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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트럼프 만난 '극우' 손현보 목사, 이 사진 한장이 던진 경고는?

[원동욱의 외교광장] '동맹 신화'를 넘어 당당한 주권외교로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6.08.09. 08: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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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악관에서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서울 외교가와 국내 정국에 가볍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헌정질서 관련 수사 대상에 오른 특정 종교 인사, 세계로교회 손현보와 그 가족이 미국 MAGA 운동의 핵심 네트워크를 거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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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류를 대변하는 극우인사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부임과 초기 행보가 맞물리면서, 한미 관계의 외연을 둘러싼 외교적 리스크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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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개인의 미국 방문이나 종교적 친교 수준을 넘어, 윤어게인과 같은 국내 극단주의 세력과 미국의 종교·정치 네트워크가 정통 외교 채널을 우회하여 결탁할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외교당국과 정부가 이 상황을 소극적 관망으로 일관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 리스크의 본질을 세 가지 차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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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국익 판단을 제약해 온 '동맹 절대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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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본질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공적 약속이자,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대 국가의 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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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내 특정 정파나 정치 네트워크와의 결속을 국익과 동일시하는 맹목적 태도는 외교적 자율성과 주권을 위협하는 약점이 되어 왔다. 국내 정당성을 상실한 세력이 미국의 정치적 후광을 빌리고, 미국의 특정 정파가 이를 종교의 자유나 민주주의 수호로 포장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동맹의 공적 신뢰는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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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동맹을 신성불가침의 신화로 바라보는 종속적 시각을 탈피할 때, 비로소 국익 중심의 당당하고 실용적인 외교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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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국 MAGA 네트워크와 국내 극단주의 세력 간 연대가 초래할 사법 주권 침해와 민주주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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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백악관 접견을 중개한 롭 맥코이 목사, TPUSA Faith, 그리고 이와 연계된 국내 단체들의 움직임은 외교당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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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헌정질서 교란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세력이 해외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이를 '정치적 보복'이나 '종교 탄압'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외세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하는 행위다. 헌정 절차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세력이 국제적 연대를 형성할 경우 민주적 제도의 기틀은 빠르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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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한대사관을 비롯한 미국 측 공식 외교 라인이 정통 채널 대신 이러한 사적 네트워크의 편향된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외교당국의 확실한 라인 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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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종교의 자유와 사법 주권 행사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외교 무대에서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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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에서 신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이나 헌정 부정 행위까지 보호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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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당국은 미국 정부, 의회, 주한미국대사관을 상대로 한국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법 집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당한 사법 절차임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미측 주요 인사들이 편향된 정보에 노출되어 한국의 사법 주권을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이고 공식적인 외교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사법 주권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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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 정부와 외교당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이나 대립은 아니다. 한·미 동맹의 엄중함을 공유하는 대등한 동반자로서, 주권자 국민이 요구하고 승인한 '동맹 신화'를 탈피한 당당한 실용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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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우리 외교·안보 당국은 해외 정치·종교 네트워크가 국내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외교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미 외교 사절단과의 공식 소통 채널을 견고히 다짐으로써 사적 정치 결탁이 양국의 공식 외교 정책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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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되 불법과 헌법 부정 행위에는 법적 책임을 엄정히 묻고, 외세의 부당한 개입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때 비로소 한·미 동맹은 더욱 대등하고 견고한 동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손현보 목사가 가족들과 함께 7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손현보 목사, 가장 오른쪽이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석 고문. ⓒ 백악관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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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3일 반드시 조희대 탄핵안 상정하라”…203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8/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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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203차 촛불대행진’이 8일 오후 6시 대법원 인근에서 무더위를 뚫고 진행됐다. 

 

  © 김영란 기자


‘참정권침해 전문범죄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수사하라!’를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2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통일대행진단 단체복을 입은 대학생,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힘찬 구호로 집회를 시작했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미국 방해 물리치고 호남반도체 성사하자!”

“자주없이 경제없다! 자주로 살길 찾자!”

“호남반도체 방해 백린유출 미7공군 박살내자!”

“과거사부정 독도침탈야욕 일본을 응징하자!”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어제 촛불행동은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에게 조희대 탄핵 공동입장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당론 채택과 조희대 탄핵에 앞장서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라며 “민주당은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반드시 조희대 탄핵 소추안을 상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미셸 스틸 부임 이후 미국의 내정간섭과 극우내란세력의 준동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이 틈을 타고 조희대가 김건희 석방과 내란 무죄 선고를 시도할 수 있다”라며 “내란 청산과 미국의 내정간섭을 제압하는 투쟁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윤경황 독도수호원정대 대장은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대일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이어가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라며 “일본은 식민지 범죄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없으며, 침략 야욕을 버린 적이 없는 군국주의 침략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이런 일본과 경제협력을 넘어 전쟁을 부르는 군사협력까지 추진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나?”라고 물으며 “우리의 주권을 침탈하려는 국가와의 군사공조는 적에게 우리의 앞마당을 내어주는 행위나 같다”라고 외쳤다. 

 

▲ 윤경황 대장(가운데)과 독도수호원정대 대원들.  © 김영란 기자


오해연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대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경제 번영, 평화를 위해 미 7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공군기지를 항의 방문”했는데 “(주한미군이) 몸을 짓누른 채 수갑을 뒤로 채우고 학생들을 짐짝처럼 끌고 갔다”라고 했다. 

 

이어 “평택경찰서 경찰들은 미군이 대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이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을 연행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외치는 구호를 조롱하고, 이중으로 수갑을 채웠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면회까지 차단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박근하 대진연 9기 통일대행진단 총단장은 “통일대행진단이 전국을 다니며 뜨겁게 외칠 네 가지 구호가 있다”라며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자! 주권모독 전쟁강요 미국을 몰아내자!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 국가보안법 철폐하자! 군국주의 부활 일본 정부 규탄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한민국 국민이 결정할 권리, 진정한 국민주권이 꽃피는 자주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해 대학생이 앞장서 투쟁하겠다”라고 다짐했다. 

 

▲ 왼쪽부터 권오혁 공동대표, 오해연 회원, 박근하 총단장.  © 김영란 기자


박대윤 국민주권당 홍보위원장은 “미국은 중동 여러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명분은 단순하다. ‘미국이 너희를 지켜주겠다! 그러니 땅을 내놓고, 돈을 내놓고 미국에 안보를 맡겨라!’”라고 설명하고 “(이란전쟁이 일어나자) 중동의 미군기지들은 이란의 타격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미군은 제대로 막지도, 대응도 못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미국과 손을 잡고 평화나 안보가 가능하겠나? 한미동맹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인 주한미군기지를 즉각 철수시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이해연 동작관악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반성도, 사죄도, 배상도 할 의지가 전혀 없다”라며 “일본은 결코 우리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앞집에서 칼을 갈고 있는 전쟁 국가이며, 침략자 전범국가”라고 주장했다. 

 

또 “기가 막히게도 우리 정부가 위협적인 일본의 전략에 오히려 동조”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군사공조를 할 것이 아니라, 전쟁범죄를 감추고 왜곡하는 데 급급하며 과거 제국주의의 망령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본에 귀싸대기를 날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 박대윤 홍보위원장(왼쪽)과 이해연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강남역까지 행진했다. 

 

김태성 청년촛불행동 운영위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한덕수, 이상민 사건 상고심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법관 전원이 모이는 전원 합의체로 넘겼다”라며 “전원 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바꾸거나 아주 특별한 때만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미 명확하게 유죄 판결이 난 내란범들의 재판을 왜 굳이 전원 합의체로 가져갔겠나? 1심,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내란범들에게 무죄를 주기 위한 작전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2월 3일 계엄의 밤 광장으로 달려 나왔던 그날처럼 8월 광장으로 다시 모여 조희대를 반드시 탄핵하자!”라고 호소했다. 

 

▲ 김태성 운영위원.  © 이영석 기자


촛불행동은 다음 주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15일 오후 4시 광주 군공항 앞에서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 대진연 노래단 ‘빛나는청춘’이 「불태우자」, 「그깟 동맹」, 「우리가 바라는대로」, 「너와 내가」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탄핵 바람이 분다!” -가수 백자.  © 김영란 기자

 

▲ “외출 자제하라는 재난 문자 뚫고 여기까지 모여주신 선생님, 동지, 우리 청소년, 여러분 모두 존경하는 마음에서, 청년들께 주셨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서 얼음물 준비했습니다.” -조하경 청년촛불행동 회원.  © 김영란 기자

 

▲ “조희대 탄핵 해야겠죠. 그다음에 전쟁 위기 불러오는 주한미군 철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통일과 민주주의, 인권을 짓밟는 국가보안법 폐지도 해야겠죠. 우리 앞에 놓인 개혁의 과제들을 우리 청년학생들이 가장 앞장서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부산경남대학생진보연합 신입생.  © 김영란 기자

 

▲ “이번 주에 미군 부대에 들어갔던 학생들 3명이나 구속되지 않았습니까? 온몸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자주를 지켜주시는 청년들에게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 “재판이 굉장히 많아서 과로에 시달린다는 대법관들이 있는데도 조희대는 추가 대법관을 뽑지 않는다. 조희대의 손과 발이 되어서 내란범들을 최종 무죄해 줄 사람이 대법관이 되어야 할 텐데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변은혜 노원중랑촛불행동 대표.  © 이영석 기자

 

▲ “일본은 극우이념과 군국주의 사상으로 채워진 방위백서를 발표했고, 여기서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22년째 저러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다. 미 국무부 사이트 지도에는 우리 땅에 독도가 제외되어 있다.” -유장희 청년촛불행동 사무국장.  © 이영석 기자

 

▲ “5.18 당시 광주 시민은 내일의 역사가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라며 목숨을 바쳐 싸웠다. 5.18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이 내란을 막아냈고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호남에 진 빚을 갚자. 호남 반도체 핵심 과제 광주 군공항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다음 주 토요일 광주로 전국의 촛불이 모인다.” -오주성 마포은평서대문촛불행동 회원.  © 이영석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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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게 뭐가 어때서?

[박세열 칼럼] 보수의 '현실주의'와 이재명 정부의 '용기'를 기대한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8.08. 06: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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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북 정책은 전통적(?)으로 국내 정치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 등 서로에 대한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좋은 이상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휘말리면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답한 데에서 드러난 건, 대북 정책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 옭죄고 있는 프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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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에서 우리는 '현실주의자(리얼리스트)'들의 면모를 보게 된다. 정동영 장관은 '변화하는 북한의 전략'에 맞춰 우리도 '현실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현실론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보수 세력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며 또 다른 '현실론'으로 반박한다. 나는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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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은 종종 이상주의적이라고 오해를 받았는데, 그 오해를 깰 때가 됐다.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이 대북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북한을 민족주의적 특수성의 틀로 보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보수 진영은 "북한을 국제정치의 행위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틀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학계가 지속적으로 견지한 주장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남한의 담론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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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이 먼저 '현실주의'로 눈을 돌렸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남북은 외국과 외국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정동영과 같은 인사들이 '현실주의자'가 된 건 어쩌면 중대하고 흥미로운 변화다. 진보 진영은 기존의 특수관계 프레임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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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히려 '현실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보수 진영이 이같은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 북한의 '적대적 두국가론'은 보수 진영이 주장해 온 내용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 핵심 인물인 김태효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적대적 두 국가론'의 원조 격이다. 현인택, 남성욱 같은 학자들도 북한 문제를 '힘에 기반한 국제정치의 논리'로 풀어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같은 정책에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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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들의 '현실주의'는 '힘에 의한 억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과 달랐지만, 지금 북한의 변신과 진보진영의 현실주의를 따져보면 보수 진영의 이론이 오히려 지금 상황에 일부나마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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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포착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진보, 보수 진영 모두의 과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진보 진영은 변화한 상황을 따라가며 과거 터부시했던 보수 진영의 '현실주의'를 수용하려 하는데, 보수 진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주적' 개념 변경이나, '조선으로 국호를 부르자'는 주장에 경기를 일으키며 반발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거래를 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갈라치기' 글로벌 구상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북한인 셈이다. 북한의 '뒷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 핵을 없앨 수 있다거나, 북한이 저절로 붕괴되기를 바라는 게 바로 '이상주의'에 가까운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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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북한이라는 명칭을 바꾸면 안보가 흔들린다'는 주장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미사일 탐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적'이라는 표현을 조정한다고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군의 전투력은 정보자산, 지휘체계, 첨단무기, 훈련 수준, 동맹과 산업 기반에서 나온다. 정치적 수사는 정책을 설명하는 도구일 뿐, 전투력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아니다. 보수 진영은 흔히 "주적 개념을 없애면 군의 정신력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군사력은 정치적 구호 하나로 유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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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대응하느냐다. 현실주의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가는 도덕이나 이념보다 생존과 국익을 우선한다. 상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제로 어떤 능력과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전략을 세운다. 안보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변한 적을 과거의 모습으로 계속 상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스스로 프레임을 바꾸었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인식에 머물지 말고, 변화한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대북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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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는 언어가 전략을 왜곡할 수 있다. 북한이 이미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정의했는데도 우리가 과거의 특수관계라는 틀만 반복한다면, 북한의 전략 변화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대응 역시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두 국가론을 인정하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상대가 어떤 전략을 채택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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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 상대를 악마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정확히 읽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자는 것은 안보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한 현실 위에서 더 강한 안보와 더 일관된 대북전략을 세우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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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을 창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반공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라고 틈만 나면 강조했다. 햇볕정책이 결코 일방적 유화책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북한의 어떠한 무력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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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조선이라 부르고, 주적을 '위협'으로 바꾸는 것은 '이재명 정부 현실주의 외교'의 시작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좀 더 담대하게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지난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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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극한 가뭄 때 기증 받은 '생명수', 뜯지도 않고 폐기한 강릉시

