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최근 들어 책을 잘 안읽는지라, 정리하는 고통으로 면죄부를 주려고 했으나, 책쓴이의 저작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유나영 옮김
- 작년에 읽었던 글을 다시 읽음.
- 이 책의 문제제기는 서문에 다 있음. 결론에 해당하는 보수주의자에 대한 대응은 204쪽부터 상세하게 기술됨. 이 책은 팜플렛에 가까워 읽기가 쉬우나 나 같은 돌짱구에게는 221쪽부터 옮긴이의 후기가 유용함.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조지레이코프에 대한 소개글이 있는데, 자신의 스승인 노엄 촘스키와 대판 싸우고 난 뒤 말도 안섞는 관계가 되었다는 점까지 구구절절 보여주는 서비스.
- 한 구절만 인용. 갑자가 4대강 죽이기에 퍼붓는 돈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음.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은퇴 자금이 부시의 ‘전쟁’ 자금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누구도 감히 이런 식으로 말을 꺼내지 못한다. 마치 400억달라가 그냥 허공에서 떨어진 것처럼. 누구도 이 400억 달러가 내 은퇴 자금에서 나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구도 늘어나는 세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소한 이 돈이 어디서 나는지를 물어 보아야 한다.”
- 208쪽부터 211쪽까지는 일반적으로 상대와 토론 혹은 대화하는 방식의 문제를 기술한 것으로 보이나, 사실 제일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 하나 더. 만약 진보진영이 공격적인 프레임(이걸 우리말로 뭐라해야 하나?)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트위터는 어떨까. 근데 반대의 경우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정보원이 어떤 정보를 흘리냐에 따라 파장은 대단할 듯. 선거때 난리도 아닐 듯.
길은 복잡하지 않다|이갑용
- 사서 읽어야. 사실 하종강 선생의 책은 사서보기는 망설여졌는데(워낙 그의 글과 말들이 공유된 바가 많으니, 결국 아내가 구입ㅠㅠ).
- 32쪽. “회사는 아예 이발사를 고용해서 곳곳에 배치했다. 일하는 시간을 쓸까봐 휴식시간 10분 동안이나 점심시간에 깎으라고 했다.”
- 63쪽. 협상의 기술. 열 두 개의 기술이 기술되어 있음. 유용함.
- 이 책의 절반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간부들이 사측으로 혹은 보수정당에 환승하는 이야기가 대부분. 74쪽-75쪽에는 어이 없는 사람도 나온다.
“ 그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원건(이 책은 대부분 실명비판이고, 실명이 아닌 경우에는 유추 가능)은 나중에 현대중공업 노조 6대 노조위원장이 되어 조합원을 배신하고 직권조인을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 자격으로 노태우와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억울한 현실을 말하기는커녕 교도소에 담배 좀 넣어주가른 기가 막힌 발언으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뉴라이트 간부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를 노왔고 한나라당 활동을 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오욕의 인물 가운데 하나다.”
- 90쪽. 지금도 과연 그런가, 아니 그런 희망을 줄 수 있는가.
“그러나 우리는 1987년 이전,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없었을 때와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의 차이를 너무도 분명하게 경험했다.”
- 이 책의 3분의 1은 정파, 연고형(서울 중심형) 운동사회에 대한 비판
169쪽. “국민승리 21이라는 선거조직을 결성하고.....‘일어나라 코리아’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일어나라 코리아’는 노동자 후보로도, 민주 진영 후보로도 그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이상한 애국주의 구호였기 때문에 큰 비판을 받았다.”
175쪽. “....내가 위원장에 출마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것을. 출마하고 나서야 나는 기성 정치판 못지않게 운동 판에 존재하는 학연, 지연, 정파, 서울 중심주의 등에 의해 굴러가는 복잡한 조직의 구조를 알게 됐다. 서울에 운동의 뿌리도 없고, 지하조직에서 학습을 시켜준 학생운동 출신 선배도 없고, 내 정책을 만들어줄 연구소니 뭐니....서울내기들의 눈에는 그저 무식한 울산 촌놈이었던 것이다.”
187쪽. 국민파
“조합원도 아니고 일반시민도 아니고 여성들은 정치판의 유세장에 온 듯 “정갑득”을 연효했다. 거기까진 그나마 괜찮았는데, 우리가 유세할 때 마구 야유를 보내는 것이다.....그러자 그 여성들은 “남편이 조합원이다”라며 맞섰다. 알고 보니 이들은 정갑득 후보를 지원하는 울산연합의 조직원들이었다.......‘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주창한 ‘국민파’와 함께 노동운동의 범 우파로 자리 잡게 된다.....이런 자리에 동원되어 바깥 정치판에서나 하는 짓을 와서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잠시, 한 숨.
236쪽. 북한 갔을 때.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북의 대표단은 뛰어난 실력으로 전반을 5대0으로 만들었다....전반이 끝나고 내가 우스갯 소리로 함께 관람하고 있던 북의 직총(조선노동자 직업총동맹)위원장 렴순길, 부위원장 이진수 동지에게 엄포를 놓았다. 안 그래도 우리가 계속 골을 먹으니 얼굴이 어두워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터였다. ”우리는 노동자 중에 뽑아왔는데 북은 전문 선수들을 뽑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통일 안하고 싶으신가 봅니다. 이렇게 몰아붙이면 어디 통일이 되겠습니까?“ 우스개로 한 소리였는데 그들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북의 선수들에게 달렸갔다. 그러더니 후반이 시작되기 전에 “이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잠시 후 아주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반칙도 안했는데 심판이 우리에게 페널치 킥을 주는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잘 하던 선수들을 교체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이 투입된 북쪽은 괜히 뛰다가 넘어지며 알을 까기도 하고, 심판은 아예 노골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 주었다......결국 경기는 5:5로 비긴 채 끝이 났다.”
