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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신군국주의' 정조준…외교·제재 '동시 압박'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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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중국의 외교 수사 훨씬 공격적

외교 수사 넘어 제재, 주변국 규합해 고립화

이중 용도 물품의 대일본 수출 세 번째 제재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 움직임 단호히 억제"

중국 '일본 신군국주의' 양자 외교 의제화

아시아 4개국과의 양자 공동성명들에 명시

린젠 "일본, 평화 국가'란 가면 벗어 던져"

중국이 추가로 군민 겸용 물품의 대일본 수출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 6월 29일 중국 상무부의 공고를 통해서다.

일본의 방위연구소와 육상장비연구소, 함정장비연구소, 항공장비연구소와 미쓰비시전기 방위·우주기술, 미쓰비시중공업 로지텍 등 군사력 증강에 참여한 기관·기업 20곳이 수출통제 명단에 올랐다. 또한 미쓰이 E&S와 미쓰이물산 항공우주 정비센터 등 최종 사용자와 용도가 불분명한 20곳을 주의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날부터 중국 수출업자는 이들에게 중국산 이중용도 물품을 수출할 수 없으며, 외국의 법인이나 개인도 이중 용도 물품들을 이전·제공할 수 없다. 이미 진행 중인 관련 거래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

 

지난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만난 시진핑 중국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아사히신문 11월 14일

중국, 이중 용도 물품 대일 수출 추가 제재

"일본 신형 군국주의 움직임 단호히 억제"

앞서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올해 1월 군사용 이중용도 물자의 대일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고, 2월에도 미쓰비시 조선 등 일본 기관·기업 20곳을 이중 용도 물품의 수출통제 명단에, 스바루 등 20곳을 주의 명단에 각각 올린 바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수출 관리 조치는 국제적 관행과 다른,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 29일 회견)이라고 항의하고 중국 정부에 제재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잇단 대일 제재가 통상 분쟁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그 제재 강행의 배경으로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와 '재군사화'(재무장화) 등을 대놓고 지목하며 전례 없는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적 움직임을 단호히 억제하기 위한 것이며, 전적으로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허융첸 상무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신형 군국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재군사화를 가속화하고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는 한편 해외에서 공격형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서 행동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반성해 올바른 궤도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해병과 '강철주먹(Iron Fist)' 합훈에 참가한 육상자위대 병사들이 지난 3일 대만과 가까운 일본 서남부 도쿠시마섬에서 상륙작전을 하고 있다. 2023.3.3 UPI 연합뉴스

중국 '일본 신군국주의' 양자 외교 의제화

아시아 4개국과의 양자 공동성명들에 명시

중국의 대일 압박 움직임은 이게 다가 아니다. 2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부활 시도를 거부한다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 간 공동성명이나 공동언론성명을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네 차례나 채택했다.

중국-파키스탄 공동성명(5월 26일)은 "양측은 2차 세계대전의 승리 성과를 확고히 수호하고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했고, 중국-몽골 외교장관 공동언론성명(6월 14일), 중국-미얀마 공동성명(6월 17일), 중국-방글라데시 공동성명(6월 26일)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일본 견제를 양자 외교 의제로 공식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의 다즈강 연구원에 따르면, 예전에 중국이 다자 무대에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군국주의적 성향을 비판한 적은 많았지만, 양자 외교 문서에 반군국주의 표현을 명시적으로 집어넣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다즈강은 "일본이 전후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신군국주의 경향이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받았던 국가들의 마지노선을 점점 넘어서고 있기에, 중국은 국제사회에 더 광범위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문제를 양자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이 일본에 배치할 예정인 지상배치 이동식 중거리미사일 발사장치 '타이폰'. 일본경제신문 6월 20일

"일본의 신군국주의 경향, 마지노선 넘어"

린젠 "일본, `평화 국가'란 가면 벗어 던져"

다즈강은 "수년 동안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와 투자 협력 등 경제 외교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일부 개발도상국들을 포섭하려 노력해 왔다. 이를 통해 자국의 군사화와 역사 수정주의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희석하고 더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며 "중국은 양자 문서에 반군국주의 언어를 명문화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대중, 기업계, 그리고 더 넓은 사회가 이 문제를 주목하고 오늘날 일본 신군국주의의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도록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의 다카이치 정권은 작년 10월 출범한 이후 방위비 사상 최고치 경신(2026 회계연도 580억 달러)과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 무기 수출 규제 폐지, 집단 자위권 범위 확대, 비핵 3원칙 개정 검토,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평화헌법 개정 추진 등 재무장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다카이치 정권의 행보에 중국 외교부는 정면 대응하고 있다. 궈자쿤 대변인은 6월 23일 브리핑에서 "일본에서 부상하는 악의적인 신군국주의는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6월 11일 브리핑에서 린젠 대변인은 "사실 일본은 스스로 '평화 국가'라는 가면을 벗어 던졌다"라고 비난했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2026.1.5 연합뉴스

일본에 대한 중국의 외교 수사 훨씬 공격적

외교 수사 넘어 제재, 주변국 규합해 고립화

종합적으로 보면, 일본에 대한 중국의 대응엔 몇 가지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외교적 수사가 훨씬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했지만,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신형 군국주의","파시즘 부활","평화 국가의 가면을 벗었다" 등 매우 직설적이다.

그리고 비판이 외교 수사에 그치지 않고, 이중 용도 품목 수출통제 등과 같은 실질적 제재 조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나아가 대일 견제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규합해 양자 외교 의제로 만들어 일본을 압박 중인 것이다.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로 보는 일본의 재무장은 미일 동맹의 강화와 그를 통한 대중 봉쇄 강화,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 확대 등을 뜻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압박, 대만을 향해선 군사훈련 확대도 일본 군국주의 부활 담론의 연장선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6.5.19 연합뉴스

지금 동북아 정세를 보면, 중국은 일본 재무장을 '신군국주의'로 규정하며 견제에 나섰고 미국은 일본을 대중 견제 핵심축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참여하는 한국에게 이런 구도 변화는 직접적인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일본 재무장에 대한 역사적 경계심과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한층 더 어려운 외교적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어느 때보다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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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정청래·송영길, 틈만 나면 ‘보완수사권 신경전’

김채운기자

  • 수정 2026-07-04 08:26

김 “5월 처리됐어야” 정 “제안 없었다” 송 “정치무기화 안돼”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송영길 민주당 의원,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보완수사권 문제를 포함한 검찰개혁법 문제는 조기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지난 5월) 당에 전달했다. 5월에 처리됐더라면 좀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김민석 전 국무총리)

“분명히 말한다. 저는 (5월에) 그런 제안을 들어본 적 없고 그런 기억도 없다. 정부에서 법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법안을 안 만들어놨을 가능성이 있다. 만들었다면 제출 안 하는 이유가 뭐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보완수사권 여부를 정치 무기화시킬 문제는 아니다. 전당대회(국면)에 마치 정부를 상대로 무슨 싸움 하듯 쟁점화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 전 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이 3일 한자리에 모여 검찰개혁의 일환인 ‘공소청 검사에 대한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는 ‘지난 5월 정부가 민주당에 보완수사권 폐지 방향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을 마치자고 제안했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했고, 송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에 보완수사권 자체를 쟁점화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을 열었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 송 의원은 ‘지도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서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행사 도중 각각 취재진을 만나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놓고 ‘간접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정 전 대표가 열었다. 그는 “5월에 정부가 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적 없고, 법을 처리해달라고도 한 적 없고, 정부 쪽 인사가 제게 전화해 ‘5월에 처리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당·정이 공론화 과정을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는 (6·3 지방선거 전) 선거철이고 해 (제가) ‘조용하게 토론하자’고 해 토론회를 열었을 뿐”이라며 “그 토론이 ‘5월 중 법안 처리 요청’이 아니”라고 했다. ‘보완수사권 완전폐지’ 입장을 연일 강조해 온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게 보완수사요구권만 준다는 뜻”이라며 “보완수사요구권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다. 긴급 보완수사요구권이란 말로 잘게 쪼갤 수도 있고, 기소 전 검사가 불분명하다 하면 가해자나 피해자를 불러서 확인할 수 있는 확인권을 주면 된다”, “‘보완수사권 완전폐지’해도 걱정하는 부분은 그렇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김 전 총리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검찰개혁법(형사소송법) 처리는 누차 말했듯 제가 조기에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판단해 정부와 여권 내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다양한 경로로 (지난 5월) 당에 전달됐다”며 맞받았다. “5월에 처리됐더라면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비록 그것보단 늦어졌지만 좀 더 속도 내서 처리하면 오는 10월 공소청·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데는 차질이 없으리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이건 정부와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지, ‘정치 무기화’시킬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정부의 입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기 계신 분(민주당 의원들)이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라며 “그러니까 이제 보완수사권 논의는 국회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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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교도관’ 이만희 수감일지 유출 의혹…법무부, 감찰·긴급 점검 착수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7.03 12:18