▲강릉시 홍제정수장에 쌓여있는 생수병들. 지난해 '극한 가뭄' 당시 전국으로부터 기부받은 것들이다. 앞에 검은 봉지는 물을 정수장에 쏟아붓고 난 뒤 남은 생수병을 모아둔 것.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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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가 지난해 가뭄 재난 당시 기증받은 구호용 생수 1천 톤을 배부하지 않은 채, 정수장에서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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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릉시는 최근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강릉홍제정수장 야적장에 2리터 생수통 약 1천 톤을 쌓아둔 채 폐기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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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생수는 지난해 강릉 가뭄 사태 당시 각계각층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현재 포장도 뜯지 않은 미개봉 상태다. 유통 기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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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쌓여 있는 생수병 속 물을 정수장 침전지로 흘려보내고, 빈 물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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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봄 가뭄 대비해 비축했다"지만... 여름 동안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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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홍제정수장 야적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생수. 강릉시는 지난해 가뭄 재난 당시 전국에서 기증받은 생수를 그동안 보관해오다가 최근 폐기를 결정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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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릉시는 극심한 가뭄으로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24일간 재난지역으로 관리 됐다. 당시 전국에서 답지한 구호용 생수는 지난해 9월 16일 기준 총 800만 병(1만2474톤)에 달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생명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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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강릉시는 "198만 병은 1차로 시민들에게 제공됐으며, 잔여 재고 600만 병도 2차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배부를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최근 당시 기증받은 생수 중 일부가 그대로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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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받은 구호용 생수 중 일부를 봄 가뭄 등을 대비해 비축해뒀다"라며 "오는 8월~9월 사이 유통기한이 만료가 되어 정수장을 통해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폐기하지 말고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유통기한이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걸 나눠주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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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는 올해 봄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통기한 만료가 다가오기 전에 서둘러 배부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호물품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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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아까운 생수를 정작 물이 없을 때는 나누어 주지 않고 왜 저렇게 폐기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지역 식당에 나누어줘도 모두 가져갈 텐데, 어디에 두었다가 버리는 건지 참 한심하다"며 "생수를 기증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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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는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김홍규 시장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중남 시장 체제로 바뀐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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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홍제정수장 야적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생수. 강릉시는 지난해 가뭄재난 당시 전국에서 기증 받은 생수를 그동안 보관해오다 최근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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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장관, 통일원로들 만나 "바늘구멍조차 막혀있어 답답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8/08 08:53
  • 수정일
    2026/08/08 08: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선' 호칭.."새로울 일 아니다. 왜 그렇게 겁내나", "중요한 건 '적대성' 불식" 의견도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8.07 16:58
  •  
  •  수정 2026.08.07 17:19
  •  
  •  댓글 0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1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토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1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토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7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틀 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선의와 다른 정쟁 유발' 등 지적이 나온 뒤여서 이날 모임에 관심이 쏠렸다.

차담회에는 정동영 장관을 포함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오찬 전 차담회 전체를 기자들에게 공개한 정 장관은 이 모임이 두달 전 계획된 모임이었다고 하면서 참석자들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이자 종교·시민사회·학계에서 그 정신을 이끌고 뒷받침해 온 인사들이라고 소개했다.

정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그저께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메아리없는 함성처럼 느껴지겠지만 평화공존 정책을 인내심을 갖고 흔들림없이 이끌고 나가야 된다고 강조하셨다"라고 하면서 "사실 메아리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년동안 노력을 한다고 해 왔지만 북은 여전히 강고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더불어 1년 2개월 전에 우리는 대북 적대 대결을 내려놓았다. 이미 그건 청산했다"며,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평화공존 시대를 열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바늘 구멍조차 막혀 있는 상황이어서 좀 답답하다.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업무보고에서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평화공존의 출발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 마치 통일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처럼 보도가 됐는데, 그것은 좀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업무보고 전날 기자들에게 사전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이는 통일부가 끌고 갈 일은 아니고 공론화를 먼저 한 뒤 국민여론의 성숙되어야 한다"고 설명을 했는데 압축해서 보고해야 하는 업무보고 시간에 '선 공론화 후 국민여론 성숙' 언급이 빠졌다는 것.

이어 "분단사 80년 동안 최대의 사건은 6.15"라며 "2000년 6.15 이전까지 우리는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적대하고 대결하고 증오했으나 6.15를 전환점으로 하여 남과 북의 지도자가 서로 손을 맞잡고 적대와 대결을 청산했으며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했다"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주도하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성사시킨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유엔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서 체결, 6.15정상회담 과정을 복기하듯 살피며 '두개 국가'론, '평화와 통일'의 문제, '조선' 호칭 등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정동영 장관 [사진-통일부 제공]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정동영 장관 [사진-통일부 제공]

임동원  전 장관은 평화와 통일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 즉 '선 평화 후 통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이 이룩한 합의이며, 역대 민주정부 정책의 근간이었고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6.15 공동선언 합의의 핵심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는 통일이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갑자기 될 수 없으니 점진적·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이는 즉각 통일부터 하자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갖고 있던 북이 김대중 대통령의 설득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이 긴 시간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만났는데, 남북이 서로 다른 통일방안을 갖고 있어서는 제대로 될 수 없으니 통일문제에 대한 '공통 대론'을 정리해 보자고 해서 나온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또 1991년 9월 남북 유엔 동시가입 과정을 설명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주체가 존재한다는 걸 서로 인정하게 됐다"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조선' 정책을 고수하던 북이 '각각 두개의 국가로 유엔에 가입하면 분단이 고착된다'는 논리로 끝까지 반대해서 동시가입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은 결렬되었으나,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게 되었다는 것.

이후 북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과 북이 UN에 공동 가입해서 국제적으로는 각각 주권 국가이지만 '남과 북의 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로 보지 말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라는데 합의를 하고 그해 1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임 전 장관은 남북 사이의 화해와 교류협력, 불가침, 그리고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명시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지난 30년간 남북이 함께 지켜왔으나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상태의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면서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는 이미 남북은 한반도에 두개 국가를 서로 인정했으며, 정전협정이 아직 유효하니까 법적으로 교전상태라는 것도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짚었다.

또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주변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문원총리 연형묵의 서명으로 채택했으며, 6.15남북공동선언에도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이름으로 공식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 조선이라는 말을 쓰자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

임 전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 문제가 앞이 잘 안보이기도 하고 갑자기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평화공존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평화를 왜 하려고 하나. 앞으로 통일하기 위해서 평화를 먼저 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정부는 통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앞으로 '통일지향 평화공존 정책'이라고 부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991년 12월 13일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 연형묵 이후에 정식 국호를 쓴 남북 합의서가 100개가 넘는다"라며 "문서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그렇게 써 놓고 이제 말로 좀 하자는데 왜 이렇게 겁을 내죠"라고 반문했다.

백낙청 선생은 "공식석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호칭한 것은 1991년 유엔동시가입 이후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노태우 대통령이었다"고 하면서 "서로 별명을 부르자는 것도 아니고 호적에 있는 이름 서로 불러주자는 건데 그걸 못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오만한 것이고 싸우자는 얘기 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름을 불러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조선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이름을 불러줘 봤자 그 효과가 없다"며, "나토정상회의나 G7 정상회의 같은 데 가서, 그게 다 북을 적대시하는 모임들이고 거기 있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도움이 될 분들도 아닌데 '비핵화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하면서 그걸 무슨 외교적 성과인 것처럼 하면 이북에서 볼 때는 국호 호칭을 제대로 해봤자 적대적 행위, 적대적 국가관계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감안할 것을 당부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방침을 어떻게 확정해서 어떻게 실행할지는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쓸데없이 이런 얘기 좀 그만해라는 정부의 방침이 세워졌을 때는 굳이 그렇게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 전에 해봤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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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맘 편히 눈감겠다"…이 대통령, 국가폭력 사건 첫 사과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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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8.07 20:45

  • 수정 2026.08.07 21:00

  • 댓글 0

"국가 책임 유효기간 없다"며 고개 숙여

녹화사업·삼청교육대·납북어부 등 초청

"국가가 남긴 상처, 국가가 끝까지 치유"

피해자들 대통령 사과에 눈물 흘리기도

억울한데 민사까지…배상 제도화 건의

이 대통령 "인권 존중받는 세상 만들 것"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참석자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8.7. 연합뉴스

"지나간 세월을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로 이제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납북귀환어부 사건 피해자 신평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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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7일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며, 국가폭력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대통령이 개별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피해자들은 "오늘 새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감사를 전하는 한편, 진실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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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가폭력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 오찬을 가졌다. 3기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 출범을 계기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오찬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송사교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국가폭력 피해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 자리에는 '순수'와 '평화' '존중'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흰 장미가 한 송이씩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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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눈부신 성장과 발전의 역사이면서도 동시에 국가폭력과 인권침해로 국민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던 굴곡의 역사"라며 "한국전쟁 속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무참히 희생됐고,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침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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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사건 ▲전교조 해직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사북 사건 ▲납북귀환어부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국가가 피해자들의 간절한 물음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정리라는 해묵은 숙제를 더이상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는 없다"며 "국가가 국민에게 남긴 상처를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치유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국가가 먼저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미처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최대한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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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면서, "다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국가폭력이 절대로 벌어지지 않도록, 단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자도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해방 이후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께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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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주4·3이나 5·18민주화운동 등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념식을 계기로 정부의 사과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개별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위로와 사과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최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참석자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8.7. 연합뉴스

1970년대 언론자유 투쟁을 벌이다 해직과 옥고를 겪은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강제 징집, 녹화·프락치 사업, 삼청교육 폭력 사태, 용공 조작, 노동 탄압, 강제 퇴직, 언론 유신화 등 독재 권력이 저지른 악행 탄압에 대해서 시한 없이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시는 이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드린다"며 "고문과 구타, 수형, 해직, 인권 탄압의 기억으로 시달려온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의 자세에 감명과 기대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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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교 진실화해위원장은 "주어진 기간에 조사 역량 강화와 직권조사 확대 등을 통해 충실한 진실 규명에 매진하겠다. 또한 피해자 유족의 숙원이자 피해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일 수 있는 피해자를 위한 배·보상법의 입법, 그리고 기록 관리나 연구 교육 등 과거사 과제를 계속 이어갈 과거사 재단 설립이 3기 위원회 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당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3기 진화위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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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에서는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참석자들이 각자 사연과 소감을 나누고, 건의 사항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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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귀환어부 사건 피해자인 김영수 씨는 17세에 오징어잡이 배를 탔다가 납북돼 1년 만에 귀환한 뒤 모진 고문과 옥고, 보안감찰 등 억울한 피해를 겪은 사연을 전했다. 김 씨는 "부모 형제는 저를 다 외면하고 어디가 사는지 지금 알 수가 없다"며 "사찰을 너무 심하게 받다 보니까 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기초수급자로 근근이 살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진화위 2기 때 권고결정이 내려져서 재심 신청을 했는데도 1년 넘도록 소식이 없다"며 "명예를 회복하고 인간답게, '빨갱이'란 소리 듣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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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식 씨는 중학생 시절 영문도 모른 채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학교 복귀 이후에도 낙인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온 사연을 전했다. 그는 "말타기, 활쏘기, 연날리기 등 좋은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어린 저로서는 들뜬 마음으로 그곳(삼청교육대)에 가게 됐는데, 도착하자마자 빨간 모자를 쓰고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대통령께서 오늘 이렇게 불러서 (위로와 사과)말씀해 주시는데 조금이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8.7. 연합뉴스

