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에도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분석 칼럼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용혜인 의원을 삼류,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김승원 의원을 사류로 규정하며 “삼류를 멀리하고, 일류의 목소리를 듣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도 김승원·용혜인 후보가 국정동력을 살릴 수 있는 인사인지 묻는 사설을 냈다.
“삼류 멀리하고, 일류 목소리 듣기 바란다”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9일 <삼류 전성시대> 칼럼에서 강선우 의원 대신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던 원민경 장관을 젠더 폭력 피해자와 사회 약자를 보호해 온 변호사 출신 ‘일류’라고 평가했다. 대신 강선우 의원과 용혜인 의원은 여성계 입장에서 “정치 경력이나 대중적 인지도와 상관없이 그 분야의 삼류다. 전문가도, 실천가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 위원은 “정부든, 기업이든 리더가 일류인지 삼류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보면 된다”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위대해진 것은 일류를 뽑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돈과 힘만 있으면 누구나 일류를 잡으려고 노력할 것 같지만 의외로 아니다. 세상 어려운 게 일류를 쓰는 것이다. 경영진이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절반 동창회, 절반 향우회’ 같은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일류는 일류를 고용하고, 이류는 삼류를 고용한다. 삼류는 사류를 고용하고, 결국 조직에는 무능력자만 넘쳐나는 ‘멍청이 폭발 현상’이 일어난다.”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인용한 선 위원은 “능력자를 고용하면 자리와 권위를 위협받을까 봐 자신보다 능력이 모자란 사람을 의도적으로 택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정부 업무 보고 생중계를 보면 이 대통령이 왜 삼류를 필요로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때로 ‘이것도 모르냐’고 질책하고, ‘임명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아픈 농담을 던지고 웃는다. 들을 생각이 없는 리더에겐 굳이 일류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했다.
▲ 9일자 조선일보 칼럼.
선 위원은 “이 대통령을 진짜 싫어하는 국민도 많다. 요즘 그들은 ‘김승원, 용혜인 둘 다 이대로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도 원안대로 밀고 나가고, 이 대통령 공소취소도 끝내 강행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민심에 불을 질러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일까. 반대일 것이다. 이 대통령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삼류를 멀리하고, 일류의 목소리를 듣기 바란다”고 했다.
용혜인·김승원 의원에 대해선 한겨레에서도 우려 논조가 보인다. 한겨레는 <김승원·용혜인, 국정동력 살릴 수 있는 인사인가> 사설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면에서, 국정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돼야 할 개각이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두 후보자가 원칙적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나 야당의 공세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고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라는 판단이 든다면, 무조건 지켜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너무 늦지 않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윤석열 비판 칼럼, 재소환한 까닭
30%대로 떨어진 이재명 정부 지지율을 놓고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재명 정부가 가진 ‘부정적 당파성’의 약발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9일 <이재명, ‘부정적 당파성’ 약발이 떨어졌다> 칼럼에서 ‘부정적 당파성’을 “지지하는 당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아니라 반대하는 당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서 비롯된 당파적 행동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했다.
▲ 2022년 8월 강준만 교수 칼럼과 2026년 9월 강준만 교수 칼럼.
강준만 교수는 2022년 8월 <윤석열, ‘부정적 당파성’의 약발이 떨어졌다> 칼럼을 쓴 바 있다. 9일 칼럼에서 강 교수는 “이 주장을 또 써먹을 일이 4년 후에 생길 줄은 몰랐다”며 “이름만 바뀐, 같은 제목의 칼럼을 또 써야 한다는 건 비극이지만, 자기파멸을 재촉한 윤석열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자”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재명은 윤석열과는 여러 면에서 크게 다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일부 유권자들이 갖고 있던 강한 반감의 수혜자였을 뿐, 이렇다 할 자기만의 ‘정치상품’은 없었다”며 “반면 이재명에겐 ‘일을 잘하고 유능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건 상당 부분 그의 실체이기도 했다”라고 했다.
강 교수는 과거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의 강점으로 ‘일’ ‘영리’ ‘영민’ ‘머리’ 등을 꼽은 것을 놓고 “이재명은 정녕 ‘일잘러’인가? 윤석열과 비교해 평가하자면,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윤석열에 대한 ‘부정적 당파성’의 일환으로 강조된 ‘일잘러’ 이미지와 믿음이 이재명을 오만하게 만들어 역효과를 낸 점은 없을까”라고 했다.
강 교수는 “실용주의는 겸손을 필요로 한다. 6·3 지방선거 결과가 시사하듯이, ‘내란 종식 프레임’으로 정국 주도권을 유지해왔던 민주당 전략, 즉 ‘부정적 당파성’의 약발이 떨어졌기에 더욱 그렇다”며 “이젠 민주당이 강성·강공 전략을 재고할 때도 됐건만, 그게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 전략을 줄곧 요구했던 기존 지지 기반을 지키고 강화해야 한다고 외치는 세력이 내부에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9일자 경향신문 칼럼.
이재명 정부 비판 쪽으로 돌아선 유시민 작가에 대해 강 교수는 “‘일’ ‘영리’ ‘영민’ ‘머리’ 등을 내세우면서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던 유시민이 ‘일’에 대해선 아무말 없이 엉뚱하게도 핵심 콘셉트가 ‘배신’인 ‘ABC론’을 들고나오면서 대통령을 향한 포문을 연 게 안타깝다”며 “이론과 추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정책 문제로 들어가면 얼마든지 생산적인 논의와 합의가 가능할 텐데, 왜 소통이 불가능한 운동권 시절의 노선 투쟁을 끌어들이려는 걸까? 싸우는 양쪽 모두 이젠 ‘부정적 당파성’의 약발이 끝났다는 걸 깨달을 때에 비로소 소통의 문도 열릴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읽기 점수, 직전 검사 대비 하락 가장 커
지난해 실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읽기 점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 8일 발표한 ‘PISA 2025’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과학 526점, 읽기 501점, 수학 522점이었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은 각각 482점, 461점, 463점으로 한국은 회원국 중에서 과학 1∼3위, 읽기 1∼9위, 수학 1∼2위를 차지했다. 전체 91개 참여국 기준으로는 과학과 수학이 모두 5∼7위, 읽기 3∼13위였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의 수학, 읽기, 과학 학력을 측정하는 성취도 조사로,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모집단인 해당 국가의 순위는 오차 포함 ‘최고∼최저’ 범위로 제시된다. 직전 검사 대비 하락 폭이 가장 큰 영역은 읽기였다. 한국의 읽기 점수는 2022년 515점에서 지난해 501점으로 14점 떨어졌다.
동아일보는 <15세 읽기-수학 국제평가 역대 최저… 숏폼-AI가 막는 ‘문해력’> 사설에서 “한국 학생들의 절대적인 점수 하락도 문제지만 상대적인 순위는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3개 과목 평균 점수 모두 최상위권에 있는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뒤처지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교육계에서는 쇼츠(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시청과 인공지능(AI) 이용으로 문해력이 떨어진 것이 학업성취도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진단한다. 단편적인 정보와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추론이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AI 시대에 문해력을 위한 독서 교육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초등 저학년 단계부터 어휘력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읽고 쓰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 한국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회원국 평균의 1.7배나 된다. 막대한 재정이 기초학력 신장과 같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지 평가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입사 동기였던 남성 직원에 의해 숨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4주기가 되어간다. 비극의 반복을 막고, 젠더폭력과 괴롭힘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담아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2022년 9월 14일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22년 9월 14일 오전, 피해자분께 보낸 '내일 판결 선고 결과를 확인하는 대로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피해자분과 소통하던 카카오톡 방은 그대로 멈췄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멈췄다'는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이 사건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머리로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지는 못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에 머물러 그 슬픔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시간이 멈췄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짐작해봅니다. 가족의 사망 그 자체로 큰 슬픔에 빠질 수 있는 일인데, 거기에 강력범죄 피해까지 있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짧은 장례 기간, 장례를 치르는 것조차 큰 부담인데 수사에 협조하고 그 과정을 챙기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짧은 장례가 끝나고 피해자 유족은 재판에 참석하고 양형증인으로 출석해 재판부에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설명하며 미처 치르지 못한 장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최근 피해자 유족이 양형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피해에 대해 재판부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탄원서로 제출하라는 답변을 듣기도 합니다. 진술할 내용을 A4 5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진술해도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탄원서로 제출하라는 답을 들을 때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피해자 유족이 어떠한 마음으로 재판에 참석하는지, 그들로서는 엄벌 탄원을 하는 것이 사망한 피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한 번쯤은 헤아려줬으면 하는 대목입니다.
