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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피해자들, 진화위에 국가 폭력 진상조사 요구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8/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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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피해자 모임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앞에서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과 인권침해 진상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국가폭력과 인권침해 진상조사를 위한 피해자 모임’(이하 피해자 모임)이 주최했다. 

 

1996년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연세대학교에서 ‘제7차 범민족대회 및 통일대축전’(이하 통일대축전)이 열렸다. 

 

김영삼 정권은 통일대축전을 앞둔 8월 초부터 연세대를 원천 봉쇄했다. 당시에는 매년 통일대축전이 진행될 때마다 장소가 원천 봉쇄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통일대축전 장소에 대학생과 시민들이 진입하고 행사가 마무리되면 원천 봉쇄가 풀렸고, 다들 각자의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그러나 1996년은 달랐다.

 

통일대축전이 끝났으나 원천 봉쇄는 풀리지 않았고, 심지어 연세대 안은 단전과 단수 상태였다. 학생들은 며칠 동안 식사는커녕 물도 먹을 수 없었다. 밤이면 헬기가 건물 안의 학생들에게 조명탄을 비춰 제대로 잠을 잘 수조차 없었다. 당시 한총련은 연세대에 갇힌 수천 명의 대학생이 집으로 갈 수 있도록 원천 봉쇄 해제를 김영삼 정권에 촉구했다. 연세대 밖에서는 민가협 어머님들을 비롯해 많은 부모님이 대학생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은 원천 봉쇄를 풀지 않았고, 결국 8월 20일 헬기까지 동원해 연세대 종합관과 이공관에 있던 3천여 명의 학생을 연행했다. 

 

1996년 통일대축전 시기에만 연행된 학생은 3천여 명을 훨씬 넘는다. 

 

피해자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경찰서에서 훈방된 대학생부터 구속자까지 합치면 5,800여 명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진화위에 전국 57개 대학, 총 197명의 피해 사례 진정신청서를 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은 “30년 전 연세대 현장에서 자행된 참혹한 국가 폭력과 인권 탄압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짓밟은 공권력의 과오였다”라며 “진실화해위원회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직권 조사에 착수해 당시의 왜곡된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자 서총련 의장이었던 박병언 변호사는 “당시 정부와 언론은 행사 참가자 전체를 이적·폭력 세력으로 매도했지만, 정작 무자비한 강경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연행, 폭력, 여학우들에 대한 성추행 등 국가 폭력의 실상은 철저히 묻혀왔다”라며 “이번 진상 조사는 연세대 참가자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인권 기준에 맞춰 집회·시위의 자유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모임은 기자회견문에서 “그동안 이 사건은 행사의 실정법 위반과 폭력성만 부각되었을 뿐, 진압 과정에서 자행된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공적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훈방된 일시 연행자부터 구속·재판을 받은 인원까지 형사절차 관련자만 5,800여 명에 달하며, 전체 참가자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1만여 명에 이른다”라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은 ▲3기 진화위의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사건 직권조사 실시 ▲폭력 난동으로 매도된 사건의 진실 규명 ▲폭력 진압의 배경 및 배후 조사 ▲연행 과정에서의 인권탄압 및 성추행에 대한 경찰의 즉각 사과 등을 진화위에 요구했다.

 

한편 이번 진상규명 요구는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전부개정에 따라 과거 공권력 남용 사건에 대한 조사 길이 열리면서 추진됐다.

 

▲ 기자회견을 마친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197명의 피해 사례가 담긴 진정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 피해자 모임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국가폭력·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을 직권조사하라

 

1996년 8월,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7차 범민족대회 및 통일대축전 현장에서 우리는 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과 인권침해를 겪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당시 막내였던 96학번마저 50대 중년이 된 오늘, 우리는 오랜 침묵을 깨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30년간 이 사건은 오직 당시 행사의 실정법 위반과 폭력성만이 되풀이하여 부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진압 과정에서 국가에 의해 자행된 위법하거나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공적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연행과 구금 과정에서의 폭력, 그리고 여학우들에 대한 성추행까지 있었다는 증언이 30년째 방치되어 왔습니다.

당시 훈방된 일시 연행자부터 구속되어 재판을 받은 사람까지 형사절차 관련자만 5,800여 명에 이릅니다. 형사절차에까지 이르지 않은 참가자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만 명에 달합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사건임에도, 국가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의 실체는 지금까지 제대로 규명된 바가 없습니다.

지난겨울, 수많은 과거사 단체들의 노력과 투쟁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자발적으로, 혹은 강요된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사건의 진상조사를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당시 참가자들을 이적·폭력 행위자로 매도했던 언론의 왜곡 보도에 맞서 우리 스스로 그날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지나간 상처를 들추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번 진상조사는 세 가지 점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째, 향후 정부를 상대로 한 집회·시위에 있어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범위를, 그간 이루어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 수준에 맞게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당시 형사처벌 과정에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규명하여 재심의 근거가 될 국가적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 한 세대의 저항운동 참여자들이 오랫동안 안으로 삭여온 상처를, 국가의 공적 조사를 통해 치유하고 극복할 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국가 폭력과 인권침해 진상조사를 위한 피해자 모임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관계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3기 진화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96년8월  연세대 통일대축전의 진상을 조사하라!

하나, 폭력 난동으로 매도한 당시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라!

하나, 법과 원칙을 뛰어넘는 폭력적인 진압의 배경과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라!

하나, 연행 과정에서의 인권탄압, 특히 여학우들에 대한 성추행에 대해 경찰은 즉각 사과하라!

우리는 오늘의 이 자리가 지나간 30년의 침묵을 끝내고, 진실을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실화해위원회와 관계 당국, 그리고 언론의 성의 있는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합니다.

2026년 8월 13일

1996년 연세대 통일대축전 

국가폭력과 인권침해 진상조사를 위한 피해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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