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1/14
    <와디럼> 베두윈 텐트에서의 하루밤(10)
    제이리
  2. 2007/01/14
    <페트라> 페트라에서 길을 잃다(6)
    제이리
  3. 2007/01/14
    <암만>유령의 도시, 암만(2)
    제이리

<와디럼> 베두윈 텐트에서의 하루밤

다음날 와디럼으로 향한다. 전날 본의 아니게 걸어다닌 후유증으로 삭신이 쑤시긴 하지만 이미 숙소에서 와디럼 투어를 예약해두었으니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라 새벽부터 죽을 맛이다. 투어를 신청하긴 했지만 투어 지프는 와디럼에서 출발한다니 새벽 버스를 타고 와디럼으로 가야 한다. 페트라에서 와디럼까지는 두시간 남짓 걸린다고는 하지만 이 놈의 버스는 이 호텔, 저 호텔로 사람들을 픽업하러 다니더니 예정 시간을 한시간이나 훌쩍 넘기고서야 와디럼으로 출발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꼭두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건데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 생각해도 약이 오른다.

 

게다가 이 놈의 버스 차장은 차비 이외에 1디나르의 짐값까지 별도로 요구한다. 우리가 무슨 이삿짐을 실은 것도 아니고 짐 값을 따로 받겠다니 그것도 1디나르씩이나 -말이 1디나르지 1,500원쯤 되는 돈이다- 무슨 소리냐며 따졌더니 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리값을 내야 한단다. 어쩐지 첨부터 짐칸에 짐을 못 넣게 하고 뒷자리에 싣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내라 못낸다 실갱이가 오가고 약이 오른 일행들이 자기 배낭을 무릎 위에 얹는다. 아제 됐냐고 물어보니 아무 말이 없다. 뭐 나야 도저히 배낭을 무릎에 올려놓을 처지니 아니니-무릎 나간다^^-그냥 뒷자리에 실어두었으나 일행들의 재치로 그냥 묻어간다.

 

우리가 투어지프를 탄 것은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우리 일행 넷과 미국애 하나, 그리고 가이드 겸 기사가 일행의 전부다. 와디럼은 사막은 사막인데 모래사막이 아니라 붉은 바위와 흙으로 이루어진 사막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배경이라는데 뭐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이때까지 아라비아의 로맨스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뭐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다. 지프는 사막 아닌 사막을 달려 조그만 모래 언덕에 우리를 내려 준다. 아무리 모래사막은 아니어도 조그만 사구가 있다. 모래가 발목까지 빠지는 사구에서 미끄럼을 타고 논다. 이럴 땐 비료 푸대가 제격인데.. 아쉽긴 하지만 가이드가 끌어주는 미끄럼도 제법 속도가 난다. 내려올 땐 신나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다시 올라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대체 내가 몇 살이란 말이더냐... 간만에 애들처럼 놀아본다.

-

와디럼 사막

-

와디럼에서 일행들과

 

사구를 내려와 다시 지프를 타고 몇 군데를 더 들른다. 차를 타고 다니긴 하지만 동선은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사막에서 점심을 먹고 베드윈 텐트에서 차도 마시고 세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한다. 커다란 바위 옆에 천 한자락 둘러놓은 것이 오늘 밤 우리의 숙소란다, 뭐 당근 지붕은 없다. 아직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밤은 좀 다를텐데.. 걱정은 되지만 설마 얼어 죽으랴 싶다. 숙소 근처를 쏘다니다 해질 무렵 돌아오니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또 닭이다. 대략 파키스탄부터 아니 인도부터 고기라곤 거의 닭만 먹었으니 내 평생 먹은 닭보다 이 기간에 먹은 닭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감자랑 토마토를 함께 넣어 항아리에 넣고 찐 닭은 그간 먹었던 것보다는 맛이 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모닥불 옆에서 수다를 떨다가 긴 밤을 맞는다. 불을 피우고 잘 수는 없으니 침낭에다 담요까지 꽁꽁 덮어쓰고 눕는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별들도 보이고.. 그저 아침까지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만 안들었음 좋겠다는 게 유일한 바램이다.

 

바깥에서 본 숙소

-

숙소 내부

 

