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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스페이스X 상장으로 '조만장자' 눈앞…극우 영향력 더 키울까

2022년 트위터 인수해 혐오표현 감시 반대 '돈으로 관철' 전력…최근 벨파스트 반이민 폭동에도 기름 부어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6.12. 20:21:14

12일(이하 현지시간) 상장을 앞둔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가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일론 머스크가 세계 첫 조만장자 등극을 눈앞에 뒀다. 재계 입지를 바탕으로 세계 극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머스크의 힘이 불어난 재산을 바탕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스페이스X는 성명을 내 기업공개를 통한 자사 주식 5억5556만주에 대한 매각 가격을 주당 135달러로 결정해 12일부터 나스닥 시장과 나스닥 텍사스에서 종목코드 'SPCX' 종목 코드를 사용해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조달 금액이 750억달러(약 113조7000억원)에 달하고 기업가치는 1조7700억달러(2683조원)으로 평가 받게 된다.

이는 종전 최대 조달 기록인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294억달러(44조5800억원)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아람코의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1조7000억달러(2579조원)로 평가됐다.

공모가 기준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지분 가치는 8660억달러(1315조63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이 이사회 의장인 머스크는 회사 지분 거의 절반을 갖고 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머스크는 전기차업체 테슬라 CEO로서 이미 2730억달러(414조원) 가량 주식 및 스톡옵션을 보유 중이라, 스페이스X 상장과 함께 보유 자산 평가 가치가 1조달러(1518조원)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미 경제지 <포브스>의 실시간 억만장자 명단을 보면 12일 오전 1시15분 기준 세계 1위 부자 머스크 재산은 9826억달러(1491조원)로 추산됐다. 이는 뒤따르는 2~5위 부자들인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2927억달러),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2700억달러),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2515억달러),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2301억달러)의 자산을 다 합친 수준이다.

'재무 지표 아닌 머스크 공상과학 상상력에 투자'…고평가 경고도

상장 뒤 스페이스X 주가가 오를 경우 이 회사 보유 지분만으로도 머스크 자산 평가 가치가 1조달러를 넘길 전망인 가운데, 공모가가 이미 '일론 프리미엄'으로 고평가 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이 실적과 재무 상황보다 머스크의 '공상과학 소설 같은 상상력'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기업공개 전문 분석업체 르네상스캐피탈의 선임전략가 맷 케네디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스페이스X 또한 일론 머스크에 대한 투자"라며 "시가총액이 1조5000억~2조달러에 달한다면 기존의 모든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이는 '일론 머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리서치사 모닝스타는 9일 스페이스X의 주당 가치를 공모가의 절반도 안 되는 63달러로 평가하기도 했다. 업체는 이러한 평가가 "회의적 시각"이 아닌 "수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설명했다.

모닝스타 주식분석가 니콜라스 오언스는 스페이스X가 최신 로켓 스타십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우주 데이터 센터 상용화에 매우 성공적일 가능성을 7%로 봤다. 스페이스X는 올해 1분기 43억달러(6조53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마이클 필드 모닝스타 수석주식전략가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 관련해 "우린 이 사업이 특히 스타링크 부문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믿지만 가치 평가의 상당 부분이 특히 인공지능(AI) 부문을 포함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도로 투기적인 평가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옥스팜 "머스크 재산, 전세계 하위 46% 재산 합친 것보다 많아"

상식을 뛰어 넘는 수준의 자산가 탄생 전망에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머스크의 재산은 전세계 가장 가난한 인구 46%, 38억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머스크가 하루에 100만달러씩 써도 1조달러를 다 쓰는 데 2740년이 걸린다"고 짚었다.

단체는 스페이스X가 정부 사업을 통해 성장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극단적 부의 집중은 초부유층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 규칙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온 수십 년간의 억만장자 친화 정치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 대선보다 세 배 불어난 자산…영향력 원천 될 것"

재계 입지를 기반으로 미국 정치를 넘어 전세계 극우 세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머스크가 불어난 재산으로 이를 강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SNS)의 혐오 표현 감시를 비난해 온 머스크는 그의 재력을 바탕으로 2022년 대표적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를 인수해 절반 이상의 인력을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혐오 표현 감시 인력이 대폭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관련 자문 위원회도 해산됐다.

머스크는 이후 트위터 사명을 엑스(X)로 바꾸고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며 이번 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일어난 반이민 폭동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그는 영국 극우 활동가 게시글을 공유하며 "반복적으로 큰 소리로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8일 벨파스트에서 수단 출신 30살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40대 남성에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자 극우 활동가들은 사건 영상 등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뜨려 선동에 나섰다. 이후 벨파스트에서 반이민 폭동이 일어 차량과 건물이 불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관계자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콘텐츠 감시가 거의 사라지며 활동가들이 선동적 콘텐츠를 게시하는 게 훨씬 쉬워졌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영향력을 행사한 2024년 미 대선 당시 그의 자산은 3500억달러(531조원) 수준이었는데 이제 세 배로 불어나게 됐다며 "이러한 부는 향후 수년 간 그가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 상징과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모형.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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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메운 “부정선거 재선거”…성조기 흔들며 ‘윤어게인’ 구호도

고경태기자

  • 수정 2026-06-13 01:04

[현장] 12일 밤 잠실 개표소 시위

주말 앞두고 시위대에 젊은 층 유입 늘어

“윤석열이 대통령 해야” “사전투표 폐지”

1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를 외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같은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부정선거’로 시작해 ‘수개표’로 끝나는 하나의 구호가 완료되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7초 안팎. 1분에 8번, 1시간이면 500번 가깝게 구호를 반복하는 셈이었다. 30분이나 1시간에 한 번씩 제창하는 애국가가 그나마 분위기를 전환해 줄 뿐, 어떠한 공연도, 연설도, 시위 안내도 없었다. 지겨워할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1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에게선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지난 5일부터 개표가 마무리된 6·3 지방선거 투표함의 반출을 막기 위해 경기장을 봉쇄하는 시위가 8일째 이어지고 있다.

초반 양상은 지금과 달랐다. 지난 주말(6∼7일)에는 잠실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참정권 침해’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청년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특정 정치세력의 개입을 거부하며 오직 ‘재선거’만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8일을 기점으로 ‘부정선거’라는 단어가 구호 맨 앞에 등장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 전면 시행된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당일투표’만 진행하자는 주장도 이때부터 구호에 스며들었다.

이와 함께 성조기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12일 현장에서는 대형 성조기 여러 개가 시위 대열 앞뒤에서 휘날렸고, 한 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든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성조기를 왜 들었을까. 빨간 ‘마가(MAGA,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모자를 쓴 40대 여성은 한글과 영어로 된 ‘한미연합 수사 요청’ 손팻말을 들고 시위 대열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백날 부정선거만 외치면 뭐해? 이제 이걸 넘어서야 해요. 이재명 부정선거에 대해 한미공조 수사 요구로 가야 해요. 트럼프의 입에서 부정선거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성조기 들고 트럼프를 움직여야 한단 말이야.”

시위 대열 끝에서는 선글라스를 쓴 70대 남성이 주변 사람들을 불러모아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난하고 있었다. “조희대가 탄핵당할까 봐 이재명한테 설설 기고 있잖아. 빨리 이재명 끌어내고 박근혜 대통령부터 잔여임기 채운 뒤, 그다음엔 윤석열 대통령이 하게 해야 해. 청년들 저거 평화시위 갖고 안돼. 혁명으로 가야지.” 그는 허리춤에 찬 작은 가방에서 장난감 권총을 꺼내더니, 총구에 태극기를 꽂고 사격 시늉을 했다. 그의 말을 듣던 주변 이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1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를 외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시위 본 대열에선 구호만 외쳤지만, 대열 구석구석에서는 이처럼 열변을 쏟아내는 이들이 있었다. 핸드볼경기장 진입로에 붙은 수백장의 대자보와 스티커에는 “이재명 퇴진”, “윤석열이 옳았다” 등 정치적 구호가 주를 이뤘다.

날이 저물면서 시위대 규모는 더욱 불어났다.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면서 광장이 빽빽해졌다. 한 70대 노인은 “낮엔 어르신이 밤엔 젊은이가 지킨다. 재선거 불사하라”고 적은 도화지를 들고 있었는데, 실제로 밤이 되자 젊은 층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가족 단위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이들부터 연인, 부부, 친구끼리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다 서로 인증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맨 뒤에서 혼자 조용히 태극기만 흔드는 이도 있었다. 한 20대 남성은 “오늘 처음 왔는데 분위기가 어색하다”며 “현장이 궁금해서 나와봤는데, 주말에 또 올지는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들의 ‘부정선거 재선거’ 주장이 대중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와 별개로 ‘부정선거’ 주장에 거리를 두는 이들은 시위대 내부에도 소수나마 존재한다. 다만,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따끔한 비판도 있었다. 이날 저녁, 한 20대 여성은 이런 글을 도화지에 적어 흔들고 있었다. “북한보다 한심하다. 대한민국 선관위야. 한 탈북자 왈.”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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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용 지부장 끝내 병원행…정부 방관에 쓰러진 홈플러스 단식자 6명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6.12 17:26
  •  
  •  댓글 0
 
   
 

이송되는 순간에도 “단식 이어갈 것”
“두통과 위경련으로 움직이지 못 해”
“메리츠, MBK가 보증한 1천억 원만”
“홈플러스, 그걸로 신뢰 회복 어려워”

누적 단식 99일, 4차 단식 30일을 맞은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 마트노조
누적 단식 99일, 4차 단식 30일을 맞은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 마트노조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이 누적 단식 99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 지부장은 극심한 두통과 위경련, 복통을 호소하면서도 진통제를 먹으면서 주변에 이를 숨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4차 단식이 시작된 이후 안 지부장까지 총 여섯 명이 쓰러졌지만, 정부의 약속도, 메리츠의 금융지원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안수용 지부장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누적 단식 99일, 4차 단식 30일 차다. 노조 측은 12일, “최근 안 지부장의 맥박이 40까지 떨어졌다가, 94까지 치솟는 등 건강 수치가 극도로 요동쳤고, 두통과 위경련, 복통으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결국 119를 통해 긴급 후송 조치됐다”고 밝혔다.

안수용 지부장은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정부여당이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져, 중단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누적 단식 99일, 4차 단식 30일을 맞은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 마트노조
누적 단식 99일, 4차 단식 30일을 맞은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 마트노조

노동자들이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차에는 조합원 2명이, 26일에는 조합원 3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이들은 모두 두통과 속 쓰림 통증 등을 앓았고, 시야가 좁아지거나 안면 근육이 떨리는 현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농성장에서는 아직 김현원 강서지회장과 정연성 반여지회장이 단식 30일 차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손상희 수석부지부장과 최철한 사무국장 역시 단식 9일 차를 맞이하며 버티고 있다.

 

마트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는 정부의 철저한 방관이 낳은 연쇄적인 ‘반인도적 사태’”라고 규정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정부 역시 이 비극의 주범”이라고 분노했다. 또한, “우리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이행하라 촉구했을 뿐”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홈플러스 정상화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치권과 금융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실도 아직 답이 없으며, 메리츠금융도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12일, “메리츠금융이 검토 중인 1,000억 대출로는 현재 진행 중인 점포 폐점 절차를 마무리할 수 없으며 상품 공급 재개도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앞선 11일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 금액인 1,000억 원 범위에서 대출이 가능하다”고 전한 메리츠금융 측에 난색을 보인 거다.

홈플러스 측은 “2천억 원의 긴급 운영자금이 확보될 경우 점포 효율화와 상품 공급 정상화, 더 나아가 협력업체 신뢰 회복이 가능해져 회생 계획 이행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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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의 구속 이후…'디지털 무법자들' 뒷배는 누구인가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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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6.12 19:25

  • 수정 2026.06.12 19:30

  • 댓글 0

김세의 구속으로 돌아보는 사이버렉카의 해악

여성 혐오와 관음증적 프레임의 잔혹한 구조

'보수우파 대변자' 자처해 극우 유튜버 정체성

5·18 왜곡하고 조국·이재명 등 정치인도 표적

"민주당 성비위 취재 막으려 구속" 음모론까지

'정의 구현'을 내세운 지독한 디지털 마녀사냥

황색언론의 공모와 보수권력의 끈끈한 카르텔

사법부는 무능·방조…구조적 토대 뜯어고쳐야

얼마 전, 대표적인 '사이버렉카'인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김세의 대표의 구속은 너무나 뒤늦었지만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김세의는 이번에 고 김새론 배우가 미성년자 시절부터 동료 배우인 김수현 씨와 교제하며 성관계를 맺었다는 등의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 화면을 조작하고, 음성 파일까지 짜깁기하여 가공해 낸 범죄 수법이 밝혀졌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악질적 기만행위였다. 사실 가세연과 김세의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이번 사건에만 그치지 않으며,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였다.