피해자 유족이 재판에 참석하더라도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피고인만큼 많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족은 그저 방청객과 다름없이 재판을 참관하고 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판사의 허가 없이 재판에 끼어들거나 피고인을 향해 소리치는 것이 행여나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커 재판을 참관할 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없어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간 언론 보도와 상관없이 모든 사건은 동일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신당역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부터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되면서 피해자 유족 대리인으로 형사절차에 참여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느꼈습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해자의 권리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판단,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형사절차 참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2차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형사절차 참여를 수월하게 하고자 피해자 유족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피해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는 등 사건이 언론 보도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제가 유족의 대리인으로 진행한 또 다른 사건에서는 유족분께 '언론 보도가 됐을 때 보도 취지와 무관하게 제3자로부터 다르게 해석되거나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향이라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유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론 보도가 되었고 그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라면 그때 언론 인터뷰를 고려해보자'고 설명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형사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운 면도 분명 있었지만, 언론 보도를 활용하지 않아도 법원에서 제대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제출한 의견서의 수도 상당했고, 양형증인으로 유족분이 진술도 하고 마지막 기일에는 피해자 변호사로서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의 구형 이후 피고인 최후 진술 전 진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유족으로서는 어떠한 형량도 만족스러울 수 없지만 다행히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습니다. 2차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언론 보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피해자 유족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그에 앞서 피해자 유족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이 형사사법시스템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피해자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면, 피해자 유족에게 만족할 만한 형량이란 없을 것입니다. 신당역 살인사건을 경험하기 전, 언론 보도를 통해 피해자 유족이 재판부를 향해 '당신 딸이어도 이렇게 판단했을거냐'며 울분을 토로하는 모습이 비춰졌을 때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법관이라면 자신의 딸이어도 동일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차가운 마음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경험하고 피해자 유족분께 '사형이 선고되는 일이 많지 않다, 특히 최근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 드리면서도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왜 그 대가는 생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지만 1심에서는 징역 40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변호사로서 40년이라는 형량이 가볍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밖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이런 것이 법이라면 이런 법을 믿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설명하며 돈을 버는 이 직업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사인 저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법원이 알아서 잘 판단해주겠지'라고 법원을 믿고 기다렸다가 생각보다 낮은 형량이 나왔을 때 강하게 울분을 토로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판결문 속 범죄사실에 '사망하였다',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그 문구의 무게감과 이에 담긴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이 수사, 재판 과정에서 계속 이어지고, 슬픔이 너무 커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게 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이자 피고인이 행한 범행에 대한 무게를 결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피해자 유족에게는 법원의 판결이 사건이 이제는 종결되었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 신호가 되고, 이 사건을 어떻게 가슴에 담아둘 것인지를 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사망한 피해자를 위해 남아 있는 가족으로서 최선을 다했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 받아들일 수 없는 형량이지만 어찌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법원의 판결이 유족에게 위안이 되기도,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행여나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그저 재판을 참관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 유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22년 9월 14일 이후 두 달여간 추모문화제가 이어졌고 수많은 시민들이 신당역 화장실 앞 추모공간에 찾아와 헌화와 애도의 글을 남겼다. ⓒ공공운수노조
평생 일한 사람들이 은퇴 이후 가난과 고립에 놓이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노년의 빈곤은 개인의 준비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에서 사회를 지탱해온 세대에게 사회가 어떤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사진 pixabay
한국 사회는 지금 여러 개의 위기를 동시에 통과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현재의 불안을 설명할 수 없다. 정치가 혼란스럽다는 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출생률 하락, 청년의 좌절, 노년의 빈곤, 주거 불안, 노동의 양극화, 지역의 소멸, 교육 경쟁, 기후위기, 공동체의 해체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하나의 구조적 위기로 바라보지 못하고 각각의 문제로 나누어 대응하고 있는 데 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어쩌면 미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하며 집을 마련하고 가정을 이루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상승의 사다리가 다음 세대에게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를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집을 구하기 어렵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아이를 낳은 뒤 감당해야 할 교육비와 돌봄 비용도 두렵다. 경쟁에서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올라서기 어렵다는 불안도 크다. 개인에게 출산을 설득하기 전에 사회가 아이를 낳아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인구위기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하고 노동하고 늙어가는 삶의 조건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청년들이 왜 미래를 포기하는지 묻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오래갈 수 없다. 노인의 삶도 심각하다. 평생 일한 사람들이 은퇴 이후 가난과 고립에 놓이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노년의 빈곤은 개인의 준비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에서 사회를 지탱해온 세대에게 사회가 어떤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한국의 노동 현실도 위기의 중심에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과 복지가 달라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노동의 존엄을 말하면서 노동자의 삶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통로다. 노동이 생존을 위한 경쟁으로만 전락하면 사람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기 어려워진다.
플랫폼 노동과 인공지능의 확산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기술 발전이 소수에게 자산과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기술은 해방의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불평등의 장치가 될 수 있다.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집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지 투기의 대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주택은 오랫동안 강력한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세대 간 격차와 결합하면서 청년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문제를 넘어 주거의 권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어디에서 태어났든, 어떤 부모를 만났든, 자신의 노동으로 안정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주거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연대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은 또 다른 위기의 현장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을 만들어내는 힘이 되었지만 이제는 지나친 경쟁이 아이들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서열화되고 성적이 인간의 가치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 교육은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교육은 경쟁에서 이기는 존재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성적과 대학의 이름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성장하더라도 사회는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자유는 처음부터 모든 인간에게 허용된 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 권력과 특권에 맞서 확장해온 역사적 산물이었다.
민주주의가 권력을 견제하고 있는가
정치의 위기도 깊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권력을 감시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제도적 형식이 존재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목소리만 듣고 비판을 불편해하며 시민을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민주주의의 내면은 빈약해진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권력 자체보다 권력이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누구든 권력을 가지면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가이다. 대통령도, 국회도, 정당도, 지방정부도 시민의 비판 앞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정당 역시 선거 때만 시민을 찾는 조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의 삶을 듣고 정책으로 응답하며 내부의 잘못을 스스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정당이 권력을 얻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순간 시민은 수단이 되고 정치는 권력 획득의 기술로 전락한다.
언론의 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조회수와 구독자, 광고와 정치적 영향력이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자극적인 갈등과 분노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회가 양극화될수록 언론은 더 차분하고 깊어져야 한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며 권력자와 시민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언론이 진영의 확성기가 되는 순간 시민은 사실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적대와 고립을 넘어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또 하나의 심각한 위기는 혐오와 적대의 확산이다. 세대와 성별, 지역과 계층,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언어가 넘쳐난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 전에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민주주의에서 의견의 차이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차이를 적대감으로 바꾸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는 토론의 공간을 잃는다.
공동체의 해체도 심각하다. 도시화와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지만 외롭다. 수많은 사람과 온라인으로 접촉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 사람은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고독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가 약해질수록 고독은 사회적 문제가 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돌봄이 가족에게만 맡겨져서도 안 되고 시장의 상품으로만 취급되어서도 안 된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돌봄의 구조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과 가뭄, 생태계의 변화는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그런데도 경제성장을 이유로 자연을 무한히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강하다.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다. 강을 콘크리트로 덮고 산을 깎고 숲을 없애면서 그 결과가 인간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인간의 삶도 무너진다.
성장의 방향과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다
성장의 개념도 다시 물어야 한다. 국내총생산이 증가하고 건물이 높아지고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성장하는지, 노인들이 얼마나 존엄하게 늙어가는지, 노동자가 얼마나 인간답게 일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종교 역시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종교가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조직과 재산, 권위와 영향력을 지키는 데 몰두한다면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교회와 사찰을 비롯한 종교 공동체가 사회의 약자와 고통받는 사람들의 곁에 서지 못한다면 신앙의 언어는 공허해진다. 종교의 본래 자리는 권력의 곁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의 곁이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 해고된 노동자, 차별받는 사람, 돌봄에서 소외된 사람, 전쟁과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첫째,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경제성장이나 정당의 승리, 정부의 성과보다 인간의 존엄을 우선해야 한다.
