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단독]“여인형, ‘합수부 훈련, 경찰 등 불러 리허설하라’ 지시···실무진은 ‘못한다’ 반발”

수정 2026.06.05 06:04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024년 상반기 ‘자유의 방패’ 연습(한·미 연합연습) 당시 전시 계염사령부의 합동수사본부 편성 훈련을 하면서 이례적으로 “군·관 인력을 실제로 동원해 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방첩사 내부 증언이 나왔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는 여 전 사령관이 12·3 내란을 염두에 두고 이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한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종합특검은 최근 방첩사 간부 A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여 전 사령관이 2024년 상반기 자유의 방패 연습 때 계엄 합수부 편성 훈련도 ‘야외기동훈련’(FTX) 방식으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자유의 방패 연습은 한·미 군 당국이 한반도 방위 절차 등을 숙달하기 위해 실시하는 훈련으로 매년 상반기·하반기에 한차례씩 진행한다. 전반기 훈련은 군만 참여하는 반면 하반기 훈련은 정부 주도의 비상연습인 을지연습과 함께 실시한다. 한·미는 이 연습과 연계해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FTX도 병행한다. FTX에는 해병대와 공군 전투비행단, 특수작전부대 등 기동타격 부대가 참여한다. 반면 군 지휘부나 행정 등을 담당하는 비타격 부대는 부대 편성 등 문서·통신 훈련만 한다.

방첩사의 전시 합수부 편성 훈련은 수사·보안 등 행정·사법적 통제가 주를 이룬다. 그간에는 합수부 편성 절차 숙달과 연락 체계 점검 등을 ‘도상훈련’(지도를 이용한 가상훈련) 방식으로 시행했다.

그런데 여 전 사령관은 부임한 뒤 열린 첫 합수부 편성 훈련을 이례적으로 FTX로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온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은 경찰·해경 등 합수부에 편성된 외부 수사기관 인력을 파견받아 수사·체포·호송 등 작전을 펼치는 대규모 훈련 시행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방첩사 내부에선 ‘무리한 지시’라는 반발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 연습은 군 당국의 훈련인데, FTX를 하면 경찰 등 정부 기관이 동원되는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특검 조사에서 “자유의 방패 연습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내부 의견이 모였고, 여 전 사령관에게 ‘할 수 없다’고 건의해 FTX는 실행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여 전 사령관은 FTX 대신 부대원들을 연병장에서 사열하는 방식의 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체포·호송 훈련이 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 또한 이례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의 FTX 지시 등을 그가 ‘계엄 리허설’을 시도한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의중을 감지하고, 합수부 운영을 미리 연습하려 한 것으로 특검은 의심한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그의 지시를 받아 방첩사에 정치인 체포를 명령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한민국 최초 ‘빨갱이 사냥’…제헌국회의원 서용길은 어떻게 날개가 꺾였나

고경태기자

  • 수정 2026-06-05 06:40

국회프락치 사건의 주요 순간 담은 부인 이영란의 비망록

13명 중 홀로 남쪽 잔류…말년에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

지난 4월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서용길 전 국회의원과 이영란 여사의 아들인 서영철씨가 반민특위 및 국회프락치 사건을 기록한 비망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국회프락치 사건이란 1949년 이승만 정권이 소장파 국회의원 13명을 ‘남로당 프락치’ 혐의로 제거한 일이다. ‘용공 조작’으로 국회를 제압하고 친일 청산을 가로막은 대한민국 국가폭력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한 번도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된 적은 없다. 서용길(1912~1992)은 이 사건에 휘말린 13명 중 한국전쟁 와중에 북한에 가지 않고 남쪽에 남은 유일한 인물이다.

한겨레는 서용길 전 의원을 주인공으로 해 부인이 쓴 비망록을 아들 서영철(74, 일창육영재단 이사장)씨로부터 입수해 공개한다. 부인 이영란 여사(1920~2013)는 남편이 고난을 겪던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대학노트 25쪽 분량에 기록해 놨다. 지난 4월부터 한겨레와 인터뷰를 나눈 서영철씨는 “어머니가 평생 국회프락치 사건을 한스러워하며 기억과 자료를 정리하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이듬해인 1993년부터 기어코 기록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비망록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이 사건이 조작임을 드러낸다. 마침 6일은 국회프락치 사건을 빌미로 서울 명동에 있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이 경찰의 습격을 받고 해체의 길로 들어선 지 77주년 되는 날이다. 서 전 의원은 반민특위 특별검찰관으로도 활동했다.

“성대 교수 자리를 사표 내고 입후보했다”

비망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서용길은 연희전문대 문과를 졸업하고 교토제국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이후 성균관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1948년 5·10 총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윤보선을 꺾고 당선하며 젊은 정치인으로서 날개를 활짝 편다. 이는 동시에 가혹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비망록은 그 운명을 따라간다. 1949년 남로당 지령을 받고 외군 철수 운동을 벌였다는 ‘국회 프락치’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서용길을 비롯한 제헌국회의원 13명. 그런데 예기치 않은 반전이 일어난다.

서영철씨가 소장하고 있는 가족 사진첩 속의 아버지 서용길. 서영철 제공

1950년 6월25일

밖에서 쿵쿵하는 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이 감방 안에까지 들려온다.

“으와아 감옥 문이 열렸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북에서 인민군이 쳐들어온 것이다. 너나없이 감옥을 빠져나가려고 아우성들이다.

S는 혼자 감방 안에 앉아있다. 누가 와서 나가시지요 한다.

“아니 나는 무죄 석방돼야 나갈 거다.”

아무도 없는 감방에 혼자 남아서 앉아있는 S를 젊은이가 와서 부축해준다. 선생님 여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나가시지요. 비로서 S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옥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

(‘S’는 서용길 전 의원을 일컫는다. 부인 이영란 여사는 비망록 속에서 내내 남편을 S로 표기했다. 또한 인민군의 서울 점령으로 서대문형무소가 개방된 것은 실제로는 6월28일이다-필자 주)

국회프락치 사건으로 기소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13명의 제헌국회의원들은 1950년 3월14일, 1심 판결을 받았다. 서용길은 신성균·이구수 등과 함께 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형을 받았고, 이문원·노일환은 같은 혐의로 가장 높은 10년형을 받았다. 6년형을 받은 이도 있었다. 이들은 곧장 항소했다. 두 달이 조금 지난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헀다. 2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었다.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서대문형무소가 개방됐다. 의원들은 각자 엄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서용길은 감옥 문이 열렸는데도, 처음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비망록에 적힌 대로 “무죄 석방돼야 나가겠다”는 말은 잡아 넣은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내보내 줘야 나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반공주의자였고, 일찍이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한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북한 공산당에 의해 자신이 풀려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들 서영철씨는 “아버지는 강직했으나 융통성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렇다고 계속 감방에 남을 수는 없었다. 주변에서 강권하자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이영란은 소설의 한 대목을 쓰듯 남편이 “하늘을 바라본다”고 적었다. 서용길이 정말 그날 하늘을 바라보았다면, 어떤 상념에 젖었을까.

서용길은 한때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짊어졌다고 자부하던 젊은 소장파 의원이었다. 1950년, 불과 서른여덟이었다. 2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인 5·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말 잘한다 서용길, 똑똑하다 서용길”이라고 열광하며 그를 뽑아주었다. 비망록 앞머리에도 “시골 사람들은 돈 많은 신사 윤보선보다 가난한 자기 고향 출신을 뽑았다. 정견이 좋다는 평이었다”고 썼다. 그러나 남로당과 내통한 프락치, 즉 간첩 혐의자로 추락해 모든 지위와 명예를 잃었다. 형무소에서 석방됐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처지였다. 1년 전만 해도 그는 반민특위 특별검찰관으로 법정에서 친일파들에게 호통을 쳤다.

1948년 7월17일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쓰이던 중앙청 앞에서 촬영된 대한민국 헌법 공포 기념 제헌국회의원들의 단체 사진. 맨 아랫줄 가운데 이승만 국회의장이 보인다. 이승만은 7월20일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가기록원

반민특위 사람들은 보수도 없이 성실하게 일을 했다. 민족정기를 바로잡는다는 긍지 하나로.

재판소에서 제일 큰 4호 법정에서 재판은 있었다.

친일파들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하나같이 발뺌을 했다.

김대우는 일제 때 도지사를 지내고 학병, 정신대 색출에 일체 협력한 자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창씨개명했는데, 나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애국자이다.”

이때 검찰관이 일어섰다.(S) (서용길이 일어섰다는 뜻-필자 주)

“일제 때 창씨개명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었던 사람이 몇이나 되었는가.” 박흥식, 한상용(녹기연맹이라는 총독부 아첨단체) 비행기 헌납한 공주 갑부 김갑순 등을 열거했다. 방청석에서 감탄의 소리가 들렸다.

4호 법정은 서울 중구 정동에 있던 서울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4호 법정을 일컫는 말이다. 반민특위 재판이 열린 곳이다. 피고인석에 선 김대우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자 반민특위 특별검찰관 서용길이 ‘친일파들은 창씨개명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는 취지로 반박하는 대목이다. 김대우는 일제 강점기에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지사 등 고위직을 지냈다. 반민특위 수사관들에게 1호로 체포된 이는 화신백화점을 기반으로 막대한 자본을 축적했던 기업가 박흥식이었다. 악질 고문경찰 노덕술과 김대우 등이 뒤를 이어 붙잡혔다.

반민특위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최초의 과거사위원회였다. 지금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데, 반민특위는 조사권과 기소권, 재판권을 모두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과거사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승만 정권이 반민특위를 가만히 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서용길 전 제헌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반민특위 해체와 국회프락치 사건의 주요 순간을 기록한 부인 이영란의 비망록. 서용길이 반민특위 검찰관으로 있을 때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가 구금된 일과 국회프락치 사건 검사인 오제도와 판사 사광욱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다. 서영철 제공

서용길 전 제헌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반민특위 해체와 국회프락치 사건의 주요 순간을 기록한 부인 이영란의 비망록. 수사기관이 국회프락치 사건의 증거라고 발표한 ‘간첩 정재한’의 암호문서와 연루된 의원들의 최후진술 내용이 기록돼 있다. 서영철 제공

국회 내에서는 80명의 소장파 때문에 한민당이 제대로 일을 못 했다. 소장파 의원, 특히 반민특위 위원을 제거해야 편하게 되는 경찰과 한민당의 목적은 일치되었다.

