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공적 공간이다. 극우적 역사 왜곡에 배양토가 되거나,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혐오와 선동의 장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사가 감당해야 했던 가장 큰 고통이자,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의 뼈대다. 여야를 막론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그 역사적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를 헌법으로 공인하려는 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록 전반기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5·18이 일궈낸 민주주의의 가치는 결코 정치적 합의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진숙 의원의 행보는 5·18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상식과 공동체의 윤리마저 가차 없이 내팽개치고 있다. 그는 이전 광주를 찾아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기는커녕 갈등을 키우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새역사국민운동’이라는 극우 단체를 국회로 불러들여 5·18을 폄훼하는 난장을 주도하고 있다.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패륜적 망언이 국회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지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이것을 단순한 무지나 개인의 소신으로 치부하는 일은 너무 비겁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역사의 진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려던 공동체의 노력이 좌절된 틈을 타, 이 의원이 오히려 그 균열을 정치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이라는 법적 경고가 엄존함에도,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방패 삼아 극우 세력의 입을 빌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라면, 역사적 정의와 국민적 통합쯤은 얼마든지 제물로 바쳐도 된다는 식의 정치라면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퇴행이다. 5·18을 둘러싼 역사의 진실을 다시 갈등의 도구로 끌어내는 순간, 정치가 무너뜨리는 것은 과거의 합의만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이 어렵게 쌓아온 공동체의 신뢰까지 함께 무너진다.
더 큰 문제는 이 의원의 무리수가 단지 한 정치인의 일탈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내 극우 세력의 맹종을 단호히 끊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정치적 힘에 기대는 나약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이런 일탈을 키우는 토양이 되고 있다. 공공의 이익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제1야당 지도부가 극우 세력의 확산을 외면하고 방조하는 사이, 당은 어느새 역사의 퇴행을 품어주는 피난처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공적 공간이다. 극우적 역사 왜곡에 배양토가 되거나,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혐오와 선동의 장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역사의 진실에 눈을 감고 헌정 질서를 조롱하는 이들이 공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지도부가 이를 묵인한 채 극우의 그늘에 기대는 일을 방치한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걷잡을 수 없는 퇴행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진숙 의원의 무모한 정치적 각개전투도, 이를 방조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겁한 침묵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5·18을 다시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으로 끌어내려는 행위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아쉬울 때만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헌법 전문 수록에 찬동하는 척만 하며, 5·18을 더 이상 정략적 소품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 관계자가 “무료 맥주를 나눠주겠다”는 공약에 따라 ‘무료’라는 글자가 적힌 맥주캔을 들고 있다. MKKP 홈페이지 갈무리
“무료 맥주와 영원한 삶을 드립니다.”
선거철 정당들이 앞다퉈 20~25% 수준의 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자 헝가리의 한 이색 정당은 풍자에 나섰다. 모든 정당이 무엇이든 더 많이 주겠다고 나서자 ‘좋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료로, 영원한 것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이 기성 정치의 포퓰리즘을 비판한 방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2년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당시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를 꺾기 위해 성향이 다른 6개 야당이 연합하자 이들의 ‘어색한 동거’도 풍자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는 서로 반목하던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우리는 하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며 기성 정치의 모순을 꼬집었다.
MKKP는 2006년 거리의 풍자 운동으로 시작해 오늘날 구청장과 시의원을 배출하는 실제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MKKP 지도부의 일원이자 세게드 시의원인 차나드 토트베네데크(46)와 화상 인터뷰했다.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의 지도부이자 세게드 시의원인 차나드 토트베네데크(46)가 지난 3일 경향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경윤 기자
견제 대상은 ‘모든 기성 권력’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MKKP의 출발점은 여느 기성 정당과 달랐다. 로고 역시 타이포나 진영을 상징하는 동물을 앞세운 일반적인 정당과는 사뭇 다르다. ‘빨간 눈에 줄무늬 넥타이를 맨 꼬리가 두 개 달린 회색 강아지’다. 행복한 강아지가 꼬리를 빠르게 흔들면 마치 꼬리가 두 개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MKKP의 출발점은 해학, 즉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에 있었다.
설립자 게르게이 코바치는 대학생이던 2006년 헝가리 남부 도시 세게드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도심 한가운데 20년 동안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은 공터에 “이곳은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지 20년이 됐다”는 취지의 표지판을 세운 것이 초기 활동 중 하나였다.
이후 이들의 풍자는 기성 정치권을 본격 겨냥했다. 2010년대 중반 오르반 전 정부가 “헝가리에 온다면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지 마시오”라는 취지의 반이민 광고판을 내걸자, 이들은 같은 디자인에 문구만 뒤집은 광고판으로 맞섰다. “헝가리에 온다면 영국으로 가서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시오” 당시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영국 등 서유럽으로 떠나는 헝가리인이 많았던 현실을 떠올리며 이민자를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으로 묘사한 정부의 선전을 비튼 것이다.
다만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MKKP를 단순한 ‘반오르반’ 운동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권력이든 견제하는 것”이라며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넘지 말아야 할 선도 결국 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정파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권력이 한계를 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 MKKP의 이념이자 출발점이라고 했다.
‘진짜 정치’로 나아간 농담 정당
MKKP는 활동 시작 8년 만인 2014년 정식 정당이 됐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예술단체나 사회단체 같은 형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며 “정당이 되면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수단도 더 많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당국은 정당명이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후보 등록을 막았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이를 “황당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당시 오르반 정부가 사실상 “‘권력은 내가 갖고 있으니 너희는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MKKP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제도권 정치에 도전했다. 2022년 총선에서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선거운동 자금의 약 3분의 1을 지역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주민들에게 “동네를 더 좋게 만들 의견을 제안해달라”고 공모한 뒤 선정된 아이디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세게드의 한 주민은 놀이터에 탁구대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 지역 놀이터 약 5곳에 탁구대가 들어섰다. 선거 관련 스티커가 붙은 시설이면 선거 홍보물로 인정하는 규정을 틈새 활용해 선거자금을 주민이 원하는 시설을 만드는 데 쓴 것이다.
이 무렵 MKKP에 정식 가입한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정당이라는 제도적 지위를 활용해 “실제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이 MKKP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다고 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거리에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의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타스연합뉴스
2024년 MKKP는 제도권 정치에 한발 더 깊이 들어섰다. 지방선거에 500여명의 후보를 냈고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을 배출했다. 설립자 코바치는 수도 부다페스트 12구 구청장에 당선됐고, MKKP는 부다페스트 시의회에서도 3석을 확보했다. 같은 해 낙선했지만,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도 도전했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이 시기를 “MKKP가 더는 ‘농담 정당’에 머무르지 않게 된 때”라고 규정했다. 그는 “실제 (선출직) 정치인을 배출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유머를 활용해 권력을 풍자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중요한 정치 사안에 관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토트베네데크 의원 역시 시의회 연설에서 헝가리 어린이 동요를 인용하는 등 유머를 활용하면서도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다룬다. 그는 최근 어린이들의 대중교통 이용 개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무료 트램을 탈 수 있다면 부모는 매일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줄 필요가 없어진다”며 “이건 농담이 아닌 실제 정치이자 많은 가정의 삶에 영향을 주는 진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MKKP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당 차원의 공식 정책집도 발간했다. 경제와 교육, 세금, 청년·노인 정책 등 주요 정치 의제에 대한 견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그간 우리는 스스로를 진짜 정당이라기보다 농담 정당으로만 생각했다”면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정치적 의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충분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머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의 정당’
그렇다면 최근 아시아에서 부상한 새로운 농담 정당 ‘바퀴벌레국민당’(CJP)의 실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두 정당은 출발한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활동을 조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CJP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풍자 이미지를 만들어 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MKKP 역시 최근 풍자의 무대를 메신저 앱 디스코드 등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에 따르면 세게드에서는 약 15~20명이 디스코드에 모여 지역 활동을 논의한다.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달할 학용품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이전에는 유기견·유기묘 보호소에 전달할 사료를 모았다. 당내 의사결정 소프트웨어와 투표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다만 그는 MKKP의 성장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농담도, 기술도 아닌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이 이미 시작된 뒤에는 기술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언가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어려운 것은 무언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충분히 오래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MKKP는 참여의 문턱을 낮췄다. MKKP의 정식 당원은 창당 이래 한 번도 100명을 넘긴 적이 없고 현재도 70여명에 불과하지만, 전국에서 크고 작은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은 약 7000명에 달한다. 당은 구성원들에게 특정 활동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지 않으며, 세대별 조직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헝가리 정당 대다수는 청년조직을 별도 운영하지만 MKKP에서는 10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성인들과 함께 활동한다. 최근 열린 여름 캠프에서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했다고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다채로움 아래 MKKP는 하나의 공동체가 됐다. 다수의 시민사회 활동 경험이 있던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MKKP를 만나고서야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집배원으로 일하는 한 관계자는 그간 학교 등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MKKP는 “집 같은 곳”으로 느껴진다고 그에게 말하기도 했다.
헝가리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 관계자들이 도로에 페인트칠하고 있다. MKKP 홈페이지 갈무리
“권력에 맞서 붓을 들자”
MKKP의 다음 목표는 국회 진출이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MKKP가 “평범한 사람들의 정당”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돈도 없고 영향력도 없다. 주변에 억만장자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에 맞설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은 결국 ‘숫자’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만드는 세상보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 더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토트베네데크 의원은 마지막으로 ‘손에 권력이 없다면 붓을 들어라’라는 MKKP의 구호 중 하나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붓으로 벽에 평화 표식을 그릴 수도 있고, 혹은 낡은 벤치를 다시 칠할 수도 있다”며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면서 기성 권력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 가겠다고 했다.
20년째 비어 있던 공터에 표지판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된 MKKP의 ‘농담 정치’는 이제 국회로 향하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6.08.13. 06:06:40
개인적으로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줄여서 '조선'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지 2년 반이 흘렀다. 이러한 제안을 내놓은 이유는 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여긴 데에 있었다.
즉, 호칭을 출발점으로 삼아 조선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흡수통일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들을 하나둘씩 취할 때, 남북(한조)관계의 가장 큰 병폐인 적대성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의 제안은 '선민후관(先民後官)'이었다. 먼저 민간에서 공식 국호 사용을 늘려 국민적인 수용성을 높여야,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여겼다.
이 사이에 한국의 정권이 교체되었고 '조선'이라고 호칭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이 사안을 언급할 정도로 '공론화의 영역'에 진입했다.
