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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반도체 수출 호조, 근원물가 상승 압력 키워…근원물가 최대 0.4%p 높아질 것"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6.08.31. 07:25:10

반도체 수출 호조 영향이 근원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은이 발표한 '수요 주도 물가 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한은은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 영향이 내수로 파급됨에 따라 물가 수요 측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점쳤다.

한은은 "상반기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고유가 등 공급측 압력은 점차 완화되는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수요측 압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최근 국내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아 가계와 기업의 실질구매력 확대가 수요측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수요 주도 근원물가 상승기가 네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2002년 카드사태 이전,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회복기, 2022년 팬데믹 충격 회복기다.

한은은 이 시기 특징으로 가계 소비여력이 확충되면서 소비가 호조를 나타낸 점을 꼽았다. "근원물가 상승기에 앞서 임금과 자산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계 소비여력이 개선"됨에 따라 "실질구매력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그간 누적된 비용압력이 가격에 쉽게 반영된 점 역시 물가 자극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어서면 개별품목의 가격 움직임에서 (상승) 동조성이 심화"했다며 "특히 개인서비스 품목에서 이런 특징이 더욱 뚜렷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특히 지금의 반도체 수출 호조처럼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GDI 기반 수요충격은 GDP 기반 충격보다 근원물가에 더 큰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충격은 수입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에 비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전체기간에 걸쳐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분석 종합 결과 "과거 수요주도 고 근원물가기 경험과 최근 여건을 종합하면, 향후 국내 근원물가는 수요측 물가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2%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GDP 갭률이 1%포인트 확대될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은 약 0.1~0.4%포인트 높아질 수 있으며,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GDI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약 0.05~0.2%포인트의 추가 상방압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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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어” 범죄율 1위 제주 괴담 확산…통계 들여다보니

서보미기자

  • 수정 2026-08-31 06:10

제주에서 장기 실종된 30대 여성 장아무개씨의 주검이 발견된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 근처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만에 주검 4구가 발견됐는데 제대로 뒤지면 얼마나 나올지.” “이러다 다 죽어. 빨리 탈출하시길.”

제주에서 경찰관이 ‘허위 종결’한 실종 사건의 30대 여성과 60대 남성의 주검이 잇달아 발견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주의 치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계로 볼 때 제주를 ‘공포의 섬’ ‘범죄도시’라고 보는 시선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지난해 제주의 범죄 발생비는 4193.8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위 부산(3605.5건)과도 격차가 벌어진다. 하지만 범죄 발생비는 주민등록인구 10만명당 발생 건수로, 이때 인구수에는 제주에 사는 주민(약 67만명)만 들어가지만 범죄 발생 건수(2만7880건)는 외지인이 저지른 범죄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렌터카를 몰다 음주운전이 적발돼도 제주의 범죄 건수에 들어간다. 매년 1300만명이 찾는 관광지 제주는 주민등록인구보다 ‘생활인구’가 상당히 많아 인구 대비 범죄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지 않았지만 관광, 취업, 통학 등의 이유로 머물고 있는 이들까지 포함해 실제 그 지역에 있는 인구를 뜻한다. 한 경찰관은 “제주에서 살인·강도 같은 4대 강력범죄는 매우 드물고 폭력이나 소액 절도 사건이 대부분”이라며 “상주인구가 적다 보니 범죄율 1위는 맞지만 통계의 착시가 있다”고 했다.

무사증 제도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보니 ‘이번 실종 범죄의 배후도 중국’이라는 괴담도 퍼지고 있으나 제주의 외국인 범죄율은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검거된 피의자 중 외국인 비율은 제주의 경우 3.5%로 1위인 경기 남부(4.13%)보다는 낮고 서울(3.42%), 인천(3.19%)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이달 22일부터 사흘 동안 30대 여성 장아무개씨를 비롯한 실종자 주검 4구가 수습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제주 실종지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29일에도 20대 남성이 실종 신고 하루 만에 서귀포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수색만 하면 주검이 나오는 동네”라는 글이 온라인에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청이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제주에서 접수된 실종 성인(가출인) 접수 건수는 786건으로, 인구 10만명당 접수 건수로 치면 18개 시·도경찰청 중 7위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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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서 사라진 친정청래…호남은 유시민에 등 돌렸다

이재명 대통령 2기 개각에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친문까지 기용

6개 부처 중폭 개각…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친문 동시 발탁

친정청래계 인사는 전무…구윤철 부총리는 공항서 교체 통보

광주 택시기사·주민 10여명, 유시민 호남 이익투표론에 일제히 반발

2026-08-31 07:37:23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6개 부처 장관을 바꾸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친문 인사까지 명단에 올랐다. 그런데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심판했던 호남에서는 유시민 작가를 향한 반발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친문까지 껴안았지만 친정청래계만 없었다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이 지명됐다. 법무부 장관에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장관에는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발탁됐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이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 인선도 함께 나왔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인공지능(AI) 수석으로 들어갔고,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정무특보로 발탁됐다.

 

이 명단에는 빠진 계보가 하나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지사가 들어갔고,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에서 각각 한 명씩 나왔다. 전당대회 전후로 팀 김어준 쪽에서는 정청래 전 대표의 국무총리설과 법무부 장관설이 거듭 나왔다. 홍사훈 기자가 총리도 시킬 만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시민 작가가 정청래 전 대표를 총리나 장관으로 천거한 적은 없다. 다만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하는 참모가 없다는 그의 비판은 사람 쓰는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개각 발표 하루가 지나도록 정청래 전 대표 쪽 인사는 끝내 한 명도 호명되지 않았다.

 

판사 출신 법무장관, 육사 출신 국방장관…조직 안착에 방점

 

법무부 장관에 판사 출신을 앉힌 데는 균형 계산이 깔려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에는 이미 검찰 출신 한찬식 수석이 임명돼 있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모두 검찰 출신으로 채우면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김승원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경파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10월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 조직을 다독일 자리에 그를 앉혔다.

 

국방부 장관 인선에도 비슷한 계산이 보인다. 강신철 후보자는 육사 출신이다. 문민 통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이름은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반대편에 적혀 있었다.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에 향후 군 인사에서 배제하거나 내보낼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앞에 놓인 과제는 3군 사관학교 통합이다. 군 내부 반발을 뚫어야 하는 일에 육사 출신을 앞세웠다.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을 나란히 차관 승진으로 채운 것도 눈에 띈다. 기존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신호다. 동시에 빠른 집행을 주문한 인선이다. 홍지선 후보자는 경기도에서 도로정책과장과 철도국장을 거쳐 2020년 7월 도시주택실장까지 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기본주택 정책을 맡겼던 인물이다. 청와대에는 메가 프로젝트 보좌관 자리도 새로 생겼다. 기후에너지부 출신 이원주 실장이 앉았다. 반도체 단지 조성에서 병목이 되는 용수와 전력을 풀라는 배치다.

 

이소영 의원의 중기부 장관 발탁은 다음 총선까지 시야에 넣은 인사로 보인다. 지역구인 과천·의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내준 곳이다. 이 의원은 이낙연 대표 시절 발탁돼 친낙계로 분류됐고,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에는 쓴소리를 하던 의원이었다. 용혜인 의원은 1990년생으로, 90년대생 첫 장관이 된다. 지명 직후 이준석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가 나란히 반발했다.

 

구윤철, 공항에서 교체 통보…신천지 연관 행사 질의엔 끝내 침묵

 

교체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경질을 공항에서 알았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인천국제공항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측근이나 청와대 라인에서 미리 귀띔받은 것이 없었다. 청와대가 인선을 마지막까지 보안에 부쳤다는 이야기다.

 

구 부총리를 둘러싼 미해명 사안도 그대로 남았다. 2019년 마포에서 열린 노벨재단 행사 영상에는 그가 맨 앞줄에서 박수를 치는 장면이 담겼다. 이 행사를 주최한 이희자 근우회장은 신천지 유착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뒷줄에는 정청래 당시 전 의원이 앉아 있었다. 구 부총리가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이었고 정청래 의원의 권유로 마지못해 참석했다는 제보가 뉴탐사에 들어왔다. 7월 24일 재정경제부 대변인에게 관련 기사와 제보 내용을 문자로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7월 24일 구 부총리 본인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대변인은 문자를 읽었다. 구 부총리는 8월 30일까지도 문자를 열어보지 않았다. 전화 신호는 갔지만 받지 않았다.

 

최민희 "인내하고 절제하며"…정청래는 결혼식 이야기만

 

개각을 받아든 친정청래계의 표정은 페이스북에 그대로 드러났다. 최민희 의원은 왜 민주정부만 들어서면 부동산이 이러냐고 적었다. 골목상권에 찬바람이 분다는 말도 붙였다. 그러면서 "저희들, 인내하고 절제하며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라고 썼다. 뒷부분에는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묶은 기본사회와 억강부약·대동세상에 동의해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개각 명단이나 신임 후보자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었다.

 

정청래 전 대표는 개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MBC 기자의 결혼식 이야기를 올렸을 뿐이다. 통합형 인사라 흠잡을 지점이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환영한다고 쓰면 지지자들에게 면이 서지 않는 자리다.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씨 말은 꺼내기도 싫다" 광주 택시기사들

 

유시민 작가는 호남이 김민석 대표에게 몰표를 준 이유를 호남 메가 프로젝트에서 찾았다. 프로젝트가 어그러질까 봐 호남이 이익 투표를 했다는 취지다. 이 발언에 전북 의원들이 먼저 반발했다. 안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호남의 선택을 왜곡하지 말라고 적었다. 호남의 높은 민주 시민 의식에서 나온 선택이지 이익 투표가 아니라고 했다. 박희승 의원은 전북이 반도체 투자 지역도 아닌데 김민석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었다며 당원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29일 광주에서 만난 시민 10여명의 답도 두 의원의 반박과 다르지 않았다. 예외는 한 명이었다. 광주공항에서 만난 서울 거주 승객은 유시민 작가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나머지는 하나같이 유시민 작가를 비판했다.

 

같은 공항에서 만난 광주 시민 승객은 이익 투표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지켰다고 말하는 데 대해 "말은 그렇지"라고 답했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공항에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는 더 셌다. 정청래 전 대표가 법사위원장 시절에는 잘했지만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의 오만한 권력자 발언에 대해서는 "윤석열 때 했어야지"라고 했다. 이 기사는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메가 프로젝트 수혜를 지키려 표를 몰아줬다는 해석이 이 한 사람에게서 이미 무너진다.