  • 댓글 0

정성호 “이만희 재구속 상황서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법적·행정적 책임 물을 것”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방역방해 혐의로 수원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던 당시, 신도인 교도관이 이 씨의 수감 상황을 일일이 기록해 신천지 지휘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신천지 지휘부로 전달된 보고서에는 “평소 속옷만 입고 주무셨는데, 오늘은 검정 반팔티를 입고 주무셨다”, “아침으로 나온 식빵에 딸기잼을 뿌리고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50여 분 식사를 하셨다”는 등 이 씨의 일거수일투족이 상세히 담겼다.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은 신천지 신도 교도관으로, JTBC는 해당 교도관이 전주지파 신도라는 사실을 전직 간부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매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일기 형식 보고서가 작성됐고, 당시 전주 지역을 담당하던 지파장 이 모 씨가 이를 취합해 1~2주에 한 번 과천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열두 지파장 회의에 가져가 총회장의 수감 상황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전 신천지 고위 간부 B씨는 JTBC에 “그걸(보고서) 받아와서 지파장들이 있는 자리에 와서, 오늘 총회장님 건강 상태가 이랬다고 쭉 읽어주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신천지 전직 간부들은 이 같은 교도관의 보고가 모두 이 씨의 병보석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쇼가 필요하다’며 구치소 안에서 낙상 사고까지 연출했다고도 했다.

B씨는 “전주 청년이 (CCTV를) 보고, 이만희 씨가 화장실에 나오면서 넘어지는 액션을 취했다. 그 교도관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그때 (다른 교도관) 두 명인가를 보냈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도들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집단 가입시킨 혐의를 받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JTBC는 이만희 씨가 현재도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만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이라면 교도관이 엄정한 형집행을 하는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특정 종교 교주의 집사가 되길 자처한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의 교정행정을 특정 종교의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더욱이 이만희 총회장은 현재 ‘신도 강제 집단 입당’ 사건으로 다시 구속돼 있는 상황인 만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진상을 밝히기 위한 철저한 감찰과 수감시설 긴급 점검에 신속히 착수해 확인되는 위법에 상응하는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사한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 향후 사회적 영향력이 큰 수용자가 교정시설 내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외부와 결탁하는 일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개선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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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과 코스피 9,000의 신기루

  •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  
  •  승인 2026.07.04 07:32
  •  
  •  댓글 0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이재명 정부 자본시장 정책의 한계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던 6월 18일의 모습. ⓒ뉴시스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던 6월 18일의 모습. ⓒ뉴시스

1.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으로 자본시장 선진화’(코스피 5,000 로드맵)를 목표로 내세우고 자본시장 개혁과 코리아 프리미엄을 천명하였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상법 개정(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와 주주까지 확대) ▲자사주 소각(주주가치 제고) ▲불공정거래 근절(주가조작, 주식시장 교란) 등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또한 국민성장펀드 도입 및 소득공제 확대로 자본시장에 모인 자금이 AI, 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였다.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증시 부양책을 넘어, 부동산과 단기 투자에 머물던 자금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흘러가게 하며, 이를 통해 기업 성장과 국민 자산 증식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자금 순환 정책이다.

현재 국내 주식 투자자는 1,500만 명(미성년자, 노인 제외)이 넘는데, 이전 상층 부자들의 시장인 증시가 국민 자산과 직결되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정부는 ‘자본시장 정책이 큰 효과를 보았다’고 자평한다.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은 주식시장 호황, 국민성장펀드 가동 등으로 현실화하였고, AI 산업 성장과 대규모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

AI 열풍으로 AI 모델, 반도체, 휴머노이드, AI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가 넘쳐, 해당 산업이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은 HBM(초고속 데이터 전송 메모리), D램(휘발성 저장장치), 낸드 플래시(비휘발성 저장장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1위이다. 이러한 성과는 반도체 기업의 천문학적 영업이익과 수출 최대치 경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시도 제도개선과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9,000선을 돌파하였다. 목표했던 5,000선까지 상승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실적 등 현재가치에 기반하였으나, 9,000선까지 상승한 것은 2028년까지 AI 반도체 호황이라는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래가치 추정은 신기술, 과잉투자와 거품, 금리, 과도한 경쟁 등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코스피는 거시경제 상황과 빅테크 기업의 수요·투자·실적·경쟁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7월 초 코스피는 AI 과잉투자와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8,000선을 오르내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 안정적 투자와 자산 축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 한국도 반도체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되어 주가가 오른다.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다른 회사에 판매하겠다고 하자, 메타의 AI 투자 감소가 우려되어 주가가 급락하였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 증시가 충격을 받고 이후 한국 증시로 그대로 전이된다. 반면 한국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 발표 날, AI 연산 자원 공급 과잉 우려로 미국 주가가 하락하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미국의 산업 발전과 고용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투자하면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한국에 투자하면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AI 기업들의 천문학적 영업 실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은 불투명하다. 한국 기업의 실적에 기반한 상승분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미래가치는 미국 거시경제와 빅테크 기업의 조건에 따라 좌우된다. 코스피의 41.4%, 초우량 기업의 약 50%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유입·유출에 따라 한국 증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실적과 국내 기관·개인의 역량으로 우리나라 증시를 좌우할 수 없는 것이다.

2. 이재명 정부 자본시장 정책의 한계

 

미국에 종속된 금융시장 환경에서, 코스피 상승으로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서민들의 자산이 증식되기는 어렵다.

먼저 주가 상승과 실물경제가 괴리되어, 주가 상승의 이익은 외국인과 슈퍼 부자들이 독식하고, 서민들은 ‘포모 증후군’과 ‘코스피 블루’로 근로 의욕 상실과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 다음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주가 상승)하고, 이를 미래 첨단산업 투자로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주식 발행시장(유상증자 등)은 투자한 돈이 기업 자본금으로 들어가지만, 주식 유통시장 거래는 투자자 사이에서 주식 소유권과 현금이 바뀔 뿐 자금이 회사로 흘러가지 않는다. 따라서 코스피·코스닥 주식거래에서 돈을 버는 것은 투자자뿐이다. 한국의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수출 대기업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들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한 외국인과 소수 상위 자산계층이 이익을 독식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둘째, 주가 상승으로 기업가치가 제고되면, 기업은 신주 발행 시 더 많은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기업의 신용도가 올라가므로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때도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간접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주식 유통이 활발해야 주식 발행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주가 상승의 간접효과와 수출 증가 등으로 수출 대기업이 돈을 모아도 낙수효과가 사라져 협력업체, 비정규직, 지역경제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에서 보듯이 수출 대기업의 슈퍼 이익은 주주와 임직원이 배당과 성과급 등으로 독식한다.

셋째, 서민들이 보유한 종목에서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도, 이는 장부상 금액이므로 팔아서 현금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은 주식가격이 조금 상승했다고 해도 계속 보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제활력이 되지 못한다. 주가가 상승해도,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 공공요금,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돈을 소비하기 어렵다.

넷째, 이란전쟁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장기화 환경에서, 수출 대기업과 자산 보유 상류층은 수출 증가로 인한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의 과실을 누릴 수 있지만, 수입 물가상승으로 인해 노동자·서민과 자영업자는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부채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을 위해서는 수출과 주식가격 상승만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실질소득 상승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코스피 증가분의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천문학적 수출 성과는 수출대기업 주주와 임직원들이 독식하는 양극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해법의 하나는 산업·금융적 대외 의존성을 줄이는 것이며(기술·자본·시장의 자립화), 다른 하나는 수출 대기업의 성과를 조세·기금·펀드 등을 제도화하여 노동자·서민에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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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보장' 요청이 청탁?…서영교, 국힘 정점식 고발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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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7.02 18:00

  • 수정 2026.07.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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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선관위 유착' 허위사실 유포 혐의

"유권자 혼란 민원 전달을 청탁으로 왜곡"

"무효표 방지 해달라는 게 청탁이 되느냐"

"투표용지 부족 사태 원인인 양 허위선동"