정부 내에서 이 논의를 주도해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공식 국호 사용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용어 하나 표현 하나를 갖고 정쟁 대상이 되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선의는 이해하지만, 호칭 변경에 관한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취지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공식 국호 사용한 건 딱 한 번
나는 호칭 문제를 둘러싼 신중론을 존중하면서도 한 단계 논의의 진전을 위해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 먼저 역대 한국과 조선의 합의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사용했고, 국제무대에서도 영문명인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DPRK)'가 통용되어왔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남북 합의문에 공식 국호가 병기되었다는 것이 곧 우리가 조선의 공식 국호를 '사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양측의 서명자가 공식 국호를 사용한 것을 '수용'한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공식 국호를 사용해왔다는 주장 역시 검증을 요한다. 일례로 한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연설을 들 수 있다.
한국과 조선의 유엔 동시 가입 이후 한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공식 국호를 언급한 사례는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의 연설이 유일했다. 그 이후 모든 대한민국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북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연설에서 '북'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라는 호칭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며, 굳이 호칭을 바꿔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호칭 문제를 떠나 이미 남북관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진단이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호칭이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있다. 조선 여자축구팀의 기자회견 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은 2023년 7월부터 '남조선' 대신에 '대한민국', '한국'이라고 호칭하면서 한국인이 '북한'이나 '북측'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례로 조선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2023년 9월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의 8강전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과 2024년 2월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측'이나 '북한'이라고 표현하면서 질문하자 공식 국호를 사용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할 사례는 5월 하순 내고향여자축구단 우승 기자회견 자리이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한국의 한 언론사 기자가 "북쪽, 북측"이라고 부르면서 질문하려고 하자, 내고향팀 감독, 통역관, 주장은 연이어 공식 국호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고향팀은 자리를 떴다. 그리고 상당수 언론은 조선이 '적대적 두 국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과연 그럴까? 내고향팀은 여러 기자회견에서 국호를 '무음'을 처리한 질문에 모두 답했다. 이는 "북쪽, 북측"이라고 표현한 기자가 내고향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보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이 마무리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선민후관으로
이밖에도 호칭 문제를 둘러싸고 짚어봐야 할 문제들은 많다. 나 역시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공식 국호 사용이 당장 남북대화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국제 스포츠 기자회견 등으로 마련된 접촉의 기회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발판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이러한 사례가 축적되다보면 '북한'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남북대화 재개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본다.
또한 정부 차원의 공식 국호 사용이 반발과 정쟁을 낳을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우려에도 동의한다. 다만 이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하자'고 제안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든다.
요컨대, 이제부터 호칭 문제를 둘러싼 생산적인 공론화를 본격화할 때이다.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이 논의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하나둘씩 만들어야 한다. 언론사도 검토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조선), 혹은 조선(북한)이라고 병기하는 것도 과도기적 방식일 수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출간했습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이후 윤석열은 탄핵됐고 다시 감옥에 갔다. 당시 즉시항고 포기를 주도한 검찰총장 심우정은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고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곧 그 이름을 잃고 공소청으로 다시 출발한다.
두 전직 검사는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강하게 검찰개혁을 역설했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불거진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서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확고히 강조하며 검사의 수사권 박탈 여론을 주도했다. 박은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개혁의 소용돌이 복판에 있었고, 서지현은 갈등 상황을 "아수라"라고 표현하는 등 적극 논쟁에 뛰어들었다.
다시 두 사람을 만난 이유는 최근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검찰개혁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통과된 법안에 의해 오는 10월 검찰청 또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었다"(서지현), "약간의 쓸쓸함이 있는 것도 사실"(박은정)이라고 말했다. 서지현은 "검찰 수사권 폐지는 누군가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뼈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 검사,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서지현 전 검사를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검찰권 남용 피해자로서 느낀 검찰개혁 과정에서의 소회, 이후 이뤄져야 할 법적·제도적 보완책,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전직 검사로서의 감정 등을 약 2시간 동안 여과 없이 피력했다.
<오마이뉴스>는 기사 두 편으로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서지현 전 검사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오른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울먹인 서지현 "검사가 약자의 수호자? 허망했다"
- 지난해 3월 인터뷰하고 다시 두 분과 만났다.
박은정 : 되게 까마득한, 오래전 일 같다.
- 그때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직전이고 형사재판 1심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을 석방한 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시점이었다.
서지현 : 맞다. 그때 언니(서 전 검사는 박 의원을 '언니'라고 호칭 – 기자 주)와 제가 법원 앞에서 (검찰 대신) 사과한 그 직후였다.
- 그때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떻게 지냈나.
박 : 정말 많은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의 탄핵 선고가 (지난해) 4월 4일에 있었고 이후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리고 최근 검찰개혁 법안의 통과가 마무리됐다. 정말 격동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오는 10월 공소청·중수청이 생기면 검찰이란 이름은 7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해 3월 인터뷰에서 두 분은 "윤석열 석방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박은정), "소독약, 항생제 따위의 임시방편을 쓰기엔 이미 시기를 놓쳤다"(서지현)라고 말했다. 검찰 폐지 두 달을 앞둔 시점에서 소회를 듣고 싶다.
박 : 제가 검사로서 24년을 근무했고 사실상 인생 대부분을 검사로 생활했다. 검찰은 저의 첫 직장이고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검찰에 있는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때문에 약간의 쓸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사로 일하며 검찰권 남용이라는 구조 속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계속 갖고 살았다. 이는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감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후 벌어진 일은 국민 모두가 경험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폐해였다. 검찰권 남용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됐고, 검찰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 지난 2년 동안 달려왔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순기능 유지였다. 이를 위해 검사의 중요한 기능인 공소 제기·유지가 국민을 위해 작동하도록 법안을 마련했다.
서 : 한쪽에선 검찰이 사라졌다고 환호하고 한쪽에선 대한민국이 범죄자 천국이 됐다며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 폐지를 그토록 주장해왔고 검찰 권력으로부터의 깊은 상처로 여전히 잠 못 이루는 저는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었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누군가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뼈아픈 역사이기 문이다.
제가 2018년 '미투'에 나선 이유는 '다시는 검사도, 변호사도 하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더라도 부패한 검찰이 개혁돼 후배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검찰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고 구체적 청사진을 가진 이는 찾기 어려웠다. 검찰개혁은 주로 정치적 구호로 소비됐고 이를 독점하거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검찰은 늘 힘이 셌고, 때문에 검찰개혁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검찰을 너무 몰랐다. 검찰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 말은 피해의식으로 폄하됐다. 늦었지만 다행이고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지현 전 검사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로 한동안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이어졌고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인 듯하다. 이 갈등의 복판에 섰던 사람(박은정)으로서 그리고 이 갈등을 전직 검사로서 지켜본, 특히 이를 SNS에 "아수라"라고 표현한 사람(서지현)으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다.
서 : 지난 3월 공소청법이 제정됐을 때 검찰의 수사권 문제까지 포함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면 지금보다 갈등, 분열, 혼란이 적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 아수라 속에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대부분 언론이 자극적인 단어로 운동경기처럼 양측 주장을 중계했을 뿐 왜 이 논란이 시작됐는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법조인, 교수라는 이들마저 검찰의 수사 시스템과 보완수사권, 보완수사요구권, 수사지휘 등의 공통점·차이점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각종 주장을 내놨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자의적, 정치적 수사로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된 검찰은 자신들이 내란의 공범임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끝내 어떤 반성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내내 속이 쓰렸다. 나는 그동안 검찰이 어떻게 나와 가족들의 삶을 무너뜨렸는지 그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며 살아왔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몫이라 생각했고 하루하루 가족들에게 최선을... (서 전 검사는 이 대목에서 잠시 울먹였다 – 기자 주) 다하는 것으로 무너진 삶의 조각들을 꾸역꾸역 이어 붙이며 살고 있었다.
내 사건의 가해자는 사과하지도,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사라져 버렸다. 검찰은 내부의 피해자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너뜨리고 조롱하고 음해했으며, 사건을 조작·은폐했고, 가해자를 비호했다. 그런데 검찰개혁 과정에서 그 조직이 '약자와 피해자의 수호자'라는 주장들을 마주했다. 내가 겪은 고통과 가족이 견딘 시간이 함께 부정당하는 듯한 통증에 허망했다. 아니, 허망함과 함께 화가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 : 서지현은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다. 검찰이 서지현의 목소리를 진즉 들었다면 이토록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검찰개혁이란 싸움은 분명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버텨온 기득권 카르텔 집단과의 싸움이었다. 정치 권력, 자본 권력, 언론 권력 등을 지탱하도록 한 것이 법조 권력이었고 그 핵심이 검찰이었다. 그 권력을 해체하는 작업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기적과도 같다. 응원봉을 들었던 국민들 그리고 서지현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이만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서 : 언니 또한 윤석열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 수사권 남용의 피해자다.
박 : 그때 검찰의 민낯을 봤던 것 같다. 제가 윤석열을 감찰하며 당시 '윤석열 사단'이 저질렀던 비위의 실체를 확인했고 이후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검찰권이 어떻게 남용되는지 경험했다. 저 또한 수사를 받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왼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지난해 3월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제기를 촉구하며 각각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 옹호했겠지만..."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후 두 분 모두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썼다. 어떤 의미인가.
박 : 검찰권 남용의 구조를 해체하긴 했지만 여전히 검사는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막판에 보완수사권으로 논쟁이 매몰되면서 영장 청구권, 기소권의 통제에 대해선 법안에 담지 못했다. 여전히 검사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그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검찰개혁 법안이 잘 안착해 이를 통해 검사의 권한이 건강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급하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병행해 다뤄야 할 법 179개와 하위 법령 900여 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예규나 매뉴얼, 지침 등도 수백, 수천 개가 있다. 이것들을 제대로 제·개정해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협조나 태업이 없도록 시민들께서 매의 눈으로 지켜봐 주셔야 한다.