 

군공항 맞은편 마을의 온도는 달랐다. 100년 된 초등학교가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토지 거래는 이미 묶여 있었다. 마을에 하나뿐인 부동산 중개업소는 토요일 오후 5시에 문이 잠겨 있었다. 경로당 자원봉사자는 전투기 소음이 사라지는 것 말고는 기대가 없다고 했다. 4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부부는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청년은 반도체 공장이 들어온다는 사실도, 김민석 대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헌법을 바꿔서라도 한 번 더 했으면"

 

광주송정역 택시 승강장은 전당대회 기간 정청래 전 대표가 환대를 받았다고 자랑했던 곳이다. 29일 그 자리에서 만난 기사들의 답은 달랐다. 한 기사는 김민석 대표 당선을 잘된 일로 평가했다. 정청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실수를 많이 했다"고 잘랐다. 유시민 작가에 대해서는 "왔다 갔다 한다"며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기사는 정청래 전 대표를 두고 말을 함부로 한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 이름이 나오자 이 기사는 욕설부터 뱉었다.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기사는 중도 확장론에 손을 들었다. 다음 총선에서 이기려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손발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을 두고 오만한 권력자라 부르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가장 긴 말은 마지막 기사에게서 나왔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과 지금을 비교했다. 예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무슨 말을 하면 받아줬는데 지금은 통하지 않으니 헛소리를 한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호남에 신경 쓴 사람이 누가 있었냐고 그는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이쪽은 배가 고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바꿔서라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익 투표가 아니라 고마움의 표시였다.

 

호남의 오래 눌린 소외감을 정면으로 꺼낸 첫 대통령이라는 말은 인터뷰마다 되풀이됐다. 정작 유시민 작가가 호남의 이익으로 지목한 반도체 단지는, 그 부지 맞은편 마을에서 화제조차 되지 않았다. 이전 계획을 처음 듣는다는 주민이 있었고, 땅은 이미 거래가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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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불러대는 민주당, 노무현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 연구교수이자 국제법·과학기술혁신정책 전문가다. ITU 전문위원,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 최연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을 맡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 자문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표창, 법제처장표창, 과기정통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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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8.29 19:45

  • 수정 2026.08.30 03:29

  • 댓글 4

[청년과 민주당, 그리고 노무현 ③ 끝]

구호로만 '노무현 정신', 시민 불편하게 만들어

정치인은 지지자에 “아닙니다” 말할 수 있어야

정치적 유산, 말로 계승되지 않고 행동으로 계승

민주당 브랜드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자산으로

오늘 민주당이 원칙과 상식의 정당인지 증명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사진=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에서 노무현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선거 때마다 그의 이름이 등장하고, 5월이 되면 봉하마을이 정치의 중심이 되고, 연설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이 반복된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무엇을 계승한다는 것인가. 노무현의 이름인가. 노무현의 이미지인가. 노무현의 지지층인가. 아니면 노무현이 실제 정치에서 감당했던 원칙과 선택인가. 이 질문들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노무현을 기억하는 것과 노무현을 계승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하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노무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그를 지나치게 아름답게 기억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상고 출신 변호사. 인권변호사. 지역주의에 도전한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 물론 모두 중요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노무현의 정치가 설명되지 않는다.

노무현은 꽤 자주 자신의 지지층을 불편하게 만든 정치인이었다. 그의 선택에는 늘 논쟁이 따라붙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랬고, 이라크 파병이 그랬고, 부동산 정책도 그랬다. 정치적 타협도 지지자들에게는 때때로 배신처럼 보였다. 그는 모든 순간에 옳았던 정치인이 아니다. 오히려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선택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을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가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노무현에게 정치는 ‘편을 드는 기술’이 아니었다

오늘날 정당정치에서 정치인은 끊임없이 계산한다. 당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지율은 어떤가. 온라인 반응은 어떤가.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되는가. 상대방에게 공격받을 가능성은 없는가. 물론 정치에서 이런 계산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계산이 정치의 전부가 되는 순간 정치인은 지도자가 아니라 여론의 추종자가 된다. 노무현의 정치가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정치적 방향을 놓고 지지층과 충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들조차 그의 모든 선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노무현 정치의 특징이었다.

지지자에게 박수받는 것과 국가를 위해 필요한 선택을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정치에서 말하는 리더십이다. 여기서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을 가져와볼 필요가 있다. 밀은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계했다. 다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억압하면 사회 전체의 사고능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정당정치에 적용하면 꽤 불편한 결론에 도달한다.

당원 다수가 원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정책이 항상 좋은 정책인 것도 아니다.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말이 가장 필요한 말인 것도 아니다. 정치인은 때때로 지지자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은 정치조직이 아니라 거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2007.1.16 연합뉴스

정치인의 용기는 ‘반대편을 공격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치에서 용기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상대 정당을 강하게 공격하면 용기 있다고 한다. 정부를 비판하면 소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용기는 다른 곳에 있다. 자기편에게 반대하는 것. 지지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말을 하는 것. 당 지도부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손해가 되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면 공개적으로 수정하는 것. 이것이 훨씬 어렵다.

상대방을 공격하면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편을 비판하면 박수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의 진짜 소신은 적 앞에서가 아니라 자기편 앞에서 시험된다. 노무현이 남긴 것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다

여기서 노무현을 지나치게 신격화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이 했던 모든 정책을 오늘날 민주당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2000년대의 대한민국과 2026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르다. 경제구조도 달라졌고, 노동시장도 달라졌고, 기술도 달라졌고, 청년의 삶도 달라졌다. 따라서 노무현의 정책을 복사하는 것은 계승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계승해야 하는가. 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대하는 태도. 정치를 대하는 태도. 국민을 대하는 태도. 자기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실패를 대하는 태도. 정치철학은 정책 목록보다 이런 태도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

소크라테스에게 중요한 철학적 태도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정말 옳은가?” “내가 정의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정의인가?” 이 질문을 정치에 가져오면 상당히 불편해진다. 정치인은 자신이 옳다고 확신해야 하는 직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인은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일 수 있다.

자신의 정책이 옳다고 믿는 것과, 자신의 정책만 옳다고 믿는 것은 다르다. 자신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믿는 것과, 자신의 정당은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 것은 다르다. 자신의 지지층을 존중하는 것과, 지지층의 모든 판단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말 역시 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정치가 정말 우리가 말하는 정치와 같은가?” 노무현의 ‘지역주의 극복’은 현재에도 유효한가? 노무현의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주의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불리한 지역에서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감수했다.

오늘날 지역주의가 과거와 동일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정당은 여전히 지역별 정치적 계산을 한다. 후보 공천도 지역구의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한다. 정치인 역시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그렇다면 노무현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인은 지역의 표를 따라가는 사람인가,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인가. 이 차이는 상당히 크다. 정치인이 유권자의 현재 욕망만 따라간다면 선거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정치의 역할은 때로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직 생각하지 못한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권위주의적 리더’와 다른 정치문화를 만들려고 했다. 노무현 정치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권위의 문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본질적으로 엄청난 권력을 갖는다. 그 권력은 사람을 쉽게 취하게 만든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 위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다. 이것은 매우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이다. 정치인은 국민보다 높은 사람이 아니다. 국민에게 권한을 빌린 사람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더 쉽게 질문받아야 한다. 더 많이 비판받아야 한다. 더 투명해야 한다. 더 책임져야 한다. 노무현을 계승하는 정당이라면 바로 이 원칙을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한다. 정치적 유산은 말로 계승되지 않는다. 행동으로 계승된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4.5.23

노무현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특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 정치인의 사과다. 정치인은 사과를 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과하면 정치적 약점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대개 설명한다. 해명한다. 반박한다. 상대방의 잘못을 이야기한다. 맥락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때때로 그 모든 설명보다 간단하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치에서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책임정치의 출발은 바로 그 문장이다. 실패를 인정한다고 해서 정치인이 무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이 더 위험하다. 노무현을 ‘정치적 성인’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나는 오히려 민주당이 노무현을 지나치게 성역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무현도 정치인이었다. 정책적 오류가 있었고, 정치적 판단의 한계도 있었고, 비판받아야 할 결정도 있었다. 그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의 정치철학도 살아남는다.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정치적 성인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 사람의 철학은 죽는다. 그저 기념물이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정말 계승하고 싶다면 오히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도 틀릴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노무현의 복제’가 아니다 2026년 민주당이 노무현 시대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년이 원하는 것도 과거의 복원이 아니다. 지금의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AI 시대의 일자리다. 주거 문제다. 교육 문제다. 노동시장의 변화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다. 지역소멸이다. 기후위기다. 그리고 새로운 국제질서다.

노무현 시대에는 없었던 수많은 문제가 등장했다. 따라서 노무현의 정책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질문은 복원할 수 있다. 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당은 국민보다 먼저인가. 지지층은 항상 옳은가. 정치인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치적 이익보다 국가적 이익을 우선할 수 있는가.

청년에게 ‘노무현 정신’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이 부분도 중요하다. 20대와 30대에게 “노무현을 무조건 존경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청년은 특정 정치인을 존경해야 할 의무가 없다. 노무현을 비판해도 된다.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가 한국 정치에 던졌던 질문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그 질문이 오늘날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 역시 청년에게 노무현을 설명하기 전에 자신이 노무현의 질문을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결국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을 위한 말이 아니다. 나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의 소유물이 아니다.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만의 것도 아니다. 특정 정당의 선거 슬로건으로 독점될 수도 없다. 원칙과 상식, 권력의 책임, 지역주의 극복, 대화와 타협,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 이런 가치들은 민주당만의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가치다.

그래서 오히려 민주당이 노무현을 독점하려 할수록 노무현의 의미는 작아진다. 노무현을 민주당의 브랜드에서 꺼내 한국 민주주의의 자산으로 돌려놓는 것이 진정한 계승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노무현의 사진을 더 많이 걸 필요 없다.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 필요도 없다. ‘노무현 정신 계승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 필요도 없다.

대신 정치의 일상에서 보여주면 된다. 자기편을 비판할 것. 잘못을 인정할 것. 상대방의 옳은 말을 인정할 것. 당론보다 국가적 이익을 고민할 것. 지지층에게도 필요한 말을 할 것. 선거에 일정부분 불리하더라도 원칙을 지킬 것.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국민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노무현의 이름보다 어려운 것은 노무현의 질문이다 노무현을 기억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노무현처럼 질문하는 것은 어렵다. 노무현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노무현처럼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고 책임지는 것은 어렵다.

노무현을 추모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노무현처럼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과 충돌할 각오를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이 정말 노무현을 계승하고 싶다면, 노무현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스스로에게 더 많이 물었으면 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가. 우리가 주장하는 원칙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가. 우리는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면 지지층에게 박수받고 있는가. 우리는 틀렸을 때 인정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굳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먼저 노무현을 회상하고, 알아볼 것이다. 노무현은 과거가 아니라 하나의 기준이다. 나는 노무현을 민주당의 과거로만 보고 싶지 않다. 그를 정치적 성인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민주당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보고 싶다. 노무현이 옳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노무현을 계승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노무현이 강조했던 원칙을 민주당 자신에게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그 기준 앞에서 민주당이 통과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통과하지 못한다면 고치면 된다. 그것이 정치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노무현을 닮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이라면 불편해했을 정치적 행동을, 우리도 불편해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노무현 정신’의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청년이 민주당에게 원하는 것도 거창한 것이 아닐 것이다.

