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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시흥시에는 관곡지라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엔 연꽃이 가득하다.
관곡지는 시흥시의 향토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연꽃이 재배된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전기, 약 40여 년 동안 왕을 여섯이나 '모신' 강희맹이
명(明)에서 연꽃을 들여와 이곳에 심었다 한다.
강희맹이 처음 연꽃을 심은 연못은 작았지만
지금은 여러 종류의 연꽃이 넓게 자라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관곡지는, 여름 한가운데 날씨로 푹푹 쪘다.
한낮에 시들지도 않고 핀 꽃들은 덥지도 않은 모양이다.
실은 그 더위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
햇볕을 피할 그늘도 별로 없지만 그나마 그늘 안도 덥다.
심지어는 땀이 범벅되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무어냐. (ㅡㅡ')
꽃잎이 붉은 색을 띤 연꽃도 있었고 하얀 색인 연꽃도 있었다.
이곳이 연꽃들은 더위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주 예쁘게 생기지는 않았다.
관곡지에서 줏어들은 얘기인데 이곳 연꽃보다는
부여의 궁남지나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이 훨씬 예쁘단다.
관곡지 주변은 아파트들이 많다.
사람들의 주거 밀집지역과 먼 거리가 아님에도
일산에서 관곡지까지 가는데 한참이 걸렸다.
영등포역에서 664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이 걸렸다.
아마도 최적화된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연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자가용이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닌데 참 애썼다.
○ 뽀나스
관곡지 근처에 물왕저수지가 있는데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한다.
저수지 입구에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 보니 맛이 꽤 괘찮은 모양이다.
그 중 하나가 봉평막국수집인데 강릉 북쪽의 입압리 막국수에는 비할 게 못되지만 먹을만 했다.
최근에 FOX TV에서 <겨울연가>를 방영했다.
어제로 끝이 난 이 고릿적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남이섬이 가고 싶어졌다.
파란꼬리는 친구들과 가 본 적이 있는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난 김에 남이섬 방문 계획을 수립(!)하고 휘리릭 열차표를 예매했다.
지난 주 일요일, 오전에는 찌푸린 날씨였지만 오후에는 적당한 구름과 파란 하늘이 낭만적이었다.
남이섬행 배가 있는 선착장은 가평역에서 택시를 타면 3,5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요금이 나온다.
이곳까지의 버스는 자주 없어서 열차 도착 시간과 맞추기 어렵다.
자가용이 없다면 그냥 택시 타는 게 편하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자주 있고 남이섬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남이섬까지 가는 대중 교통편은 어려움이 없다.
단지 여러 번 타야 하니 번거로울 뿐이다.
남이섬은 '아름다운' 섬이다.
이 섬의 휼륭한 숲과 들, 낭마적인 산책로는 방문객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그러나 다시는 이 섬에 가고 싶지 않다.
입장료가 배삯까지 8,000원인데다가 식당들은 바가지다.
음식값이 많이 비싼 건 아니지만 성의가 별로 없다.
가격 대 질로 따지자면 먹고 싶지 않은 음식들이다.
이날 파란꼬리와 둘이서 하루 나들이에서 쓴 돈이 10만 원에 달한다.
뭐 사치스럽게 논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남이섬 주인은 이 섬의 역사성과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위락시설의 이름이 '남이 공화국'이라니.
결국 남이섬은 들이는 비용에 비하면 얻는 것은 너무 적다.
솔직히 이 섬의 들과 숲, 산책로는 어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폼 나지는 않아도 그 이상의 낭만을 선사할 곳은 분명 있다.
<겨울연가>에 엮여서 돈들여 남이섬에 다녀왔지만 후회는 없다.
쓸데 없는 낭만 하나는 지워버렸으니까.
무엇보다 그날은 파란꼬리와 즐겁게 보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남이섬에서는 D200이 아닌 FM2에 흑백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었다.
필름 스캔이 제대로 안 된 건지 화질이 좀 이상하다.
인화를 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다.
남이섬에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하다.
쭉쭉, 그리고 빽빽한 메타세쿼이아 숲의 느낌이라기보다는 그냥 길가에 이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느낌이라 깊은 숲길의 맛은 없다.
그래도 생김새 자체가 워낙 폼나는 나무들이라 보기에는 좋다.
@ FM2 | Nikkor 24-50mm F/3.3-4.5D | 24mm | ISO 400 | f 5.6 | 1/60 s
파란꼬리가 메타세쿼이아 길을 방문한 기념으로 폴짝 뛰고 있다.
참 잘 뛴다.
@ FM2 | Nikkor 24-50mm F/3.3-4.5D | ISO 400 | f 8.0 | 1/125 s
남이섬에는 나무들도 시원시원한 숲이 있다. 분위기 좋다.
이 숲에는 앉을 곳도 많아서 도시락 까먹기도 좋고 책을 읽기도 좋다.
