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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건국 기념일에 ‘적색 공포’ 되살려낸 까닭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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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7.08 17:40

  • 수정 2026.07.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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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시 “중간선거에 더 쓸 카드가 없어서”

"트럼프 네오파시즘, 악의적 나르시시즘이 문제"

공산주의적 국가통제 시도하고 있는 건 트럼프

인텔, 오픈AI, 유에스 스틸 등 민간기업 지분 요구

‘반미 친중 종북’ 타령 방불케 하는 공화 반공카드

매카시즘은 공화당이 꾸민 ‘뉴딜 정책’ 폐기 공작

젊은미국인 67% 사회주의, 40% 자본주의 선호

미국인 56% “미국 50년 안에 자유국 지위 상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7월 3일 워싱턴에서 열린 '신앙과 자유 정상회의'에서 종교 보수주의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가디언 7월 7일

“트럼프는 왜 ‘공산주의자’를 공격할까? 더 이상 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빌 클린튼 정부 때 노동부장관을 지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 명예교수 로버트 라이시가 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칼럼 제목이다. 라이시는 경제와 외교, 이민 정책에서 모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망 신통찮은 중간선거에서 전세를 뒤집기 위해 꺼낸 마지막 카드가 민주당과 당원들을 공산주의자로 모는 ‘빨갱이 몰이’ 반공주의 캠페인이라고 직격했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더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이란과의 전쟁은 참담한 실패였고, 관세 정책도 완전히 실패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가 큰소리쳤던) ‘하루(24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얘기할 게 없다. 그의 단속과 대규모 추방 정책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없다.”

따라서 중간선거에서 쓸 카드로 남은 게 무엇이겠는가?

“그는 가장 오래된 우익 수법인 민주당원들(특히 새롭게 떠오르는 젊고 패기 넘치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데 기대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에 위험한 인물이다.”

트럼프는 독립선언서 서명 250주년 전 날인 7월 3일, 미국 건국 영웅들이 거대한 암벽에 새겨진 러시모어 산에서 한 기념연설에서 독립선언서 내용을 비틀어 “공산주의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정반대다. 그것은 죽음, 폭정, 악의 추구다”라며 “우리는 그들이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라이시는 오늘날 미국인들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보다는 트럼프의 새로운 파시즘(neofascism)을 더 걱정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유일하게 확고한 신념은 “악의에 찬 나르시시즘이라는 고대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라고 쏘아붙였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하루 앞둔 7월 3일 워싱턴,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링컨 등 미국의 건국 영웅들이 새겨진 라시모어 산 암벽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이날 연설에서 공산주의자를 공격하면서 '적색 공포'를 되살려 냈다. 가디언 7월 7일

250주년 건국 기념식서 되살려낸 ‘적색 공포’

가디언의 7일 기사(“트럼프가 민주당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면서 되살아난 적색 공포”)에 따르면, 트럼프와 그의 공화당 동맹들은 “뉴욕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민주사회주의자들과 그들의 가까운 진보동맹들이 (11월 중간선거)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뒤”, “존 버치 협회(반공주의 우익단체)에서 사용했던,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진부한 용어를 동원하여 민주당원들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대대적인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공산주의식 국가통제 주도하는 건 트럼프

가디언 기사는 그러나 사상최대 규모의 정부통제를 민간산업에 확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이라며, 중앙통제식 공산주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누구냐고 물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종합반도체제조회사 인텔의 지분 9.9%를 보유하면서 최대 단일 주주가 됐다. 트럼프는 반도체법(Chips Act)의 자금을 전용하여 경영난에 빠진 인텔을 그런 식으로 구제한 뒤 인텔의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warrant, 특정 기업의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증서)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국가가 국유화한 수십 건의 투자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정부는 MP 머티어리얼스(MP Materials Corp.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희토류 소재가공 기업)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이 희토류 생산업체의 최대 주주다.

에너지부는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네바다주 북부의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 ‘태커 패스’ 프로젝트를 개발 중인 캐나다 기업) 지분 5%, 그리고 GM과의 합작 투자 회사인 태커 패스(Thacker Pass)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유에스 스틸(US Steel) 인수를 승인할 때,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회사의 일부 산업 결정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오픈AI(OpenAI)는 정부에 지분 5%를 양도하는 방안을 행정부와 논의 중이다.

“대통령은 관세를 마치 몽둥이처럼 휘둘러 백악관 정책이나 자신의 개인적인 변덕에 따라 특정 산업이나 민간기업을 보호하거나 처벌해 왔다. 반도체 설계 및 인공지능(AI) 개발 서비스 기업 엔비디아와 반도체 제조회사 AMD는 중국 내 칩 판매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한 뒤에야 고가의 AI 칩 수출 허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반공산주의적 발언은 우익 언론 전반에 걸쳐 되풀이되고 있다.”