서 : 수사·기소 분리는 선진 형사사법체계의 기본이다. 이 기본이 시작되는 데에 7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검찰이 강력한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 보니 제도가 바뀌는 것에 공포와 두려움이 큰 것도 이해한다. 그런 만큼 검·경의 협력, 피해자 보호 방안 등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검사에게 일말의 수사권도 남지 않게 됐다. 이렇게 조치해야 했던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
서 : 검찰이 절대악이라서, 검찰에 보복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떤 기관도 수사권·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동시에 가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검찰은 원래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고문으로 점철된 경찰 수사를 견제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 임시 조치로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됐었다. 그런데 70년 넘는 기간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이 검찰이라는 한 기관에 집중됐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사건이 조작·은폐되고 검찰이 정권의 도구처럼 쓰였다. 그러더니 검찰은 결국 자신들의 왕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검찰정권 하에서 정치적 수사를 부끄러움 없이 자행했다. 내란에 일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유독 나빠서가 아니라 집중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수사·기소를 분리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다. 권력을 나눠 견제하도록 만들고 이로 인해 생기는 필연적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고단한 인내의 이름이다. 이번 논란에서 '유능한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광복 직후가 떠올랐다. 단순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추적·고문하던 경찰들이 치안 공백, 수사 역량 등을 이유로 다시 대한민국 경찰로 복귀했을 때 그때 국민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박 : 덧붙이자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사가 수사권을 계속 가져야 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피해자 보호에 성실했나. 우리는 검찰이 은폐한 너무도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기억해야 한다. 서지현이 안태근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에 당시 (처음에는) 수사도, 감찰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동훈의 처남 진동균이 저지른 후배 검사 성폭력도 (처음에는) 어떤 징계도,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사건 피해자는 두 번이나 고소했지만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2차 수사, 즉 보완수사권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데 피해자 보호를 내세워 검사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기가 막혔다.
- 검사의 경찰 통제를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보완수사 요구로는 경찰 통제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박 :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통해 경찰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보완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이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어 왔다. 검찰에서 지난 3, 4월 보완수사를 얼마나 했는지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통계에선 전체 사건의 50% 이상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얼마나 보완수사가 이뤄졌는지 세부적인 통계를 받아봤다. 실질적인 보완수사는 검사가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부르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약 5.8% 정도였다. 검찰이 50% 이상이라고 했던 사례의 대부분은 참고인·피의자를 부르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아닌 수사 보고의 형식이었다.
1년에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 약 100만 건 정도 된다. 이 중 5.8%면 5만 8000건 정도다. 이러한 양의 보완수사를 경찰에서 잘하도록 검사가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이번 법안에 촘촘하게 담았다. 먼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내용과 방식을 첨부하도록 했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KS, 킥스)의 사건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기존엔 사건번호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검·경 사이에서 '핑퐁'의 우려가 있었는데 사건번호를 유지하면 검사로서는 내 사건이 경찰에 갔다가 그대로 나에게 오게 되므로 책임 소재가 생긴다.
그리고 경찰은 보완수사의 결과를 1개월 내에 검사에 통보해야 하고, 구속 사건이나 공소시효 임박 사건의 경우 검사가 긴급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주 긴급한 경우에는 사건 기록이 오가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송부하지 않고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추완'이란 제도도 만들었다. 이렇듯 이번 개정한 법에는 오히려 경찰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검사가 통제하고 또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촘촘히 담았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서 : 저는 검사로 일할 때 직접 수사를 매우 많이 했다. 그땐 하루에 사건 8건의 관계자 25명을 조사하는 등 한 달에 수백 명을 직접 조사했었다.
박 : 서지현은 여성 1호 특수부 검사다.
서 : 당연히 사건에 따라 직접 수사가 더 빠르고 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가 효율적'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검찰의 여러 폐해를 경험하면서 검사의 역할이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라 수사의 법률적 완결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는 감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검사로 일하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법리를 더 검토해야 하는지,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8포인트로 A4용지 2~3장이 넘는 보완수사 요구서를 경찰에 보낸 적도 많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보완수사 요구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우리가 수사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얘기한다.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신속과 효율이 우려된다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전산시스템 공유, 협의체 구성 같은 긴밀한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조기자문 제도, 동일 사건번호 유지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이렇듯 경찰을 통제하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지 그것을 영원히 '유능한 검사의 수사'에 맡길 순 없다. 더해 일부에선 검사가 전혀 수사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고 '전 국민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라고 호도하는데 그렇지 않다. 형사소송법 195조는 검사의 수사협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런 의무를 충실히 하면 보안수사 요구권으로 얼마든지 충실히 수사에 역할을 할 수 있다.
"검·경 대립? 영화 속 이야기"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요구와 협의'라는 절차가 생긴 셈인데 검·경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수사의 지연·부실 및 사건의 암장 가능성은 없는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 : 영화나 드라마에 주로 검·경이 대립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저희도 검사 생활할 때 경찰을 수사하는 파트너로 생각했지 대립하는 이들로 여기지 않았다.
박 : 저는 오랫동안 형사부에서 근무했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성폭력, 교통사고, 가정폭력 등 사건을 주로 맡았다. 이런 사건들에서 검·경은 굉장히 잘 협력한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피해자가 있는 100만 건 중 보완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약 95%는 대부분 경찰이 수사한 그대로 검사가 공소장을 써 기소한다. 이런 사건은 검·경이 서로 협력해 영장도 신청·청구하고 보완수사 요구도 잘했기 때문에 양측이 불화할 일도 없고 그래서 공론화될 일도 없다. 그런데 일부 사건을 이유로 검·경이 불화하고 마치 경찰이 엄청나게 부패한 것처럼 호도되곤 하는데 이 점은 아쉽다.
물론 나쁜 경찰도 있다. 그런데 또 나쁜 검사도 있다. 즉 검찰개혁은 개별 경찰, 개별 검사를 거론하며 '누가,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나쁜 범죄를 처벌하는 데에 검·경의 의사가 다르겠나. 이번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경찰이 송치할 경우 양측이 사전에 협의하도록 정해놨다.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시 검사가 경찰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전의 경우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과 협력하기보다 '그냥 내가 해버리지'라는 식으로 사건을 처리했고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경찰의 징계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보완수사 요구권를 실질화했기 때문에 검사가 경찰에 좀 더 개입할 수 있게 됐고 오히려 협력하는 모습으로 관계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 : 검·경 대립이란 말은 추상적이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에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수록 지금이 시스템을 가장 정교하게 만들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전엔 검사가 경찰 단계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사건 접수 단계부터 진행 상황을 전산으로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 그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사건번호의 동일성 유지와 책임 수사관제 실시 그리고 보완수사 요구의 미이행 시 가능한 징계 요구권을 실질화하는 등 사건 지연을 막을 노력도 필요하다.
경찰도 검찰도 완벽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을 더 믿느냐가 아니라 어느 기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 공유, 법리 협의, 보완 요구, 기한 관리, 책임 명확화 등을 모두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는 제도가 아니라 최선의 제도를 만드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족하면 고치면 된다'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제도의 시행착오는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만큼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준비해 온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 이정민
- 두 분 모두 최근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가보지 않은 개혁의 길이기에 발생할 시행착오도 있을 것"(박은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형사사법체계의 정교함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설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도적 설계의 방향성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서 : 수사·기소 분리는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것보다 '국민이 이전보다 더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가', '피해자가 이전보다 더 보호받을 수 있는가', '억울한 사람이 이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제도적 설계는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 절차의 공정성, 피해자 보호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
박 : 그동안 우리는 검찰 만능주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돼 곧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누군가는 검사만이 정의롭고 검사만이 유능하다는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시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윤석열 사단의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수사한 그 기준대로 수사권의 프레임이 잡혀 있었던 것 같다. 검사가 수사로 정치하는 이 시대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가 정치면 1면에 실리는 시대가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검사가 건강한 국가기관으로서 이제 경찰 수사를 통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는 보다 인권을 보장하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검사의 통제를 받으며 나아갈 것이다.
증옫ㅓㅈ중ㅈㅎㅇㅎㄷ 전국민중민주유가족협의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이 12일 저녁 7시 서울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은 87년 6월항쟁을 주도하고 만든 애국시민입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주최한 '창립 40주년 기념식'이 12일 7시 서울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 앞마당에서 열린 가운데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40주년 기념식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40년, 기억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미래가 됩니다'를 주제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희생한 열사들의 뜻과, 열사들의 유가족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시민들과 함께 돌아보기 위해 이뤄졌다.
이번 기념식에는 유가협 회원을 비롯해 40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유가협은 1986년 8월 12일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국가폭력으로 희생되거나 의문사한 열사들의 유가족들이 창립한 단체로,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독재정권이나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정권에 항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죽었던 가족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유가협"이라며 "우리는 죽은 자식들의 유지에 따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 40여년간 활동을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죽고 다치고 감옥에 갔지만, 그분들을 예우하는 대한민국 법은 없다"라며 "그 법이 바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라고 하면서 관련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유가협은 지난 2021년부터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과 1인 시위를 이어왔고, 의문사진상규명을 위한 정보당국 정보공개 청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유신반대투쟁, 6월민주항쟁 및 부마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유가족이 의료지원, 양로지원 등 합당한 예우로 받들도록 이끄는 법률.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한 전성환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은 "정부는 유가협의 지난 40년을 깊이 새기며 여러분께서 원하고, 희생자들이 간절히 바랐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올해 안에 열사가 아닌 유공자로 불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우리가 피운 민주의 꽃이 계속 유지되고, 계속 피어나 저 세상에 가 있는 우리의 아들딸들이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추모연대 장현일 의장은 민주유공자법의 경과를 보고하며, 2021년 이후로 유가협과 추모사업회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공자법이 제대로 집행이 되고, 유공자법의 미비한 점이 고쳐지는 투쟁이 계속되도록,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함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자식을 가슴에 묻고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우던 날들, 차디찬 시멘트 바닥과 매서운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유가협과 민가협은 서로의 손을 꼭 쥐며 견뎌왔다"라며 앞으로도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각계 인사들의 인사말과 축사에 이어 안치환, 송희태씨가 노래를, 이삼헌씨가 춤을, 오민애씨가 낭독을 진행했다.