일단 두 의원을 잡아들였다.

이구수, 이문원은 북쪽과 연락하여 국회 내에 동조자를 만들었다는 거다. 물론 이 두 사람은 소장파이다.

다음은 부의장 김약수를 비롯한 8명의 소장파 의원을 구속했다.

김약수로 말하면 일제 때 모진 고문을 받아가며 독립운동을 펼친 역사에 남을 만한 사람이다.(중략)

이들은 필동 헌병사령부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다. 욕탕에 집어넣고 전기를 통하게 하고 구타하고 했다.

헌병사령관은 전봉덕(전혜린 아버지). 후에 목사가 됐다.

이 사건의 검사는 오제도, 선우종원. 김준연은 오제도를 찾아가 왜 S를 그 멤버의 하나로 잡아들이지 않느냐고 재촉했다.

1949년 5월18일, 소장파 이문원·이구수·노일환 의원이 서울시경에 의해 체포됐다. 6월6일엔 서울 명동에 있는 반민특위 사무실이 경찰 습격을 받고 특경대원들과 권승렬 특별검찰부장이 무장해제됐다. 6월8일 이승만은 에이피(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반민특위 무장해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6월16일 ‘남로당 프락치’ 암호문서를 국부에 숨겼다는 ‘40대 여간첩’ 정재한이 개성에서 체포됐다. 6월21일 김약수 국회부의장 등 8명이 대검찰청 요원들에게 체포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6월26일 김구 선생이 경교장에서 암살됐다.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이승만의 6월 대공세’라고 일컫는다. 이승만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비망록에 나오는 김준연은 이승만을 지지했던 한민당 소속 제헌국회의원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제3차 조선공산당 사건(ML당 사건)으로 7년간 복역했던 좌익이었지만, 전향했다. 나중에는 법무부 장관이 된다. 비망록엔 “김준연이 수사검사 오제도를 찾아가 왜 서용길을 잡아들이지 않느냐고 재촉했다”고 나와 있으나, 그 출처는 없다. 다만 김준연이 당시 소장파 의원들을 공산당원으로 몰아세우며 이들에 대한 체포를 부추겼음은 사실이다. 그는 동아일보 1949년 5월9일자 지면에 “60여명의 소장파 의원들이 김일성을 따르고 있고 그 선전방침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고 썼다.

국회프락치 사건 1·2차 검거가 있은 직후 서용길은 숨어있었다. 김구 암살 하루 전인 6월25일 헌병사령부는 신성균 의원과 함께 그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경찰·검찰에 이어 헌병까지 수사에 뛰어든 셈이다. 비망록은 서용길의 은신처가 서울 명동 성모병원(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의 전신)이라고 증언한다.

S는 위험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양심의 하나도 가책이 없다는 떳떳한 심경으로 태연했다.

장남 명철이가 홍역 후유증으로 명동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집에는 할머니가 지키고 있었다.

성모병원에 S가 있는 것을 아는 것은 수행원 최영화, 나, 중호 뿐이다.

헌병들은 최를 끌고 가서 S의 거처를 알리라고 모진 고문을 했다.

최는 함경도에서 월남한 사람으로서 성대 시절 교수와 제자로 알게 돼 그 당시 취직이 어려운 시국에 S의 수행원이 된 것을 감사하고 충성을 다했다.

최는 끝까지 모른다고 해서 몸을 얻어맞은 탓으로 몸이 구렁이 감기듯 험한 꼴이 되어 처와 그의 어머니는 통곡하고 이렇게 고문을 당했으면 바른대로 알리지 그러느냐고까지 했다.

내수동 집은 형사대가 점령하고 대문만 두드리면 형사가 먼저 맞아 우선 종로서로 끌고 갔다.

마침 일본에 있는 중호 아버지가 찾아왔다. 이분은 할머니 동생이 된다. (중략)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중호를 매달고 고문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먼 데서 아들 보러 왔는데, 이 광경을 보고 중호야 알면 말해라고 애원했다. 중호 입에서 명동 성모병원이 튀어나왔다.

1958년 촬영된 서용길 전 제헌국회의원과 이영란 여사 부부의 가족사진. 맨 왼쪽이 둘째였던 서영철씨. 서영철 제공

서용길은 수행원 최영화와 성균관대 교수 시절에 인연을 맺었다. 최영화는 헌병대에 끌려가서도 서용길의 은신처를 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영란의 오촌 동생이었던 중호는 일본에서 잠시 다니러온 아버지가 있는 앞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당한다. 아버지는 ‘중호야 알면 말해라’라고 애원한다. 고문을 못 이긴 중호는 결국 서용길이 어디 있는지 말하고 만다. 이는 당시 수사 과정이 불법체포와 감금·고문 및 가혹행위에 기반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용길은 결국 7월30일 체포된다. 종로경찰서에 ‘구류’되었다. 이영란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나선다. 비망록에는 “나는 미국 영사관으로, 오제도(수사 검사), 수도청 수사과 과장 ‘최운하’ 집으로 구명운동을 매일 다녔다”고 써 있는데,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이것은 죄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니만큼 그것이 해결돼야 한다고.”

드디어 재판날이 왔다.

재판장은 사광욱 판사다. (평안북도) 의주 출신으로 오제도와 동향이다.

전날 같은 의주 출신의 안면 있는 분을 판사 집으로 들여 보냈다. 그 당시 법원 관사는 의주로 전매청 맞은편에 있었다.

물론 면회 사절이다. 그러나 다녀온 사람의 말로는 사광욱 판사는 붓글씨로 판결문을 쓰고 있다고 했다. (중략)

도대체 프락치사건이라는 것은 이북에서 정모(정재한) 여인이 월경대에 비밀암호를 가지고 월남해서 국회의원들을 포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에는 정모 여인도, 그 암호문서도 볼 수 없었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최후진술을 했다. 노일환의 최후진술은 감동적이었다. 36세의 자기와 같은 나이에 모진 고문을 당한 박팽년을 생각했다고 했다. S는 죄없이 나라를 위해 백의종군한 이순신을 생각했다고 했다. S는 제일 낮은 3년이 선고되었다.

앞에서 밝혔듯, 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국회프락치 사건 관련자 13명은 1950년 3월14일 1심 재판에서 3~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했지만 2심 판결을 받기도 전에 인민군이 서울까지 밀고 내려와 형무소 문이 열리면서 얼떨결에 풀려났다. 그것도 잠시,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인민군은 패퇴했고 13명 중 12명이 가족을 남겨두고 북한으로 갔다. 북쪽 공안요원에 강제연행돼 된 이도 있고, 스스로 월북을 선택한 이도 있다. 자진월북을 했다 해도, 이승만 정권 아래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서용길만 남았다.

8월 중순경 새벽 4시경 대문 소리 죽이고 우리 가족은 집을 빠져나왔다. 네살 된 아이와 갓난아이는 엄마가 업고 짐보따리 들고 걸었다. 50리길 고양군 벽제면에 어느 농가를 향해서. 이 집은 성대(성균관대)의 제자 조인선씨 친척 집이다.

9·28 수복이 되어 피난민들도 하나둘 철수하고 우리만 남았다.

학교 선생이고 김씨라고 해서 있었는데 10월, 11월이 되어도 서울에 갈 기미가 없자 의심받기 시작했다.

하루 S는 두꺼운 외투 입고 집을 떠났다. 그때 울고 있는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 숙이고.

국회프락치 사건 유족들이 지난 3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송상교 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서용길 전 의원의 아들 서영철씨, 강욱중 전 의원의 아들 강호림씨와 딸 강금자씨, 김병회 전 의원의 딸 김영자씨, 강욱중 전 의원의 며느리 이선자씨, 노일환 전 의원의 손자 노주상씨.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이 수복되기 한 달 전의 이야기다. 본래 서용길 가족이 살던 종로구 내수동 옆집엔 김OO이라는 자가 기거했다. 일제 강점기에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인물이다. 비망록에는 “인민군이 서울에 들어오자 공산당 중요멤버였고, 나중에 전향했다”고 썼다. 서용길 부부는 김OO에게 위협을 느꼈다. 공산당은 그들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심야에 은밀히 경기 벽제의 농가로 도피한 이유다. 하지만 9·28 서울 수복 뒤 이웃들의 눈초리 때문에 벽제에 마냥 숨어있을 수도 없었다. 비망록에 나온 대로 ‘두꺼운 외투 입고 집을 떠난’ 서용길의 선택은 검찰청 자진출두였다.

서용길은 자신이 북에도 가지 않고, 죽지도 않고 생존해있음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증거 없이 자신을 프락치로 몰아 기소한 오제도 검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여겼다. 그는 1950년 11월19일 군·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의해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다시 구속됐다.

S는 서울에서 신문사를 방문했다.

그래야 오제도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검찰청에 자진출두해서 그동안의 행동개요를 제출했다.

보안법(위반)으로 감옥에 들어갔지만 부역하지 않았다는 증명이다.

정말 사상이 있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하여튼 (6·25)사변으로 흑백이 판명된 것이다.

그러나 오제도는 하나 남아있는 S가 방해가 된다. 자기가 꾸민 프락치 사건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S는 또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를 아이 업고 데리고 어머니하고 홍제동 고개를 넘어 서울에 들어왔다.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발을 옮겨놓았다. 전시에는 제각기 살길 찾아 살아야 한다.

S는 전의 감방생활과는 판이했다. 감방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 미쳐서 울부짖는 사람, 아무도 밥 한 끼 넣어주는 사람이 없다. 가족이 뿔뿔이 헤어진 것이다. S도 같은 입장이다.

