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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맛 : 차목원

 

광고에도 등장했었고 보성차밭 하면 이곳으로 통하는 '보성다원'이 있다. 왠만한 관광지 소개에도 빠지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란 얘기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서는 주의할 게 있다. 바로 음식이다. 바가지 가격이 보통이고, 바가지는 아니더라도 그 가격에 어울리는 맛을 보여주지 못한다. 더구나 '보성다원'처럼 한 기업이 운영하는 관광지 안에 자리한 음식점이라면 더더욱 의심을 살 만한다.

 

예상을 벗어난 맛과 가격을 지닌 [차목원]을 소개한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고픈 배를 달고 '보성다원'에 도착했을 때, 허기를 달래지 않고서는 차밭 구경도 재미가 없을 듯했다. 군것질거리나 조금 사서 때울까 하다가 간편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밭 구경하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만나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차목원]을 선택했다. 그래봐야 식당은 둘밖에 없다. 별 기대 없이 녹차수제비나 먹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녹차는 쓴맛을 가지고 있고,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로 팔아볼 심산으로 음식재료로 사용하니 그럴만하지 않은가.

 

이런 예상은 식당에서 처음 맛보게 되는 물맛에서부터 빗나갔다. 연하게 우린 시원한 녹차가 생수를 대신했다. 연하지만 맹숭맹숭하지 않고 그렇다고 녹차의 쓴맛도 없는 맛이었다. 물로 마시기에 부담되지도 않고 차를 마신다는 느낌도 난다. 이토록 잘 우린 시원한 녹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훌륭하다. 빈 PET병에 채워오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작은 병에라도 받아왔으면 여행 중에 홀짝홀짝 맛나게도 마셨을텐데.

 

주문한 음식은 '녹차수제비'와 '녹차와꼬막회비빔밥'이었다.

 

@ 녹차수제비.

 

녹차수제비는 평범해 보인다. 그래도 바지락 국물이 좋다. 늦은 아침식사로는 제대로 선택했다. 반죽도 쫄깃쫄깃. 녹차의 쓴맛은 없애면서 녹차다운 맛을 냈다. 평범한 듯하나 내공 있는 음식이었다. 수제비라는 음식에게는 지상 최고의 맛이 있기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 맛있다. 이 집 녹차수제비는 그 수준을 넘었다. 출출한 시간에 무언가 가볍게 먹고 싶다면 [차목원] 녹차수제비가 생각날 듯하다.

 

@ 녹차와꼬막회비빔밥. 빛깔이 좋다.

 

비빔밥은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겨울에는 꼬막회, 여름에는 바지락. 이 비빔밥은 내가 먹은 게 아니라서 처음맛과 끝맛을 기억할 수 없다. 두어 숱가락 살짝 먹어보기만 했다. 재료는 싱싱했다. 나물에 고추장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과는 달리, 회무침의 시큼한 맛이 난다. 녹차나물의 독특함도 인상적이다.

 

[차목원]은 다원답게 녹차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 이상으로 녹차의 맛을 아주 잘 보여준다. 비빔밥에도 들어가 있는 아래의 녹차나물 반찬을 먹어보면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않다.

 

@ 반찬으로 나온 녹차나물.

 

녹차를 직접 우려서 마실 때를 떠올리면, 녹차잎을 어떻게 씹어서 냠냠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보통의 경험과는 달리 녹차나물은 무척 맛있다. 녹차가 이렇게 요리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약간 짭짤하게 버무린 녹차나물에 손이 자주 간다.

 

 

원래 수제비와 비빔밥은 최고로 칭할 만한 음식이 나오기 어려우니 [차목원]의 음식을 두고도 최고라 할 순 없다. 그래도 훌륭하다. [차목원]은 어떻게 녹차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외로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행운을 얻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시원한 녹차를 조금이라도 물병에 담아 달라고 부탁해 보아야겠다.

 

@ 관광지 한복판에 과점 음식점 치고는 비싸지 않다.

 

- 차목원 : 061-853-5558

- 보성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보성다원'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차목원]은 '보성다원'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