"선관위 특검·법사위원장 노린 정치공세"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선거관리위원회 유착'을 주장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고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026.7.2. 서영교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민주당-선거관리위원회 유착'을 주장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참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중 기표 방지 대책을 요청한 것을 청탁인 것처럼 왜곡하고, 마치 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명백한 거짓 선동"이라며, 정 원내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문화일보는 서 위원장이 6·3 지방선거 당일 오전 노태악 당시 중앙선관위원장과 통화에서 '이중 기표' 방지 안내를 요청한 것을 두고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친윤석열계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발언을 인용해 "유권자의 참정권이 걸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과는 전혀 다른 신속한 처리였다"며, 서 위원장의 통화를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연결지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과 선관위는 깊게 유착된 관계"라며 "서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직을 사퇴하고 특검 추천권은 야당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선관위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법사위원장 자리와 선관위 특검 추천권을 얻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로 해석된다. 선관위 사태를 여당 책임으로 돌리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다만 단순히 통화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청탁으로 엮고, 유권자와 관련된 일반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질의·답변을 '유착'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이번 선거에선 같은 정당에서 기초의원 후보를 여러 명 내는 2인 이상 선거구가 다수 있었다. 이 경우 복수의 후보에게 모두 기표하면 무효표가 되는 만큼 홍보나 안내가 필요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서 의원 측 설명이다. 무효표와 관련한 유권자 혼란 민원이 서 의원실에도 여러 건 전해졌다. 이에 서 의원은 개표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9시 39분쯤 선관위원장에게 유권자 참정권 보장 차원에서 이중 기표 방지 안내를 요청했고, 허철훈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이 오전 11시 13분쯤 서 의원에게 '이미 홍보를 했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 있다고 보긴 어려운 통화 내용이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해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투표 강행해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7.2. 연합뉴스

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중 기표가 있어서 무효표가 수천 표씩 나온다, 각 지역마다 무효표가 수천 표씩 나오니 이중 기표하지 않게 안내가 필요하다고 선관위에 요청했다"며 "선관위에서는 '이미 행안위에서 그런 논의를 했고 이중 기표하지 않게 보도자료도 냈다, 그리고 곳곳에 언론 홍보했다'라고 하는 답을 줬다. 그 시각은 6월 3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라고 하는 자가 이중 기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게 청탁이라고 한다"며 "이중 투표 방지 대책을 요청한 시각은 오전이고 선관위도 이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또한 널리 홍보하고 있다라고 답변을 들은 건데 '그 시각에 투표 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을) 1시간 3시간 6시간까지 기다리게 했다'라면서 마치 제가 그것(투표용지 부족)을 하게 한 원인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고의로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무효표가 나오지 않게 선관위에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저의 권리이자 임무"라며 "국민의힘도 (선관위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통화를 했으니 선관위에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할 때는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며 "이런 아전인수식 국민의힘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서 법적 조치함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고의로 법사위원장직을 흔들려고 하는 모습에 대해 경고한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국회의 장으로 나와서 입법 활동에 힘써 주길 요청하며, 허위 거짓 선동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중선거구제 적용 지역이 확대되며 유권자들에게 낯선 투표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선거제도가 바뀌었다면 선관위는 유권자가 자신의 한 표를 정확히 행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안내했어야 한다. 그것이 선관위의 존재 이유이자 본연의 책무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서 의원은 지역 유권자로부터 제기된 불편과 혼란의 민원을 전달했다. 국회의원이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권리행사와 관련된 문제를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책무"라면서 "참정권 보장을 요구한 민원을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특위위원들이 2일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로 향하고 있다. 2026.7.2 [국회사진기자단] 연하뷴스

나아가 그는 이번 선관위 선거관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분명하다며,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째, (선관위는) 투표 당일 유권자가 1인 1표를 정확히 행사하도록 중복·무효투표 방지 방법을 명확히 안내했어야 한다. 둘째, 중선거구제라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사전 홍보를 충분히 했어야 한다. 셋째, 7장의 투표용지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초의원, 광역의원, 정당투표를 구분하는 등 배부와 안내 방식도 더 세심하게 설계했어야 한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선관위의 부실 행정을 바로잡자는 상식적인 의정활동을 빌미로 법사위원장직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뜬금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며 "국민의힘이 진정 선거관리 개선을 원한다면 선관위의 책임과 제도 보완을 따져야지, 여당 법사위원장 흔들기를 통해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불편을 해소하자는 요구를 왜곡할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의 허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답해야 한다"며 "선거제도는 바뀌어도 유권자의 권리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출발은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라, 주권자의 한 표가 온전히 행사되도록 보장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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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장원이 ‘계엄 합법 전제하라’ 지시”···국정원 진술 진실공방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26일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12·3 내란 때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을 합법이라 전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국정원 간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일 파악됐다. 홍 전 차장은 해당 간부 본인이 자의적 판단으로 ‘계엄 합법 전제’ 지시를 하고선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반박한다.

국정원 A국장은 최근 종합특검 조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상황 당시 홍 전 차장이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며 ‘합법, 비합법을 논하지 말고 계엄이 합법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국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홍 전 차장의 이 같은 지시를 받아 B실무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종합특검은 국정원 직제상 A국장은 1차장 산하 부서장이기 때문에 홍 전 차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종합특검은 당시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 방송 생중계된 뒤였기 때문에 A국장이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서도 B실무관에게 ‘계엄 합법 전제’ 지시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A국장이 부적절한 지시의 책임을 피하려 허위 진술을 한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은 4차례 종합특검 조사에서 “부서장 회의에서 구체적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앞서 열린 정무직(지휘부) 회의에서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이 “법률상 계엄 시 국정원이 뭘 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10여분간 부서장 회의를 열어 단순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명령 체계상 차장들은 원장을 보좌하는 참모들이고, 실·국장이 실무를 총괄해 재량권이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이 홍 전 차장을 의심하는 핵심 증거는 B실무관의 다이어리 메모이다. 해당 메모엔 “원장님은 우리가 그간 을지연습(전시·사변·비상사태 대비훈련)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심” “방첩사 컨택(연락) 유지” “경찰청 컨택 유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메모엔 홍 전 차장 측에 유리한 내용도 담겼다. B실무관은 홍 전 차장 지시 부분을 추려 ‘차장님 발언’으로 정리했는데, “정무직들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생각이 많지 않음” “각 부서에서 할 일 정리해보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하심”이라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 측은 이런 메모들이 당시 회의에서 자신이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은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특검은 조만간 ‘계엄 합법 전제’의 지시자가 홍 전 차장인지 A국장인지를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홍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을 계획이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다음날 국가안보실이 우방국에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이홍근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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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실체 밝히라며 국조 막는 올공시위… 공권력 단호해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중동 사설, ‘메가특구’ 52시간 예외·핵발전소 증설 촉구

쿠팡 대변하며 한국정부 공격한 미 의회 보고서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6.07.03 07:41

▲'2박 3일 봉쇄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대한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난 2026년 6월5일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개표소로 쓰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가 현장 조사를 했다. 지난 6월5일 잠실7동 2투표소 투표함 두 개가 경기장으로 옮겨지고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이다. 국조특위가 철수하자 시위대는 다시 경기장 주변을 둘러싸 봉쇄했다.

3일 동아일보는 <국정조사마저 막아선 시위대… 무법에는 단호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사태의 실체를 밝히라 요구했던 시위대가 여야 합의로 이뤄지는 조사를 방해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며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장이 ‘좌파 프락치’로 몰아세우는 무법지대가 됐다고도 했다.

▲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국조 위원인 의원들이) 밀집한 시위대에 막혀 다른 출입문으로 이동해 진입을 시도했다. 이곳에서도 시위대가 의원들을 막아서자 경찰관들이 한 명씩 끌어내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가 경찰관을 밀치며 폭행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며 “그동안 공권력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시위대는 이번 부실 선거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시위대가 여야 합의로 이뤄지는 조사를 방해한다면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관을 모욕하고 침을 뱉는 등 공무집행 방해가 지속돼왔고, 서로를 ‘좌파 프락치’로 몰아세우며 폭행까지 벌어지고 있다. 연습용 수류탄, 가스 분사기 같은 위험 물품을 소지하다가 적발된 참가자들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올림픽공원 시위 한달, 이제 그만 일상으로 복귀하길>이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부정선거 있었다” 42% 여론조사…경향 “선관위 불신 키워”

6·3 지방선거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응답이 42%로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8~29세 응답자에선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답한 비율이 과반이었다. 경향신문은 해당 조사 결과를 1면 머리에 배치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선거관리위원회 불신과 선거관리 곳곳에서 드러난 운영상 부실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조사 결과”라고 풀이했다.

▲3일 경향신문 1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29일~7월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6·3 지방선거에서 의도적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를 운영하는 등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42%가 ‘그런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응답인 47%였다. 모름·무응답이 11%였다. 특히 18~29세와 30대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응답이 각각 53%, 48%로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경향신문은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부정선거론 확산으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결과라고 했다”며 “정치권이 불신을 키운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언을 인용했다.