‘반미 친중 종북’타령 방불케 하는 미국 공화당 반공캠페인

폭스뉴스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시카고 시장인 민주당 진보주의 정치인 브랜든 존슨 등을 “미국을 묻어버리려는 냉혈한 혁명가들”이라 비난했고,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등을 향해 “야만인들이 문 안에 들어왔다”며 민주사회주의를 “우리 정부 체제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맷 모워스 전 백악관 고문은 “이것이 바로 공산주의자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프로미티언 액션’의 극우 논평가 바버라 보이드는 100년 전에 사망한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들(안토니오 그람시 등)과 뉴욕시장 맘다니를 연결시키려는 동영상에서 “많은 공화당원들은 이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사회주의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빨갱이 몰이’를 중간선거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명백한 자백처럼 들린다.

민주당 등 진보세력을 “미쳤다”(crazy)고 주장하는 보이드의 결론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창조하고 있는 미국 문화를 우리 국민이 자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건국 250주년을 기화로 중간선거 판세 뒤집기를 위해 미국의 우익들이 총궐기라도 한 듯한 모양새다.

동아시아의 동맹국에서 선거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우익세력의 ‘반미 친중 종북’ 타령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카시즘은 공화당이 꾸민 ‘뉴딜 정책’ 폐기 공작

로버트 라이시는 칼럼에서, ‘공산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뒤 “좌파를 압박하기 위해 동원된 공포의 단어”였다면서 1950년대 초 위스컨신 주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의 이른바 ‘매카시 선풍’의 참극을 거론한 뒤 “매카시즘은 공화당이 전후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뉴딜 정책을 없애기 위해 벌인 노력의 부산물이었다”고 썼다.

“(당시) 공화당은 1946년 중간선거를 ‘공화주의와 공산주의의 싸움’으로 묘사했고,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연방 관료들이 ‘분홍색 꼭두각시’들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KKK단원 출신인 미시시피 주 상원의원 시어도어 빌보는 민주당원이었음에도 다인종 노동조합의 시민권 옹호활동을 “북부 공산주의자들 소행”이라 비난했고, 미시시피 주 민주당 하원의원 존 엘리엇 랭킨은 노조의 남부 조직화운동을 “공산주의 음모”라며 그것이 흑인들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줄 것이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다. ‘빨갱이 몰이’는 민주당도 그렇게 갈라 놓았다.

그 결과 194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 양원 모두 장악력을 잃었고, 매카시는 상원의원으로 출세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공산주의자 색출’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터득한 젊은 공화당 변호사 리처드 닉슨은 하원의원이 되고 4년 뒤엔 상원의원이 됐으며, 대통령까지 됐다.

하지만 바람이 꺼지자 매카시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무너졌다. “매카시의 전국적인 인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3년 뒤, 상원 동료들의 비난과 당내 배척, 언론의 외면을 받은 매카시는 48세의 나이에 만취한 채 술에 찌들어 세상을 떠났다.” 닉슨도 결국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매카시의 수석 변호사였던 로이 콘은 살아남아 1970년대부터 트럼프의 사업적, 정치적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법률고문이자 인생 멘토가 됐다., 그는 법무부 변호사 시절 줄리어스 로젠버그와 그의 아낸 에델 로젠버그 부부를 소련 간첩혐의로 기소해 부부 모두를 사형에 처하게 만든 공로로 명성을 얻은 이른바 ‘악마의 변호사’였다.

반공주의 캠페인에 기대고 있는 트럼프의 머리 속에는 ‘매카시 선풍’의 기억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을 것이다.

젊은 미국인 67%가 ‘사회주의’ 선호

라이시는 ‘트럼프의 문제’는 “그가 흠집 내고 싶어 하는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와도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화당이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려는 조란 맘다니, AOC(촉망받는 젊은 여성 정치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시애틀 시장 케이티 윌슨, 콜로라도의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및 민주당 소속 진보성향 정치인 멜라트 키로스 등 수십 명의 정치인들이 대기업에 맞서고, 거액의 정치자금 부패를 척결하며, 평범한 미국인들의 실생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그 인기가 공화당에겐 차명타가 될 수 있다.

라이시는 이를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인용했다.

악시오스-제너레이션 랩이 젊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7%가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연상을 한다고 답한 반면,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40%만이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연상을 한다고 답했다.

케이토(Cato) 연구소의 최근 전국 설문조사에서는 Z세대(청년세대)는 자본주의(45%)보다 사회주의(53%)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56% “미국 50년 안에 자유국 지위 상실”

라이시는 Z세대가 자본주의에 점점 환멸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며 말했다. “그들은 내 집 마련을 할 여유가 없고, 건강보험료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고용시장은 끔찍하고, 가정을 꾸릴 형편도 되지 않는다. 여러모로 자본주의, 또는 현재의 체제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을 실망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의 미래다. 그래서 트럼프의 새로운 공산주의자 색출 공세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의 네오파시즘, 악의적 나르시시즘이 문제

라이시는 미국인들이 미국 체제 전반에 대해 생각할 때,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보다는 트럼프의 네오파시즘(neofascism)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며 케이토 연구소의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미국인의 56%가 정부 최고위층의 부패와 권력 남용으로 앞으로 50년 안에 미국이 자유국가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장관. 가디언 7월 7일

그리고 다음과 같은 통렬한 야유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물론 트럼프 자신은 어떤 이념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의 유일하게 확고한 신념은 특히 악의에 찬 나르시시즘이라는 고대 이데올로기(ancient ideology called narcissism, of the especially malignant sort)에 대한 믿음이다.”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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