눈이 내리는 1·4후퇴에 죄수들은 묶여서 대전형무소로, 그리고 부산(부산형무소)으로 이동됐다. 피난민들이 기차를 타려고 아우성들이다. 중공군이 서울 가까이 와 있다. (중략)

부산에 도착하니 차 안에 인원은 반으로 줄어있었다. 모두 죽은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서용길 전 의원과 함께 한 서영철씨. 서영철 제공

비망록이 묘사하는 풍경은 뒤로 갈수록 비참하다. 서용길은 기차를 타고 부산형무소로 이송될 때 며칠간 물을 한 모금도 못 마셔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말을 못할 정도였다. 영어를 잘 했던 그는 이때 간수가 미군 헌병의 오해를 사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리자 영어로 변명을 해주고, 목숨을 부지한 간수는 서용길의 청에 따라 체신청장으로 있던 친척(김봉열)에게 연락을 해줘 은혜를 갚는다.

부산에 도착하니 절반이 죽어있었다. 서용길은 살아남았다. 마침내 1951년 2월5일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다. 부인 이영란이 백방으로 뛰며 구명운동을 펼친 결과였다. 이영란은 비망록을 서용길의 석방소식으로 마무리한 뒤 맨 마지막 장엔 이렇게 적어놓았다.

그 당시는 반대하고 다른 의견을 말하면 저 사람 사상이 이상하다. 빨갱이 아냐?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모든 면에서 매장되고 신체의 위험까지 받아야 했다.

서 의원이 만약 반민특위 검찰관을 하지 않았으면 프락치 사건의 일원으로 집어넣지 않고 옥고도 받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서용길 전 제헌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반민특위 해체와 국회프락치 사건의 주요 순간을 기록한 부인 이영란의 비망록. 마지막 쪽에 “반대 의견을 말하면 빨갱이로 몰렸다”는 한탄이 적혀 있다. 서영철 제공

서용길 전 의원이 마지막으로 1967년 총선에 나갔을 때의 포스터. 한겨레 자료

이후의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서용길은 정치적 재기에 끝내 실패했다. 고향 아산에서 1954년, 1960년, 1963년, 1967년 총선에 도전했으나 내리 낙선했다. 생계를 위해 서울과 청주에서 교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1960년대 초반 마지막으로 서울 도곡동 숙명여고에서 도덕 과목을 가르치다 교사 일도 그만두었다. 서영철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아버지를 두고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가정경제는 빵점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인 이영란도 도쿄 일본여자대학에서 유학한 인텔리였다. 이영란은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며 4남매를 키웠다. 두 사람은 1962년 이혼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아버지와 같은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약수 부의장, 노일환 의원 등에 대해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 너무 아까운 인재들이었다’며 안타까워하셨어요. 나중에 아버지와는 거리를 두셨지만 존경심만은 버리지 않았고요.”

이영란 여사가 생전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영란 여사는 일본여자대학에서 유학했다. 서영철 제공

서용길은 말년에 제헌국회의원들이 모이던 서울 통의동(처음에는 청진동)의 제헌동지회관(현 제헌회관)에 가 하루종일 신문을 보거나 바둑을 두면서 소일했다. 북으로 간 다른 제헌국회의원 자녀들을 만나 “너희 아버지는 아무 죄가 없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권력에 철저하게 패배했던 서용길은, 그러나 눈을 감기 전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서영철씨의 말이다. “아버지가 세상 떠나시기 1년 전 인생을 돌아보며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고 말씀하셨어요. 신약성서 요한복음 16장33절이죠.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시니라’하는 말씀. 어떤 부정이나 권력의 외압에 타협 안 하고 한평생 지조를 지켰다는 아버지의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환멸스러웠던 평택을 아귀다툼, 서울 우경화...그나마 희망적인 건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미완의 내란 세력 심판... 그 사이에서 길어올린 것들

26.06.05 06:48최종 업데이트 26.06.05 06:48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지방선거가 끝났다. 숫자만을 놓고 보면 '민주당의 낙승'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분위기는 영 그렇지 않다. 기대와 관심을 끌던 곳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신승', '석패' 같은 말을 오랜만에 봤다. 개표 막판까지 접전이 이어질 만큼 아슬아슬한 결과라 그 충격이 더 크다.

그야말로 '낙승'을 예상했던 서울시장 선거와 돌풍을 기대했던 대구시장 선거, 모든 선거판의 이슈를 빨아들인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다. 온갖 호들갑과 이슈로 도배한 선거들에서 정작 패배하고 나니 마치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것 같은 패배감이 민주당을 휩쓸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의 패배가 국민의힘의 약진으로 이해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됐다.

내란 심판이 국민적 선택임은 명확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중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내란 심판이 국민 대다수의 선택이라는 점은 명확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명확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226개 중 145개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95개 지역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번 선거를 통해 명확하게 표출됐다.

그럼에도 내란 세력이 돌아왔다는 불안감이 드는 이유는 내란 세력 청산과 민주당 승리가 마치 같은 것이라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민주당이 그동안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기호를 자기들만이 전유할 수 있는 것인 양, 또는 자기들만이 내란 청산의 주체인 양 굴었기 때문이다. 하여 이 불안감의 실체는 국민의 불안감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의 불안감이 국민에게 전염되고 있는 상황에 더 가깝다.

선거 이후 민주당은 당차원의 쇄신, 패배한 지역에서의 원인 분석과 반성, 무엇보다 압도적인 국회 의석수와 지방 권력,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만들어낼 비전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고, 당내 어떤 세력 때문에 분열해서 패배했다면서, 비전을 만들기보다 당권을 차지하려는 데 혈안이 된다면 민주당의 불안감은 정말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내란 세력의 완전한 부활, 내란 청산의 기호로서 쓰임을 다한 민주당의 자멸 같은 결과로 말이다.

경계해야 할 보수화와 우경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에서 입장발표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근본적인 과제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보수화와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보수화, 우경화가 내란 세력의 준동이나 극우세력의 확대와 비슷한 의미로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 둘은 엄격히 다르다. 특히 서울은 이제 보수와 우경화의 도시임이 명확하다. 대구와 경북이 '지역주의에 기반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지역'이라면 서울은 어쩌면 최초로 이익과 이념을 근거로 보수주의가 자리 잡은 도시일 수 있다.

한국, 특히 서울은 코스피 지수와 부동산 가격 같은 '지대'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며, 공공성보단 능력주의, 개인의 존엄성보다는 학벌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사회는 필연적으로 우경화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 정부·여당, 즉 민주당은 코스피 지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이 우경화를 추동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은 개발과 토건에 몰려 있었다. 재산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 후보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이 여전히 진보 개혁, 또는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실적인 진보, 개혁적인 중도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우경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표를 얻어오는 데 유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우경화되고 보수화된 땅에서 더 이상 이런 기만책이 표를 벌어다 줄 수 없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가 이를 방증한다.

어디에선가 권영국 정의당 후보가 가져간 1%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표차가 적게 패배하면 민주당 일각에서 늘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진보정당 때문에. 어차피 같은 편인데, 왜 괜히 나와서는 국민의힘 좋은 일만 시키냐는 식의. 여기에 이대남의 극우화 같은 이야기들도 옵션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의당에 단일화 제안도 하지 않았다. 정의당의 정책과 비전에서 민주당과의 유사성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민주당이 적어도 과거만큼이라도 진보와 개혁에 대한 비전을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모를까,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 습관적으로 진보정당을 탓하는 것으론 쇄신이나 반성, 비전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제 이 기만적 노선은 수명이 다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오른쪽).남소연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와 분석들이 무의미할 만큼 사실 이번 선거에서 환멸스러웠던 것은 '평택을' 재보궐 선거 과정이었다. '가짜 민주당' 논란을 비롯해, 두 진영의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 속에 온갖 발언들이 희화화되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지방선거의 모든 이슈를 평택이 다 빨아들였다.

두 진영의 다툼은 이번 선거를 극도로 오염시켰다. 유튜브만 켜면 쏟아지는 양 측의 아귀다툼, 거기에 스피커로 나선 지식인들의 혐오를 부추기는 언행이 결국 무엇을 만들었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흘러간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전 2시 30분 대구 두류네거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소중한

그래도 길어 올린 것들이 있다. 안동에선 창당 후 처음으로 녹색당 시의원이 탄생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보정당의 기초의원들이 적게나마 일할 기회를 얻었다. 개발과 토건, 부동산과 주가 이야기밖에 없던 양당의 정치에 생활임금과 기후, 노동의 권리와 공공의 의료, 공공의료원에 갈 수 있는 마을버스 노선을 이야기할 기초단체 의원들이 탄생했다.

끝내 넘어서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와 이명박까지 동원됐음에도 이뤄낸 성과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개인에 대해 좋고 싫음을 떠나, 끝내 지역에서의 편견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지역 정치의 본질을 보여준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슈가 중앙 정치에만 쏠리고, 온갖 추태가 난무하는 혐오스러운 풍경에도 61%라는 투표율이 가장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유구했던 이십대 개XX론과, 정치혐오에도 끝끝내 내란 이후 이뤄진 첫 투표를 통해 내란 세력 청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떻게든 잘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지방선거

프리미엄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한국 정치, 이젠 제발 끝장내야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6.05 06:42
  •  
  •  댓글 0
 
 

최근 12·3 비상계엄 종합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행태는 한국 정치의 낡고도 부끄러운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국정원장 조태용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해외담당 부서가 주한 미국 CIA 책임자를 불러 비상계엄의 배경과 정당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해외 업무를 총괄하던 1차장 홍장원이 이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한 인물인지 들여다보고 있으나 본인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핵심은 특정 개인의 재가 여부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뒤흔든 비상계엄 사태 직후, 국가정보기관이 외국 정보기관 책임자에게 계엄의 논리를 번역해 갖다 바쳤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권력의 정당성을 국민에게서 찾지 못한 세력이 미국 정보기관의 이해와 승인 속에서 자기 생존의 근거를 확인하려 한 행위다. 주권국가의 정보기관이 아니라 식민지 총독부의 연락사무소처럼 움직인 것이다.

굴종의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가 헌정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정통성 없는 권력은 반복해서 국민이 아니라 미국을 쳐다보았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박정희와 장도영 등 쿠데타 세력은 주한미대사와 유엔군 사령관이 완강히 반대하자, 미국의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는다”는 혁명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변 직후 창설된 중앙정보부는 미 CIA 본부와 한국지부를 향해 자신들이 ‘용공 세력’이 아니라 철저한 친미·반공 정권임을 홍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총칼로 민주정부를 무너뜨린 자들이 가장 먼저 매달린 것은 국민의 동의가 아니라 미국의 사후 승인이었다.