둘째,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결과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출발선이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민주주의를 생활 속으로 확장해야 한다. 선거 때 투표하는 것만 민주주의가 아니다. 직장과 학교, 지역사회와 가정에서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넷째, 경쟁보다 협력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경쟁이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경쟁만으로 사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 인간의 삶에는 돌봄과 연대, 신뢰와 배려가 필요하다.
다섯째, 자연을 성장의 희생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경제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경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사회·문화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연합뉴스
결론 : 위기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 가난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성장했고 권위주의를 넘어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세계적인 경제와 문화의 역량을 갖추었다. 그러나 성취가 크다고 해서 앞으로의 길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질주가 아니라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일이다.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왜 교육하는가. 노동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는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늙고 죽기를 원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경제성장률과 지지율, 주가와 집값의 숫자만 바라본다면 한국 사회의 깊은 위기를 놓치게 된다. 위기의 본질은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다.
한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것이 위기다. 한 노인이 가난 때문에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이 위기다. 노동자가 내일 해고될까 두려워한다면 그것이 위기다. 아이가 성적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한다면 그것이 위기다. 누군가가 차별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이 위기다. 이웃의 고통을 보면서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한다면 그것 역시 위기다.
결국 한국 사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성장률만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 공동체에 대한 신뢰,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회복해야 한다. 사회는 제도와 건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서로를 경쟁자로만 바라보던 시선을 이웃으로 돌리고, 약자를 실패한 사람으로 바라보던 시선을 함께 살아가야 할 시민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정말 위기라면 그 위기의 출구 역시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성공한 사람만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누구도 삶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 권력이 시민 위에 군림하는 사회가 아니라 시민에게 책임지는 사회, 자연을 정복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위기는 끝이 아니다. 위기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더 빠르게 달릴 것인가, 아니면 멈추어 방향을 바꿀 것인가. 한국 사회의 미래는 결국 그 선택에 달려 있다.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과 교제폭력 사건의 항소심에서 여러 차례 감형 판결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심에서 처음 피해자의 용서를 받는 등 사정이 달라진 게 아닌데도 피고인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형을 줄인 사례다.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성년자 성범죄 “합의했어도 중형 선고해야” 1심 깨고 “합의했으니 감형해야” 판결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후보자는 2023년 수원고법에서 근무하며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1심 징역 3년을 깨고,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13세 중학생을 속여 강간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임을 알고 있었던 이상 그 죄책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재판장을 맡은 수원고법 형사3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형했다. 1심이 유죄로 판단한 미성년자유인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서 한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김 후보자는 2022년에도 미성년자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B씨의 형을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1심 법원은 “일부 피해자가 합의서를 냈지만, 죄책이 매우 무거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후 김 후보자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며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했다.
보통 형사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가 중요한 양형 요소로 꼽힌다. 처벌보다 합의를 통한 피해자의 회복을 우선한다는 취지다. 1심에선 용서받지 못한 피고인이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 감형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1심 재판부가 ‘합의를 감안해도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형을 줄인 것이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 온 한 변호사는 “2심에서 사실관계나 양형인자가 달라지지 않았는데 감형하는 것은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후보자의 인식을 보여준다”며 “기계적인 양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 자녀 있어서’ ‘상해치사 후 119 불러서’…교제폭력 사건도 감형
교제폭력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사정을 주요하게 반영해 형을 줄인 사례가 있었다. 김 후보자는 2018년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에서 근무할 때 전 연인의 집에 찾아갔다 거절당하자 흉기로 복부를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했고 미성년자인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로 1심의 실형을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으로 줄였다.
이듬해에는 연인을 수차례 폭행해 사망하게 한 20대 남성의 형을 징역 6년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했다. 당시 김 후보자의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범행 직후 응급조치를 하며 119 신고를 요구한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며 한 여성에게 10달간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현역 군인에 대해서도 1심 벌금 300만원을 90만원으로 줄였다. 김 후보자는 “피고인은 변명하며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그동안 비교적 성실하게 복무를 해 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무원은 성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확정받으면 직업을 잃는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소위 온정적 판결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선처를 구하는 이들에게 ‘피고인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법관이 아니라 오직 피해자뿐’이라는 말을 해왔고,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항소심에서의 사정 변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고형을 정해왔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파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빈만찬 전 이 대통령에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을, 김혜경 여사에게는 ‘국가공훈 대십자 훈장’을 수여했다고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는 한·프랑스 우호 관계 증진에 대한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 정상 부부에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빈만찬에는 경제계와 문화계 주요인사 17명도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한국경제인협회 류진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엘에스(LS)그룹 구자은 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화계에서는 넥슨코리아 강대헌 공동대표, 에스엘엘(SLL) 박준서 대표,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 영화진흥위원회 한상준 위원장,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가수 화사가 참석했다. 화사는 국빈만찬이 끝날 무렵 단독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오늘 아침 헌화할 때 지평리 전투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을 만났고, 그때 눈물이 왈칵 솟았다며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프랑스 수교 140년 동안 쌓아온 우정과 연대를 바탕으로 원자력·인공지능·반도체·양자기술·핵심광물·문화와 인적교류 등 미래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 방문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과 ‘빵을 나누는 친구’를 뜻하는 진정한 ‘꼬뺑(copain)’이 된 것 같다며, 양국의 영원한 우정과 함께 만들어갈 빛나는 미래를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부부를 위한 선물도 준비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방한 당시 우리 전통 현악기 공연을 관람했던 인연을 담아 ‘청자 가야금’을 선물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청자 가야금은 가야금을 청자로 축소해 제작한 공예품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학창 시절 피아노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이 국빈방한 당시 오찬사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에 등장하는 ‘금실’을 양국 관계에 비유했던 점을 떠올려 한강 작가의 서적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불어·한국어본을 전달했다.
아울러 브리지트 여사에게는 지난 국빈방한에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악보 초판을 선물했던 데 대한 화답의 의미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라벨 피아노 전곡집’과 삼베를 여러 겹 겹쳐 형태를 만든 후 옻칠과 자개로 장식한 나전 클러치백을 선물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양 정상 간 신뢰와 친밀감을 바탕으로 한·프랑스 관계를 경제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층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의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 테이블에 입장하고 있다. 2026.9.7. 연합뉴스
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를 지지한다. 이념보다 삶을 앞세우고,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응원한다. 지난해 나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의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환영하면서, 동시에 「이재명 신문명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를 묻는 글을 쓰기도 했다. 얼마 전에 기고한 「유시민의 ‘필연’과 ‘정화’가 위태로운 이유」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재명의 실용주의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지지율 하락 때문만이 아니다.
추락하는 지지율, 부동산과 주식 때문만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9월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4%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8주 연속 하락이다. 앞서 9월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4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51%까지 올라섰다. 다른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조사기관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추세는 같다.
부동산 세제 정책의 혼선과 경제·민생 문제, 인사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김승원·용혜인 두 장관 후보자의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이고,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을 둘러싼 논란,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까지 겹쳤다. 6개 부처를 바꾸는 개각 카드를 꺼냈지만 하락세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주가 폭락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말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도, 인사도, 개헌 논란도, 따로 보면 각각의 사안이다. 그러나 겹쳐 놓고 보면 하나의 물음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려 하는가에 대한 신뢰의 균열이다. 경제적 성과가 흔들리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민심이 표현된 것 아닐까.