피해자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1980년 4월 전두환 신군부가 광부들의 파업을 유혈진압한 사북 사건의 피해자인 이원갑 씨(사북민주항쟁동지회 명예회장)는 소외된 광부들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진화위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2008년 1기 진화위는 사북 사건을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과 국가사과를 권고했고, 2024년 2기 진화위도 인권침해 사건으로 재결정하며 피해자 명예회복, 인권침해 재발 방지, 기념사업 지원 등을 권고한 바 있다.(☞관련기사 : 6월 29일자, 이 대통령, '사북' 국가폭력 첫 언급…국가사과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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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사건 피해자인 양창욱 씨(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 상임위원장)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활용 중인 옛 보안사령부 건물에 '국가폭력역사관'을 조성하고, 최근 해체된 방첩사령부 등이 보유한 의문사와 국가폭력 관련 기록물이 철저히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보안사 주도로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강제로 제적·휴학시켜 군대로 강제징집한 뒤, 동료 학생·단체를 감시하도록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의문사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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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동일방직노조 탄압 사건 피해자인 이총각 씨(청솔의집 위원, 사건 당시 동일방직 노동조합 지부장)는 "경제·산업 구조의 가장 아래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아직 많다. 그중에서도 여성과 청년은 가장 밑바닥에서 차별 받는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우리 사회가 국가 권력이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길 바란다" "혐오와 차별 없는 인간다운 사회가 되도록 더 애써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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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삼 동해안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와 윤병선 전교조원상회복추진위원장 등 참석자들은 국가폭력 피해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들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배상과 보상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 1960년대 사회정화 명분으로 국가기관이 주도해 일반 국민을 강제 수용·노역시킨 서산개척단 사건의 피해자 정영철 씨는 "오늘 새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묵념하고 있다. 2026.8.7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마음들이 많이 아프시고 힘드실 텐데 (이 자리가) 작은 위로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각자가 겪고 있는 그 어려움들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잘 찾아보도록 하겠다"며 "진정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그런 평화롭고 안전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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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은 위안부 할머니들 혼에 바치는 천도제"

정숙 시민기자

suk750501@hanmail.net

리포액트 시민기자 & 시민언론 민들레 1호 시민기자

< 2025 시민언론 민들레 올해의 시민기자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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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확장판으로 오는 26일 다시 스크린에 내걸린다. 영화관을 단순히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잊힌 역사를 기억하는 추모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던 조정래 감독. 그는 영화가 끝난 지 10년이 흐른 지금, 단 다섯 분만 생존자로 남은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에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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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확장판을 처음 개봉한 일본 오사카 상영회에는 약 200명가량의 관객이 찾았다. 일본 상영에 도움을 준 극단 '달오름'측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보고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일본인들이 많았고, 일본 교과서에도 전혀 위안부 얘기가 나오지 않아 역사를 모르는 일본 MZ세대도 있어서 놀라웠다고 한다. 영화 관람 후 한 현지인은 "옛날에 있었던 일이라 해도 지금도 그 상처를 계속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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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시 강동구 길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재개봉을 하게 된 계기와 ‘언제까지 이 문제를 붙들고 있을거냐?’는 차가운 시선에도 다시 카메라를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영화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자 한 메시지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8월 26일 '귀향 : 언니야, 집에 가자' 확장판 재개봉 포스터.(조정래 감독 제공)

본편에 담지 못한 아시아 공동 피해 사실 담아

영화는 피해자들을 위한 천도제이자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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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0주년을 맞아 영화 ‘귀향’을 재개봉하는 계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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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10주년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다시 개봉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요청이 지속됐고 시간이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는 절박함과 정부를 향해 해결의 목소리를 내도록 명분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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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셨고, 이제 남은 분은 다섯 분뿐입니다. 올해 3월 강일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대구 상영회에서 만난 이용수 할머니께서 휠체어에 앉아 제 손을 잡고 "네가 해결하라"고 하셨을 때,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할머니들께서 생전의 숙제를 제게 남겨주셨음을 통감하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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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부제 '언니야, 집에 가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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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시나리오 작성 시점부터 제목이었습니다. 촬영 전 펀딩을 받을 때 사용했던 제목이기도 한데, 10년 만에 재개봉하면서 이 제목을 전면에 내세워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영혼을 고향으로 모셔오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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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버전보다 상영 시간이 6분 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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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본편에 미처 담지 못했던 아시아 공동의 피해 사실을 담았습니다. 중국 목단강에 있었던 당시 최대 규모의 위안소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6분 분량의 장면이 추가되었습니다. 본편에서 빠졌던 소녀의 죽음, 마지막에 나비를 보는 장면 등을 살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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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단순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넘어, 아시아 전체가 겪은 전쟁의 상처와 일본군의 조직적인 만행을 명확히 고발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피해에만 집중하는 민족주의 관점을 넘어, 당시 조선 처녀들뿐 아니라 그곳으로 강제로 끌려온 중국 여성들이 어떤 고통을 당했고, 탈출 과정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죽어갔는지를 담담히 고발합니다. 이것은 홀로코스트에 견줄 만한 국가 차원의 조직적 성폭력 시스템이었다는 점을 역사적 증거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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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니라 ‘예배’를 드리거나 ‘제삿상’을 차린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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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회 때마다 관객분들이 제게 영화관이 아니라 ‘예배’를 드린 기분이다, 제삿상을 차린 기분이었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수천 번 본 장면임에도 매번 다시 새로운 분노와 슬픔이 밀려옵니다. 피해자들의 영혼이 아직 떠돌고 있다면 우리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아파하고 기록하는 이 순간이 곧 그분들을 위한 천도제이자 예배라고 생각합니다.”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편집 작업 중인 조정래 감독. 2026.8.4 정숙 시민기자

위안부 문제 향한 진지함 가진 16살 배우 강하나

고통스런 역할 배우들 위해 정신과 의사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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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역의 강하나 배우를 캐스팅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몰입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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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오디션을 열었는데, 수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사실 한국의 유명 배우들도 오디션을 봤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죠. 그런데 저는 망설여졌습니다. 무언가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죠. 그래서 오사카까지 가서 강하나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머니가 오사카 극단 대표이신데, 하나는 어릴 때부터 무대 언저리에서 연극을 보고 자란 친구였어요.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를 향한 그 아이의 진지함, 16살답지 않은 의지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3이었던 하나가 지금은 어엿한 배우가 되어 잘 성장한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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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일본군 역을 맡은 분들이 연기자가 아니였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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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언어가 가진 '날것의 공포’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일본 거주자분들이 연기하면 그 서늘한 일상어가 더 잔인하게 들릴 거라 판단했죠. 연기 전공자들이 아니었음에도 그분들이 보여준 몰입은 기적 같았습니다. 사실 그분들은 저의 오랜 후원자들이자 조력자들이었습니다. 일본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주연 악역으로 캐스팅하는 게 도리에 맞는가 고민도 많았지만, 그분들은 "내가 저 가해자의 탈을 써야 이 문제를 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저보다 더 열정적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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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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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촬영은 45일 정도 진행되었지만, 2년 가까운 사전 준비 기간이 있었습니다. 거창, 연천의 폐쇄된 군부대, 양평 두물머리 등에서 촬영했습니다. 감독인 저부터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사실성에 집중하려 애썼습니다. 배우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가 상주하며 배우들이 정신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애쓰며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지난 7월 28일 일본 오사카 상영회에서 무대 인사하고 있다. (조정래 감독 페이스북)

 

지난 7월 28일 일본 오사카 상영회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조정래 감독, 강하나 배우. 정무성 배우(왼쪽부터). 사진 출처 조정래 감독 페이스북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명감으로 제작

피해자들 명예 회복보다 더 중요한 민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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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할머니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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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소리’라는 국악 단체 활동 시절부터 나눔의 집을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익히고 매달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극 중 정민의 성인역을 맡은 손숙 배우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 심지어 흥행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명감 하나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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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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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역사 교육에서 위안부 내용을 삭제하며 '망각 단계’로 가고 있고, 중국은 일본과의 경제 관계 때문에 난징학살 등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 교과서에서 관련 기록이 사라진 것이 매우 큰 문제입니다. 영화 '귀향’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쟁이 왜 참혹한지, 그중에서도 여성과 인권에 가해지는 폭력이 무엇인지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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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서사를 쉽게 잊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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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다 지난 얘기를 아직도 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그런 냉소야말로 가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베를 위시한 극우 세력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이유는 지겨워해서 더 이상 기록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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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를 입시 도구로만 보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성인이 되는 현실이 너무나 공포스럽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머나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평화적 가치를 배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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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와 정치권이 위안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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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라는 좁은 틀 안에서 조정할 타협안이 아닙니다. UN조차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규정한 '반인륜적 범죄’이며 정파를 떠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위안부 문제를 검토하고, 한일 외교 관계에서 공식적인 의제로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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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민생은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경기도지사 시절 강조했던 피해자 중심의 원칙’과 ‘12·28 합의 재검토’ 약속을 꼭 실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펀딩을 통해 만들어진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현 정부와 여당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치적 동력이 되길 희망합니다.”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특별상영회 후 관객들과 사진 활영. 사진 제공 김진영 배우

국회 상영회 장소를 마련해 준 송영길 의원과 김용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참석한 권칠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진영 배우 페이스북)

그늘진 역사 기록하는 일 멈추지 않고 할 터

함께 지켜봐 주면 우리 역사 지워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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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길고 험한 영화인’의 길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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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할 때부터 저는 대중의 박수보다 '잊혀가는 목소리’를 듣는 데 더 관심이 많았고 세상의 모서리에 몰린 이들의 서사를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배웠습니다. 거창한 예술적 성공을 꿈꿨다면 아마 이런 주제로 수십억을 빌려가며 제작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누군가는 찍어야 했고, 아무도 안 찍으니 제가 총대를 멘 것입니다. 그저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고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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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이 아닌 인간 조정래로서 ‘귀향’ 이후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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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장 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제 것이 아닙니다. 밥벌이와 주식 투자 이야기, 누구는 어느 상을 탔다는 가십 속에 살기보다 할머니들의 한 맺힌 증언집을 되새기며 다음 다큐멘터리 '애끼리’와 이옥선 할머니 기록물을 만드는 게 더 설렙니다. 영화가 흥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의 개인적 삶은 고단해졌을지 몰라도,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어 하루하루가 값집니다. 돌아가신 피해자 어르신들께서 꿈에 나타나 '왜 왔냐’고 물으시면 "이거 기록해 놓으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저의 인생 전체를 제사라는 긴 의례에 바친 것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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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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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200만원으로 펀딩을 시작했지만, 사실 제대로 된 상영회와 홍보를 위해서는 1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번 재개봉은 돌아가신 피해자들에 대한 '예배’와 '제사'를 지내는 마음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큰 목소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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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역사 기록의 참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관람 티켓은 곧 '기억의 증언지’가 됩니다. 부디 이번 재개봉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지금 우리는 더 당당하게 이 영화를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켜봐 주시는 동안 우리 역사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유일한 희망입니다."

