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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대신 쓸쓸함, 서지현·박은정 "검찰개혁은 전리품 아닌 뼈아픈 역사"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서지현 전 검사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오른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광화문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두 검사 모두 보통의 삶을 꿈꾸고 있다. 박은정은 "빵 굽는 변호사"를 상상하며 옅은 미소를 내보였고, 서지현은 "나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일상"을 소망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을 함께 만난 건 1년 5개월 전이었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이 잠시 석방됐을 때다. 당시 이들은 "윤석열 석방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박은정), "소독약, 항생제 따위의 임시방편을 쓰기엔 검찰은 이미 시기를 놓쳤다"(서지현)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서지현·박은정의 직설 "윤석열과 검찰에 놀랐나? 아직 멀었다" https://omn.kr/2cmui)

이후 윤석열은 탄핵됐고 다시 감옥에 갔다. 당시 즉시항고 포기를 주도한 검찰총장 심우정은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고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곧 그 이름을 잃고 공소청으로 다시 출발한다.

두 전직 검사는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강하게 검찰개혁을 역설했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불거진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서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확고히 강조하며 검사의 수사권 박탈 여론을 주도했다. 박은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개혁의 소용돌이 복판에 있었고, 서지현은 갈등 상황을 "아수라"라고 표현하는 등 적극 논쟁에 뛰어들었다.

다시 두 사람을 만난 이유는 최근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검찰개혁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통과된 법안에 의해 오는 10월 검찰청 또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었다"(서지현), "약간의 쓸쓸함이 있는 것도 사실"(박은정)이라고 말했다. 서지현은 "검찰 수사권 폐지는 누군가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뼈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 검사,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서지현 전 검사를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검찰권 남용 피해자로서 느낀 검찰개혁 과정에서의 소회, 이후 이뤄져야 할 법적·제도적 보완책,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전직 검사로서의 감정 등을 약 2시간 동안 여과 없이 피력했다.

<오마이뉴스>는 기사 두 편으로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서지현 전 검사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오른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울먹인 서지현 "검사가 약자의 수호자? 허망했다"

- 지난해 3월 인터뷰하고 다시 두 분과 만났다.

박은정 : 되게 까마득한, 오래전 일 같다.

- 그때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직전이고 형사재판 1심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을 석방한 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시점이었다.

서지현 : 맞다. 그때 언니(서 전 검사는 박 의원을 '언니'라고 호칭 – 기자 주)와 제가 법원 앞에서 (검찰 대신) 사과한 그 직후였다.

- 그때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떻게 지냈나.

: 정말 많은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의 탄핵 선고가 (지난해) 4월 4일에 있었고 이후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리고 최근 검찰개혁 법안의 통과가 마무리됐다. 정말 격동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오는 10월 공소청·중수청이 생기면 검찰이란 이름은 7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해 3월 인터뷰에서 두 분은 "윤석열 석방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박은정), "소독약, 항생제 따위의 임시방편을 쓰기엔 이미 시기를 놓쳤다"(서지현)라고 말했다. 검찰 폐지 두 달을 앞둔 시점에서 소회를 듣고 싶다.

: 제가 검사로서 24년을 근무했고 사실상 인생 대부분을 검사로 생활했다. 검찰은 저의 첫 직장이고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검찰에 있는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때문에 약간의 쓸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사로 일하며 검찰권 남용이라는 구조 속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계속 갖고 살았다. 이는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감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후 벌어진 일은 국민 모두가 경험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폐해였다. 검찰권 남용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됐고, 검찰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 지난 2년 동안 달려왔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순기능 유지였다. 이를 위해 검사의 중요한 기능인 공소 제기·유지가 국민을 위해 작동하도록 법안을 마련했다.

: 한쪽에선 검찰이 사라졌다고 환호하고 한쪽에선 대한민국이 범죄자 천국이 됐다며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 폐지를 그토록 주장해왔고 검찰 권력으로부터의 깊은 상처로 여전히 잠 못 이루는 저는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었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누군가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뼈아픈 역사이기 문이다.

