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뛰어다니는 윗층 아이들
- 2016
-
- 정의당 상무위원회 사태
- 2016
-
- 부족함과 초라함(2)
- 2014
-
- 오랜만에 홍아(2)
- 2014
-
- 다정한 모녀(4)
- 2011
3월 16일(목) 강진에서 저녁을 먹기로 작정을 했는데, 애매한 시간에 아침으로 나주곰탕을 먹어서 점심을 먹어야 마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이왕 맛기행을 왔으니 먹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먹어 보기로 하고 무안에서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보았다. 전남도 관광지도에서 안내하는 식당들 전부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았는데, 이놈의 지도가 무안군과 영암군의 식당을 묶어서 안내하는 것이었다. 해산물을 먹어볼 요량이었으나 대부분 영암에 있다보니 해산물은 포기하고 [녹향가든]을 찾아나섰다.
무안군청 근처에서 무안역을 향했다. 무안역은 무안읍내에 있지 않다. 터미널이나 군청이 있는 읍내에서는 고개를 하나 넘어서 가야 한다. '항공우주전시관'을 찾는다면 사창리를 더 쉽게 찾을 수도 있겠다. 무안역이 있는 동네는 시골동네 '몽탄면 사창리'이다. 이 동네에서 짚으로 불을 지펴 삼겹살을 구워먹었었나 보다. 그래서 <사창짚불구이>로 불려진다.
작은 마을에 접어들었더니 작은 간판들이 여럿 있어 [녹향가든]을 찾는 것은 쉬웠다. [녹향가든] 이외에서 짚불구이집 안내판도 여기저기에 있다. 이 음식점들을 [녹향가든]과 비교해 보진 않았으니 어디가 더 맛 있는 집인지는 모르겠고 각자 자기 취향과 감으로 아무데나 가면 된다. 맛없다고 후회한들 선택한 사람의 책임이다.
@ [녹향가든]과 무안역 입구에 걸려 있는 안내판. 위의 길을 따라 철길과 나란히 주욱 가야 한다. 차가 지나가는 고가를 지나면 녹색 육교가 보이는데, 그 육교 앞에 [녹향가든]이 있다.
그리 큰 기대없이, 그래도 짚불로 고기를 굽는다하니 호기심은 가지고 짚불구이 3인분을 주문했다. 일행 중 하나가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화덕이 밖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잽싸게 나가서 연기를 마시며 짚불구이 현장을 촬영했다. 짚불구이는 방이나 홀에서 구울 수 없어 구워서 갖다 주는데, 굽는 아주머니 말씀이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구워야 해서 힘들단다. 한 겨울에도 환기창을 잘 열지 않아 매운 연기 속에서 구울 것 같다.
@ 부뚜막 위에서 짚을 태우는 모양이나 마찬가지다. 석쇠에 삼겹살을 한 장 씩 펼쳐 끼워서 굽는다. 한 판에 1인분. 그리고, 흔들리는 카메라.
무안까지 와서 해산물이 아닌 네발 달린 고기를 찾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으나, 내게 짚불구이는 별미였다. 얇게 썬 삽겹살을 짚불에 빠른 시간에 구워 식기 전에 먹으니 쩝쩝 잘도 넘어갔다. 짚불구이는 굽자마자 얼른 먹어야 제맛이라 3인분을 주문하면 손님이 먹는 속도를 봐가면서 구워준다. 그래서 [녹향가든] 아주머니들은 식탁에 남아 있는 고기에 관심이 많다. 서비스 정신이 훌륭하다.
@ [녹향가든] 짚불구이.
차려진 상을 보면 그냥 평범한 식당이다. 뭐 폼 나는 그릇으로 빛깔 좋은 반찬을 펼쳐 놓지는 않았다. 그래도 독특한 쌈을 먹어본다면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왼쪽 아래 상추를 펼치고, 오른쪽의 짚불구이를 가운데 위의 작은 종지에 찍은 다음, 가운데 아래 빨간 걸 얹고, 냠냠 먹으면 된다.
가운데 위의 작은 종지에 담긴 짙은 갈색의 장은 간장게장을 갈아 놓은 것이다. 참기름-소금장이 아닌 이것으로 고기에 간을 한다. 그리 짜지 않아서 듬뿍 묻혀도 되는데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가운데 아래의 빨간 빛깔의 음식은 양파김치이다. 그냥 밥 반찬으로는 별루일 것 같은데 고기와 게장과 상추와 잘 어울린다. 상추-고기-게장-양파김치의 조합이 짚불구이의 백미인 듯하다.
[녹향가든]의 고기는 매일 목포에서 들여온단다. 고기에 비린맛이 전혀 없고 싱싱한 게 재료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앞에서 소개한 대로 꼭 쌈을 싸지 않고 고기만 게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1인분이 석쇠 한 판인데 고기가 얇다보니 양이 많지는 않다. 11시에 아침을 먹은 세 사람이 오후에 4인분을 후딱 먹어버렸으니 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사창짚불구이>를 먹겠다면 하루에 예닐곱번만 열차가 지나가는 무안역으로 가거나, 무안터미널에서 무안역 가는 노선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노선버스는 목표까지도 가더라. 횟수는 모르겠고. 무안역에서 [녹향가든]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철길만 따라 가면 되니까.
- 녹향가든 : 061-453-8360
@ 무안읍내와 무안역 지도.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