유가협은 창립 40주년을 계기로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국가폭력 진상규명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가치를 후속 세대와 시민사회에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 나아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이재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국회의원, 김종훈 진보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최미라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는 동두천시에서 접근을 막아놔 농성장이 있는 소요산 입구 쪽에서 성병관리소 건물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반대쪽으로 돌아서 수풀을 조금 헤치고 들어가 방치된 성병관리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생명평화아시아 제공
내가 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10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말이 미군기지 주변 기지촌에서 국가의 주도로 진행된 미군 대상 성매매 정책에 동원된 여성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는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는 음성적으로 만연해 있었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불법으로 공인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처럼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던 식민지 시절 전시상황도 아닌데 한국 정부에 의해 그런 야만이 1990년대까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야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관광정책이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됐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두천에서 옛 성병관리소를 지키기 위한 지역 및 평화단체들의 투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약 2년 전이었던 것 같다.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즈음 동두천 시에서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 그 일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운영한 성병관리소는 성병검사에서 양성이 나왔거나 성병을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이른바 ‘낙검자’)을 국가가 감금하고 끔찍한 인권침해를 자행한 공간이다. 가부장제 국가폭력과 식민주의가 교차하는 기지촌 성매매 정책의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간을 보존하기 위한 투쟁이 몇백일 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언론 보도와 시민사회에 알려져 있던 글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멀리서나마 연대의 마음만 보내고 있었다.
생명평화아시아와 함께한 동두천 기행
그러다가 내가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생명평화아시아(생평아)를 통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지키기 위한 투쟁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토요일이었다. 출발하기 전 그 방문여행에 대한 부담을 느꼈지만, 그곳에 다녀온 그날은 이제 내게 너무나 값진 하루가 됐다. 그 강렬했던 경험은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살아 있다.
그날 미군 기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동두천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그 공간을 지키려는 이들과의 연대감도 키울 수 있었다. 또 생명과 평화의 의제가 겹치는 현장과 성실히 연대해 온 생명평화아시아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내겐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가 옛 성병관리소 농성장을 방문한 2026년 7월 25일(토)은 농성 697일이 되는 날이었다. ⓒ 생명평화아시아 제공
미군 ‘위안부’와 성병관리소의 역사
그날 우리 일행이 소요산 자락의 옛 성병관리소 인근 농성장에 도착하니 “동두천 옛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번 평화기행의 안내는 최희신 경기북부평화행동 전 사무국장이 맡아 주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기지촌 여성 윤금이 님 살해사건 대책위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경기북부지역 미군기지와 관련한 평화운동의 산증인이라 할 만한 삶을 살아온 활동가다. 천막 안에서 최희신 활동가는 미군 성매매 정책과 성병관리소의 역사를 개괄해주었다.
남한에서는 해방 후 폐창운동을 통해 1947년 ‘공창제폐지령’,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통해 법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 성매매와 무관해 보이는 ‘전염병예방법’과 ‘식품위생법’의 하위 명령과 규칙, 지방정부의 성병관리소 조례를 통해 미군 기지촌의 성매매를 관리했다.
즉 헌법의 기본권 보장 규정과 상위 법령으로 금지하는 성매매 행위를 법령 아래의 규칙과 조례 등을 통해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합법적인” 미군 대상 성매매가 허용되는 “예외상태”의 공간으로서 기지촌과 성병관리소 체제를 만들어냈다.
남성 병사에게 여자친구를 사귀도록 독려하고, 동시에 여군 파병과 가족동반 파병 증대 정책을 추진하여 성매매 수요를 줄여온 유럽의 미군 기지와는 다르게, 미국 정부는 동아시아 미군기지 주변의 성병 문제를 주재국 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그 책임을 다시 성병의 전파자인 미군이 아닌 성매매 여성에게 철저히 전가시켰다. 공식적으로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한국 정부는 안정적으로 외화를 확보하고 미군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쾌락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과 통제가 허용되는 ‘묵인-관리 체제’를 만들었다.
1970년 당시 양주군 성병환자 수용 연인원 7800명
그 공간에서 중앙 및 지방 정부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미군에 의한 성매매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였다. 미군 위안부들에게 성병검진 증명서(“보건증”)를 발급하고 주 1~2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하였으며 기지촌 주변에서 수시로 불심검문을 하여 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거나 검진을 거부하는 여성, 성병 양성이 나온 여성을 강제 연행하여 성병관리소에 구금하고 신체의 자유를 원초적으로 박탈하였다. 성병관리소에서 페니실린 과다 투약으로 쇼크사하는 경우도 상당했다고 한다. 경기도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마지막 해인 1970년 당시 동두천이 소속된 양주군의 성병환자 수용 규모는 실인원 1300여명, 연인원 7800여명 정도였다. 여성 1명이 연 평균 6회 가까이 수용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기지촌들이 쇠락하면서 동두천을 포함한 성병관리소 운영도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기지촌의 규모가 줄며 수용 인원은 줄었지만 그때까지도 성병관리소의 폭력적 운영방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요산 발전계획으로 철거 위기 처한 성병관리소들
최희신 활동가에 따르면, 다른 지역의 성병관리소들은 1990년대 모두 폐쇄 및 철거되었는데 유독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만 철거되지 않은 이유는 동두천 시가 토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 주변지역을 개발하지 못한 우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방치되어 있던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현재 연임한 박형덕 시장이 2022년 취임하면서 ‘소요산 발전계획’의 위협 아래 놓이게 됐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일대를 놀이시설로 개발하고, 옛 성병관리소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자 2023년 2월 부지를 매입하고 꾸준히 철거 시도를 계속해 왔다. 특히 2024년 10월에는 두 차례나 대형 굴착기(포크레인)를 동원해 철거하려 했으나 활동가와 주민들이 굴착기에 올라타는 등 몸으로 막았다고 한다. 제각기 사정이 다르긴 했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었던 밀양과 강정, 기륭전자 같은 곳들에서의 싸움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역의 평화 및 여성 단체들이 주축이 된 공동대책위원회는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대안으로 이곳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와 폭력은 국가에 의해 자행된 일이므로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여성·인권·평화 기억관”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여성인권 기억관은 아직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이곳이야말로 국가가 식민주의, 군사주의, 가부장제의 논리 속에서 여성의 몸에 직접 자행한 폭력을 반성하고, 국민들은 그것을 함께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 아닐까?
군사기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농성장에서 설명을 들은 뒤 점심식사를 위해 대책위 활동을 지지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주변 음식점으로 갔다. 이곳의 사장님은 농성장 사람들을 지지하면서 동네 사람들의 비난과 불매정서라는 역품을 맞고 오랫동안 운영해 온 막걸리 양조장까지 폐업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변함없이 대책위의 싸움을 지지해 주었다. 그런 분들 덕에 계속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점심 뒤 오후에는 성병관리소 지역을 벗어나 동두천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번 기행은 대책위 농성장 방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부터 ‘위안부’ 제도의 토대가 된 식민주의와 국가주의, 그 이전부터 공고했던 가부장제와 억압적 민족주의의 실상을 현실로 목격할 수 있는 군사기지 도시 동두천 전체를 돌아볼 수 있도록 짜인 일정이었다.
최대면적의 미군기지 캠프 케이시 주둔 보산동
먼저 방문한 곳은 한국에서 가장 큰 미군 전투부대 캠프 케이시(Camp Casey)의 주둔지인 보산동이었다. 원래 양주군에 속해 있던 동두천 시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의 남진 경로였으며, 유엔군이 북진 과정에 통과한 지역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군은 동두천을 비롯하여 파주, 포천, 고양, 평택 등지에 주둔하였다. 그중 동두천은 지금도 국내 미군기지 중에서 면적으로는 가장 크고, 주둔 병사 규모로는 평택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물자와 서비스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미군기지의 특성상 이 지역에는 미군을 상대로 온갖 종류의 영업을 하는 기지촌이 형성됐다.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 역시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 경기도의 경우 동두천을 포함해 6개 지역의 성병관리소가 만들어졌다.
연예인 비자로 들어온 필리핀 여성들로 대체
보산동의 캠프 케이시 기지촌 일대를 걸으며 최희신 활동가는 마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설명해 줬다. 미군 위안부의 상당수는 기지촌 주변에서 미군에 의해 강간을 당한 후 ‘더러워졌다’고 비난하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미성년인 상태로 성매매 일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 이 지역에서 성매매는 주로 1996년경부터 연예인 비자를 갖고 유입된 필리핀 여성들이 하지만 상대적으로 포주의 강요나 착취 없이 일한다고 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보병부대인 캠프 케이시의 병사 상당수가 이라크에 파병되며 단기간에 기지촌 경제가 와해되어 동두천 세금이 급감하기도 했다.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기구한 사연들도 여럿 들려줬다.
보산동의 길거리는 외국의 여느 관광지 상점거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희신 활동가가 벽에 그래피티가 가득한 한 클럽 건물을 가리키며 1층은 클럽으로, 모텔처럼 작은 창문이 일렬로 뚫려있는 2, 3층은 여성들이 생활하며 미군과 성매매를 하던 곳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은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 어떤 식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졌을지를 상상했고, 마음이 아파왔다. 윤금이 님이 살았던 집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92년 당시 참혹한 살인 사건 이후 범인인 케네스 마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처음으로 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됐고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는 이 집을 매입하여 ‘기억과 평화의 집’으로 만들기 위한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노상으로 창과 문이 그대로 드러난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 그의 처연한 삶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캠프 호비 인근 군사기지 도시의 상흔들
이어서 간 곳은 또 다른 동두천의 주요 미군기지인 캠프 호비(Camp Hovey) 인근 쇠목마을의 ‘미군 공여지 반환운동 기념비’였다. 1996년 미군은 이 지역 개인 소유 농토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전투기 사격 목표물로 사용할 고장난 장갑차를 배치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기지 반경 5㎞ 안은 주한미군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토지소유자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주한미군 공여지”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지역 주민이 동두천민주시민회(현 동두천시민연대)와 힘을 합쳐 3년간 천막농성을 비롯한 투쟁을 전개하고 그 결과로 동두천의 미군 공여지 600만여 평을 반환받게 된다.
특이하게 이 기념비는 원래 양주에서 발생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고(일명 “효순·미선 사건”) 추모를 위한 기념비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운동사에서 촛불집회의 시초가 된 투쟁을 형상화해 기념비가 촛불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연유로 기념비가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공여지 반환운동 기념비가 되었고, 고 신효순, 심미선의 추념비는 양주시 효순·미선평화공원에 별도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기념비 주변에서 인상적인 것은 정성들여 쌓아올린 돌탑들이었다. 그중 하나는 원뿔이 아니라 전통적인 전탑과 같은 형식으로 쌓아 올린 제법 규모 있는 돌탑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돌탑들은 주민들이 정부나 미군이 주민들 투쟁을 분쇄하기 위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만든 것으로, 말하자면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저지선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엄연한 사유지 소유주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고, 실탄사격으로 폭파 훈련을 했다니, 그 황당함은 미군의 폭력과 범죄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어 온 우리 일행에게도 참으로 섬뜩한 것이었다.