대중적 이슈가 된 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루거나, 검증되지 않은 폭로를 통해 막대한 조회 수 수익 및 후원금을 벌어들이는 유튜버들을 이른바 ‘사이버렉카’라고 부른다. 뻑가, 구제역, 카라큘라 등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가세연은 그 수많은 디지털 포식자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파괴적인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건모, 이선균, 쯔양, 한예슬, 김새론… 이들의 무차별적인 사생활 침해와 마녀사냥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피해자들은 당장 기억 속에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이렇게 많다. 슬프게도 이들 중 일부는 저들의 잔인한 돌팔매질과 사회적 조리돌림 속에서 이미 세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고(故) 김새론의 사망 원인이 배우 김수현의 채무 압박 때문이라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5.26. 연합뉴스

가세연이 대중을 선동하는 방식은 집요하면서도 잔혹했다. 이들은 특히 여성 연예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혐오와 모욕, 비방을 일삼으며 가학적인 괴롭히기를 즐겼다. 대상이 된 여성의 과거사나 사생활을 현미경 들이대듯 파헤치고, 이를 선정적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하며 관음증적 대중 심리를 자극했다.

더구나 가세연은 단순한 연예계 가십을 다루는 사이버렉카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은 스스로를 '보수 우파의 대변자'로 자처하는 극우 유튜버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에, 정치인과 그 자녀들, 나아가 역사적 비극의 희생자들까지 서슴지 않고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괴롭혀 왔다.

가세연은 조국 몰이에 앞장서며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유포했고, 그의 자녀인 조민 씨에 대해서도 '빨간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비방을 퍼부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김혜경 여사의 낙상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이를 '부부싸움으로 인한 폭행 결과'라는 식의 악질적인 프레임으로 왜곡해 헛소문을 퍼뜨렸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북한군 개입설'과 '간첩 배후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며, 국가적 비극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가장 기가 막히는 지점은, 이들이 자신들의 추악한 코인 장사와 인간 사냥을 툭하면 '정의 구현'이나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들이 생산해 내는 파편화된 정보, 조작된 가짜뉴스, 맥락을 거세한 프레임 속에서 타깃이 된 인물은 순식간에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인간쓰레기, 추악한 위선자, 혹은 악녀로 둔갑해 버렸다.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이렇게 디지털 단두대 위에 제물이 올려지면,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고 분위기에 휩쓸린 무수한 대중이 몰려들고, 그들은 수많은 댓글과 악플을 달며 디지털 조리돌림의 집단 광기에 동참하게 된다.

표적이 된 사람은 만신창이가 되어 사회적 낭떠러지로 밀려나게 된다. 일부 피해자들은 결국 그 절벽 끝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러한 약탈적 방식은 이들이 설령 '피해자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울 때조차 본질적으로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먹방 유튜버 쯔양과 관련한 사안에서 가세연 김세의가 보여준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김세의는 ‘구제역을 비롯한 협박 범죄자들을 고발하고 처단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쯔양에게 그 어떤 양해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과거의 아픔 속에서 필사적으로 숨겨온 비밀과 사생활을 대중 앞에 무차별적으로 폭로해 버렸다. 쯔양이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김세의는 거꾸로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고 까불지 말라”며 안하무인격으로 협박을 가했다.

즉, 이들에게는 피해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는 단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해자에 대한 응징과 신상공개가 피해자를 위한 길이자 '정의 구현'이라고 말하는 사이버레커들의 주장에는 현실성이 없다. 이들의 목적은 피해자의 회복이 아니다."(유호정, '사이버레커와 여성폭력 사건들 – 정의 구현에 활용된 성폭력')

고 김새론 배우의 비극적인 사례 역시 이와 비슷하다. 김새론의 음주운전은 잘못이었지만, 가세연을 비롯한 사이버렉카들과 황색언론들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녀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며 끝없는 비난과 극단적인 혐오를 부추겼다. 그 잔인한 돌팔매질 끝에 김새론 배우가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곧바로 또 다른 표적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나섰다. 저들이 새로 조준한 타깃은 '김새론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사귀었으며, 나중에는 그녀에게 돈을 갚으라고 강요하여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지목된 동료 배우 김수현 씨였다. 가세연은 또다시 '김새론을 위하여'라는 명분을 앞세워, 밑도 끝도 없는 의혹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조롱하는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오른쪽) 씨와 강용석 변호사(가운데), 김용호 전 기자(왼쪽). 2026.5.26. YTN 보도 갈무리

이 과정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김새론의 과거 사생활과 신상 정보들은 또다시 무덤에서 파헤쳐져 대중 소비용으로 선정적으로 전시됐다. 고인은 죽어서도 온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그 시체마저 저들의 추악한 유튜브 코인 장사에 끌려다니며 철저하게 도구화된 셈이다. 이번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에서도 김세의가 보인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내가 베트남과 필리핀 현지까지 직접 날아가 민주당 정치인들의 성비위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정권과 수사기관이 그것을 막기 위해 나를 표적 구속하려 한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펼쳤다. 자신이 위선적인 권력자들의 비리를 캐며 '정의를 구현'하다가 부당한 정치적 탄압을 받는 순교자인 양 포장하는 상투적인 수법이었다.

그런데 김세의 구속 앞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 야만적인 디지털 폭력 산업이 유지될 수 있었던 배후와 토대를 직시해야 한다. 이 현상 안에는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세 가지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첫째, 사이버렉카와 기성 족벌·황색언론의 추잡한 공모 관계다.

이번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류 언론들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온 유튜버 김세의가 구속됐다'며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고 김새론 배우가 '관심 종자'로 낙인찍혀 사회적 매장을 당할 때, 고 이선균 배우가 '좋은 인상 뒤로 마약이나 일삼던 타락한 연예인'으로 뭇매를 맞을 때 이들 족벌언론과 황색언론들은 팔짱만 끼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사이버렉카들이 배설해 놓은 자극적인 루머를 '네티즌 의혹 제기' 등으로 포장해 기사화하며 먹잇감을 던져주었고, 대중이 더 잔인하게 물어뜯을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었다. 사이버렉카의 목소리를 제도권 언론이라는 더 거대하고 신뢰도 높은 스피커로 전파하며 그 파괴력을 증폭시킨 주범이 바로 그들이었다.

사실 사이버렉카의 행태는 기성 황색언론들이 수십 년간 클릭 수 장사를 위해 보여온 악질적인 보도 행태를 벤치마킹하여 가장 극단적이고 야수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것일 뿐이다. 사이버렉카들이 터뜨리는 선정적 ‘이슈’들을 가장 부지런히 퍼나르던 대표적 족벌언론 조선일보의 경우를 보자.

그들은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를 '건폭(건설현장 폭력배)'으로 몰아 마녀사냥하며 윤석열 정권과 함께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는 '건설노조가 동료의 분신을 방조하고 기획했다'는 반인륜적인 가짜뉴스를 조작해 고인을 두 번 죽였다. 그들은 여전히 양회동 열사와 그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렉카의 심각성은 지난 이선균 비극 당시에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에서도 제기됐다/ '오마이TV' 동영상 갈무리.

둘째, 사이버렉카 및 극우 유튜버들과 보수 우파 권력 집단 간의 끈끈한 정치적 카르텔이다. 이러한 공생 관계는 특히 윤석열 정권 시기에 극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부터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사이버렉카)들이 빠짐없이 대거 초청받았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이 이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은 정권 내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가세연의 김세의는 이러한 권력의 뒷배를 믿고 2023년과 2024년에 연거푸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도전했다. 당시 국민의힘 박성중 최고위원 후보자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친윤석열계 핵심 실세였던 윤상현 의원 등이 김세의의 최고위원 출마 선언식에 참석하거나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셋째, 경찰과 검찰, 그리고 사법부라는 국가 제도권의 철저한 방조와 무능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들 디지털 무법자들이 타인의 피눈물과 고통 위에서 거대한 코인 장사를 하며 폭리를 취하는 동안 이를 방치해 왔다. 사이버렉카와 극우 유튜버들의 행태가 날이 갈수록 추악해지고 야수적인 수준으로 진화해 갔음에도, 단속이나 수사 움직임은 찾기 어려웠다.

김세의와 구제역 같은 사이버렉카들이 막장 아귀다툼을 벌이다가 스스로 '범죄의 물증'과 녹취록들을 자해 폭로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겨우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하는 시늉을 냈을 뿐이다. 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의 태도 역시 소극적이기만 했다. 예컨대 가세연이 조국의 자녀 조민 씨를 타깃 삼아 지속적으로 괴롭혔을 때, 법원은 '조민이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는 가세연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지만 무죄'라고 판결했다.

'조민은 공인의 자녀이고, 이 문제는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는데, 사이버렉카들에게 '공익'이라는 면죄부의 날개를 달아준 판결이었다. 물론 간혹 벌금형 등의 처벌도 있었지만 저들이 올리는 수익이 벌금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나 효과가 없었다. 사법 제도의 무능 속에서 사이버렉카 산업은 갈수록 비대해졌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커지는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악의적 허위조작정보 유포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여 국회 본회의 통과 및 공포를 완료했다. 하지만, '진보적' 지식인과 언론 단체들마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 그것을 반대하며 막아서기 일쑤였고, 뒤늦게 가까스로 통과된 상황이다.

단지 상징적인 사이버렉카가 한 명이 구속되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디지털 병폐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사이버렉카들이 이토록 야만적인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떼돈을 벌면서도 오랫동안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법과 제도를 비웃듯이 피해갈 수 있었던 구조적 배경을 낱낱이 밝혀내고, 그 토대를 뜯어고치는 일이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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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공동체를 파괴할 자유가 아니다

이병권 인문연구가

lbkwo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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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6.12 07:10

  • 수정 2026.06.1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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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에 대해 묻다 ②]

'자유'는 보편 절대적인 권리라는 오해와 무지

극우의 혐오, 시민을 동등한 주권자로 인정 안해

민주공화정은 공동체 전체의 자유를 지향해야

민주주의 파괴 세력에까지 무제한 관용은 안돼

 

민주주의는 대등한 시민들이 형성하는 공론장의 바탕 위에서 작동한다. 극우의 혐오는 다른 시민들을 종등한 주권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극우세력은 혐오와 조롱, 음모론과 역사왜곡조차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합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곧바로 이렇게 되묻습니다. “표현의 자유도 없느냐.”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는 과연 처음부터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권리였는가. 오늘날 사람들은 자유를 마치 애초부터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권리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자유는 언제나 제한적이었습니다. 자유는 공중에 떠 있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권력과 재산, 신분과 정치적 지위 위에서 규정돼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대에서 가장 큰 자유를 누린 존재들은 결국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주정은 흔히 민주주의의 기원처럼 이야기됩니다. 특히 페리클레스(Pericles, B.C 495~429) 시기의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황금기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러나 당시 아테네 전체 인구는 약 25만~3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정치 참여권, 즉 정치적 자유권을 가진 성인 남성 시민은 약 3만~4만 명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Mogens Herman Hansen, 『The Athenian Democracy in the Age of Demosthenes』, 1991). 여성과 노예, 외국인 거류민(metics)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실제 민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인구는 전체의 10~15% 수준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당시 민주주의는 이미 존재한다고 이야기됐습니다. 그러나 그 민주주의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불리는 체제조차 여성과 노예, 외국인을 민주주의 바깥에 남겨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세 유럽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유는 귀족과 성직자, 도시 특권계층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됐습니다. 농노와 평민 다수는 영주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고, 자유로운 이동조차 제한됐습니다. 당시 자유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정 신분에게 부여된 특권에 가까웠습니다.

1215년 영국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역시 흔히 자유와 권리의 상징처럼 이야기됩니다. 실제로 이것은 이후 입헌주의와 근대 자유주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준 문서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것은 어디까지나 왕권을 제한하고 귀족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습니다(Encyclopaedia Britannica, “Magna Carta”). 농민과 빈민, 여성의 자유를 위한 문서는 아니었습니다. 누구의 자유가 확대된 것일까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피렌체 공화정 또한 비슷했습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27)는 『로마사 논고(Discourses on Livy, 1531)』 등에서 피렌체와 이탈리아가 외세로부터 독립한 공화정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군주 개인의 권력보다 공화정 체제가 더 안정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공화정 역시 오늘날의 보통선거를 기반으로한 민주주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15세기 피렌체 인구는 약 6만~9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길드(guild)에 소속된 남성 시민 중심의 극소수였습니다(John M. Najemy, 『A History of Florence 1200–1575』, 2006). 특히 메디치(Medici) 가문이 피렌체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는 금융과 상업자본을 기반으로 한 올리가르키(oligarchy·소수 거대재산 소유 지배그룹) 성격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공화정 역시 왕과 귀족 중심 질서를 제한하려는 시도였지만, 오늘날처럼 일반 시민 전체의 평등한 정치참여를 전제한 체제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역사 속 자유는 대부분 모두의 자유가 아니라 ‘누군가의 자유’였습니다. 왕은 왕의 자유를 말했고, 귀족은 귀족의 자유를 말했습니다. 상인은 시장의 자유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 바깥에 놓인 사람들은 여전히 배제돼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유의 역사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자유의 확대 과정에서 누가 배제됐고, 누가 침묵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유 개념에 대한 가장 오래된 왜곡 가운데 하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유를 보편적 가치처럼 포장하면서 실제 역사 속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지워버리는 순간, 자유는 현실의 권력관계를 감추는 언어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 근대 자유주의는 누구의 자유를 확장했는가

근대 자유주의는 분명 역사적으로 중요한 진전이었습니다. 절대왕정과 신분제를 제한하고, 개인의 권리와 재산권, 계약의 자유를 보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통치론(Two Treatises of Government, 1689)』에서 국가권력을 제한하고 개인의 생명·자유·재산(property)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사고였습니다. 왕의 절대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를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한 한계는 존재했습니다.