1972년 10월 유신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을 보내 필립 하비브 대사에게 이를 비밀리에 통보했다.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닉슨 독트린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으니 남북대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체제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영구집권 체제를 세우면서도 그들은 그것을 국민에게 먼저 묻는 대신 미국에 미리 설명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권위주의 권력의 본능이었고 숭미동맹의 본질이었다.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고 미국은 허락을 받아야 할 상전이었다.

전두환 신군부 역시 이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직후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윌리엄 글라이스틴 미 대사와 로버트 브루스터 CIA 한국지부장을 만나 “이것은 정권 찬탈이 아니라 박 대통령 시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충돌”이라고 강변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와 5·18 광주 학살 과정에서도 신군부는 오로지 미국만을 바라보았다. 주미대사 김경원은 리처드 홀브루크 국무부 차관보를 찾아가 미국이 한국의 계엄 조치를 공개 비판하면 동맹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발 톤을 낮춰달라고 애걸했다.

이처럼 수십 년간 한국의 정치 위기 때마다 미국과 CIA는 단순한 외부 관찰자가 아니었다. 때로는 승인했고 때로는 묵인했으며 때로는 압박했다. 그러나 더 수치스러운 것은 우리 내부의 지배 세력이 스스로 그 문을 열어주었다는 점이다. 독재자들은 위기 때마다 정상적인 외교 채널조차 우회하여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의 은밀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에 매달렸다. 국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쿠데타와 비상계엄과 학살의 주범들에게 미국의 내정간섭이란 거부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응당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직 안보 인사나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의 집권 과정과 12·3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CIA가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일정하게 관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문제는 그러한 의혹이 터무니없는 헛소리로만 들리지 않을 만큼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미국 정보기관과 비정상적으로 얽혀 있었다는 점이다. 2023년 CIA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국가안보실 차장 김태효는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장면은 굴종적 인식의 더러운 민낯이다.

 

물론 미국과 CIA의 모든 개입이 언제나 같은 성격이었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1973년부터 1975년까지 CIA 한국지부장을 맡았고 훗날 주한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는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 벌어졌을 때 CIA 본부와 백악관에 긴급히 알림으로써 김대중의 목숨을 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한편 최종길 서울대 법대교수가 중앙정보부에서 수사를 받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관해서도 본부의 지시를 어기고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 그 결과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경질되고 후임 신직수 부장이 고문금지 지시를 내리는 흐름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사례가 역설적으로 더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김대중을 살린 것도, 중앙정보부의 고문 문제에 제동을 건 것도, 한국의 헌정기관이나 사법체계가 아니라 미국 정보기관 고위 인사의 판단과 개입이었다. 이것을 고마워해야 할 일로만 보아야 할 것인가. 좋은 개입이든 나쁜 개입이든 CIA가 한국 내정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선의의 간섭은 수용가능하다는 이유로 간섭의 구조를 용인하는 순간 우리는 악의의 간섭도 함께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과거 5·16 군사정변이나 5·18 광주 학살을 미국이 왜 막지 않았는지를 추궁하는 일은 별도로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역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정당한 과제다. 그러나 그 질문이 교묘하게 뒤틀려 “한국의 정치 위기에는 결국 미국의 개입이나 중재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되어서는 도무지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아울러 미국이 과거에 잘못 개입했으니 앞으로는 올바르게 개입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 역시 또 다른 지독한 사대주의일 뿐이다. 미국의 책임을 묻는 것과 미국의 간섭을 청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6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 란에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강경 좌파’로 규정하며 한미동맹과 한국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저급한 칼럼이 실렸다. 이에 국민의힘 비례의원 김건은 “왜 미국에서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일개 미국 보수 논객의 시선을 곧바로 한국 정치의 심판관처럼 모셔오는 태도를 보였다. 쿠데타 세력이 CIA에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것이나 사대 숭미인이 미국 학자의 말로 자국 정부를 꾸짖는 것이나 굴종의 인식론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자주독립 대한민국은 없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문화, 산업, 기술 모든 영역에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선 나라다. 그런 나라가 아직도 정치 위기 때마다 미국 대사관과 CIA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은 국격의 문제요 주권 의식의 문제다. 과거 중남미 후진국들의 예속정권들 얘기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숭미주의자 내란범 윤석열의 경우를 마지막으로 외국 정보기관에 문건을 번역해 넘기며 스스로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는 노예적 습속은 앞으로 영원히 끊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더 이상 한국 정치를 미국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러 고위당국자, “조선에 대한 경제 제재 용납 못해”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6.03 11:20
  •  
  •  수정 2026.06.03 11:25
  •  
  •  댓글 0
 
1일 모스크바에서 만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과 류샤오밍 중국정부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 [사진-중 외교부]
1일 모스크바에서 만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과 류샤오밍 중국정부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 [사진-중 외교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설’이 불거진 가운데, 1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만난 중·러 고위당국자가 ‘한반도 정세’와 ‘북한 정책’ 등을 논의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3일 중국 외교부는 류샤오밍 중국정부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일 모스크바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외교부 차관(아시아·태평양 담당)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동북아와 조선반도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알렸다.

아울러 “양측은 동북아와 조선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역내 국가들의 공동이익이며 국제사회의 공통된 기대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소통과 협조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도 지난 1일 두 사람이 만났다고 확인했다. 

특히 “양측은 조선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제 제재, 압박 및 기타 다른 수단이 용납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역내 모든 국가의 우려를 고려하면서 상호 주권존중에 토대를 둔 외교적 수단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서 건설적 역할을 계속할 용의가 있다”면서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이 조선반도의 긴장고조, 군비경쟁 및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를 종식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발표는 지난달 19~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중 계기에 중·러 정상이 직접 서명한 「중·러 포괄적 협조 한층 강화와 선린우호협력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만간 국빈방북할 것이라며 “중국과 북한이 일본의 신군국주의에 맞서 협조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 방북’ 관련 질문을 받은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내가 제공할 정부가 없다”고 대답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켜보는 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승리자 없는 선거'…서울 놓친 민주당, 4곳만 지킨 국민의힘

오세훈 막판 대역전극으로 승패 기준 희미…불발에 그친 '이재명 매직'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6.04. 10:07:01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며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4곳을 지키는 데 그쳤지만 수도 서울에서 막판 역전승에 성공했고 경남에서도 승리를 가져가며 당초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벗어나게 됐다. 다만 이를 뒤집으면, 민주당은 서울을 내주며 '화룡점정'에 실패했고 국민의힘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말이 된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4일 오전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수도권인 인천·경기 △PK 중 부산·울산 △충남 4곳과 호남 2곳 전체 △강원·제주 등에서 승리를 거뒀다. 핵심 전략지역이었던 부산과, 출구조사·예측조사 결과 접전지로 분류된 충남·강원에서의 승리는 특히 돋보인다.

다만 서울에서는 당초 출구조사 결과로나 자체 판세 예측으로나 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개표 막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대역전극에 성공하며 승패 기준 자체가 희석되는 상황이 됐다. 여권 당정 지도부로서는 막판에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셈이다. 특히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응원을 보내온 이른바 '명픽' 후보로 꼽혔다는 점에서 여권의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서울 25곳 중 17곳을 석권했고, 경기도 31곳 중 19곳에서 이겨 과반 승리를 따냈지만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7인회' 출신 김병욱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국민의힘 신상진 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는 공교롭게도 작년 6.3 대선으로부터 정확히 1주년이 되는 날 치러져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와 불가분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올해 들어 60% 전후의 국정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고, 특히 지난 3~4월에는 평균 국정 지지도가 60% 후반을 기록하는 등 대체로 긍정적 여론 평가를 받아왔다. 전국 16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이같은 이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여론 평가가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서울·성남 등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한 것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서울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 표가 많았던 강남 3구와 용산·광진·강동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 분당이 포함된 성남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 타깃이자 그에 대한 불만이 많은 지역이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선전 끝에 석패한 대구시장 선거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마지막까지 초접전을 이어간 끝에 분패한 경남지사 선거 결과를 놓고는 선거 전후 '조작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등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한 정책과 태도가 역풍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전 총리는 실제로 선거 기간 당 지도부에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초 경북지사 1곳만 지키고 전패할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나왔다가 서울을 포함한 4곳(서울·대구·경북·경남)에서 극적 승리를 거두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론을 펼칠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됐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승리는 당초 오세훈 시장이 장동혁 지도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후보 등록까지 연기하는 등 강하게 선을 그어온 점, 실제로 유세 기간에도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일부러 겹치지 않는 동선을 짜면서 '따로 유세'를 펼친 점 등을 볼 때 온전히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분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의 3요소 중 '구도'·'이슈'의 불리함을 오 시장이라는 '인물'의 개인기로 돌파한 모양새가 되면서, 오 시장은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히게 됐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선거 책임론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총 14곳 중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에서, 무소속 후보(한동훈)가 1곳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보다도 이같은 재보선 결과가 민주당에는 더 뼈아플 수 있다. 숫자로만 봐도 원래 14곳 중 13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다가 4곳을 보수진영에 내준 셈인데, 내용을 보면 전국적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모두 보수진영이 승리했다.

다만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로서도 진영 내 최대 경쟁상대인 한동훈 전 대표의 북구갑 보선 승리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수 재건'을 내걸고 당선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복당을 선언하며 장동혁 지도부를 날카롭게 겨누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에 대해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정청래 지도부가 이끈 민주당이나, 장동혁 지도부 체제 하에서 '극우화'의 길을 간 국민의힘이나 진영 내 결집만을 내세우며 상대 정당을 적대하는 정치적 양극화(극단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같은 배경에서 여성·안전·민생 등 건전한 정책 토론의 장은 사라졌고, 대신 극단적 진영논리와 함께 극우 음모론과 색깔론,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시민사회의 공론장을 오염시켰다. 특히 선거 막판에 불거진 서울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관위의 심각한 투표관리 부실 사례여서 그 자체로 문제임과 동시에, 극우적 부정선거 음모론에 땔감을 공급할 우려가 제기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현대태권도 체육관에 마련된 화곡제8동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원오 패배 승복 “모든 것이 제 탓…시민 선택 겸허히 받들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04 10:42
  • 수정일
    2026/06/04 10: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혜민,김해정기자

  • 수정 2026-06-04 10:26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며 “제가 부족했다. 모든 것이 제 탓이다”라고 승복을 선언했다.