@ FM2 | Nikkor 24-50mm F/3.3-4.5D | ISO 400 | f 4.0 | 1/125 s
여기서 파란꼬리는 진짜 책 읽는 게 아니고 말걸기의 부탁으로 폼 잡고 있다.
남이섬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너른 잔디밭도 몇 개 있는데 탁 트인 하늘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FM2 | Nikkor 24-50mm F/3.3-4.5D | 50mm | ISO 400 | f 8.0 | 1/250 s
위 사진은 구름의 형체가 보이도록 했더니 거칠어졌다.
이 잔디밭은 참으로 편안해서 돗자리 깔고 소일하기 적당했다.
파란꼬리는 여기서 정말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 FM2 | Nikkor 24-50mm F/3.3-4.5D | ISO 400 | f 8.0 | 1/500 s
파란꼬리는 이날 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이제 남이섬보다 더 폼나고 저렴한 곳을 찾아서 또 나들이 가야겠다.
re님의 [버섯 번개 후기............에 앞서] 에 관련된 글.
■ 저주
버섯 번개 치라고 바람 넣고선 아무런 반응도 없고, 오지도 않은 인간들에게 내리는 저주.
"평생 맛없는 것만 먹고 살아라!"
평생이라... 너무 심한가? 그럼 앞으로 100년.
■ 인사
re님, 처음 뵈어 반갑사옵니다.
슈아님,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파란꼬리, 으흐흐.
모두들 추위에도 불구하고 오가느라 고생 많으셨소.
■ 먹는 즐거움
여의도 홍우빌딩의 <가양칼국수버섯매운탕>의 버섯 요리는 기본이 '버섯매운탕'이더라. 버섯이 가득한 매운탕이 끓을 때 익혀 먹을 수 있도록 얇게 썰린 쇠고기 한 접시를 추가할 수 있다. 일명 '샤브샤브'.
매운탕의 버섯을 다 집어 먹었다면 칼국수를 넣고 끓여 먹는다. 이 칼국수 면발이 심상치 않다. 알아 보니 직접 손으로 만든 국수란다. 기계로 만든 국수에서 느껴지는 텁텁한 맛이 전혀 없다. 넙적하면서도 도톰한 면발은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있다. 칼국수까지 건져 먹었다면 밥을 볶는다. 볶은 밥의 맛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평균 이상.
'버섯매운탕' 하나의 메뉴로 매운탕과 칼국수와 볶은 밥까지 먹을 수 있는데 가격은 6,000원. 가격 대비 양과 질을 따져본다면 ★★★★.
'버섯매운탕'과는 다른 버섯 맛을 보고 싶다면 '버섯초회'도 좋겠더군. 두 접시나 해치워버린 이 요리의 가격는 7,000원. '회'라는 이름과 달리 생버섯은 아니다. 살짝 익힌 버섯에 양파 등의 야채와 초고추장을 얹었다. 따뜻한 느낌이 좋다. 먹다보면 계속 집어먹는다. 이 메뉴도 ★★★★.
<가양칼국수버섯매운탕>은 명성만큼 요리도 좋다. 각종 언론사에 등장했다며 광고하지만 맛은 하나같이 '괘씸한' 음식점과는 거리가 멀다. 명성에 비해 좁고 평범한 식당이었다. 일하시는 분들도 인상이 좋다. 장사 잘 된다고 뻣뻣하지 않다. 이런 음식점이 좋다. 번갯집으로 잘 찍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있다.
* re, 슈아, 파란꼬리, 말걸기 넷이서 먹은 요리.
* 버섯매운탕 2인분 + 샤브샤브 1접시 + 버섯초회 2접시 + 볶은 밥 1 추가(꽁짜) = 33,000원.
(그렇다면 샤브샤브 1접시는 얼마?)
* 추위에 귀찮아져서 사진기 안 가지고 갔다. 어차피 배고파서 찍는 것도 잊었을텐데 뭐.
■ 수다떠는 기쁨
실은, 말걸기는 먹는 데 열중하느라 별로 수다떨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번개에 나와서 수다떨지 않았으면 어쨌을꼬 생각되는 분은 슈아님. 혹시 수다떠느라 요리맛을 제대로 보셨는가 모르겠더군. 슈아님 수다 덕에 상구백에 대한 이해가 약간 깊어졌다. 다음부터는 상구백이 번개에 나오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번개의 즐거움은 먹는 것 이상인 듯.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면 긴 시간도 재미나게 보냈으니 다음에 또 '먹자 번개'를 쳐야겠다.
■ 특별한 사건
슈아님이 직접 서명한 <계속 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 DVD를 선물받았다. 예전에 '요상한 이벤트'의 당첨 상품이다. 왜 요상하냐면 상품을 맘대로 주니까.
슈아님이 알쏭달쏭 서명.
