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 옹호했겠지만..."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후 두 분 모두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썼다. 어떤 의미인가.
박 : 검찰권 남용의 구조를 해체하긴 했지만 여전히 검사는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막판에 보완수사권으로 논쟁이 매몰되면서 영장 청구권, 기소권의 통제에 대해선 법안에 담지 못했다. 여전히 검사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그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검찰개혁 법안이 잘 안착해 이를 통해 검사의 권한이 건강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급하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병행해 다뤄야 할 법 179개와 하위 법령 900여 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예규나 매뉴얼, 지침 등도 수백, 수천 개가 있다. 이것들을 제대로 제·개정해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협조나 태업이 없도록 시민들께서 매의 눈으로 지켜봐 주셔야 한다.
서 : 수사·기소 분리는 선진 형사사법체계의 기본이다. 이 기본이 시작되는 데에 7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검찰이 강력한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 보니 제도가 바뀌는 것에 공포와 두려움이 큰 것도 이해한다. 그런 만큼 검·경의 협력, 피해자 보호 방안 등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검사에게 일말의 수사권도 남지 않게 됐다. 이렇게 조치해야 했던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
서 : 검찰이 절대악이라서, 검찰에 보복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떤 기관도 수사권·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동시에 가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검찰은 원래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고문으로 점철된 경찰 수사를 견제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 임시 조치로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됐었다. 그런데 70년 넘는 기간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이 검찰이라는 한 기관에 집중됐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사건이 조작·은폐되고 검찰이 정권의 도구처럼 쓰였다. 그러더니 검찰은 결국 자신들의 왕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검찰정권 하에서 정치적 수사를 부끄러움 없이 자행했다. 내란에 일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유독 나빠서가 아니라 집중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수사·기소를 분리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다. 권력을 나눠 견제하도록 만들고 이로 인해 생기는 필연적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고단한 인내의 이름이다. 이번 논란에서 '유능한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광복 직후가 떠올랐다. 단순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추적·고문하던 경찰들이 치안 공백, 수사 역량 등을 이유로 다시 대한민국 경찰로 복귀했을 때 그때 국민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박 : 덧붙이자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사가 수사권을 계속 가져야 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피해자 보호에 성실했나. 우리는 검찰이 은폐한 너무도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기억해야 한다. 서지현이 안태근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에 당시 (처음에는) 수사도, 감찰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동훈의 처남 진동균이 저지른 후배 검사 성폭력도 (처음에는) 어떤 징계도,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사건 피해자는 두 번이나 고소했지만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2차 수사, 즉 보완수사권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데 피해자 보호를 내세워 검사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기가 막혔다.
- 검사의 경찰 통제를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보완수사 요구로는 경찰 통제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박 :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통해 경찰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보완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이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어 왔다. 검찰에서 지난 3, 4월 보완수사를 얼마나 했는지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통계에선 전체 사건의 50% 이상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얼마나 보완수사가 이뤄졌는지 세부적인 통계를 받아봤다. 실질적인 보완수사는 검사가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부르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약 5.8% 정도였다. 검찰이 50% 이상이라고 했던 사례의 대부분은 참고인·피의자를 부르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아닌 수사 보고의 형식이었다.
1년에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 약 100만 건 정도 된다. 이 중 5.8%면 5만 8000건 정도다. 이러한 양의 보완수사를 경찰에서 잘하도록 검사가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이번 법안에 촘촘하게 담았다. 먼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내용과 방식을 첨부하도록 했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KS, 킥스)의 사건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기존엔 사건번호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검·경 사이에서 '핑퐁'의 우려가 있었는데 사건번호를 유지하면 검사로서는 내 사건이 경찰에 갔다가 그대로 나에게 오게 되므로 책임 소재가 생긴다.
그리고 경찰은 보완수사의 결과를 1개월 내에 검사에 통보해야 하고, 구속 사건이나 공소시효 임박 사건의 경우 검사가 긴급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주 긴급한 경우에는 사건 기록이 오가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송부하지 않고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추완'이란 제도도 만들었다. 이렇듯 이번 개정한 법에는 오히려 경찰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검사가 통제하고 또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촘촘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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