쇠목마을에서 나오며 미군기지 캠프 호비 때문에 원래 있던 길이 막혀 수십년간 거의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던 걸산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나 마을 안까지 들어갈 시간은 없었다. 지금도 새로 생긴 길이 험해 마을 어귀에서 마을까지 차로 20분가량 걸린다고 한다.
쇠목마을의 미군 공여지 반환운동 기념비와 투쟁 당시 주민들이 인근에 쌓아 올린 돌탑 ⓒ 생명평화아시아 제공
청소년 사랑방이자 독립서점 ‘더꿈 갤러리’
기행의 마지막 장소인 더불어꿈(더꿈) 갤러리를 방문하였다. 그곳에는 재일교포 3세 예술가 하전남 작가의 종이공예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여느 교포 3세, 4세처럼 정체성 혼돈을 겪은 하전남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조합한다는 의미로 우리의 전통 한지와 일본의 전통 화지(和紙)를 붙여서 한 장의 종이로 만들고 그것을 가공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경기 북부에서 스스로 ‘파견예술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실천적 예술을 고민하는 전미영 작가가 주변 청소년들의 사랑방이자 독립서점, 갤러리를 지향하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차를 마시면서 작가들의 설명을 듣고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면서 기행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재일교포 3세인 하전남 작가가 한지와 일본의 화지를 붙여서 만든 작품 중 하나. 십장생도, 어릴 적 할머니가 적은 편지의 내용, 소요산 자락의 이미지를 혼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 생명평화아시아 제공
평화인권공간 조성 범시민대회과 ‘비욘드 보산’
일정을 마치고 나오자 주변 지행역 앞에서 “동두천 시의회 의장 배신 규탄 평화인권공간 조성(옛 성병관리소) 범시민대회”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 일부 회원들은 집회 현장에 합류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시의원에 당선된 임현숙 의원이 시의회 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탈당하여 국민의힘과 야합하여 의장에 선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박형덕 동두천시장과 함께 성병관리소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이런 상황을 규탄하는 연극 공연을 하고 있었고 상당수의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집회를 지켜보며 동두천을 군사기지의 도시에서 평화와 치유의 도시로 만든 것은 이런 시민들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또한 기행 내내 동두천에 관한 슬프고 원통한 사연도 많이 얘기해 줬지만 동두천을 희망과 치유의 공간으로 기억해달라고 했던 최희신 활동가의 당부가 기억이 났다. 그가 보산동 기지촌에서도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협동조합이자 지역 사랑방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동네 박물관 비욘드보산’을 열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하루 안에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서 간단히 적은 것처럼 현재 윤금이 님 거주처를 ‘기억과 평화의 집’으로 조성하기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평화와 희망의 도시 동두천과의 인연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청와대가 보유 부동산의 ‘불법 증축’ 논란이 불거진 김상호 춘추관장(보도지원비서관)을 11일 징계 후 면직 처리했다. 김 관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5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보유 중인데, 이 주택 1층이 원룸으로 무단 증축돼 임대 중인 사실이 지난 10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징계 수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집 내놨다던 靑 다주택자들, 대부분 안 팔고 떠났다>에서 “여권 내에서도 청와대 1급(비서관) 고위 공직자가 불법 증축 사실을 알고도 10년 넘게 월세를 받아온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며 “최소한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주택을 팔든지 불법을 해소하든지 해결을 했어야 한다”는 여당 관계자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김 관장은 서울 광진구에도 약 74평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결과적으로 다주택 처분 없이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며 “김 관장처럼 다주택 처분 없이 올해 청와대를 떠난 참모는 더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3주택자였던 이성훈 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은 지난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임명됐다. 청와대 재직 당시 다주택을 처분하겠다고 했던 이 사장은 세종시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지분, 대치동 다가구주택 지분 등을 처분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달 사직한 최성아 전 해외언론비서관은 서울 아파트 2채와 강원도 속초 주상복합 건물 등을 갖고 있었다. 지난 6월 사직한 봉욱 전 민정수석, 오현주 전 안보실 3차장도 다주택자였다”고 전하며 모두 다주택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12일자 5면 기사.
한겨레는 <청년들 분노 일으키는 여권의 ‘부동산 내로남불’>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상호 비서관은 2014년 해당 건물을 살 때 이미 원룸으로 개조돼 있었고, 자신이 증축하거나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10년 넘게 건물을 소유하면서 무단 개조된 방을 빌려주고 월세를 받아온 주인이 위법성을 몰랐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차장 일부 공간을 개조한 방에는 자동차가 드나들 때마다 매연가스가 유입된다. 그곳에 사는 세입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번 일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 김 비서관은 해당 다세대주택 말고도 구의동 아파트 1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다. 정부는 다주택 문제와 임대차 시장의 불법을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 측근이 이를 어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면 국민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 <청와대 참모가 다주택에 무단 증축, 부동산 대책 영 서겠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측근이 다주택자를 부동산 시장의 적으로 몰아온 정부에서 버젓이 행해온 일이라니 기가 차다”면서 “그는 사의를 표명했다는데, 결과적으로 다세대주택을 팔지 않고 지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이러니 부동산 대책의 영이 제대로 설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정부는 줄곧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는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와 거래세 부담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선의의 피해자’ 양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7년부터 인연을 맺어 줄곧 지근거리에서 공보 업무를 맡아온 김 관장이 다주택자인 것도 모자라 불법 증축 월세까지 받아왔다니 가뜩이나 불만인 민심이 어떻겠는가”라고 개탄했다.
구글 앱 이용자, 사상 첫 네이버 추월…“AI에 무너지는 토종 플랫폼 신화”
구글 모바일 앱 이용자수가 처음으로 네이버를 앞섰다. 지난 11일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구글 앱의 MAU(월간활성이용자)는 4702만2854명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네이버 앱(4684만5017명)보다 약 17만명 많은 수치다. 물론 웹사이트에선 여전히 네이버가 강세다. 닐슨코리안클릭에 의하면 지난달 PC 웹사이트 추정 순 이용자는 네이버가 2183만 명으로 구글(1552만 명)보다 약 631만 명 많았다.
경향신문은 <AI 검색 힘입어…구글 앱 이용자 수, 네이버 처음 제쳤다>에서 “구글 앱이 MAU 숫자에서 네이버 앱을 제친 것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라며 “구글의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역전을 두고 모바일 검색 시장 판도가 네이버에서 구글 우위로 재편됐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네이버도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검색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12일자 10면 기사.
동아일보는 <AI가 흔든 검색 판도… 구글, 네이버 첫 추월>에서 “두 회사 간 격차는 생성형 AI 확산 이후 빠르게 좁혀졌다. 2021년 3월 2900만 명대였던 구글 앱 이용자는 지난해 5월 처음 40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 5월 4600만 명을 돌파했다. 반면 네이버 이용자는 2021년 3월 이후 줄곧 4000만∼4600만 명대에서 정체된 흐름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검색에 AI 접목 3개월 빨랐던 구글, 이용자 증가폭 네이버의 4배>에서 “구글은 2024년 12월 검색 결과를 AI가 요약하는 ‘AI 개요’를 국내에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9월 대화형 검색인 ‘AI 모드’를 출시했다”고 전한 뒤 “생성형 AI 자체가 새로운 정보 탐색 창구로 자리 잡는 흐름도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챗GPT 앱의 국내 MAU는 약 1646만 명으로 국내 대표 포털인 다음 앱의 2.6배에 달했다”며 “이용자들이 포털에 접속한 뒤 검색어를 입력해 쇼핑, 카페, 블로그 등을 이용하던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 생성형 AI에 직접 질문하면서 정보 탐색의 ‘첫 관문’이 다양해졌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AI에 무너지는 토종 플랫폼 신화>란 제목의 사설에서 “생성형 AI가 검색과 정보 이용의 판을 바꾸고 있고 이를 앞세운 미국 빅테크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며 “한국은 미국 플랫폼의 독주 속에서도 자국 디지털 영토를 지켜낸 극소수 국가였기에 이번 추월의 충격은 크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정부는 ‘소버린 AI 강국’이라는 구호만 앞세울 게 아니라 국내 포털 약화의 현실과 AI 기술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거나 혁신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를 철폐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기업은 AI 기반 검색과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과감히 투자하며 자생적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디지털 주권과 시장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제까지…국힘에서 힘 얻는 ‘부정선거’ 프레임
6·3 지방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율을 허위·오입력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선관위 논란에 “부정” “조작” “부실”…국힘 세 갈래로 찢어졌다>에서 “사태 초기만 해도 장동혁 대표 등 일부에만 그쳤던 ‘부정선거’ 주장이 당내에 퍼지고, 이를 반박하는 쪽에서 ‘부실선거’를 강조하며 ‘부정·조작·부실선거’라는 프레임 전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12일자 6면 기사.
중앙일보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지난달 23일 투표율 허위 입력 사태로 뻗어나간 직후만 해도 부정선거를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주진우 의원이 ‘심각한 부정선거’라고 규정했다. 나경원 의원도 부정선거를 꺼내들었다”고 전한 뒤 “반면 선관위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부정선거와 거리를 두는 기류도 여전하다. 윤상현 의원은 ‘전산 관리 부실과 당락을 뒤집기 위한 조작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아예 ‘부실’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국민의힘이 같은 사안을 놓고도 쪼개지며 지난 10일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선 윤상현 의원과 주진우 의원이 고성을 치며 맞붙는 집안싸움도 벌어졌다”며 “정치권에선 이러한 균열의 밑바닥엔 차기 보수 진영의 재편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깔려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간 장동혁 체제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던 윤 의원으로선 장 대표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것”이라는 익명의 당 지도부 인사 발언을 전했다.