이재명 정부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왔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주가를 올리고, AI 강국을 만들고,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모두 중요하다.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문제해결의 기술만은 아니다. 국민은 정부에 '무엇을 할 것인가'만 묻지 않는다. '어디로 갈 것인가'도 동시에 묻는다. 마음속으로는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가'를 묻는다. 성과가 좋을 때는 이런 질문이 잘 들리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성과 자체가 ‘성공 서사’가 된다. 그러나 성과가 흔들리는 순간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재명 정부는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는 것 아닐까?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위원들이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팹을 둘러본 뒤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메가 프로젝트 광풍과 ‘황금’의 실용주의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K-황금시대’라는 말이 새로운 정치적 구호로 등장했다. 김민석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K-황금시대의 사명을 이야기했다. 앞서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는 코스피 1만, 글로벌 AI 허브, 한류 열풍 등을 그 시대의 징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말하는 황금시대가 단순히 돈이 많은 나라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에서 2001년의 ‘부자 되세요’를 떠올린다. IMF 외환위기의 상처 속에서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부자의 열망 말이다. 그리고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4대강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가 떠오른다. 두 정부가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정치적 출발점도 다르고, 정책 방향도 매우 다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와 ‘황금론’은 문득 이명박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발표된 메가 프로젝트가 특히 그렇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초격차 산업강국으로의 대도약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직할 담당관을 두고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AI 경쟁 속 이니셔티브의 필요성은 물론 인정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도 이해한다. 그러나 산업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해서 사업의 규모와 입지, 속도까지 저절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특히 광주·전남에서 메가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광풍(狂風)’이다. 오랫동안 산업화에서 소외된 지역의 박탈감과 폭발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결합하면서,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민주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보당 전남광주시당은 지난 8월 26일 반도체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지역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로 평가했다. 물론 추가 원전 없는 RE100, 주 4일제 노동, 수익의 국민 배분 등 단서를 붙이기는 했다.
영화의 대사처럼 “뭐가 중한디?”라고 물어야 할 것 같은데, 질문이 들리지 않는다. 물음표가 보이지 않는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만들려는 지역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 지역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산업의 성과와 함께 생태와 생명과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거대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 말고 다른 발전의 길은 없는지 질문과 토론을 들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위원들이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팹을 둘러본 뒤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영성 없는 진보”
몇 년 전 철학자 김상봉은 「영성 없는 진보—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함」이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같은 제목의 책도 출간됐다. ‘진보와 영성’이라니, 놀랄 일이었다. 반가웠다. 진보의 위기를 영성의 문제로 진단하는 철학자가 있다니.
김상봉의 진단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독재 권력을 타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는 충분한 지혜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판과 부정의 능력은 있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부족했다는 말이다. 김상봉은 더 나아가 그 근저에 ‘영성의 상실’이 있다고 진단한다.
김상봉에게 영성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사랑의 마음, 그리고 전체성에 대한 믿음과 연결된다. 나는 그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했다(물론, 영성에 대한 이해가 같을 수는 없다. 할 이야기가 적지 않다.) 진보의 언어는 왜 ‘정책과 제도’, ‘권리와 이해관계’, ‘성장과 분배’로만 채워지게 되었을까? 진보는 왜 인간의 고통과 사랑, 아름다움과 영성에 대해 점점 말하지 않게 되었을까?
지난 9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를 보면서 다시 ‘영성 없는 진보’를 떠올렸다. 청와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실무책임자 중심으로 참석자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시민사회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원로나 명망가 몇 사람을 불러놓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참석자 명단과 의제를 보면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성 없는 실용’이라고나 할까.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과 ‘마음의 소리’, 혹은 ‘시대의 소리’를 듣는 것은 다르다. 물론 대통령이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한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정책’을 이야기할 사람과 더불어 ‘시대’를 이야기할 사람은 없었는지, ‘현안’을 말할 사람과 더불어 ‘마음’을 말할 사람은 없었는지 질문이 남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 후 열린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번 행사는 서밋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 및 배우들과의 간담회다. 오른쪽부터 김도연, 설경구, 전도연 배우, 이 대통령, 이창동, 정주리 감독,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안현모 사회자. 2026.9.7. 연합뉴스
‘생명’의 실용주의
그렇다면 ‘황금’의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길은 무엇일까. 물론 실용주의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황금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황금만능’의 실용주의를 성찰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실용주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예컨대, ‘생명’의 실용주의가 그것이다. 이때 ‘생명’은 ‘생명체’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것을 살아 있게 하는 힘으로서의 ‘생명력’이다(나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이재명 신문명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와 함께 「신성장주의의 폭주, 각비의 생명운동」에서 ‘생명’의 실용주의를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흥미롭다. 나에겐 그의 사상이 곧 ‘생명’의 실용주의다. 제임스에게 실용주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어떤 관념(이념)이 참인지 아닌지는 그 자체로 판단할 수 없다. 그 관념이 우리의 삶에서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그가 즐겨 쓴 말로 하면 그 관념의 '현금가치(cash value)'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현금가치'라는 말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현금’, 곧 ‘황금’이 되어버렸다. 실용주의의 이름으로 실용주의를 배반하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가 중시한 것은 추상적인 관념보다 실제로 인간의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그의 ‘급진적(근본적 radical) 경험론’은 개별적인 사물뿐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관계 역시 또 하나의 경험적 현실이라고 보았다. 전통적 경험론이 인식하는 주체(나)와 인식되는 객체(대상)를 엄격히 구분하고 '관계'나 '연결성'은 주체의 정신적 작용으로 보았으나, 급진적 경험론은 주체와 객체가 나누어지기 이전의 관계와 흐름에 대한 경험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사물'도 현실이지만, '관계'도 현실이다. '경제적 성과'도 현실이지만,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현실이다. '주가'도 현실이지만, 사람들의 ‘불안’도 현실이다. 산업의 생산성도 현실이지만,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의 지속성 및 지속불가능성도 현실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신비 체험과 영적 경험을 실증적으로 진지하게 다룬 철학자이기도 했다. 실용주의의 창시자가 영성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경험의 정당한 일부로 존중했다는 사실은, 앞서 김상봉이 말한 '영성 없는 진보'와 실용주의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명‘의 실용주의란 실용주의를 버리고 영성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실용주의가 잃어버린 더 깊고 넓은 실용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실용주의 2.0'을 고대한다
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 단계 진화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실용주의 2.0’이다.
실용주의 2.0은 기존의 실용주의를 뒤집어 엎는 것이 아니다. 경제를 잘 운영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용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삶과 세계의 ‘경험적 현실’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이다.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물어야 한다. AI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AI와의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의 규모와 속도만이 아니라 그 사업이 만들어낼 삶과 지역과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다른 미래의 가능성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정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에 관한 (공청회장이 아닌) 공론장이 열려야 한다. 인간만의 공론장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와 함께하는 ‘생태공론장’이면 더욱 좋겠다. 투자액과 일자리 숫자만이 아니라 전력과 물, 생태계와 공동체, 노동과 생활의 변화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과 다른 지식이 만나 문제 자체를 재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와 예술을 콘텐츠 산업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매체로 여기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로 초청해야 할 사람들도 달라질 것이다. 경제학자와 관료와 정책 전문가뿐 아니라 시인과 음악가, 종교인과 생태학자, 농부와 오래된 시민운동가와 만나야 한다.
주요섭 (사)밝은마을 생명사상연구소대표
대통령에게 좋은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생각을 흔들어놓을 사람도 필요하다. 영혼의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때로는 아무런 정책 제안도 하지 않는 사람과 몇 시간 동안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아름다움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어렵다면, 여당 대표라도 그래야 한다. 문학과 예술, 돌봄과 영성, 생태와 생명이 정치의 액세서리일 수 없다. 아니다. 메가 프로젝트의 광풍 속 요즘이라면, ‘액세서리’라도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재명의 실용주의가 위태로운 이유는 ‘실용주의’ 때문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이 ‘황금’이라는 도구적 목적에 꼼짝없이 붙잡혔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2.0을 고대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개각이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아침신문에서는 청와대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지적과 함께,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을 거스르지 못하는 분위기로 인사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향신문 “지지율 하락 부추기는 부실한 인사 검증”
이번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지지율 하락 부추기는 부실한 인사 검증>에서 고위공직자 후보 추천부터 인사 검증, 지명까지 청와대 내부 인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인사 단계별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명픽’을 거스르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는 지적이다.