정 후보는 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선거 사무소에서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더 깊이 듣지 못했다”면서 “더 넓게 마음을 얻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저를 믿고 함께해 주신 시민 여러분, 선거 운동원과 자원봉사자, 또 캠프 관계자, 당원 동지 여러분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당선된 오세훈 후보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자 선거상황실에서 지지자들이 서울시장 선거 아침 개표 상황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바뀌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9시30분 개표 상황(개표율 97.70%)에서 48.34%를 득표해 48.94%를 득표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힘 참패'에 조선·동아 "예견된 결과... 장동혁부터 물러나라"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3일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참패의 쓴잔을 마셨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이은 3연속 전국 선거 패배입니다. 선거 결과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히 사설을 내고, 이번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지목했습니다. 두 매체는 장 대표의 즉각적인 사퇴와 당의 해체 수준을 뛰어넘는 쇄신을 강도 높게 주문했습니다.

<조선> "예견된 참패… 쇄신 거부한 장동혁의 책임"

<조선일보>는 이번 선거 결과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4일 자 사설(예견된 결과, 국민은 다 아는 이유 국힘 지도부는 아나)을 통해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참패했다"라며 "예견된 일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설은 그 이유로 "국힘은 계엄과 탄핵을 거치고도 제대로 된 반성과 혁신이 없었다"면서 "당을 쇄신해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지만 그 반대로 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수 언론이 꼽은 가장 큰 패착은 장 대표 체제하에서 벌어진 퇴행적 당 운영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장 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윤 어게인' 인사들을 중용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계엄을 옹호하거나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을 이번 선거에 공천하기도 했다"면서 "공천관리위원장은 두 번씩 사퇴 소동을 벌이다 본인이 출마했고, 경기도 시흥시장 후보 공천을 포기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라고 공천 난맥상을 꼬집했습니다.

<조선일보> 6월 4일자 사설 '예견된 결과, 국민은 다 아는 이유 국힘 지도부는 아나' ⓒ 조선일보 PDF

<동아일보> 역시 4일자 사설(참패한 野… 장동혁부터 물러나라

)에서 참패의 원인에 대해 "올 3월 당 지지율이 10%대 후반으로 떨어진 뒤 일부에서 지지층 결집이 감지됐지만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형성된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라며 "막판 보수결집론은 '신기루'로 드러났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보수 언론의 칼끝은 정확히 장동혁 대표를 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가장 큰 책임은 장동혁 대표에게 있다"며 "지난 대선 패배 후 당을 쇄신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거부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동아> "절윤도 시늉만... 자신의 영달 위해 당 사지로 모는 정치인에 미래 없어"

<동아일보> 6월 4일자 사설 '참패한 野… 장동혁부터 물러나라' ⓒ 동아일보 PDF

<동아일보>는 장 대표가 지난 10개월간 당의 위기 극복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구축에 몰두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설을 통해 "절윤도 시늉만 했고, 부정선거론과 손잡았고,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논란 끝에 제명시켰다"라며 "자신의 영달과 보신을 위해 당을 사지로 내모는 정치인들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다"라고 직격했습니다.

AD

특히 <동아일보>는 장 대표의 행보를 두고 "기행(奇行) 같은 워싱턴 출장으로 자신과 당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장 대표의 리더십 상실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동아일보>는 "장동혁 대표는 선거 기간 중 자신에게 지원 유세를 요청하는 후보가 많지 않아 외곽을 돌아야 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의 간판인 대표가 격전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입니다.

오히려 후보들은 전직 대통령들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동아일보>는 "몇몇 후보들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라며 "두 전직 대통령이 서울 부산 대구 등 격전지를 찾는 동안 국힘의 퇴행 이미지만 더 굳어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환골탈태만이 살길… 장 대표 즉각 물러나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장 대표의 사퇴와 뼈를 깎는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이런 바람에 국힘이 부응하려면 수도권과 40~50대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영남 기반의 당 주류들이 한 줌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다음 총선에선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장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날지는 알 수 없다"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더욱 명확하게 장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장 대표 체제 10개월은 보수 분열과 해체의 시간이었다"라며 "장 대표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국힘은 환골탈태만이 살길이다"라며 "내란 정당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인물, 아이디어, 정책과 노선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보수 언론의 일치된 지적처럼, 국민의힘은 이제 '존재의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거취 표명과 쇄신 여부가 보수 진영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지방선거#국민의힘#장동혁#보수언론#사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내란 청산 2차전' 촛불 들었던 손으로 투표를!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6.06.03 05:36

  • 수정 2026.06.03 09:36

  • 댓글 0

오늘, 지난해 대선에 이어 다시 6·3 선거

민주주의 더욱 공고히 하는 '회복의 날'로

헌정 파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심판 내리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6월 3일) 본투표가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다. 내란 사태의 책임을 묻고, 무너진 헌정 질서를 더욱 굳건히 세우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어떤 선거든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그에 참여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지만, 내란 청산의 과제 앞에서 오늘의 투표는 그 의미가 더욱 무겁다.

12·3 비상계엄 선포라는 명백한 내란 행위로 대통령은 파면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주모자들은 법정에 서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분명히 봤듯이 내란은 몇몇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한 구조와 세력의 문제다. 이번 선거 기간에도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 피의자들을 감싸는 이들이 대거 후보로 공천됐다. 거리와 방송, 유세 현장에서 울려 퍼진 이들의 내란 옹호 목소리는 내란이 여전히 진행중이며, 이번 선거가 내란 청산의 또 다른 중대한 싸움이라는 것을 분명히 일깨워줬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이틀차인 30일 오전 광주 광산구 우산동행정복지센터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함에 용지가 담긴 봉투를 넣고 있다. 2026.5.30 연합뉴스

투표는 헌정 파괴와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주권자의 가장 확실한 심판이다. 국가의 근간을 흔든 세력과 그에 동조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오늘 주권자의 손에 쥐어진다. 투표로써 ‘헌정 질서 수호’와 ‘내란 세력 단죄’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완성해야 한다.

선거일인 오늘 6월 3일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정확히 6개월 만에 치러진 대선으로부터 다시 1년이 되는 날이다. ‘12·3’과 ‘6·3’이라는 날짜의 묘한 중첩은 단순한 우연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마치 역사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이 일치는, 우리에게 뭔가 보이지 않는 섭리마저 느끼게 한다.

물론 이는 사전에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우연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암흑의 12월 3일을 지나, 정확히 반년 후, 그리고 다시 1년 후 같은 6월 3일에 우리는 다시 투표를 앞두고 있다. 파괴된 헌정 질서를 시민의 손으로 복구하는 이 엄숙한 시간표가 이토록 대칭적으로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은 오늘 선거가 지닌 역사적 책무를 다시금 일깨운다. 1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우리가 흘린 땀과 선택이 제대로 뿌리내렸는지 돌아보게 한다. 12월 3일이 민주주의가 일시 정지된 ‘오욕의 날’이었다면, 두 번째 맞는 6월 3일을 주권자인 국민이 표를 통해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하는 ‘회복의 날’로 삼아야겠다.

지방선거는 중앙 권력의 교체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새롭게 세우는 것이다. 지방자치에서부터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시민의 뜻을 받드는 인물들이 자리 잡아야 중앙 정치의 독단과 헌정 유린을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한 민주주의 토양이 만들어진다. 광장에서 촛불과 응원봉을 든 시민들의 힘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역에서 쌓인 시민 역량이 폭발한 결과였다. 그것은 지방자치가 키워낸 힘이며 역량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의 출발부터가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되찾은 민주주의의 결실이었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 1995년 전국 동시지방선거까지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김대중의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과 수많은 시민의 열망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 시장·도지사, 지역의원, 교육감을 뽑을 권리를 얻었다.

그 권리는 시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힘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가 일상으로부터 먼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 방향, 동네 하천 관리, 장애인 이동권 예산, 노인 돌봄 서비스까지 매일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그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지방정부다.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일에 빠져선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로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뜨거운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 높은 투표율조차 이번 선거에 부여된 역사적 무게 앞에서는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손으로, 오늘 모두들 투표용지 위에 자신의 주권을 행사해야겠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3 지방선거 오전 10시 투표율 11%…지난 지선보다 2.3%p 높아

투표율 최고 대구 13.7%, 최저 광주 7.3%…사전투표 합산 전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6.06.03. 10:06:42

제9회 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3일 오전 10시 기준 11%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전체 유권자 4464만 9908명 중 490만 8603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동시간대 투표율 8.7%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의 투표율이 13.7%로 가장 높다. 그 뒤는 강원 13.3%, 경북 13.1% 등이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로 7.3%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 투표율은 23.51%였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 33.9%. 가장 낮은 곳은 대구 18.7%였다. 이는 오후 1시부터 투표율에 합산된다.

자세히 알아보기

정치 뉴스 구독

뉴스 영상 스트리밍

정치

이날 선거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관할 투표소를 방문하면 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인천 연수구 선학초등학교에 마련된 선학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동훈·박민식 와 안 합쳤노" 단일화 어그러진 부산 북갑, 민심 '복잡'

[르포] 보수 유권자들 '하정우 어부지리' 우려...세 후보 당선 가능성 놓고 갑론을박

26.06.02 23:22최종 업데이트 26.06.03 08:58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뉴코아아울렛 덕천점 앞에서 열린 으랏차차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뉴코아아울렛 덕천점 앞에서 열린 으랏차차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들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유성호

'무소속 한동훈'과 '국민의힘 박민식'으로 갈라진 보수 표심이 선거 막판 소용돌이치고 있다.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 최대 변수였던 보수 야권 단일화가 어그러진 상황에서 두 정치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민심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종잡을 수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붓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가 어부지리를 얻을 거란 예상과, 어부지리 승리를 민주당에 넘겨선 안 된다며 '당선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민심 단일화' 분위기가 혼재했다.

부산 북갑에 속하는 구포·덕천동은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하고, 만덕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는 주거 지역이다. <오마이뉴스>는 본투표 하루 전날인 2일 부산 구포·덕천동 일대를 돌며 주민·상인들을 만나 보수 단일화 무산 이후 민심을 들어봤다.