근대 자유주의는 인간의 자유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재산을 가진 시민의 자유에 더 가까웠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토지와 재산, 교양을 가진 사람만이 정치적 자격과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습니다. 여성과 빈민, 노예와 식민지 민중은 완전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회계약론 역시 현실에서는 모든 인간의 평등한 계약이라기보다 일정한 재산과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원리라고 주장되었습니다. 여기서 자유란 곧 정치적 권리이고, 한 사회집단에서 시민(사람)의 기준을 판별하는 수단으로 인식된 것입니다.

 

자유는 처음부터 모든 인간에게 허용된 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 권력과 특권에 맞서 확장해온 역사적 산물이었다.

프랑스혁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혁명은 절대왕정과 신분제를 무너뜨리고 시민의 자유 확대를 추구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혁명 직후 등장한 1791년 헌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는 ‘능동 시민(active citizen)’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습니다(Encyclopaedia Britannica, “French Revolution”). 혁명에 참여했던 여성과 노동자 다수는 정치 참여에서 배제됐습니다. “자유·평등·박애”를 외쳤던 혁명조차 현실에서는 재산과 계급의 장벽을 완전히 넘어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실제 프랑스에서 오늘날과 같은 보통선거 기반 시민권 체계가 점차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혁명 이후 오랜 혼란과 왕정복고, 제국체제를 거친 뒤인 제3공화정(1870~1940) 시기에야 이루어졌습니다(Eric Hobsbawm, 『The Age of Revolution: Europe 1789–1848』, 1962).

미국 역시 비슷했습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미국 사회는 오랫동안 노예제를 유지했고, 여성과 흑인, 원주민은 정치적 권리에서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격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은 자유를 말했지만 동시에 600명 이상 노예를 소유했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인식한계나 위선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자유주의 자체가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초기 자유와 독립을 주장했던 미국 건국세력에게 흑인과 여성은 과연 자신들과 동등한 시민으로 인식됐을까라는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오늘날과 같은 보편적 참정권 체계에 가까워진 것은 사실상 20세기 중반 이후였습니다. 여성 참정권은 1920년 수정헌법 제19조를 통해 보장됐고, 흑인의 실질적 참정권 역시 1965년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확대됐습니다(U.S. National Archives). 그 이전까지 미국 남부에서는 문해력 시험과 인두세(poll tax), 인종분리 정책 등을 통해 흑인 유권자들의 권리가 광범위하게 제한됐습니다. 즉 미국 역시 오랫동안 ‘모두의 자유’를 실현한 사회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 자유는 어떻게 시민의 권리가 되었는가

그러나 역사는 단순히 지배계층의 자유만 반복해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권리를 확대해온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왕과 귀족, 자산가들에게 집중돼 있던 자유를 시민 전체의 권리로 확장하려는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19세기 이후 노동운동과 여성참정권 운동, 식민지 해방운동과 시민권 운동은 바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위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배제돼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 쟁취해온 것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 요구가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1838년부터 전개된 차티스트 운동(Chartist Movement)은 보통선거와 비밀투표, 노동자 계층의 정치 참여 확대를 요구했습니다(Britannica, “Chartism”). 당시 영국 의회는 여전히 지주와 자산가 중심 구조였고, 상당수 노동자들은 선거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당시 민주주의는 이미 존재한다고 이야기됐습니다.

그러나 그 민주주의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여성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영국 여성참정권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 1858~1928)는 “말이 아니라 행동(Deeds, not words)”을 외치며 여성의 정치 참여를 요구했습니다.

미국 역시 여성들이 수십 년 동안 거리 시위와 단식투쟁, 체포와 탄압을 감수한 끝에 1920년 수정헌법 제19조를 통해 여성참정권을 보장받게 됩니다(U.S. National Archives). 미국 흑인들의 시민권 운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은 독립 이후 오랫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했지만, 흑인 다수는 투표권조차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1960년대 흑인 시민권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폭력과 탄압에 노출됐고, 일부는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는 “어디에서든 정의가 훼손되면 모든 곳의 정의가 위협받는다(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고 말했습니다(“Letter from Birmingham Jail”, 1963).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연설하고 있다. 1960년 자료 사진 [AP=연합뉴스]

1965년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이 통과되기 전까지 미국 남부의 많은 흑인들은 문해력 시험과 인두세, 각종 행정장벽 때문에 사실상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U.S. National Archives).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 역시 자유를 둘러싼 끊임없는 배제와 확장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이러한 문제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법적으로는 자유로운 노동계약이 존재했지만, 실제 노동자들의 삶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는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 1845)』에서 당시 맨체스터 노동자 거주지역의 참혹한 현실을 기록했습니다. 하수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빈민가에서는 전염병이 반복적으로 확산됐고, 아동노동과 하루 14~16시간 노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노동자들은 법적으로는 자유로운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존을 위해 노동을 강요받고 있었습니다. 형식적 자유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자유는 여전히 불평등했습니다. 굶주림 속에서 맺는 계약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 계약인가. 이 질문은 이후 노동권과 사회권 논의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자유의 개념은 새로운 층위로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자유는 더 이상 단지 왕권으로부터의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게 됩니다. 경제적 종속과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차별과 배제로부터의 자유, 정치적 참여의 자유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들어 자유의 문제는 개인의 권리를 넘어 국가의 독립과 주권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식민지 지역에서 자유는 단순한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외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정치·경제 질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의 독립운동, 알제리의 반식민지 투쟁, 베트남 독립운동, 중남미 민족주의 흐름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에게 자유의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역시 단순한 에너지 위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통제권을 서구 강대국 중심 질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국가적 자율성과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Daniel Yergin, 『The Prize: The Epic Quest for Oil, Money & Power』, 1991).

반대로 냉전 시기 미국의 중남미 개입은 “자유세계 수호”라는 명분 아래 타국의 민주주의와 주권을 침해한 사례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1953년 미국 CIA와 영국 MI6은 이란의 모하마드 모사데그(Mohammad Mosaddegh, 1882~1967) 정부 전복에 개입했습니다. 모사데그는 영국계 석유회사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CIA declassified documents / Stephen Kinzer, 『All the Shah’s Men』, 2003). 1973년 칠레에서는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1908~1973) 정부가 군사쿠데타로 붕괴됐고, 이후 피노체트 군사독재가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직·간접 개입 문제는 이후 미국 상원 처치위원회(Church Committee) 보고서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습니다(U.S. Senate, Church Committee Reports, 1975). 즉 ‘자유’라는 이름은 때로는 타국의 자유와 주권을 제한하는 명분으로도 사용돼왔던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자유는 결코 고정된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자유는 시대마다 다른 층위로 확장돼왔습니다. 왕권으로부터의 자유, 귀족 특권으로부터의 자유,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 식민지배로부터의 자유, 국가폭력으로부터의 자유, 혐오와 차별로부터의 자유까지. 자유의 역사는 결국 “누가 인간으로 인정받는가”를 둘러싼 투쟁의 역사와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은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헌법을 기본으로 합니다. 헌법 1장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 민주주의는 결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현재의 1987년 헌법체제를 만들기 위해 해방 이후 40여년 이상을 독재정부에 맞서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국가폭력과 검열, 독재와 혐오정치의 위험 속에서 자유를 지켜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사회는 또 다른 위기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조롱, 5·18민주화운동 왜곡, 제주4·3 음모론, 이태원 참사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된 혐오와 냉소는 단순한 인터넷 문화 현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공동체의 슬픔은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타인의 고통은 밈(meme)과 놀이문화로 소비됩니다. 시민적 공감 능력은 냉소 속에서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 극우정치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시민적 연민과 공감 능력을 약화시키고, 끊임없이 혐오와 조롱, 피해의식과 음모론을 확산시키며 공동체 내부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우리는 자유의 또 다른 본질과 마주하게 됩니다. 자유는 언제나 권력과 함께 존재해왔다는 사실입니다.

■ 민주공화정은 왜 자유를 ‘공동체’와 연결했는가

재산과 경제력의 확대는 곧 자유의 확대와 연결됐고, 반대로 경제적 종속은 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졌습니다. 절대왕정이 추구했던 왕의 절대적 자유 역시 결국 권력과 재산, 군사력을 독점할 자유에 가까웠습니다. 그것은 시민과 상공업자, 신흥 자본가 계층이 요구했던 경제적 자유와 권한 확대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결국 절대왕정은 시민혁명의 도전에 무너졌습니다. 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은 공동체 전체의 자유가 아니라 특정 권력집단과 엘리트, 거대자본, 국가기구가 자신들의 권력을 무제한적으로 행사할 자유를 추구한 체제였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결국 시민 공동체 전체의 자유를 짓밟고 파괴했습니다.

 

민주공화정에서 자유는 단순한 방임이 아니라 서로를 시민으로 인정하며 공론장을 유지하는 책임과 함께 발전해왔다.

오늘날 극우가 말하는 ‘표현의 절대적 자유’ 역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동체 전체의 자유라기보다 자신들의 혐오와 조롱, 허위정보와 폭력적 선동까지 제한 없이 행사하려는 자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공론장을 희화화하고,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며, 자신들의 주장만을 절대화하는 정치.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러한 정치체제를 전체주의 혹은 파시즘이라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공화주의(democratic republicanism)의 자유 개념은 근대 자유주의가 강조했던 “간섭받지 않을 자유”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자유를 국가권력의 간섭이 없는 상태로만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특정 권력과 지배로부터 시민이 예속되지 않고,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며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를 더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자유는 공동체 바깥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시민 공동체 속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공화주의(republicanism) 전통은 고대 로마 공화정의 시민 개념과 공공선(res publica) 사상에서 출발해 르네상스 시기의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근대 시민혁명기의 루소(Jean-Jacques Rousseau)를 거치며 발전했습니다. 이후 미국혁명(1776)과 프랑스혁명(1789)을 통해 민주공화정은 역사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시민 전체가 공동체의 주권자라는 원리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현대 민주공화정은 여기서 다시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20세기에 들어 보통선거와 여성 참정권, 노동권과 사회권이 확대되고, 파시즘과 세계대전, 식민지 해방과 냉전의 경험까지 거치며 민주공화정은 선거제도의 문제를 넘어 시민 공동체 전체의 공존과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문제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Discourses on Livy, 1531)』에서 공화정의 핵심을 시민적 참여와 공동체의 자율성 속에서 찾았습니다. 그에게 자유(libertà)는 개인 욕망의 해방이 아니었습니다. 외부 권력과 내부 전제정으로부터 공동체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공화주의의 핵심은 결국 “누가 공동체의 주권자인가”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왕이나 귀족, 특정 재산계급이 아니라 시민 전체가 정치공동체의 주권자라는 인식이 공화주의 전통의 핵심이었습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신분과 재산의 여부를 넘어 시민의 의사와 주권 자체를 공동체의 정당성 근거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자유주의의 역사적 성과 자체를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근대 자유주의는 절대왕정과 신분제를 제한하고 인간을 ‘권리를 가진 개인’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출판·종교의 자유와 시민권 확대 역시 자유주의의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그것은 인류사적으로 거대한 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유의 역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유는 재산을 가진 일부 시민만의 권리로 남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과 노동자, 흑인과 식민지 민중, 사회적 약자들 역시 스스로를 인간이자 시민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의 범위는 왕권으로부터의 자유를 넘어 차별과 빈곤, 식민지배와 국가폭력으로부터의 자유까지 점차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자유주의를 부정하기 위해 등장한 사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주의를 더 민주주의적으로 확장하려는 흐름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자유주의 자체가 아니라 자유를 공동체와 분리된 개인 욕망의 문제로만 축소할 때 발생합니다. 특정 계급과 권력집단의 독점적 자유가 아니라 시민 공동체 전체의 자유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 바로 여기에 민주공화주의의 핵심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자유를 공동체의 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민 공동체가 붕괴하면 자유 역시 가장 먼저 무너진다고 보았습니다.

이 문제를 수백 년 전 가장 강하게 제기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장 자크 루소였습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Du contrat social, 1762)』 첫머리에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L'homme est né libre, et partout il est dans les fers)”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국가권력의 간섭만 줄인다고 자유가 완성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의 법과 정치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입법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루소가 말한 자유는 개인 욕망의 무제한적 해방이 아니라 시민이 공동체의 주권자로 살아가는 상태였습니다. 그는 이를 “일반의지(general will)”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공동체 전체의 공공선(common good)을 함께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시민적 의지가 민주공화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 연합뉴스

이것은 중요한 차이입니다. 근대 자유주의가 “국가가 개인을 간섭하지 말라”는 방향에 가까웠다면, 민주공화주의는 “시민이 공동체의 주권자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에 더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자유와 책임은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시민 공동체 자체가 무너지면 자유 역시 유지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 역사 속 민주주의 역시 이러한 문제와 반복적으로 충돌해왔습니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Weimar Republic, 1918~1933)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 헌법 가운데 하나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보통선거, 사회권 보장도 상당 부분 제도화돼 있었습니다. 1919년 바이마르 헌법은 여성 참정권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선거권을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바이마르공화국 내부에서는 극단적 혐오 선동과 음모론 정치, 반민주주의 운동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나치당(NSDAP)은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해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했습니다. 1928년 총선에서 2.6% 득표에 불과했던 나치당은 대공황 이후 급속히 세력을 확대해 1932년 7월 총선에서는 약 37.3%를 득표하며 제1당으로 성장했습니다(Richard J. Evans, 『The Coming of the Third Reich』, 2003).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는 선거와 대중선동, 언론과 선전, 거리폭력과 혐오정치를 결합해 민주주의 내부에서 권력을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잡은 뒤에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와 정당정치, 언론과 시민사회를 파괴했습니다.

