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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와디럼으로 향한다. 전날 본의 아니게 걸어다닌 후유증으로 삭신이 쑤시긴 하지만 이미 숙소에서 와디럼 투어를 예약해두었으니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라 새벽부터 죽을 맛이다. 투어를 신청하긴 했지만 투어 지프는 와디럼에서 출발한다니 새벽 버스를 타고 와디럼으로 가야 한다. 페트라에서 와디럼까지는 두시간 남짓 걸린다고는 하지만 이 놈의 버스는 이 호텔, 저 호텔로 사람들을 픽업하러 다니더니 예정 시간을 한시간이나 훌쩍 넘기고서야 와디럼으로 출발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꼭두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건데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 생각해도 약이 오른다.
게다가 이 놈의 버스 차장은 차비 이외에 1디나르의 짐값까지 별도로 요구한다. 우리가 무슨 이삿짐을 실은 것도 아니고 짐 값을 따로 받겠다니 그것도 1디나르씩이나 -말이 1디나르지 1,500원쯤 되는 돈이다- 무슨 소리냐며 따졌더니 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리값을 내야 한단다. 어쩐지 첨부터 짐칸에 짐을 못 넣게 하고 뒷자리에 싣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내라 못낸다 실갱이가 오가고 약이 오른 일행들이 자기 배낭을 무릎 위에 얹는다. 아제 됐냐고 물어보니 아무 말이 없다. 뭐 나야 도저히 배낭을 무릎에 올려놓을 처지니 아니니-무릎 나간다^^-그냥 뒷자리에 실어두었으나 일행들의 재치로 그냥 묻어간다.
우리가 투어지프를 탄 것은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우리 일행 넷과 미국애 하나, 그리고 가이드 겸 기사가 일행의 전부다. 와디럼은 사막은 사막인데 모래사막이 아니라 붉은 바위와 흙으로 이루어진 사막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배경이라는데 뭐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이때까지 아라비아의 로맨스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뭐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다. 지프는 사막 아닌 사막을 달려 조그만 모래 언덕에 우리를 내려 준다. 아무리 모래사막은 아니어도 조그만 사구가 있다. 모래가 발목까지 빠지는 사구에서 미끄럼을 타고 논다. 이럴 땐 비료 푸대가 제격인데.. 아쉽긴 하지만 가이드가 끌어주는 미끄럼도 제법 속도가 난다. 내려올 땐 신나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다시 올라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대체 내가 몇 살이란 말이더냐... 간만에 애들처럼 놀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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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럼에서 일행들과
사구를 내려와 다시 지프를 타고 몇 군데를 더 들른다. 차를 타고 다니긴 하지만 동선은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사막에서 점심을 먹고 베드윈 텐트에서 차도 마시고 세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한다. 커다란 바위 옆에 천 한자락 둘러놓은 것이 오늘 밤 우리의 숙소란다, 뭐 당근 지붕은 없다. 아직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밤은 좀 다를텐데.. 걱정은 되지만 설마 얼어 죽으랴 싶다. 숙소 근처를 쏘다니다 해질 무렵 돌아오니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또 닭이다. 대략 파키스탄부터 아니 인도부터 고기라곤 거의 닭만 먹었으니 내 평생 먹은 닭보다 이 기간에 먹은 닭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감자랑 토마토를 함께 넣어 항아리에 넣고 찐 닭은 그간 먹었던 것보다는 맛이 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모닥불 옆에서 수다를 떨다가 긴 밤을 맞는다. 불을 피우고 잘 수는 없으니 침낭에다 담요까지 꽁꽁 덮어쓰고 눕는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별들도 보이고.. 그저 아침까지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만 안들었음 좋겠다는 게 유일한 바램이다.
바깥에서 본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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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내부
아침 일찍 차가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는 것으로 와디럼 1박 2일 투어는 끝이 난다. 이제 아카바로 가서 이집트로 가는 배를 타면 요르단 여정도 끝이 난다. 12시에 떠나는 배니 시간은 충분하다. 결국 버스를 타고 아카바에 내려 항구까지 다시 택시를 탄다. 배표를 끊고, 얼마 안되는 요르단 돈을 이집트 파운드로 바꾸고, 출국 신고를 하고 배를 탄다. 열두시에 떠난다는 배는 두시가 넘어 출항하더니 여섯시쯤 이집트 누웨이바 항구에 도착한다. 다시 배를 내리는데 걸리는 한시간, 입국 신고하는데 삽십분 가량을 소비하고 여덟시가 넘어서야 항구를 나선다. 다시 택시를 타고 밤 열시가 넘어서야 다합에 도착한다. 집 떠난지 1년 2개월 만에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이집트에 도착한 것이다.
댓글 목록
k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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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랑 찍은 사진, 얼굴들은 웃고 있지만 부니기가 묘하네. 무슨 산상밀교랄까, 의식 거행 중인 것처럼 보임.^^ 근데 좀 더 광활한 사막 사진은 없나? 위엣건 좀 약해.부가 정보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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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삼~~^^:부가 정보
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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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넘었구낭..ㅋㅋ아라비아의 로맨스라니..예전에 그 영화보고 사막 한 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영화에 비해..) 감흥 안사네
여튼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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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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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멋지지 않아? 샤워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ㅋ부가 정보
일산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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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사람들은 한국에서 바로 옮겨다 놓은거 같은데 숙소며 풍경은 정말 이국적이다^^ 아주 아늑해보여. 이제 마지막 목적지 이집트 멋지다부가 정보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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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아카바라면.. 로렌스가 터키군이 점령하고 있던 이곳을 공격하기 위해서 길고먼 사막을 돌아서 공격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펼쳐지던 그곳이군.....^^:...근데 저 언니들 사진 포즈는 정말 깨는 거 같아요~ㅎㅎ:: ..옛날 여고생들 수학여행 온거 같잖아~..::::부가 정보
x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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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보고는 댓글을 달지 않겠다는 신념을 한낱 깃털 처럼 날리고^^ 에휴...어여 꽃피는 봄이왔음 좋겠어. 추워추워. 근데 담 행선지는 어디로 정하셨나?부가 정보
x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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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다 읽고 든 궁금증. 위의 참한 기독교인 언니들과는 술한잔 기울이지 못한 것인가? 아무리 중동지역이라지만 술 얘기가 넘 없네... 어여 다합의 이야기를 올려줘~부가 정보
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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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 산상밀교라.. 가이드 옷 탓이 큰 듯 하오. 글루 와디럼은 사막 자체가 저리 생겨 먹어서리.. 하지만 시와사막 사진은 좀 낫지 않을까 싶긴 한데..<투덜> 뜬금없지만 아직 1월이니.. 당신도 복 많이 받으삼!!
<시드> 1년 4개월이 넘었소이다. 난 돌아가면 아라비아의 로렌스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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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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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 사막에서 샤워라니.. 떽 너무 사치한 생각이오.<일산여행> 멋지긴 개뿔.. 이집트 이후를 생각안해둔 벌로 이집트에서 석달이나 있었다는^^
<투덜> 헉, 그냥 여고생도 아니고 <옛날> 여고생.. 그 친구들 이제 20대 중반이오.
<조커> 술이라야 맥주 한두병이 고작이오, 맥주마시기엔 이곳 날씨가 너무 춥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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