'귀향 : 언니야, 집에 가자' 텀블벅 후원 링크

 

 

 

정숙 시민기자 suk7505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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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스틸 대사가 ‘흑발미인’이 되지 않으려면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8.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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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오바마 정부는 2011년 중국계 미국인 게리 로크를 주중 미국대사로 보냈다. 중국인의 얼굴을 하고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면 미국 상품과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처음에는 검소한 모습으로 중국인의 호감을 샀지만 인권운동가 천광청의 미국대사관 피신 사건과 중국의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졌다. 그는 부임한 지 2년 반 만에 가족을 이유로 물러났다. 중국 관영매체는 떠나는 로크를 ‘황피백심(黄皮白心)의 샹자오런(香蕉人)’, 겉은 황색이지만 속은 백색인 ‘바나나 인간’이라고 조롱했다.

 

우리말로 바꾸면 ‘검은 머리 미국인’, 줄여서 ‘흑발미인’이다. 2006년 7월 25일 미국 대사 버시바우에게 전화해 자신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우고 있다”(fighting like hell)고 말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과 같은 인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예 국적을 미국으로 바꿔 한국을 공격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모스 탄, 영 김, 애니 챈, 그리고 미셸 스틸이 그들이다. 한국인의 얼굴과 이름과 언어로 한국의 주권을 흔들려는 자들이다.

▲ 지난달 30일,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30일,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미셸 스틸은 게리 로크보다 출생국과의 연결이 훨씬 직접적이다. 서울에서 박은주로 태어나 미국 정치인이 되었고, 이제 미국의 대사가 되어 돌아왔다. 상원 인준 과정에서 반대가 39표 나왔다. 역대 대사들이 개별 의원의 찬반을 기록하지 않는 만장일치나 음성표결(voice vote)로 인준된 것과 비교하면 사상 초유의 반대였다. 앤디 김, 태미 덕워스, 메이지 히로노 등 아시아계 상원의원들은 그녀의 극우성향과 분열적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녀는 한국에 도착한 날 영락교회부터 찾았다. 미군정의 비호를 받은 반공 폭력 서북청년회의의 온상이다.

스틸은 극렬한 반중 강경파에다가 대북 압박주의자다. 중국공산당을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했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에도 격렬하게 반대했다. 대만 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이 출동하면 한국군도 함께 진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대신해 대중국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미국 정치인이 그런 견해를 갖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주한 미국대사가 자신의 반중·반북 신념을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주입하려 든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만해협에 한국군이 나갈지, 한반도에서 평화협상을 추진할지 여부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벌써 방향이 드러났다. 스틸은 한국행에 앞서 워싱턴에서 쿠팡과 구글의 대표들을 만났다. 두 회사는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공정거래, 디지털 규제 등 입법주권 행사에 거칠게 반항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다. 스틸은 인준청문회에서도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했고,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투자의 재원과 집행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를 만나기도 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변하는 미국 기업들의 요구부터 들었다는 사실은 그가 어떤 임무를 우선할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물론 미국대사가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쿠팡이 한국에서 사업하는 한 미국법이 적용될 수 없고, 구글이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한국의 입법권이 멈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독점, 조세 회피와 불공정행위가 문제라면 한국 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 조사받아야 한다. 미국정부든 미국대사든 한국 국회에 법을 고치라고 압박하고, 규제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미국 기업 차별이라고 몰아가며, 관세와 안보를 협박의 지렛대로 삼는다면 그것은 한국의 주권과 법질서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 주한 미국대사였던 ‘흑발미인’ 성 김은 현대자동차 사장이 된 뒤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다시 25%로 오르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미국이 관세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전직 미국대사가 그 위협을 기정사실화해 한국의 입법을 재촉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의 강압이 한국 기업의 요구로 번역되고, 특정 기업의 이해가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적 의무처럼 포장되는 것 말이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하기도 전에 밑지고 들어가게 된다.

 

컴프라도르(comprador)라는 말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본래 서구 상사와 중국시장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하던 현지인을 가리켰다. 매판(買辦)이라고 번역한다. 컴프라도르는 서양 상인이 모르는 중국의 언어와 제도, 관행을 알았다. 서구 자본은 이들을 앞세워 시장과 이권을 적은 비용으로 장악했다. 오늘날의 컴프라도르는 외국군의 길잡이로 성문을 열 필요가 없다. 관세 위협을 전달하고, 해외투자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며, 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내법과 제도를 바꾸라고 설득하면 된다. 문제는 국적이 아니라 그런 중개 기능이다.

이 점에서 미셸 스틸은 박춘금을 떠올리게 한다. 박춘금은 조선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뒤 일본 중의원 의원이 되었고, 내선일체와 황민화, 침략전쟁에 앞장서 협력했다. 지금의 미국과 과거의 일본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또 지금의 미셸 스틸을 식민시대의 박춘금과 동일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이 동맹국을 수탈하려 혈안이 되어 있고, 출생국을 잘 안다는 사람을 이용해 상대를 더 효과적으로 압박하려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구조적 유사성은 생긴다. 비교의 목적은 배신자 낙인이 아니다. 스틸이 선을 넘는 순간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흑발미인’이라는 오명을 피하려면 스틸은 다섯 가지 선을 지켜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주권과 법률과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국회와 법원,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의 결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극우세력과의 야합을 통한 정치행위, 투자와 입법을 강요하는 내정간섭은 허용되지 않는다. 넷째, 한국의 대북정책과 대중국정책, 한국군의 작전에 자신의 이념을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한국 출생과 한국어, 종교와 인맥을 공식 외교경로 밖의 압력 통로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준칙은 첫 번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한국 정부도 미국대사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다른 모든 외국대사와 똑같은 한 나라 정부의 대표일 뿐이다. 식민 총독이 아니다. 선을 넘으면 먼저 비공개로 경고하고, 다시 넘으면 외무부로 초치(summon: 소환)해 공식 항의해야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항의 사실을 공개하고 고위급 접촉을 제한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미국 정부에 소환과 교체를 요구하고, 중대한 내정간섭이 계속되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즉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은 주재국에 기피인물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한다.

언론과 시민사회도 스틸의 발언과 행보를 꾸준히 기록하고 감시해야 한다. 내정간섭과 주권침해 언행에는 공개질의와 항의, 시위와 저항으로 선을 그어야 한다. 한미관계는 중요하지만 그래서 예속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스틸은 대한민국을 푸에르토리코와 같은 미국의 식민지로 취급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동맹은 대등한 주권국가 사이의 협력이다. 스틸은 선을 넘으면 게리 로크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흑발미인’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개 대사 나부랭이에 대해 이런 글을 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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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관련자들, 군사반란죄로는 처벌 못해... 다만"

[조성식의 통찰] 종합특검-내란특검 '군사반란 논쟁' 전말

26.08.07 07:20ㅣ최종 업데이트 26.08.07 07:20

▲7월 20일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 김지미 특검보가 과천 특검사무실에서 수사 관련 사항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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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관련자들을 군사반란죄로도 처벌할 수 있을까? 내란 이후 진보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쟁점이다. 지난달 초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이 불기소 방침을 밝힘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발표한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입장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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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은 지난 4일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 등에서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12.3 내란사건이 군사반란에도 해당함에도 내란특검이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고, 수사하지 아니한 경과에 대한 문의가 있어 아래와 같이 설명드린다"며 군사반란죄 적용의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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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법조계에서는 '군사반란죄 적용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반란죄를 구성하는 두 요소는 '병기 휴대'와 '작당'이다. 군형법 5조(반란)에는 '작당(作黨)하여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수괴는 사형이고, 반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반란을 지휘하거나 그밖에 반란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사람과 반란 시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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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조항만으로 보면 언뜻 12.3 내란도 군사반란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사한 사례인 5.17 군사반란 및 내란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군 통수권자의 명령 또는 승인 아래 이뤄진 군의 민간 당국에 대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하지만 군사반란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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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통수권자의 승인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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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승인 여부다. 판례에 따르면 ▲ 군인이 병기를 휴대하고 작당해 군의 지휘통수체계에서 이탈해 군의 지휘통수권에 반항하거나 ▲ 군인이 병기를 휴대하고 작당해 군의 지휘통수체계에서 이탈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민간 당국에 대항하는 경우 반란죄가 성립한다. 바꿔 말하면, 어떤 행위든 군 지휘통수권에 따랐다면 반란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12.3 비상계엄에 적용하면, 군 지휘관들이 통수권자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회를 점거하거나 정치인 체포를 시도한 행위는 내란죄이지 군사반란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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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5. 18. 07:20경 피고인 노태우가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가택에 소총 등을 휴대한 수경사의 헌병들을 배치하여 포위, 봉쇄하고, 광주에서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하여 5. 18.경부터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증파하여 시위를 진압하고 광주시 외곽을 봉쇄한 후 광주 재진입 작전을 실시하여 도청 등을 점령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육군참모총장에 이르는, 또는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을 거쳐 육군참모총장에 이르는 군의 지휘통수계통을 따라 사전에 결재 과정을 거쳐 작성된 명령에 의하여 혹은 사전 사후에 구두로 보고하여 승인을 받은 조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각 행위는 대통령의 군통수권 또는 국방부 장관이나 육군참모총장 등의 지휘권에 반항하는 행위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위 반란의 점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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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에 의하면, 위에서 본 행위들은 모두 당시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나 승인 혹은 묵인하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군의 지휘계통인 국방부 장관인 피고인 주영복과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인 피고인 이희성이 이 사건 내란과 반란에 참여하였다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는 반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2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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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1980년 신군부 일당의 범죄를 군사반란죄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별해 판결했다(서울고법 96노1892호). 대통령의 명령 또는 승인이 없어 군사반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행위는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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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7일 저녁 피고인 노태우가 피고인 전두환과 공모해 비상계엄 전국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장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수경사의 병력을 배치한 사실.

▲1980년 5월 18일 01시 45분부터 무장한 제33사단 병력이 계엄군으로 국회의사당에 배치돼 이를 점거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5월 20일 일부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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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에서 군사반란죄가 성립하지 않은 4가지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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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5일 조은석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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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통령,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의 명령 또는 승인(사후 승인 포함)이 있어 군사반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행위는 4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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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전후해 무장한 계엄군을 동원해 학생, 정치인, 재야인사 등을 체포한 사실.

▲5월 17일 저녁 무렵부터 5월 18일 새벽까지 전국 주요 보안 목표에 무장한 계엄군을 배치한 사실(민간 행정기관 등 봉쇄).

▲5월 18일 07시 20분 피고인 노태우가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가택에 소총 등을 휴대한 수경사의 헌병들을 배치해 포위, 봉쇄한 사실(민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감금 행위).