세계일보는 <윤상현 “선거 조작 과유불급” vs 나경원 “예단 넘어 직무 포기”>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투표자수 허위·오기입 논란과 선거 결과 조작 의혹은 구분해야 한다고 경계한 반면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조작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검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전하며 “당내 이견은 선거소청 결과 이후 대응 방향을 놓고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일보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선거소청이 기각되면 선거소송을 제기하고 본격적인 재선거 투쟁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당권파는 당 차원에서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선거소송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현 상황을 가리켜 “과거 황교안(미래통합당 대표) 시절 극우 지지층과 장외투쟁만 하다가 중도층 민심과 멀어지며 총선에 참패했던 악몽이 떠오른다”는 익명의 영남권 의원 발언을 전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증거도 없이 ‘부정선거’ 목소리 높이는 국힘>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선관위가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의도적으로 투표율을 조작했다는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제1야당 의원들이 ‘투표율이 조작됐다면 득표수 역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단순한 논리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선관위가 ‘최종 투표자 수 확정이나 개표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해명한 건 지탄할 일이지만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투표율 허위·오입력 문제를 곧바로 개표 결과 조작, 득표수 조작 등 부정선거로 연결시키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선거 주장이 당 안에서 확산하고 있는 모습은 차기 당권을 노리고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려는 정치적 셈법 때문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영 의원이 11일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두루미평화관에서 진행된 '평화와 통일을 위한좌담회' 여는 말씀을 통해 "분단과 대결, 냉전의 문제에 대해 대개 정치적으로 또는 외교안보의 시각으로 보는데, 요즘들어 역사적인 시각으로 봐야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엄중한 인식의 일단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냉전과 화해가 교차되면서 겪어 온 변화는 차원을 달리하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잘못 대처하면 분단 고착화를 넘어 영구 분단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봐야 될 것 같다."
지난 2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12박 13일동안 접경지역을 따라 350km를 걸으며 14일 파주 임진각까지 '통일걷기'를 하고 있는 '2026 통일걷기'의 중간 정리를 겸한 좌담회가 11일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두루미평화마을내 두루미평화관에서 진행됐다.
'두 국가론 너머 바라보는 통일담론'을 주제로 진행된 '평화와 통일을 위한좌담회'에는 매일 30km 안팎의 DMZ 접경을 따라 열흘째 행진해 온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10년째 '통일걷기'를 주관해 온 이인영 국회의원과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이승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패널로 나섰다.
이인영 의원은 여는 말씀을 통해 "분단과 대결, 냉전의 문제에 대해 대개 정치적으로 또는 외교안보의 시각으로 보는데, 요즘들어 역사적인 시각으로 봐야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엄중한 시대인식의 일단을 밝혔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미·중간 패권 각축이 본격화되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는 더욱 직접적인 영향권으로 들어갈텐데, 지금부터 잘 준비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분단의 길로 갈수도 있다는 것.
더 깊게 성찰하고 진로를 모색해야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좌담회에는 지난 2일 강원도 고성을 출발해 14일 파주까지 DMZ 350km를 행진하는 통일걷기 참가자들이 열띤 관심속에 참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 이승환 대표는 우선 북한 주도의 통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자각, 그리고 북이 독자적인 생존과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정세가 도래한 상황에서 '교전상태', '적대적관계'를 앞세워 상당 기간 남측과의 차단과 단절을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짚었다.
김연철 전 장관은 △김정은 체제는 기존 '민족'중심을 벗어나 '국가'중심 담론으로, 분단국가에서 정상국가로 차별화 전환을 시도해오고 있었으며 △2017년 유엔대북제재가 대량살상무기(WMD)관련 품목제재에서 수출, 광물, 해외노동자 등에 대한 전면 차단으로 바뀌는 구조적 제약이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인해 고착화되고 윤석열 정부 시기 군사적 긴장 격화가 결합되면서 남북간 대화와 교류협력 공간은 사라지고 단절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러-우 전쟁 파병을 계기로 북러관계를 혈맹관계 수준으로 재도약시키면서 군사분계선을 남북간 소분단선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가르는 대분단선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재편이 단행되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국내 정치적인 '국가' 강조, 하노이 회담 결렬 및 유엔 제재 성격변화와 이에 따른 남북관계의 구조적 제약, 그리고 러-우 전쟁 이후 북방 외교 전환이라는 3가지 차원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사진-토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은 항간의 설왕설래와 달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청문회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선택'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며,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가 스스로 군사력과 경제력을 키우는 '웅대한 작전'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적대적 두 국가론'은 앞으로 지속될 정책일까, 아니면 변화 가능한 정책일까?
좌담 패널들은 모두 북의 두 국가론 선언이 장기적 전략임엔 분명하지만, 향후 경제 건설 추진 과정에서 자력의 한계가 여전하고 또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가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북이 단절을 선언했다고 해서 남측이 성급히 통일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호 평화 협력적인 과정으로 진입만 할 수 있다면, 북도 '흡수통일', '체제붕괴', '비자주성'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서로 평화공존하고 공동번영하며,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두 국가로 고착되지 않고 영구 공존의 새로운 통일 방안을 우리가 서로 협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이런 시대도 만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북도 변할 수 있다, 북의 입장을 고정된 것으로만 생각하고 등 돌릴 일은 아니다"라는 것.
"북이 왜 지금 두 국가를 들고 나왔을까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두 국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지혜로운 대처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어차피 장기적이고 복잡한 과정으로 들어섰기 때문에 때로운 인내하고 때로는 원칙적으로 지킬 것은 지켜나가면서 지혜롭게 대응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북이 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는 등의 사례를 들어 보기드문 '과격하고 급진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하면서 "김정은 체제는 그 이전과 다르게 변화의 진폭이 굉장히 크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변화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인 셈이다.
서로에 대한 호칭, 국호 사용에 대해서도 '상대가 요구하는 공식 국호를 부르는 것은 정상적인 국제 관례'(이승환)이자 '상호 인정과 존중의 태도'(이인영)이며, '공식 국호를 부른다고 해서 두 국가로 고착되거나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민족적 관념이나 일상적 호칭(북한, 북측 등)까지 국가가 강제할 필요는 없다'(이승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대표는 남측 통일방안인 '남북연합' 구상 역시 기본적으로 두개 국가를 전제로 해야 성립되는 만큼 상대의 공식 국호를 부르고 국가로서 인정한다는 것이 통일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호칭 문제와 통일포기, 두 국가 고착화는 상관없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
또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한 남북 합의문서에서 남북관계를 정의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표현도 독일 분단시기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 개념을 차용한 것이며, 이후 독일통일과정에서는 평화공존론으로 수렴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으로 민간 통일운동과 정부의 통일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기존의 선 비핵화 주장에서 벗어나 선 평화구축 이후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로 나아가는 접근법이 제안됐다.
이 대표는 "평화를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통일을 위한 내적 역량과 준비를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역대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고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정책도 그런 입장에 서 있다"고 하면서 △상대를 국가로서 인정하고 국가연합을 하자고 해야 한다 △당장의 군사적 위협과 위기를 먼저 막고, 평화를 통해서 비핵화로 가는 실질적인 평화를 달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전상태를 종식하는 것이다. △정전체제를 보다 안전한 평화관리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평화공존을 제도화시키고 그 수준에서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남북연합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내부의 기반과 조건을 갖추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 행동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전 장관은 "지구상에 1민족 1국가 1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 통일을 '하나가 되는 것'으로만 보면 폭력이 된다"고 하면서 "통일은 국가연합이든 연방제든 '차이의 공존'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민과 민족의 마음속에는 정세 조건과 리더십, 국제환경에 따라 통일에 대한 열망이 다시 분출될 수 있는 '통일DNA'가 존재한다"며, "민주·진보 세력이 '평화'라는 이름 아래 '통일의 문'마저 스스로 닫아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11일 오후 두루미평화관에서 열린 '두국가론 너머 바라보는 통일담론' 주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좌담회' 왼쪽부터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인영 의원, 이승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품위'라는 것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또는 인격적 가치나 품격. 사회생활에서 각자의 지위나 위치에 따라 마땅히 지녀야 할 품성과 교양의 정도를 말한다.
어느 대선의 TV 토론회에서 대쪽 같은 성품으로 유명했던 판사 출신의 보수정당 후보는 재야 시민운동 진영의 인권변호사 출신 후보에게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던 입장과 지금의 입장이 다른데, 말을 바꾼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인권변호사 출신 후보는 당시의 생각과 지금은 달라진 생각을 설명하면서 젊은 초선 시절의 미숙함을 너무 엄히 꾸짖지 말아 달라고 했다. 보수정당 후보는 껄껄 웃었다.
이 대화 안에는 색깔 공세에 이어 예나 지금이나 한국 정치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한미동맹과 통일관에 대한 공박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인권변호사 출신 후보는 지지 기반에 다소 실망을 줄 수 있어도 과거와 지금의 입장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했고, 보수정당 후보는 여전히 휴전 중인 나라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한 안보 정책에서 보수정당이 여전히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얼굴을 붉히고 대화 상대의 말을 끊고, 인격을 모욕하고 당장 확인이 되지 않는 거짓 정보로 상대를 공격하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어른스럽고 품위 있는 말로 서로를 공격했고 자기를 방어했으며, 국민은 그 대화에서 각자의 정책적 지향과 오류, 한계를 모두 엿볼 수 있었다. '품위'라는 것이 어울리는 대화였다.
'책임'이라는 것도 아직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노동자와 농민의 자식'이라던 대선후보가 농민대회에 연설하러 갔던 날,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은 달걀을 던졌다. 그 자리에서 대선후보는 "개방을 최대한 막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장담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뉴스는 대선후보에게 달걀을 던진 농민을 탓하기 바빴지만 정작 대선후보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달걀이라도 맞아야 화가 좀 누그러들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하는 사람의 '책임'에 대해,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이 감내해야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치'라는 것이 살아있는 시절도 이제는 꿈같지만 있었다. 선거에서 이긴 적보다 진 적이 더 많았으면서 결국엔 대통령이 되었던 어떤 정치인은 선거에 대해 "원칙 있는 승리가 첫째요, 다음은 원칙이 있는 패배, 최악은 원칙도 없는 패배"라고 말했다. 정치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일 뿐, 무엇이 될 것인가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 무엇을 위해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이 선거이지, 선거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할 수는 없다는 것.
품위와 책임과 가치. 작금의 정치에서 가장 멀리 있는 말은 이런 것들일까. 이제 이런 말들이 아련할 지경이다.
묻고 싶은 단 하나의 질문
▲9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재 전당대회가 한창인 여당의 어느 최고위원 후보는 상대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야유를 보낸다. 단상에 올라서는 '한 표 줍쇼'라고 구걸한다. 연설은 정책과 비전보단 악다구니와 상대에 대한 모욕과 조롱에 그친다(그 후보만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태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지금 한 명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물론 오늘날은 '품위'라는 것이 무엇을 담보하느냐고 묻는 시대다. 그런 시대를 만드는 데 지금의 정치가 아주 큰 일조를 했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렇다면 이 최소한의 품위마저 내던져버린 천박함은 또 무엇을 담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짓가랑이 사이를 기어서 천하를 얻었다는 어느 고사를 떠올리기에 그 천박함으로 얻을 수 있는 천하라는 것은 고작 당내 공천권 정도 아닌가.