"안목을 낮추고 행복하게 사세요."
남들이 보면 참 다양하게도 해석하게 될 것 같다. 아마도 파란꼬리가 가장 오해를 많이 받을 듯... ㅋㅋ (퍽! ㅡㅜ)
■ 수수께끼
수수께끼 같은 인물 re님이 수수께끼를 내버렸다. 미쳐버리겠다.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상상만 하게 된다. 수수께끼를 공개하기 조차도 참 거시기하기 때문에 갑갑함이 더하다.
집 옥상에 올라가면 바로 옆이 산이다. 산이래봐야 해발 104미터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이 작은 동산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동산 아래 버스정류장 이름은 '104 고지 앞'이라는 군사용어에서 따왔다. 사람 사는 곳에까지 군대의 흔적이라니... 안타깝다고 해야하나... 좀 무섭기도 하다.
옥상에 올라가면 계절이 느껴진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의 온도로도 알 수 있지만 빛깔로도 알 수 있다.
지난 몇 개월 내내 삭막했던 산, 숭숭 털이 빠져버린 듯한 산은 아직 겨울의 자취를 숨기지 않았다. 아직 무채색에 가깝다.
그 무채색에 색깔이 칠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강한 노란색이 여기저기 솟아나며 봄을 알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연한 연두색도 보인다. 노랑과 연두와 소나무 색이 무채색 배경으로 톡톡 튄다. 그러나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숲에 푸른빛이 강해지고 나뭇잎이 가득해진다. 울창해진다. 여름이 된다.
봄은 오긴 온다.
광고에서 보았던 차밭 배경, 그런 데가 정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왔다. 3월 17일에 보성의 녹차밭을 갔더니 약 한달이 더 있어야 파릇파릇한 새잎이 나는 녹차밭을 구경할 수 있단다. 절정은 4월 중순이란다. 절정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 마련이라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는 3월 중순도 나쁘지는 않겠지. 방문 직전에 한동안 꽃샘추위가 있어서인지 녹차잎이 깨끗한 녹색은 아니었다.
보성의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다원으로 가기 전에 '전망 좋은 곳'이라는 델 잠시 들렀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보성다원을 지나 옛날 대관령보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지금 도로 펴기 공사 중), 산을 넘는 중간 도로변에 전망대와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아주 작은 휴게소라고 보면 된다.
정자 모양을 본딴 듯하나 촌스럽기 짝이 없는 벽돌-시멘트 건물이 있는데 전망이 좋다는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신주와 전기줄이 계곡 아래 녹차밭을 가린다. 돈을 받는거야 아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전망대 만들어 놓고 한쪽편에서는 물건도 팔고 그러는 모양인데 이래가지고 장사나 제대로 할까. 무엇보다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모독 그 자체였다. 한심하다. 이 나라의 관광사업이란 이 모양이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은 온통 녹차밭이다. 아래 사진은 전망대에서 내려와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훨씬 낫다.
@ '전망 좋은 곳'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녹차밭.
푸르기만한 색을 기대했지만 갈색 기운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날도 살짝 안개가 끼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으니 연두빛 새잎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제철이 아니라는 것이지.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있었지만 온통 녹차로 가득한 곳이 있다길래 사진 몇 장만 찍고 보성다원으로 향했다.
보성다원은 주차비로 2,000원을 받았다. 녹차밭 입구에서 위로 쭉쭉 뻗은 나무들을 만났다. 삼나무 종류인 것 같다. 키가 큰 나무숲으로 아주 짧은 산책길이 나 있었는데 원래 있던 숲을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줄만 알았더니 찬바람을 싫어하는 녹차를 위해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단다.
@ 삼나무(?) 숲길. 일행들이 앞에 가네.
녹차밭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차목원]에서 식사를 했다. 기대 이상의 맛에 한껏 기뻐했다.
계곡의 산비탈이 온통 녹차였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지나 짙고 단단한 잎이 작은 키로 도열해 있었다. 거대한 산비탈 정원이었다. 산책로는 아마도 차잎을 딸 때는 운반로로 쓰일 것이다. 온통 녹차 뿐인 비탈 끝 언덕, 그리고 이곳 저곳에 나무 몇 그루 씩 모여 있어 지루함을 덜었다.
@ 언덕 위 나무들. 파란 하늘도 좋다.
@ 녹차밭 배경이 방풍림. 안개가 살짝 낀 날이었다.
녹차는 찬바람에 약해서 꽃샘추위 때 말라버린 잎들이 많았다. 산 가득 녹차잎이 푸르르기만 하다면 어떤 경관을 이룰까 상상하니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심과 설레임이 느껴졌다. 아쉬움과 함께. 뭐, 기회는 또 오겠지.
@ 녹차. 추위에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보인다.