▲광주에서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5월 18일부터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증파해 시위를 진압하고 광주시 외곽을 봉쇄하고 광주 재진입 작전을 실시해 도청 등을 점령한 사실(민간 행정기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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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이 군사반란죄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한 표면적인 이유는 언론의 문제 제기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종합특검에서 내란특검에 군사반란죄 적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내란특검은 '답변이 곤란하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보는지 특정되지 않은 데다 종합특검의 자체 판단이 무엇인지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먼저 종합특검 의견부터 밝히라는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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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이 내란특검에 의견을 구한 것은 일단 특검법에 따른 절차로 볼 수 있다. 지난달 개정된 종합특검법에 따르면, 기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처분이나 법률적 판단을 뒤집으려는 경우 사전에 해당 특검과 협의해야 한다. 여기에는 같은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종합특검이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사건 실체 규명에 혼선을 빚고 기소가 완료돼 진행 중인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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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은 지난 2월 출범 직후부터 주요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군사반란죄 적용을 검토해 왔다. 군 법무관 출신 김경호 변호사의 고발장이 수사 계기였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 등 9명을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그에 따라 종합특검은 피고발인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조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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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사는 난항이었다. 이미 내란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의자들이 항의하면서 출석 조사를 거부해 강제력을 동원해야 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지난달 초 종합특검은 군사반란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불기소 방침을 내비쳤다. 당시 언론브리핑에서 종합특검 관계자는 "내부 논의 결과 기소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고, 기소하더라도 공소 기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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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가 국민 법 감정에 맞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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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종합특검이 수사 종료를 앞둔 시점에 굳이 내란특검에 군사반란죄 적용에 대한 의견을 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조계 일부에서는 기존 특검 결정을 뒤집을 경우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개정 종합특검법 규정에 주목해 군사반란죄 기소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고 본다. 내란특검도 그런 의심을 품었고, 일부 언론도 그런 방향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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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마무리 차원에서 내란특검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서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군사반란죄 기소 가능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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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과 다른 결론을 내리려고 의견을 물어본 건 아니다. 사실상 우리도 (내란특검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어서 우리 논리와 비슷한지 알고 싶었던 거다. 내란특검이 군사반란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추측은 할 수 있지만, 그와 관련된 공식 문서는 없다.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자는 생각에 확인 절차를 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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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도 대법원 판례를 충분히 검토했다고 한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판례에 따르면 군 통수권자와 함께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란죄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도 반란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그 판단은 우리도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란특검과의 시각 차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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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가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군 통수권은 행정권의 일부인데 통수권자와 함께하면 민간 기관을 침탈해도 군사반란이 아니라는 판단이 과연 국민 법 감정에 맞는지. 군형법에도 병기를 들고 작당하면 반란이라고 규정돼 있을 뿐, 군 통수권 언급은 없다.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대법원 판례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 판례를 바꾸자고 반란죄로 기소하는 건 우리 역량을 벗어난 일이고 수사 절차상으로도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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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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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권창영 2차 종합특검팀 특별검사가 경기도 과천시 2차 종합특검팀 사무실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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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도 걸림돌이지만, 법리 문제도 있다. 형사재판에는 상상적 경합과 실체적 경합이라는 두 가지 처벌 방식이 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에 여러 죄가 적용되는지를, 실체적 경합은 2개 이상의 행위가 각각 별개 범죄로 성립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상상적 경합에서는 그중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하고, 실체적 경합에서는 가중하거나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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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에 내란죄와 군사반란죄를 동시에 적용한다면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 법률 적용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란죄나 반란죄 둘 중 하나만 인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관련자들이 이미 내란죄로 기소된 만큼 종합특검이 반란죄로 기소해도 공소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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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종합특검 측도 기소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반란죄가 되든 안 되든, 내란죄와 상상적 경합으로 봐야 하기에 공소제기 자체가 힘들고, 기소를 해도 재판부가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종합특검 내부에서는 "5.17 내란의 경우 검찰이 상상적 경합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거지, 실체적 경합으로 기소했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었다"는 반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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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도 수사 초기 제3자의 고발장을 토대로 군사반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내란죄와 군사반란죄가 상상적 경합이라는 점과 5.17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 각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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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관계자는 "수사력 낭비가 아니냐"라는 지적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기존 판례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별도 팀을 운용한 것도 아니기에 낭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종합특검 측은 구체적 사유를 요구하는 내란특검 측에 추가 의견과 함께 고발장 등 참고 자료를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반란죄 #종합특검 #내란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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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8명→4460명' 6년 만에 4배 뛴 온열질환자…폭염이 삼킨 건강과 일상

질병청·건보공단 통계 분석…야외작업자·낮·5060 집중, 공단·농촌 현장 취약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8.07. 07: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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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한 폭염이 이어지며, 지난 4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21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부터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집계된 최소 추정치다. 시스템에 집계되지 않는 이주노동자의 온열질환 추정 사망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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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최근 30년 기온은 1910~1940년 시기보다 1.4℃가량 상승했다.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가 심화하면서, 기온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프레시안>은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활용해 최근 7년여 간의 온열질환 실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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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찾은 1만 8000여명… 야외작업자 피해 가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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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질환자는 총 1만 8396명이었다. 남성 1만 4426명, 여성은 397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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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감시체계는 전국 500여 개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이 질병관리청에 신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운용된다. 의료기관은 응급실에 온열질환 의심 환자가 방문하면 인적 사항, 초기 상태, 증상 발생 일시·장소, 진료 결과 등을 기록해 질병청에 보고한다. 매년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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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6년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보고된 연도별 환자 수. 2026년은 5월 15~7월 29일 기간의 통계다. ⓒ프레시안(손가영)

온열질환 신고는 최근 6년 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1841명에서 2020년 1078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 1376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5년 내리 연평균 770여 명씩 증가하면서 2025년 4459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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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시간대는 오후 2~4시에 밀집됐다. 오후 3시대가 20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오후 2시대는 1872명, 오후 4시대는 1810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66%인 1만 3575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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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단순노무종사자가 4471명(24.3%)으로 가장 많았다. 알 수 없음(2587명)과 노숙인이 제외된 무직(2361명)이 그 뒤를 이었다. 기타는 1994명, 농립어업숙련종사자는 1712명으로 나타났다. 단순노무종사자는 건설·택배·화물·미화·가스검침 업무 등의 종사자이고, 알 수 없음은 여러 이유로 신원확인을 하지 못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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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원 및 기능종사자 725명, 장치기계조작 종사자는 710명, 서비스 종사자는 499명, 군인 458명, 사무종사자는 414명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주부 712명, 학생 691명, 노숙인 41명 등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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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남 최다, 40~60대가 절반…열탈진 가장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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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지난달 7월 온열질환자를 시도별로 보면, 경기도가 3896명으로 월등히 많았다. 이어 경상남도 1741명, 경상북도 1730명, 전라남도 1559명 순이었다. 광역·특별시 중에선 서울이 13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141명)와 세종특별자치시(158명)는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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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유형은 열탈진이 1만 488명으로 가장 많이 보고됐다. 열탈진은 더운 곳에서 땀을 많이 흘려 몸의 수분과 염분이 모자라게 되는 질환이다. 열사병은 3411명, 열경련은 2683명, 열실신은 1477명이 보고됐다. 이밖에 열부종 5명, 기타 온열질환은 334명이 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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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의심환자의 최소 나이는 1세, 최고 나이는 104세였다. 0세도 2명 기록됐으나, 별도 직업군이 기재돼있는 등 나이 기재 오류로 추정돼 분석에서 제외했다. 40~60대가 전체 53.2%를 차지했다. 50대 3745명, 60대 3356명, 40대 2690명이다. 30대(2249명)와 70대(2204명), 20대(1873명)가 그 뒤를 이었다. 80대는 1557명, 10대는 572명이다. 90대 이상은 299명, 10대 미만은 49명이 신고됐다.

▲2025년 5월 15일~ 9월30일 온열질환 감시체계 기간 동안 일별 신고 건수와 전국 평균 최고기온을 나타낸 그래프. ⓒ프레시안(손가영)

'신고 최다' 2025년 무슨 일이…기온 곡선 닮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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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신고가 가장 많았던 2025년의 경우, 환자 발생은 주로 7월 초순과 말순에 집중됐다. 5~9월 일별 신고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7월 초와 말에 산봉우리 모양의 정점을 형성하는 반면, 7월 중순에는 신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는 당시 7월 일평균 기온 그래프와 유사한 모양으로, 기온 변동과 온열질환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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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고된 질환자 중 279명(6.3%)이 진료 결과 사망했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보고됐다. 인천 계양·부평·서구, 경기 화성시와 평택시, 경북 문경시와 경주시 등에서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5명 이상 신고됐다. 서울에선 영등포구가 6명으로 순위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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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중증환자의 경우, 열사병이 184명(66.0%)으로 가장 많았다. 열탈진은 68명, 열실신은 18명, 열경련은 8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높았다. 80대 63명, 70대 50명, 60대 49명 등이다. 50대(41명), 20대(25명), 40대(18명), 30대(16명)가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90대 이상은 14명, 10대는 3명으로 파악됐다.

▲온열질환 감시체계 통계에 따른 연도별 사망 및 중증환자 현황. 2026년은 5월15일~7월29일 기간만 셈했다. ⓒ프레시안(손가영)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에 근거한 2019~2026년 사망자 나이대별 분포도. ⓒ프레시안(손가영)

7년간 응급실 사망 153명… 대다수가 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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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누적 보고된 응급실 사망자는 153명이다. 진료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 환자까지 포함하면 총 9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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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도 최근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9년엔 11명, 2020년은 9명이 보고됐으나 2023년과 2024년엔 각각 32명, 34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2025년엔 29명이 진료 결과 사망했다. 올해는 지난달 27일까지 9명 사망이 보고됐다. 모두 열사병 환자로, 50대 남성 1명을 제외하면 모두 80대 이상 고령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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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신고의 질환으로는 열사병이 145명(94.8%)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나머지는 열탈진 6명, 기타 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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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로 보면, 경남(22명), 경북(21명), 충청(21명), 전남(14명), 경기(12명) 등의 순으로 사망 보고가 많았다. 광역·특별시 중에선 서울시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신고가 가장 밀집한 시간대는 오후 1~4시로, 82명(5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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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는 현장 노동자, 영등포는 무직·기타... 온열질환 지역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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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온열질환 신고가 가장 많았던 경기도, 경상남도, 서울시 등 3개 시도의 세부 시군구 지역을 들여다봤다. 경기도 내에선 평택시(313명), 화성시(278명), 파주시(249명), 남양주시(173명), 포천시(170명)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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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거제시가 333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후 김해시가 247명, 진주시 178명, 양산시 97명, 밀양시 86명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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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직업군별 기록을 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1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선소 등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야외 작업이나 환기가 어려운 밀폐 공간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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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시는 시군구 중 영등포구가 125명으로 신고 수가 가장 많았는데, 단순노무종사자는 15명에 그쳤다. 대신 알 수 없음과 기타가 각각 50명, 19명으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영등포구 인구가 37만여 명, 거제시 인구가 23만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인구 대비 온열질환 발생 빈도와 발생 양상에서 지역 간 차이가 드러난다.

▲2019~2025년 여름철 폭염일수와 온열질환 진료 건수(건보공단 통계) 및 온열질환 감시체계 신고 인원수(질병청)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10년 간 온열질환 진료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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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열질환자 증가 추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김윤 의원실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2016~2025년 연도별 온열질환 진료현황(건강보험 급여실적 기준)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2018년 한 차례 정점을 찍었다가 다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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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만 535건에서 2020년 1만 2986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가 2021년 다시 1만 3408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2년 1만 5456건, 2023년 2만 1136건, 2024년 2만 6796건, 2025년 2만 9002건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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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온열질환 진료 건수의 변화 추이는 연도별 폭염 일수 변화 추이와 유사했다. 여름철 폭염 일수도 2018년에 극값을 한 번 보였다가 2020년까지 감소했고, 다시 2021년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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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 누적된 진료 인원은 20만 8718명(중복 포함)으로 남성 10만 2602명, 여성 10만 6116명이다.

▲2019~2025년 건보공단 온열질환 진료 건수 내국인(위) 및 외국인 현황. ⓒ프레시안(손가영)

외국인도 똑같은 증가 추이를 보였다. 지난 10년 간 외국인은 5203명이 온열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남성은 2985명, 여성 2218명으로 보고됐다. 다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 규모를 고려하면, 이 자료만으로 외국인 전반의 실태를 드러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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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온열질환 진료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261건)였다. 이어 경기도 평택시(235건)와 화성시(155건), 서울시 영등포구(138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133건) 순으로 나타났다. 산업단지와 농경지가 밀집한 경기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온열질환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2019~2025년 건보공단 온열질환 진료 통계 자료에 근거한 시도별 외국인 온열질환 진료 횟수. ⓒ프레시안(손가영)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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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이 ‘박성재 공소기각’ 항소 취하한 속사정

 
이번 달 초 언론은 일제히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이첩을 둘러싼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의 충돌 상황을 보도했다. ‘정면충돌’ ‘또 충돌’ ‘실랑이’ ‘신경전’ ‘핑퐁’ 등 기사 제목 문구도 비슷비슷했다. 종합특검이 내란 사건에 치중하면서 불거진 두 특검의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는 내란특검이 넘긴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종합특검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첩을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사건의 발단은 박 전 장관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33부(이진관 부장판사)의 공소기각 판결이다.
재판부는 지난 6월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기소된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김건희 씨의 청탁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내란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김 씨로부터 디올백 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이를 실행한 혐의인데, 재판부가 내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불복해 항소했던 내란특검은 지난달 하순 갑자기 이를 취하했다. 특검은 “공소기각 판결에 대한 특검의 항소가 인용될 경우 유죄가 선고된 내란중요임무종사죄까지 함께 환송돼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며 “특검법의 입법 취지, 공소 기각된 범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항소 취하와 이첩 공방