조·중·동, 사설서 ‘메가특구’ 규제완화·원전 증설 촉구

조선 “문재인, 재난영화 보고 탈원전 밀어붙여 타격”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전남광주 지역에 조성할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정부에 장시간 노동 규제 완화와 핵발전소 증설을 촉구하는 사설을 나란히 실었다.

지난 2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전력 공급 방안을 설명하면서 “(서남권에) 팹 4기가 아니라 용인급으로 더 지어야 한다면 (신규 원전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원전 증설’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호남 반도체 시동 건 정권, 원전·댐 적대 정책 결별할 각오 섰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김 장관 발언을 두고 “AI·반도체 시대에 원전과 수자원이 필수임을 인정한 신호탄”이라며 “정부·여당은 원전과 4대강을 악마화했던 과거에서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 영화를 본 뒤 비전문가를 앞세워 탈원전을 밀어붙여 원전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 흑역사가 바로 몇 년 전 일”이라며 “민주당 일부가 여전히 주장하는 ‘4대강 보 해체’는 그나마 확보한 수자원마저 스스로 내다 버려 반도체 공장과 농가를 동시에 재앙에 빠뜨리는 자해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3일 조선일보 사설

한편 중앙일보는 <호남 반도체 서두르면서 왜 원전 증설은 멈칫거리나>에서 김 장관의 입장이 오히려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압박했다. 김 장관이 방송에서 호남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이 6.3GW 정도라며 “현재의 전력원을 추가로 조금만 보충하면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반도체 업계의 판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선 기저 전원인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요구의 핵심”이라고 했다. “주 52시간 근로 등 업계의 발목을 잡는 규제 해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3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메가 특구’ 주 52시간 예외 검토… 지역 국한할 이유 없다>에서 정부가 ‘메가특구’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적용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을 두고 이를 수도권 등 전국 반도체 사업장에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첨단 산업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해 온 규제 유연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며 “전남광주 메가특구뿐 아니라 수도권 등 다른 반도체 사업장도 같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 “메가 특구 특별법엔 연구·개발까지 포함해 주 52시간 완화 조항이 꼭 담겨야 할 것”이라고 썼다.

반면, 같은 날 경향신문엔 “메가프로젝트가 한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 꼬집는 논설이 실렸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팩트체크를 해야 할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 있다”며 “사실 지난 6월29일의 국민보고회에서 기후 목표와의 관련 여부가 이야기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된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몇년 사이에 신규 발전원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추가로 필요한 전력이 원전 20기 분량이라는 보도도 나오는데, 대형 원전이든 SMR이든 반대를 무릅쓰고 신규 물량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10년 이상이 필요하고, 재생에너지 100GW 확충 계획이 있지만 이것은 탈석탄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결국 단기간에 추가 가능한 가스 발전을 건설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먼저 추진하다가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형 그린 뉴딜을 추가했다. 거꾸로 이재명 정부에서는 한국형 녹색대전환(GX)을 추진하다가 인공지능 대전환(AX)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3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쿠팡 대변해 한국정부 공격한 미 의회 보고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반경쟁적 입법을 추진한다는 취지의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현지시간으로 1일 미 하원 법사위가 공개한 보고서 ‘경쟁 차단: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측 실무진이 썼다. 쿠팡이 제출한 자료,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의 증언 등을 토대로 쓰였다.

경향신문이 1면 <‘쿠팡 옹호’ 선 넘은 미국 “한국, 조직적 공격”>으로 이를 보도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도 같은 소식을 지면에 올렸다.

▲3일 경향신문 1면

보고서는 “한국은 수십년간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왔으나 차별적 대우는 최근 몇년 새 상당히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35쪽 중 절반 넘는 분량을 쿠팡 문제에 할애하면서 쿠팡을 한국 정부의 ‘피해자’로 묘사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를 문제 삼았는데, “공정위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특히 공격적인 규제 집행을 해왔다”며 “새벽 압수수색이나 수일간의 조사, 형사처벌 위협 등을 통해 기업 협조를 강요했다”고 썼다.

개인정보보호위는 지난달 쿠팡이 375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이용자 온라인 기록을 무단 수집한 점을 인정해 624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경향신문은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000건이라며 피해 정도를 축소했는데 의회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이밖에 물류센터 등의 가혹한 환경으로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한 사실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쿠팡이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의 노트북을 중국에서 회수한 것은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쿠팡의 일방적 주장도 실었다.

외교부는 “해당 보고서는 쿠팡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가 유감 표명에 그치지 말고 “미 의회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관계 확인 없이 미 행정부·의회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여온 쿠팡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게으른 보고서’”라며 “이런 보고서가 확정된다면 한국인들의 대미 감정이 악화돼 양국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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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왜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나

[조성식의 통찰] 이재명 정부 흔드는 '진보 상업주의'

26.07.03 06:50최종 업데이트 26.07.03 06:50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7.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른바 코어(핵심) 지지층 이탈로 집권 1년 만에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정권이 위기를 맞았다는 '경고'가 화제인 모양이다.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핵심 지지층만으로 정권이 성공할 수 있는가? 열성 지지층만으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가? 대통령이 지지층을 넘어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정치하는 게 잘못인가?

솔직히 얘기해 보자. 문재인 정부가 성공했는가? 노무현 정부가 성공했는가? 성공의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 기준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이나 노무현이라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다.

물론 정권이 반대쪽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실패한 정부라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집권 기간 내에 나라가 얼마나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얼마나 향상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적 이념을 얼마나 정책에 반영했는지를 으뜸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런 시각에서는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그런데 공과는 그다지 변별력이 없는 잣대다. 어느 정권이든 공만 있거나 과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자의 신념이나 세계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 어떤 가치를, 어떤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공이 돋보일 수도, 과가 커 보일 수도 있다. 정권 재창출 여부가 그나마 객관적 평가 기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탄생시킨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퇴보했는지, 촛불혁명의 수혜자인 문재인 정부가 잉태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렸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추구했던 가치가 얼마나 훼손되고 모욕당했는지, 얼마나 많은 정책과 법률이 뒤집히고, 얼마나 많은 정치적 보복이 있었는지를.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아무리 집권 기간에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고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이루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점에서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실패에 연루됐거나 책임이 있는 유명 인사들이 '민주당 정체성'을 들먹이면서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건 이치에도 안 맞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정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정권 재창출은 정권 획득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 다수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정책적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에게 효능감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지지기반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중도층 흡수가 중요하고 상황에 따라 타협도 필요하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중도층 타령'에 진절머리내는 사람이 많지만, 중도층 민심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 정권이 교체되면 모든 것이 뒤집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민주·진보 진영의 지지층, 더욱이 핵심 지지층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역대 대선의 교훈이다. 필요하다면 정치적 이념이 다른 집단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 바란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과 산책을 함께 하며 국정 현안과 국제 정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청와대

유감스럽게도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의 토대는 그 많은 욕을 먹었던 3당 합당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기반은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민심의 쏠림 덕분이었다. 중도층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이 뻔한 정치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바란다면, 핵심 지지층의 '지분'을 내세워 위화감을 조성할 게 아니라 지지층을 늘려서 범국민적 지지를 받게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돌이켜 보면 역대 민주당 정권의 외연 확장 시도는 매번 논란을 넘어 분란에 휩싸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진(東進) 정책은 동서 화합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가 있었음에도 전통 지지층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전·노(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은 더했다. 많은 사람이 분노를 터뜨렸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DJ는 지지층 이탈의 아픔을 감내하면서 화합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반대 진영은 물론 지지층으로부터도 극렬한 반감을 샀다.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정치 인생을 건 그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면, 비록 방법론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렇게까지 분개할 일은 아니었다(나 역시 비난 대열에 동참했지만). 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발과 진보적 가치의 훼손을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결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결이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바람에 손쉽게 정권을 차지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임기 초반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자만과 독선의 늪에 빠졌다. 정권의 신뢰를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는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진영 간 적대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정치적 표적 수사의 산물이지만 불공정 문제에 불을 지핀 조국 사태는 지지층 분열과 중도층 이탈을 빚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의 반감을 키웠다. 섣부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 무성의한 코로나 피해 보상은 500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원성을 샀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한 부동산 실정은 서민과 중도층, 청년층에게 타격을 입혀 정권 심판론의 명분을 제공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정책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두 정부의 탄생 배경과 정치적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다른 점은 이념 지형과 지지기반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가치를 중시한다. 두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은 겹치지만, 이재명 정부의 지지층은 좀 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곧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핵심 지지층 분열과 이탈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잣대로 정권을 흔드는 건 권력 투쟁, 이념 투쟁으로 비칠 뿐이다. 그러면 노무현 정부 때 그랬듯이 국정 안정감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부 분열로 휘청거린다면 불행

김민석 국무총리는 6월 25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원리주의자'들이 끊임없이 문제 삼는 검찰 개혁만 해도 그렇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개혁 완성은 진보 진영의 숙원이었다. 검찰을 기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갬으로써 검찰 권력을 제도적으로 해체한 이재명 정부를 검찰 개혁 의지가 없다고 공격하는 건 지나치다.