울먹인 하정우 "우리 아이들의 미래 위해 꼭 이기겠다" ⓒ 유성호

"나는 한동훈, 둘째 아들은 하정우, 셋째 아들은 박민식"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와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한동훈이랑 박민식이는 와 안 합쳤노!"

부산으로 시집 와 한평생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찍어왔다는 덕천동 주민 박아무개(80·여)씨는 보수 단일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한동훈이 되지 싶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동훈, 둘째 아들은 하정우, 셋째 아들은 박민식"을 지지한다는 박씨는 "되는 쪽으로 밀어줘야지, 표 안 썩히고 한 표라도 살릴 거면 한동훈이 밀어줘야지"라고 말했다. 박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 후보를 뽑아 보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보수 단일화 무산 이후 한 후보 지지를 굳힌 이들에겐 지역 연고나 '외지인' 이미지 등이 더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덕천 젊음의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한 여성은 "한동훈이 내 물건을 많이 팔아줬다"라며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들 (한동훈 뽑으라고) 몇 명 잡아놨다"라고 말했다. 구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채아무개(68·여)씨도 "한동훈이 (출마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그만큼 열심히 뛰는 사람 없다"라며 "(당선) 가능성은 한동훈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채씨는 최근 부산 북갑 여론조사 추세를 언급하며 "박민식이가 단일화해서 한동훈이 밑으로 들어가면 부산이 살 텐데"라며 "사전투표도 끝났고 내일 본투표인데 (단일화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박민식이가 좀 뒤처진다고 봐야 하는데 안타깝지"라고 말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앞서 유세 도중 "엉터리 여론조사는 보이스피싱 같은 것"이라며 "박민식에게 가는 표심을 훔쳐 가려는 나쁜 조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흰옷을 입고 전국에서 몰려든 한 후보 지지자들의 세몰이도 주민들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구포시장 상인 박아무개(64·여)씨는 "팬덤이 중요하다"라며 "경기·서울 등 전국에서 다 오니까 아무래도 한동훈이 될 가능성이 많다"라고 봤다. 구포시장에서 20년째 도자기 장사를 하는 곽아무개(60·남)씨도 "외지 사람들이 와서 시장에 다니니까 북구도 활기가 생긴다"라며 "난 골수 보수지만 한동훈이 돼서 국민의힘이 개편돼야 한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젊음의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성아무개(60대 초반·여)씨도 "여긴 박민식이 찍어줘야 한다는 분위기인데 나는 계속 설득을 당하다 보니 한동훈 쪽으로 마음이 굳어졌다"라며 "하얀 옷 입은 사람들이 설득했다. 지들이 판교에서 왔다, 서울에서 왔다 하면서 한동훈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꾸 얘기하니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가 싶더라"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선 누굴 뽑아야 할지 고심하는 이도 있었다. 구포시장에서 양말 장사를 하는 김아무개(80·여)씨는 "누굴 찍을까?"라고 기자에게 연신 물었다. 김씨는 "한동훈이 찍어줬는데 (다른 데로) 가뿌면 그만이라 (뽑아주면) 안 된다 카는 사람도 있고, 박민식이는 찍어줘야 하는데 여론조사가 많이 떨어지데"라며 "박민식이는 표가 적어서 안 됐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박 후보 유세를 지켜보고 있던 양아무개(60대 초반·여성)씨는 "내일 투표할끼라"라며 "아무래도 박민식이가 북구 사람이니까 내 소신대로 국민의힘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구포동에 산다는 양씨는 "내가 박민식 찍어도 당선은 안 되겠지만 지금은 국민의힘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북구 발전 이룰 진짜배기 북구 사람은 나뿐" ⓒ 유성호

"전재수도 잘 하고, 대통령도 잘 하는데... 하정우가 될 것"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에게 찰밥 도시락을 건넨 김복악 할머니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한 후보의 피날레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이처럼 보수 표심이 분열된 상황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야 지지층모두에서 나왔다. 젊음의거리에서 꽈배기집을 운영하는 김재훈(50대 후반·남)씨는 "하정우가 된다고 본다"라며 "(한동훈 지지자들이) 원체 세가 있으니까 좀 불안하긴 하지만 하정우가 무난하게 이기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도층이 다 한동훈한테 간다면 몰라도, 지금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도 잘하고 대통령도 잘하는데 그럴 수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구포시장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국민의힘 지지자 홍아무개(71·여)씨도 "(박민식으로) 단일화했으면 1번(하정우)이 안 되고 2번(박민식)이 확실히 이겼을 건데 지금 (후보가) 3명이라 내일 표를 까봐야 알 것 같다"라며 "하정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곽씨도 "부산시장은 전재수가 되더라도 북갑은 한동훈이 돼야 한다"라면서도 "(하정우가 당선될 가능성을) 50% 이상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 달 전까지 누굴 뽑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구포시장 상인 최아무개(80·여)씨는 "구포시장에 한동훈 뽑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1번(하정우) 찍을 거야"라며 "아직까지 대통령이 잘하고 있고 선거 공보물을 보니 북구 발전에 제일 도움 될 사람이 하정우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선거운동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한 후보 지지자들은 흰 우비를 입고, 하 후보 지지자들은 파란 우비를 입고, 박 후보 지지자들은 흰 우비 안에 빨간 옷을 입고 온종일 길거리 유세를 했다.

한동훈 "북구의 아들로 남겠다... 저를 버리지 말아달라" ⓒ 유성호

하정우 "눈물 난다, 꼭 이길 것"...박민식 "진짜배기 북구 사람"...한동훈 "보수 재건"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어머니, 이모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김민전 의원과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본투표를 하루 앞둔 만큼 세 후보도 막판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박 후보는 이날 부산 덕천초 앞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세를 했고, 하 후보는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한 후보는 구포시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각각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하정우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구포시장에 가서 처음으로 수많은 분들과 만나는 상황을 겪다 보니 미숙한 점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논란도 많이 됐다"라며 "그걸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격려해 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눈물이 좀 난다. 지지자들의 빚을 갚기 위해 저는 꼭 이겨야겠다"라고 호소했다.

박민식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다른 후보들을 향해 "북구에서 일 하나 해본 적 없고 북구에 살아본 적도 없고 침 한 방울 튀긴 적 없는 떴다방 후보들이 무슨 북구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겠나"라며 "북구에서 일해본 진짜배기 북구 사람은 박민식 후보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박살 내고 장동혁 당권파가 퇴행시키고 있는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권파 일부가 이상한 얘길 하면서 흑색선전을 투표 하루 전에 퍼뜨리고 있다"라며 "승리해서 보수를 재건하고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뉴코아아울렛 덕천점 앞에서 열린 으랏차차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선거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들의 연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유성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3 지선에 숨은 ‘차기 대권’…여야 전략통이 짚었다

성한용기자

  • 수정 2026-06-03 09:05

민주당, 8월 전당대회 정청래-김민석 격돌 예고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 둘러싸고 갈등 격화할 것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직원이 기표용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여야 정당 내부 권력 구도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여야 중량급 인사의 당락은 당내 역학 구도 변화는 물론 향후 대선 구도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모든 길은 차기 대통령 선거로 통한다. 정치인의 운명도 차기 대선 가능성과 연결 지어 해석하면 과히 틀리지 않는다. 22대 대통령 선거는 2030년 3월27일이다. 대선 2년 전인 2028년 4월12일에는 23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다.

이번 선거에 숨어 있는 차기 대선 코드를 읽어내기 위해 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략통 몇 사람에게 의견을 들었다.

민주당의 관심은 선거 한참 전부터 8월 전국당원대회에 쏠려 있었다. 지난해 8·2 임시 전국당원대회는 이재명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를 채울 정청래 대표를 선출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곧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민주당 차기 대표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다음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 대표를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구든 8월 전국당원대회에서 대표가 되고 23대 총선에서 승리하면 차기 대통령 자리를 예약하는 셈이다.

대표 출마 예상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사람들은 정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인영 의원 등 꽤 많다.

지금은 정 대표와 김 총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를 ‘친청(친정청래) 대 친명(친이재명)’ 대립으로 읽는 사람도 있고, ‘친청(친정청래) 대 친석(친김민석)’ 대립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정 대표는 전북지사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 총리는 선거 직후 그만둘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해 8월 박찬대 의원을 대표로 밀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김 총리가 대표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대통령이 개입할까? 지난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떨까? 지난 5월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개입 논란이 불거진 것처럼 이번에는 ‘명심’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는 결국 당원들이 선출한다. 누가 ‘당심’을 잡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명심도 당심을 이길 수는 없다.

대선주자로 가는 길이 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뽑히는 광역단체장 임기는 2030년 6월30일까지다. 광역단체장으로 일을 잘하고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면 2030년 3·27 대선에 곧바로 출마할 수 있다.

이번 선거 당선을 전제로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대구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추미애 경기지사 등을 대선주자급으로 본다. 여기에 정원오 서울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등 당선 이후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설 정치인들도 많다. 선거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민주당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6·3 선거 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을 것 같다. 장동혁 대표가 선거 승리를 선언하려면 국민의힘이 초경합지로 분류한 서울, 부산, 경남, 강원, 충남 다섯곳 가운데 과반은 이겨야 한다.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나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장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장 대표의 버티기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강제로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최고위원 과반 사퇴로 인한 지도부 붕괴도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비당권파는 우재준 최고위원 혼자다.

장 대표는 어떻게든 버텨내면 차기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20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장 대표에게는 반면교사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두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강성 지지층과 ‘윤 어게인’ 세력에 휘둘리며 질질 끌려갈 가능성이다. 둘째, 붕괴하며 분열할 가능성이다. 둘째보다는 첫째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는 절대권력자가 없다. 원로들도 힘을 쓰지 못한다.