한산한 녹차밭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녹차 관련 식품을 파는 매장에 들렀다. 새로 나는 녹차잎으로 만든 상품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절정에 이르지 못한 3월 중순에 파는 각종 상품들은 짧아야 1년 가까이 묵은 것들 아니겠는가. 스윽, 별 관심없는 시선으로 훑어만 보고 작은 PET병에 담아 파는 녹차만 사 마셨다. 시중에 잘 보이는 동원의 '보성녹차'보다 맛있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상표였다.
@ '보성다원'과 '전망 좋은 곳'
광고에도 등장했었고 보성차밭 하면 이곳으로 통하는 '보성다원'이 있다. 왠만한 관광지 소개에도 빠지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란 얘기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서는 주의할 게 있다. 바로 음식이다. 바가지 가격이 보통이고, 바가지는 아니더라도 그 가격에 어울리는 맛을 보여주지 못한다. 더구나 '보성다원'처럼 한 기업이 운영하는 관광지 안에 자리한 음식점이라면 더더욱 의심을 살 만한다.
예상을 벗어난 맛과 가격을 지닌 [차목원]을 소개한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고픈 배를 달고 '보성다원'에 도착했을 때, 허기를 달래지 않고서는 차밭 구경도 재미가 없을 듯했다. 군것질거리나 조금 사서 때울까 하다가 간편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밭 구경하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만나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차목원]을 선택했다. 그래봐야 식당은 둘밖에 없다. 별 기대 없이 녹차수제비나 먹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녹차는 쓴맛을 가지고 있고,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로 팔아볼 심산으로 음식재료로 사용하니 그럴만하지 않은가.
이런 예상은 식당에서 처음 맛보게 되는 물맛에서부터 빗나갔다. 연하게 우린 시원한 녹차가 생수를 대신했다. 연하지만 맹숭맹숭하지 않고 그렇다고 녹차의 쓴맛도 없는 맛이었다. 물로 마시기에 부담되지도 않고 차를 마신다는 느낌도 난다. 이토록 잘 우린 시원한 녹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훌륭하다. 빈 PET병에 채워오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작은 병에라도 받아왔으면 여행 중에 홀짝홀짝 맛나게도 마셨을텐데.
주문한 음식은 '녹차수제비'와 '녹차와꼬막회비빔밥'이었다.
@ 녹차수제비.
녹차수제비는 평범해 보인다. 그래도 바지락 국물이 좋다. 늦은 아침식사로는 제대로 선택했다. 반죽도 쫄깃쫄깃. 녹차의 쓴맛은 없애면서 녹차다운 맛을 냈다. 평범한 듯하나 내공 있는 음식이었다. 수제비라는 음식에게는 지상 최고의 맛이 있기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 맛있다. 이 집 녹차수제비는 그 수준을 넘었다. 출출한 시간에 무언가 가볍게 먹고 싶다면 [차목원] 녹차수제비가 생각날 듯하다.
@ 녹차와꼬막회비빔밥. 빛깔이 좋다.
비빔밥은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겨울에는 꼬막회, 여름에는 바지락. 이 비빔밥은 내가 먹은 게 아니라서 처음맛과 끝맛을 기억할 수 없다. 두어 숱가락 살짝 먹어보기만 했다. 재료는 싱싱했다. 나물에 고추장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과는 달리, 회무침의 시큼한 맛이 난다. 녹차나물의 독특함도 인상적이다.
[차목원]은 다원답게 녹차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 이상으로 녹차의 맛을 아주 잘 보여준다. 비빔밥에도 들어가 있는 아래의 녹차나물 반찬을 먹어보면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않다.
@ 반찬으로 나온 녹차나물.
녹차를 직접 우려서 마실 때를 떠올리면, 녹차잎을 어떻게 씹어서 냠냠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보통의 경험과는 달리 녹차나물은 무척 맛있다. 녹차가 이렇게 요리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약간 짭짤하게 버무린 녹차나물에 손이 자주 간다.
원래 수제비와 비빔밥은 최고로 칭할 만한 음식이 나오기 어려우니 [차목원]의 음식을 두고도 최고라 할 순 없다. 그래도 훌륭하다. [차목원]은 어떻게 녹차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외로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행운을 얻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시원한 녹차를 조금이라도 물병에 담아 달라고 부탁해 보아야겠다.
@ 관광지 한복판에 과점 음식점 치고는 비싸지 않다.
- 차목원 : 061-853-5558
- 보성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보성다원'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차목원]은 '보성다원' 안에 있다.
한정식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최고라 할 수 있다. 강진의 [청자골종가집] 얘기다. 메뉴판에는 한상에 얼마짜리가 있다는 안내만 있으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얼마짜리 상 주세요'하면 주문은 끝이다. 고민하지 말고 주는 대로 열심히 맛있게 먹으면 [청자골종가집]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정말 '열심히' 먹어야 한다.