국민 일상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작용과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바꾸면 된다"거나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부실 수사와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거나 기소하지 않으면 된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건 무책임하고 모순적이다. 논란 끝에 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기본 입장으로 정한 만큼, 민주당은 기관 간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법제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이 다음 총선 때도 의석을 몰아줄 거라고 자만하면 안 된다. 내란 청산과 정권 견제는 별개다. '불가역적 개혁'이라는 말이 유행인 모양인데, 의회 권력을 빼앗기고 정권마저 넘겨주면 모래성처럼 무너질 말이다. '불가역적'이 '가역적'으로 바뀌지 않게 하려면 중도층도 수긍할 만한 합리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답은 나와 있다. 이 대통령 지론대로 지지기반의 외연 확장이다. 이는 효능감 있는 정치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의 성공에 달려 있다. 이념적 내전 상태인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기도 하다.

권력은 권력일 뿐이다. 선하고 정의로운 권력은 없다. 위선과 부패와 갑질은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진보 진영은 물론 중도층 눈높이에도 맞지 않았던 몇 번의 인사 실패를 대수롭잖게 여기면 안 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인사를 공천하거나 대중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선동형 정치인을 당직에 중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민심 이반의 원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나라 경제를 살찌우는 것 이상으로 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진력해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개혁에 실패하면 애써 벌어놓은 점수를 한번에 까먹을 수 있다. 진영 내 이념 논쟁이나 당내 권력 다툼 벌일 때가 아니다. 중도층과 청년층은 그런 거 아주 싫어한다.

그 점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만나 지지층 내부 단합과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내란 세력과의 공존은 힘들지만, 이들에 대한 심판은 사법절차에 맡기는 게 순리다. 우리 편 외에는 다 척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선동하는 사람들은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일 뿐이다. 우파의 '안보 상업주의' 못지않게 좌파의 '진보 상업주의'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필요하지만, 다수 국민을 위한 실용적 노선보다 진영의 정치적 신념이 더 중요한 것처럼 핵심 지지층을 자극하는 건 진의와 상관없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실력'을 1순위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내부 분열로 휘청거린다면, 나라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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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종단 종교지도자원로회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존중해야 평화 시작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7/03 07:34
  • 수정일
    2026/07/03 07: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희중 대주교, 원행 스님, 김영주 목사, 오도철 교무, 박남수 전 교령, 김영근 전 성균관장,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전회장 등 대국민호소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7.02 15:33
  •  
  •  수정 2026.07.02 17:19
  •  
  •  댓글 0
 
7대 종단 수장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2일 중구 세종로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평화공존과 상호존중 선언'을 발표해 기존 '북한' 명칭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자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전회장, 오도철 교무(원불교 전 교정원장),  원행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 의장),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근 전 성균관장, 박남수 천도교 전교령(대참 정정숙 전 교화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대 종단 수장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2일 중구 세종로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평화공존과 상호존중 선언'을 발표해 기존 '북한' 명칭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자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전회장, 오도철 교무(원불교 전 교정원장), 원행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 의장),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근 전 성균관장, 박남수 천도교 전교령(대참 정정숙 전 교화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대 종단 수장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2일 '한반도 평화공존과 상호존중 선언'을 발표해 기존 '북한' 명칭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자고 호소했다.

"참된 평화공존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여 부르는 것은 그 첫걸음"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상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이다.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 의장), 원행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오도철 교무(원불교 전 교정원장), 박남수 천도교 전교령(대참 정정숙 전 교화원장), 김영근 전 성균관장,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전회장 등 7대 종단 수장들은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세종로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언문을 통해 "언론과 시민사회, 학계와 종교계가 한반도 평화공존의 관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 주기를 바란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종교인들이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평화공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영주 목사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제 북쪽에서는 두 국가관계라고 엄연히 선언을 했고 헌법도 고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북의 요구가 그렇게 정해졌다면 우리는 그에 대응하면서 국호를 정확히 부르자, 그것이 지금 꽉 막혀있는 남북의 대화와 통로를 여는 구멍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직에서 물러나 있는 처지인만큼 우리의 생각을 먼저 밝히고 각자 속해 있는 종단에도 앞으로 북을 호칭할 때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전 종교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남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호소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대적 두 국가는 너무 지나친 언사인데, 평화를 지향하는 두 국가, 그리고 언젠가는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과제이니까 현재 상태에서 전체 종교인들이 우리의 제안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는 호소"라고 덧붙였다.

김희중 대주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희중 대주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희중 대주교는 "여러 나라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하면서, "하물며 같은 민족인 우리가 '나를 이렇게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국호를 일부러 왜곡해서 적대성을 담아 부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김 대주교는 구 소련에서 '그루지아'라고 부른 '조지아'가 멸시의 의미가 있던 국명을 '조지아'로 호칭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 우리 정부가 재빨리 응답함으로써 그 나라는 한국 국민들에게 1년 비자를 내주는 상응조치를 취하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터키도 마찬가지로 '튀르키예'라는 호칭에 호응한 우리 정부에 대해 '독도'라는 명칭 외에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호의로 응답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오도철 교무는 "사람을 대할 때 가져야 할 매우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에 대해 성찰하고 마음을 모아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고 하면서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데서부터 존중하고 그 존중이 신뢰로 이어져 갈 것이다. 이름부터 잘 부르면 지금 막혀있는 불통의 상황을 해소할 수 있고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영근 전 성균관장은 "우리는 철저하게 민족적인 개념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북에 대한 호칭을 제대로 해애 한다는 이야기를 국민적 여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종교지도자원로회의 가서게 됐다"고 하면서 "글쓰는 기자들이 먼저 글을 많이 써주어서 찬반을 묻고 좋은 기회를 자꾸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창 민족종교협의회 전 회장은 "우리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실"이라며, "서로 인정, 존중하면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국민들에게 종교지도자들이 요청을 하는 것"이라며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정정숙 전 천도교 교화관장은 "오늘 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일단 신뢰가 우선되어야 하고 조선과 대한민국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 첫걸음으로 불통을 소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상대방이 원하는 정체성을 담은 이름을 불러주고 한 자리에 모여서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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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이 간첩조작한 어부들에 극형 선고한 판사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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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최병규 편

공안사건 많이 다루지도 않은 평범한 판사

긴급조치 위반 13건, 납북어부 3건만 다뤄

"최병규가 제대로 판결했다면 이근안은 없어"

조작 간첩 안장영에 1심 판사로 사형을 선고

2013년과 이듬해 세 사람 모두 재심에서 무죄

긴급조치 사건 14명 중 1명만 빼고 실형 선고

뚜렷한 신념 없이 잘못된 시스템 순응한 경우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2권을 펼쳤다. 최병규(崔秉奎, 1932~2009) 항목에서 가장 충격적인 구절은 이것이었다.

"최병규는 이력이 화려한 판사도 아니었고 공안사건을 많이 다룬 편도 아니었다."

평범한 판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판사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납북됐다가 함께 돌아온 사람들을, 차례차례 사형과 무기징역, 징역 15년으로 보냈다. 정규용에 이어 이근안의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희생자였던 안장영, 안희천, 김흥수 모두가 최병규의 1심 법정을 거쳐갔다. 책은 정확히 이렇게 적었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을 하나씩 빼먹듯,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납북어부들이 차례차례 간첩으로 만들어졌다."

 

최병규(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32년 서울 출생, 지방대 출신의 성실한 법관

최병규는 1932년 7월 5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청구대학교(현 영남대)를 졸업하고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동기로는 정해창, 김종건(1935~2012), 김석수, 이한동, 이창우(1934~ ) 등이 있는데 이들 중 다수가 나란히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이름을 올렸다. 1962년 대구지법 경주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대전, 서울가정법원, 서울고법을 거치며 평범한 경력을 쌓았다.

