업용으로도 부족하다. 여기에 농민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 종합하면 농지와 농민이 줄고, 농업에 필요한 자원의 분배도 뒷전으로 밀린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과 식량의 보호는 정말 중요한데, 한국만 아무것도 안 한다. 발 등에 떨어진 불 앞에 국가가 태만하다. 지금 한국 곡물자급률은 21%다. 세계 평균은 100%가 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부분이 70%를 넘는다. 식량의 중요성은 이미 코로나19 당시 인도가 밀 수출을 중단했을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을 때 눈으로 확인했다. 미국은 이 중요성 때문에 최근 농업법을 '농업·식량 및 국가안보법'으로 개명도 했다.
'반도체를 씹어 먹고 살 건가?' 농민들이 하는 얘기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돈만 있으면 식량을 다 사 올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는지 모르겠다. 반도체가 대기업의 이익 문제라면, 식량은 서민의 생존 문제다. 부자들은 식량이 부족해도, 비싸져도 다 잘 산다. 식량은 부족하면 큰 일이 나지만, 남으면 누굴 줘도 되고, 다른 용도로 써도 된다. 농지와 농업의 문제는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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