당에서 오래 함께 일한 김정진 변호사는 한 때 군복무를 장흥에서 공익법무관으로 지냈다. 이곳에서 공익법무관 일을 할 때 그 지역의 판검사나 지자체에서 한자리 한 양반들이 몇 번 데리고 갔던 모양이다. 지난 해 여름 휴가 때 몇이서 남도 여행을 했었는데 김정진 변호사가 [청자골종가집]을 그 동네 최고 맛집이라며 소개를 했었다. 지난 여름 이 음식점의 한정식을 먹으며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 남도 맛기행에서도 찾게 되었다.
이 집은 내오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그만큼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지난 여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식사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밥상은 없고 방석만 있어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어찌하려고 밥상이 없을까. 앉아서 기다리면 아주머니 두 분이 큼지막한 차려진 밥상을 들고 들어온다.
@ 이 상을 첫상이라고 보면 된다. 끝이 아니다. 사진은 우중충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화려함에 일단 압도되는 게 있다. 카리스마 있는 음식!
육회, 회, 전복, 조개 등 불로 읽히지 않은 것들이 먼저 나온다. 사진 오른쪽 아래 기다란 접시에 놓이 노란 빛깔 음식은 계란말이가 아니다. 떡고물이 속으로 들어간 떡을 썰어놓았다. 가운데보다 약간 왼쪽 맨 위에 작은 그릇에 담긴 주홍빛 길다란 음식은 농어알을 살짝 말려서 얇게 썰어 놓은 거란다. 이 지방에서 나는 싱싱한 음식이 가득하다.
@ 삼합과 전복, 키조개 관자와 육회. 정신없이 먹어야 했으므로 사진기가 흔들리든 말든.
삼합과 함께 나오는 묵은지는 3년이 된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직접 물어서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키조개 관자 회는 내게는 큰 별미였다. 육회는 채 썰듯이 하지 않고 얇고 넓적하게 썰었는데 질기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았다. 약간의 양념맛만 있었지 생고기맛 그대로였다.
이 상 한판을 다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큰 접시 몇 개만 먹고 치우기에는 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 아깝기 때문이다. 이 집의 장점 중에 하나는 작은 그릇에 나오는 반찬 하나도 맛있다는 데 있다. 구색맞추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 첫 상은 술안주로 먹으며 수다떠는 상이란다. 일행은 모두 먹기 위해 왔으므로 열심히 해치웠다. 아주머니가 가끔 방을 들여다보며 식사 속도를 확인하다. 대략 많이들 먹었다 싶으면 익힌 음식이 또 나온다.
@ 갈비찜, 전, 광어탕수육, 낙지. 여전히 먹느라 사진기는 흔들린다.
이것들 말고도 몇 가지다 더 나왔는데 먹느라 찍은 건 이것 뿐이다. 나는 갈비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 갈비찜은 질기지도 않고 살살 잘 넘어갔다. 짜지도 않고. 특이한 건 광어탕수육인데, 광어 뼈만 요령것 발라내고 살점만 통째로 튀겼다. 익힐 때 결을 내서 먹기도 편하다.
내어온 음식이 바닥이 나거나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게 되면 마지막 '식사 상'이 나온다. 그 전에 매생이국이 먼저 나오는데, 난 매생이국을 여기서 처음 먹어봤다.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었으니 살짝 술기운은 달래기 위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매생이국을 훌훌 마실 때가 되면 심호흡을 할 때가 된 것이다. 먹을 게 더 나오는데 이미 배는 꽉 찼을 테니까.
@ 마지막 상. 물론 이 다음엔 과일과 수정과가 나온다. 매생이국과 굴비.
쌀밥도 나오지만 찰밥도 함께 나온다. 밥반찬으로 젓갈이 맛있다. 굴비는 아주머니가 직접 찢어주는 친절함을 베푸신다. 왼쪽 위에 있는 김이 아주 일품인데 서울에서 이런 맛의 김은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밥반찬의 맛과 찰밥 때문에 배가 불러도 자꾸만 자꾸만 손이 가는 마지막 상이다.
아, 이렇게 보니 사진발이 약한 게 한스러울 따름이다.
[청자골종가집]은 강진읍내에서 약간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다. 주변이 조용한 한옥집이라 저녁 식사 분위기 또한 음식맛 만큼이나 좋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잘 가꾸어 놓은 정원으로 나오면 하늘의 별도 반짝인다.
@ 이번에 저녁식사를 한 방은 '죽실'이다. 이런 온돌방이 여러 개 있다.
[청자골종가집]의 장점은 재료의 싱싱함에 있다. 타지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싱싱한 음식을 한 데 모아놓았다.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리 솜씨도 좋다. 음식마다의 경중이 있다기 보다는 리듬이 있다. 겻가지 음식도 폄하할 게 아니다. 그리고 푸짐하다. 먹을 게 많이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이 집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4인상 이상만 팔기 때문에 2이 간다면 두 배 값으로 먹어야 한다. 물론 양은 4인상과 같이 나오지만 남겨야 하는 음식이 너무 많아진다. 이번 일행은 셋이었는데 하나같이 먹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대충 다 먹기는 했다.