아침 일찍 차가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는 것으로 와디럼 1 2일 투어는 끝이 난다. 이제 아카바로 가서 이집트로 가는 배를 타면 요르단 여정도 끝이 난다. 12시에 떠나는 배니 시간은 충분하다. 결국 버스를 타고 아카바에 내려 항구까지 다시 택시를 탄다. 배표를 끊고, 얼마 안되는 요르단 돈을 이집트 파운드로 바꾸고, 출국 신고를 하고 배를 탄다. 열두시에 떠난다는 배는 두시가 넘어 출항하더니 여섯시쯤 이집트 누웨이바 항구에 도착한다. 다시 배를 내리는데 걸리는 한시간, 입국 신고하는데 삽십분 가량을 소비하고 여덟시가 넘어서야 항구를 나선다. 다시 택시를 타고 밤 열시가 넘어서야 다합에 도착한다. 집 떠난지 1 2개월 만에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이집트에 도착한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페트라> 페트라에서 길을 잃다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우리는 암만을 그냥 지나쳐 바로 페트라로 향한다. 이제 바이람도 끝났으련만 암만에서 하루를 더 묵고 싶은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요르단은 그리 크지 않은 나라라 어두워질 무렵 페트라가 있는 마을, 와디무사에 도착한다. 와디무사 역시 페트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보고 사는 마을일 뿐 마을은 별로 볼 것도 없고 인심이 좋지도 않는 소문인데 그나마 게스트북을 읽고 나니 더욱 정이 가길 않는다, 게스트북의 내용이라야 온통 어느 가게는 바가지고 어느 호텔은 어떻게 사기를 치고 하는 내용뿐이다. 어차피 페트라를 보려고 온 마을이니 페트라만 보고 떠나면 그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원래 계획은 그랬다. 페트라의 입장료가 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할인 된다니 이일권을 끊자. 그리고 나서 오늘은 저녁 늦게 도착했으니 다음날은 마을이나 어슬렁거리다 오후쯤 표를 끊어 페트라에 들어가자. 첫날은 분위기나 살펴보고 어디 한갓진 데 앉아서 일몰이나 보고 나와 그 다음날 나머지 부분을 천천히 둘러보자 뭐 이랬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오후가 되어서 매표소에 도착하니 학생할인제도는 한시적인 거라 지금은 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일권의 가격도 21디나르 거의 3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바로 계획이 수정된다. 일몰 보자고 만오천원이나 되는 돈을 더 낼 수는 없다. 결국 다음날 다시 오기로 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는 페트라의 배경이 되었다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틀어준다. 언젠가 TV에서 본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다시 보니 이 영화, 배우고 특수효과고 할 것없이 촌스럽기 짝이 없다.

-

와디무사의 야경

 

다음날 비록 빵나부랭이이긴 하나 점심까지 싸들고 일찌감치 페트라로 향한다. 간만에 맘을 단단히 먹고 나선 길이다. 비록 하루지만 구석구석까지 살펴보리라 맘먹고 매표소에서 나눠준 지도룰 살펴보며 동선까지 짜본다. 음 이렇게 저렇게 다니면 되겠군.. 입구에 들어서 바위로 둘러싸인 좁은 협곡을 지나 그 유명한 신전이 협곡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뭐 굉장한 장면이라도 숨겨져 있을 것 같았으나 보이는 모습은 더도 덜도 아닌 딱 사진에서 본 그대로다. 그럼그렇지 하면서도 드디어 패트라에 오긴 온 모양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협곡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검붉은 바위산들로 둘러싸인 페트라는 상상했던 것만큼 넓어보이진 않는다. 첫 번째 포인트인 왕들의 암굴 무덤을 둘러보고 두 번째 포인트인 수도원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뒤로 보이는 것이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그 신전이다

 

그저 수도원까지 가는 길이 좀 가파르다는 거 정도였을까.. 하지만 한시간 가량 올라가는 정도니 그리 힘들 것도 없다. 수도원을 돌아보고 다시 되짚어 내려오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다. 싸가지고 온 빵을 나눠 먹고 나도 아직 두시가 채 안된 시간이다. 세 번째 포인트는 일몰 지점이라는 데 너무 빨리 가도 기다려야 하니 뒤쪽 길로 슬슬 돌아기보자고 제안한 건 나다. 일행들도 페트라가 생각보다 작다고 느꼈는지 순순히 동의를 해 준다. 일단 돌아가는 길이라고 짐작되는 길로 들어서자마자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길은 이어져 있으니 어디로든 닿겠지... 세 번째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지점을 향해 슬슬 걸어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산책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여기는 입장료 내고 들어온 울타리 있는 관광지니 길은 어디로든 통할 거리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두시간쯤 시간이 흐르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페트라, 붉은 바위산 곳곳에 왕의 무덤과 신전들이 숨겨져 있다

-

계단을 따라 한시간쯤 걸으면 수도원이 나타난다

 