과거를 자랑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증명하라는 것이다. 노무현의 이름으로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오늘의 민주당이 원칙과 상식의 정당인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이 끝났을 때 비로소, “우리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합니다.”라는 말도 다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수영(36) 시민기자는 대학에서 국제법을 공부했으며, 국제법·과학기술혁신 정책 전문가로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OCU) 스마트AI경영학과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문위원과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위원장으로 일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책 자문 및 평가에 참여해 왔다. 지난 10여 년 일자리와 복지 등 전통적인 청년정책에서 출발해 청년의 사회참여와 권리, 미래교육과 과학기술, 글로벌 성장에 이르기까지 청년세대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정책과 거버넌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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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즉각 탄핵!”, “경제 수탈 미국 규탄!”…206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8/29 [21:30]

 

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세력청산! 국민주권실현! 206차 촛불대행진’이 29일 오후 6시 대법원 인근에서 열렸다.

 

© 이영석 기자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60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요즘 이재명 정부 지지율에 대해서 많이들 걱정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여기저기서 내란세력이 들고 일어나서 신나게 공격하고 흔들어대고 있다. 지지율 회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기로 했던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내란 청산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으면 내란은 반드시 또 일어난다”라고 경고하고 구호를 외쳤다.

 

“국회는 조희대를 즉각 탄핵하라!”

“자주 없이 경제 없다. 자주로 살길 찾자!”

“경제 수탈 내정간섭 미국을 규탄한다!”

 

권오민 강북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조희대는 법원조직법을 무시하고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통보했다”라며 “초유의 대법관 재제청 사례까지 만든 범죄자가 국회 출석도 거부하고 아직 대통령 놀이 중인데, 대법원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또 “미국이 호남 반도체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미국 현지 생산 시설 확대를 요구하고, 이제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100% 부과하겠단다”라며 “남의 나라가 우리 기업의 운명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외쳤다.

 

나현민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은 “우리는 절대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주권자 국민이 독재자 박정희를 끌어내렸지만, 학살자 전두환이 쿠데타를 발생시켜 국민의 권력을 찬탈했고, 또다시 주권자 국민이 박근혜를 끌어내렸지만 검찰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수괴에게 권력이 넘어가고 말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를 막지 않고 방치한다면 내란세력인 저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내란 공범 사법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될 것이 뻔한데 저들의 악행을 우리 국민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 권오민 공동대표(왼쪽)와 나현민 회원. © 이영석 기자

염미례 영등포양천강서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8월 16일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 지시했다. 그리고 한미연합훈련은 축소 중단되었다”라며 “이렇게 말 한마디로 쉽게 중단시킬 수 있는 거라면 전쟁 위기만 고조시키는 한미연합훈련, 아예 영구 중단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또 “공화당의 한 의원은 ‘미국이 그동안 한국을 지원해 줬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인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며 배은망덕하다는 망언을 지껄였다. 미국에 투자도 우리 기업이 하고, 공장도 우리가 지어주는데 배은망덕한 건 미국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반도체를 내놓아라, 선박을 내놓아라, 우리가 무슨 조공국인가? 우리가 무슨 식민지인가? 우리는 주권국가다! 대한민국은 자주독립의 나라다!”라며 “경제 수탈 규탄한다! 내정간섭 중단하라! 가짜 안보 거짓 동맹 미국을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미 7공군 항의방문을 했다가 구속된 후 26일 석방된 윤겨레 대진연 회원은 “우리 대학생들이 오산 미 공군기지 안 도로를 달리며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해방감이었다. 점령군 미군에게 유린당해 온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온몸으로 그들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보람찬 일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더 이상 너희 (미국)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너희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압도적인 힘의 원동력, 사랑과 믿음으로 뭉친 우리가 호남 반도체 성사하고 너희의 전쟁 구상까지도 박살 낼 것이다. 너희가 짓밟은 우리 청년들이 너희를 몰아내고 말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기어이 자주를 쟁취하리라”라고 했다.

 

▲ 염미례 공동대표(왼쪽)와 윤겨레 회원. © 이영석 기자

윤현주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은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대국민 학살을 기획한 내란을 일으켰는데 몇 명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흐지부지 그냥 넘어가도 되나?”라며 “내란세력이 조희대를 믿고 이렇게 날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희대가 내란세력의 뒷배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조희대는 12.3 계엄 당일 사법권을 계엄재판부에 넘기려 했던 내란 공범이기 때문”이라면서 “국회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도 말고, 그놈의 역풍 타령도 이제는 개나 줘버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강남역으로 행진했다.

 

촛불행동은 다음 주부터 촛불대행진을 오후 5시에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 윤현주 회원. © 이영석 기자

 

▲ 유튜버 ‘제2독립군’ 김한일 씨가 「왜 이래」를 개사한 「죄희대」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노래패 맥박이 「빛이 온 세상에」, 「희망을 위하여」, 「뚜벅뚜벅」,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더 가열하게 투쟁하자는 마음으로 머리를 짧게 잘라 다짐을 새로 했다.” -대학생 참가자.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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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새 대표 양경규 전 의원…“대중적 진보정당 만들 것”

최상원기자

  • 수정 2026-08-29 19:49

양경규 정의당 새 대표. 연합뉴스

29일 양경규 전 의원이 정의당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정의당은 양경규 전 의원이 단독 입후보한 상황에서 24∼28일 온라인 투표, 29일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방식으로 당대표 선거를 진행했다.

전체 선거권자 9738명 중 3724명이 참여해 투표율 38.2%를 기록했다. 양 전 의원은 찬성률 94.7%(3409표)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반대는 191표, 무효는 124표였다.

양 대표는 “더 크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일에 나서겠다. 당원을 늘리고 지역을 다시 세워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겠다. 변화한 시대에 맞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의제를 만들겠다. 노동과 녹색, 여성과 청년,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다시 만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양 대표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 상공회의소노조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2024년 비례대표였던 류호정 의원이 탈당하면서 의원직을 상실하자,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승계해서 4개월간 의정활동을 했다.

정의당은 지난 10∼11일 진행된 후보 등록 기간에 당 대표·부대표 선거 모두 지원자가 없어 입후보 기한을 18일까지 연장했다. 그 결과 당대표 후보로 양 대표가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대표 임기는 2년이며, 당선 확정 즉시 시작된다.

함께 치러질 예정이었던 부대표 선거는 입후보자가 없어 공석으로 남게 됐다. 정의당은 추후 재공고를 거쳐 부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최상원 기자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다고 믿는 모든 권력이 지역에 고루 분배되어야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 최상원입니다. 한겨레가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는 날은 언제나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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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 안심숙소 27억, 동생 측근 호텔 땅으로 갔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8/30 08:53
  • 수정일
    2026/08/30 08:5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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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사라졌고 신안군은 반환 절차에 들어갔다

정청래 전 대표 특보 임명 뒤 6·3 공천…신안서 조국혁신당에 패배

착공도 안 한 3권역에 총사업비 70%인 27억3000만원 선지급

업체 대표 회사, 박 전 군수 동생 박우득씨 법인과 같은 주소에 등기

2026-08-30 05:19:27
 

전남 신안군이 염전근로자 안심숙소를 짓겠다며 민간업체에 27억3000만원을 내줬다. 그 자리에는 아직 아무것도 서 있지 않다. 업체는 그 돈으로 호텔 부지를 샀다고 신안군에 스스로 밝혔다. 사업을 밀어붙인 사람은 박우량 전 신안군수다. 박 전 군수는 채용 비리로 군수직을 잃고도 사면·복권됐고,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대표 특보를 거쳐 6·3 지방선거 공천을 받았다.

 

27억3000만원 나간 자리엔 논밭뿐

 

안심숙소 사업은 전체 100억원 규모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염전근로자를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했다. 신안군을 세 권역으로 나눠 숙소를 짓는 방식이다. 1권역 도초면 오류리에 30억원, 2권역 하의면 대리에 30억원, 3권역 압해읍 장감리에 40억원이 배분됐다.

 

1권역과 2권역은 신안군이 시설비 예산을 편성해 직접 발주했다. 두 곳 모두 준공됐다. 3권역만 민간위탁으로 갔다. 수탁사업자는 주식회사 스타비아눔이다.

 

집행 내역을 보면 2025년 1월 9일 10억원, 6월 27일 9억원 등 네 차례에 걸쳐 27억3000만원이 나갔다. 총사업비의 70%에 가까운 돈이다. 그 시점까지 실시설계 용역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취재진이 장감리 현장 두 곳의 번지를 모두 둘러봤다. 논과 밭, 산이었다. 끝자락에 있는 건물은 예전부터 있던 창고였다. 공사 장비 한 대가 서 있었을 뿐 손을 댄 흔적이 없었다.

 

돈은 통장에도 없었다. 신안군이 확인한 보조금 통장의 잔고는 0이다.

 

"호텔 부지를 샀다" 업체의 시인

 

6·3 지방선거로 군정이 바뀐 뒤 신안군은 스타비아눔에 잔고증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업체가 낸 답변서에 답이 적혀 있었다.

 

"24년도 염전근로자 안심숙소 사업비 27억3000만원을 지급받아 안심숙소 및 관광호텔과 단독주택 단지와 진입도로 부지의 토지를 매입하는 비용으로 사용하였음."

 

업체는 근거까지 댔다. "신안군으로부터 관광호텔 단지 인접 토지를 매입해도 좋다는 사용 승인을 받아 토지 매입비 및 회사 운영비로 사용하였음"이라고 적었다.

 

신안군의 판단은 정반대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회신에서 신안군은 해당 행위가 신안군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와 위탁계약 조항 위반이라고 밝혔다.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방적 허위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신안군은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응하지 않고 있다. 반환 절차는 진행 중이다.

 

국도 77호선 발표 뒤 몰린 22필지

 

스타비아눔 대표는 장원씨다. 장씨는 원건축 대표이기도 하다. 두 회사의 사업장 소재지는 압해읍의 같은 주소다. 이 주소에는 회사가 더 있다. 박 전 군수 동생 박우득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확인된 엔젤브릿지, 그리고 박우득씨 딸이 이사로 등재된 YJ농업회사법인이다. 엔젤브릿지 대표이사로 올라 있는 김씨는 앞선 취재에서 이름을 빌려줬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땅의 이동 경로는 국도 77호선과 겹친다. 신안 압해에서 해남 화원을 잇는 이 노선은 2019년부터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2020년 본격 추진이 발표됐다. 박우득씨 회사인 삼연개발이 장감리 일대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한 시점이 2020년이다.

 

땅은 2025년 들어 손을 바꿨다. 1월 6일 YJ농업회사법인으로, 1월 14일 스타비아눔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신안군이 안심숙소 사업비 10억원을 집행한 시점이 그 사이다. 취재진이 등기부로 확인한 이 일대 토지는 22필지, 2만여평이다. YJ농업회사법인이 3필지 9660평, 장씨 개인 명의가 11필지다.