- 248쪽 부터는 구청장 때 이야기. 구청장 나갈 놈은 제발 참고하길 바람. 기초단체장의 역할이 국회의원 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 음미할 필요 있음.
“나는 늘 국회의원 10석보다 자치단체장 10곳을 잡는 것이 더 싸움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모두 중앙 정치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지역의 운동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
또 한 숨 쉬고. 282쪽.
“노조가 결성되고 동구청의 가입현황을 알아보니 한 명이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분은 하청 노조 활동의 엄마인데, 아들이 좋아하는 구청장한테 대적하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아들은 나도 잘 아는 동지여서 엄마를 가입 안 시키면 해고당한다고 협박(?)해 바로 가입시켰다.”
- 285쪽. “내가 현대중공업 노조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일방적으로 사측의 편만 들어주는 경찰만 없다면 노동자들이 교섭에서든 파업에서든 밀릴 이유 전혀 없다......나도 지금껏 파업 때문에 구속되었지만, 구속 사유가 노동조합법 위반인 적은 없다. 다 폭력 혐의로 구속되었다.”
- 304쪽. “1987년도 처음 투쟁이 시작되었을 때 조합원 수만 명이 운동장에 모였다......대의원들이 직접 다니며 조합원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조사해 적었다. 우리는 당연히 ‘임금인상’이나 ‘차등 지급 철폐’ 등이 가장 큰 불만이요 요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짚고 뜻밖에도 ‘두발 자유와’ 요구가 튀어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복장 자율화’였고. 그 다음에야 ‘임금인상’, ‘차등 지급 찰폐’, ‘폭력 금지’ 등등이 이어졌다.”
- 306쪽.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87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가장 강력한 투쟁 동력은 이들 외주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외주 직영화’를 외치며 열심히 투쟁했다. 그 성과로 87년 투쟁이 마무리되면서 외주 노동자 만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직영 노동자보다 임금이 상태적으로 높았는데, 이들은 이금 30%가량 동결 또는 삭감을 감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눈앞의 임금보다 차별없고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노동조합에 소속되는 것이 더 안전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큰 투쟁인데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다.”
- 320쪽. “현대자동차 위원장 시절 회사로부터 파업을 끝내는 조건으로 2억원을 받았다는 말이.....“우리 둘이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기가 막히게도, 뇌물을 준 사람의 공소시효는 5년이고, 뇌물을 받은 사람은 7년이다. 그는 뇌물을 건넨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이를 터트려 처벌도 피하고 노동조합을 전국에서 가장 부도덕한 집단으로 만들어 버렸다.”
- 350쪽. 정파의 만행. 결론은
“강승규는 개인이 아닌 정파의 후보였다. 그러나 정파는 실체가 없으므로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책임은 공조직인 민주노총이 져야 한다. 임원 사퇴와 비대위로 조직을 초토화시키고도 강승규를 내보낸 우파는 사과도, 책임도 없다.”
-353쪽 이하. 김창현, 이영순 부부
“이영순과 김창현에게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었다.”
사실 이 대목에서 짜증이 심하게 부풀었다. “임기 중에 자신이 운영하던 대형 학원의 앞과 옆으로 도로를 내 건물의 가치를 높였다(354쪽)”는 대목까지는 그럭저럭 참았는데, 박일수 열사 분신 이후 초기에는 당과 후보 모두 대책위에 합류해 열사 투쟁을 하다가 차츰 지역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지 김창현은 “대책위에서 발을 뺀다(356쪽)”에서 야마가 확 돌았다. 게다가 ‘송주석 문건(357쪽)’에서 노옥희 후보에 대한 원색적 공격과 동시에 비판적 지지로 둘러싼 그들의 본질에는 결국 “권영길이 100표 받고 당선은 노무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당 간부의 발언은 이들의 실체와 동시에 ‘비판적 지지론’이 결과적으로 무엇을 희망했는지를 알게 해 줌. 쓰바.
- 마지막. 360쪽 이하.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희망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이다. 사장도 일하고 사원도 일한다. 주인도 일하고 종업원도 일한다. 그럼 민주노동당은 누구의 희망인가.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사회’를 민주노동당은 말한다. 사장도 땀 흘려 일하고, 사원도 땀 흘려 일한다.....‘일하는 사람’을 한자말로 표현한 것이 ‘노동자’인데 우리의 시대와 역사는 ‘노동’을 불온함과 편협함의 대명사로 만들어 버렸다. 원내 10석을 얻은 진보정당도 ‘노동’이라는 말을 앞세우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아러눈 아주 건전하고 순박한 단어의 조합을 내걸 정도로 타협하게 만들었다.”
뱀발: 이 책에는 자본이 어떻게 노조 간부들을 환승센터로 데려가 역방향으로 버스를 태우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근데 삼성은 좀 다르다. 자료가 없고, 구전만 남아있다. 최근 금속노조에서 백서가 나온바는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view.asp?arId=53269&pNo=1&mId1=07&mId2=11&sDate=20050519&isVie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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