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7대 범죄’가 아니면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범죄, 아동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하고, 중수청에 보완수사 전담 부서를 설치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중수청법도 개정하기로 했다. 최근 장윤기 살인사건을 계기로 범죄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하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응답이 높게 나오자 추가한 대안이다.
법조계에선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범죄 등을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중수청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인력이 보완수사 업무를 맡을 경우 본류인 중대범죄 수사 업무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인지 죄명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7대 범죄에 대표적인 민생범죄인 ‘보이스피싱 사기’ 등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대 사건만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죄명을 기준으로 사건 처리를 다르게 하는 건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약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형사절차가 복잡해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전건송치(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를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수사·기소의 분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7대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은 경찰이 불송치 권한을 가졌다. 공소청 검사가 불송치 기록을 읽어보고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으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경찰에 ‘불기소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이 ‘자기 사건’으로 받아서 한번 더 검토했다. 전건송치가 폐지된 현재 검찰이 불송치 사건을 검토하게 하려면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경찰 불송치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과거 국가가 수행하던 소송 비용을 개인이 떠안게 된 셈이다. 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법적 지식이 부족해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소송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다만 민주당은 2022년 자신들이 주도해 삭제한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이번 개정 때 일부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개월 시한 초고속 보완수사 가능할까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사건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주당의 해법은 ‘수사기관이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공소청 검사의 직권에 따라 1개월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사기 사건도 통상 보완수사에 수개월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던 사건을 돌려보낸다면 수사기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사건 처리가 늦어질 우려도 있다. 대검이 지난 3~4월 전국 12개 주요 검찰청 사건 처리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5만5174건 중 45.6%(2만5152건)를 직접 보완수사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검사들이 보완수사요구로 사건을 전부 보내면 일선 경찰관들은 업무 하중에 죽어나고 사건이 경찰, 공수처에 중수청까지 오가며 ‘핑퐁’할 수 있다”며 “공소청이 보완수사요구를 계속 한다고 해도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소청이 보완수사요구를 하더라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의 사건번호를 유지해 보완수사 이행 여부를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과거 검찰은 월말마다 쌓인 미제 사건을 어떻게든 처리하려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 미제 사건을 없애버리는 분위기가 생겼다. 결국 사건이 검·경을 왔다갔다하면서 처리가 지연돼왔다. 검찰 내부에선 사건번호 유지 취지에 공감하지만 수사기관 사건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 간부 D검사는 “검사가 사건을 기소하려면 공소사실, 증거목록, 공판카드 등을 작성하는 데 엄청난 힘이 들기 때문에 보완수사요구로 사건을 털어버릴 유혹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검사가 자기 사건으로 관리하려면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기각’ 근거 조항도
민주당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할 수 있는 사유에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를 삭제하고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를 추가했다. 특히 ‘중대한 위법 수사’라는 모호한 공소기각 사유가 향후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재판받고 있는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검찰이 조작 수사·기소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특별검사가 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사건을 검찰로부터 강제 이첩받아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논의를 미뤘다. 법무부도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의혹을 밝히겠다는 명분으로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를 구성해 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사건들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작기소 특검과 검찰미래위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정부·여당의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을 보내왔다. 공소기각 사유가 넓어지면 특검 수사나 검찰미래위 조사 결과가 법원이 이 대통령 공소를 기각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을 지낸 이창민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법원을 압박하려 이같이 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