 

신안군은 장씨 소유 2필지를 안심숙소 부지 명목으로 1억8000만원가량에 사줬다. 이 돈도 담당 부서 예산이 아니었다. 친환경농업과 예산으로 집행됐다.

 

'관리·운영 위탁'으로 받아낸 군의회 동의

 

지방자치법 제117조 제3항에 민간위탁이 가능한 사무가 정해져 있다. 조사, 검사, 검정, 관리 업무 등이다. 시설을 새로 짓는 일은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 안심숙소는 소유권이 신안군에 있어야 하는 시설이다. 애초에 민간에 맡길 수 없는 사업이었다.

 

군의회 동의는 다른 이름으로 받았다. 신축 사업이 아니라 숙소를 관리·운영하는 위탁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해명했다. "공사하고 보조사업하고는 달라요." 보조금은 기성률과 무관하게 통장에 예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 통장에다 예치를 해 놓는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예치돼 있어야 할 27억원은 없다. 신안군은 잔고증명서 제출과 반납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당시 이 사업을 맡았던 과장은 자청해서 섬으로 전보를 갔다. 집행을 요구하는 압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지역에 남아 있다.

 

한 신안군민은 취재진에게 이행보증 문제를 짚었다. 위탁 계약을 맺었다면 사업비 범위 안에서 이행보증보험을 걸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률이 0%인데 전체 사업비의 50%에 상당한 위탁금이 지급됐다는 것은 그건 횡령을 하라고 준 거하고 똑같은 거"라고 말했다.

 

현재 담당자는 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 업체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저희가 알고 있는 연락처로 연결이 안 됩니다"라고 했다. 불이행 시 재산 압류까지 검토 중이다.

취재진은 압해읍 원건축 사무실을 세 차례 찾았다. 우편물이 쌓여 있었고 집기만 남아 있었다. 얼마 전 큰 트럭 두 대 분량의 짐이 빠져나갔다는 인근 상인의 말이 있었다. 7월 말자로 폐업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서울에 있는 지사 사무실도 비어 있었다.

 

정청래가 박우량을 특보로 세우고 경쟁자는 징계

 

박 전 군수는 신안군수를 16년 했다. 2025년 3월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군수직을 잃었다. 신안군 부정 채용 사건이었다. 5개월 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곧이어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의 당대표 특보로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취재진이 신안 현장에서 찍은 현수막에는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 특보 박우량"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박혀 있었다. 대법원 확정판결과 사면, 그리고 특보 임명이 한 해 안에 이어졌다.

 

공천 과정도 평탄했다. 전남도당 공천 기준상 별도 감산 없이 경선에 참여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경쟁 후보는 불법 당원 모집 의혹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중앙당 윤리심판원 재심에서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그 소식이 나오자 정청래 당시 대표가 당대표 직권으로 비상징계를 결정했다. 당사자 소명 절차는 없었다.

 

신안군민 대책위원회는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공천 적격 판정에 항의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공천은 그대로 갔다.

 

결과는 6월 3일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신안에서 민주당 후보가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졌다.

 

신안군은 7월 8일 공유재산 교환, 염전근로자 안심숙소 건립, 기증 수목 사업 등 3개 사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모두 민선 7·8기에 추진된 사업이다.

 

취재진은 장원 대표에게 사업비 사용 근거를, 박우득씨에게는 토지 매입 경위와 매도 배경을, 박 전 군수에게는 민간위탁 결정과 사업자 선정 관여 여부를 각각 문자로 물었다. 세 사람 모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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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새기며 돌아보는 캐나다 종군기자 맥켄지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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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맥켄지와 기록하는 자의 책임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신문기자가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러 조선 땅을 밟았을 때, 그는 그저 일본군을 따라다니며 기사를 송고하는 종군기자였을 뿐이다. 처음엔 일본에 딱히 나쁜 감정도 없었다. 오히려 근대화를 이룬 신흥강국이라는 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눈으로 보고 마음을 바꾸는 법이다. 프레드릭 아서 맥켄지(Frederick Arthur McKenzie, 1869~1931)는 조선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본의 만행을 직접 목격한 뒤, 펜끝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그는 백년도 더 전에 이 땅에 왔다가, 사진 한 장과 책 두 권으로 후대 한국인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남겼다.

 

프레드릭 맥켄지(위키피디아)

을사년 이후의 목격자

맥켄지는 런던의 신문사 데일리 메일 소속으로 1904년과 1906년, 두 차례 조선을 찾았다. 첫 방문은 전쟁 취재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1906년 여름 다시 찾아온 그는 이번엔 아예 조선에 눌러앉다시피 하며 약 1년 반을 머물렀다. 1907년에는 순종의 즉위식 현장을 눈으로 지켜봤고, 같은 해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로 해산당한 뒤 전국 각지에서 봉기한 의병의 활동을 취재하러 다녔다. 경기도 양평 지평면 인근 야산에서는 낡고 녹슨 총을 든 젊은 의병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훗날 그는 이때 만난 의병이 "우리는 어차피 죽겠지만, 일본의 노예로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이 장면은 훗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마지막 회에서 재현될 만큼 깊이 남은 순간이 되었다.

 

1907년 맥켄지가 촬영해 '대한제국의 비극'에 실린 의병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 한 장, 책 두 권

맥켄지가 이때 남긴 사진은 오늘날까지 전하는 사실상 유일한 의병 기록사진이다. 제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청년들이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이 사진은, 문서보다 더 강한 방식으로 그날의 진실을 증언한다. 그는 이 경험을 담아 1908년 '대한제국의 비극'이라는 책을 펴냈다. 을사늑약 이후 조선에서 벌어진 일제의 탄압과 의병의 항쟁을 세계에 소개한 최초의 서양어 기록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에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꾸민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재판 기록까지 부록으로 실려 있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하나의 고발장에 가까웠다.

1910년부터는 런던 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1914년까지 일했지만, 조선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당시 캐나다 출신 선교사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Frank William Schofield, 1889~1970)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암리 학살의 진상을 세상에 알렸고, 이 기록을 바탕으로 1920년에는 '자유를 위한 한국인의 투쟁'이라는 책을 펴냈다. 같은 해 런던에서는 한국친구회를 조직해 "한국의 독립은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에도 이익이 된다"는 신념으로 독립운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항일 언론활동을 벌였던 영국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Ernest Thomas Bethell, 1872~1909)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신념으로 목숨을 걸었던 서양인 언론인이었다. 맥켄지와 베델처럼 낯선 땅의 약자 편에 서기를 택한 외국인들이 있었기에, 조선의 참상은 완전히 묻히지 않고 세계에 전해질 수 있었다.

한국정부는 2014년 삼일절을 맞아 맥켄지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조선 땅에 잠시 머물다 간 외국인 기자 한 사람에게, 백 년도 더 지난 뒤에야 갚은 감사였다.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위키피디아)

기록하는 자가 지켜야 할 것

맥켄지가 남긴 것은 단순한 특종이 아니다. 그는 힘없는 자의 편에서, 강자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눈앞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그는 캐나다 퀘벡 태생이었지만, 당시 캐나다는 영국의 자치령(Dominion)이었고 그 자신도 평생 런던의 신문사에 몸담았다. 그가 소속된 영국 언론사는 하필 일본과 동맹을 맺은 나라였다. 자신이 몸담은 언론사와 국가의 외교적 이해관계와 정반대되는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책의 머리말에서, 힘없는 이웃 나라의 재산과 목숨을 짓밟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제국의 팽창은 인간의 양심에 반한다고 분명히 적었다. 자기가 속한 언론사와 동맹국의 체면보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진실을 앞세운 선택이었다.

지금 한국을 돌아보면 어떨까. 2024년 12월 3일 밤, 국민들은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이라는 낯선 단어와 다시 마주해야 했다. 그 순간 시민들의 휴대전화 영상, 기자들의 현장취재, 국회의 담을 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훗날 진실을 증언하는 자료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맥켄지의 사진 한 장이 백년 넘게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이야기되듯, 지금 이 순간의 기록들도 언젠가 역사의 증거로 다시 소환될 것이다.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자가 아니라 약자의 편에서 사실을 붙잡아 두는 일. 이것이야말로 맥켄지가 백 년 전 조선 땅에서 몸소 보여준 언론의 본분이었다. 지금 한국언론이 되새겨야 할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권력을 쥐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KBS1 ‘다큐 공감’ 방송 화면 갈무리 201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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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기초연금 개편안 어떤 내용?…저소득층 5만원 더, 기존 수급자도 감액 가능

허윤희기자

  • 수정 2026-08-29 08:48

정부 브리핑 1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

아직 다음 발표 일정 조차 못 잡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기자들을 상대로 기초연금 개편안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예정했다가, 1시간여를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노인 표심과 직결된 기초연금 개편의 세부사항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까지 추후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복지부가 사전 브리핑을 1시간여 앞두고 취소한 ‘기초연금 개편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복지부는 가난한 노인에게 더 많이 주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기초연금을 바꾸는 대신, 수급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먼저 선정기준이 ‘노인 70%’라는 목표수급률 방식에서 ‘소득 기준’으로 바뀐다. 현재 65살 이상 노인의 소득과 재산을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한 뒤 전체 노인의 70%에게 주던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 상한선을 ‘기준중위소득’(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소득이 ‘기준중위소득의 90% 이하’인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고, 2028년 기준중위소득의 86.6%, 2029년 83.3%, 2030년부터는 ‘80% 이하’로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방안이다. 현재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이 기준중위소득의 96.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급자가 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겐 더 많이 지급된다. 현 기초연금은 돈이 많든 적든 소득 하위 70%에만 들어가면, 똑같이 월 35만원(올해 기준)을 받는다. 복지부는 소득을 3단계로 나눠 저소득층을 추가로 더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준중위소득 20% 이하의 가난한 노인은 내년엔 월 38만원, 2028년엔 40만원을 받게 된다. 기준중위소득의 20~40% 사이인 중간층 노인은 같은 기간 각각 35만9천원, 36만7천원이 지급된다. 기준중위소득의 40% 이상인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은 월 35만원으로 동결되는 구조다. 내년 기준으로 기초연금의 최저·최고 간 격차는 2만원, 2년 뒤엔 5만원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하위 70%의 노인들에겐 어떤 변화가 생길까. 복지부는 제도 개편으로 갑자기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 방안을 검토 중이다. 5년 동안 기존 수급 규모 70%를 유지하되, 새 기준으로 봤을 때 수급 대상에서 빠지는 노인의 경우 연금액을 매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현재를 ‘100%’(월 35만원)로 보고 10%포인트씩 낮춘다. 예를 들어 기존 수급자가 새 기준(기준중위소득)에서 자격이 상실할 경우 첫해엔 현재처럼 월 35만원을 받고, 2년차엔 31만5천원, 3년차 28만원, 4년차 24만5천원, 5년차 21만원으로 매년 줄어들게 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수급자는 깎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 개편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이미 받고 있는 걸 깎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밖에 저소득층 부부의 기초연금 감액 축소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씩 깎인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인 저소득층 부부의 경우 감액비율을 20%에서 10%로 축소할 예정이다.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직역연금 대상자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인 직역연금 수급자의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허윤희 기자

사회정책부 허윤희 기자입니다. 경쟁에서 뒤처져서 난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것들에 눈길이 갑니다. 소멸에 맞서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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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동산 민심'이라는 '헛소리' 붙들고 있는 이상한 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8/29 08:46
  • 수정일
    2026/08/29 08: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칼럼] 청년 10%를 위한 정책에 목 맬 필요 있나?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8.29. 04:30:58

부동산은 착시다.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을 다루는 보도나 담론들은 거의 대부분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나 전문가가 '주거 사다리가 끊긴다'고 표현한다. "벼랑 끝의 2030", "사다리 끊는 것보단, 투기 감내가 낫겠다"는 말들이 언론을 탄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거 마련을 계획하는 청년들이 '위기'에 처해 있고, 서울 부동산 공급 부족으로 청년들에게 집이 부족하며, 부동산 세금 폭탄으로 청년들이 힘겨워한다고 보도한다.