▲ 8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잇따른 장관 후보자 인사 논란을 두고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최소 3단계 이상 절차를 걸쳐야 하는 장관 후보자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계별 기능은 작동했지만,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의 판단으로 내정 발표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정부 집권 초기 차명 부동산 의혹으로 낙마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 인사청문회 끝에 각각 지명 철회·자진 사퇴한 이진숙 교육부·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를 겪은 뒤 ‘인사수석실’을 신설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도 있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 8·17 민주당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명픽’ 후보 논란이 벌어졌는데, 여권에서 이 대통령의 선호가 반영된 인사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전해진다”며 “이번 인사도 이 대통령과 소수 참모의 결정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 8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역시 1면 머리기사 <김승원-용혜인 장관인사 늪에 빠지는 여권>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인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 후보자의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 용 후보자를 둘러싼 ‘장관·비례대표 의원 겸직’ 논란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전 낙마는 없다’는 입장인 가운데 인사 논란이 국정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3만명 피눈물’ 주가조작 불쏘시개 된 김승원”
두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도 계속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라며 코로나19 신약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양모 씨와 최재성 민주당 전 의원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공개된 통화 녹취와 카카오톡 대화에는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다수 등장한다”며 “녹취록을 선택적으로 꺼내 정치공세에 이용하는 악의적 편집”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근길에 “더욱 신중하게 하지 못한 점은 무겁게 생각한다”면서도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그로 인해 식약처 심사가 공정하게 안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검찰이 수사 결과로 부정한 청탁이나 공정한 심사를 왜곡한 바 없다고 인정했고, 관련된 식약처장과 공무원들 모두 다 무혐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 8일 조선일보 1면.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3만명 피눈물’ 주가조작 불쏘시개 된 김승원>에서 “그러나 주가 조작을 근절하고 자본시장의 법질서를 세우는 것이 목표인 이재명 정부 기조로 볼 때 김 후보의 그간 행적은 적절치 못했다”며 “김 후보는 민원인 고충을 관계 기관에 전달한 공익이라고 주장하지만, 공개된 양씨와의 대화에서도 드러났듯 낯뜨거운 사적 청탁의 성격이 강했다.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이때부터 코스닥 상장 기업인 세종메디칼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에게 ‘개미 지옥’ 문이 열렸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김 후보자는 식약처 담당인 보건복지위엔 몸담은 적이 없고 브로커 양씨가 지역구 주민인지도 불분명하다. ‘유흥주점 여동생’의 청탁을 자기 상임위와 무관한 부처에 전달한 것부터 비정상”이라며 “김 후보자와 민주당은 ‘공익 민원’이라고 주장한다. 국회의원들이 통상적으로 민원을 받아 전달하는 관례인 것처럼 포장하고 넘어가려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겠다는 속셈인데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 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1면에서 김 후보자가 코로나19 신약 임상 승인과 관련해 청탁성 연락을 한 직후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예산 심사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김 후보자와 관련해 사설을 내고 “일의 앞뒤가 짐작되고도 남는데도, 김 후보자가 ‘공익 민원’이라고까지 강변하고 있으니 국민의 상식과 법 감정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부정 청탁 의혹이 제기되는 후보자에게, 더구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사과는커녕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하는 사람에게 법치주의의 수호라는 중책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중앙일보 “‘가족 정당’ 비판 아랑곳 않는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
한편 기본소득당은 지난 7일 신임 당대표로 오준호 전 당공동대표를 선출했다. 용 후보자의 남편인 박기홍 전략기획부총장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오 신임 당대표는 이날 용 후보자를 두고 “이재명 정부 성평등가족부가 성과를 내도록 용혜인 장관과 기본소득당이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선조직 논란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국민의힘이나 일부 언론이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당의 민주 질서를 모욕하고 가짜 뉴스를 살포한다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 8일 경향신문 3면.
이에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새 지도부 구성에는 용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국민적 의혹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가족소득당’ ‘용혜인 1인 지배 정당’이라는 비판에도 용 후보자의 국회의원실 비서관 출신이 대표, 용 후보자의 남편이 최고위원이 됐다”며 “소수 정당은 국민의 배려만 받아야 하고 상식적 의문과 비판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금까지 국민이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을 통해 본 것은 위선뿐이다. 위성정당 꼼수로 두 차례 비례대표 의원이 되고, 장관 자리는 탐내면서 비례대표는 넘기지 않고, 가족과 측근의 사당을 만들면서 국고 지원은 받고, 소수 정당의 장점이어야 할 도덕성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그런 수준으로 이재명 정부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 8일 경향신문 26면.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김민아 칼럼’에서 원민경 현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취임 1년 가시적 성과를 낼 시점 교체된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원 장관을 유임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핵심 지지층이었다가 떠나간 2030 여성을 겨냥해 용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2030 여성들의 지지 철회 이유는 젊은 여성 고위공직자가 없어서가 아닌 ‘광장 이후’ 권리 주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어서라는 진단이다. 아울러 김 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준 젠더 인식은 실망스럽다”며 “강선우·용혜인 지명에서 보듯, 성평등부 장관을 고를 때도 전문성·도덕성보다 ‘정치공학’에 방점을 찍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 성평등부는 재경·법무·국방부 같은 핵심 부처들에 비하면 하찮게 여겨질지 모른다. 하여 ‘친명’(강선우)이나 ‘민주당보다 왼쪽’(용혜인)을 챙기는 통로로 삼았을 수 있다”며 “성평등부는 그러나 여성·청소년을 비롯해 수많은 약자·소수자들이 의지하는 부처다. 부처명에서 보듯 ‘가치’를 다루는 점도 특성이다. 장관의 요건으로 도덕성·신뢰성이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용 후보자는 의원 겸직 문제 외에도 ‘언더조직 성차별 묵인 의혹’ 등이 보태지며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본다”며 “자진사퇴하고 기본소득당 의원 직무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뒤이어 “문제는 용 후보자가 사퇴한다 해도 후임 인선까지 상당 기간 성평등정책이 표류할 것이란 점”이라며 “그러니 청와대는 검증 부실을 깨끗이 인정하고, 원 장관을 유임하라.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도 그게 낫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장관(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도 유임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시사타파 운영자 이종원이 2022년 광주에서 김어준의 이름을 앞세워 이재명 대통령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깎아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화가 하성흡씨는 7일 뉴탐사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종원이 "김어준 총수한테 물어봤더니 송영길 지역구에 나가는 건 졸렬한 수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진 지 두 달 만에 국회로 들어가려던 시점이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 선택을 정치검찰의 표적 수사를 막을 방패로 봤다. 졸렬하다는 말은 옹졸하고 천하며 서투르다는 뜻이다.
강기정 개소식이 끝난 뒤, 같은 건물 7층 식당
발단은 광주 개국본 회원의 제보였다. 2022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던 때다.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날, 이종원은 서울 일행과 함께 광주에 내려왔다.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같은 건물 7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종원이 문제의 발언을 한 곳이 그 자리다.
제보 내용과 하성흡씨의 기억은 두 가지에서 갈렸다. 제보자는 저녁 식사였고 참석자가 50여명이었다고 했다. 하성흡씨는 점심이었고 30~40명이었다고 기억했다. 나머지는 겹친다. 김어준을 끌어들여 계양을 출마를 평가한 대목은 하성흡씨가 표현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성흡씨는 이종원이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할 때 김어준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회원들과 밥을 먹으면서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자리였다고 했다. 이종원이 김어준의 이름을 꺼내자 그는 어떻게 저런 추정을 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낙연은 서울시장에 내보내 매장시켜야 한다"
그날 이종원이 꺼낸 말은 하나가 아니었다. 하성흡씨는 이종원이 근거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고 기억했다. 서두는 광주 사람들은 광주에만 있어서 서울 돌아가는 사정을 모른다는 말이었다. 하성흡씨는 그 말을 듣고 기본이 안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내용이 이낙연 전 대표 이야기다. 송영길은 서울시장에 나가면 100% 떨어진다, 떨어질 선거니까 이낙연을 내보내 정치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성흡씨는 그 자리에서 회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당의 조직과 자금이 총력으로 붙는데, 경선에서 진 이낙연이 그 자리에 나가면 매장은커녕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된다는 이유였다.
그는 이종원의 말을 말장난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아이들 데리고 말장난하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고 중간에 나왔고, 뒤에 찾아온 광주 개국본 간부들에게 경계하라고 강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얼마 뒤 광주 개국본은 자중지란을 겪었고 회원 대부분이 탈퇴했다.