세금으로 지원금을 수백 억씩 받고, 정부의 정책 결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정당의 지도부가 품위는 다 내던지고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표를 구걸하거나, 상대를 박쥐라고 쏘아붙이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당원들은 모두 '일베'라고 쏘아붙이는 천박함으로 얻는 자기들의 '천하'라는 게 고작 공천권이라니. 그들의 천박함에 우리 사회 전체가 오염되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의 정치가 더 아름다웠다거나 선량했다는 향수에 젖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 시절에도 야합과 모략이 있었고, 날 선 말과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적 규범을 위반하거나 품위를 잃은 언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는 있었다. 그래서 품위와 천박함을 가르는 요체는 선악이나 시비보다는 어쩌면 부끄러움이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자기에게 적용할 줄 아는 염치다.
자기에게 비판적인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고, 카메라를 가로막는 것은 정치인의 '책임'일 수 있을까. 지난주 그 정당의 전당대회장에선 특정 언론사의 취재 카메라를 특정 정치인의 보좌진이 가로막는 현장이 포착됐다. 명백한 취재 방해 행위다. 정당한 취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정도와 방법에 따라 업무방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최민희 후보'의 명찰을 단 사람이 취재중인 <오마이TV> 기자들의 카메라를 막아서고 있다.오마이티비
더구나 취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던 그 국회의원은 '기자' 출신이다. 진보적 매체의 기자였던 그의 보좌관이 카메라 렌즈를 막아서는 장면은 차라리 상징적이었다.
품위가 있었고, 책임을 졌던, 그러니까 결국 자기를 부끄럽게 여길 줄 알고, 자기를 규제할 줄 아는 염치가 강요되던 시대의 정치인들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을 갖고 있었다. 상인의 현실감각과 서생의 문제의식으로 수십 년 긴 역사를 만들어왔던 어느 정치인은 마침내 필생의 꿈이었던 통일의 대원칙을 만들었다. 또 '바보'라는 별명조차 후하다고 할 만큼 제 잇속이라고는 못 찾는 것 같던 그는 역대 가장 사랑 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것으로 그토록 바라던 '국민통합'이라는 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정치인으로 남았다.
하여 결국 묻고 싶은 것은 단 하나의 질문이다. 당신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한 표를 구걸하고, 엊그제까지 동지라고 부르던 이들을 박쥐라고 모욕하고, 몇 년 전까지는 우리 편이라던 언론사의 취재를 방해하는 이들이 필생을 두고 쥐고 있는 정치적 질문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도 옛날을 이야기했지만, 옛날이야기를 하느라 정작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정치란, 그보단 살아가는 모든 일이란 그저 앞으로의 시간을 사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시금 옛날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과거에 기대어 앞으로 나가는 역사를 훼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멋대로 꾸며낸 과거로.
그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팔아'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익에, 또는 어떤 정파적, 진영주의적 소꿉놀이를 그가 그곳에서 본다면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좋아했고, 또 미워했고, 그래서 지금도 기억하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왜 설명을 못 하게 합니까!” (강백신 증인)
“국민 여러분, 검사들의 민낯을 보시는 겁니다. 국정조사를 받는 이 자리에서도 위원장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십시오.” (서영교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지난 4월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서영교 위원장과 충돌한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또렷이 각인돼 있다. 강 검사는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을 국회가 불러 수사와 기소 경위를 따지는 것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헌, 위법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흐른 10일, 대장동 2기 수사팀을 이끌어 1기 수사팀의 결론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리는 데 앞장섰던 강백신 검사가 이날 오전 대구고검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 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여러 갈래 해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법무부의 감찰에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무부는 현재 대장동 2기 수사팀 검사 9명 전원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대장동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기소 적절성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를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관철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및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제 살 길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 내부망에 “2025년 9월 26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헌법 폐지의 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여러 차례 검찰 수사권 폐지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검찰 지휘부와의 갈등이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자 강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부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 및 사실 오인을 항소 이유로 상급심 판단을 구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과 지휘부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을 사법처리하기 위해 투망 던지기식 수사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윤석열 사단'의 '행동대장'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여했고, 그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와 공소 유지 등을 담당했다. 2022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부장으로 부임한 뒤에 엄희준 당시 반부패수사 1부장과 함께 대장동 2기 수사팀을 지휘했다.
당시 수사팀은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해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잇따라 구속기소했다. 그 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소환조사하고,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백신(왼쪽) 대구고검 검사와 엄희준(오른쪽) 광주고검 검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6.4.7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이력 때문에 민주당과는 계속 충돌했다. 민주당은 2024년 강 검사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청문회를 열려 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따질 계제가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이끈 강 검사는 같은 해 3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때 조우형 씨의 혐의를 은폐했다고 보도한 봉지욱 jtbc 기자를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같은 해 8월 5일, 민주당은 통신자료 조회를 실시한 주체로 지목받은 강 검사 관련 탄핵소추 사건 조사에 해당 의혹을 포함하고, 검찰 수사 과정의 법률 위반 혐의 여부도 살피기로 했는데 강 검사는 “합법적인 통신 가입자 조회에 불법 사찰 프레임을 씌워 탄핵 사유로 삼는 건 위헌적이고 부당한 공격”이라고 맞섰다.
강 검사는 또 2023년 12월과 이듬해 1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쪽에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를 두 차례 교부했는데 각각 압수한 허 기자 노트북과 데스크톱 SSD 카드에 있는 정보 전체를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에 올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이들 자료에는 압수영장이 허용하지 않은, 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가 대량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강 검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갈등과 마찰만 일으키지,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엄존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강 검사의 사직서 제출은 법무부 감찰에 대한 압박감, 대장동 항소 포기에 따른 좌절과 갈등, 정치권의 국정조사 압박과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과 무력감 등 여러 이유가 겹쳐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직서 제출 소식을 알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고 현직에서 수사를 받아라. 어딜 도망가려고!”, “윤석열의 XX 아냐? 사직이 아닌 파면해야” 등이 주류를 이뤘다.
법조 전문가들은 그의 사직이 향후 대장동 재판과 국정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다. 특히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상황에 수사팀장이었던 강 검사가 사직함으로써 공소 유지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항소심에서 검찰의 주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검사의 사직서 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구고검은 법무부에 사직서를 보고한 상태이며, 보통 검사 사직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 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수리된다. 사직서 제출 후 번복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강 검사 사직서의 수리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주기자 라이브'를 진행하는 주진우 기자는 이날 저녁, 법무부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그를 징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3.3%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게 나타나 평균치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이 정부의 부동산·주식 시장 정책에 실망한 가운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안전 문제를 중시하는 2030 여성들의 실망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다양한 대책을 구상 중이지만 근본적으로 86세대 중심인 민주당이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이날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2.6%포인트 떨어진 43.3%로 집계됐다. 7월 2주차 같은 조사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다. 부정 평가는 53.0%로 2주 연속 긍정 평가를 오차범위 밖에서 웃돌았다.
세대·성별로는 20·30대 여성의 낮은 지지율이 눈에 띈다. 20대 여성 지지율은 35.8%로 20대 남성·30대 남성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30대 여성 지지율도 40.7%로 평균치를 밑돌았는데, 보수 성향이 높다고 알려진 70대 이상 남성(40.5%)과 엇비슷한 수치였다.
리얼미터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 등에 더해 폭염 및 경제 불안 요인까지 중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월별 여론조사 통계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1년 사이 20대와 3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은 평균치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7월 61%였던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지난 7월 45%로 1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69%에서 47%로 22%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전체 지지율이 64%에서 53%로 11%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해 하락 폭이 더 컸다.
이 대통령과 여권의 주요 지지 기반이던 2030 여성층의 이탈 배경에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30 여성들은 장윤기 사건과 돌려차기 사건 등을 생명·안전 이슈로 받아들이며 문제제기에 나섰지만 이 같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이 축소되고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자산 형성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는 2030 여성들의 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보도가 공유되며 우려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4050세대가 정당과의 일체감으로 지지를 하는 것과 달리 2030세대는 효능감으로 지지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 상승했던 주가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가 최근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지지율도 함께 하락한 것이며, 특히 집권 이후 여성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이들 집단에서 긍정 평가가 하락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2030세대 지지율 회복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년들은 지금 거의 취약계층이 돼가고 있다”며 “실제 수요와 생애 주기에 맞게 정책들을 촘촘하게 정비하라”고 했다. 7일에는 참모회의에서 ISA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지난 8일에는 엑스에서 ‘결혼 페널티 22개’를 열거하며 개선을 약속하는 등 사흘 연속 청년 대책을 주문했다.