또 하나는 절대비용에 있어서 싸지는 않다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상은 4인 16만원 상이다. 1인당 4만원짜리 코스 요리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는 해도 가격 대 질로 보면 대도시, 특히 서울의 어느 한정식과 비교해도 비싸지 않으며 오히려 싸다 할 수 있다. 물론 먹는 데 큰 돈을 쓰는 게 부담스럼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4인 8만원, 12만원 상도 있는데 어느 음식이 빠지는지는 모르겠다.
먹는 즐거움을 위해 한 번 쯤 질러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방문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멀리까지 가게 되는 날이 주말이라면 더욱 일찍 해야 할 지 모르겠다. 8시 30분 정도까지만 음식을 만드는 것 같으니 저녁 7시 정도까지는 가서 천천히 웃고 떠들며 잔치 분위기를 내는 식사는 어떨지.
- [청자골종가집] : 061-433-1100
'동백림'. 지난 1월 26일 국가정보원 진상규명위원회가, '동백림 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간첩단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이 1967년 6.8 부정 총선 규탄 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간첩죄와 간첩미수죄로 기소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200여 명이나 연루된 이 조작 사건은 40년이나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하지도 않은 짓으로 감옥엘 가고, 돌아가고픈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에 서려서 살았을까. 끔찍한 조작사건이다. 이런 국가의 폭력은 이제 없어졌을까? 버전을 바꾼 국가의 폭력은 새만금이나 대추리에서 지속된다.
갑자기 '동백림 사건'이 궁금해졌는데 전혀 엉뚱한 이유 때문이었다. 3월 16일 해질녘 강진 백련사의 동랙림을 갔었다. '동백림 사건'의 '동백림'은 '東伯林'으로 동베를린을 말한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冬栢林'으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할 무렵 피는 동백꽃나무의 숲이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천연기념물 151호이다. 문화재청은 강진 백련사의 동백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등의 따뜻한 지방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이나 섬에서 자란다. 꽃은 이른 봄에 피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부른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강진에 있는 백련사 부근에 있는데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이밖에 굴참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등도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동백나무의 높이는 평균 7m쯤 되고,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매우 아름다워 이 지역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동백림의 유래에 관하여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다산 초당이 가까이 있고, 이곳에서 다도(茶道)연구를 했던 것으로 미루어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우리나라의 난온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인 동백나무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문화적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 좌측은 백련사 동백림의 동백꽃. 해가 질 무렵이라 어둡게, 이쁘지 않게 찍혔다. 오른쪽 동백꽃은, 동행한 W씨가 여수에서 찍은 사진이다.
백련사로 올라가는 길 온통 동백나무였다. 동백꽃이 만발했다면 그만한 광경도 없었을 터이나, 방문한 날 며칠 전에 꽃샘추위가 있어서였는지, 꽃은 만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일찍 핀 꽃들은 봉오리 통째로 떨어져 있었다. 위의 사진보다 좀 더 이쁘다고 생각하고 짙은 녹색 잎 사이에서 붉은 동백꽃이 만발한 상상을 해 보시라. 아쉬웠다.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보지 못한다. 꽃 구경은 타이밍이다.
@ 이게 다 동백나무인데 이렇게 전체를 보니 동백꽃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길을 조금 오르면 백련사가 있다. 백련사 바로 앞에서 800m만 걸으면 다산초당으로 갈 수 있다. 같은 만덕산 속에 약간 떨어져서 있는 백련사와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지난 여름에 갔었고 해가 다 져가니 생략하고 백련사 구경이나 해볼까.
@ 동백림을 막 벗어나 백련사 초입에서 바라본 백련사.
저 뒤에 기와가 약간 보이는 건물이 백련사의 대웅전이다. 통일신라 문성왕 1년(839)에 지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 시대 목조건축물이 남아 있을 리는 없다. 대웅전 앞 마당 전체를 자갈로 깔아 놓았는데 비가 와도 질퍽이지 않아 좋을 듯하다. 방문객이 많으면 자갈 밟히는 소리에 절사람들은 괴로울 지도 모르겠다.
위의 사진에서 대웅전 앞에 보이는 곳을 잘 보면 중앙에서 한 칸 오른쪽에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일 것이다. 그 문으로 강진의 뜰과 강진만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백련사 방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듯하다.
@ 바로 앞이 동백림. 정말 울창하다. 들과 저수지(만덕호)가 보인다. 그 위에 강진만. 그 너머도 강진땅.