대체 누가 위기에 처해 있는가? 20대가 서울에 집을 살 수 있게 해준다거나 2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적다고 걱정하는 소리는 일단 판타지에 가까우니 집어 치우자. 사회 초년생인 30대의 사정은 어떨까.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30대 가구주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8만3456가구, 무주택은 52만7729가구다. 30대 4명 중에 1명만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주택 소유'는 서울의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아파트 이외 주택도 포함되고, 소유 주택의 소재지가 반드시 서울일 필요도 없다.

30대 아파트 매수자는 늘고 있다. 2025년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6796건 가운데 30대 매수자가 2493건으로 36.7%를 차지했다.

요약하면 서울의 30대는 대부분이 무주택자다. 아파트를 사려는 (조건이 되는, 혹은 '영끌'이 가능한) 30대는 꽤 있다.

그런데 아파트를 사려는 30대가 평균적인 30대일까?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으려면 상당한 자기 자본, 높은 소득과 대출 능력, 평균을 넘는 배우자와의 합산 소득, 혹은 부모로부터의 증여 등이 필요하다. 특히 대출규제가 강할수록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서 월급을 모은 평범한 30대'보다 이미 상당한 자산동원 능력을 가진 30대가 매수시장에 남게 된다.

'2030 영끌족이 집값 상승 때문에 고통받는다'라는 식의 보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다.

2026년 8월 현재 KB부동산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약 12억9167만 원이다. 30대가 중위가격 아파트 약 13억 원 짜리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최대 LTV 40%를 꽉 채워도 대출은 약 5억1700만 원이다. 따라서 자기 돈이 최소 약 7억7500만 원 필요하다.

그런데 39세 이하 가구의 현실을 보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자산은 약 3억1583만 원, 순자산은 약 2억2158만 원이었다. 즉 평균적인 2030 가구가 서울 중위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한 7억7500만 원을 맞추려면 5억1700만 원을 빌려야 한다. 이걸 30년 만기 주담대로 계산하면, 1년에 원리금 약 4000만 원을 갚기 위해 다른 빚이 없어도 연소득 1억 원은 돼야 한다. 대략 2030의 상위 5% 정도다. 부모로부터 지원받을 자산가를 포함해도 상위 10% 정도 수준일 것이다.

즉, 자기 자본으로 서울 아파트 구매가 가능한 30대는 20명 중에 1명, 이미 7~8억의 현금 동원력을 갖고 있어 서울 아파트 구매가 가능한 30대는 20명 중에 1명이다.

지금 언론이 걱정하는 건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주거 사다리를 걱정하고, 내집 마련의 꿈을 걱정하며 이 꿈이 서울에 사는 청년층이 보편적으로 겪는 고통인 것처럼 착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아니, 2030 청년들이, 뉴욕에, 도쿄에, 베이징에, 파리에, 런던에 집을 사는 걸 걱정하는 언론이 대체 어느 세계에 있다는 말인가?

주로 경제지를 보면 '30대가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를 못 사게 됐다'는 기사가 나온다. 거의 '핀셋 사례'를 집어 내는 수준이다. 그런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 30대는 현금 6억~8억 원을 이미 확보했거나, 연소득이 1억 원 안팎인 30대 가구다. 이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2030 세대의 주거 문제'로 일반화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정부를 비난한다. 끝?

통계상으로는 서울 30대 가구의 4분의 3이 무주택인데, 부동산 기사만 읽으면 서울의 30대 대부분이 '이번에 아파트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언론에서 말하는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은 2030'은 2030 전체가 아니라 주택 시장의 경계선에 서 있는 비교적 자산·소득 수준이 높은 일부 2030을 과대표집한 것이다.

'2030의 부동산 민심'이라는 것 자체가 허상이다.

서울 중위 아파트를 살 능력이 있는 10%의 청년들은 정책이 어떻든, 가격이 어떻든 서울에서 기어이 아파트를 살 사람들이다. 상위 10%에서 11%, 12%의 경계에 걸려 있는 소수의 '특별한 사례'들을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사례처럼 과장해 보도하고 부풀리는 사람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집권 반대 세력과 보수 언론), 사업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건설사와 시행사)

"35세, 월급 320만 원,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거주. 서울 아파트 구매는 애초에 고려해 본 적 없음" 같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얼마나 탄탄한가? 이런 사람들은 유령인가? 사회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10%의 '부자 청년'들에게 집중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90% 이상의 2030에게 중요한 건 아파트 가격 상승이나 12억 짜리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보다, 전월세 가격 안정, 공공임대, 공공분양 확대, 전세 보증금 안전 대책 마련,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이다. 특히 '직장'이 있는 서울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대책'이 다른 부동산 대책보다 가격 안정 효과가 더 있을 수도 있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서울 외곽의 수도권 신도시 높은 아파트 숲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출생 시대에 저 물량을 나중에 누가 받게 될 것인가? 최소한 지금 청년 세대는 노년이 됐을 때, (서울에 집을 보유하려 하지 않는 한) 주거 불안 문제는 겪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이슈에서 '서울 집값'의 문제나 '청년 주거 사다리' 문제는 전체가 아니다.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 일부가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애초 진단이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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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전 히말라야 봉우리에 나타났던 전조 증상

[이게 이슈] 네팔 빙하 붕괴 이틀 전 지표면 온도 2년 내 최고치... 기후위기 경고는 계속됐다

26.08.28 18:25최종 업데이트 26.08.28 18:25

28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와 산사태로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주민들의 90%가 진흙에 묻혀 죽었어요."

28일 <재팬타임스>가 보도한 네팔 홍수 생존자 옴카르 조시(35·세관원)의 울먹임입니다. 교사로 일하던 남동생을 찾고 있는 시타(37)는 아침에 동생과 통화했는데 사고 직후 휴대전화가 꺼져있다며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엄청난 양의 물과 진흙이 네팔-티베트 산악 국경 지역의 마을들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28일 현재 네팔과 중국 당국은 470여 명이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수백 명의 외국인과 순례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십 개의 다리가 파괴되고 약 40km의 도로가 손상된 가운데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숱한 외신과 영상 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일 겁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쓰는 이야기들은 잘 모르셨거나, 알고는 있었는데 잊어버리셨던 이야기들일 겁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대참사는 사실 그 이전부터 꾸준히 예고되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취재 수첩을 펼쳐봅니다.

빙하 붕괴로 사라진 알프스 마을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블라텐 산사태 1주년 추모식 도중 촬영된 주택 잔해. 2025년 5월 28일 스위스 발레주 로에첸탈의 블라텐에서 빙하가 붕괴되면서 대피가 완료된 마을의 90%에 해당하는 130채의 주택과 교회를 포함한 지역이 암석, 얼음, 잔해 아래 묻혔다.EPA 연합뉴스

2025년 5월 28일 스위스 남부 산간마을 블라텐, 금방이라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달려 나올듯한 그림 같은 산촌을 향해 엄청난 양의 바위와 토사, 얼음덩어리가 밀려옵니다. 빙하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약 2000만 톤의 암석과 얼음이 마을을 향해 쏟아져 내려옵니다. 현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불과 2분 만에 마을의 90%를 뒤덮었습니다. 800년 역사의 마을이 2분 만에 사라진 셈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스위스 당국의 조기 경보 시스템 덕분에 주민 300여 명이 사고 발생 9일 전 모두 대피해있던 상태였습니다. 산악 국가인 스위스는 기후변화로 고산지대 빙하 붕괴와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자, 빙하의 변형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왔습니다.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자나라들로 둘러싸인 알프스는 그렇다치고, 히말라야는? 안데스는?

세계 곳곳에서 극한 추위가 보고되던 지난 1월 12일, 인도 언론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히말라야산맥 중앙부인 '가르왈 히말라야'의 해발 3650미터 정상 봉우리(퉁나트 고산 봉우리)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눈이 없었습니다. 이곳에 눈이 쌓이지 않은 모습은 관측이 시작된 1980년대 중반 이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히말라야의 눈 가뭄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녔습니다. 겨울 강설을 불러오던 서풍 유입 기압골의 변화와 지구 온난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예전부터 눈이 많이 내리던 지역은 눈이 늦게 오고, 눈 대신 비가 내리며 더 빨리 녹고 강설량이 불규칙해지는 등 '패턴의 변화'가 확연히 관찰되고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은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라다크에 거주하는 영화 제작자 이프티카르 후세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 한 겨울에 2미터 눈이 쌓이는 인도의 시베리아 '마타얀 드라스'의 풍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2023년 1월 16일 평상시처럼 눈으로 덮여있는 '인도의 시베리아'는 1년 뒤인 2024년 1월 11일에는 눈이 완전히 사라진 채 버스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눈과 얼음이 사라질수록 온난화 속도는 급격히 빨라집니다. 눈과 얼음이 반사하던 햇빛은 줄어들고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지표에 흡수되는 '알베도 피드백'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산 정상 부근 부서진 바위들을 잡아주던 빙하가 녹으며 대규모 산사태와 빙하호에 의한 홍수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2021년 2월 인도 차몰리에서는 약 2700만㎥의 암석과 빙하 얼음이 붕괴했고, 2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2024년 네팔 에베레스트 지역 타메 마을에서도 연쇄적인 빙하호 붕괴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마을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지표면 온도가 2년 내 가장 뜨겁다"

27일(현지시간)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후 네팔과 중국 티베트 자치구 국경 지역에 형성된 댐 호수를 보여주는 위성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남극조사국의 빙하학자인 해미시 프리처드 박사 연구팀은 붕괴 지점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센서를 설치했다. 그는 높은 온도가 눈과 얼음의 상태를 약화시키고, 균열에 물이 스며들면서 빙하와 암석의 결합을 약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디언>, 2026. 8. 27.)

