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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아무튼 이상한 사람들이다.

 하루동안 반짝 해가 뜨더니 호이안으로 가는 내내 다시 비가 내린다. 훼에서 호이안까지130km라는데 투어버스와 연계된 식당마다 30분씩 쉬어가더니 결국 훼를 떠난 지 6시간이 지나서야 호이안에 도착한다. 물론 도착해서도 곱게 보내주지는 않는다. 도착하기 30분전부터 연계되니 호텔과 투어 안내 브로셔가 돌더니 호텔이 얼마나 좋은 곳이지 투어가 얼마나 훌륭한지 떠들어댄다. 결국 버스는 연계된 호텔에 들러 20분가량 지체하고 -그것도 호텔직원이 버스에 올라와 왜 이 호텔에 안 묵는지 일일이 물어보고 난 뒤에- 조금 싼 다음 호텔로 향한다. 대충 지도를 보니 다음 호텔이 여행자 거리와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내려 배낭을 메고 걷는다.


그냥 얼핏만 봐도 호이안은 작은 도시 아니 동네다. 그러나 물가는 하노이보다도 비싸다. 아무리 찾아도 5불짜리 방은 없다 제일 싼 게 6불이다. 1불이면 천원인데 그냥 묵을까 하다가 나름 원칙이 베트남은 숙소가격이 좀 싸니 싱글룸에 묵을 수 있으면 묵되 5불 이상짜리 방에는 들어가지 말자고 혼자 다짐한 게 생각이 난다. 왜 5불이냐고? 그게 내가 아는 싱글룸 최저가격이다^^ 어쩔까 하다가 도미토리에 들어간다. 베트남의 도미토리는 처음이다. 그냥 옥상 밑에 있는 트리풀룸이다. 중국처럼 이층침대도 아니고 개별 사물함도 없다. 그래도 욕실은 방에 붙어 있다. 좀 피곤하기는 해도 도미토리에 있는 것도 불편해 거리에 나온다. 그리곤 그냥 싱글룸에 묵을걸.. 천원인데.. 하고 후회에 후회를 거듭한다. 중간에 잠시 샤워하러 들어간 것 외에 그냥 아홉시 정도까지 거리를 배회하다 들어가 보니 그새 간이침대가 하나 더 들어와 있고 노란 머리 남자 셋이 반나로 자고 있다. 헉.. 어쩌랴 그냥 간이침대에 눕는다. 낼은 꼭 싱글룸으로 옮길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잠이 든다.

 


호이안 강변. 전날 내린 비로 물이 골목길까지 들어와 있다.


시인민위원회 담벼락. 믿을 수는 없지만 아직 여기는 사회주의 국가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싱글룸으로 방을 바꿔달라고 하니 어제와는 다르게 7불을 부른다. 어제 6불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 방은 체크아웃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이젠 말섞기도 싫어져 그냥 다른 호텔을 알아본다. 적당한 방을 알아본 뒤 체크아웃을 하려고 하니 그제서야 6불에 방을 주겠단다. 방이나 보자고 했더니 발코니까지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꼭 이렇게 될 걸 일을 번거롭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 ,내가 니들집에 월세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있다가 갈걸 그냥 편하게 있다 가자 싶어 그대로 그 방으로 짐을 옮긴다. -그후 소심하게도 옮기기로 한 호텔 앞은 몰래몰래 피해 다녔다^^-


방을 옮기고 거리에 나서니 그제서야 동네가 편해보이기 시작한다. 거리라야 열심히 걸어다니면 한두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만큼 작다. 하지만 동네 전체가 상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옷가게며 카페, 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비단으로 만든 머플러니 가방을 파는 토산품점이 즐비하다. 방값뿐 아니라 음식값도 다른 여타의 것도 물가는 거의 하노이보다 비싼 듯 하다. 여행이 한참 남았으니 이것저것 사서 짐을 늘릴 수도 없어 쇼핑을 포기하니 별로 할일이 없다. 호이안 종합입장권이란 걸 끊는다. 도시의 문화재들을 고가, 향우회관, 박물관, 무형문화재, 기타의 다섯 그룹으로 나누고 그 중 한곳씩을 선택해 볼 수 있게 만든 입장권인데 칠만오천동이다. 하지만 어느 곳을 봐도 별로 볼 건 없다. 지들도 입장권 앞에 <당신의 기부가 호이안을 보존합니다>라고 써놓았으니 그저 기부했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별다른 문화재 없이도 호이안은 그 나름의 단아한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긴 하다.


호이안 거리. 한낮이라 그렇지 이 정도로 한산하지는 않다.


호이안의 상점


오후에는 자전거를 빌려 호이안에서 4km 떨어진 끄어다이 해변으로 향한다. 해변이야 다음에 가게 될 나짱에서 실컷 보게 될테지만 해변보다는 그저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는 게 주목적이다. 해변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한 20분 달리니 해변이 보인다. 모래사장에 혼자 앉아 있으니 바로 잡상인들의 표적이 된다. 열대여섯이나 되었을까.. 파인애플을 든 여자애가 옆에 앉는다. 대꾸를 하면 안되는데 이것저것 자꾸 물어본다. 몇마디 대답을 하니 본론이 나온다. 이 파인애플은 무슨 섬에선가 나는 걸로 시장에서 파는 것과는 물건이 다르단다. 내가 대답한다. 쏘리.. 담엔 싱글이냐고 묻더니 이 파인애플을 먹으면 오늘 밤에 남자친구가 생긴단다.. 내가 웃으며 대답한다. 쏘리..  그담엔 학교에 가고 싶은데 학비는 넘 비싸고 이걸 팔아야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우는 소리다. 첨부터 대꾸를 말았어야 하는데 점점 맘이 약해진다. 이번엔 내가 묻는다. 하우머치? 그랬더니 이만오천동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웃으며 속으로 말한다. 아 유 크레이지? 아무 대답도 안했더니 점점 내려가서 만동까지 내려간다. 물론 만동도 엄청 비싼 가격이다. 첨부터 한 만동 부르면 속는 셈치고 오천동 쯤에 사줄맘이었는데 짜증이 확 난다. 니들은 내가 바보로 보이니 아님 봉으로 보이니 물론 둘다겠지만^^ 바가지를 씌우자고 해도 정도가 있는거지 이건 순진한 건지 영악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내가 자리를 피한다.


끄어다이 해변, 파라솔만 제외하면 그냥 철지난 동해 바닷가다.


일산주민과 쿠의 나이스플레이스라던 호이안은 그저 그만하다. 아마 훼보다 호이안에 먼저 들렀으면 이 한가함과 고즈넉함에 후한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삼일 묵고 가는 도시란 그때그때의 자신의 상태, 날씨, 일정 뭐 기타 등등에 좌우되는 것 같다. 아님 개인의 기호일까? 별로 쇼핑을 즐기는 편이 아닌 나로써는 동네 전체가 상점인 도시는 글쎄, 썩 재미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이삼일을 호이안만의 독특한 음식들은 맛보는 재미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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