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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들, 아동학대처벌법 독소조항 폐기 나서야

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인간과 자연사, 202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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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레 들판

  • 입력 2026.06.30 10:30

  • 수정 2026.06.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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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의심 때 신고"…멋대로 고소 근거 돼

서이초 교사 비극 재발 막게 무고성 고소 근절

학생·학부모와 균형 맞게 교권 보호 조항 신설

핀란드처럼 과도한 행정업무에서 교사 해방을

권위적 행정 폭주 진보 교육감 시절에도 버젓이

교사·학생평의회를 의사결정 단위로 자리잡게

학교장·교육청·교육부는 지원조직으로 전환을

‘민주시민교육’ 국가 수준 교육과정 제도화해야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10명 당선돼 1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은 1989년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이다. 교육 개혁에 대한 기대를 안고 다음 네 가지 당면 과제를 제언하고 싶다.

 

2023년 7월 19일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여의도 추모집회에서 검은 옷 입은 교사들이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하성환 시민기자)

첫 번째는 악성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2014년에 제정돼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독소조항을 맨 먼저 삭제해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 가운데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중략)...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제10조 1항)거나 즉시 신고해야 한다(제10조 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의심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데 있다. 이기적인 부모가 멋대로 고소를 남발하는 근거가 되는 독소조항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기본법 제12조(학습자) 3항과 제13조(부모) 3항을 교권 보호 차원에서 제대로 개정해야 한다. 현행 제12조 3항과 제13조 3항은 모두 서이초 교사 비극 직후 임시방편으로 개정한 조항들이다. 따라서 법 조항들이 지극히 선언적 성격으로 형식적이다.

교육기본법 제12조(학습자) 3항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 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지켜야 하며, 교원의 교육·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에 단서를 달아 “이를 어기면 학교 당국은 의무교육의 경우 강제 전학 조치를, 무상교육의 경우 퇴학 조치를 포함해 해당 학생을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고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전교조 집행부가 2026년 4월 1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무고성 아동 학대 신고로 교실이 무너진다는 펼침막을 들고 악성 민원 대책 교권 보호 범국민 서명운동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 홍보국 제공)

마찬가지로 제13조(부모) 3항 “부모 등 보호자는 교원과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지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단서를 달아 “이를 지키지 않고 정당한 교육 활동 등 교권을 위협하거나 침해하면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벌금형과 징역형으로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최근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참교육』처럼 교권보호국을 설치하고 학교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정리하는 게 ‘참교육’은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 흔들리는 교권을 바로 세울 순 없다. 법의 정신은 정의를 추구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교육 주체인 교사, 학생, 부모 사이에 법의 보호와 법 적용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교육 주체 간 법·제도상 권리의 형평성을 지향하는 게 당연하다.

 

2023년 섭씨 35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날, 서울 정부종합청사와 경복궁 근처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법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하라’는 펼침막을 무대에 내건 채 교권보호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하성환 시민기자)

학생 인권과 부모의 권리가 존중받는 만큼 교사의 권리, 바로 교권도 같은 무게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할 때 최소한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교권을 보호하려는 현실적인 내용을 적극 담아서 법 조항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동복지법 제17조 5항(금지행위) 중에서 ‘정서적 학대 행위’라는 용어는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제17조 5항은 ‘교사의 일상 속 정당한 교육 활동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라는 단서 조항을 삽입해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원지위향상법 제6조 3항은 교사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경우, 임용권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2023년 9월 27일에 신설했다. 그러나 이 신설 조항은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서이초 교사 비극이 발생하고 12차례 연인원 80만 명이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집회는 규모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했다. 그만큼 현장 교사의 슬픔과 분노가 드높았다. 안타깝게도 비극이 발생한 지 두 달 뒤 신설된 교원지위향상법 제6조 3항은 마지못한 임시 미봉책이었다.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사안에 대해선 일차적으로 교사에게만 화살을 돌릴 게 아니다.

 

2023년 8월 여의도 국회 앞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에 등장한 ‘살인적인 악성 민원 교육청이 책임져라’는 펼침막이 50만 교사의 절절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하성환 시민기자)

소극적으로 직위해제 처분 금지를 담을 게 아니다. 오히려 무고성 아동학대 범죄 신고도 많았기에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사안에 대해선 임용권자가 직접 전담, 대응한다’라는 적극 조항으로 신설, 대체했어야 했다. 직위해제 여부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나중에 판단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권을 한없이 추락시킨 입법 사항들은 집권 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과반 의석을 점하는 만큼,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정부 입법 발의로 신속히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좋다. 교권을 보호하려는 진정성과 실천 의지를 지니고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입법부인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신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2023년 서이초 교사 비극 직후 1년 넘게 서울시 어느 초등학교 담벼락에 내걸린 펼침막. 공교육 정상화를 희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성환 시민기자)

적어도 교육 활동의 주체인 교사가 교육 철학을 갖고 소신껏 아이들의 교육적 성장을 돕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 길이 무너진 교육 현장을 빠르게 복구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운다는 것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교사가 공동체의 희망을 노래하며 행복하게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으로 학교를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과도한 행정업무로부터 교사를 해방하는 과제다. 그런데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 가운데 행정업무 경감을 공약으로 내건 당선자는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유일하다. 그만큼 진보 교육감들조차 교사들이 본업에 충실하게 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5년 10월 10일 배포한 보도자료. 교사 일인당 행정업무 부담이 주당 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곱절에 이른다.