바이마르공화국의 실패는 민주주의가 자유를 부정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게까지 민주주의적 관용을 무제한 허용했을 때 어떻게 붕괴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역사적 사례였습니다. 독일 법철학자 카를 뢰벤슈타인(Karl Loewenstein, 1891~1973)은 이러한 경험을 분석하며 「전투적 민주주의와 기본권(Militant Democracy and Fundamental Rights)」(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937)에서 “전투적 민주주의(militant democracy)”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반민주주의 세력에 대해 일정 수준의 자기방어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독일 기본법(German Basic Law) 제21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정당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은 전후 바이마르 붕괴의 경험을 반성하며 혐오선동 제한과 나치 상징 금지, 그리고 연방헌법수호청(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 BfV) 체제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이것은 검열국가의 논리가 아니라 시민 공동체 자체가 무너지면 자유 역시 유지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에 가까웠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공론장과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정치환경은 오히려 이러한 공론장을 빠르게 해체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SNS 알고리즘은 사실보다 감정을 더 빠르게 확산시킵니다.

긴 설명보다 짧은 분노와 혐오가 더 강한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2021년 공개된 ‘페이스북 파일(Facebook Papers)’은 플랫폼 알고리즘이 분노와 극단적 콘텐츠에 더 높은 반응을 보이며 사용자 체류시간과 광고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The Wall Street Journal, 2021.9.14).

오늘날 권력은 금지와 검열만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분노와 혐오, 공포와 조롱을 끊임없이 증폭시키며 정치적 행동 자체를 조직합니다. 극우의 문화전쟁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공동체의 슬픔은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타인의 고통은 밈(meme)과 놀이문화로 소비됩니다. 시민적 공감 능력은 냉소 속에서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공화정의 공론장은 조금씩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어떻게 자유를 유지할 수 있는가. 공동체 자체가 붕괴되고 시민적 신뢰가 사라진 공간에서 자유는 과연 지속될 수 있는가.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를 파괴할 자유인가, 아니면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유인가.

민주공화정은 3권분립이라는 국가 구조의 문제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민이 서로를 동등한 주권자로 인정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자유와 권력이 특정 지배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공동체 전체의 정당성과 공공선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원리 말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극우세력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혐오와 조롱, 허위정보와 폭력적 선동까지 무제한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은 의견 차원의 갈등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민을 동등한 주권자로 인정하는 민주공화정의 기본질서 자체를 흔드는 행위입니다. 자유는 공동체 바깥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시민적 신뢰와 공론장이 무너진 공간에서 자유는 결국 가장 큰 목소리와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의 특권으로 변질됩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자유를 보장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자유가 유지될 수 있는 시민 공동체 자체를 지키려는 정치철학입니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왜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보았는가. 동시에 그는 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자유”까지 허용하지 않았는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왜 공론장과 시민적 세계(common world)를 민주주의의 핵심 조건으로 보았는가.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 )는 왜 민주주의를 시민적 의사소통과 공론장의 문제로 이해했는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는 왜 권력이 단순한 검열이 아니라 담론과 문화, 일상 속에서 작동한다고 분석했는가. 다음 편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이러한 현대 정치철학의 논쟁을 보다 구체적으로 따라가보려 합니다.

이병권 인문연구가 lbkwo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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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이라는 사탕, FTA에 이은 제2의 대국민 사기극을 경계할 때

  • 이경렬 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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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6.12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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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분야 차관급 협의채널은 제2의 ‘워킹 그룹’?

한미 FTA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완전히 당했다. 포장은 번지르르했다. 세계 최대 시장을 무관세로 열어 선진 통상국가가 된다, 국민소득이 크게 오르고 한국 경제는 비약한다, 엄청난 말잔치였다. 그리고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전에 미국은 알짜배기 건더기를 이미 하나씩 뽑아먹고 있었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건강보험 약가제도 현행 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었다. 정부는 선결조건이 아니라고 우겼다. 미국은 입장료처럼 챙겼다. 경제동맹이라는 이름의 FTA는 한미동맹처럼 일방적인 약탈이다.

2006년 7월 24일 당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은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약제비 적정화 방안 논의를 두고 자신이 “죽어라 싸우고”(fighting like hell)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효과와 가격을 따지고 건강보험이 돈을 대줄 만한 약만 선별해서 보험 목록에 올린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비싸기만 하고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약에는 건강보험 돈을 함부로 쓰지 말자는 얘기였다.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반발했고 김현종은 그들을 위해 죽도록 싸웠던 것이다. 국민 앞에서는 미국에 맞서는 행세를 하던 자가 미국 앞에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 한미 안보분야 공동팩트시트가 같은 길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미끼는 핵잠수함이다. 거기에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라는 단어가 붙었다. 한국이 드디어 핵 주권을 확보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실은 아주 하찮은 요구사항이다. 핵잠은 기술을 달라는 것도, 소형 원자로를 지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원자로에 들어갈 저농축 우라늄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일 뿐이다. 농축과 재처리도 20% 이하의 저농축에다가 특수한 방식의 재처리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팩트시트는 그러한 과정을 지지한다고만 했다. 약속한 것이 아니다. 웃기고 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약속한 것은 광범위하다. 경제 분야에는 2000억 달러 전략투자, 1500억 달러의 조선 투자에 미국은 원래 0%이던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15% 관세를 매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협상으로 죽었어야 했을 한미 FTA가 미국만을 이롭게 하는 틀로 버젓이 되살아났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증액하기로 했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달러 어치를 구매하기로 했으며,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더 큰 것이 합의문 안에 몸을 숨기듯 도사리고 있다.

한국 언론은 핵잠을 본다. 작년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 공개발언으로 요구한 사항이라는 시각적 요인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핵잠 승인”이라는 한 줄에 흥분할 때 미국은 표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안보 이슈만 해도 미국은 한반도 방위의 한국 책임 강화, 전작권 반환을 둘러싼 줄다리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 무기구매, 대만해협, 한미일 군사망을 한 묶음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우리가 핵잠과 원자력에 한눈을 파는 사이 미국은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전진기지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숭미파들이 미국의 내심과 요구를 좇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국가안보실장 위성락의 언행은 세밀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25년 12월 그는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정상회담의 후속 협의에 착수했다. 핵잠에 관한 미국의 약속을 채근하기 위해서였다. 귀국 뒤 그는 핵잠 협력에 관해 한미가 ‘별도 협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고, 미국 실무대표단이 이른 시기에 한국에 와서 사안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축·재처리도 같이 논의한다고 했다. 미국 원자력법상 군용 핵물질 이전 문제가 걸려 있어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우리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26년 2월이 되자 말이 달라졌다. 위 실장은 우리가 대미투자 입법을 지연하고 있어서 핵잠, 농축, 재처리 등 안보 분야 후속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안보협상팀이 지금쯤 한국에 와 있어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다고도 했다. 결국 미국은 통상, 기업, 관세, 법률, 플랫폼 규제까지 한 상 위에 올려놓고 한국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4월에는 쿠팡이 나왔다. 위 실장은 쿠팡 문제가 한미 안보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치 우리가 쿠팡을 잘못 다뤄 미국이 화내고 있음을 두둔하는 발언이었다.

 

한미동맹이란 미국이 휘두르는 만능의 압박 장치다. 국무부 정무차관 앨리슨 후커의 6월 1-3일간 방한은 그 압박 장치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명목상으로는 한미 공동팩트시트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협의의 발족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우리가 핵잠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때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자기들 입맛에 맞게 통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커 차관의 일행에는 국무부, 백악관 NSC, 에너지부, 국방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녀는 위 실장과 조현 외무장관 외에 주한미군사령관과의 별도 회동도 가졌다.

후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NSC에서 한반도와 아시아를 다뤘고,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도 관여했다. 북한을 연구한 사람이자 한국 압박의 내부 문법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앞으로 챙길 사안은 한국의 꿈이 아니라 미국의 장부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한미일 군사협력, 중국 견제, 정보통제, 비확산 관리가 후커의 관심사다. 이번에 발족한 차관급 협의채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워킹 그룹’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단단히 경계해야 한다.

미국은 핵잠과 원자력 협력을 공짜로 주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한국의 핵잠을 중국 견제를 위한 그들의 무기로 이용해 먹을 거라는 말이다. ‘별도 협정’이 만들어지면 거기에는 연료 공급 조건만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운용 조건, 검증, 정보공유, 작전협력, 비확산 의무, 미국의 승인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따라붙을 공산이 크다. 한미 FTA 협정문 곳곳에 미국 기업의 권리가 박혔듯, 안보판 협정문 곳곳에는 미국의 군사적 권리가 박힐 것이다. 전작권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전작권을 쥐고 있어야 한국을 계속 갖고 놀 수 있다.

미국의 큰 그림은 오래전부터 같았다. 한국을 일본과 함께 대중국 전진기지로 세우는 일이다. 조선협력은 미 해군 재건과 연결된다. 핵잠 협력은 중국 잠수함 추적망과 연결된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군사동원 체계와 연결된다. 한국 국방비 증액은 미국 방산업체의 매출과 연결된다. 한국의 숭미파는 그것을 알면서도 국민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핵잠과 원자력이라는 말로 눈을 후린다. 그 사이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챙겨줄 것이다. 김현종이 한미 FTA로 미국의 요구를 위해 “죽도록 싸운” 것처럼 누군가는 다시 미국의 큰 그림을 위해 “피터지게 싸울”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짜 대한민국을 하겠다면 여기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미국과 협상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미국을 정확히 보고 협상해야 한다. 핵잠을 얻는 대신 군사주권을 더 잃는다면 그건 성과가 아니다. 농축·재처리 문구를 얻는 대신 대중국 전진기지 역할을 떠안는다면 그건 원자력 주권이 아니다. 원자력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승인권이 더 촘촘해진다면 그것은 독립이 아니다. 국민 앞에 장부를 펴야 한다. 무엇을 받는가. 무엇을 내주는가. 누가 이익을 보는가. 어느 전선에 끌려가는가.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진보진영은 외교안보의 자기 언어를 만들지 못했다. 국힘을 응원하는 숭미세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한미동맹은 정책이 아니라 신앙이다. 그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정부내 숭미파들의 준동 역시 경계할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참모진의 재정비다. 워싱턴의 표정부터 살피는 사람들, 한국 국민의 이익보다 미국 관료의 문장을 더 무서워하는 사람들, 핵잠이라는 장난감 하나에 나라 전체를 미국의 군사 전진기지로 만들려는 사람들은 이제 몰아내야 한다. 한미 안보분야 공동팩트시트 협력은 자주의식을 가진 인사들이 들여다보아야 할 사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보판 한미 FTA가 된다. 한 번 속으면 실수다. 같은 방식으로 두 번 속으면 공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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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송병준 99칸 별장터, 온누리교회로 넘어갔다

정미칠적 송병준 일가 추적…배기성 역사독립군과 용인 양지면 현장을 가다

정미칠적 송병준 용인 양지면 99칸 별장터, 지금은 온누리교회 부지

영화지 연못과 정자 터만 폐허로 남아…표지석엔 의병 공격 대상지

아들 송종헌 반민특위 옥사, 사위 구연수에 외손자는 초대 한은 총재

2026-06-12 07:18:17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추계리. 친일파 송병준이 99칸 별장을 짓고 영화를 누리던 자리다. 그 큰 별장은 사라졌다. 물 빠진 연못과 무너진 정자 터, 녹슨 쇠다리만 남았다. 너른 부지에는 지금 온누리교회가 들어서 있다. 뉴탐사 역사탐사팀이 역사독립군 배기성 강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영화는 누렸으되 남은 건 폐허뿐

배기성 강사는 별장터에 서서 송병준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완용과 송병준은 누가 더 나쁜 친일파인지 서로 1등이라고 다툴 수 있는 유일한 같은 급"이라고 했다. 조중응, 이병무 같은 정미칠적도 친일에 부역했다. 그러나 배기성 강사는 "이완용과 송병준은 수괴급"이라며 둘을 따로 떼어 놓았다.

연못 이름은 영화지다. 빛날 화에 영화로울 영을 썼다. 한가운데 작은 섬이 있고 그 위에 정자가 놓였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리병 모양 연못을 채웠다. 지금은 물이 빠져 석축만 드러난다. 섬으로 건너가던 다리는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배기성 강사는 "태어나서 처음 와봤다"고 했다. 친일파가 대대로 누린 영화의 자취가 폐허로 가라앉아 있었다.

