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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삽질 끝에 숙소를 옮긴 뒤 침낭까지 빨고 나니 긴장이 쫙 풀리는 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나마 예루살렘성 주변의 교회 몇 군데를 둘러보고 나니 딱히 더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일행들을 슬쩍 떠 본다. 이스라엘에서 사해간다며... 차비가 너무 비싸요, 마사다성은 안 갈래? 관심 없어요, 내 일행들도 그저 지치는 모양이다. 더구나 부엌 있는 숙소로 옮긴 뒤부터는 밥만 해 먹어도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그냥 예루살렘 주변만 보고 떠나지 뭐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생각 하나가 뒤꼭지를 잡는다. 팔레스타인 지구에 가봐야 하는데.. 사실 예루살렘성이야 아랍지구, 유대지구, 기독교지구 등으로 나뉘어 있고 지금 내가 묵고 있는 숙소도 아랍 지구에 있으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야 지겹도록 보는 셈이지만 왠지 그 곳에 한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차피 가자 지구는 현재 외국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니 들어갈 수 없고 그나마 서안 지구 중에서는 베들레헴이 가장 들어가기가 그나마 쉽다고 하니 그곳에나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들레헴이 워낙 유명한 성지이다 보니 팔레스타인 지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출입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또 뭐가 보고 싶은 거냐고,. 결국 팔레스타인 지구라는 곳을 관광하고 싶은 게 아니냐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눈으로 한번 보고 싶은 것뿐이라고 애써 위안을 한다. 일행들에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니 세 명의 기독교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귀찮아요..다. 뭐 그 기분도 이해가 된다. 간만에 혼자 설렁설렁 걸어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팔레스타인 지구 앞에 내린다. 눈앞에 긴 담장이 쳐 있고 담장 위로는 군데군데 감시초소까지 설치되어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전 지역을 저런 담장으로 둘러칠 예정이라더니 얼핏 봐도 수용소가 따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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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있는 포스터들, 이스라엘과의 싸음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포스터라고 한다.
국경도 아닌 곳에서 다시 여권 검사를 받고 팔레스타인 지구 안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별다른 제지는 없다. 이곳부터 예수가 탄생했다는 교회까지는 택시를 타야 한다. 입구부터 늘어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긴 한데 부르는 택시비는 만만치 않다. 어차피 교회가 목적은 아니니 슬슬 걸어가 보기로 한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현지인 아저씨에게 예수탄생교회 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 차에 태워준단다. 탈까 말까 망설이고 있으니 공짜라며 다시 타라고 재촉이다. 에라 모르겠다, 길도 모르는데 지금은 그냥 타고 올 때 걸어오면 되지 싶다. 예루살렘에서 교사 생활을 한다는 이 아저씨의 차를 얻어 타고 예수탄생교회까지 간다. 체크포인트에서 교회까지는 그리 먼거리가 아닌 듯 몇 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차를 타고 올 때는 한산하기만 하던 거리가 어느새 관광객으로 가득차 있다. 대부분 관광버스를 타고 와 교회만 들러보고 떠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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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탄생한 자리란다
예수가 탄생한 마굿간 위에 세웠다는 교회에 들렀다 교회 주변을 걸어 다녀본다. 시장도 집들도 아랍 국가들에서 본 여느 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듯한 젊은이들의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동네를 둘아 보고 오던 길을 되짚어 걸어온다. 교회 부근은 벗어나자 시내는 다시 사람의 흔적도 없이 조용해진다. 그러다 어디쯤에서 길을 잃는다. 그리 먼 곳도 아니었으니 걸어가다 보면 어딘가 나오겠지 하고 그냥 아무데로나 걸어가 본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아까 내린 곳은 아니지만 예루살렘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 나온다. 하긴 저 장벽을 통해서 다녀야 한다면 이곳 사람들은 차를 몰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을테니 어딘가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차를 타고 나가는 길 역시 결국 검문을 피할 수는 없다. 도로에 있는 검문소에서는 차에서 사람을 죄다 내리게 한 뒤 사람 따로 차 따로 다시 검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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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시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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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시장2
결국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팔레스타인 지구를 눈으로 한번 스쳐 지나왔을 뿐인데 무슨 숙제라도 한 것처럼 이제 떠나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뭔지.. 대체 내가 뭘 보러 다니는 거지.. 답도 없는 물음에 며칠을 씁쓸한 맘으로 보내다 다시 요르단으로 돌아온다. 6시간 만에 들어온 예루살렘을 나가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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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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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이랑 포스터를 보니 맘이 짠하네. 이주영특파원, 수고하셨습니다.부가 정보
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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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장벽...부가 정보
phil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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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고 믿는 자가 진복자라고 떠들면서 저런 표식은 뭐하러 만들어 놓는건데? 찾아오는 관광객내지 신자에 대한 배려?부가 정보
일산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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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 떠나는 육로여행자에게 이런 벽이 가로놓이다니 정말 아이러니다. 국경이 사라지는 시대에 인위적인 장벽 과연 그안에서 안전할까 정말 웃긴다부가 정보
x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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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 정착촌 사진도 참 가관이었는데...장벽도 참, 답답하네..부가 정보
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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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 종군기자에 특파원까지.. ㅋㅋ 누가 월급이나 줬으면 좋겠다.<바이러스> 보면 왕창 우울해진다니..
<필리> 진복자.. 이런 전문용어를 쓰다니.. 당신도 빵준다는 유혹에 빠져 교회깨나 다닌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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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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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주민> 저런 거대한 수용소를 만들어서 팔레스타인들의 저항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깜찍하지 뭐..<조커> 이스라엘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되는 나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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