백련사에서 마주보는 바다너머 땅이 강진군 대구면이다. 그곳에 청자 도요지가 있다. 강진의 모양은, 강진땅 가운데를 바다가 파고 든 모양인데, 이곳 만을 둘러싼 곳은, 청자가마터가 188기이고 현존하는 한국 청자 가마터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국보급 청자의 80% 이상이 여기서 출토된 것이란다. 요즘 강진군이 이 테마로 관광부흥을 노리는 듯하다.
이 동네의 진짜 관광은 백련사와 다산초당, 그리고 그 주변의 동백림과 숲을 산책하며 누리를 여유일 것이다. 다산초당도 작고 아담하지만 그곳에는 정자가 있어서 백련사에 못지 않은 광경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여름에도 그랬지만 이 동네 올 때마다 약간의 안개로 깨끗하고 상쾌한 구경은 못했다. 다음 기회가 또 오긴 하겠지.
목포에서 부산까지 남도를 가로지는 2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강진읍내 진입로에서 해남방면으로 18번 국도를 타고 조금만 가면 백련사와 다산초당 팻말을 찾을 수 있다. 좁은 왕복2차로로 살짝 달리면 백련사가 먼저 나오고 그 길로 조금만 더 가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던지 둘은 연결되어 있다.
3월 16일(목) 강진에서 저녁을 먹기로 작정을 했는데, 애매한 시간에 아침으로 나주곰탕을 먹어서 점심을 먹어야 마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이왕 맛기행을 왔으니 먹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먹어 보기로 하고 무안에서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보았다. 전남도 관광지도에서 안내하는 식당들 전부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았는데, 이놈의 지도가 무안군과 영암군의 식당을 묶어서 안내하는 것이었다. 해산물을 먹어볼 요량이었으나 대부분 영암에 있다보니 해산물은 포기하고 [녹향가든]을 찾아나섰다.
무안군청 근처에서 무안역을 향했다. 무안역은 무안읍내에 있지 않다. 터미널이나 군청이 있는 읍내에서는 고개를 하나 넘어서 가야 한다. '항공우주전시관'을 찾는다면 사창리를 더 쉽게 찾을 수도 있겠다. 무안역이 있는 동네는 시골동네 '몽탄면 사창리'이다. 이 동네에서 짚으로 불을 지펴 삼겹살을 구워먹었었나 보다. 그래서 <사창짚불구이>로 불려진다.
작은 마을에 접어들었더니 작은 간판들이 여럿 있어 [녹향가든]을 찾는 것은 쉬웠다. [녹향가든] 이외에서 짚불구이집 안내판도 여기저기에 있다. 이 음식점들을 [녹향가든]과 비교해 보진 않았으니 어디가 더 맛 있는 집인지는 모르겠고 각자 자기 취향과 감으로 아무데나 가면 된다. 맛없다고 후회한들 선택한 사람의 책임이다.
@ [녹향가든]과 무안역 입구에 걸려 있는 안내판. 위의 길을 따라 철길과 나란히 주욱 가야 한다. 차가 지나가는 고가를 지나면 녹색 육교가 보이는데, 그 육교 앞에 [녹향가든]이 있다.
그리 큰 기대없이, 그래도 짚불로 고기를 굽는다하니 호기심은 가지고 짚불구이 3인분을 주문했다. 일행 중 하나가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화덕이 밖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잽싸게 나가서 연기를 마시며 짚불구이 현장을 촬영했다. 짚불구이는 방이나 홀에서 구울 수 없어 구워서 갖다 주는데, 굽는 아주머니 말씀이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구워야 해서 힘들단다. 한 겨울에도 환기창을 잘 열지 않아 매운 연기 속에서 구울 것 같다.
@ 부뚜막 위에서 짚을 태우는 모양이나 마찬가지다. 석쇠에 삼겹살을 한 장 씩 펼쳐 끼워서 굽는다. 한 판에 1인분. 그리고, 흔들리는 카메라.
무안까지 와서 해산물이 아닌 네발 달린 고기를 찾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으나, 내게 짚불구이는 별미였다. 얇게 썬 삽겹살을 짚불에 빠른 시간에 구워 식기 전에 먹으니 쩝쩝 잘도 넘어갔다. 짚불구이는 굽자마자 얼른 먹어야 제맛이라 3인분을 주문하면 손님이 먹는 속도를 봐가면서 구워준다. 그래서 [녹향가든] 아주머니들은 식탁에 남아 있는 고기에 관심이 많다. 서비스 정신이 훌륭하다.
@ [녹향가든] 짚불구이.
차려진 상을 보면 그냥 평범한 식당이다. 뭐 폼 나는 그릇으로 빛깔 좋은 반찬을 펼쳐 놓지는 않았다. 그래도 독특한 쌈을 먹어본다면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왼쪽 아래 상추를 펼치고, 오른쪽의 짚불구이를 가운데 위의 작은 종지에 찍은 다음, 가운데 아래 빨간 걸 얹고, 냠냠 먹으면 된다.