제가 2018년 '미투'에 나선 이유는 '다시는 검사도, 변호사도 하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더라도 부패한 검찰이 개혁돼 후배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검찰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고 구체적 청사진을 가진 이는 찾기 어려웠다. 검찰개혁은 주로 정치적 구호로 소비됐고 이를 독점하거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검찰은 늘 힘이 셌고, 때문에 검찰개혁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검찰을 너무 몰랐다. 검찰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 말은 피해의식으로 폄하됐다. 늦었지만 다행이고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지현 전 검사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로 한동안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이어졌고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인 듯하다. 이 갈등의 복판에 섰던 사람(박은정)으로서 그리고 이 갈등을 전직 검사로서 지켜본, 특히 이를 SNS에 "아수라"라고 표현한 사람(서지현)으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다.

: 지난 3월 공소청법이 제정됐을 때 검찰의 수사권 문제까지 포함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면 지금보다 갈등, 분열, 혼란이 적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 아수라 속에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대부분 언론이 자극적인 단어로 운동경기처럼 양측 주장을 중계했을 뿐 왜 이 논란이 시작됐는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법조인, 교수라는 이들마저 검찰의 수사 시스템과 보완수사권, 보완수사요구권, 수사지휘 등의 공통점·차이점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각종 주장을 내놨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자의적, 정치적 수사로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된 검찰은 자신들이 내란의 공범임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끝내 어떤 반성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내내 속이 쓰렸다. 나는 그동안 검찰이 어떻게 나와 가족들의 삶을 무너뜨렸는지 그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며 살아왔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몫이라 생각했고 하루하루 가족들에게 최선을... (서 전 검사는 이 대목에서 잠시 울먹였다 – 기자 주) 다하는 것으로 무너진 삶의 조각들을 꾸역꾸역 이어 붙이며 살고 있었다.

내 사건의 가해자는 사과하지도,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사라져 버렸다. 검찰은 내부의 피해자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너뜨리고 조롱하고 음해했으며, 사건을 조작·은폐했고, 가해자를 비호했다. 그런데 검찰개혁 과정에서 그 조직이 '약자와 피해자의 수호자'라는 주장들을 마주했다. 내가 겪은 고통과 가족이 견딘 시간이 함께 부정당하는 듯한 통증에 허망했다. 아니, 허망함과 함께 화가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서지현은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다. 검찰이 서지현의 목소리를 진즉 들었다면 이토록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검찰개혁이란 싸움은 분명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버텨온 기득권 카르텔 집단과의 싸움이었다. 정치 권력, 자본 권력, 언론 권력 등을 지탱하도록 한 것이 법조 권력이었고 그 핵심이 검찰이었다. 그 권력을 해체하는 작업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기적과도 같다. 응원봉을 들었던 국민들 그리고 서지현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이만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 언니 또한 윤석열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 수사권 남용의 피해자다.

: 그때 검찰의 민낯을 봤던 것 같다. 제가 윤석열을 감찰하며 당시 '윤석열 사단'이 저질렀던 비위의 실체를 확인했고 이후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검찰권이 어떻게 남용되는지 경험했다. 저 또한 수사를 받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왼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지난해 3월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제기를 촉구하며 각각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 옹호했겠지만..."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후 두 분 모두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썼다. 어떤 의미인가.

: 검찰권 남용의 구조를 해체하긴 했지만 여전히 검사는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막판에 보완수사권으로 논쟁이 매몰되면서 영장 청구권, 기소권의 통제에 대해선 법안에 담지 못했다. 여전히 검사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그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검찰개혁 법안이 잘 안착해 이를 통해 검사의 권한이 건강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급하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병행해 다뤄야 할 법 179개와 하위 법령 900여 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예규나 매뉴얼, 지침 등도 수백, 수천 개가 있다. 이것들을 제대로 제·개정해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협조나 태업이 없도록 시민들께서 매의 눈으로 지켜봐 주셔야 한다.

