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2권을 펼쳤다. 전상석(全尙錫, 1929~2001) 항목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화는 그가 평생 사직서를 품고 다녔다는 것이다. 친구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유신헌법 시절 대통령긴급명령 조치에 불만하여 골프공에 무엇 무엇이라고 쓴 공을 치고 울분을 달래었"으며, 늘 사직서를 써서 갖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직서는 30년 가까운 법관생활 동안 단 한 번도 바깥 구경을 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울분을 삼키면서, 손으로는 사형을 선고하고 긴급조치를 집행했다. 이것이 전상석이라는 인물의 핵심적인 비극이다.
1929년 서울 아현동 출생, 양정중학교에서 법조계로
전상석은 호적상 1929년 9월 4일(실제로는 1928년 음력 7월 14일) 서울 아현동에서 태어났다. 미동초등학교, 양정중학교를 거쳐 1952년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1954년 제6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군 법무관 시절, 거구의 군단장이 얼굴을 때리면서까지 부정처분 사건 피고의 석방을 명령했지만, 그는 "군법회의 재판도 거쳐야 한다"며 끝까지 명령을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권력 앞에서 굽히지 않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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