증언자는 노사모 대표를 지낸 광주 화가
하성흡씨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화가이자 시민운동가다. 광주 노사모 대표를 지냈고, 노사모의 출범부터 해산까지 지켜본 인물이다. 필명은 심우재다. 2022년 3월 대선 국면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며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의 연대'를 발족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정청래 후보 측이 이미 해산한 노사모를 선거에 끌어들이려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22년 그 자리에서 이종원을 처음 봤다고 했다. 당시 광주 개국본 회원들이 이종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어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준이 형한테 보고"…2023년 녹취와 겹치는 대목
이종원이 중요한 판단을 김어준에게 묻는다는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2월 이제일 변호사가 개국본 회원과 나눈 통화 녹취에 같은 구조가 등장한다. 이 변호사는 통화에서 김어준에게 보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싸울 상대가 강진구 기자나 손혜원 전 의원 정도가 되면 김어준을 찾아가 사정을 풀어놓을 만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이종원과 함께 개국본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2022년 광주 오찬 자리와 2023년 통화는 시점이 열 달 넘게 벌어져 있다. 두 자리 모두에서 같은 이름이 판단의 기준으로 등장한다.
정치공작 발언에도 이종원은 일주일째 말이 없다
뉴탐사는 지난주 이종원이 개국본 임원진 앞에서 추미애 의원의 출마를 두고 자신과 정청래 전 대표, 김어준이 함께한 고도의 정치공작이었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종원은 뉴탐사 보도에 사소한 대목까지 반박해온 인물이다. 그런데 이 발언에 대해서는 보도가 나간 뒤 일주일이 넘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광주에서 나온 말은 그전에도 있었다. 뉴탐사는 대선을 앞둔 시기에 이종원이 광주 개국본 회원들을 찾아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며 힘을 빼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회원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회원들은 그 말을 의아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2022년 오찬 자리 증언은 그보다 앞선 시점의 기록이다.
이종원은 지금 자기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는 반명이 아니라 친민주당 당원이라고 말한다. 2022년 광주에서 나온 말과 지금의 방송 사이에 4년의 간격이 있다.
이번 광주 증언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였다. 발언을 들은 사람이 30~40명이고, 그중 한 명이 실명으로 기억을 확인했다. 이종원은 이 발언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성흡씨는 그날 이종원에게서 이재명 후보를 지키려는 고민을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이 정치 보복에 나설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민주 세력의 역량을 보존하는 문제였는데, 그 자리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7일 오전 11시 30분 미대사관 앞에 모인 참석자들이 '프리덤에지' 훈련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동북아 평화 파괴하는 한미일 '프리덤에지' 즉각 중단하라."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한미일 3국이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에지(Freedom Edge)가 시작되는 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동북아 긴장고조시키는 한미일전쟁연습 프리덤에지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화연대는 오는 9월 7일부터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되는 '프리덤에지' 훈련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국간 군사력 통합을 완성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이홍정 상임대표의장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동맹 정치로 한국의 주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끝나지 않는 한국 전쟁을 계기로 한미일 3자동맹을 통해 동아시아 대분단 체제를 관리해 온 미 제국은 이제 대중국 억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한미동맹 현대화와 한미일 3각 군사 동맹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패권 전쟁을 위한 전쟁 기지로 만들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국가 안보 전략을 통해 한국을 미국의 병참 전진기지로 삼으려 한다는 것.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는 "평화 주권자 대한국민의 이름으로 모든 전쟁 연습과 침략 전쟁 개입을 중단하고 한반도를 자주와 평화의 생명정권으로 만들고 상생의 민족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에 전념하라"고 말했다.
함재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함재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프리덤에지'는 한반도를 중국을 겨냥한 전쟁기지화하고 일본을 다시 군사 대국,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어주는 꽃놀이패 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했다.
'프리덤엣지' 훈련으로 말미암아 한미일 군사력이 통합되면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만 키운다는 것.
이어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든 호르무즈 파병이든 군사적 동원을 거부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 권한대행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 권한대행은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을 불법 침략하고 군사 경제 동맹국들을 총동원해 명분 없는 전쟁을 이어가고"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식민 지배에 대한 명백한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으면서 역사를 잊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기라도 하듯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도발이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자주 외교, 자주 국방의 길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는 '프리덤에지반대' 한 글자 피켓을 높이 들고 "전쟁 연습 중단하고 평화를 선택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중동 분쟁 해역에 해군 군수지원함(AOE-II 소양급)과 해상초계기(P-8A 포세이돈) 등 이른바 '비전투 전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여전히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며 특유의 정무적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물밑 실무 검토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사실상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동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가. 평화와 국익, 균형 외교를 표방해 온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급선회 이면에는 결코 단순치 않은 동맹의 비틀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 2018년 취역한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 2028. 9. 4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보 협박, 관세 폭탄, 그리고 용산의 침묵
정부의 돌연한 기류 변화를 추동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압박, 아니 사실상의 '협박'이다. 트럼프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 우리의 안보 요구를 거부하는데, 왜 우리가 주한미군 3만 9000명을 주둔시키며 그들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려왔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에 관심없다며 “파병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상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하였다. 여기에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축소한 정황까지 겹쳤다. 이는 단순한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넘어, 대북 핵심 군사정보 지원 중단이나 확장억제 공약의 유보 등 실질적 안보 불이익 카드로 한국 정부의 목줄을 죄고 있음을 방증한다.
둘째는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드라이브에 맞춰 한국이 위험천만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역사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반대급부를 담보받기 위해 이라크 파병이라는 뼈아픈 고뇌의 카드를 던진 바 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역시 트럼프의 화려한 외교적 치적을 세워주는 대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얻겠다는 식의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셋째는 관세와 투자, 첨단기술을 둘러싼 전방위 통상 압박을 관리하기 위한 '협상용 레버리지'의 유혹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를 노골적으로 강요하며 관세 폭탄을 무기 삼아 흔들고 있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가 비전투 자산 몇 척을 내어주고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안이하고 위험천만한 착각이다.
유지보수 시스템 붕괴로 녹슨 채 멈춰 선 제국 해군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손을 내밀고, 한국 정부가 파병 검토로 성의를 표시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산대로 P-8A 해상초계기나 소양급 군수지원함 정도로 미국이 만족하며 고마워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미군은 역사상 유례없는 ‘군사적 과부하’와 ‘구조적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다. 얼마 전 중동 해역에서 쉼 없이 혹사당하다 간신히 태국으로 철수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의 몰골을 보았는가. 선체 하부는 시꺼먼 녹과 들러붙은 해조류로 뒤덮여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2일(현지 시간) 태국 촌부리주 램차방항에 입항하고 있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선체 하부가 시커멓게 녹슬어 있다. 2026. 9. 2 촌부리=AP/연합
미국의 군사적 마비는 감정적 과장이 아닌 차가운 숫자로 입증된다. 미 회계감사원(GAO)과 의회조사국(CRS)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 해군의 수상함과 잠수함 정비 창정비(Depot Maintenance) 순기는 이미 파탄 났다. 공공 조선소에서 제때 정비를 마치는 비율은 고작 11% 안팎에 불과하다. 함정이 작전 배치 후 반드시 거쳐야 할 정기 수리가 조선소 부족으로 밀리면서 발생하는 ‘정비 대기일수(Maintenance Delay Days)’와, 작전 중 돌발 고장이나 노후화로 도크에 묶이는 ‘비계획적 정비 소요(Unplanned Maintenance Days)’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해군 함정들이 부두에 멍하니 묶여 있는 '작전 손실 일수'는 지난 10년간 무려 1만 5000일을 넘어섰다. 특히 미 해군의 전략적 자존심이자 비대칭 핵심 전력인 44척의 공격원자력잠수함(SSN) 상황은 재앙에 가깝다. 44척 중 정비창에 제때 들어가지 못해 부두에 발이 묶인 ‘활동 대기(Active Idle)’와 폐선 대기 함정의 적체로 잠수함 전력의 상당수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수상함 역시 마찬가지여서, 구축함 한 척이 비계획적 수리로 도크에 들어가면 수백 일씩 대기하는 정체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링컨호를 대신해 조지 워싱턴호가 황급히 중동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현재 태평양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는 초유의 전력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기뢰 하나 못 치우는 맹탕 함대, 호르무즈를 빼앗긴 미군