표지석이 가리키는 일진회

별장터 한쪽에는 표지석이 서 있다. 적힌 글귀는 이렇다. 이곳은 친일 세력의 거점이자 일진회 지역민의 집합소였다. 1907년 8월 24일 양지에서 용인 의병과 일본군이 전투를 벌였다. 일본군은 송병준 별장으로 도주했고, 일제는 순사 수십 명을 배치해 의병 공격에 대비했다. 별장이 친일의 소굴이었던 탓에 의병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배기성 강사는 송병준과 일진회를 떼어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일진회는 한일자, 곧 조선과 일본은 하나라는 뜻을 내건 친일 단체였다. 송병준이 사실상 만들었다. 다만 회장 자리는 이용구에게 넘겼다. 배기성 강사는 "내가 만들었는데 내가 회장을 하면 모양이 안 난다며 이용구를 바지회장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1904년 양지 현감을 지낸 송병준은 이 일대 풍광에 반해 99칸 별장을 지었다. 정미칠적으로 자작 작위를 받았고, 경술국치에 기여한 공로로 백작에 올랐다.

교회로 넘어간 땅, 남양주로 옮겨진 별장

별장 부지는 손바뀜을 여러 번 거쳤다. 6·25 때는 피난민이 모여 살았다. 전쟁 뒤에는 상이군인 수용소가 됐고, 1950년대 중반에는 전쟁고아원으로 쓰였다. 1970년대 초에는 한 권사가 저택을 사들여 기독교 수양관을 차렸다. 1990년대 들어 저택을 허물고 온누리교회가 들어섰다. 마지막에는 한 신자가 이 땅을 사들여 교회에 기부했다. 송병준에게서 직접 받은 땅은 아니다.

별장이 통째로 사라진 것도 아니다. 기와집 일부가 경기 남양주 평내 궁집으로 옮겨져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용인집이라 부른다. 용인에서 온 집이라는 뜻이다. 헐릴 뻔한 한옥을 옮겨다 놓은 것이라 비교적 깔끔하게 보존돼 있다. 건물이 사라지면 기억도 사라진다. 표지석 하나, 옮겨진 한 칸이라도 남은 게 그래서 다행이다.

부평 캠프 마켓과 빼앗긴 땅

배기성 강사는 송병준의 출발을 민영환의 식객으로 짚었다. 을사늑약 뒤 민영환이 자결하자, 송병준이 칼을 빼들고 유족을 겁박해 인천 부평 땅을 빼앗았다고 했다. 그 땅이 미군기지 캠프 마켓이다. 송병준 후손은 캠프 마켓을 비롯한 2500억원대 땅을 돌려달라며 반환 소송을 냈다. 결과는 패소였다.

배기성 강사는 이 소송의 뒷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최용규 전 의원과 홍경선 보좌관이 일본 홋카이도 땅까지 뒤져 반환 불가 의견을 재판부에 냈다고 했다. 배기성 강사는 "홍경선 보좌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인천 부평에서는 시민단체가 친일 재산 환수 운동을 벌였다. 용인에서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별장터가 교회로 넘어갔다. 두 도시의 길이 갈렸다.

끊기지 않은 그림자, 아들과 사위

송병준의 아들 송종헌도 아버지의 길을 걸었다. 배기성 강사는 송종헌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종을 곤장으로 때려죽였다고 전했다. 한양에서 돌아오던 송종헌에게 고개를 돌린 그 종의 부인을, 송종헌이 장총으로 쏴 죽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1927년의 일이라고 했다. 송종헌은 광복 뒤 반민특위에 체포됐고, 1949년 옥중에서 뇌졸중으로 죽었다.

사위 구연수에게로 그림자는 이어진다. 배기성 강사는 구연수가 명성황후 시해의 마지막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죽이고 나서 자기가 죽인 걸 덮으려고 기름을 뿌려 시신을 불태웠다"고 했다. 구연수의 아들이자 송병준의 외손자가 구용서다. 구용서는 초대 한국은행 총재와 상공부 장관, 초대 산업은행 총재를 지냈다. 배기성 강사는 "친일파는 자기 역사를 지우려고 자신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역사를 지운다"며 "그래서 우리 일제강점기는 그 자체로 거대한 공백"이라고 했다.

송병준의 마지막도 배기성 강사의 설명으로 들었다. 송병준은 1921년부터 1924년까지 조선일보 사장을 지냈다. 그 무렵 박헌영, 김단야, 강달영, 조봉암 등 민족주의 성향 기자들과 부딪쳤다. 조선총독부가 기사 문제로 압박하고 기자들은 굽히지 않으니, 송병준이 화병으로 쓰러졌다는 것이 배기성 강사의 이야기다. 송병준은 1925년 뇌경색으로 죽었다. 배기성 강사는 "송병준도, 아들 송종헌도 뇌경색으로 죽었다. 천벌"이라고 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용인시장에는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후보는 떨어졌다. 배기성 강사는 현근택 후보가 됐다면 별장터를 민족반역자 다크투어 거점으로 만들기로 했고, 자신을 현장 진행요원으로 임명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했다. 이상일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 구상은 사라졌다. 6월 6일 현충일, 이재명 대통령은 친일 부당재산 환수를 다시 꺼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16년 만에 부활을 예고했다. 송병준이 영화를 누리던 연못은 오늘도 물이 빠진 채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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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홍에 경향신문 “정청래 책임지고 이 대통령 당무개입 말아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6/12 07:58
  • 수정일
    2026/06/12 07:5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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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여권내부 편가른 감정공방, 우려 키워”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 대통령 선거 진단 민심과 다른 방향”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6.06.12 07:3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지방선거 평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6·3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 사퇴 요구가 분출하는 등 내홍이 더욱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의총장에서는 정청래 대표 사퇴론이 제기됐고, 국민의힘은 최고위 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 갈등을 두고 경향신문은 정청래 대표가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고, 이재명 대통령도 당무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선거결과의 책임이 대통령과 정부를 포함한 여권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청래 사퇴 촉구한 비공개 의원총회 여권 내부 갈등 격화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비공개로 연 의원총회에선 6·3 지방선거 책임론을 둘러싸고 정청래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서 재선 장철민 의원은 “정 대표가 당 대표에 다시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오늘이라도 사퇴해야 중립성이 유지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초선 임미애 의원도 “이재명 대표 시절의 전당대회 재출마 사례를 보면 사퇴한 뒤 60일 안에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정 대표는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를) 잘 들었다”고만 했다. 연임 도전에 대해서도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신문은 3면 기사에서 “정청래 대표를 향한 당내 사퇴론 분출은 만족스럽지 못한 6·3 지방선거 결과와 계파 갈등 양상이 뚜렷한 8월 전당대회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라며 “여기에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친청계 당권파와 친명계 비당권파의 팽팽한 긴장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라고 썼다.

국민의힘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며 “장 대표가 진정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지도부에 정식으로 제안한다. 우리 모두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 대표가 임명한 조광한 최고위원이 “철없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하는 건 정치적으로 굉장히 미숙한 것”이라고 반격하며 설전을 벌였다.

경향신문 “정청래 책임지고, 이 대통령 당권개입 말아야”

경향신문은 사설 <볼썽 사나운 여권 내부 갈등, 자중하고 할 일 해야>에서 “격전지 패배라는 뼈아픈 결과의 책임을 따져보자는 것이라지만, 집권여당이 민심에 대한 성찰보다 내부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친명 친청계 공방을 두고 경향신문은 “양측의 공방은 청와대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과 맞물리면서 당을 사분오열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봤다.

유럽 순방 환송행사에 정 대표를 배제한 채 김민석 국무총리를 부른 이 대통령의 ‘김민석 낙점론’이 당권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정 대표가 10일 최고위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한 말이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비치자 친명계는 “대단한 실언” “대통령 협박”이라며 정 대표 사퇴론으로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여론조사 지지율 동반 하락을 두고 경향신문은 “선거 결과를 성찰하지 않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다툼에 몰두하는 여권에 대한 민심의 경고로 읽힌다”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2026년 6월12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정청래 대표를 향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거쳐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 역시 불필요한 당권 개입 논란으로 집권 2년차 국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라며 “대통령이 당권 경쟁에 개입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건전한 당·청관계는 물론 국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정 대표와 이 대통령 모두를 질타했다.

한겨레 “여권내부 편가른 감정공방, 우려 키워”

한겨레는 사설 <격화되는 여당 당권경쟁, 국민에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에서 “국민의 눈에 정권 출범 1년을 갓 넘긴 집권당이 보여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지방선거 결과가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정밀한 진단과 평가 없이 여권 내부에서 편이 갈려 감정적 공방을 벌이는 듯한 모습은 국민의 우려를 키운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 국민이 바라는 건 당권경쟁 탓에 집권 세력으로서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여론 흐름이 예사롭지 않은데,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을 앞선 결과도 나온 점을 들었다. 한겨레는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못 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12·3 내란 전 수준을 회복한 것에 대해 여권은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 “선거결과 책임 대통령 정부 포함 여권에 있어”

동아일보는 사설 <민심의 경고 인정한다면서 집안싸움만 요란한 與>에서 “이런 여당의 집안싸움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것 같은 어정쩡한 선거 결과 이후 그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두 달 뒤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의 책임은 우선 여당과 지도부에 있을 수 있지만 포괄적으론 대통령과 정부를 포함한 여권에 있다고 진단했다. 동아일보는 “민심은 여당인 민주당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이길 곳, 이겨야 할 곳에서 패배한 이유”라며 “지금은 여당이 집안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어처구니없는 국민 참정권 훼손 사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8월 전당대회까지 여당의 내홍이 깊어진다면 국정 동력은 점점 더 떨어질 것”이라며 “여당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순방길의 이 대통령이 깜짝 놀라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그래놓고 권력다툼에 골몰한 당정의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불문가지다. 선거 민심의 경고를 두렵게 들었다면 이럴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 대통령 선거 진단 민심과 다른 방향”

이상렬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은 12일자 ‘이상렬의 시시각각’ 칼럼 <6·3 선거,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벙>에서 “정치도, 경제도 진단이 맞아야 올바른 처방이 나오는 법이다. 이 대통령은 공소취소 특검에 대해 ‘안 할 수는 없다’,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그 ‘법’과 ‘상식’을 여당이 마음대로 다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논설위원은 부동산에 대해 보유세 부담을 높이겠다고 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세금 전가와 매매가·전월세 급등을 우려한다”라며 “모두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과는 아주 다른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이 논설위원은 “민심과 반대로 가는 정권의 고집은 결국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다”라며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실패도, 윤석열 정권의 의대 증원도 그런 경우다. 진심으로 ‘국민은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정권이라면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쓴소리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 57%까지 하락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방선거 전보다 9%포인트 하락한 57%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해 10월 다섯째 주(56%)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8∼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조사해 11일 발표한 6월 2주 전국지표조사(NBS, 무선전화 면접 100%,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57%, 부정 평가는 33%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5월 셋째 주 조사보다 긍정 평가는 9%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9%포인트 상승했다.

김민석 “이런 선관위라면 해체하는 게 낫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중앙선관위와 서울시 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선관위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로 동시에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노태악 전 위원장,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주요 관계자도 피의자로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됐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경찰은 종로구 서울시 선관위 사무실에서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와 관련 회의록, 예산서 등을 확보했다”라며 “선관위 서버에도 원격 접속하는 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선관위가 이런 식이라면 해체돼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틀림없이 있다”며 “선관위가 정말 위부터 아래까지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대국민 입장문에서 “송파구 내 146개 투표소별 투표용지 분배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며 “실제 송파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4만2000여 매 남았다”고 밝혔다.

선관위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물어야

경향신문은 사설 <선거관리 믿기 힘든 총체적 부실,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 물어야>에서 “6·3 지방선거 관리가 투표용지 부족은 물론 선거인명부 누락, 개표 결과 중복 반영 등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관리 시스템이 이런 지경이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존재의미에 회의가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법당국과 국회는 이번 선거 시작부터 끝까지의 관리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그 진상을 국민 앞에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라며 “부실 선거관리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국가선거 시스템을 재설계한다는 각오로 선관위의 운영 방식과 선거관리 체계를 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겨레도 사설 <무능·방만함 부르는 선관위 체계 뜯어고쳐야>에서 선관위가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결정을 사무총장의 전결로 처리했다는 것을 두고 “투표용지 관리는 선관위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인데, 선관위원들을 패싱하고 사무총장이 최종 결정했다니 어이가 없다”라고 질책했다.

중앙선관위는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헌법기관인데도 조직은 법과 원칙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원들의 근무 기강해이를 두고 한겨레는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선관위 직원 휴직자가 늘어났다가 선거가 끝나면 감소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이번엔 투표 결과 누락…해도 해도 너무한 선관위>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 실태가 점입가경”이라며 전북과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투표소별 개표 결과가 잘못 입력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점을 들었다. 전북선관위에 따르면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1동 제3투표소의 개표 결과가 제1투표소의 것으로 오인돼 1, 3개표소 모두 제3투표소의 결과를 반영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누락된 1투표소 유권자는 1104명이었다. 중앙일보는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차이였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허술함에 말문이 막힌다”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한 사태의 진상은 명백히 규명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 2026년 6월12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갈수록 태산인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행태>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관리 실태가 점입가경이라며 “선관위가 관리할 능력도, 체계도 갖추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른 셈”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일보는 “선관위를 근본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나라에 큰 사달을 낼 것임이 명백해졌다”라고 촉구했다.