: 수사·기소 분리는 선진 형사사법체계의 기본이다. 이 기본이 시작되는 데에 7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검찰이 강력한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 보니 제도가 바뀌는 것에 공포와 두려움이 큰 것도 이해한다. 그런 만큼 검·경의 협력, 피해자 보호 방안 등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검사에게 일말의 수사권도 남지 않게 됐다. 이렇게 조치해야 했던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

: 검찰이 절대악이라서, 검찰에 보복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떤 기관도 수사권·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동시에 가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검찰은 원래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고문으로 점철된 경찰 수사를 견제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 임시 조치로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됐었다. 그런데 70년 넘는 기간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이 검찰이라는 한 기관에 집중됐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사건이 조작·은폐되고 검찰이 정권의 도구처럼 쓰였다. 그러더니 검찰은 결국 자신들의 왕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검찰정권 하에서 정치적 수사를 부끄러움 없이 자행했다. 내란에 일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유독 나빠서가 아니라 집중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수사·기소를 분리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다. 권력을 나눠 견제하도록 만들고 이로 인해 생기는 필연적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고단한 인내의 이름이다. 이번 논란에서 '유능한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광복 직후가 떠올랐다. 단순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추적·고문하던 경찰들이 치안 공백, 수사 역량 등을 이유로 다시 대한민국 경찰로 복귀했을 때 그때 국민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 덧붙이자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사가 수사권을 계속 가져야 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피해자 보호에 성실했나. 우리는 검찰이 은폐한 너무도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기억해야 한다. 서지현이 안태근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에 당시 (처음에는) 수사도, 감찰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동훈의 처남 진동균이 저지른 후배 검사 성폭력도 (처음에는) 어떤 징계도,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사건 피해자는 두 번이나 고소했지만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2차 수사, 즉 보완수사권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데 피해자 보호를 내세워 검사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기가 막혔다.

- 검사의 경찰 통제를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보완수사 요구로는 경찰 통제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통해 경찰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보완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이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어 왔다. 검찰에서 지난 3, 4월 보완수사를 얼마나 했는지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통계에선 전체 사건의 50% 이상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얼마나 보완수사가 이뤄졌는지 세부적인 통계를 받아봤다. 실질적인 보완수사는 검사가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부르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약 5.8% 정도였다. 검찰이 50% 이상이라고 했던 사례의 대부분은 참고인·피의자를 부르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아닌 수사 보고의 형식이었다.

1년에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 약 100만 건 정도 된다. 이 중 5.8%면 5만 8000건 정도다. 이러한 양의 보완수사를 경찰에서 잘하도록 검사가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이번 법안에 촘촘하게 담았다. 먼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내용과 방식을 첨부하도록 했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KS, 킥스)의 사건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기존엔 사건번호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검·경 사이에서 '핑퐁'의 우려가 있었는데 사건번호를 유지하면 검사로서는 내 사건이 경찰에 갔다가 그대로 나에게 오게 되므로 책임 소재가 생긴다.

그리고 경찰은 보완수사의 결과를 1개월 내에 검사에 통보해야 하고, 구속 사건이나 공소시효 임박 사건의 경우 검사가 긴급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주 긴급한 경우에는 사건 기록이 오가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송부하지 않고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추완'이란 제도도 만들었다. 이렇듯 이번 개정한 법에는 오히려 경찰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검사가 통제하고 또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촘촘히 담았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저는 검사로 일할 때 직접 수사를 매우 많이 했다. 그땐 하루에 사건 8건의 관계자 25명을 조사하는 등 한 달에 수백 명을 직접 조사했었다.

: 서지현은 여성 1호 특수부 검사다.

: 당연히 사건에 따라 직접 수사가 더 빠르고 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가 효율적'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검찰의 여러 폐해를 경험하면서 검사의 역할이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라 수사의 법률적 완결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는 감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검사로 일하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법리를 더 검토해야 하는지,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8포인트로 A4용지 2~3장이 넘는 보완수사 요구서를 경찰에 보낸 적도 많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보완수사 요구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우리가 수사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얘기한다.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신속과 효율이 우려된다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전산시스템 공유, 협의체 구성 같은 긴밀한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조기자문 제도, 동일 사건번호 유지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이렇듯 경찰을 통제하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지 그것을 영원히 '유능한 검사의 수사'에 맡길 순 없다. 더해 일부에선 검사가 전혀 수사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고 '전 국민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라고 호도하는데 그렇지 않다. 형사소송법 195조는 검사의 수사협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런 의무를 충실히 하면 보안수사 요구권으로 얼마든지 충실히 수사에 역할을 할 수 있다.