2025년 10월 10일 교육개발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의 행정업무 처리 시간이 2018년 주당 5.5시간에서 2024년 주당 6시간으로 늘어났다. 핀란드 교사와 비교해 행정업무 처리 시간이 무려 4배 이상이었다. 핀란드 교사가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데 쓰는 시간은 주당 1.3시간으로 교사가 수행하는 전체 업무의 6%에 지나지 않는다. 80~90년대를 거치면서 핀란드 교육계 스스로 관료주의 교육 행정을 말끔히 청산한 결과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관료주의 행정의 상징인 장학 감사제도마저 전격 폐지했다.

거꾸로 교육계 역사 청산에 실패한 우리는 식민지 관료 행정이 120년 넘게 학교 현장을 압도한다. 교사가 수행하는 전체 업무 가운데 25%가 행정업무 처리에 쓰이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교사를 관료 행정의 말단 요원 정도로 보는 시각에 변함이 없다. 당장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으로라도 학교당 교육 행정사를 현행 1명에서 4명으로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해 교장과 부교장(현재 교감), 그리고 수업보다 공문 처리가 적성인 일부 부장 교사들과 4명의 교육 행정사를 한 단위로 묶어서 학교 ‘행정업무 전담 조직’을 꾸려야 한다. 그 방법이 학교 현장에서 개혁의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다.

세 번째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도록 학교를 민주적인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동등한 인격끼리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는 성숙한 시민성을 체득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생평의회와 교사평의회를 의사결정 단위로 전환해 학생 자치와 교사 자치를 현실화해야 한다. 학교장은 단위 학교 일선 장학 활동가이다. 학교장, 부교장을 비롯해 교육지원청, 교육청, 교육부는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보조 단위로 그 위상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향상법 등에 관련 규정을 명문화해 국가주의 교육 행정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반민특위 좌절 이상으로 우리 교육계는 역사 청산이 전혀 없었다. 권위주의 교육환경이 학교 현장을 숨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특징으로 하는 권위주의 교육 행정은 일상에서 행정 폭주를 수반한다. 행정 폭력의 대표 사례로 2017년 전북 송경진 교사 사건과 2018년 광주광역시 배이상헌 교사 사건, 그리고 서울시 지혜복 교사 사건을 들 수 있다. 모두 진보 교육감 시절에 자행된 행정 폭주이다.

 

2026년 1월 서울시교육청 구청사 앞에서 지혜복 교사 부당 전보 취소와 정근식 교육감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하성환 시민기자)

2023년 시작한 지혜복 교사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4년 피켓시위, 2025년 천막농성, 삭발투쟁, 2026년 신청사 고공농성 투쟁 등 3년 넘게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행정법원도 인정한 공익제보자 지위 인정과 부당 전보 판결이 났음에도 아직도 원상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교육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생태계로 교육 공동체를 바꾸지 않는 한, 교사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민주적인 학교 생태계로의 대전환, 그것이 진정한 교육 개혁의 본질이며 그렇게 될 때 학교 현장에서 교육의 본령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교육이 이룩한 성과' 가운데 민주시민 양성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국가교육위원회)

마지막으로 민주시민교육을 북서유럽처럼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해 필수 의무로 이수하게 해야 한다. 12·3 내란 사태를 겪고도 공교육에선 뚜렷한 변화가 없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선수들이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율동에 맞춰가며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고 구호를 외쳐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코치와 감독은 처음에 우두커니 지켜보다 광주일고 코치 등의 항의를 받고서야 제지했고, 경기가 끝난 뒤 "일부 선수의 일탈"로 사안을 축소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우리 청소년들과 교육현장이 얼마나 일간베스트(일베) 류의 놀이터로 전락했는지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한국 교육이 이룬 성과로 민주시민교육을 단연 우뚝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등학교 통합사회를 『헌법과 민주시민』으로 과목 명칭을 변경해 시민교육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초중학교 도덕은 『도덕·철학·시민』 교과로, 사회는 『헌법·정치』로 교과 명칭을 변경하고 민주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핀란드처럼 시민교육 선도 과목을 중심으로 국어, 역사, 음악, 미술, 체육에 이르기까지 교과 전체에 시민교육의 내용이 실핏줄처럼 스며들게 해야 한다.

12·3 내란 사태를 겪은 직후 육군사관학교는 2025년 2학기부터 『헌법과 민주시민』을 3학점 필수로 이수하게 했다. 올해부턴 해사, 공사, 육군삼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까지 확대했다. 이젠 공교육인 학교 교육이 변해야 할 차례이다. 이재명 국민 주권정부답게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그 길에 앞장서길 기대한다.

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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