붕괴와 분열은 길게 보면 나쁜 시나리오가 아니다. 무너져야 다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수 언론은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에서 벗어나 집권 가능한 새로운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문할 것이다. 한동훈 부산 북갑 후보가 당선되면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보수 재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중요하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 차려진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지 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 압승론에 경고등...서울이 경남보다 위태

뉴탐사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서울시장 당선확률 28.8%, 기초단체장 우세는 120곳뿐

여심위 등록 여론조사와 과거 선거결과 넣어 선거 1만번 모의 시뮬레이션

서울시장 민주당 당선확률 28.8%...경남 39%, 대구 27%와 비슷한 경합권

기초단체장 227곳 중 민주당 우세 120곳...여론조사 압승 기류와 큰 간극

2026-06-03 07:31:41
 

6월 3일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뉴탐사가 선거를 1만번 모의로 치러봤다. 결과는 거리에 도는 민주당 압승론과 사뭇 달랐다.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은 28.8%로 나왔다. 경상남도 39%보다 낮았다. 험지로 꼽히는 대구 27%와도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숫자는 여론조사가 아니다. 과거 선거 결과와 최근 여론조사를 함께 넣어 컴퓨터로 선거를 1만번 돌린 값이다.

 

만 번 돌린 선거

 

이번 분석에 쓴 기법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다. 파이썬 프로그램으로 같은 선거를 1만번 반복해 치렀다. 진행진은 "선거를 만 번 한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가 한 번 묻는 것이라면, 이 방식은 만 번을 물어 누가 더 자주 이기는지 본다. 여론조사 결과가 한 점으로 찍힌다면, 시뮬레이션은 오차범위를 따라 종 모양으로 펼쳐진다. 그 분포에서 당선선을 넘는 넓이가 곧 당선 확률이다.

 

여기에 들어간 자료는 네 가지다. 2022년 지방선거, 2024년 국회의원 선거, 2025년 대통령 선거 결과다. 여기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여론조사를 더했다. 공표금지 기간을 지키려고 5월 27일까지 조사된 여론조사만 썼다. 박근혜 탄핵 직후인 2018년 지방선거 흐름에도 가중치를 일부 줬다. 국내에서 이 기법을 선거 예측에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내놓은 숫자는 지지율이 아니라 당선 확률이다. 일기예보의 강수 확률과 같은 개념이다. 강수 확률 60%는 비가 60만큼 온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날씨가 100번이면 그중 60번 비가 온다는 뜻이다. 당선 확률 54.9%도 마찬가지다. 열 명 중 다섯 명이 지지했다는 말이 아니다. 선거를 100번 치르면 약 55번 이긴다는 의미다.

 

서울이 경남보다 위험했다

시도지사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
6·3 지방선거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1만회 결과
당선 확률 50% 이상50% 미만
인천
 
100%
제주
 
100%
세종
 
99.1%
경기
 
95%
충북
 
71.8%
대전
 
71.1%
강원
 
69.3%
부산
 
54.9%
충남
 
52.2%
울산
 
52.2%
경남
 
39%
서울
 
28.8%
대구
 
27%
전북
 
1.8%
경북
 
0%
광주·전남은 압도적 우세로 수치 표기에서 제외. 5월 27일까지 여심위 등록 여론조사와 과거 선거 결과를 반영해 산출.

시도지사 16곳 가운데 민주당 우세는 11곳이었다. 국민의힘 우세 4곳, 무소속 우세 1곳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이 넉넉하게 앞선 곳부터 보면 인천 박찬대 후보와 제주가 당선 확률 100%다. 세종은 99.1%, 경기 추미애 후보는 95%로 나왔다. 충북 71.8%, 대전 허태정 후보 71.1%, 강원 우상호 후보 69.3%가 그 아래에 자리했다.

 

문제는 50%를 겨우 넘기거나 밑도는 지역이다. 부산 전재수 후보는 54.9%였다. 충남과 울산은 나란히 52.2%로 아슬아슬했다. 경남 김경수 후보는 39%에 그쳤다. 여론조사로는 50%를 넘나드는 곳인데, 시뮬레이션에서는 경남 주민의 과거 투표 성향이 더 무겁게 반영됐다.

 

서울 정원오 후보의 당선 확률은 28.8%다. 대구 김부겸 후보 27%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최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상승세가 숫자에 묻어났다. 당선 확률만 놓고 보면 서울이 경상남도보다 위태롭다. 전북은 민주당이 우세하지 못한 유일한 곳이다. 이원택 후보 당선 확률이 1.8%에 그쳤고, 무소속 후보가 앞섰다. 경북은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이 0%로 나왔다. 1만번을 돌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시장과 구청장의 운명은 갈렸다. 구청장 선거는 강남 3구를 빼면 대부분 민주당 우세로 나왔다. 반면 강남과 서초는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이 1%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위태로운데 구청장은 싹쓸이에 가까운 그림이다.

 

기초단체장 우세는 120곳뿐

 

기초단체장 227곳을 돌린 결과는 더 팽팽했다. 민주당 우세 120곳, 국민의힘 우세 97곳, 무소속·기타 우세 10곳이다. 절반을 갓 넘긴 수치다. 더 엄격하게 확실한 당선만 추리면 민주당은 111곳이었다. 국민의힘은 107곳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양쪽이 딱 붙어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접전 지역은 18곳으로 집계됐다. 호남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영광과 무안도 이 접전 명단에 올랐다. 두 곳은 뉴탐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많이 취재한 지역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11대 3 구도로 예측됐다.

 

강원도의 그림도 평소와 달랐다. 전통적 국민의힘 텃밭이 줄줄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화천 99%, 속초 98%, 춘천 95%로 당선 확률이 높게 나왔다. 영동의 강세 지역인 속초까지 높은 확률이 잡힌 점이 눈에 띈다. 다만 강릉은 48%, 양양도 50%를 밑돌았다. 여론조사로는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곳인데도 과거 성향이 발목을 잡았다.

 

여론조사와 엇갈린 까닭

 

여론조사만 보면 민주당은 대부분 압도적으로 이긴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값은 민주당에 박했다. 이유는 과거 투표 성향이다. 사람은 한 번 굳어진 투표 습관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그 관성이 숫자에 그대로 들어갔다. 여론조사 숫자만 보고 낙관할 일이 아니다.

 

방향이 엇갈린 곳도 있다. 충북과 대전은 여론조사로는 박빙인데 시뮬레이션에서는 안정권으로 나왔다. 반대로 강릉과 양양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데도 당선 확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줄곧 국민의힘을 찍어온 지역의 표심을 컴퓨터가 끝내 믿지 않았다. 결과를 정하는 건 여론조사에 답한 사람이 아니라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다.

 

AI 예측의 한계

 

이 결과를 절대화할 필요는 없다. 과거 투표 성향에 가중치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값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컴퓨터는 숫자만 볼 뿐 밑바닥 민심까지 읽지는 못한다. 강릉처럼 현장 분위기가 숫자와 다른 곳도 있다. 1만번의 모의가 어느 쪽을 가리키든, 실제 답은 6월 3일 투표함 안에 있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건 집어치우고 연합사 해체하여 전작권을 회수할 때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6.02 08:53
  •  
  •  댓글 0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뉴시스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뉴시스

“한미동맹 파괴하는 전작권 환수 결사 반대.” 거리거리마다 걸려 있는 현수막이다. 물론 숭미인들의 절규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미동맹이 파괴되고, 한미동맹이 파괴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라가 망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막을 수밖에. 한 나라가 전작권도 없이 독립과 주권을 논하고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우리는 독립도 주권도 필요 없다고 소리치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은 더욱 기가 막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회수 시점까지 정한 것을 이명박근혜가 미국에 다시 반납할 때의 심정이 바로 저 현수막의 절절한 ‘애국심’이었을 터.

 

5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장관이 전작권 회복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낸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자 “크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겠다”고 말했다. 아니, 노 대통령이 회수 시점으로 정한 해가 2012년이었지 않은가. 14년 전에 회수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미 양국이 이미 판단한 것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회수하는 것은 ‘아무 문제’라기 보다는 ‘너무 늦어 문제’인 사안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가 나섰다. 이틀 후인 28일 신문은 “美, 전작권 조기 전환 땐 한미연합사 해체 시사” 제하의 단독 기사로 미국은 “통제 능력 없이 조기 전환되면 한국 사령관 지휘 받기 어렵다”라는 취지의 우려를 우리 정부에 수차례 전달해 왔으며,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해당 보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피트 해그세스 미 전쟁장관은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 연례회의 연설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작권 이양에 관한 한국인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빠른 시일 안에 전작권을 반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주도적인 안보 책임 의지는 환영한다”는 그의 말만 강조해 마치 미국이 조기에 전작권을 반환할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아니다. 그는 “하지만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 동안 짊어져 온 군사 계획과 책임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철저한 속도 조절을 요구했음을 잊으면 안 된다.

현 정부의 입장은 일단 연합사 해체를 통한 전작권 회수는 아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전작권 전환 후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가 각각 자국군 작전통제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병렬형’ 지휘체계를 추진했었다. 그 후 이명박근혜 숭미정부는 노 대통령이 애써 작성해 놓은 로드맵을 지우는 한편 ‘조건’을 붙이는 ‘기상천외’한 방안을 미국에 제안해 스스로 주권국임을 포기했다.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전작권 환수’를 기어코 마다하는 속국의 갸륵한 뜻을 어찌 받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우리가 지금 전작권 회수를 논한다 해서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우리가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1994년 12월 국군은 평작권을 환수 받으면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했다.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이라 한다.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훈련의 계획과 실시, 조기경보를 위한 연합 정보관리, 양국군의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시스템(C4I)이 서로 원활하게 연동되도록 조율하는 권한 등 6개 항이다. 한마디로 평작권 조차도 핵심은 전부 미군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전작권 이양 논의는 전체 작전통제권(작통권)의 회수 논의로 바꾸어야 한다.

결국 답은 ‘조건’에 입각한 환수가 아니라 ‘시점’에 기반한 회수가 되어야 한다. ‘미래연합사’도 필요 없다. 미군은 외국군 지휘 아래 두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이 미국 군사문화의 강한 관행이라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이 연합사를 지휘하려면 이러저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라면서 방위비와 국방예산 증액을 갈취해 왔다. 더 이상 끌려 다닐 일이 아니다. 연합사는 해체해 버리고 작통권을 가져올 일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가 가장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에 문 교수의 칼럼 “완전한 작전통제권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민플러스, 2026. 5. 9)의 논점을 요약해 정리한다. 다섯 가지 요점은 자주국방의 필수항목들이다. 