내란특검은 항소 취하 직후 사건을 종합특검으로 이첩했다. 종합특검법 제2조 제1항 제13호에 따라 종합특검의 수사 대상에 해당하므로 이송 관련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56조(타관송치)에 따라 이첩한다는 논리였다. 종합특검법 해당 법조항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수사에 관해 사건의 은폐·무마·회유·증거조작·증거은닉 등을 하게 했다는 범죄 혐의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법에 따르면 내란특검의 이첩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종합특검은 이첩을 거부했을까?
종합특검의 거부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공소기각 판결 확정이다. 내란특검의 항소 취하로 공소기각이 확정된 만큼, 진행할 사건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증거력 논란이다. 종합특검은 “수사권 없는 기관이 작성한 조서와 수집한 증거를 그대로 활용하면 위법수집증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1심 재판부 논리를 끌어와 ‘내란특검 수사는 위법하니, 그 수사 내용을 활용하면 마찬가지로 위법’이라는 논리를 편 셈이다.
셋째는 내란특검법 제18조다. 18조는 ‘특검이 공소 제기하지 않거나, 공소를 제기한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10일 이내에 비용지출 및 활동 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하고, 보관하고 있는 업무 관련 서류 등을 검찰총장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를 근거로 종합특검은 “내란특검법 제18조에 따라 공소 제기 후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대검찰청에 넘겨야 하기에 이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내란특검은 최근 언론을 통해 종합특검 의견을 반박하는 한편, 종합특검에 다시 공문을 보냈다. 내란특검의 반박 논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내란특검 수사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됐을 뿐, 박 전 장관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사건이 종결된 게 아니다. 내란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절차적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만큼, 수사 권한이 있는 종합특검이 다시 수사·기소하는 데는 법적 하자가 없다. 즉, 공소기각과 재수사는 별개라는 논리다.
둘째,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 결과물이기에 증거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김 씨가 보낸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다. 이와 관련해 내란특검 관계자는 “위법 논란은 말이 안 된다”며 “처음부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해 압수한 것이라면 위법 논란이 일 수 있다. 하지만 내란중요임무종사죄를 수사하는 과정에 압수한 증거물이기에 적법하고, 관련 수사도 다 그렇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셋째, 내란특검법 제18조에 대한 종합특검의 해석은 잘못됐다. 내란특검 측은 “해당 조항은 개개의 사건이 아니라 기소한 사건 전부가 확정됐을 때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것을 규정한 것”이라며 “종합특검팀도 비용 지출 및 활동 내역에 대해 일일이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5일, 2차 종합특검의 첫 브리핑. 가운데가 권창영 특별검사. (출처:연합)

쌍방울 김성태 사례

내란특검의 반박 논리에 대해 종합특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한발 물러섰다. 다만 “내란특검 수사 결과는 공소기각 판결로 효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대로 이어받아 수사할 수는 없고, 새롭게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사건 ‘이첩’이 아니라 ‘수사 의뢰’가 맞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합특검 수사 종료까지)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을 재수사해 마무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수사 의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내란특검의 항소 취하 이유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재판부의 판결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때 항소하는 건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적법 절차다. 반대로 항소심에서 다퉈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항소를 포기할 수도 있다. 드문 일이지만, 공소 자체가 불법적이었다고 판단하면 항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군검찰로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에 대한 공소유지권을 넘겨받은 순직해병 특검이 항소를 취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수사단장은 군사법원인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박 전 수사단장은 준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물론 내란특검의 이번 항소 취하는 박 전 수사단장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는 항소 취하 당시 내란특검이 “공소기각 판단이 정당하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여전히 이의를 제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즉, 항소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아니고, 공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도 아니다.
내란특검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사유는 심리 지연이다. 즉,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공소기각 판결을 뒤집으면 내란중요임무종사죄를 포함한 사건 전체가 1심으로 환송돼 재판이 처음부터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달 수원고등법원 형사2부(고법판사 김건우 임재남 서정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항소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김 전 회장은 1심에서 유무죄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그렇긴 해도 항소를 제기했다가 취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내란특검은 항소심에서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다시 다퉈볼 작정이었다. 한 달 뒤 취하할 요량이었다면 애초 항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조은석 특별검사. (출처:연합)

항소심 재판부의 메시지

그렇다면 내란특검은 왜 갑자기 항소를 취하했을까? 취재 결과, 내란특검의 항소 취소 결정에는 항소심 재판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가 내란특검에 공소기각 판결 항소에 대한 석명(釋明)을 요구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석명은 재판에서 소송관계의 불명확한 점을 당사자에게 설명·확인하게 하는 법률 용어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특검 측에 “우리가 공소기각에 대한 특검의 항소를 인용하면 (박 전 장관) 사건 전체가 1심으로 내려간다고 봐야 하는 거냐”는 취지로 의견을 요구했다고 한다.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면, 굳이 특검에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 재판부는 특검에 항소의 실효성을 따져 물은 셈이다.
내란특검은 재판부의 의중을 놓고 고심했다. 항소심에서 만약 청탁금지법 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기각이 뒤집히면 사건 전체가 1심으로 내려가고, 새로운 재판부가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재판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다.
석명 요구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공소기각 판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셈이다. 결국 특검은 재판부 뜻을 헤아려 항소를 취하했다. 특검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공소기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듯싶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원심(2심)으로 되돌아간 사례는 많지만, 항소심 파기환송은 드물다. 더욱이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이 뒤집힌다고 해서 유죄 부분을 포함한 사건 전체가 1심으로 내려간다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뉴스타파> 질문에 서울고등법원 공보관 유재민 판사는 “여러 범죄를 한 번에 재판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쳐서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공소기각에 위법이 있다면 실체 심리를 해야 하고 그 경우 유죄 부분이 모두 합쳐져 하나의 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유사 사례도 많다”고 답변했다.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의 갈등이 깊어진 계기는 지난 5월 종합특검이 ‘내부 고발자’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한 일이다. 이후 비상계엄 당시 병력 진입을 막은 조성현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같은 혐의로 입건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그밖에 김명수 전 합참의장,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의 비상계엄 관여 여부를 두고도 내란특검과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국회는 지난달 종합특검법을 개정하면서 수사·기소와 관련해 ‘3대 특검의 결정을 번복하거나 공소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선 기존 특검 측과 협의해야 한다’는 조문을 추가했다.
제작진
디자인 이도현
출판 임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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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 망언한 국힘 의원들, 경향신문 “천박한 언동, 국회 차원 징계 논의해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서범수·진종오 의원, 폭력 피해 희화화 발언

한겨레 “최소한의 인권감수성마저 저버려, 일벌백계해야” 질타

조선일보 “스타벅스 뒤늦은 압수수색, 검찰 수사권 폐지 답례인가”

온열질환 산재 해마다 증가, 경향신문 “폭염 작업중지 강제력 있게 바꿔야”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6.08.06 07:33

▲2026년 8월 4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주최한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범수·진종오 의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초청한 국회 토론회에서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는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폭력 피해를 희화화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두 의원의 발언을 2차 가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한 뒤 징계 등 마땅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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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소한의 인권감수성마저 저버려, 일벌백계해야”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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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토론회 시작 전 진 의원을 향해 “진종오 의원님,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고 말했다. 이에 사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합니다”라고 웃으며 받아쳤다. 이 토론회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하는 자리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부산에서 귀가하던 김진주(가명)씨를 가해자가 무차별 폭행한 사건으로,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단순 폭행이 아닌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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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대화가 보도된 후 폭력 피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서 의원과 진 의원은 모두 사과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수로라도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당 차원에서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당원들은 서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당 윤리위에 제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 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두 의원을 향한 징계 조치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두 의원의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며 “두 의원은 지금이라도 직접 고개 숙여 공개 사과함이 마땅하다. 당은 당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일벌백계해야 이런 일이 또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비당권파에 대한 정략적 징계를 남발할 게 아니라 이번과 같이 최소한의 인권감수성마저 저버린 명백한 잘못부터 엄정히 조처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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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징계를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두 의원의 발언을 두고 “피해자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도 찾아보기 어려운 천박한 언동”이라고 비판한 뒤, 국민의 대표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처신을 한 데 대해 마땅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사과 정도로 넘어가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물론 국회 차원의 징계도 논의해 국민과 동떨어진 의원들의 특권 의식과 부적절한 언행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했다.

▲ 6일 경향신문 사설.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 중징계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경향신문은 “민주당은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김씨 등 범죄 피해자들의 호소에도 제대로 된 숙의조차 없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인 건 민주당이었다”며 “여론 우려를 외면한 ‘입법 강행’과 ‘피해자 조롱’은 정치적 행위의 성격도 책임의 무게도 다르지만, 여도 야도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자신의 아픔을 농담 소재로 삼아 2차 가해를 한 것보다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목소리가 묻히는 게 더 싫다는 김씨의 절박함을 이해한다면 여야 모두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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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스타벅스 뒤늦은 압수수색, 검찰 수사권 폐지 답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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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모욕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수사대가 5일 오전 스타벅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탱크데이’ 사태가 발생한 지 두달여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경찰은 지난 6월 이미 한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자체 감사 자료가 제출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6일 조선일보 사설

관련해 조선일보는 <스타벅스 뒤늦은 압수수색, 검찰 수사권 폐지 답례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두 달이 넘어 압수수색을 한 시점도 논란이지만 이렇게 강제 수사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볼 때 기업이 날짜의 의미를 주의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이벤트를 한 것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이것이 위법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얼마든지 협조 요청을 해서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압수수색을 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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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경찰은 시민단체가 작년 11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장관 등을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아직도 뭉개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밀 회동 의혹을 제기했다가 작년 9월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도 감감무소식”이라면서 “정권 관련 수사는 아예 뭉개고 있다”고 했다. 뒤이어 “이 상황에서 석 달 전에 문제가 됐다 흐지부지된 스타벅스를 느닷없이 압수 수색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정권이 내려준 선물에 대한 성의 표시 차원의 답례인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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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권고뿐인 폭염 작업중지, 강제력 있게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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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6일 아침신문에는 폭염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태들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당부가 실렸다. 경향신문은 폭염이 이어지며 농축수산물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 플레이션’(폭염발 물가 상승) 우려를 보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소매가)를 보면, 이달 열무(1kg)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47.8% 상승했고, 시금치(100g)도 56.1%, 얼갈이배추(1kg)도 30.1% 뛰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수산물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수협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7월5주차 고등어(1kg)는 전년 동기 대비 47.37%, 갈치는 41.53%, 자연산 광어는 11.31% 상승했다.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하며 축산물 가격 역시 안심할 수 없다. 경향신문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요동치면 소비자 물가 전체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 6일 경향신문 2면.

중앙일보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련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냉방비, 택시뿐 아니라 배달 플랫폼 이용이 늘어나는 등 이른바 ‘폭염 비용’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6일 중앙일보 8면.