네팔에서 빙하가 붕괴하기 이틀 전, 히말라야 붕괴 지점 부근에 센서를 설치해 지표면 온도를 측정하고 있던 영국의 빙하학자는 측정 결과를 보고 놀랐습니다. 히말라야의 지표면 온도가 최근 2년간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틀 뒤 대재앙이 시작됐습니다.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규모 4.4 수준의 지진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곧 위성사진 판독과 지진파 분석 결과 빙하 붕괴에 의한 산사태 가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장주기 지진파 분석 결과 7000미터 높이의 랑탕 리룽 산 북쪽 경사면에 거대한 얼음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 산사태의 원인으로 추정되며 그 충격은 규모 5.2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빙하 붕괴에 따른 산사태가 지진 규모로 환산하면 약 5.2 규모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한 셈입니다.미국 컬럼비아대 지구물리학자인 고란 엑스트롬 교수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규모의 지구물리학적 사건입니다."

남의 일이 아니다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가트 마을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한 후 생존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이송된 군 기지 밖에 피해자의 가족이 서 있다. EPA 연합뉴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빙하호 중 위험 단계에 이른 호수가 37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 근방에 사람이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대응에 대한 재원도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입니다. 그동안 히말라야 인근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손실과 보상'을 주장해 왔습니다. 탄소배출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이 탄소배출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감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허튼 말이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에 의한 빙권 지역 위험을 경고하며 '빙하 후퇴와 눈 손실로 인한 홍수, 산사태, 담수 부족은 전 세계 산악 지역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명시해 왔습니다.

이를 근거로 네팔 등 히말라야 인접국들은 지속적으로 탄소 배출국들의 보상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논쟁'의 영역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사회가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나아갔지만, 실제 필요한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남의 일' 혹은 '가난한 나라들의 안타까운 일'이라는 제3자적 시각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그런 시각에 교정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실종자 중 500명 이상이 외국 관광객이나 순례자들입니다.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들도 있습니다. 누가 이번 참사를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있겠습니까.

참사 며칠 전 우리나라 수도권의 온실가스 상황 데이터를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지난 18일 퇴근 시간대 경기도 평택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80.3 ppm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산업화 이전인 200여 년 전의 280ppm에 비해 무려 71%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미세먼지는 한 번의 비로 씻겨 나갈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는 일부가 100년에서 1000년까지 대기층을 떠도는 장수명 온실가스입니다. 산업 국가인 우리나라가 이번 참사를 네팔과 인접한 나라 간의 일, 혹은 시혜나 구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인용자료]

- Arunabh SAIKIA, 'Swallowed by silt: Survivors recount Nepal flood horror' (Japan times, 2026. 8.28.)

- Nepal-Tibet flash flood: what we know so far on day three (Guardian, 2026. 8.28.)

- Tess McClure, '‘This is ground zero for Blatten’: the tiny Swiss village engulfed by a mountain' (Guardian, 2025.6.1)

- 'In a 1st in 4 decades, peaks in Garhwal Himalayas remain snowless in Jan, affect growth of medicinal plants' (Times of India, 2026.1.12)

- Niharika Dabral, 'Why Is the Himalaya Snowless in Peak Winter And Has This Happened Before?' (The Better India, 2026.1.16)

- Megan Fahrney, Daniel Manzo, and Ivan Pereira, 'What caused Nepal flood? Scientist says it was enormous landslide, glacier fall' (abc 뉴스, 2026. 8.28.)

- Jonathan Watts, 'Climate crisis could be destabilising mountain areas like Nepal, experts warn' (Guardian, 2026. 8.27.)

이 기사는 OBS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에도 실립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의 매일 기후변화 방송프로그램으로 FM 99.9 OBS 라디오를 통해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네팔 #산사태 #대홍수 #히말라야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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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잘리고 실명…'고문 지옥'에서 살아 남은 기자들 증언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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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전쟁범죄⑱] 성고문 생지옥-감옥⑦

“스파이로 협조할래? 아님 징역 더 살래?”

“나가서 떠들면 또 투옥된다”며 침묵 강요

유엔 “이스라엘 감옥 고문, 전례 없는 수준”

이스라엘, 고문방지협약의 비준 서명국 맞나

입소, 이감 때마다 쏟아지는 ‘환영식’ 몰매

구타, 전기충격, 굶주림, 질병으로 체중 급감

기자들도 항문 성고문, 수간 피하지 못해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나 가자지구로 돌아온 이가 호송버스에서 내린 뒤 지금도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떠올리며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다.ⒸThe Palestinian Information Center

고문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오싹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고문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 이어졌다. 기원전 1300년 무렵 이집트의 히타이트 원정 때 람세스 2세는 적군의 병력 배치 상황을 알아내려고 포로들을 고문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이나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고문은 권력자가 약자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쓰였다. 지난 3년 가까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저질러진 고문도 피억압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의지를 꺾으려는 시도이자 전쟁범죄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지난 1984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인권조약의 하나다(1987년 발효). 40여년 전 그 조약 체결에 앞장섰던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활동가들은 “어떤 경우라도 고문을 정당화할 예외적 상황은 없다”는 말로 회원국들을 설득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스라엘이 고문방지협약의 비준 서명국이라는 점이다(서명 1986년, 비준 1991년).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저 허울뿐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겨냥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는 이스라엘 스스로를 전범국가로 낙인찍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터진 이래 이스라엘군이 벌여온 마구잡이 인명살상을 가리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집단학살(genocide)’로 못 박았다.

UN, “완벽한 면책 아래 고문 저질러”

지난 3년 가까운 기간에 유엔의 여러 관련기구와 특별보고관들, 그리고 독립적인 국제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위, 특히 감옥에서의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보고서들을 펴내왔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그에 속한 유엔팔레스타인인권사무소(OHCHR oPt),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인권단체 베첼렘(B'Tselem), 유로-메드 인권 감시단(Euro-Med Human Rights Monitor),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보고서들이 그러하다.

인권 활동가들은 “그 보고서들을 프린트해서 쌓아 놓으면 트럭 한 대 분량은 충분히 될 것”이란 말들을 주고받는다. 이스라엘의 잔혹행위를 비판하는 보고서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이고, 실제로 숱한 희생자를 낳아 왔다. 2025년 11월 12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UN Committee against Torture)는 이스라엘 교도소의 감시 환경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고문을 논의하면서 그 보고서들을 다시 살펴보고는 새삼 놀라움을 나타냈다.

[본 위원회는 다양한 출처로부터 접수된 수많은 다른 보고서들을 통해 팔레스타인인, 특히 어린이와 기타 취약 계층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보고서들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고문과 학대가 급격히 늘어나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거의 완벽한 면책 아래 (고문과 학대가) 저질러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많은 사람들은 고문이나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는 성기를 포함한 신체에 대한 심한 구타, 전기 충격, 장시간 고통스러운 자세 강요, 고의적인 비인도적 환경 조성 및 기아, 물고문, 그리고 광범위한 성적 모욕과 강간 협박 등이 포함된다.]

(https://www.ohchr.org/en/meeting-summaries/2025/11/experts-committee-against-torture-commend-israels-initiative-frontline)

 

팔레스타인 언론인 30명이 갇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오페르 감옥의 야간 전경 ⒸZain Jaafar/AFP

CPJ 보고서 “우린 지옥에서 돌아왔어요”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많은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붙잡혀 갔고 고문을 받았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단체다. 1982년 창립 이래 ’언론계의 국제적십자사‘와 같은 기능을 맡아 왔다. CPJ는 2026년 2월 19일 “우린 지옥에서 돌아왔다(We Returned from Hell)”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감옥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 언론인 65명 가운데 59명이 CPJ와의 인터뷰로 생생한 증언을 남겼다. 기자들은 한결같이 “고문과 학대를 받았다”고 몸서리쳤다.

(https://cpj.org/wp-content/uploads/2026/02/EN-%E2%80%98We-returned-from-hell-Palestinian-journalists-recount-torture-in-Israeli-prisons-Committee-to-Protect-Journalists.pdf)

CPJ 보고서에 따르면, 풀려난 기자들이 갇혀 있던 수감시설마다 상황은 조금씩 달랐지만 고문을 비롯한 학대 유형은 놀랍도록 일치했다. 신체적 폭행 방식, 샤바흐(shabach) 라는 고통스런 자세 강요, 시끄러운 음악이 귀청을 때리는 ’디스코 룸‘이란 공간에 며칠씩 가둬두는 음향폭탄 고문, 성폭행, 의료 방치 등은 모든 수감시설에서 저질러졌다. 또한 보고서에 담긴 증언들은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B'Tselem)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 낸 증언집의 내용과 거의 같다. 베첼렘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Hell, 2024년 8월), '살아있는 지옥(Living Hell, 2026년 1월), 이 두 개의 보고서(증언집)에서 이스라엘 수감시설을 ‘고문 수용소 네트워크’라고 지적했다(연재 14 참조).

풀려난 기자들은 다들 몸무게가 크게 줄었고 얼굴이 야위었다. 몸무게는 평균 23.5kg 줄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로 보면, 7살 난 어린이 몸무게만큼 줄어든 셈이다. 풀려난 언론인들 가운데는 50kg이나 줄어든 이들도 있다. 팔레스타인 투데이 TV 기자 아흐메드 샤쿠라(Ahmed Shaqoura, 38세) 기자는 2023년 12월 8일 붙잡혀 갔다가 2025년 2월 15일 풀려날 때까지 14개월 갇혀 있는 동안 54kg이 줄었다(126kg→72kg). 그는 말한다. “북부 이스라엘의 알잘라메 감옥에서 보낸 140일 동안의 심한 고문으로 다리 근육이 파열되어 두 달 동안 고통받았다. 그들은 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또한 플라스틱 수갑으로 내 손을 묶어 심하게 피를 흘리게 했다.”(https://cpj.org/data/people/ahmed-shaqoura/)

CPJ가 인터뷰를 한 59명의 기자들 가운데 10명은 선동, 반국가 활동 또는 테러 조장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풀려났다. 나머지 대부분의 기자들은 어떤 범죄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고, 악명 높은 불법전투원법이나 행정구금 제도에 따라 구금되었다. 이 제도는 이스라엘에 맞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기소 없이 붙잡아 두고, 6개월 구금 기간이 지나면 연장할 수 있기에 무기한 가둬놓을 수도 있다.

기자의 갈비뼈 부러뜨린 ‘환영식’

2024년 3월 18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알 시파 의료 단지를 공격하여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체포했다. 그날 사진기자 샤디 아부 시도(Shadi Abu Sido, 레바논 베이루트에 본사를 둔 민영 방송사 팔레스타인 투데이 소속)도 붙잡혀 스데 테이만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로부터 20개월 동안 지옥을 체험했다. 시도 기자는 알 시파에서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한 병사가 그에게 몸을 기울이더니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게임 오버(Game is over).” 한마디로 “더 이상 맞서지 말라”는 뜻이다.

