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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붉은 색의 돼지고기는 불만 닿으면 색이 변한다.

 

고기덩어리로 남는 한은 익혀지거나 썩어버리거나 둘 중 하나다. 고기덩어리로 자처하는 나 같은 존재들이야 살아있는 돼지로 살 것인지, 고기 덩어리로 살 것인지는 이미 물건너 간 문제인 것 같다. 스스로 버려지거나 아니면 보기 좋은 색으로 익혀져서 먹히거나.

 

고기덩어리가 되지 않고 살아가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다. 농장의 주인이 돼지는 애완동물로 생각할리 만무하고, 돼지가 제 권리를 주장하며 '난 원래 먹히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님'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장렬하게(?) 모짜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연한 고기로 정육된다.

 

좌파들 중에서도 돼지고기 같은 사람들이 종종 있다. 겉은 붉어도 불만 닿으면 변한다. 그러나 여전히 고기덩어리가 되기를 거부하며 끝까지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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