한겨레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화순군의 폭염드론예찰단을 소개했다. 예찰단은 폭염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드론을 접근시켜 귀가 요청 방송을 한다. 5명씩 이뤄진 4개조로 꾸린 예찰단은 지난 4일 고추밭과 깨밭에서 일하던 농민, 건설노동자 등 10명을 발견해 설득한 끝에 5명을 귀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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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권고 사항인 폭염 중 작업중지를 강제력 있는 조치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제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도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중앙·지방정부 차원에서 특정 온도 이상이면 옥외작업을 중단시키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쓸 여건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아울러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고,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직도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며 “작업중지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전도 중요하다. 제주도가 폭염으로 공사 중단 시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달 도입한 ‘기후보험’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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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역시 야외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감독을 주문했다.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건설 현장과 농어촌 일터, 물류와 배달업 종사자들이 폭염 속에 장시간 일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특히 고령층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 시간대 작업 중지와 충분한 휴식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강력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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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검사·판사도 끊지 못한 '도화선'... 그는 어떻게 피고인이 됐나

김희원(가명, 여)씨와 이무영(가명, 남)씨는 교제관계였습니다. 김씨는 2019년부터 경찰에 31회 교제폭력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11일, 이씨는 사망했습니다. 김씨가 불을 질렀습니다. 도화선, 한자로 풀이하면 불을 이끄는 줄이란 뜻입니다. 불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공권력의 역할입니다.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때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을까". 항소심 김씨 대리인 이한선 변호사의 질문입니다.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얻어맞는 일,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는 일, 어떤 사람에겐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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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씨는 남자 친구 이무영씨를 서른 한 번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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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제출된 교제폭력 사건 기록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 측으로부터 받은 신고기록을 종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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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신고는 2019년 7월 29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맞기 위해 곤히 잠들어 있었을 월요일, 한밤중에 김씨는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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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군산경찰서 형사2팀 소속 A형사가 폭행사건을 접수한 시각은 같은 날 오전 1시 46분. 사건을 맡은 A형사 소속팀은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사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사건 종결일은 2019년 8월 9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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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신고는 2019년 8월 5일이었다. 다시 A형사에게 사건이 날아들었다. 첫 번째 사건이 채 검찰로 넘어가기도 전에 김씨가 또 교제폭력 상황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형사2팀의 판단은 앞서와 같았다.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건은 불기소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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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공소권 없음"... 현행범, "혐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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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제출된 교제폭력 사건 기록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 측으로부터 받은 신고기록에 따르면, 김희원(가명)씨는 남자친구를 교제폭력으로 31회 신고했다. ⓒ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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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3일, 김씨는 이씨를 세 번째로 신고했다. 이번에 사건을 접수한 곳은 같은 경찰서 형사3팀이었다. 신고 상황은 특수협박과 폭행, 즉 흉기가 동반된 협박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형사3팀은 특수협박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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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폭행 신고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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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7일, 김씨는 이씨를 네 번째로 신고했다. 10월 3일, 수사 기록에 나와 있는 다섯 번째 신고 사건은 특수상해 및 폭행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흉기로 인해 다쳤다고 신고한 상황이었다. 이들 사건을 접수한 사람은 앞서 1·2차 신고를 맡았던 형사2팀 소속 A형사였다. 형사2팀은 2019년 10월 25일자 신고를 포함해, 이들 사건을 모두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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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일 신고 사건의 경우, 전북군산경찰서는 접수단서를 '현행범'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형사1팀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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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3일, 김씨는 남자친구를 여덟 번 째로 신고했다. 다시 형사 2팀이 사건을 접수했고 "공소권 없음"이 반복됐다. 2019년 11월 30일, 김씨는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했다고 신고했다. 아홉 번째 신고였다. 형사2팀 A형사가 이번에도 사건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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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사가 접수한 김씨에 대한 교제폭력 사건은 일곱 건이었다. 형사2팀은 일곱 건 모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들 사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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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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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교제폭력으로 남자친구를 처음 신고한 2019년 7월 이후 약 2년 9개월만에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6월형을 선고했다. ⓒ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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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김씨 곁에는 이씨가 없었다. 그 기간 이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건으로 목포교도소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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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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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7일, 김씨는 이씨를 열 번째로 신고했다. 폭행사건을 접수한 전북군산경찰서 형사1팀의 결정은 불입건이었다. 그 해 1월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상황이었다. 김씨의 교제폭력 신고 이력이 누적되고 있는데도, 경찰은 정식 사건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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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김씨는 이씨를 고소했다. 사흘 후(2021년 6월 29일), 다시 형사2팀은 김씨의 폭행 신고를 접수했다. 열 한 번째 신고였지만, 형사2팀은 불송치했다. 사건을 검토했지만 혐의가 없어 검찰로 송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해 8월 17일에도 김씨의 폭행 신고가 이어졌다. 이씨는 입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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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2021년 11월 11일, 사귀다 헤어진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을 수 회 때리고, 발로 피해자의 얼굴 및 몸 부위를 수 회 때려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안와골절 등 상해를 가하였다... (중략) 피고인은 2021년 11월 30일, 피해자 주거지에서 피해자로부터 집에서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전주지법 군산지원 2021고단14○○ 상해·퇴거불응,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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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교제폭력으로 남자친구를 처음 신고한 2019년 7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이 사건에 앞서 김씨가 남자친구를 폭행·특수협박·특수상해 등으로 경찰에 신고한 횟수가 무려 12회나 된다는 사실은 나타나지 않는다. 김씨가 오랫동안 겪은 교제폭력의 '연장선'에서 재판부가 사건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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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히며 이씨에게 징역 6월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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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22년 5월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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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신고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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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군산경찰서가 '군산 교제폭력 방화치사 사건' 공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피의자와 피해자 간 사건 접수내용 확인'.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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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7일부터 9월 22일까지 김씨는 무려 열 번에 걸쳐 이씨를 신고했다. 이 중 6건의 사건을 전북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아래 여청팀)이 접수했는데, 수사팀은 이들 사건을 모두 불입건(4건) 또는 불송치(2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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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해 9월 30일, 전북군산경찰서 여청수사4팀은 김씨로부터 스물세 번째 신고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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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2022년 9월 30일 17:20경, 피해자가 집에 가려고 하였다는 이유로 화가 나 욕설을 하며 피해자 목을 졸라 피해자를 땅바닥에 눕히고, 피해자 목을 조른 상태에서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과 머리 부위를 약 10회 때려... (전주지법 군산지원 2023고단4○○ 상해·상해·폭행·주거침입 병합,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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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전북군산경찰서 여청수사4팀은 김씨로부터 스물네 번째 신고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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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해] "2022년 10월 22일 23:00경, 피해자의 목을 조르다가 다시 피해자 앞으로 와 주먹과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을 약 10회 때리고, 계속하여 부엌칼을 가지고 와 피해자 목에 칼을 들이대고 부엌칼의 평평한 옆면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약 10회 때리고 피해자의 오른팔 부위를 1회 긁고, 위험한 물건인 담뱃불로..." (전주지법 군산지원 2023고단4○○ 상해·상해·폭행·주거침입 병합,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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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2일, 4월 4일에도 김씨의 신고가 이어졌다. 신고 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4월 25일, 5월 4일, 5월 6일... 2023년 5월 8일에는 두 차례 신고가 있었다. 오전 2시 54분 신고, 그리고 9시 40분 신고는 "내용 없이 끊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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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김씨의 마지막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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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2023년 4월 25일 01:3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명치 부위, 어깨 부위, 눈 부위 등을 때려 피해자에게 치료 일수 미상의 명치 부위 타박상 등을 가하였다. 2023년 5월 8일 02:4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술에 취하여 팔로 피해자 목을 감싸고 손으로 피해자 얼굴 부위를 때리는 등..." (전주지법 군산지원 2023고단4○○ 상해·상해·폭행·주거침입 병합,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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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들 사건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이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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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군산경찰서가 법원에 제출한 사건기록에 따르면, 김씨 신고를 접수한 형사는 8개 수사팀, 1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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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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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1일 새벽, 김희원(가명)씨는 전 연인이자 교제폭력 가해자인 이무영(가명)씨의 집에 불을 내 그를 숨지게 했다. 사진은 이씨의 집 인근 위성사진이다. 주변이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 네이버 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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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4일, 이씨가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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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1일, 두 사람은 이씨의 집에 함께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 이씨는 김씨를 때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김씨의) 턱이 찢어져 상·하의에 혈흔이 상당히 묻어 있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폭행"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씨는 잠들었다. 새벽 3시경, 김씨는 잠든 이씨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불포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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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피고인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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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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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를 하기 시작하던 2019년경부터 약 4년간 피해자로부터 반복된 폭행을 당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2019년 7월 29일부터 2023년 4월 5일까지 총 23건의 폭행·상해(전북군산경찰서가 법원에 제출한 기록 기준, 기자 주) 등 사건이 접수되었고, 대부분은 불입건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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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오랜 기간 동안 피해자로부터의 폭행에 노출되어 있었다. 피고인이 제출한 의료 기록뿐만 아니라 수사기관 제출의 수사 경력 자료들만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상습적인 구타를 당해왔음을 알 수 있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 2024노2○○, 현주건조물방화치사 2심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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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피해자' 김씨를 옭아맸던 폭력의 도화선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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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도화선 ①] 31번의 구조 신호, '앙심' 두 글자로 요약한 재판부 https://omn.kr/2j8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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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방화치사#불입건#불송치#데이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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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경유지’ 된 부산…“중국 어선, 한국에 불법감금 외주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8/06 07:48
  • 수정일
    2026/08/06 07: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문영기자

  • 수정 2026-08-06 07:08

인니 선원, 지난달 21일 모텔서 탈출 중 추락사

인신매매방지법 시행 뒤 첫 선원 피해자 인정

지난달 21일 부산 사상구의 모텔 8층 방에 감금된 뒤 창문으로 탈출하다 추락한 파자르(가명)씨가 인도네시아 송출업체 ㅍ사와 체결한 계약서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송출수수료로 790달러가 책정돼 있다. 이인경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 제공

지난달 21일 부산 사상구의 모텔 8층에서 탈출 도중 추락한 인도네시아 선원을 5일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로 지정했다. 2023년 인신매매방지법 시행 뒤 피해자로 확정된 첫 선원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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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27일 부산을 찾아 ‘모텔 감금·추락 사건’의 경찰 수사 내용과 입원 중인 피해자 상태를 파악했다. 엿새 전 인도네시아 선원 파자르(가명·32)는 감금된 건물 8층 방에서 창문을 통해 빠져나오다 추락(부상)했다. 뒤따라 내려오다 건물 중간에서 떨어진 25살 남성은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 복잡하고 위법적인 송출·입 계약과 원양어선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이탈 방지를 명분으로 한 인권침해, 인신매매에 악용되는 부산의 현실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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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부는 파자르의 피해가 “운송, 감금, 착취 목적 등의 인신매매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시간이 걸리는 사례판정위원회 개최 대신 경찰 수사를 근거로 신속하게 피해자 확정을 추진”했다. “인신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내·외국인 합쳐 선원이 피해자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박정식 폭력예방교육과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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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정부가 확정한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모두 91명이었다. 내국인(16명)보다 외국인 피해자(75명) 수가 4배 이상 많았다. 법 시행 첫해 3명이었던 피해자는 지난해 42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5일 현재까지 34명이었다. 피해자 발굴 체계가 정착되지 못했던 초기 상황과 최근 확대되고 있는 계절노동자 규모 등이 반영(외국인 피해자 75명 중 37명이 계절노동자)된 통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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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유형별로는 ‘노동력 착취’가 전체 91명의 70%(64명)에 달했다. ‘성착취’ 피해자는 23명이었고 ‘성·노동력’ 이중 착취 피해도 4명이었다. 파자르는 올해 노동력 착취 피해자 21명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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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힐 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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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나왔다는 연락을 파자르가 받은 것은 7월12일이었다. 그는 닷새 뒤 인도네시아 인드라마유(자와바랏주)의 집을 떠나 기차를 탔다. 집엔 어머니에게 맡긴 5살 아이가 있었다. 2년(계약 기간) 뒤에나 다시 만날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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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7일 오후 5시 페말랑(자와주)의 송출업체 ㅍ사에 10명의 남자가 모였다. 파자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같은 배를 탈 동료들이라고 했다. “ㅍ사 직원이 계약서 내용을 읽어주고 1명씩 서명하게 했”(파자르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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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원 파자르의 월급은 500달러였다. 송출 수수료로 790달러를 뗐다. 수수료는 할부금처럼 월급에서 분할 공제(150달러씩 5개월+6개월째 40만원)될 예정이었다. 파자르의 가족(원양어선원 월급은 바다에 있는 당사자 대신 육지 가족에게 생활비로 송금)이 받을 돈은 반년간 월 300~410달러였고 7개월째부터 450달러(남은 50달러는 배에서 파자르에게 담배 등으로 제공)가 됐다. 그나마 3~4개월에 한번씩 지급된다고 했다. 그 적은 돈을 기다리며 가족들은 빚을 내 살 수밖에 없었다. 업체는 파자르의 오토바이를 송출 수수료(빚) 담보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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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출발하기 2시간 전에 이뤄진 계약이었다. “시간이 부족해 다 읽지 못한” 계약서(19장)엔 파자르가 뒤늦게 확인하고 충격을 받을 문장들이 포함돼 있었다. 저녁 7시에 버스에 오른 일행은 이튿날 새벽 자카르타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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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카팔(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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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피지 인근에서 조업할 원양어선을 다음날 대한민국 부산에서 탄다고 했다. 파자르 등 10명은 베트남을 경유해 7월20일 아침 7시께 김해공항에 착륙했다. 입국 심사장(B-2 관광통과 비자)을 나온 그들을 2명의 한국인 남자가 맞았다. 각자 손팻말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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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다 3호’와 ‘룬다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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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사와 계약한 그들은 모두 룬다 3호 선원들이었다. 다른 송출업체와 계약한 5호 선원 10명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사실은 그때 알았다. 두 한국인이 인도네시아 선원 20명을 버스에 태워 부산 사상구의 한 모텔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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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포트(여권)! 패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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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도착(아침 8시30분께) 뒤 한국인들은 선원들을 10명씩 두방에 나눠 배정했다. 8층 1호와 2호 방에 각각 룬다 3호와 5호 선원들을 들여보냈다. 입실 전 여권을 압수했다. 여권은 인도네시아에서 ㅍ사가 먼저 가져갔다. 출국과 한국 입국을 위해 돌려준 뒤 숙소 입실 전 재압수했다. 입실이 끝난 오전 9시께 밖에서 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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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르는 “철그럭 철그럭” 자물쇠 채우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인들이 방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앉아 지켰다. 문은 “식사 시간에 맞춰 열렸”다. “한 여성이 문 앞에서 밥과 반찬을 차례로 배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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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르는 자신도 모르는 복잡한 계약 관계 속에서 ‘감금’됐다.