법무부 검찰미래위는 “공소취소용” 의혹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가 그제(10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 4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TF가 ‘연어 술파티’ 의혹 등을 조사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엔 미흡했다며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법무부 검찰미래위,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포석인가>에서 “위원회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건들이 적정한지, 위원회 멤버 구성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염두에 두고 법무부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라고 의심했다.

검찰미래위의 움직임을 두고 중앙일보는 첫 회의에서 1차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7개 사건 가운데 대장동·위례 비리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 4건이라는 점을 들었다. 중앙일보는 “검찰미래위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고 공소취소를 위해 무리한 결론을 낸다면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닥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李 사건 공소취소’ 주장한 사람이 李 사건 조사 위원이라니>에서 “위원회 이름과 달리 이 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재조사하는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위원 7명을 두고 이 신문은 민변 회장 출신인 위원장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주장했던 사람이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변호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멤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낸 교수 등 대부분 친정권 성향 인물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이런 특검, 이런 위원회가 무슨 결론을 내린들 누가 공정하다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개인정보보호위, 쿠팡과 계열사에 과징금 6246억 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및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해 과징금 6246억8100만 원과 과태료 1680만 원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 공표 및 공표 명령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또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민감정보 처리 제한 위반을 확인하여 과징금 2억4800만 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인증 서명키 관리 및 접근통제 소홀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미흡으로 약 3755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보주체 권리 침해의 경우 쿠팡에서 타사 웹·앱에 접속한 회원 약 1117만 명의 온라인 활동기록을 무단수집하여 DB에 저장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쿠팡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기득권의 위선” … 2030, 민주당에 등 돌린 이유

국민일보는 1면 기사 <“기득권의 위선 … 2030, 민주당에 등 돌렸다”>에서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 핵심 격전지 서울의 핵심 패인 중 하나를 2030세대의 이탈로 보고 있다”라며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현역 국회의원 및 청년 기초의원 12명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식’의 청년 정책에 대한 실망감, 극우 프레임화에 대한 모멸감 등이 청년세대의 분노 기저에 담겨 있다고 11일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2026년 6월12일자 1면

국민일보에 따르면, 의원들은 청년세대 상당수가 민주당을 ‘위선 가득한 기득권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검찰·사법·언론 개혁 등을 통해 기득권을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런 개혁이 오히려 민주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 격차가 극대화된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마저 붕괴한 주체로 정치권을 인식하고 있으며, 여당이 된 민주당을 그 주류로 본다는 의미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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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유도 윤석열 계엄세력 엄중 처벌하라"

평화연대 등 시민단체, 12일 이적죄 1심 선고공판 앞두고 촉구

  • 기자명 서영빈 기자 
  •  
  •  입력 2026.06.12 02:55
  •  
  •  댓글 0
 

"내란 위한 전쟁유도 범죄,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하라"

시민단체들이 내란세력과 관련해 재판부에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여인형, 김용대 등 내란세력의 일반이적죄, 직권남용과 관련된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들에 대한 엄중한 판결과 중형 선고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를 비롯한 4개 시민단체는 11일 오전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재판부의 엄중한 판결과 중형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희 파주주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일반 이적죄의 피해자가 곧 접경 지역 주민이라며, 이번 재판에서 중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민은 "재판부는 갈등할 게 아니라, 여론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검찰은 30년 최고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그 30년을 온전히 선고해야 된다고 접경 지역 주민은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쿠데타 시도 직전에 벌인 대북 삐라 사건, 평양에까지 드론을 날린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같은 전쟁광들이 간혹 불장난을 치면 지금이라도 전쟁은 벌어질 수 있고 그 화마는 전 대한민국을 뒤덮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전쟁 참화, 평화 위협 행위를 저지른 자들은 엄벌을 받는다는 경종을 울리는 재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낭독 모습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석열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석열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전지예 평화주권행동평화너머 공동대표는 2024년 12.3 계엄의 본질은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외환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가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고, 미중충돌의 격전지인 우리나라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외환죄를 엄벌하지 않는다면 내란세력, 전쟁세력이 이 위기를 이용해 다시 날뛸 것"이라며 "무엇보다 (재판부의)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덕진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대북 전단에 왜 집착했는가를 지적하며,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게 하려던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인기를 보내 전단을 살포해 위기를 만들고 국민들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가려고 했던 대통령이 이 나라를 3년이나 지배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만행에 사법부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화견문 낭독이 끝난 이후에는 감옥에 갇혀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그린 포스터를 향해 '엄중처벌'이 적힌 대형 의사봉을 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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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 경찰관 축소' 관여 검사…수사 뒤 승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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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서익원 편

86년 건국대 농성 1288명에게 구속영장 발부

박종철 고문치사 수사에 수수께끼 같은 역할

은폐 공모 아니면 상부 방침에 갈등하다 침묵?

열전 "한직이지만 승진한 건 심각한 문제" 평가

대검 형사부장 복귀한 뒤,수원지검장까지 지내

'선비 검사'로 알려졌지만 윗선 지시 곧잘 이행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3권을 받아 들었다. 서익원(徐翼源, 1940~1999) 항목은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 가운데 가장 해석이 복잡한 사례 중 하나다. 1987년 박종철(1965~1987) 고문치사 사건. 이 사건에서 서울지검 2차장 서익원은 수사 지휘부의 핵심에 있었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이렇게 기록한다.

"정구영과 서익원은 경찰의 고문치사 은폐에 대한 수사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기록에는 서익원이 수사 검사 안상수에게 "수사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리고 그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가 나중에 대검찰청으로 복귀한 사실도 있다. 서익원은 은폐의 공모자인가, 아니면 상부의 방침 속에서 갈등하다 결국 침묵을 선택한 사람인가. 이 질문이 이 글의 핵심이다.

 

서익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40년 경기도 오산 출생, '선비 검사'로 불리다

서익원은 1940년 경기도 오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1963년 제16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1964년 공군 법무관을 거쳐 1968년 1월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검사로 임용됐다.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비교법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선비 검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원칙적이고 강직한 이미지였다고 전해진다.

1975년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로서 재일한국인 모국유학생 간첩단 사건,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 공판에 관여했다. 함석헌(1901~1989), 문익환(1918~1994), 김대중(1924~2009) 등에게 중형을 구형한 공안부 검사들 중 한 명이었다. 이 사건들은 훗날 모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3·1민주구국선언으로 기소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일본서 제작했다. 김지하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였다.(위에서부터 차례로 함석헌, 문익환, 김대중, 윤보선, 이우정, 안병무, 김지하, 이태영, 정일형, 서남동, 함세웅, 문동환, 이문영)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세계사 속의 동류, '침묵의 공모자'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딜레마가 떠오른다. 독일 역사가들이 '내적 망명(Innere Emigration)'이라 부르는 개념이 있다. 나치 체제에 명시적으로 가담하지 않으면서도 저항하지도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 지식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적극적 부역자도 아니고 영웅적 저항자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던 사람들.

서익원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은폐를 설계하지는 않았지만, 수사를 막는 상부의 방침에 맞서지도 않았다. '선비 검사'라는 이미지와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그를 복잡한 인물로 만든다.

 

서익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86년 건국대 사태, 1288장의 구속영장

서익원의 반헌법 행위 첫 번째 정점은 1986년 건국대 사태다. 1986년 10월 28일, 전국 26개 대학생 2000여 명이 건국대학교에서 애학투련 발족식을 열었다가 경찰의 무차별 진압을 받았다. 1525명이 한꺼번에 연행됐다. 당시 서울지검 2차장이었던 서익원은 이 사건의 수사 방향을 지휘했다. 서울지검 내에서 "한두 명 정도에게는 사형선고까지 고려하라"는 방침이 세워졌다. 최종적으로 1288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것이 서익원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

 

건대 사건 전원 연행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1986년 11월 1일치 1면 기사.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1987년 1월, '수사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1987년 1월 14일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졌다. 다음날 서울지검장 정구영은 2차장 서익원을 통해 형사2부 검사 안상수에게 부검을 지휘하도록 지시했다. 부검 결과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임이 확인됐다.

이 지점에서 서익원의 역할이 논란거리다. 『반헌법행위자열전』에 따르면 수사 검사 안상수가 서익원과 정구영에게 고문 가담 경찰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으나, "정구영과 서익원은 경찰의 조사내용과 다르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수사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다른 기록에는 안상수가 신창언 수사팀장과 서익원을 찾아가 "수사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즉 서익원이 완전히 수동적이지는 않았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1월 2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서울지검장 정구영이 2차장 서익원과 3차장 이건개, 수사팀장 신창언, 수사검사 안상수·박상옥이 배석한 가운데 물고문 이외의 다른 가혹행위는 없다며 사건을 조한경과 강진규, 두 사람의 구속으로 마무리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 발표자리에 서익원이 있었다.

1987년 5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고문 은폐 사실을 폭로하자 진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8일 검찰 인사에서 서울지검장 정구영은 광주고검장으로, 차장검사 서익원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각각 한 단계 승진발령을 받았다.

이 대목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의 평가가 결정적이다.

"제대로 됐다면 당시 수사 지휘부였던 정구영과 서익원은 형사 책임을 져야 마땅했는데, 비록 한직이지만 승진까지 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안상수의 증언에 따르면, 박종철 사건이 없었다면 서익원은 대구고검 차장이 아니라 서울고검 차장으로 영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좌천성 인사이긴 하지만,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좌천으로 처리됐다는 것이 핵심 문제였다.

 

고 박종철 열사.("'탁'치니 '억'" 경찰 황당 은폐…민주주의 불씨 된 서울대생 죽음[뉴스속오늘] - 이미지 | 머니투데이)

대검 형사부장 복귀 후 수원지검장까지

서익원은 대구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가 1990년 12월 제23대 검찰총장에 취임한 이종남 체제 이후인 1992년 7월 대검찰청 형사부장에 임명돼 신창언(대검 공판송무부장)과 대검찰청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박종철 사건 수사팀의 핵심인물들이 대검에서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제13대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냈고, 1999년 4월 20일 사망했다. 박종철이 숨진 지 12년 만이었다.

 

서익원(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박종철 사건과 구조적으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길퍼드 4인' 사건에서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한 경찰관들과 검사들은 나중에 의회 조사와 독립 검토의 대상이 됐다. 일부는 기소됐다. 비록 최종 유죄 선고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책임 추궁의 과정 자체가 공개 기록으로 남았다.

한국에서 서익원은 좌천됐다가 복귀했고, 수원지검장을 지내고 사망했다. 박종철 사건에서 그의 역할은 『반헌법행위자열전』에 기록됐지만, 법적 책임은 묻히고 말았다. '선비 검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 지점에 섰는지, 그 내면의 갈등이 어떠했는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서익원을 떠올렸다. 진실을 알면서 침묵하는 것, 상부의 방침에 맞서지 않는 것. 그 침묵이 때로 적극적인 은폐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서익원의 이력은 보여준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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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코스피 8000' 이익 소수에 집중될 것…정부, 양극화 해법 내야"

양경수 위원장 "영업이익 배분은 노사협상 대상…李 정부 노동정책 70점"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6.06.11. 05:10:0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식으로 생활비를 벌 수 있게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겨냥, 주식시장에 쌓인 부는 소수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 등 양극화 해법을 내라고 주문했다.

하반기 노사 교섭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에 대한 성과급 분배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부 회의를 거쳐 방안을 만들 계획도 밝혔다.

10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이재명 정부 1년 평가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스피 8000이 노동자들의 행복지수는 아니다"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는 수억 원의 성과급을 요구할 때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하라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위원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며 "임금만으로 살기 힘든 사회에서 주식투자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임금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1년 평가'를 발제한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하겠다고 한 데 대해 "한국예탁결제원 자료(2024년)를 보면, 개인 자산 상위 7.7%가 전체 주식의 78%를 차지한다. 이런 통계를 보면 양극화는 코스피 8000 시대에 더 심해졌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기업) 영업이익에 대해 원하청, 지역사회가 함께 누릴 사회적 논의" 등을 통해 양극화 해법을 세워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떠오른 영업이익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막대한 이윤을 낸 기업의 성과는 노사 협상으로 분배해야 한다"며 다음 주 중 이를 논의하기 위해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노조 대표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 배분에서 하청노동자의 몫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하청노조가 있는 곳은 노조 틀 안에서 논의해 왔다. 대표적 사업장인 현대차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오랜 기간 사회연대기금, 하후상박 임금체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청노동자의 몫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들은 반복적으로 경영에 관련한 사안이라 임단협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래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며 "사용자들의 태도가 바뀌면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민주노총은 이날 △원하청 교섭이 열리지 않고 있으며 정부도 모범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점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상시지속 업무 기간제 채용 등 노동기본권 강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 △노동자 참여, 작업중지권 실효화 등과 관련한 산업안전 정책이 미비한 점 △도급제 적용 등 최저임금 논의에 정부가 주도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점으로 평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 노동정책에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점수 평가는 어렵다"면서도 "작년에 70점이라고 이야기했다. 낙제점으로 갈 수도, 고득점으로 갈 수도 있는 기로라고 했는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여전히 그 정도에 머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노동정책 중 긍정적인 것도 있다. 아궁이에 불을 뗐는데 (현장에서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노동 가치 중심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여전히 성장에 매몰된 것 아닌가도 우렵스럽다"고 이유를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0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건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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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선거 총책임자 조희대 탄핵”...대법원 앞 긴급 촛불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6/10 [21:35]

 

© 김영란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하는 긴급 촛불이 10일 오후 7시 대법원 인근에서 열렸다.

