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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예를 들어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사유제한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그 온당성을 논할 때, 그것이 왜 필요한지, 반대측의 입장이 왜 그것을 반대하는지 "현실적인 사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사유제한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면 기간제 사유제한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유제한이라는 법적 제한(보호)조치는 고용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도 뜯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방법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면 그에 따른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건강에 산삼이 가장 좋다고 구하지도 못할 산삼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산삼이 항상 나에게 좋으리라는 법도 없으며, 설사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지 우리 가족에게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기간제 노동의 사유제한이 꼭 사용자의 주장이라고 보지 않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 기간제 노동의 사유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기간제 노동과 연관된 모든 노동의 측면에서 오히려 고용안정성이 나타나는지 실증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기간제 노동의 사유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이 기존 사용자의 주장과 그 궤를 같이 할 수도 있다.2) 고용의 유연성을 근거로 들면서 말이다.

 

먼저 기간제 노동의 사용행태는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사유제한은 사용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2)와 같은 주장이 쉽게 가능하다. 그러나 사용자의 주장이라고 할 지라도 배척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1)과 같은 실증적 주장이 결과는 같이해도 과정을 달리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Booth는 상용직(정규직)보호조치는 임시직 노동규모와 상당히 강한 정(+)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임시직 규제조치는 임시직 노동규모와 별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바로 그러하다. 프랑스(사유제한 조치 유지)와 스웨덴(규제완화)은 각기 다른 노동시장과 사용자의 고용행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간제 노동의 사유제한과 같이 임시직 사용규제정책이 일반적으로 규제정책이 강할 경우 그 규모가 제한될 것이라고 보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실업률이 높다면 오히려 임시직 노동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hofffman, 2003). 프랑스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비정규직 사용수준이 다른 나라보다는 낮지만(약 15%), 비정규직 노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83년-2000년 수치를 비교해 볼 때 약 3배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이 3.9%(올해 8월 3.6%)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OECD 국가 평균 6.7%). 그러나 고용증가율은 낮다. 실업률이 낮다는 사실은 비정규직 고용증가율이 낮다는 것인가. 꼭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장기 임시직 노동자가 2002년 약 40%에서 2005년에는 30%로 10% 감소하고 있고, 기간제 노동자는 2002년 약 15%에서 2005년 약 25%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소득 불평등도도 상위 10%와 하위 10%의 평균임금 차이가 5.4배(비교적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높다고 하는 미국의 경우 4.4배)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규모는 늘고 있고, 임그소득 불평등도도 높아 실질적으로 사유제한이 어떠한 효과를 거둘지 알기가 어렵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에 의해 일정한 임금과 고용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기간제 노동의 사유제한은 결국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했던 그 자리에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할까. 기업이 과연 그렇게 할까. 사유제한은 결국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사유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기간제 고용 또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기간제 노동의 사용을 비용축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 자체를 뜯어고치기는 불가능한가. 사유제한의 고리를 기업을 묶어내는 것 보다 균등대우의 원칙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같은 임금을 주면서도 기간이 되기 전에 해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조치가 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임금을 주면서 해고를 반복할 이유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균등대우, 임금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균등한 대우가 중요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고용불안정의 대가로 6-10%가량의 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균등대우 원칙의 위배로 해석하지 않는다(정이환, 2006:110). 그렇게 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따라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의 임금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연공급 체계를 직무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건 정규직이 양보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이다. 그래서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초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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