"검·경 대립? 영화 속 이야기"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요구와 협의'라는 절차가 생긴 셈인데 검·경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수사의 지연·부실 및 사건의 암장 가능성은 없는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영화나 드라마에 주로 검·경이 대립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저희도 검사 생활할 때 경찰을 수사하는 파트너로 생각했지 대립하는 이들로 여기지 않았다.

: 저는 오랫동안 형사부에서 근무했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성폭력, 교통사고, 가정폭력 등 사건을 주로 맡았다. 이런 사건들에서 검·경은 굉장히 잘 협력한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피해자가 있는 100만 건 중 보완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약 95%는 대부분 경찰이 수사한 그대로 검사가 공소장을 써 기소한다. 이런 사건은 검·경이 서로 협력해 영장도 신청·청구하고 보완수사 요구도 잘했기 때문에 양측이 불화할 일도 없고 그래서 공론화될 일도 없다. 그런데 일부 사건을 이유로 검·경이 불화하고 마치 경찰이 엄청나게 부패한 것처럼 호도되곤 하는데 이 점은 아쉽다.

물론 나쁜 경찰도 있다. 그런데 또 나쁜 검사도 있다. 즉 검찰개혁은 개별 경찰, 개별 검사를 거론하며 '누가,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나쁜 범죄를 처벌하는 데에 검·경의 의사가 다르겠나. 이번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경찰이 송치할 경우 양측이 사전에 협의하도록 정해놨다.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시 검사가 경찰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전의 경우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과 협력하기보다 '그냥 내가 해버리지'라는 식으로 사건을 처리했고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경찰의 징계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보완수사 요구권를 실질화했기 때문에 검사가 경찰에 좀 더 개입할 수 있게 됐고 오히려 협력하는 모습으로 관계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검·경 대립이란 말은 추상적이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에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수록 지금이 시스템을 가장 정교하게 만들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전엔 검사가 경찰 단계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사건 접수 단계부터 진행 상황을 전산으로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 그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사건번호의 동일성 유지와 책임 수사관제 실시 그리고 보완수사 요구의 미이행 시 가능한 징계 요구권을 실질화하는 등 사건 지연을 막을 노력도 필요하다.

경찰도 검찰도 완벽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을 더 믿느냐가 아니라 어느 기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 공유, 법리 협의, 보완 요구, 기한 관리, 책임 명확화 등을 모두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는 제도가 아니라 최선의 제도를 만드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족하면 고치면 된다'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제도의 시행착오는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만큼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준비해 온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 이정민

- 두 분 모두 최근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가보지 않은 개혁의 길이기에 발생할 시행착오도 있을 것"(박은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형사사법체계의 정교함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설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도적 설계의 방향성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수사·기소 분리는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것보다 '국민이 이전보다 더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가', '피해자가 이전보다 더 보호받을 수 있는가', '억울한 사람이 이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제도적 설계는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 절차의 공정성, 피해자 보호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

: 그동안 우리는 검찰 만능주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돼 곧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누군가는 검사만이 정의롭고 검사만이 유능하다는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시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윤석열 사단의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수사한 그 기준대로 수사권의 프레임이 잡혀 있었던 것 같다. 검사가 수사로 정치하는 이 시대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가 정치면 1면에 실리는 시대가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검사가 건강한 국가기관으로서 이제 경찰 수사를 통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는 보다 인권을 보장하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검사의 통제를 받으며 나아갈 것이다.

*<[다시 만난 두 검사②] 서지현의 호소 "미투 땐 검사, 이번엔 법조인 동료들 잃었지만..." https://omn.kr/2jdkj>로 이어집니다.

#서지현#박은정#검찰#개혁#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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