세계사 속의 동류, '평범한 집행자'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악의 평범성"이 다시 떠오른다. 화려한 야망도, 특별한 신념도 없이, 그저 위에서 내려온 사건을 처리하는 평범한 관료. 그 평범함이 가장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최병규의 14건 긴급조치 판결과 3건의 간첩조작 사건 판결이 증명한다. 책은 이를 명확히 짚는다.

"윤영철이나 최병규가 제대로 된 법관이었다면 이근안이라는 한국현대사의 괴물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Getty Images)

1977년, 곶감 빼먹기, 그리고 사형 선고의 이례성

최병규의 반헌법 행위 정점은 1977년 서울지법 인천지원 부장판사 시절이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납북됐다가 함께 귀환한 안장영, 안희천, 그리고 같은 시기 같은 방식으로 조작된 김흥수까지, 세 사람의 1심을 모두 최병규가 맡았다.

안장영은 1962년, 1964년, 1965년 세 차례나 납북됐다가 영세 귀환어부 관용방침에 따라 모두 훈방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1976년 같은 배 동료였던 오형근이 간첩으로 조작되면서, 그 진술을 단서로 안장영도 다시 끌려갔다. 고춧가루를 물에 타 코·입·눈에 붓고, 무릎을 밟고, 펜치로 머리카락을 뽑는 고문이 자행됐다. 1977년 11월 18일, 최병규는 이 탄원서를 무시하고 안장영에게 사형을, 부인 최정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납북어부 조작간첩 사건에서 1심 사형선고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혐의들까지 '상상적 경합범'으로 묶어 극형을 정당화했다. 2심에서는 박우동(1934~ ) 재판부가 면소사유를 직권으로 지적하며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2014년 재심에서 안장영·최정순 부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안장영은 이미 1992년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안희천은 안장영 내사과정에서 함께 적발됐다. 1977년 12월 30일, 최병규는 검사가 무기징역을 구형한 안희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무죄가 확정된 것은 2013년 11월, 사건발생 36년 만이었다. 책은 이렇게 적었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기소해 안희천과 가족의 인생을 처참하게 파괴한 1심 검사 김성남과 판사 최병규는 안희천 가족에게 사죄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3.5.12 연합뉴스

김흥수는 1959년과 1963년 두 차례 납북됐다가 귀환한 인천 덕적도 출신 어부였다. 1977년 8월 연행돼 2개월 불법구금 끝에 간첩으로 조작됐다. 김흥수는 훗날 이렇게 증언했다.

"재판받을 때 판사랑 검사를 보면서 기가 막혔어요.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면서 나보고 했다고 하고… 사형을 구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해요."

최병규는 검사의 사형 구형을 받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흥수는 광주교도소에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으나, 함께 수감된 시국사건 학생의 "여기서 죽으면 진짜 간첩이 됩니다"라는 말에 살아남기로 결심했다. 2014년 10월, 2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덕적도에서 인천으로 나오는 여객선에서의 김흥수. 아픈 다리를 이끌고 덕적도를 헤매고 걸었던 그는 여객선의 객실에서 지쳐 누웠다. 그는 배를 타고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어한다. (변상철 오마이뉴스 2017.12.25.)

14건의 긴급조치, 단 한 건의 집행유예, 나머지는 모두 실형

최병규는 대전지법, 인천지원, 서울형사지법을 거치며 총 14건의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았다. 애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긴급조치 때문에 말도 못하고 산다"고 쓴 충남대생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유일한 예외였다. 나머지 13건은 모두 실형이었다. 유신헌법 철폐를 외친 대학생들에게 징역 1년에서 4년까지, 술자리에서 정권을 비판한 시민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최병규(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판사의 책무를 저버리다, 승진도 못한 채 옷을 벗었다

흥미로운 것은 최병규가 이 모든 충성에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한 채 법복을 벗었다는 사실이다. 1979년 3월, 의원면직으로 조용히 퇴직했다. 충성의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셈이다.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맥락은, 거대한 비극이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평범한 관료적 무관심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경고다. 최병규는 화려한 야심도, 강한 신념도 없이, 그저 위에서 내려온 자료를 그대로 로봇처럼 받아 적었다. 그러나 그 무관심이 세 가족의 인생을 파괴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최병규를 떠올렸다. 화려하지 않은 사람도, 특별한 신념이 없는 사람도, 시스템 안에서는 누구든 비극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가장 무서운 교훈이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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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의 미국 증시 동조 현상과 극심한 변동성

  • 기자명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
  •  
  •  승인 2026.07.01 11:20
  •  
  •  댓글 0

1. 코스피의 미국 증시 동조 현상
2. 코스피의 변동성과 대미 종속성
3. 대외의존적 경제 구조와 외국인의 이익 독식

코스피는 6월 18일 9,000선을 돌파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순기능인 ‘기업 자본 조달 용이’, ‘국가 및 기업 위상 제고’, ‘자산 효과를 통한 내수 진작’ 등 질적 성장은 뚜렷하지 않고, 역기능인 ‘극단적인 증시 양극화’와 ‘외국인 의존도 및 국부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는 반도체 대장주 위주로 6월까지 급상승하였으나, 9,000선 돌파 이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국인들의 순매도로 인해 하루 만에 8,100선으로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1. 코스피의 미국 증시 동조 현상

코스피는 국내 산업의 성장에 기반하여 독자적인 체력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미국발 거시경제 이슈(금리, 물가, 고용지표)나 뉴욕 증시의 흐름에 따라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한국이 미국에 산업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수출주도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최종 소비자는 미국이므로, 미국의 소비심리와 기업투자 지표(빅테크, 반도체 등)가 곧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로 직결된다.

실제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지수의 상관계수는 글로벌 충격이나 거시경제 변곡점에서 0.7~0.85%로 치솟으며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외국인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미국 시장의 위험 선호도나 금리 상황에 맞추어 한국 주식을 매매한다. 따라서 한국 증시는 국내 실적보다도 대외 변수에 따라 좌우된다. 미국 증시가 기침하면 한국 증시는 독감에 걸리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은 오를 때 사서 고점에 팔고 떠나며, 한국 개인 투자자는 오른 것을 보고 뒤늦게 사서 하락을 떠안고 있는 비대칭 동조화로 인해, 코스피 폭등의 과실을 외국인이 독식하고 있다.

2. 코스피의 변동성과 대미 종속성

한국 증시가 상승장을 맞이하더라도, 그 수혜를 온전히 국내 투자자나 내수경제가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을 좌우하는 메이저 수급 주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 중 한국은 외국인 지분율이 매우 높아 성장의 과실이 해외로 유출되며, 대외 변수에 의해 한국 증시가 극단적으로 흔들리는 종속 현상이 심화된다. 뉴욕 증시가 마감되면 미국 증시의 관측 변동성이 한국 증시의 변동성으로 그대로 전이된다.

2026.6월 말 증시의 외국인 비중 국가 비교 (%)  [자료 : 국제금융센터, 각 언론사]
2026.6월 말 증시의 외국인 비중 국가 비교 (%)  [자료 : 국제금융센터, 각 언론사]

특히 외국인 보유 비율이 높은 반도체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미국 빅테크의 변동성은 반도체를 타고 한국 증시에 더욱 증폭되어 전이된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101% 상승했지만, 업종별 상대 수익률을 보면 반도체와 IT 하드웨어만 수익률이 급증했고 나머지 대부분 업종은 하락하였다. 코스닥은 더욱 부진하다.

<상반기 코스피 업종별 상대 수익률>

 
자료 : 각 언론사(6월 29일 종가 기준)
자료 : 각 언론사(6월 29일 종가 기준)

외국인은 시세차익과 리밸런싱(포트폴리오 비중 조정) 목적으로 9,000선 돌파 이후 천문학적 매도에 나섰는데, 순매도 액수가 올해 상반기에 149조 원이며 지난 6월에만 49조 원으로 역대 최대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천문학적 매도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1월 35% 수준에서 6월 말 41%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 추이>

자료 : 한국거래소

6월 26일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은 6,885조 원인데, 이중 외국인 보유액이 2,851조 원으로 41.4%에 달한다. 여기서 미국 자본이 42%로 압도적 비중이다. 반면 코스피 전체 주식 수는 약 601억 주인데 이중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수는 약 116억 주로 19.4%에 그친다. 즉 외국인은 삼성·하이닉스 등 초우량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주식 수(19.4%)는 적지만 주식 금액으로는 41.4%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우량 수출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어 주주환원을 실시하면, 매년 10조원 이상이 배당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간다.

3. 대외의존적 경제 구조와 외국인의 이익 독식

한국 증시의 높은 동조성과 변동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수 시장이 협소하고 수출에 국가의 명운을 거는 대외 의존경제 구조에 있다.