시도 기자는 스데 테이만 수용소로 끌려 들어가면서 그곳 경비병(제100부대 소속)들로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신입 수감자들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의식을 그곳에선 ‘알 타슈레페’(al-Tashreefeh, 환영식)라 일컫는다. 수갑이 채워지고 눈가리개를 한 채 군용 트럭에서 내린 가련한 이들을 향해 이스라엘 경비병들은 마음껏 폭력을 휘둘렀다. 곤봉과 발길질, 그리고 가해자의 고함소리와 피해자의 비명이 뒤섞여 어지러운 복도를 지나가야 했다. 그 악마의 환영식으로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었다. 시도 기자도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시도 기자는 “하마스 관련 정보를 대라”며 고문을 받았다. 그 때문에 눈을 크게 다쳤다. “그들은 고문 중에 내 시력 손상을 목표로 삼았다고 대놓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우리가 네 카메라 렌즈를 부쉈으니 이제 네 눈의 렌즈도 부숴서 다시는 카메라를 조작하지 못하게 할 거야"라고도 말했다. 지금 시도 기자는 한쪽 눈으로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옥중에서 건강이 나빠진 데다 음식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시도의 몸무게는 확 줄었다. 붙잡혀 들어갈 때 95kg이었지만, 2025년 10월 휴전협정으로 풀려날 때는 63kg이었다. 이스라엘군 정보장교(504부대 소속)는 감옥 문을 나서는 시도 기자에게 협박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언론계로 돌아가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운동을 선동하지 말라. 그러면 다시 체포되어 살해될 것이다.”

스데 테이만에 갇힌 ‘강제실종자’

가자지구의 가족 잡지 알 사아다와 알라이 라디오에 기고를 하던 프리랜서 언론인 모하메드 나페즈 카우드(Mohammed Nafez Qaoud)는 11개월 동안 지옥을 겪었다. 2024년 3월 19일 피난민 친척을 만나러 가던 중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힌 카우드는 여러 달 동안 행방불명자(이른바 ‘강제 실종자’)로 분류돼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다행스럽게도, 변호사가 감옥에 갇혀 있는 그를 간신히 찾아냈다.

카우드 기자가 처음 끌려간 곳은 네게브 사막의 군 구금시설인 스데 테이만이었다. 그곳까지 트럭에 실려 가는 도중에도 심한 폭행이 이어졌다. 함께 붙잡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카우드는 곤봉과 총으로 머리와 등을 줄곧 두들겨 맞으며 갔다. 그리곤 ‘환영식’ 구타가 이어졌다. 3월 하순이라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스데 테이만 경비원들은 그의 옷을 완전히 다 벗도록 명령했다. 그리고는 고통을 더 주려고 5분마다 찬물을 끼얹고 심한 구타와 욕설을 퍼부었다(차가운 땅바닥에 오래 누워있었기에 카우드는 천식 증세로 고통받았다. 지금도 흡입기에 의존하고 있다).

스데 테이만이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연재 15-17회). 카우드 기자는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그곳에서 100일 동안 머물렀다. 그는 특히 덩치가 큰 군견의 폭력에 시달렸다고 증언한다. 훈련된 군견들은 입마개를 하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금속 입마개로 공격할 경우 몸에 상처가 생기고 흉터가 남았다. 그는 또한 경비병들로부터 입에 담기 힘든 언어적 학대에 시달렸다.

오페르 감옥으로 이송되기 직전에는 수십 시간 동안 이어진 고문을 당했다.

CPJ와 인터뷰를 한 59명의 기자 가운데 56명은 감옥 안에서뿐만 아니라 체포 및 이송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카우드 기자도 오페르로 가는 길에서 퍼부어지는 매를 견뎌야 했다. 모두 합쳐 30명쯤의 언론인이 갇혀 있었던 오페르는 수감 환경이 열악하기로는 스데 테이만 못지않았다. 14명만 수용할 수 있는 감방에 25명이 갇혀 있었고, 겨울에는 열린 창문으로 빗물이 찬바람과 함께 새어 들어왔다. 수감자들은 의료 서비스는커녕 위생용품조차 받지 못했다. 경비원들의 구타로 카우드는 오른쪽 발을 심하게 다쳤다. 치료를 못 하고 방치하는 바람에 감염이 심해져 “상처에서 벌레가 나올 정도였다”고 증언한다. 또한 장기간 구속복(수갑과 가죽혁대를 매단 특수복)을 입고 있었던 탓에 손의 감각을 잃었다. 붙잡혔을 당시 몸무게가 96kg이었으나, 풀려날 때는 58kg였다.

 

모하마드 바드르 기자는 심하게 구타당해 혀가 잘려 나갔고, 2주 동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음식도 먹지 못했다. 10개월 동안 몸무게가 40kg 줄었다. ⒸMohammad Badr

“폭행으로 혀가 잘렸다”

팔레스타인 온라인 웹사이트 알하다스(Al-Hadath) 기자 겸 칼럼니스트 모하마드 바드르 (Mohammad Badr)는 2023년 10월 7일 전쟁이 벌어진 직후 이스라엘군의 체포를 피해 도망쳤다. 하지만 3주 뒤 자수했다. 이스라엘군이 바드르의 아내를 붙잡아 자수를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10개월 동안 스데 테이만으로 추정되는 네게브 사막의 한 수감시설에 갇혀 있으면서 고문을 받았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뒤에 풀려났다. 그가 CPJ에 털어놓은 증언을 대화체로 재구성해본다.

“갇혀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심한 고문을 당했다. 특히 2023년 12월 4일에는 손발이 거의 하루 종일 묶인 채 금속 막대기와 나무 막대기로 맞고, 발로 차이고, 금속 구속구로 머리를 맞고, 가스가 뿌려지는 고문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신베트) 요원들에게 (반이스라엘) 언론 활동에 대한 심문을 받았다. 그들은 정보기관에 스파이로 협조하거나 더 가혹한 고문과 장기 징역형을 감수하는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했다.”

(https://cpj.org/data/people/mohammad-badr-2/)

바드르 기자는 거듭된 폭행으로 혀가 잘렸고, 2주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물만 마시며 목숨을 이어갔다. 그는 성폭행 협박도 받았다. 다행히도 실제로 성폭행은 일어나지 않았고, 여러 차례 알몸 수색만 당했다. 몸무게가 40kg 줄어들었다.

아부 그라이브의 '인간 피라미드' 재현

서안지구에 기반을 둔 J-미디어 네트워크와 하마스 계열의 알 아크사 TV 기자 무스타파 알 카와자(Mustafa al-Khawaja)도 고문 희생자다.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열흘 뒤 새벽 3시에 20명가량의 이스라엘군이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오페르 교도소로 끌려간 알 카와자는 구금 첫날 밤부터 모진 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등 뒤로 수갑을 채우고 눈가리개를 한 채 얼굴을 두들겨 맞았다. 그 뒤 오페르에서 메기도, 샤타 감옥으로 옮겼고, 가는 곳마다 곤봉 또는 맨손으로 구타당했다. 샤타 감옥에서의 폭행은 치명상을 안겼다. 갈비뼈 골절에다, 반월상 연월판 파열, 척추 손상을 입었고, 그 뒤 디스크 탈출증으로 고생했다.

그뿐 아니다. 2023년 12월 17일 샤타 감옥에서 알 카와자는 다른 여섯 명의 수감자와 함께 강제로 벌거벗긴 채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모욕을 겪었다. 인간 피라미드라니...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바로 그런 가학적인 추행이 있었다(인간 피라미드를 쌓아 놓고 환하게 웃는 기념사진을 챙긴 찰스 그레이너 미군 상병은 나중에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이스라엘 경비병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몹쓸 짓을 저질렀을까. 그레이너 상병과 똑같은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관심을 끌고 싶었을까.

그렇게 10개월 동안 온갖 모욕과 학대를 견디던 알 카와자 기자는 2024년 8월 풀려났다. 교도소 기아 정책으로 몸무게는 40kg이나 줄었다. 교도소를 나서기에 앞서 이스라엘군 정보장교는 그에게 위협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가서 이스라엘 점령에 반대하는 언론 활동이나 기타 활동을 하지 말라. 만일 그러면...”

기자도 성폭력 피해가지 못했다

2025년 10월 8일 전쟁 2년을 맞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뚫으려 했던 여러 국제 구호선단 중 하나가 자유선단연합(FFC)이다. 가자지구로 향하다가 이스라엘 군에 억류됐던 독일 언론인 안네 리트케(Anne Liedtke)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네게브 사막에 있는) 크치오트 교도소에서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는 동안 알몸 수색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agVvlD2TTY). 이탈리아 언론인 빈첸초 풀로네(Vincenzo Fullone)와 호주 활동가 수리야 맥이웬(Surya McEwen)도 거의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물론 이스라엘은 “그런 일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스라엘 수감시설의 성폭력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보복 가능성을 걱정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내 성기를 케이블 타이로 묶고 심하게 때렸다”고 증언했다. 그 때문에 성기에서 피가 흘렀고 한동안 소변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그에게 “너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CPJ 보고서의 성폭력 관련 내용을 보자.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다른 인권 단체들이 기록한 바와 같이, 성폭력은 증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기자들은 자신들을 모욕하고, 공포에 떨게 하고,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려는 의도로 저질러진 성폭행을 증언한다. CPJ는 모두 17건의 성폭력 관련 증언과 19건의 굴욕적인 알몸 수색 관련 증언을 기록했다. 혐의 내용에는 기자들의 성기에 대한 폭행, 물건을 이용한 강제 삽입 시도, 강제 나체화 및 녹화, 강간 협박, 그리고 기타 성적 강압 행위가 포함된다.]

(https://cpj.org/wp-content/uploads/2026/02/EN-%E2%80%98We-returned-from-hell-Palestinian-journalists-recount-torture-in-Israeli-prisons-Committee-to-Protect-Journalists.pdf)

 

이스라엘 감옥에서 성고문을 당한 사실을 용기 있게 폭로한 사미 알 사이 기자. 1년 4개월의 옥고로 얼굴 모습이 바뀌었다. ⒸSami al-Sai

“항문에 곤봉 쑤셔 넣었다”

CJP와 인터뷰를 팔레스타인 언론인 59명 중 2명은 “구금 중에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밝혔다. 카타르 방송사 알자지라 무바셰르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방송사 알파제르 TV에서 보도 활동을 해온 프리랜서 기자 사미 알 사이(Sami al-Sai)는 2024년 2월 23일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혔다. 처음엔 북부 이스라엘의 메기도 감옥, 나중엔 남부 이스라엘의 라몬 감옥에 ‘행정 구금’되었다가 1년 4개월 만인 2025년 6월 10일 풀려났다. 그는 ‘팔레스타인 개발 및 언론자유센터(MADA)’가 주최한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이 겪은 성고문 피해를 증언했다.

“이스라엘 경비원들이 나를 구타하면서 눈가리개를 씌우고 수갑을 채우고는 곤봉으로 성고문을 저질렀다. 적어도 네 명의 군인들이 나를 악취가 나는 곳으로 끌고 가면서 계속해서 구타하고 모욕했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로 앉으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그들이 저지르는 일반적인 모욕 행위의 일부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곧 그들이 내 항문에 딱딱한 물체를 삽입하는 것을 느꼈다.”