 

국민주권당 정당연설회로 진행된 긴급 촛불에는 60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부실선거 총책임자 조희대를 탄핵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긴급 촛불을 시작했다.

 

김한봄 청년촛불행동 대표는 “조희대는 지난 3월 이미 임기가 끝난 노태악을 대법관도 아닌 상태로 무려 95일째 중앙선관위원장으로 뒀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서울시 선관위의 오민석 위원장 역시 조희대가 서울지법 법원장으로 임명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준비 부실로 국민의 참정권을 무참히 짓밟은 선관위의 총책임자. 이 사태를 빌미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며 극우세력이 결집할 판을 깔아준 이 모든 사태의 진짜 책임자는 바로 조희대”라고 주장했다.

 

안정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지금 20대들이 분노하고 있다.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자신의 소중한 참정권을 빼앗겼다는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정당한 분노이다. 주권의식의 발로”라로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에게도 호소한다. 지금 그 분노를 가지고 잠실이 아니라 대법원 앞으로 모여달라.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조희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의 분노는 이 사태의 총책임자인 내란세력 최후 보루 조희대를 향해야 한다”라며 “조희대에게 책임을 물어야 나라의 공정과 상식도 바로 세울 수 있다. (대학생들의) 이러한 목소리와 움직임을 극우내란세력이 가장 무서워할 것”이라고 했다.

 

▲ 김한봄 대표(왼쪽), 안정은 회원. © 김영란 기자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촛불대행진 사회를 보는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누가 이번 지방선거를 두려워했는가. 선거에서 참패가 예정이었던 내란 정당 국힘당과 곧 있으면 최종심을 앞둔 내란범들 그리고 우리나라를 속국 취급하며 불침항모니 단검이니 하며 주권을 모욕하는 미국에 분노하는 압도적인 민심을 두려워했던 미국”이라며 “그러면 누가 부정선거를 준비했겠는가. 당연히 질 것 같은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공동대표는 “장동혁이 긴급하게 미국에 다녀오고, 전광훈을 보석으로 풀어주고, 전한길의 구속영장을 기각시키고, 모스 탄이 사전 선거 전날 들어왔다. 투표용지 부족 뉴스가 나오자마자 국힘당은 재선거를 외쳐대기 시작했다”라며 “이 모든 것이 우연이란 말인가. 조희대가 내란세력 최후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내란에 동조했고, 대선에 개입했으며, 이제는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는 조희대를 탄핵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박준의 국민주권당 상임위원장은 “선거 관리 부실 진상을 밝혀야겠지만 그야말로 부정선거 공작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그 이유는 바로 내란세력이 선거 관리 기구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부정선거 논란에 미국의 개입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희대가 이재명 대통령을 파기환송 할 것을 사전에 미 대사관 측으로부터 들었다는 국회의원의 증언이 있었다”라며 “극우세력이 성조기를 들고 휘날리며, 미국에 구원을 간청하고 있는 황당한 모습은 미국이 한국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박 상임위원장은 “내란 잔당을 소탕하지 않고는 부실과 부정, 정치공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란세력은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란세력이 건재하면 그 틈으로 미국의 공작이 끼어든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 김지선 공동대표(왼쪽), 박준의 상임위원장. © 김영란 기자

 

긴급 촛불 사회를 본 오주성 국민주권당 실천국장은 긴급 촛불을 마무리하면서 “선관위 부실선거를 빌미로 삼아 제2의 내란을 꿈꾸는 자들이 바라는 것은 국가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이 노래 「헌법 제1조」를 부르며 긴급 촛불을 마쳤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대법원 쪽을 향해 선전물을 든 시민.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청년 민중가수 동백 씨가 노래 「내란 법비 조희대 탄핵송」, 「소리 질러요」, 「일어나」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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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하이닉스 '호남 반도체 공장'의 실체...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반도체 특별과외] 패키징 공장 아닌, 반도체 팹이 세워져야 하는 이유

26.06.11 06:55최종 업데이트 26.06.11 06:55

반도체 팹 내부 모습. 클린룸 안에서 자동화된 기기들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곳입니다.이봉렬

지난 10일 <한겨레>는 "삼성전자·하이닉스, 호남에 첫 반도체 공장 설립 추진"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통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주요 기업들과 비수도권 투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안이 이 자리의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뒤이어 <연합뉴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설비 투자를 호남 및 충청권으로 신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특별과외>를 통해 수차례 "수도권에 추가로 반도체 산단을 지을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저로서는 "호남에 첫 반도체 공장 설립 추진"이라는 기사 제목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보니 두 회사가 호남권에 지을 가능성이 있는 공장은 반도체 팹(FAB)이 아니라 반도체 패키징(Packaging) 공장이라고 합니다. 이는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온전히 만족할 만한 소식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패키징 기업, 이미 호남에 자리 잡고 있어

오늘 <반도체 특별과외>에서는 반도체 팹과 패키징이 어떻게 다르며, 왜 호남에 지어야 할 핵심 시설이 패키징이 아닌 팹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반도체 제조는 크게 '전공정(Front-end)'과 '후공정(Back-end)'으로 나뉩니다. 전공정은 둥근 실리콘 웨이퍼 위에 나노 단위의 미세한 회로를 찍어내고, 깎고, 덮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전공정을 진행하는 곳을 반도체 팹이라고 부릅니다. 먼지 한 톨까지 관리되는 클린룸에서 한 대에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장비들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겨 넣습니다. 막대한 전력과 물이 필요하며, 반도체의 핵심 성능을 결정짓는 기술의 집합체가 바로 팹입니다. 요즘은 이 팹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 50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반면 후공정은 전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낱개 칩으로 잘라내고(다이싱), 기판과 연결한 뒤 외부 충격이나 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장(패키징)하는 과정입니다. 회로를 얇게 새기는 전공정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칩을 수직으로 쌓거나 여러 칩을 이어 붙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기업의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패키징 등 후공정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 반도체 후공정 외주 기업)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팹에서 사용되는 장비에 비해서는 비교적 가격이 낮아, 패키징 공장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대략 5조 원 정도로 팹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수도권에 이미 수많은 반도체 팹이 있고 용인 산단에도 여러 팹이 들어설 예정이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팹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세계 유수의 패키징 전문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OSAT 분야 세계 1위인 대만의 ASE는 경기도 파주에 'ASE 코리아'를 운영하며 전장용(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인 미국의 '앰코 테크놀로지'는 아남반도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현재 광주광역시에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 중입니다. 특히 앰코는 국내 사업장에서만 매출 규모가 5조 원 수준에 달할 만큼, 호남은 이미 세계적인 후공정 생태계와 인프라를 경험한 지역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을 패키징 기지로 검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습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 모습광주북구청 유튜브

그렇다면 첨단 기술로 격상된 패키징 공장이 진작부터 생태계를 만들어 놓은 호남으로 가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본질과 거대한 경제적 파급력은 전공정을 진행하는 반도체 팹에 있기 때문입니다.

패키징 공장 아닌, '팹'이 호남으로 가야 한다

반도체 팹을 수도권이 아닌 호남에 짓자고 주장하는 핵심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RE100이 반도체 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된 시대에 막대한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 호남이기 때문입니다.

패키징 공장을 호남에 짓는다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엠코코리아만 해도 광주와 인천 사업장을 더해 직원 수가 8000명 수준에 그쳐서, 반도체 장비나 소재 등 연관 업체의 대규모 유입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파주에 있는 ASE 역시 세계 1위의 패키징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 하나 때문에 타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파주로 대거 이동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패키징 공장을 하나 더 짓는다고 해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지역 인재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반면 팹은 다릅니다. 팹 하나가 들어서면 수백 개의 첨단 소재, 부품, 장비 협력사들이 공정의 효율성을 위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동반 입주해야만 합니다. 시설 투자가 10배 이상이고 거대한 서플라이 체인이 통째로 움직여야 하는 팹을 지어야만, 비로소 그곳에 자생력을 갖춘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되고 인재들도 함께 몰려들게 됩니다.

두 번째로 재생에너지는 더 시급하고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용인 클러스터 하나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만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수도권 자체로는 이 막대한 전기를 만들어낼 공간도, 방법도 없습니다. 결국 당장은 지방의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송전탑을 새로 세우는 일은 막대한 비용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게다가 초고압 장거리 송전망 건설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송전 과정에서 길바닥에 버려지는 막대한 전력 손실 문제도 피할 수 없습니다.

전기를 제때 끌어오지도 못할뿐더러,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반도체가 아니면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부지 특성상 향후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대규모로 지을 수 없어 재생에너지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겐 'RE100 반도체'가 필요하다

애플 웹사이트에선 애플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협력업체와 함께 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애플

호남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를 장거리 송전망을 세워 수도권에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마치 수도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생활 쓰레기를 굳이 호남까지 차로 실어 가서 버리겠다는 발상만큼이나 비양심적이며 비현실적입니다. 이는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호남은 넓은 평야와 풍부한 일사량, 긴 해안선을 바탕으로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압도적인 곳입니다. 이미 쏟아지는 태양광 전기를 기존 송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발전기를 강제로 끄는 출력 제어 사태까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팹 운영을 위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면 전기를 무리하게 끌어올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전기가 풍부하게 만들어지는 곳에 팹을 지으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천문학적 낭비와 갈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이 강력히 요구하는 RE100 반도체를 적기에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 재생에너지가 곧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현재와 같은 수도권 일극 체제로는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재해로 인해 수도권에 밀집한 반도체 팹이 동시에 멈춰 서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난이 될 것입니다. 지정학적·환경적 리스크 분산을 위해 반도체 팹을 여러 지역에 분산 배치하고 있는 미국, 대만, 일본 등 경쟁국들의 행보를 깊이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나고 각 지역의 지자체장이 새로 정해졌습니다. 호남 지역의 지자체장과 시민들은 수조 원대 패키징 기지라는 당근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라는 강력하고도 유일무이한 장점을 지렛대 삼아, 반도체의 진짜 심장인 전공정 팹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그것이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을 살리는 길이며, 국가적으로는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길이자,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RE100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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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꽃, 개표결과와 대조하니 6곳 승자 빗나갔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11 09:04
  • 수정일
    2026/06/11 09: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4곳 중 23곳 민주 쪽으로 기울어… 다른 회사는 1%포인트 안팎, 여론조사꽃은 13%포인트

후보 대결 기준 24곳 중 23곳 민주 과대, 평균 10%포인트

타사 평균 1%포인트 안팎, 여론조사꽃만 13%포인트

서울 정당지지도 18회 연속 민주 우세, 당선자는 오세훈

2026-06-10 15:12:49
 

여론조사꽃의 6·3 지방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득표율보다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일관되게 기울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탐사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결과표 원문 155건을 전수 확인했다.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와 하나하나 대조했다. 비교 가능한 선거구는 25곳이다.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부산 북구갑은 집계에서 빼고 따로 살폈다. 나머지 24곳 중 23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실제 득표보다 높게 잡혔다. 평균 10%포인트였다. 같은 문항을 쓴 다른 조사회사들의 편차는 평균 1%포인트 안팎이었다.

▲여론조사꽃 후보 다자대결 24곳 편차. 23곳이 민주 과대였고, 예외는 전북 한 곳이었다.

 

승자 뒤집힌 6곳, 전부 한 방향

 

이번 검증은 하우스이펙트(house effect), 즉 조사회사 고유의 쏠림을 재는 방식이다. 특정 회사의 조사가 실제 결과보다 한쪽 정당으로 얼마나 기우는지를 측정한다. 결과표의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격차에서 실제 득표율의 같은 격차를 뺐다. 값이 플러스면 민주당 쪽으로 기운 것이다. 선거구마다 선거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조사를 골랐다. 이 기준으로 승자가 뒤집힌 선거구는 여섯 곳이다. 서울, 경남, 경기 평택을,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그리고 부산 북구갑이다. 여섯 곳 모두 조사에서는 민주당이나 범진보 후보가 앞서 있었고,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국민의힘이 이긴다고 봤다가 민주당이 이긴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선거 전날인 6월 2일 조사에서 정원오 후보 49, 오세훈 후보 41이었다. 개표 결과는 정원오 48, 오세훈 49였다. 정원오 후보 수치는 1%포인트 차이로 들어맞았다. 오세훈 후보 표만 9%포인트 가까이 덜 잡혔다. 민주당 표를 부풀렸다기보다 국민의힘 표를 못 잡은 모양새다. 같은 무늬가 곳곳에서 반복됐다. 경남에서는 박완수 후보가 12%포인트, 평택을에서는 유의동 후보가 13%포인트 덜 잡혔다. 평택을은 조사에서 3위였던 유의동 후보가 실제 1위로 당선되며 순위가 통째로 뒤집혔다. 다만 이 6월 2일 조사들은 공표금지 기간에 실시된 것이라 유권자가 선거 전에 본 숫자는 아니다. 영향력이 아니라 정확도를 재는 용도로만 비교했다.