8·17 여당 전당대회에서도 2030 여성 지지율 회복이 이슈로 부상했다. 김민석 의원은 당헌·당규를 바꿔 선출직 지도부 내에 여성과 청년 대표가 들어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권에 2030 세대를 대표하는 남녀 1명씩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한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2030 특히 여성의 이탈은 정책 이슈를 넘어 우리 당이 세력으로서 이들을 배제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며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젊은층이 없는 정당으로 지속되는 한 그들의 지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0%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호남과 서울·경기를 남겨두고 네거티브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파묘 전당대회”(조선일보), “누가 당대표 되건 당이 깨질 수 있다”(경향신문), “최악의 진흙탕 싸움”(중앙일보)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전대 ‘자중지란’에 중앙 “최악의 진흙탕 싸움”
주요 일간 신문은 11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사생결단의 계파갈등이 부각되고 있으며, 과거 잘못만 들추는 ‘파묘 전당대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당 전대, 이제라도 비전 경쟁으로 후유증 최소화하길>에서 “(이번 전대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건)정책·비전 경쟁을 대체한 건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사생결단식 계파갈등”이라며 “친이재명·반이재명 낙인찍기와 ‘파묘’식 행태가 난무할 뿐, 그래서 당을 어떻게 운영하고 당의 좌표를 어떻게 새롭게 잡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8월11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어 경향신문은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를 감추지 않은 이 대통령 탓도 크다고 본다. 김민석 후보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신천지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정청래 후보는 이를 해당행위로 규명하며 징계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식이니 누가 당대표가 되건 당이 깨지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후보 측은 신천지가 당원으로 침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정청래 후보 측은 이에 반박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신천지 측 인물이 함께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실 정 후보도 사진을 함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8월11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도 <경고음 요란한데, 정쟁 뿐인 민주당> 사설에서 “이쯤 되면 전당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후유증부터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며 “이대로라면 새 지도부가 출범하더라도 계파 간 앙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 전당대회 후에도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힌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8월11일자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정우상 논설위원의 칼럼 <파묘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가 미래는 없고 과거를 들추는 ‘파묘’ 전대가 되고 있다. 그러더니 논쟁이 6·25까지 올라갔다”며 “양측 유튜브는 이런 대립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튜브로 흥했던 민주당이 유튜브로 망할 수 있다는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8월1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신천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진 조작 논란 번진 민주당 신천지 의혹, 제대로 규명해야> 사설에서 “계파 간 공방 소재로 등장하더니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찍힌 사진까지 논란이 되면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비전 경쟁은 없이 계파 간 물어뜯기만 난무한다는 비판을 받는 민주당 대표 경선은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은 혼란스럽고 실망스럽기만 하다”며 “신천지 의혹에 국민의힘만 연루된 것처럼 공세를 펴던 민주당이 집안싸움 와중에 정교 유착 의혹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여야 모두가 자유롭지 않은 신천지 의혹은 민주당 전당대회와 상관없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8월11일자 세계일보 6면 기사
세계일보는 전당대회가 접전 양상을 보이며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6면 <金 “성장” 鄭 “의리” 宋 “사법개혁”… 초박빙 승부에 선명성 경쟁> 보도에서 각 후보의 연설·정견발표·간담회·기자회견·TV 토론 등에서 나온 주요 키워드를 분석했다. 세계일보 분석결과 1주차에선 각 후보 모두 ‘개혁’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2주차부터 ‘성장’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정 후보는 ‘개혁과 의리’를 부각하며 김 후보의 과거 탈당 논란을 거론했고 송영길 후보는 사법개혁 선명성을 끌어올렸다.
세계일보는 “김 후보는 계파 구도 대신 지역 성장과 미래 산업을 자신의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해진다”며 “(정 후보가 2주차부터 개혁과 의리를 부각한 이유는) 김 후보의 2002년 민주당 탈당 전력을 겨냥하면서 자신의 ‘당과의 의리’, ‘이재명 대통령과의 의리’를 대비한 데 따른 것이다. 개혁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의리’를 더해 김 후보와의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 2026년 6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 “국정운영 변화 필요”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43.3%로 지난주와 비교해 2.6%p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53%다. 이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4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8월11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서울신문은 3면 <李 지지율 43% 취임 후 최저 여당보다 낮은 수치에 ‘비상’> 보도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 논란, 증시 변동성 심화, 검사의 직접 수사권한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 강행 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눈에 띄는 건 그간 여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44.6%, 6~7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비공개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왔다”고 했다.
▲8월1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2030여성이 여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부동산·안전 정책 실망… 여권에 등 돌리는 2030여성> 보도에서 “이 대통령과 여당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보다)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청년층이 정부의 부동산·증시 정책에 실망한 가운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안전 문제를 중시하는 2030 여성들의 실망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했다.
▲8월11일자 국민일보 3면 기사
국민일보는 3면 <李 지지율 흔든 부동산·명청대전… 진보층서만 11%p 빠졌다> 보도를 통해 “부동산 정책과 주가 하락 등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 내 혈투가 이 대통령 지지율에 전방위적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라며 “이 대통령이 네거티브 비방전의 소재로 등장하고,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내는 등 분열 양상이 지지율 하락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8월11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李 최저 지지율… 중도층과 2030의 준엄한 경고>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당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여당보다도 낮다”며 “정부와 여당이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국정 운영에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작금의 경향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지지율 추락은 자업자득이다. 정권 출범 후 입법 폭주·사법부 겁박에 이은 형사소송법 개정, 부동산·주식시장 정책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제개편을 밀어붙였다”며 “8·17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정부와 여당이 현재의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국민의힘도 당권 두고 내홍 중 “당원 세 대결로 비화”
▲8월11일자 한국일보 5면 기사
국민의힘 당권 다툼도 다르지 않다. 한국일보는 5면 <당권 갈등 ‘당원 세 대결’로 번지는 국힘> 보도에서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당원들 간 세 대결로까지 비화하고 있다”며 “비당권파 측이 최근 당원·일반시민 2만여명이 참여한 장동혁 대표 사퇴 연판장을 공개하자, 당권파 측은 당원만 2만여명이 서명한 ‘장 대표 지지 및 당 기강 확립을 위한 징계요청서’를 당에 제출하며 맞불 놓기에 나섰다”고 했다.
▲8월11일자 한겨레 5면 기사
한겨레는 5면 <장동혁, 당협위원장 물갈이 나서나> 보도를 통해 “국민의힘이 각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심사·선출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등 당 조직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장동혁 지도부가 비당권파를 겨냥한 징계 정국에 돌입한 데 이어, 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8월11일자 한국일보 칼럼
한국일보는 염유섭 정치부 기자 칼럼 <장동혁 개혁안에 담겨야 할 것들>에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 등 입법 폭주를 반복해도, 실망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으로 향하지 않았다”며 “쇄신 의지 없이 당원 권리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개혁안은 강성 지지층 영향력 확대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8월1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청년여성 ‘표심’ 공략 나선 국힘, ‘여가부 폐지 추진’ 사과가 먼저>에서 “국민의힘이 10일 여성·청년 당원 교육 프로그램인 ‘2030 미래의제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이던 2030 여성의 이탈 추세가 감지되자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성폭력 발생 추세와 여가부 폐지 공약이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국민의힘이 청년여성의 불안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윤석열 정권 당시 여가부를 형해화하고 ‘젠더 갈라치기’에 나섰던 과거부터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세제 개편 논란에 중앙 “엉망, 전면 재검토 해야”
정부가 지난 3일 초고가·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제 개편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고, 현행 20∼30%p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2028년까지 5∼15%p로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8월1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세제 개편안 이견 봇물… ‘과잉과 모순’ 과감히 시정해야>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현실 여건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정책의 방향이 맞더라도 정책의 세부 내용이 정교하지 못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면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예외를 늘리는 땜질식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엉망이 된 세제개편안, 전면 재검토가 맞다> 사설에서 “강남 초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고령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초고가 주택은 연간 보유세가 수천만원까지 뛸 수 있어 오래전 집을 산 고령의 은퇴자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투기와 관계없는 고령의 장기 보유자들로선 무거운 징벌적 보유세에 대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세제개편안에 국민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주거 현실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세제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고 했다.
▲8월11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설 <부동산 세제, 보완할 건 보완하되 공정과세 기조 지켜야>에서 “중요한 점은 여러 갈래의 비판 중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까지 기존 원칙을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제기되는 비판이나 민원 중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신속하게 채택해, 국민들의 고통이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여당이 할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실거주를 우대하고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기조는 가야 할 방향”이라며 “부동산 양도차익의 세 부담을 높여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공정과세라는 큰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0일 6.3 지방선거로 드러난 투표율 허위 입력이 곧 '선거 부정'으로 직결될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명에 "투표자 수 세는 게 그렇게 복잡한 일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에 투표율 오입력 관련 사안을 보고하며 투표자 수 '조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조작으로 명기해 다시 업무보고 하라"는 질타도 나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출범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중앙선관위 등을 대상으로 3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애초 출석한 증인에 대한 신문은 여야가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송파구 개표소 재검표' 일정 문제를 놓고 대치가 길어지며,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은 퇴장한 채 오후 늦게 주질의가 시작됐다.
강동완 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업무보고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투표자 수 오입력과 수정 사례는 선관위가 선거관리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게 변화시키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 당일 투표자 수를 오프라인으로 집계하는 특성상 집계 시점별 차이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관리해 오다 보니 최종 투표자 수와 투표율 집계에만 신경을 썼다. 확인에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강 직무대리는 "선관위 조직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이러한 행위를 한 건 결단코 아니"라며 "투표자 수 집계와 공개를 오프라인,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사람에 의한 부실 관리"라며 "투표자 수 오입력 자체가 부정선거라는 일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OECD 선진 7개국을 대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영미권 국가는 선거 당일 투표 진행 중에는 투표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확정 자료가 아닌 오차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잠정 자료다", "읍면동에서 선거 관리시스템에 입력한 투표소별 투표자 수 합계와 구시군 선관위가 투개표 보고시스템에 입력해 대국민 공개되는 투표자 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등 설명을 이어갔는데,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의 화를 돋우었다.
주진우 의원은 "선관위 직원들의 변명"이 담긴 보고라고 지적했고, 김은혜 의원은 "통렬하게 반성하며 '조작이었다' 말하고 사과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그 말이 없다"고 했다. 신동욱 의원은 "이 정도 부정이라면 저는 부정으로 본다"고 날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선관위 투표율 오입력에 대한 '의도성'을 캐는 질문 이어졌다. 김 의원은 "이게 조정이겠나 조작이겠나"라며 "선관위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선거 조작 지침에 대해서 몰랐다고 다들 말씀하신다면 결론은 한 가지다. 선관위 선거 조작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21대 대선, 22대 총선 그리고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과거 선거에서부터 반복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이 범죄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이걸 알았다면 (선관위의) 배임이고, 몰랐으면 무능"이라며 "이 조작을 누구를 위해 했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은 "투표자 수 임의 조작은 결국 '득표자 수 조작'(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만든다"며 "(선관위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은 "저희가 잘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 향후 절대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도 "죄송하다. 면밀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0일 국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전당대회 중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당연히 이겨야 했을 6·3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며 “그걸 잘 반성할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같이 당권 투쟁을 하면 되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우 전 의장은 최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잘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간 내란 극복을 앞세워왔다”며 “국민의 삶도 살펴야 하는데 나머지 가치를 다 뒤로 미뤄두고 내란 극복에만 너무 집중해온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처럼 민주주의의 틀을 확고히 다지는 과제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1년간 국민이 보시기에 이미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전 의장은 “내란 청산을 위한 틀은 만들어졌고, 잘못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가 할 것”이라며 “내부에서 정교하게 토론해야 할 작업을 미숙하게 겉으로 드러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의 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고 그 성과를 국민 전체로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우 전 의장은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AI까지 새로운 비전을 만들면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성과를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은 그걸 지원하면서도 그로 인한 성과가 일부에게만 가는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집권 여당, 다수당으로서 해야 할 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