여기에 석유와 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에너지 의존경제에서 중동전쟁의 충격이 크고, 동북아 진영 간 대결구조로 중국·러시아 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하며 군사 충돌이 상존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약 90%)는, 미국(30%대), 일본(30%대), 프랑스(60%대) 등 주요 선진국보다 두 배 이상이나 높다. 그 결과 탄탄한 내수 시장으로 성장을 방어할 수 있는 주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된 '천장이 뚫린 온실'과 같다.

과거에는 수출 대기업이 돈을 벌면 국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뚜렷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외공장 증설 등으로 인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국내 가계 소득이나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 증시의 미국 동조화와 외국인의 이익 독식 현상(외국인이 지난 1년 코스피 상승분의 53% 차지)은 단순한 주식 시장만의 수급 문제가 아니다. 수출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었던 한국경제의 기형적인 대외의존도라는 태생적 한계가 금융 시장에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이다. 이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국내 경제로 원활히 순환되지 못하고, 외국인 지분율을 타고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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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보고, 청년 중시 안 해"…2030 잃은 민주당에 청년·지식인 '쓴소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7/02 08:34
  • 수정일
    2026/07/02 08: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토론회]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6.07.02. 04:52:08

"제 기억에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유권자 블록과 청년 정치가를 굉장히 중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 게 굉장히 기이했습니다. …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포지션에 청년들이 강력하게 있어야 합니다."(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

"저는 우리 당의 지도부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정부와 당 지도부가 보는 방향이 달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선거 이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미래를 살아가게 될 2030세대는 당연히 과거를 두고 싸우며 오늘날에 관심없는 당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김형남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모인 청년 정치인과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이 청년들을 도외시하고 있으며, 이대로는 당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성토를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이름의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의원들은 입을 다문 채 패널들의 비판에 귀기울였다. 토론회를 주최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 당 청년 보좌진도 다수 참여해 자리를 가득 메웠을 정도로 위기를 체감한 이가 많았다.

민주당이 '자성의 장'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6.3지방선거에서 서울 탈환에 실패했고, 특히 청년층 이탈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방송3사 공동출구조사에서 서울 20대 남성의 정원오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투표율은 23.7%에 불과했다. '집토끼'로 불리던 30대 여성의 정 전 후보 투표율도 51.3%로 오세훈 서울시장 투표율 45.3%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그동안 청년 세대의 민주당 지지가 한국 정치의 상수처럼 여겨져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믿음이 산산조각났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선에서 20대의 62.1%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2012년 대선에서도 2030세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65% 넘는 표를 던졌으나,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청년 남성 지지율이 절반을 넘지 못했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정 후보의 청년 지지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핵심 지지층이던 2030 세대가 이탈한 지금의 민주당을 "중장년 정당"이라 평했다. 그는 "지금 40~50대의 경우 과거 역사적인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집단적 특성을 보였다"며 "과거와 같은 사건이 미래에 또 발생할 가능성은 없으니, (청년 세대 민주당 지지에) 구조적으로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자가, 취업, 절차적 공정, AI가 불러올 미래산업 등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구와 민주당이 제시하는 의제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청년의 삶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지지율 이탈)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 ⓒ프레시안(박상혁)

6·3 지방선거를 뛴 김형남 전 정원오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의 선거 전략과 메시지는 청년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평생직장'이 옛말이 된 시대에 청년이 느끼는 고용불안과 부동산 격차에 대한 박탈감을 짚으며 "당이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와 주거 사다리 회복,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슈를 주도"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이 "'리스크'를 방지하는 정당에 머물고 있다"며 "시대를 만드는 정당에서 관리하는 정당으로 갈 때가 '기득권 정당'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이다. 당을 이런 기조로 계속 운영해 나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변인은 나아가 "대구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2030 지지율을 높게 받은 이유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2030이 살아갈 시대를 설계하지도, 아젠다를 던지지도 않는데 왜 저들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지 얘기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그는 "국민은 민주당이 과거에 어떤 정당이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 정당인지 묻고 있다. 여기에 답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역할"이라며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 국가를 보여줄지, 이재명 정부와 함께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에게 지지만 호소할 게 아니라, 당 내에 청년들이 힘을 갖고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청년이 강하게 결합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진보라는 브랜드를 입히기 어렵다"며 "왜 국정개혁을 저 같은 50대 이상이 주도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유권자에 대한 경청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기본이고, 청년들이 중요한 위치에 30~40대가 위치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혁 기자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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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文 청와대 첫 오찬 회동…‘국민통합·민주당 단합’ 한목소리

文 “국민통합 이끌 사람은 이재명뿐…‘모두의 대통령’ 꿈 이루길”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국민통합과 민주당 내부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개인 사업을 하거나 사적인 이유로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집권해서 모두를 대표해서 모두를 위한 정치를, 행정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그래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거기서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그게 뒷받침되는 거지 말로만은 안 되지 않나”라며 “이 두 가지를 잘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민주정부가 이제는 국가 전체를 책임져야 될 주요 세력이 됐는데, 누구도 걱정하지 않도록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또 그 기반 위에서 구조적 다수를 향해서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에 앞서 차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에 앞서 차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문 전 대통령도 국민통합의 출발점은 민주당의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는 역시 국민통합”이라며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가 거둔 성과 위에서 더 큰 성과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역시 당내의 단합이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 그리고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과의 더 큰 단합을 이뤄내야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민주당의 단합, 또 민주개혁 진영과의 더 큰 단합 그리고 국민통합까지 나아가는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이재명 대통령뿐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만큼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셔서 정말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그 꿈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 민주정부의 성과를 계승·복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문 전 대통령께서 5년 동안 만들었던 성과들, 예를 들면 외교‧안보, 남북 관계, 경제, 문화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망가졌다”며 “우리 대통령께서 하신 일에 더해 노무현·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든 것이 정말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큰 성과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성과들을 만들어냈는데 많이 훼손되고 나니까 그런 게 느껴진다”며 “계속 열심히 복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와대 오찬 관련해 홍익표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유시민 작가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이야기도 나왔냐. (민주당 내) 지지층 갈등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사람이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민주 진영 내에서 균열과 서로에 대한 멸칭 또는 근거 없는 비방이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민생회복이나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격적 표현, 멸칭 등이 마음의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함께할 때 어려움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단합을 해야 외연확장이 가능하고, 외연확장을 하며 단합해야만 민주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나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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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기자mirani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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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고 싶다. 더 일하고 싶다. 미래를 꿈꾸고 싶다."

민주노총, 청년·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정책 요구 증언대회

  • 기자명 서영빈 기자 
  •  
  •  입력 2026.07.01 09:02
  •  
  •  댓글 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최한 '청년 학생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30일 6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최한 '청년 학생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30일 6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오늘 이 자리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혹은 일터의 그늘에서 묵묵히 버텨온 청년과 학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국회에 직접 전달하고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최한 '청년 학생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30일 6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날 증언대회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단순 고용률, 실업률, 취업자 수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고용형태와 노동환경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은 먼저 "청년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건 소득과 자산의 격차"라며, "반도체와 주식시장의 호황을 이야기하면서 실질적으로 그 혜택이나 성과급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지금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일자리의 불안정성,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다. 실제로 계약만료가 되는 상황이면 생활비와 주거환경 등 자신의 삶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의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이야기해달라"며 "잘 들어서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제도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간제교사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지은 기간제교사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첫 번째 현장 증언에 나선 김지은 기간제교사는 계약직으로 학교에 근무하면서 겪은 부당한 경험을 드러내어 말했다. 

그는 "학교는 정규 교사의 휴가와 휴직 일정에 맞춰 제 계약을 무려 세 번이나 쪼개기 시작했다. 출산휴가, 연가, 가족돌봄휴가, 육아휴직 기간을 칼같이 쪼개어 계약서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며 퇴직금은 물론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등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교사의 정당한 휴직권과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제도를 만들지 않고, 정규교사가 복직하면 기간제 교사를 칼같이 잘라내어 예산을 아끼겠다는 교육 당국의 반노동적인 지침"을 비판했다.

