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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따위에 해고경력까지 써넣으라는 이야기는 입사를 포기하고, 장난삼아 입사지원해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사와 법원은 그 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으나, 심증으로는 충분히 왜 그런지 추적할 수 있을 듯하다. 이력서, 그거 별거 없다. 법원은 신뢰관계의 징표로 보지만 사실 그것도 개소리다. 사장이 이력서를 제본해서 형광펜으로 그어가는 이력서의 고고학자가 아닌 이상, 이력서는 입사시 제출하면 끝이다. 그러나 이력서를 제 아무리 쪼대로 휘갈겨도 결국 그의 행동이 노조와 관련이 있을 때에야 제 위력을 가진다. 대학졸업을 빼버린, 최종학력을 기재하지 않은 이력서는 '사칭'이라는 이유로 그의 발목을 붙들고, 공장 담너머로 멀리 던져버린다.
결국 이력서에서 최종학력을 빼버린 노동자, 소위 위장취업자들을 검색하고 회사 밖으로 쫓아내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회사와 법원의 이러한 의식 근간에는 노조혐오증이라는 똬리가 봄 철 뱀새끼들이 동면에서 깨어낼 때 처럼 뒤엉켜있다.
아직도 회사와 법원은 "노조혐오증"이라는 반공주의의 적자를 안고 젖을 먹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 학생운동 물 좀 드셨다는 분들이 '노동해방'이니 하면서 공장에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10년전에는 불가피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장에는 아직도 의견이 많고, 그 의견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 충분하다. 하나의 의견을 보태는 일은 공장 안의 노동이 아니더라도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1달에 한 번 이주노동자의 집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학생운동의 열정과 이상만으로 세계를 바꿀 수는 없다. 머리 속에는 계몽으로 가득찬 채, 몸만 회사잠바와 노조조끼를 걸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그건 자기만족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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