(https://cpj.org/2025/12/palestinian-journalist-sami-al-sai-alleges-torture-sexual-violence-in-israeli-prison/)

알 사이 기자가 성고문을 당한 곳은 메기도 감옥이었다. 경비원들은 그를 작은 감방으로 끌려가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곤봉으로 성폭행했다. 알-사이는 25년 동안 복역해온 두 명의 고참 수감자들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수감 기간 내내 감옥 안의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한참 뒤 마찬가지로 성고문을 겪은 다른 출감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듣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훈련된 대형 맹견들에게 수간 당해

하마스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송사 알 아크사 TV 기자이자 알 자지라 방송의 기고가로 활동했던 오사마 알 사이드(Osama al-Sayed)도 성고문 피해자다. 2024년 3월 1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알 시파 병원 단지를 공격했을 때 알 사이드는 다른 언론인들과 함께 붙잡혔다. 약 500일간의 구금 끝에 1년 7개월 뒤인 2025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으로 풀려나기까지 알 사이드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처음에 알 사이드는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지옥’이라고 부르는 야외 구역에 갇혔다. 그곳에서 눈가리개를 한 채 며칠 동안 팔을 묶어 어깨 위로 올리는 샤바흐(shabach) 자세를 강요당했다. 새들이 날아들어 그의 몸에 배설물을 쌌고 벌레들이 주변을 기어다녔다. 그곳에서 다른 수감자들의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을 봤고, 그 자신도 되풀이되는 구타로 갈비뼈와 이빨이 부러졌다. 그는 또한 최루 스프레이 공격과 전기 충격을 받았다.

(https://cpj.org/data/people/osama-al-sayed/)

더 모진 굴욕이 기다리고 있었다. 알 사이드는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스데 테이만에서 옷이 벗겨진 채 훈련된 대형 맹견들의 공격을 받았다. CCTV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로 끌려간 그는 ‘수간(獸姦)’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본 연재 13에서 다룬) 수간 피해자의 증언을 담은 유로메드 보고서 ‘벽 뒤의 또다른 학살’(Another Genocide behind the Walls, 2026년 4월)과 알자지라 동영상 ‘방대한 증거’(Bodies of Evidence, 2026년 6월9일 방영)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알 사이드의 수간 증언도 놀랍다. 자신과 동료 수감자들이 겪은 그 사건을 알 사이드는 ‘강간(rape)’이라고 규정하면서 “군인들은 그 강간 장면을 촬영하면서 웃었다”고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의 협박과 국제사회의 침묵

CPJ와 인터뷰를 한 기자들 가운데 10명은 자신들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을 요구했다. 풀려나기 전 이스라엘 심문관과 감옥 관계자들로부터 “나가서 여기서 있었던 일을 공개적으로 떠벌린다면 다시 체포되거나 살해될 거야”라는 노골적인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CPJ에 따르면, 31건의 개별 증언에서 그런 협박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협박은 실제로 먹혀들었다. 여러 언론인들이 보다 구체적인 증언을 삼가고 입을 닫았다. 아마도 성고문 관련 사실도 침묵속에 묻혔을 것으로 짐작된다.

풀려난 기자들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붙잡아 가두고 고문을 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마구잡이 파괴와 살육의 전쟁범죄 실상이 바깥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여긴다. 이스라엘 수감시설은 그런 목적을 위한 통제와 억압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CPJ의 중동지역 책임자 사라 쿠다는 보고서 끝에 이스라엘의 기자 투옥 행태를 비판한다. “기자들을 위협하고 침묵시키며, 그들의 증언 능력을 파괴하려는 이스라엘의 의도적인 전략의 결과가 기자 투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난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국제사회가 제대로 막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침묵은 이러한 행태(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묵인할 뿐이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문제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자들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처벌한 것인가다. 전쟁범죄는 언제까지라는 시효가 없다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비호를 받는 이스라엘이기에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 그렇다면 고문이라도 멈추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스라엘은 정치군사 지도자들부터 일선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아예 전쟁범죄가 면책이 되는 걸로 여기는 분위기다. 어쩌다 문제가 되면 “사이코패스 성향의 문제아‘로 낙인찍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넘어갈 뿐이다. (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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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왜 상설특수본을 두려워하는가

이득우 | 기사입력 2026/08/28 [09:00]

 

이득우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단장이 조선일보의 사설, 기사를 보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고글입니다. 이득우 단장은 조선일보를 ‘방가조선일보’라고 사용합니다. 친일과 독재정권에 부역한 조선일보는 방응모로부터 지금까지 5대째 방 씨 일가가 사주입니다. 방 씨 일가가 경영하는 조선일보를 비판,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 ‘방가조선일보’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수사 대신 정치를 한 권창영 특검」. 8월 26일 자 방가조선일보 사설 제목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권창영 특별검사’에 대한 불만이 느껴진다. 계엄을 내란으로 몰아 특검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려는 듯하다. 또한 정치는 자신들만 해야 하는데 특검이 정치인을 수사하니 정치적이라며 생트집을 잡고 있다.

 

방가조선일보가 가장 불편해하는 대목은 ‘내란세력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내란을 일으킬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라는 부분인 듯하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고 조짐이 있으면 뿌리 뽑았어야 한다고 능청을 떤다. 권창영 특검도 3대 특검과 마찬가지로 후속 수사를 경찰에게 넘겼다. 그리고 ‘내란세력과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상설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내란세력이 잔존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장래는 없다. 특검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 철저하고 광범위한 수사를 위해 상설특별수사본부를 통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방가조선일보는 내란 단죄를 외치는 것이 ‘정권 기류’라는 말로 자신들의 정체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내란 단죄는 정권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다. 방가조선일보는 윤석열 일당이 시도한 내란·외환 음모가 정쟁일 뿐이라며 집요하게 생떼를 쓰고 있다.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의 주장과 맥을 정확히 같이한다. 그들은 아직도 내란은 ‘프레임’이나 ‘몰이’일 뿐 실체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시민단체가 방가조선일보를 언론내란 수괴로 규정한 이유다.

 

방가조선일보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수사 개입 의혹’,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아무것도 드러나지도 밝히지도 못했다고 꼬집는다. 이런 엄청난 국정 농단 의혹을 밝힐 상설특별수사본부 설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방가조선일보가 놀랍다. 대한민국 역사를 그르치는 엄청난 사건을 덮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수사기관은 방가조선일보가 가하는 매서운 채찍에 대해 답해야 한다. 국운을 걸고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

 

방가조선일보가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를 저지른 윤석열·김건희 일당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모습은 괴이쩍다. 2차에 걸친 특검으로 쓰지 않아도 될 혈세를 쓸 수밖에 없도록 한 자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애초에 특검도 필요하지 않고 국가적 혼란도 겪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더욱 철저한 수사와 응징이 필요하다.

 

이번 특검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의 밤에 조희대 사법부가 보인 미심쩍은 행보다. 2024년 12월 4일 12시 46분에 조선일보 박혜연 기자는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 옮겨간다”라며 “계엄사령관 지시와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마련할 것”라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에게 적용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수사받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최근 대법관 제청에서 관례를 무시하는 무모한 행보를 보인 사람이 바로 조희대다.

 

권창영 특검이 손대지 못한 또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방가조선일보와 같은 언론을 가장한 범죄 집단의 내란 가담 여부 수사다. 이번 내란 국면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내란세력에 동조한 자들이 방가조선일보다. 아직도 위법적인 내란보다 합법적인 계엄이라는 말을 골라 쓰는 집단이 방가조선일보다. 내란세력을 수사하는 특검을 집요하게 비난하고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2024년 12월 3일 방가조선일보의 보도 경위부터 시작하면 뜻밖으로 언론이 내란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창영 특검은 ‘내란죄의 본질은 집단적·조직적·장기적이어서 장기간 수사가 필요하다’라는 점을 밝히며 ‘6개월짜리 특검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고백도 했다. 내란이나 외환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이기 때문에 헌법 사범으로 규정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장기간의 수사가 요구돼 사건을 국수본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한계에도 최선을 다한 특검에 대해 ‘수사 대신 정치’를 했다며 헐뜯는 방가조선일보의 속셈은 뻔하다. 추가 수사를 막아 자신들의 범죄를 감추려는 짓이다. 방가조선일보는 내란세력이 한창 음모를 진행하는 중에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라는 사설로 대한국민을 바보 취급했다. 내란세력들과 한패가 되어 여론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내란 잔존 세력인 방가조선일보를 청산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방가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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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홍수 한국인 4명 구조” CNN 보도···실종 한국인 여전히 9명

수정 2026.08.27 21:17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데비갓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홍수 이후 주민들이 도로에 모여 있고, 작업자들이 불도저를 이용해 진흙과 잔해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등을 덮친 기습 홍수로 실종됐던 한국인 4명이 구조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네팔 관광청이 발표한 명단은 이날 안전지대로 이동한 9명에 속해있는 인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된 한국인 9명은 여전히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CNN은 네팔 관광청을 인용해 홍수 피해를 입은 라수와 지역에서 한국인 4명을 포함해 미국인 2명, 인도인 11명, 이탈리아인 2명 등 관광객 총 27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전날 오전 바그마티주 일대를 덮친 대규모 홍수로 현재까지 359명이 숨지고 826명이 실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네팔 접경 지역인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홍수 원인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산사태가 일어나 3명이 사망하고 558명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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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물가·집값 오름세에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오히려 긴축 강도 줄일 것"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6.08.28. 04:58:49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주요 배경으로 집값과 물가를 들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현 2.75%에서 3.0%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신 총재는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세와 집값 상승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대비 0.1%포인트, 0.2%포인트씩 상향 조정한 2.5%로 제시했다.

기존 예상보다 물가 오름세가 더 가파르고, 내년에도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긴축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총재는 "선제적 정책 대응은 뒤늦은 대응에 비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켜 긴축 강도와 기간을 줄인다"며 "궁극적으로는 성장 측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금리 인상 시기를 미루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 긴축 부담은 더 커진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그러면서 "이번 선제적 금리 인상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빚 규모는 3000조 원에 달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으로 가계 빚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다잡는 동시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해 금융 위험을 낮출 필요도 있었다는 게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신 총재는 이와 관련,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최근 장기평균을 웃도는 상황의 위험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2024년 1분기 FVI가 37.6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른 추세로 올라 최근에는 장기평균을 웃돌고 있다"면서 "이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 스트레스 여지가 크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고 경고했다.

한은의 선제적 긴축으로 FVI를 낮출 필요가 컸다는 지적이다.

신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 부담 증가를 두고는 "정부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언급했다.

신 총재는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을 두고는 "많이 안정됐으나 아직도 높다"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조기 선제적 대응을 통해 추가 강세로 갈 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원화가치 조정이 이뤄지리라는 설명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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