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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디어가 생성되면 기존의 미디어들은 빛을 잃기 마련이다. 인터넷과 같은 통합된 뉴미디어가 생겨나면서 신문과 방송의 몰락을 예견하는 사람도 있다. 확실히 인쇄매체의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은 방송으로, 인터넷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조금은 먼지 향 나는 한 세기나 지난 미디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바로 소출력 라디오다. 기존 FM 방송이 500W에서 10KW의 출력을 이용한 방송이라면 소출력 라디오는 10W 이내의 작은 출력을 이용한 FM 방송이다. 가청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W의 출력으로 반경 1~2km 지역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아무리 초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깔려 있는 시대라고 해도 사회적 소수자, 즉 노년층이나 빈민층,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라디오가 더 접근이 쉽다. 이런 소출력 라디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소출력 방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작은 라디오. 세심한 라디오소출력 라디오는 두 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기존의 라디오 방송과는 달리 공중선 전력을 제한하여 지역공동체를 위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라디오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스포츠, 레저, 이벤트 등의 안내를 목적으로 한시적 운영되는 ‘안내방송라디오’이다.
과거 방송, 언론 등은 거대한 조직을 이루며 중앙 집중화가 이루어져왔다. 이런 방송국은 규모상 다수주의에 근거한 공익 원리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소출력 라디오는 시민이나 사회적인 약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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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8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소출력 라디오방송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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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최혜민 |
이런 소출력 라디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방송위원회 주최로 '소출력 라디오방송 도입을 위한 전문가토론회'가 열렸다.
사회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원용진 교수가 맡았으며, 방송진흥원 이만제 수석팀장과 MBC 디지털전략팀 이정택 차장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오장환(KBS 라디오 1국 부장), 양동복(CBS 부장), 김명준(미디액트 소장), 문효선(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유성화(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교수), 김유진(민언련 정책실장) 6인으로 이루어졌다.
소출력 라디오는 제작과 이용이 편리하며 지역 매체로 적합하다. 방송국 설립이나 운영비가 저렴하여 수용자가 주인이 되는 방송으로 소외계층에 새로운 참여 기회를 연다. 또한 특정 청취자층 형성이 텔레비전에 비해 용이해 세분화된 청취자를 대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방송권역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권역과 일치시킬 수도 있고 이동성과 신속, 즉시성의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재해방송으로도 적절한 매체이다. 과거 일본의 고베 지진에서는 시민들로 이루어진 소출력 방송들이 유일하게 재난방송으로서의 기능을 했다고 한다.
시작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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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최혜민 |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소출력 라디오의 도입을 위해서 여러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주파수 확보와 관련, 집단의 의견 수렴 및 이해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FM, AM 라디오 모두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나 FM 라디오의 호응이 좋아지면서 포화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FM 방송 주파수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고 출력이 높은 새로운 방송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소출력 라디오는 기존 라디오 방송과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동일한 표준으로 방송을 실시한다. 그러나 송신 출력을 제한시킴으로써 기존 라디오 방송에 비해 적은 지역 단위를 대상으로 서비스한다. 제한된 자원인 주파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고출력의 라디오 방송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대안적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주파수 영역이 비어있는지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쉽게 빈 영역을 알 수 있고, 자신이 방송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낼 수 있다.
주파수 정보의 불투명은 소출력 라디오를 향한 사회 약자의 진입에 크나큰 장벽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FM 위주의 청취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공으로 뿌려지는 AM방송이 존재한다. 포화된 주파수에 대한 문제는 거대 주파수 권역을 사용하는 AM방송에 대한 재정리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에 필요한 비용과 법·제도 문제도 논란거리다. 소출력 라디오는 기존의 고출력 시스템 방송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도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소출력 라디오는 1950년대 중앙대, 경희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대학에 소출력 교내 라디오 방송국을 허가하여 운영하였으나 70년대에 폐지되었다.
한편 1993년 대전 엑스포 기간 동안에는 EXPO-FM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대전 엑스포 전시장과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1993년 8월 2일에서 11월 7일까지 운영되었다. 그러나 방송 출력이 1kW로서 기간 중계소급의 출력이었기 때문에 소출력 라디오 방송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지난 월드컵과 같은 이벤트 기간에 지역 체신청장의 허가로 한시적인 방송(1W 이하)이 2002년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용되기도 했다.
이런 1W 이내의 소출력 방송이라고 해도 허가 절차 등은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방송 사업자의 요건을 갖추고 방송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허가 신청을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파법 시행령 58조 제1항 5조에서는 1W 이하의 방송국은 무선설비 기능사 1인을 배치해야 하며 별도로 연주소(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에는 2인의 무인설비 기능사를 배치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어야 할 소출력 라디오에 일반 방송국의 무선종사자 배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른다.
한편 비용으로는 DJ 룸 겸용 주조정실, 스튜디오, 송신 시스템 등을 10평 규모로 구축한 기본 시스템의 경우 소요 예산은 약 1억8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소출력 라디오 대상자는 지역시민들과 사회적 소수자이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예상되는 비용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서울의 4분의 1 정도 범위를 출력하는 기술 비용으로 2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소출력 라디오에서는 광고를 완판으로 하여도 연간 1억6천만원 정도의 수입밖에는 올리지 못한다. 비영리 조직이기 때문에 기존의 거대 방송국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이 요구된다. 지방정부와 연합을 하여 보조를 받거나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과 작업하여, 이들 재원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된다.
'小'들의 의미 만들기 우리는 예전부터 '大'를 위해서 '小'를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덕분에 60~80년 대 노동자들의 인권은 한강의 기적 아래 묻혀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무조건 하나로 통합해 버리던 시절은 지났다. 규모가 크다고 더 이상 大가 아닌 것이다.
지금 사회의 작은 부분인 성적 소수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이들을 위한 소출력 라디오가 등장하였다. 아직은 모순되는 부분도 많고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나 큰 것만 좋아하던 우리 사회에서 작은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이 소출력 라디오가 새로운 의미의 ‘大’를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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