실제 전황은 더욱 비참하다. 이번 중동 위기에서 미군은 연안 작전에서의 치명적 약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미 해군에 실전 투입할 수 있는 기뢰제거 소해함(MCM)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연안전투함(LCS)의 소해 모듈 개발 실패와 노후 어벤저급 소해함의 퇴역으로 인해 미군은 좁은 해협 바닥에 깔린 기뢰를 탐색·제거할 독자 수단을 상실했다. 기뢰제거 능력이 없다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좁은 길목에서 연안전투 능력이 사실상 '제로'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이란 연안에 접근조차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주도권을 이란에 완전히 빼앗겼다. 이란의 고속정, 연안 기뢰, 지대함 순항미사일, 그리고 벌떼처럼 쏟아지는 자폭 드론 앞에서 미 항모전단은 페르시아만 내부로 진입조차 못 하고 오만만 등 바깥쪽 먼바다에서 겉돌고 있을 뿐이다.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풍경. 많은 선박이 닻을 내린 채 떠 있다. 2026. 06. 03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이란 항구를 봉쇄하겠다며 페르시아만 바깥 원해에서 항모를 장기간 대기시키는 작전 역시 미 해군의 현재 창정비 상태와 보급 여건상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형편이다. 걸프 지역의 미 지상기지 역시 쏟아지는 드론과 미사일을 막아내느라 토마호크 미사일과 사드(THAAD), 패트리어트 요격체계 비축분은 이미 절반가량 소모되었다. 이를 다시 채우는 데만 빨라도 3~4년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미군 내부에서 체제 붕괴 수준의 내홍이 터져 나왔겠는가.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중동 내 미군 전력의 전개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려 하자, 유럽사령관과 아프리카사령관을 비롯한 4성 장군들이 연명으로 명령서에 ‘비동의’ 서명을 하는 초유의 집단 반발을 감행했다. 이는 군 통수권과 문민 지휘체계에 대한 사실상의 항명이자, 군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합법적 저항이다. 헤그세스의 안하무인식 독단에 질린 크리스틴 드래스톨 육군 장관이 백악관에 이를 고발하고 사임했고, 이미 장성 20여 명이 줄줄이 군복을 벗었다. 지난 4월 해군장관이 경질된 데 이어 지금 펜타곤은 군사적 전략이 아니라 권력 암투와 시스템 마비로 신음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6. 5. 12 연합뉴스
중동에 갇힌 군대, 한국을 늪으로 끌어당기다
이 지점에서 워싱턴의 악몽이 시작된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최근 “만약 미군이 중동에서 물러난다면 중동 전역은 순식간에 중국의 안마당이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중동 바닷길을 중국에 내주는 순간 미국의 글로벌 해양 패권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한다. 따라서 미군은 스스로 물러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산 직전의 자체 전력만으로 버틸 수도 없는 ‘중동에 갇힌 군대’가 되어버렸다. 이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미국이 선택한 유일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바로 동맹국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미군의 피로를 분산시키고 패권 유지 작전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체면을 차릴 여유조차 없다.
이런 다급한 처지의 미국에게 비전투 함정 한 척과 초계기 한 대를 보내는 것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발 담그기(Foot-in-the-door)’의 덫에 걸려드는 일이다. 일단 군수지원함과 초계기가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순간, 미국은 이를 “대한민국의 참전”으로 포장해 트럼프의 정치적 위신을 세우는 선전 도구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소해함과 이지스 구축함, 특수전 부대 등 더 위험하고 본질적인 전투 전력을 보내라는 2차, 3차의 감당 못할 청구서를 내밀 것이 자명하다.
지난 2024년 제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들의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 P-8A, 2026. 9.4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 국제 정세를 보라. 영리한 유럽 주요국들과 일본조차 트럼프의 무모한 도박에 동조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멍에를 메고 한국 해군만 홀로 미국 옆에 서게 된다면, 이란을 비롯한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는 오롯이 한국을 향할 것이다. 당장 군함이 피격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우리 유조선과 상선들이 대리 세력의 드론과 기뢰 공격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생명선 전체가 인질로 잡히는 파국이다.
헌법 제60조라는 방패를 들라
외교와 국방의 본질은 남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영토를 지켜내는 데 있다. 정세를 오판하여 섣불리 미국의 수렁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의 마비와 군의 희생으로 돌아온다.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단 하나, 최대한 시간을 끌며 모호성을 유지하고 파병의 압박을 우회하는 정교한 지연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한 합법적 레버리지가 존재한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2항에 명시된 ‘국군의 해외 파견에 대한 국회 동의권’이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동맹국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 행정부 혼자 비장하게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 행정부는 민주적 헌법 절차의 무게를 방패로 삼아야 한다.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즉각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명분 없는 중동 분쟁 참여는 단호히 거부하며, 국회 동의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에게는 넘을 수 없는 한국의 국내 정치적 한계선(Red line)으로 작동하여, 역설적으로 정부의 대미 외교 협상 공간을 지켜주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
지난 5일 네팔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 터널에서 극적으로 발견된 루 하이타오가 네팔 구조대의 부축을 받고 터널 밖으로 나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재난 열흘 만에 네팔 어퍼 튜리슐리1 발전소 터널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중국인 노동자 루 하이타오의 가족들은 6일 에이피(AP) 통신에 “불행 속 일어난 순전한 행운이었다”라고 말하며 감격했다.
이날 에이피와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름과 국적 외에 신변이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인 생존자 루 하이타오는 올해 49살로, 중국 중부 허난성 출신의 농부였으며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중국 허난성에 거주하는 루 하이타오의 여동생 루 하이롱은 국영 언론을 통해 오빠의 구조 영상을 보고 나서 믿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빠를 잃은 슬픔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던 여동생은 구조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이 날이 왔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을 있다”고 울먹였다. 중국 허난성의 가족들은 루 하이타오가 구조된 지난 5일 그의 구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전 당국으로부터 신원 확인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뉴스에 실린 하이타오의 사진을 보고서야 비로소 구조 소식을 믿을 수 있었다.
루 하이타오는 지난 2월 마을 동료와 함께 네팔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으며,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그의 여동생은 설명했다. 부업으로 목수일을 한 적은 있지만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루 하이타오는 가족들에게 정확한 근무지를 알려주지 않은 채 네팔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이번 재난이 발생하자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 지원 단체에서 보내주는 소식만 접하면서 애를 태울 수 밖에 없었다. 루의 사촌인 루 하이큉은 네팔에서 홍수 발생 6일째가 되는 날 루의 실종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번역기로 네팔어를 중국어로 바꿔 매일 네팔 뉴스를 찾아보고, 눈물 흘리는 날이 계속됐다.
5일 구조 당시 한국 구조대원의 헤드 카메라에 잡힌 루 하이타오.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영상 갈무리
앞서, 루 하이타오는 지난 5일 오후 1시15분께 네팔군과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에 의해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 터널 내부 225미터 지점에서 발견됐다. 재난 발생 후 열흘간 터널에 갇혀있었지만 의식이 뚜렷했고 말을 할 수 있었으며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그는 헬기 안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카트만두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가 발견된 장소는 한국인 노동자 9명이 연락 두절된 터널이었다. 그는 구조 당시 “(생사는 확인할 수 없지만)근처에 한 명이 더 있었다”고 말해 한국인 구조 가능성에 관심을 모았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6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9.6 ⓒ 연합뉴스
무거운 마음.
이재명 대통령은 네팔 홍수로 실종된 국민들을 여전히 찾지 못한 심정을 밝히며 6일 프랑스 순방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할 문제들은 더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취임 후 최고치인 51%를 기록했다. 특히 부정평가 이유 3위 인사(9%)는 전주 대비 8%p나 비중이 늘었나. 국정 쇄신을 위해 8월 30일 야심차게 발표한 '중폭 개각'이 역효과만 낸 셈이었다.
이번 개각의 최대 전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두 사람이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 공소취소를 주장하는 모임활동에 더해 브로커로부터 받은 신약 개발 관련 민원을 식약처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용 후보자는 장관 취임 후에도 비례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비판받는 데다가 기본소득당 사당화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김승원 방어' 전열 정비한 민주당
'잠금모드' 기본소득당과 용혜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자당 소속인 김승원 후보자 방어에 힘을 쏟고 있다. 6일 하루 동안 대변인단은 김승원 후보자 관련 논평만 네 개나 냈다. 조계원 대변인은 특히 식약처 민원 논란 관련 통화녹취 등을 연일 공개하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향해 "그 녹취, 어디서 났다. 검찰의 표적수사 당시 휴대전화 4년치를 털었다고 하는데 그건가"라고 물었다. 전은수 대변인은 국민의힘에게 "사냥 말고 검증을 하라"고도 일갈했다.