아무리 가도 세 번째 포인트로 짐작되는 곳은 나오지 않고 사방은 온통 바위산이다. 시간은 막 네시를 지나고 있으니 한시간 반쯤 지나면 해가 질 시간이다. 가장 현명한 벙법은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는 것이지만 이미 두시간이나 걸어온 우리는 나가는 시간이 엇비슷하게 걸리는 길을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길을 물어볼 만한 사람은 하나도 보이질 않고 우리 일행은 다시 아마 이쪽일거라고 생각되는 지점으로 방향을 잡아 협곡 사이를 계속해서 걸어간다. 협곡의 끝에는 뭐라도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가 되돌리는 발길을 잡은 셈이다. 협곡은 계속 깊어지더니 마침내 몇 개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바위를 넘는다. 저기 보이는 끝지점까지 가면 큰 길이 나올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하지만 우리가 끝지점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커다란 바위로 가로막혀 있다. 도저히 넘어갈 수도 없지만 넘어본들 그곳에 길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떨어질 시각이다. 벌써 해는 저녁 특유의 황금빛을 뿌리고 있다. 다들 말을 안 하지만 긴장된 표정이다. 결국 어두워지더라도 아는 길로 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지금은 다섯 시가 넘었으니 돌아간다면 세 시간 남짓, 어두워지더라도 아는 길이니 헤맬 염려는 없고 여덟시까지 처음 지점으로 돌아가면 아홉시까지는 매표소를 나갈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온 길을 되짚어 나간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느새 주위는 캄캄해지고 되짚어 가는 길이라도 이곳인지 저곳인지 길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다행이라면 그마나 달빛이 좀 있다는 정도일까.. 모두들 말없이 걷기만 한다, 한참을 정신없이 걸어나오다 보니 멀리 큰길이 보인다. 차가 다니는 길이니 아마 매표소로 연결된 길일 것이다.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시계를 보니 7시다., 세 시간에 들어간 길을 두 시간만에 되짚어 나온 셈이다.

 

큰길을 따라 걸으니 익숙한 길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매표소까지는 한 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결국 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여덟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나 오전에 패트라를 돌아본 시간을 제외하고도 거의 6시간을 쉬지 않고 걸은 셈이다. 이렇게 매표소까지 버젓이 있는 곳에서 길을 잃어버라다니.. 그것도 일헹이 넷이나 되면서.. 좀 황당한 생각은 들었지만 그나마 노숙 신세를 면한 개 어디냐 싶다, 다들 매표소를 나오고서야 한마디씩 한다. 입 밖에는 내지는 않았지만 다들 최악의 경우 하루밤 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나 역시 이런 날씨라면 춥긴 하겠지만 얼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부터, 물은 얼마나 남았나 그래도 라이타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지나갔으니 말이다. 그때는 노숙 안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었는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페트라에게 길 잃어버린 띨띨한 인간들이 우리 말고 또 있었을까.. 아무래도 없었을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암만>유령의 도시, 암만

결국 바이람의 축제 기분 한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암만으로 이동한다. 내가 굶은 것도 아니면서 라마단이 끝났다고 축제 운운 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중동 국가에서 온전히 라마단을 보냈으니 그 축제라는 것도 좀 보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한 암만은 유령도시가 따로 없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인지 축제는커녕 택시기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통 사람들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길거리의 상점도 거의 문이 닫혀 있다. 이들이 축제라는 건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명절 같아서 죄다 고향으로 떠나고 아무도 없는 건지.. 당최 점심 한끼를 먹을래도 문 연 가게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라마단 잘 지내고 바이람때 굶어 죽는거나 아닌지 모르겠다며 숙소부터 찾아보기로 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찾아간 숙소는 암만에서 배낭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하다는 곳이다. 뭐 시설이 좋아서 유명한 건 아니고 그 호텔?매니저가 친절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막상 찾아가보니 숙소는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방이라고 보여주는데 이건 창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매니저가 아무리 친절해도 저런 방에서는 못 자겠다며 일행들이 도리질을 친다. 뭐 나도 마찬가지다. 덜 친절해도 좋으니 그 시간에 청소나 좀 하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두 번째로 찾아간 숙소는 그전 숙소보다는 시설이 조금 나아 보인다. 하지만 방이라고 보여주는 곳은 거기가 거기다. 으이구.. 도대체 이 나라는 물가도 비싼 나라가 왜 이런 거야 싶지만 배낭여행자들 사이에 가장 유명하다는 숙소가 둘다 이 모양이니 다른데 가 봐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일단 짐을 풀고 욕실을 들여다보니 이건 더 가관이다. 도대체 청소를 언제 했는지 도무지 들어가고 싶은 맘이 생기질 않는다.

 

닫혀 있는 가게들을 뒤져 사온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나니 우리가 처한 현실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도무지 눕고 싶지 않은 침대와 샤워는 꿈도 꾸기 싫은 욕실 그리고 텅빈 도시.. 이제 축제에 대한 기대는 둘째치고 뭐 먹을 거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맘은 시내를 한바퀴 돌고 와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어차피 암만 시내는 별로 볼 것도 없지만 그나마 죄다 문이 닫혀 있다. 언덕 위에 있는 성채나 올라갈까 하다가 그도 저도 귀찮아진다. 암만 근처에 제라쉬라는 유적이 있다는데.. 이제 유적도 지겹구요, 아님 사해라도? 사해는 이스라엘에서도 갈 수 있다는데.. 다들 암만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 하다. 결국 하루밤만 자고 그냥 이스라엘로 떠나기로 한다. 아무래도 암만은 내가 기억하는 최악의 도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나마 암만에서 이 사진 한 장 찍었다. 문 닫힌 로마시대 원형극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