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므이네> 과음에 성공하다

므이네로 가는 투어버스가 결국 말썽을 부린다. 티켓을 구입할 때는 오전 7시 30분 출발로 되어 있었는데 컨펌을 하러가니 새벽 4시에 나오란다. 7시 30분차는 나짱으로 갔다가 므이네로 가니 그걸 타든지 맘대로 하란다. 결국 3시 반에 일어나 버스를 탄다. 타고 보니 손님은 나 혼자다. 너 혼자니 못간다 안한게 차라리 고맙게 느껴진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산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더니 이 버스 떠난 지 3시간만인 6시 50분에 므이네에 내려준다.  -보통 투어버스로  6시간 걸리는 길이다- 내 총알택시는 들어봤어도 총알버스는 난생 처음이다^^ 뭐 그 와중에도 창문에 머리박아 가며 잤으니 나도 할 말은 없다.


달랏에서 이틀을 함께 보낸 친구의 버스는 정상적으로 7시 30분 출발이고 이 친구와 나짱에서 만나 므이네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또 다른 친구도 오후에 도착 예정이니 대충 조용한 리조트 트리풀룸을 잡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어 만나기로 한카페에 나가보니 한시에 도착한다던 친구의 친구도, 2시에 도착 예정인 친구도 2시 반이 넘도록 보이지 않는다. 괜히 트리풀룸은 잡아가지고.. 이러다 침대 세 개 번갈아가며 쓰며 하루밤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된다. 세시가 조금 못 되어서야 이래저래 모두 만나게 된다. 게다가 그 카페에 있던 또다른 남자 여행자와 친구의 친구는 이미 호치민에서 만난 적이 있는 관계라 4명이 자연스럽게 일행이 된다. 워낙 해변에서 혼자 지내는 것에 질려 있던 터라 므 이네도 그냥 피해갈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덕분에 재미있는 이틀을 보낸다.


므이네에서 묵었던 타이호아 리조트


리조트에서 바라본 바다


므이네는 생각보다 리조트 사이가 떨어져 있어 리조트네에서 밥을 먹지 않는 한 거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한명은 남자여행자의 오토바이에 타고 두명은 오토바이를 섭외해 그랜드캐년, 샌드듄, 피싱 빌리지등을 간단히 돌고-뭐 말이 그랜트캐년이지 그냥 붉은 라테라이트 토양이 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제법 볼만한 경치를 만들어낸 곳이며, 샌드듄도 건조한 기후 탓에 일부가 사막화 되어 있는 곳이다. 어느 곳이나 동네아이들이 가이드를 자처하며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현지인들에게 유명하다는 해물전문식당으로 향한다. 므이네에 두 번째 온다는 남자 여행자가 이미 혼자 다녀온 식당이다. 우리네 수산시장처럼 살아있는 해물을 고르고 요리법을 정해 주문하면 되는 식당인데 새우, 게, 홍합과 굴을 튀기거나 쪄 달라고 한다. 이미 과음이 나의 최대 소원임을 밝히고 소원풀이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은터라 과음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나름 그랜드캐년


여기는 나름 사막


해물 한상차림


술자리는 숙소로 이어져 파도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 호치민에서 두달 살았다는 가장 먼저 만난 친구는 앙코르와트 여행 후 귀국 예정이고, 두 번째 만난 여행자는 호주에서 귀국길에 호치민에서 스톱 오버해 여행중인데 역시 앙코르와트를 갔다가 귀국예정이란다. 마지막으로 만난 남자 친구는 하노이로 인해서 한달간 여행을 마치고 담날 호치민에서 귀국 예정이다. 남자 친구는 귀국이지만 나머지 셋은 일단 메콩델타를 타고 프놈펜까지는 같이 가기로 합의를 본다. 아마 나머지 두 친구는 앙코르와트까지 동행하게 되겠지만 나는 프놈펜에서 시하눅빌과 깜뽓으로 빠지게 되니 동행은 어려울 것 같다. 베트남은 5시 30분이면 해가 지는 탓인지 술자리가 제법 길어졌는데도 잠자리에 든 시간은 12시를 간신히 넘어있다. 아무래도 해뜰 때까지의 과음은 일산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싶다^^ 


담날은 어느 날보다 맑은 날씨다. 날씨 탓인지 바다 빛깔도 전날보다는 제법 푸른빛을 띠고 있다. 리조트 앞에 있는 해변에 나가 누워있는다. CF에서나 볼 법한 하얀 비치용 의자에 누워 있으니 배낭여행자가 아니라 그냥 휴가라도 온 것 같다. 맥주가 다시 한병씩 돈다. 이번엔 여행오고 처음 낮술도 먹는다. 역시 가끔은 일행이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므이네에서는 그저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오토바이 소리도, 뭔가 사라는 현지인들의 구애도 없는 이틀을 보내고 나니 베트남에서 가장 번잡하다는 호치민으로 갈일이 꿈만 같다. 이제 호치민에서 삼사일만 보내면 베트남 여행도 슬슬 마무리가 된다. 첨에 언제 거기까지 내려가나 아득했던 것에 비하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 셈이다. 그래도 하노이를 겪어봤으니 그럭저럭 살아지겠지 하며 익숙하게 짐을 싼다.


하루에 대부분을 이렇게 누워서 보냈다. 부럽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