선사로부터 선원 모집을 외주받은 인도네시아 송출업체가 있었고, 선사에게 한국 입출항과 선원 승선을 대행해주는 한국 업체가 있었다. 대행업체가 외국인 선원 이동과 숙박 관리를 재하도급한 경호업체가 있었고, 두 한국 남자는 경호업체 소속이었다. “문을 잠그기 전 동의를 구했다”고 경호업체는 주장(경찰 조사)했으나 파자르는 “들은 기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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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파자르는 “감금될 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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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원양어선을 탄 그는 이번이 4번째 승선 계약이었다. 3번째 계약(2019년 사모아에서 승선)이 종료돼 부산에서 하선했던 2024년에도 파자르는 “같은 모텔로 이송”됐다. “그때도 방문이 잠겼”다. “여권은 하선과 동시에 압수(출국 공항에서 반환)당했고 휴대폰도 함께 빼앗겼”다. 버스에서 내린 파자르는 모텔 건물을 보자마자 “오늘도 방에 갇히겠구나” 직감했다.

7월20일 자물쇠 채워진 모텔방 801호에서 파자르씨가 촬영한 내부 영상의 한 장면. 파자르 제공

감금 목적은 ‘이탈 방지’였다. 계약 조건이 열악할수록 이탈 압력은 커졌다. 원양업계는 국내 체류 기간과 동선을 최소화해 가능성을 지우려 했다. 입국 즉시 배로 옮겨 승선시키고 하선 즉시 공항으로 싣고가 출국시켰다. 감금은 그 절차가 오차 없이 물리지 않을 때 발생했다. 룬다 3호와 5호가 부산에 입항(기상악화에 따른 지연)한 시각은 그날 밤 11시1분과 밤 9시27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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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는 같은 선주(룽청 룬다 원양어업 유한공사) 소유의 중국 참치잡이 연승이었다. 중국 원양어선은 불법조업과 선원 인권침해로 악명이 높았으나 일자리가 급한 파자르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승선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한국 배와 달리 중국 배는 건강검진 등 절차도 까다롭지 않았고 빨리 탈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일한 배도 모두 중국 선박이었다. “선장에게 폭행당하며 하루 14시간 이상 일했”다. “와이파이를 이용하지 못해 항구에 닿을 때만 가족과 연락했”다. 파자르는 몰랐지만 룬다 3호와 5호의 이력도 ‘화려’했다. 성폭력과 구타, 가혹행위, 동상과 손가락 절단, 하루 20시간 강제노동 등의 인신매매와 상어·바다거북 불법 포획이 언론보도와 피해자들의 증언(2022~2023년 환경정의재단 보고서)으로 폭로됐다.

“높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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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방에서 파자르가 휴대폰(2년 전 하선 때와 달리 빼앗지 않음) 카메라로 창문 아래를 찍었다. 영상에선 바닥 대신 암흑만 보였다. “여길 나가서 한국에서 일하면 배 타는 것보다 월급이 나을 거”란 말들이 801호에서 나왔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도 그 생각을 하지 않았던” 파자르까지 탈출에 동의한 사람은 5명이었다. “누군가 이불을 묶기 시작했고 같이 모여 줄을 만들었”다. 새벽 2시쯤 줄이 완성됐다. “벽을 타기엔 너무 높아 2명이 포기”했다.

​

파자르가 가장 먼저 창문을 넘었다. 이불을 잡고 천천히 내려갔다. “바람이 많이 불어 무서웠”다.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줄이 모자랐고, 이불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가까이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손을 놨”다. “그대로 떨어졌”다.

7월21일 새벽 파자르씨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창문 밖은 높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맞은편 도로에서 트럭이 흐린 빛을 남기며 지나갔다. 파자르 제공

무시무시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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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투룬(내려오지 마), 장안 투룬.”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그 남자’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파자르가 위쪽을 향해 소리치며 말렸다. 못 들은 것인지 남자는 계속 내려왔다. “건물 중간쯤에서 갑자기 추락(2시30분께)”했다. “중심을 잃은 몸이 뒤집히며 머리가 먼저 떨어졌”다. 1m 옆에서 불러도 답이 없었다. “피가 흐르는 얼굴을 후드티 모자가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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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렌드!”

파자르가 “옆 건물로 기어가 문을 두드렸”다. 얼굴 내민 한국인들에게 꼼짝하지 않는 남자를 가리키며 ‘친구의 우정’을 호소했다.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갈증에 시달렸다. “8층에서 던져 준 생수병이 땅바닥에서 터졌”다. 새벽 3시를 넘겨 경찰과 119대원들이 도착했다. 파자르는 병원으로 옮겨져 다리 수술을 받았다. 남자는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7월29일 본국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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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입·출항 대행업체 대표와 경호업체 관리자, 모텔 주인 등 5명을 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대행업체 대표는 “중국 선주 의뢰로 행정 업무만 대리했고 이동과 숙박은 경호업체에 위탁했다”며 “감금과 무관하다”(한겨레와 통화)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즉시 선주에 연락했으나 후속 조처는 위임받은 게 없다”고 했다. 나머지 선원 18명은 경찰 조사 뒤 배에 승선했다. 출항 예정일을 하루 넘긴 7월22일 부산을 떠나(룬다 3호와 5호 각각 오전 10시11분과 오전 10시6분) 공해로 나갔다.

입원 치료 중인 파자르씨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사건을 보도한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의 기사가 띄워져 있다. 이인경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 제공

“1억2000만루피아(940여만원).”

이 금액을 파자르는 병원에서 처음 봤다. 경찰에게 돌려받은 가방 속 계약서를 문병 온 한국 활동가와 통역이 발견하고 알려줬다. “무단이탈 행위를 할 경우 벌금 및 손해배상금으로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문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적혀 있었다.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14개월을 모아야 하는 돈이었다. 업체는 바람처럼 움직였다. 파자르가 인도네시아 집에 연락했을 때 “추락 이튿날 송출업체에서 찾아와 그 돈을 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무시무시한 문장들이 계약서에서 줄줄이 딸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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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본인의 사진, 여권, 선원수첩 및 기타 증빙 서류 등 개인정보를 각종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고 유포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계약서가 일부러 누락한 돈도 있었다. “이탈 시 1000달러를 추가로 내겠다는 영상을 선원별로 촬영해 업체가 보관하고 있었”다. 꼼꼼하고 촘촘하게 설계된 착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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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착취엔 한국도 얽혀 있었다. 낙동강 하류의 강변 모텔에서 발생한 추락 사건은 ‘국제도시 부산’의 두 가지 실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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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공공연했던 외국인 선원 감금이 예기치 않은 인명 사고로 노출됐다. 감금은 외국 원양어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 선박에 고용된 외국인 선원들의 감금 피해도 드물지 않았다. “층마다 자물쇠를 채운 체류·숙박 시설들이 인권단체에 목격”(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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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부산이 인신매매에 악용되는 현실도 확인됐다. “중국 배들이 자국에서 멀지 않은 부산을 승·하선에 활용하는 까닭은 불법 감금에 따른 위험을 한국에 외주화하는 것”이라고 김종철(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설명했다. 강제노동 어선들에 ‘애용’되는 항구들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착취를 뒷받침했다. 기항지 국가들이 선박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입항 검사와 항구 이용 거부 등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국제사회는 지적(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2020년 보고서)해왔다. “인권침해가 보고된 배에 한해서라도 항구 이용을 막아야 한다”(김종철)는 목소리에 해양수산부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명확한 근거 제시 없는 입항 거부는 국가 간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선원정책과)는 이유였다.

기항지 국가들이 인신매매 선박의 항구 이용 거부 등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의 2020년 보고서. 표지 갈무리

파자르는 “귀국 뒤가 더 걱정”이었다. 몇 겹으로 쳐놓은 이탈 벌금이 그의 가난한 가정을 파탄낼 것이라며 두려워했다. 김종철 변호사는 “인신매매 피해자로 지정된 만큼 토대가 된 계약에 희생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는 파자르에게 병원 치료비와 귀국 비용 등을 지원(박정식 과장 “이탈과 피해는 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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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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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부 '동맹파·자주파' 대놓고 충돌…통일부 "북핵 주도적 해결"에 외교부 "이상적" 반발

외교부 장관, 통일부 '평화체제 전환' 구상에 "과연 그렇게 되겠나…통일부 구상, NSC 합의 거친 것 아냐"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8.06. 06: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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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통일부가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데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적인 접근법이라면서 비중을 낮춰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북 정책을 비롯한 대외 정책에 소위 '동맹파'와 '자주파' 간 갈등이 감지됐는데, 정부 취임 1년을 넘어가는 시점에 사실상 공개적인 충돌 양상을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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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부, 외교부(재외동포청), 국방부(병무청, 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 이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오는 9월 유엔총회와 11월 APEC(에이펙,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을 추진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 외교부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상주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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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항상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외교부로서는 그렇게 되면 참 좋겠는데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라며 "그것은 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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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오늘 보고 중에 평화 체제 논의와 관련해서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다소 조율되지 않은 그런 방법 중에 하나"라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께서 이상적인 말씀을 한 것이니 '디스카운트'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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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범정부 차원의 '페이스메이커+(플러스)'로 진화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면서 "올해 11월 선전 APEC까지 역량을 집중하여 한반도 평화공존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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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8.15 경축사를 계기로 구체적인 발전구상을 제시하고, 한반도 평화특사를 적극 활용하여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플러스)'의 본격적인 가동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9월 유엔총회 계기 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하고, 11월 선전 APEC을 계기로 아태공동체 번영에 기여하는 평화체제 논의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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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해 본인은 '페이스메이커'를 할테니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가 되어 달라고 밝힌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큰 변화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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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통일부에서 플러스를 제시한 것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쳐서 합의된 문안은 아니다"라며 통일부가 단독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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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오늘 보고된 통일부의 안을 보면 많은 부분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것들이 아니다. 대통령께서도 '이거 보고하는 건 오케이, 그러나 이 보고했다고 그대로 되는 건 아니다' 라는 말씀 한 것이 함의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통일부가 제안한 구상을 이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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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간 조율이 필요해 보이는데 향후 협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구체적인 건에 대한 협의 계획은 지금 당장은 없지만 이슈가 제기되면 상임위 또는 상임위 전에라도 관련 부처 간에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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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러시아 및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러시아가 주최하는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조 장관은 "외교부에서는 러시아 측과 매년 그렇듯 검토하고 있다. 사실은 그것은 외교부가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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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것과 북한을 연계시키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아마 보고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아직은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말해 참석 검토 수준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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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4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 당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남북 간 대화를 위해 북한에 방문해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는 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대해 조 장관은 "인도네시아 측에서 시도를 해봤지만 북한이 일관되게 그런 얘기 해봤자 우리는 (안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 정도로 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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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지난번 한국 방문 당시, 이재명 대통령께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방문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저는 정중하고 기꺼이, 요청하신다면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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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청와대는 1일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남북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공존 실현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며, 관련 협력 방안을 지속 모색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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