박창근 우체국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박창근 우체국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박창근 우체국노동자는 7년째 일을 해도 오르지 않는 급여 체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그 흔한 호봉도 없다. 이 말은 7년을 일한 저하고 20년을 넘게 근무한 형님들하고 임금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며, "지금 저의 월급은 250만 원이 조금 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20년 뒤에도 250만 원으로 살아야 한다. 공무직 우정실무원인 청년들 모두 이렇게 최저임금에 묶여 미래를 박탈당한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청년들이 미래를 박탈당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며, "불합리한 교섭관행, 어느 지방국사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1~2개월 쪼개기 계약, 공무원들과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의 차별들 등 이 모든 것이 중앙행정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종호 철도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종호 철도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종호 철도노동자는 공공부문 자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겪는 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규직과 매일 똑같은 철도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똑같이 핵심적인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철저한 차별과 착취였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20년을 일해도 호봉이나 근속연수에 따른 수당이나 인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과 자회사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총인건비 지침을 개정하고 근속 가치가 인정되는 제대로 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수지 콜센터 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수지 콜센터 노동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수지 콜센터 노동자는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위협받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작년에 회사는 AI를 도입하고 업무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저희 야간팀을 해체하겠다고 통보했다. 겉으로는 '강제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개별 면담과 단체 면담을 반복하며 언제든 회사가 근무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무량이 많을 때는 직원들이 쉬는 날에도 전화를 하고 카톡으로 재촉하며 2시간, 4시간씩 추가 근무를 해달라고 요청하던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이제 와서 AI로 대체 가능하다며 우리를 필요 없어진 부품처럼 정리하려는 태도를 보였을 때 저희는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유나 카페 아르바이트생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유나 카페 아르바이트생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김유나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어느 순간부터 "쪼개기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가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주에 2시간씩 5번. 그것도 가장 손님이 몰릴 점심 시간대. 주에 4번을 일하는데도, 주간수당을 받는 15시간에 미치지 못한다. 휴게 시간도 비슷하다. 4시간에 30분 이상, 8시간에 1시간 이상을 권장하지만, 줄곧 '대기' 상태로 있는 경우도 여전하다"고 자신이 경험한 카페 아르바이트의 현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알바가 첫 노동이 되는 청년들에게, 지금의 아르바이트는 최소한의 이해도 존중도 없는 현장이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고 하면서 "청년들은 일하고 싶다. 하루에 2시간, 3시간이 아니라 4시간, 5시간을 일하고 싶고, 주급 수당을 받고 싶다. 그리고 휴게시간을 정당하게 보장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년학생 비정규직 증언대회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천년학생 비정규직 증언대회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청년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이 있고 난 이후 노동조합 관계자들의 제언 시간이 진행됐다. 

정유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성북강북지회장은 기간제법 개정 요구를, 신수연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노동교육 활성화를 위한 법안 통과 촉구 및 청년 일자리 보장 요구를, 전성우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청년위원장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발언대회는 민주노총과 함께 김주영, 이용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손솔,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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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사 해체를 통한 전작권 회수가 주권의 부름이다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7.01 07:44
  •  
  •  댓글 0
 
 

6월 16일 상원 군사위원장이 제출한 2027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은 미 국방부가 한국에 전작권을 반환하기 전에 미 국방장관의 인증과 의회 보고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앞으로 상원의 심의를 통과하고 하원과의 조정을 거쳐 대개 12월에 확정될 것이다. “한반도 미군 태세 감독” 조항이 핵심이다. 2027년도 NDAA 예산을 사용해 주한미군을 약 2만8500명 이하로 줄이거나, 한미연합사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주도 지휘체계에서 한국군 주도 지휘체계로 전환하는 일을 완료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겁먹을 일은 아니다.

 

우선 완전한 금지는 아니다. 국방장관의 인증서와 평가서가 의회에 제출된 뒤 60일이 지나면 가능하다. 국방장관 인증에는 두 가지가 들어가야 한다. 첫째, 전작권 전환 완료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둘째, 한국뿐 아니라 일본 및 유엔사에 병력을 기여한 국가들과도 적절한 협의를 거쳤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 인증은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사령관, 태평양사령관, 국무장관, 국가정보국장과 협의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평가서의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전작권 전환의 경우, 2018년 10월말 한국과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의 세 가지 조건이 전환 완료 전에 충족될는지, 한국군 주도 연합사가 한미 양국 국가통수기구에 어떻게 보고할는지, 한국군 주도 연합사와 미국 주도 유엔사의 지휘관계가 어떻게 될는지, 유엔사 전력제공국들과의 협의는 어땠는지, 일본과의 전작권 관련 협의 및 한미·미일 동맹 간 작전 충돌 방지 방안은 무엇인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확산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는지 등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사령관, 태평양사령관, 합참의장의 독립적인 군사위험평가도 붙이도록 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분기별 보고 의무다. 법안은 2027년 3월 1일까지, 그리고 그 뒤 2030년까지 매 90일마다 국방장관이 태평양사령관 및 주한미군사령관과 조율해 의회에 한미 전작권 전환 로드맵 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군사능력을 획득했는지, 조선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포괄적 동맹 대응능력이 충분한지,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안보환경이 안정적 전환에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 더 나아가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어떤 군사능력과 수준을 갖춰야 하는지도 명시하도록 했다.

정치적 의미는 분명하다. 이 조항은 한국 정부와 미국 행정부가 양자 합의만으로 전작권 전환 일정을 빠르게 확정하는 것을 막고, 미 의회와 주한미군, 태평양사령부, 유엔사 관련국, 일본을 모두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다. 한국의 조기 전작권 회수 구상에는 상당한 제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군사적 준비 정도뿐 아니라 일본과의 작전 조정, 유엔사와의 지휘관계, 인도태평양 핵확산 영향까지 조건화했다는 점에서, 전작권 문제를 한미 양자 현안이 아니라 미국의 지역전략, 동맹관리 문제로 재규정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답답해하거나 분노할 필요는 없다. 먼저 지엽말단의 행정적인 측면만 보자면 이번 법안은 미 행정부가 의회 승인 예산을 쓰면서 전작권을 반환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미 행정부가 ‘예산을 전혀 안 쓰고’ 전환을 완료할 수 있다면 제한은 없다는 얘기다. 미군 감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예산을 안 쓰고 전작권 전환을 완료한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우리가 그 비용을 대는 경우라면 다시 이 법안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한 우리 권리를 찾자오면서 돈까지 낼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상원의 법안은 한미연합사의 전작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은 미국의 고유 권리가 아니다. 1950년 7월 대통령 이승만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넘겼고, 이후 그 권한이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때 연합사령관에게 옮겨졌다. 한국이 동맹 지휘구조 안에서 특정 조건하에 연합사령관에게 운용권한을 위임해온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준 것이므로 우리가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은 절대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라는 양자 지휘구조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이냐, 한미연합군에 대한 전작권이냐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는 국군을 더 이상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 아래 두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주권국의 권한이다. 미국이 한국군을 강제로 지휘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이 미군을 한국사령관의 지휘 아래 두겠다고 일방적으로 정할 수도 없다. 미군에 대한 지휘권과 작전명령 체계는 미 정부와 의회의 권한이다. 그래서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전작권 회수만이 아니라, 미군이 포함된 새로운 연합지휘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작전 통제권만 되찾아오면 된다. 한미연합 체계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현재 한미가 추진해온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 또는 한국군 주도 연합사 체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한국 국방부의 현재 공식입장도 아직까지는 2018년 10월의 합의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 상원의 국방수권법 또한 미래연합사의 구조를 전제로 미국 정부가 돈과 조직과 미군 지휘체계를 써서 한국군 주도 연합사 전환을 완료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한국군 전작권을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주권적 선택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이번 법안이 앞으로 한국군 주도 연합사와 미국 주도 유엔사의 지휘관계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아직 없다. 1978년의 한미연합사 체제는 유엔사령관, 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동일한 미군 4성 장군이라는 전제 위에서 성립되었다. 이 동일인 구조가 깨지게 되면 향후 전작권은 미래 연합사의 한국인 사령관이 아니라 별도의 유엔사령관에게 다시 귀속될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미국은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으로 실컷 한국을 이용한 다음에 결국 전작권을 도로 유엔사령관에게 귀속시키거나, 최소한 미군에 대한 전작권은 자기가 계속 갖겠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상원 법안이 일본 및 유엔사에 병력을 기여한 국가들과도 적절한 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대목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웃기는 소리다. 왜 우리 작전권에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우리가 허용해야 하는가.

답은 아주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 전작권만 회수해오면 그만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해법이 그것이었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면 해법은 말끔해진다. 우리가 굳이 말도 안 통하는 미군까지 지휘하겠다고 덤벼야 할 필요는 없다. ‘정치적 편의’로 미래 연합사의 전작권을 회수하려 하지 말라는 주한미군사령관의 망언까지 들으면서, 그리고 결국 우리가 회수할 전작권이란 우리 군에 대한 지휘권만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다분한 지금, 미래연합사 지휘권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연합사 체제를 당장 해체하고 우리의 주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내려야 하는 제대로 된 자주적 결단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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