동시에 신현영 대변인은 "후보자가 더욱 신중했어야 할 부분은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부족함과 범죄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김승원 후보자가 식약처에 민원을 전달한 2021년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던 시기였다. 국가적 위기에서 국민 부담과 국부 유출을 우려해 전달한 공익적 고충민원을 '부정청탁'과 '독약 로비'로 둔갑시키는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 권우성
또 다른 전선, 용혜인 후보자의 기본소득당은 같은 날 상대적으로 고요했다. 이 당은 5일 오후 채널A의 '후원회장 일감 몰아주기 의혹' 보도를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한 것말고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오준호 전 대표나 신지혜 최고위원 등 주요 관계자들의 페이스북도 며칠 전 용 후보자를 방어하는 메시지를 올린 데에서 크게 달라진 대목이 없다. 용 후보자 쪽은 '묵묵히 청문회를 준비하겠다'는 기조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나마 15일로 청문회 날짜가 잡혔고,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법사위원장인 김승원 후보자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용혜인 후보자는 18일 아니면 22일 청문회 개최로 여야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성평등가족위원장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물고기와 곰발바닥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용혜인 후보자는 청문회 전까지 분명히 선택하기 바란다"며 험난한 청문회를 예고했다.
청문회가 늦어질수록, 의혹 제기의 시간은 길어지고 소명의 시간은 더디게 올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줄곧 하락세인 리얼미터 정례여론조사 결과가 7일 나오면 야권 공세는 더욱 거세질 공산이 크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3일 당 유튜브채널에서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는 것을 듣고 있고, 저도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오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민주당 다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방법이 없다"며 "(용 후보자가) 장관후보자를 사퇴하는 게 맞다. 의원 사퇴는 늦었고, 그걸 할지 말 건지가 핵심 쟁점이 되어버리니까 다른 게 방어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이 과잉된 측면에서 소비되고 있다"며 "용혜인이 다 만들어진 인재가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너무 소모해버렸다"고 씁쓸해했다.
"용혜인 사퇴해야" 공개발언은 못하고...
"청와대가 너무..." 인사검증 소홀 비판도
그렇다고 당이 먼저 용 후보자 사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부담이다. 또 다른 의원은 "용 후보자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의원직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며 "지명한 지 얼마 안 됐고, 조금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용 후보자에게 장관 의중을 물었을 때 의원직 유지 여부도 당연히 확인해야 했다. 청와대에서 '과정'을 너무 관리하지 않았다"며 인사검증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순방 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선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사례에 비춰보면, 용혜인 후보자 역시 청문회까진 열릴 수 있다. 그런데 2025년 7월 강선우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때, 2026년 1월 대통령이 이혜훈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때와 여건이 다르다. 지지율은 하락했고, 현안은 쌓여있다. '무거운 마음'만 더해질 대통령의 귀국은 오는 9일이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국 정부가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이 벌인 전쟁의 수렁에 한국도 발을 들일까 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지난 3월 미국의 파병 요구에도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이던 한국 정부는 왜 갑자기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걸까요? 파병, 해야 할까요?
점(사실들): “전투·비전투 모두 검토 중”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이달 초부터 흘러나오면서 여론이 술렁입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정부가 이달 중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부는 전투·비전투 기여를 모두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본다고 해요. 한반도 대비태세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요청에 응하고 이란과의 마찰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죠.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전력 배치만 해 놓고 별도 작전 없이 ‘대기’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전투자산 파병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닙니다.
선(맥락들): 압박 수위 높이는 미국
미국은 개전 초기인 3월부터 한국 등 동맹국에 파병을 요구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요. 그러던 정부가 왜 갑자기 파병을 고려하기 시작한 걸까요?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최근 미국은 한국과의 통상·안보협상에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어요. ‘AI 탈중국’과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 압력을 계속 넣고, 지난해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대미투자를 빨리 하라고 요구하고 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데에도 통상 협상과 한국의 대이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려는 상황도 부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 중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어합니다. 북한은 신중하게 응하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는 국면이고요. 미국과의 대북 공조가 필요한 한국 정부에는 불안한 상황인 셈이죠.
미국과 이란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경향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혀왔다”고 했어요. 이란 고위 관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란에 대항하는 행동을 하면 전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고요.
면(관점들): 정치적 후폭풍, 감당 될까?
파병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거든요. 파병을 하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결을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범여권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찮게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파병 찬성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 지지율 타격도 불가피합니다. 전쟁 초기인 3월2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파병 반대’가 55%로 ‘파병 찬성’(30%)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파병에 더 부정적(68%)인 경향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던 ‘데자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명분도 실리도 부족한 전쟁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큽니다. 미국도 발을 빼지 못하는 전쟁의 수렁에 꼭 들어가야 하느냐는 비판이죠. 이란과 관계가 악화되면 장기적으로 원유 수급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요. 파병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에도 반하는 일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불의의 전쟁에 가담하게 된다는 사실은 흔들리지 않는다”라며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 전쟁에 참전한 국가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역사에 남겨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녹록지 않은 오늘날의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 정부는 어려운 선택을 계속 마주하고 있습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성주·김천 주민과 원불교 관계자 등의 발언에 이어 문화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정부의 노동쟁의 관련 시행지침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강하게 비판하며 “현장으로 돌아가 더 많은 조합원들과 반미자주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 대장은 “지난 3일 우리는 너무나 분노스러운 소식을 연이어 들었다”며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쟁의 관련 시행지침을 먼저 거론했다.
그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대놓고 침해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섭의 내용은 노사가 정할 문제인데도 정부가 나서 기업의 이익을 지켜주겠다며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를 언급하며 “기업의 성과는 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사모펀드로 인해 홈플러스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고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뻔히 지켜봤으면서도, 매각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교섭하면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노동정책을 ‘반노동 정책’이라고 규탄했다.
평화행동 참가자들이 진밭교 일대를 행진하며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불법 사드 철거하라”, “기지공사 중단하라”, “한미일 MD 구축 중단하라”,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 대장은 이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보도와 관련해 “정부의 반노동 정책 추진에 분노하고 있던 때 귀를 의심하게 하는 소식을 접했다”며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됐다”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가 “결정된 바는 없지만 다양한 파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서도 “이는 사실상 파병 가능성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장은 “도대체 이재명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고,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 국민을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내모는 정부를 우리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장은 미국의 대미 투자 요구와 반도체 관세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로는 우리의 밥줄을 흔들고, 안보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마저 담보로 잡는 것,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한미동맹’의 실체”라고 성토했다.
이어 “재벌 총수들에게는 국가의 영웅이라 칭송하고 머리를 숙이면서 미국 앞에서는 국민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정부가 스스로를 국민주권정부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며 “친재벌·반노동 정부이자 반평화적 대미추종 정부”라고 규탄했다.
정 대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도박판에 올리는 그 어떤 파병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진행된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활동을 되짚었다.
그는 “중앙통일선봉대는 뜨거웠던 지난 8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미국은 나가라’를 외치며 투쟁했다”며 “노동자의 일터를 지키고 우리 모두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투쟁은 바로 반미자주 투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확언했다.
이어 “중앙통일선봉대는 내년에 다시 모이겠지만 이제 우리는 현장으로 돌아가 더 많은 조합원들과 함께 반미자주를 외치며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장은 성주 소성리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노총은 미국의 대중국 전쟁기지화를 막아내고 소성리의 불법 사드를 철거시킬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끝까지 투쟁해 미국을 몰아내고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쟁취하자”며 “투쟁!”결의를 드높였다.
참가자들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불법 사드 철거하라”, “기지공사 중단하라”, “한미일 MD 구축 중단하라”,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본집회 이후에는 진밭교 일대를 중심으로 행진과 마무리 집회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지난 2017년 9월 20일 사드철회를 외치며 분신, 선종한 고 조영삼 열사의 9주기 추모기도회가 진행됐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