첫째, 주권의 관점에서 작통권 환수의 답은 단순명료하다. ‘본래 내 것이니 그냥 맡겼듯이 그냥 돌려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이다. 무엇보다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이 긴요하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불안심리가 남한 사회에 아직도 질기게 남아 있다. 미국은 이를 이용하고 ‘요리’한다. 미국은 세계 5위의 막강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한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단단히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미국의 선의에 기대서는 일이 안 되게 되어 있다.

 

둘째, 양국 간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수시점이 아니라 조건 달성 시점이다. 작통권을 가지고 ‘요리’를 즐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또 한국이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라 전작권을 회수하면 안 된다고 무엄한 발언을 했다. 미국이 어떠하든 한국은 나름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승만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assign)했듯 시한이 되면 이 대통령이 연합사령관의 작통권을 ‘해제(de-assign)’하면 된다.

셋째,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이다. 현행 ‘미래연합사’ 창설 방안은 작통권 행사에 있어 본질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어 문제, 지휘권 충돌의 문제 외에 한미일 3국간 연합작전의 지휘통제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이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계통을 분리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필요한 협조기구를 두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자체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는 ‘병렬형’ 지휘 및 군사협력 체계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합의했던 방안이다.

넷째,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통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핵전쟁을 가정한 ‘한미연합 핵작전’은 미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첨단무기를 총동원하는 ‘재래식-핵통합(CNI)’개념이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여기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병렬형 지휘구조에서 핵작전 역시 역할 분담과 상호 지원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군사협조체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다섯째,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의 재정립을 모색해야 한다. 작통권 회수는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게 한미 군사관계의 모든 면에서 철저히 국익중심의 자주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 협력과 지원의 관계에서 평시 평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전시에도 평화의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바꾸는 것이다.

명쾌하다. 조선일보와 극우파들 그리고 숭미관료들이 들고 일어나겠지만 연합사가 깨진다고 우리의 국방이 한 순간에 거덜 나는 일은 없다. 하물며 주한미군이 나간다 해도 의연해할 우리 국민이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넘어갈 일도 없다. 또 문장렬 교수가 지적하듯이 한국이 작통권을 회수하고 군사 정책과 전략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관계를 수립한다고 해서 미국과 적대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미동맹이 당장 와해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길거리의 현수막이 부르짖고 조중동이 협박조로 글을 써대고 있지만 늠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주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고, 우리의 국방주권은 한미동맹의 하위개념이 아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우리를 수탈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는 한미동맹을 위해 언제까지 우리가 국방주권을 포기하고 있을 것인가. 이 대통령 말처럼 전작권을 ‘내일’ 회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바로 내일 회수하는 것이다. 연합사 해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일보, 장동혁 연상케 하는 “좌우로 갈라진 커피 한 잔의 자유”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화에어로 폭발 5명 사망, 3차 참사에 안전실태 지적

6·3 지선 D-1…1면에 최종 판세 전망 전한 신문들

교육감 선거에 한겨레 “가장 비교육” 조선 “정책 실종”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6.06.02 07:4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5월31일 강남역을 찾아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갈무리

로켓 추진체를 생산하는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1일 화재로 인한 폭발이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2일 신문들은 1면에 참사를 전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8년 새 세 번째 일어난 참사다. 신문들은 공통으로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실에서 이날 오전 10시59분께 폭발로 인한 화재가 일어나 작업장에 있던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전신 화상을 입은 1명은 위중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장비 40여대와 인력 200여명을 동원해 오후 1시7분께 불을 껐다. 한겨레는 “사쪽은 사망자들 중 2명은 20대 계약직, 2명은 50대 정규직, 1명은 40대 정규직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지상 1층 건물 1동이 모두 불탔다.

▲2일 동아일보 1면

▲2일 중앙일보 1면

신문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관계자 입장을 인용해 “로켓 추진체를 만드는 공정 중 화약이 묻은 도구를 세척하다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해당 관계자가 “다만 사업장은 보안시설로, 작업 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훼손 심해 사망자 신원 확인 안돼…유족 “아직 아무것도 몰라” 오열> 기사에서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못한 건 폭발 충격과 이어진 화재로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하기 때문”이라며 대전경찰청이 DNA 대조와 감식을 통해 2일 신원 확인을 마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문들은 이번 참사가 처음이라 아니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업장에선 2018·2019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안전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사업장은 7년여 전에도 두 차례 폭발 사고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어서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곳에선 2018년 5월과 2019년 2월에도 폭발 사고가 일어나 각각 5명,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일 동아일보 2면

 

한국 “소방, 자체 점검…보안 이유로 안전 소홀한 듯”

한국일보는 “보안의 이유로 안전실태 점검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소방당국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했으나 주로 본관동 위주로 점검했으며, 사고가 난 건물은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사업장에서는 연 2회 자체적인 소방 점검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야 하지만, 사고가 난 건물은 건물 연면적이 작아 보고 예외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법상 (감독기관이) 개별적으로 모두 점검하기엔 어렵다”며 자체 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2일 한국일보 11면

노동조합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고 성명을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동조합은 “비슷한 사고를 잊기도 전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 것에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회사는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에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대전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조처를 했다. 한화그룹은 유가족과 국민에 사과하면서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에 대한 모든 예우를 다하고, 부상을 입은 직원의 회복을 위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사고 수습을 위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선 D-1, 경향·세계 1면에 판세 전망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신문들은 1면을 비롯한 주요 지면에 지선 관련 소식을 올렸다.

경향신문은 1면 <정치전문가 절반 “서울·대구 경합”>에서 전문가 6명에게 물어 최종 선거 판세 전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며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경합 우세”라며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표를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지만, 김준일 평론가는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이 과표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했다.

▲2일 경향신문 1면

세계일보도 1면 <“與 우세” 공감대 속 “압승” “접전” 예측 분분>으로 판세 전망을 내놨다. 세계일보는 “승부의 초점은 ‘승패’보다 ‘격차’에 맞춰졌다”며 “민주당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고 보면서도, 서울·부산·충남 등 주요 격전지에서는 보수층 결집과 정권 견제론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했다.

▲2일 세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에 여야가 서울과 부산을 승부처로 보고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부산 16개 구군 전체를 도는 도보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일 밤 충남 천안에 마지막 유세를 계획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면 <격전지 늘자 사라진 정책, 또 네거티브>에서 “본투표를 이틀 앞둔 1일 여야는 상대를 겨냥한 ‘심판론’을 내세우며 사생결단 식의 선거 유세전을 벌였다”고 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대선·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에 ‘내 편’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일 방법으로 네거티브가 이용되는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3면 <與 “우리 찍으면 예산 폭탄 지원”… 野 “나랏돈 앞세워 표심 사나”>에서 “당초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는 ‘조작 기소’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정권 견제론이 부상하자 민주당은 주가 상승을 강조하고 지역별 예산 지원을 약속하며 막판 유세에 나서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조작 기소 특검법, 정권 차원의 스타벅스 불매 운동,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한 민생 경제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감 선거…한겨레 “가장 비교육적” 조선 “정책 실종”

신문들은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가 혐오 공세와 정책 실종, 고소·고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1면에 <정파 편승·혐오 경쟁…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선거>를 배치하고 “‘교육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교육 정책은 자취를 감주고 상대 후보 비방을 넘어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가장 비교육적인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극우 경쟁에 나선 후보는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다. 한겨레는 조전혁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공소취소장’이라 적힌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며 “교육감 선거와 무관한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라는 정치 현안을 선거 주요 메시지로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2일 한겨레 1면

조 후보는 또 서울 곳곳에 ‘퀴어·동성애 교육 아웃(OUT)’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연배 서울시 교육감 후보도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윤호상 후보도 “우리 공교육에서 언제 동성애 교육을 한다고 했느냐”고 두 후보를 비판했다가 입장을 바꿔 서울 광화문 등에서 ‘동성애 교육 반대’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했다.

한겨레는 “중앙선관위가 펼침막의 혐오 표현이 공직선거법상 비방이나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미루는 사이, 혐오의 양상은 전국으로 번졌다”며 “조전혁 후보를 비롯해 강원도 신경호, 인천시 이대형, 충남도 이명수, 부산시 정승윤 등 5명의 교육감 후보들은 ‘동성애 퀴어교육 아웃, 전교조 아웃’이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든 사진을 공개하며 이를 ‘정책 연대’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주제로 12면에 <서울교육감 선거, 교육 사라지고 동성애 공방만>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동성애 교육 반대’는 서울교육감 선거 이틀 전까지도 후보들 사이 최대 이슈였다. 상대 후보들뿐 아니라 교사 단체들도 ‘학교 현장에서 혐오와 대립, 갈등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조 후보는 28일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조직위원회에 공식 전달하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이날은 서울 강서구 전교조 본부 앞에서 ‘동성애 퀴어 축제 참여 독려와 편향적 성교육은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2일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 “좌우로 갈라진 커피 한 잔의 자유”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종합면(8면) 머리에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는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사태를 두고 <좌우로 갈라진 커피 한 잔의 자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커피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이 진영 대결의 소재로 비화하자 일부 시민은 ‘정치권이 갈등을 지나치게 부추기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다.

▲2일 조선일보 8면

기사엔 전국적으로 확산한 불매 운동과 항의 움직임을 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선일보는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카운터에 ‘스타벅스 회원 탈퇴 방법 안내문’이 걸렸으며, 매장 직원이 “탈퇴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전국적으로 안내문을 걸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점심시간에 매장을 찾은 손님은 7명뿐이었다며 탱크데이 마케팅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광주시청 한 공무원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가 눈치 보인다”는 익명 인터뷰를 전했다. 이어 “일부 서울 지역 스타벅스 매장도 불매운동 타깃이 됐다”며 “진영 싸움의 불똥은 스타벅스 근로자들에게도 튀었다”고 했다. 익명의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우리 월급도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한편 조선일보가 제목에 붙인 ‘커피 한잔의 자유’는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세운 문구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서울 성수동 등 일대에서 “커피 한 잔의 자유”가 적힌 팻말과 앞치마를 들고 유세에 나섰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를 ‘좌우 공방’이나 ‘진영 싸움’으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화운동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하 논란을 정치적 대립 구도로 치환하는 프레임으로 읽힐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