 

예외도 있었다. 후보 기준으로는 전북에서 거꾸로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실제보다 11%포인트 낮게 잡혔다. 정당지지도 기준으로 다시 재면 24곳 중 23곳이 같은 방향이었고, 이때 예외는 대구였다. 잣대를 바꾸면 예외인 동네만 바뀌고 큰 그림은 그대로였다.

 

서울 정당지지도 18회 연속 민주 우세

 

서울만 따로 보면 기울기는 더 길게 이어진다. 여론조사꽃의 서울 정당지지도 조사는 2025년 11월부터 선거 전날까지 모두 18회였다. 18회 전부 민주당 우세였고, 기간 평균 격차는 23%포인트였다. 국민의힘이 앞선 적은 한 번도 없다. 정원오·오세훈 직접 비교 문항도 올해 2월 이후 확인된 7건 모두 정원오 우세였다. 4월 중순에는 26%포인트까지 벌어졌고 마지막 조사도 9%포인트였다. 실제 당선자는 1%포인트 차의 오세훈 후보였다.

▲정원오 대 오세훈 직접 비교 확정 9건. 작년 11월에는 오세훈 우세였다.
▲서울 정당지지도 18회 전부 민주 우세. 실제 개표는 국민의힘이 1%포인트 앞섰다.

 

다른 여론조사는 격차 1%포인트 안팎

 

이 격차가 정당지지도라는 지표 탓인지도 확인했다. 같은 문구의 정당지지도 문항을 표로 공개한 회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다. 시도별 편차의 단순평균 기준으로 리얼미터 4%포인트, 여론조사공정 0%포인트, 에이스리서치 마이너스 1%포인트였다. 여론조사꽃은 13%포인트다. 같은 4개 시도끼리 직접 맞대도 결과는 비슷했다. 여론조사공정은 주로 보수 성향 매체가 의뢰한 회사인데도 수치는 거의 중립이었다. 누가 의뢰했느냐와 숫자가 기우느냐는 별개라는 뜻이다.

 

▲같은 잣대로 잰 회사별 편차. 여론조사꽃만 두 자릿수였다.
▲서울 정당지지도 시계열. 여론조사공정이 실제 결과에 훨씬 가까웠다.

 

(그림5) 서울 정당지지도 시계열. 여론조사공정이 실제 결과에 훨씬 가까웠다. ※기사그림5_꽃vs공정.png

 

조사 점유율 5분의 1… 원인과 의도는 확인 안 돼

 

이 회사 숫자의 무게는 작지 않았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9일 한국일보 칼럼에서 집계를 공개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꽃 계열이 등록한 조사는 79건으로 전체의 5분의 1이었다. 2위 한국리서치의 두 배다. 서울에서는 네 건 중 한 건꼴이었고 울산, 경북, 경남처럼 다른 회사가 덜 들어간 지역에서 비중이 컸다. 박 교수의 분석에서 여론조사꽃을 빼면 서울의 민주당 추세선이 2%포인트 넘게 내려간다.

 

이번 검증으로 확인된 것은 기울기의 존재와 방향, 크기까지다. 원인이 표본추출인지 가중치인지 응답자 특성인지는 이 데이터로 알 수 없다. 의도가 있었는지도 입증되지 않는다. 이 숫자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인과 역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뉴탐사는 10일 여론조사꽃에 분석 내용 전체와 질의 6개 항목을 보내 반론을 요청했다. 답변이 오는 대로 그대로 싣는다. 검증에 쓴 결과표는 모두 여심위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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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재선거’ 주장 장동혁에 조선·중앙 “대표직 지키려고” “사퇴 압박 회피”

[아침신문 솎아보기] 오세훈도 장동혁 향해 “정치적 구호에 불과” “거취 문제 고민해라”

李대통령 유럽순방 환송 행사에 정청래 대신 김민석, 동아 “김 총리에 힘 실어줘”

삼성, 광주에 첫 반도체공장 설립… 한국경제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유리한 입지”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6.06.10 07:35

  • 수정 2026.06.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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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득표수 논란에 관한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관위가 스스로 잘못과 불법을 인정하고 선거가 무효임을 선언한 후 재선거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처음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이라 밝힌 투표소는 서울 지역 14개에 불과했는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국 67곳으로 늘더니 어제는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한 투표소가 무려 140곳이라고 밝혀졌고, 실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도 50곳에서 91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라며 “이제 140곳이라는 선관위 말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 믿기 어려운 일도 발생했다. 인천시장 선거 송도 1·2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국민의힘 유정복, 민주당 박찬대 후보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득표수가 완전 일치할 확률이 5억9000만분의 1이다. 광주·전남 통합시장 선거에서는 두 후보의 투표수가 똑같은 지역이 무려 10곳이나 있었다. 5억9000만분의 1을 6번 곱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일 자 동아일보 6면.

장동혁 대표는 “선관위의 말 대로 이런 상황이 우연이라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사실을 확인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결국 특검밖에 답이 없다. 당장 특검법을 서둘러야 한다. 어제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제게 특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를 오늘이라도 당장 만나 특검법 추진을 논의해야 한다. 특검만 기다리다가는 증거가 사라지고 증거들이 오염될 것이다. 국힘도 증거 보전에 의한 절차에 즉시 착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선거를 하자”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재선거밖에 없다. 하룻밤 자고 나면 의혹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관위가 스스로 잘못과 불법을 인정하고 선거가 무효임을 선언한 후에 재선거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며 “중앙선관위 위원장 직무대행 위철환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고시 동기이자 연수원 시절 밥 친구로, 어명이 없으면 꼼짝도 하지 않을 인물이다. 결국 이재명이 결단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도 재선거와 특검에 필요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전면 재선거 주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라는 질문에 장동혁 대표는 “제가 전국 재선거를 말씀드리는 건, 이번 지방선거가 국민 참정권 침해 범위가 거의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저는 지방선거를 사실상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후보의 당락이 바뀌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엄중한 상황에 중요한 문제로 싸우는데 특정 후보 한 명만 거론하면서 이것이 특정 후보에 대한 사퇴 압박이냐고 묻는 건 온당치 않다. 다른 정치적 해석을 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지금 누가 싸울 것인가”라고 답했다.

그러나 10일 자 아침신문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가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한목소리로 “음모론 선봉 자처” “억지 주장을 멈추고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한심할 따름” “자신의 대표직을 지키려고” “사퇴 압박 회피하려고”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오세훈, 장동혁 ‘전국 재선거’ 주장 두고 “정치적 구호에 불과”

중앙일보는 6면 <“재선거는 장동혁의 정치 구호 대표 사퇴하든 말든 의미 없다”> 기사에서 9일 중앙일보 유튜브채널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를 다뤘다.

▲10일 자 중앙일보 6면.

장동혁 대표의 “전국 재선거” 주장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당의 총의를 모은 적 있나”라고 비판한 뒤 “다만 선관위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현재 9명의 선관위원은 부업에 불과해 당장 그만둬도 아쉬울 게 없다. 그 밑에 사무처 직원이 실질적인 일을 하는데, 이들은 책임도 없고 책임도 안 진다. 이 체제를 바꿔야 하는 거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는 조직은 반드시 부패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내에서 장동혁 사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두고 장동혁 대표는 “이미 사퇴를 하나 안 하나 의미가 없어졌다. 이번 선거 치르면서 장 대표가 찾아와 도와주길 원한 후보가 수도권에 얼마나 있나. 이 정도면 자신의 거취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버티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으로는 리더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국 재선거’ 주장 장동혁에 조선·중앙 “대표직 지키려고” “사퇴 압박 회피”

신문들은 장동혁 대표의 “전국 재선거” 주장이 지방선거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장 대표 속 보이는 “전국 재선거” 무리한 요구> 사설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투표지 부족이 가장 심각했던 송파구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승했다. 다른 지역의 투표지 부족 상황을 고려해도 오 시장이 이긴 6만표 차이는 뒤집히기 어렵다. 그래서 민주당 정원오 후보도 결과에 승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앞장서 재선거를 주장한 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전례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힘은 시도지사 16곳 중 12곳을 졌다.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하는데 장 대표는 ‘중요한 문제로 싸우는 중’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 3명 모두가 재선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인데 장 대표는 무시하고 있다. 장 대표가 재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청년층의 재선거 주장 흐름에 올라타 자신의 대표직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런 속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투표지 부족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합동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것이 미진하면 특검도 불가피하다. 이 특검은 야권에서 추천해야 한다. 그리고 장 대표는 자신의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기 위해 투표지 부족사태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10일 자 조선일보 사설.

▲10일 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장동혁 대표의 ‘전국 재선거’ 주장, 퇴진 압박 회피용 아닌가> 사설에서 “선거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과오지만, 그렇다고 전국 재선거를 하자는 제1 야당 대표의 주장이 일반 유권자 상식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 뒤 “ 만에 하나라도 장 대표가 분노한 민심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사퇴 압박을 회피하려는 저의를 갖고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당사자 격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락이 바뀔 위법이 아니면 재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정한 선거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표명하고 있다. 지금 제1 야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부정선거론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당 안팎의 건설적 의견을 수렴해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을 돕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장동혁·국힘, “전국 재선거” “청와대 국조” 억지 멈춰야> 사설에서 “장 대표가 부정선거론에 영합하는 주장까지 꺼내 드는 건, 지방선거 참패 뒤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음모론에 경도된 극렬 지지층을 결집시켜 돌파해보겠다는 의도임을 모를 사람이 없다. 국가적 중대사마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해 활용하는 행태를 보며, 대다수 국민의 눈길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일 자 한겨레 사설.

세계일보도 <장동혁 ‘재선거’ 주장, 국힘 당권 노린 정략 아닌가> 사설에서 “입법,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으면서도 무능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라며 “이러니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은 당권 유지용일 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張 대표, 투표용지 사태를 당권 방패막이로 쓸 일인가> 사설에서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2030세대의 자발적 시위 현장에 부정선거론자들이 끼어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 성조기가 등장했고 ‘계엄은 정당했다’는 문구도 나붙었다. 당권을 계속 쥐려고 장 대표가 던진 정치적 불쏘시개가 이런 퇴행을 부추기는 셈이다. 무책임한 재선거와 부정선거 주장을 접고 스스로 물러나 야당의 활로를 터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 장 대표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李대통령 유럽순방 환송 행사에 정청래 대신 김민석, 동아 “김 총리에 힘 실어줘”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섰는데, 공항 환송 행사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참했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1면 < 이 대통령 출국길 옆, 정청래 빠지고 김민석>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탑승 직전까지 김 여사를 사이에 두고 김 총리와 담소를 나눴다. 청와대는 대통령 출국 직후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관위 부실 관리 대응 등의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어 청와대 및 내각 인사 등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날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선거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정 대표와 조우하는 그림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민주당 중진 의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6·3 선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한 직후 정 대표의 환송 불참이 결정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10일 자 중앙일보 1면.

▲10일 자 동아일보 1면.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9박10일 순방길에 여당 대표가 환송하지 못한 건 이례적”이라며 “과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겪던 윤석열 전 대통령도 체코(2024년 9월), 아세안(2024년 10월) 순방 때 한 전 대표의 배웅과 마중을 받았다. 현 정부 들어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모든 순방을 서울공항에서 배웅했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내엔 이 같은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전당대회에 앞서 정 대표의 거취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가 적지 않다”라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에 “1년 내 (대통령이) 나가실 때 의전 상 그런 적이 없다. 백 가지 잘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책임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명확하게 정리해줬다.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을 정청래 지도부는 알아차리라”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5면 <李 출국 행사에 김민석 참석-정청래 불참… 靑 “안와도 된다 했다”> 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유럽 순방에 나선 가운데 공항 환송 행사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불참한 것을 두고 여권 내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있는 만큼 당 지도부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힌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김 총리에게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 후 이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배웅을 나가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관례상 주로 귀국 행사에 참석했던 김 총리가 환송 행사에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라며 “친명계 일각에서는 8월 17일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순방 배웅 형식으로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전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총리에 대해 ‘뛰어난 리더십’이라고 치하하면서도 정 대표가 지휘한 지방선거 결과에는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한 데 이은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 광주에 첫 반도체공장 설립… 한국경제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유리한 입지”

삼성전자가 광주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삼성전자가 호남 지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도 호남권에 반도체 공장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자 한국경제 1면.

▲10일 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삼성, 광주에 첫 반도체 공장…투자환경 제대로 지원해야> 사설에서 “삼성의 광주 공장 건설은 무엇보다 수도권 등에서 전기와 용수 확보가 한계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광주·전남 지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및 해상풍력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전기 공급이 그 어느 곳보다 유리한 입지다.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업적인 판단도 있었겠지만 정부 독려가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라며 “삼성은 이번 투자 방안을 오는 29일 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큰 결심을 한 만큼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전기와 용수 인프라는 물론 반도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의 이번 광주 투자 결정이 균형 발전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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