가운데 위의 작은 종지에 담긴 짙은 갈색의 장은 간장게장을 갈아 놓은 것이다. 참기름-소금장이 아닌 이것으로 고기에 간을 한다. 그리 짜지 않아서 듬뿍 묻혀도 되는데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가운데 아래의 빨간 빛깔의 음식은 양파김치이다. 그냥 밥 반찬으로는 별루일 것 같은데 고기와 게장과 상추와 잘 어울린다. 상추-고기-게장-양파김치의 조합이 짚불구이의 백미인 듯하다.
[녹향가든]의 고기는 매일 목포에서 들여온단다. 고기에 비린맛이 전혀 없고 싱싱한 게 재료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앞에서 소개한 대로 꼭 쌈을 싸지 않고 고기만 게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1인분이 석쇠 한 판인데 고기가 얇다보니 양이 많지는 않다. 11시에 아침을 먹은 세 사람이 오후에 4인분을 후딱 먹어버렸으니 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사창짚불구이>를 먹겠다면 하루에 예닐곱번만 열차가 지나가는 무안역으로 가거나, 무안터미널에서 무안역 가는 노선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노선버스는 목표까지도 가더라. 횟수는 모르겠고. 무안역에서 [녹향가든]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철길만 따라 가면 되니까.
- 녹향가든 : 061-453-8360
@ 무안읍내와 무안역 지도.
3월 16-17일, 이틀 동안의 남도 맛기행, 그 본격적인 시작은 나주에서였다. 나주에서는 곰탕이 맛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곰탕집을 찾았다. 전남도에서 발행하는 관광 안내 지도에는 각 시군의 맛집을 몇 개씩 소개하고 있다. 나주의 맛집은 곰탕집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하얀집]과 [노안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전화를 해 보니 나주의 '매일시장' 근처라고 했다. 나주곰탕집들 여러 개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모여 있었다. [하얀집], [노안집], [남평식당]. 이 세 식당은 나주곰탕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어디를 갈까. [하얀집]으로 찍었다. 다음에 나주를 갈 일이 있다면 [노안집]이나 [남평식당]을 가게 되겠지.
@ 나주곰탕집 [하얀집]. 입구는 넓지 않으나 식당은 안으로 길고, 넓다란 방도 있다. 사진 속 인물과 차량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전 11시 경에 갔는데 점심 전이라서인지 손님들이 바글바글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 치고는 적지않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는 곰탕 외에도 수육과 육회가 있긴 했지만 낮부터 먹기를 좀 그렇고, 늦은 아침식사로 곰탕을 먹었다.
@ [하얀집]의 나주곰탕. 곰탕을 주문하면 딱 요렇게 나온다. 그렇다고 모자람이란 없다.
고기를 얇게 썰지 않고 큼직하고 두툼하게 썰어놓았다. 고기의 양도 상당히 많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밥 위의 고기가 결코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국물이 맑다. 맑다고 해서 얇은 맛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깊은 맛이 난다. 김치도 오래 삭혔다. 남도 김치다. 곰탕 한 그릇은 늦은 아침식사로 훌륭하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든든한 식사로도 손색인 없을 듯하다.
@ 손님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큰 가마솥으로 곰탕을 고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은 맛을 느끼지는 못해서, 언제나 소문은 약간 과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찾은 시간 때문이었다. 곰탕을 다 먹고 나서 주방의 아주머니에게 여쭈었더니 새벽부터 탕을 고는데 낮 12시가 지나야 진짜 제맛이 난단다. 새벽에 고기를 넣고 한 번 고고 나서 고기를 꺼내 썬 다음 계속 곤단고 한다. 매일매일 새로 고기 때문에 낮부터야 제맛을 보게 된다. 아쉬운 대목이었다. 행여 다음에 나주를 방문하다면 저녁식사로 진한 곰탕을 한 사발 먹고 수육으로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아주 간략한 소개만 있을 뿐이지만 [하얀집] 사이트도 있다. 차를 타고 [하얀집]을 찾으려면 '금성관'을 먼저 찾는 게 빠를 듯하다. 전화를 걸어 찾아가는 방법을 물으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시장'을 찾으라고 하는데 도로 이정표에는 매일시장은 없고 금성관 안내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시장'을 찾을 때에는 방향만 잘 잡으면 된다. 매일시장 큰 간판을 찾아 그 길로 들어가면 [노안집]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노안집] 건너편 공영 주차장에서 보면 [남평식당] 간판도 보인다. 이 공영 주차장 건너편 오른쪽 길로 가면 [하얀집]이 보인다. 바로 이 근처에 금성관이 있다.
@ 나주매일시장 지도. 버스터미널에서 500미터면 걸어도 충분하겠다.
- 하얀집 : 061-333-4292
- 노안집 : 061-333-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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