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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운악산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는 길에 아트밸리에서...
홍아는 지난 겨울 40도가 넘는 고열을 여러 차례 겪었다.
높은 열은 홍아에게 큰 두려움이었는지 병원도 약도 거부한 채 며칠씩 뜨거운 몸으로 엄마 품만 찾았다.
겨울 내내 차고 메마른 공기는 감기로 모든 가족을 위협했다.
이제 겨우 따뜻한 봄이 왔는데 여전히 메마른 공기는 종일 살갗을 가렵게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은 좋아하던 목욕을 거부하고 있다.
산길에 왠 소년이 서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 표정.
혹은 배고픔과 갈증을 알리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이 표정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치랴.
소년은 이번 산행에서 캬라멜 세 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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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본격적인 나들이를 떠나기 전에 간편한 산행을 해 볼까 해서 감악산에 다녀왔다.
홍아의 점심 도시락을 싸고 김밥집에 들러 파란꼬리와 먹을 김밥 네 줄을 포장해 감악산 범륜사에 도착했을 때 홍아는 잠이 들어 있었다. 홍아가 깰 때까지 차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기다렸다. 홍아가 낮잠에서 깬 후에 범륜사 한 바퀴를 돌았다. 작은 절이었다. 절 아래 의자에서 홍아는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에 등산을 해 보기로 했다. 말걸기가 홍아를 아기띠로 안고 오르려 했으나 홍아는 아기띠를 거부했다. 그러면 홍아가 걸어서 산에 오를 수 있을까? 걸을 수 있을 만큼 가려고 했지만 감악산길은 죄다 돌길이었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하나같이 아가는 걷지 못할 길이란다. 홍아는 돌길을 잠깐 걸었고 돌길 위에 멈춰 서서 이것 저것 살피며 놀 거리를 찾았다.
혼자서 풀도 뜯고 돌도 파헤치며 놀았다. 이내 파란꼬리와 그림자 놀이도 하고 구름도 찾아 보고 산토끼 노래도 부른다.
홍아는 산길 위에서 더 놀고 싶었나 보다. 홍아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홍아는 요즘 집에서 말걸기와 숨바꼭질을 하는데 절에서도 하잔다. 홍아는 숨어 있던 말걸기를 찾는 순간 저렇게 신나게 웃는다.
감악산은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입산을 통제한다는데 그 이후에 가기에는 너무 춥고 가는 길도 가파르다. 내년 봄에 홍아와 또 가 볼까? 새싹 보러.
4개월 동안 제대로 나들이도 못 다니다가 문득 춘천을 가볼까 궁리를 했다. 하지만 홍아랑 춘천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략 1시간 30분 안에 다다를 만한 곳이 없나 찾은 곳이 연천이다. 연천 한탄강변에 국민관광지를 조성하고 있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꽤 재밌게 논다는 블로그 포스트를 보고선 그리 가 보기로 했다.
점심 먹을 곳도 검색해 보니 연천 맛집이라며 자주 등장하는 곳 하나가 비빔국수집이었다. 홍아가 아직은 먹지 못할 음식이라 다른 맛집으로 여럿이 소개하는 매운탕집을 가기로 하고 그곳으로 출발. 자유로와 37번 국도를 따라가는 길은 꽤 낭만적이었다. 연천까지 가니 군부대 참 많구나. 군용 트럭과 자주포 일행도 마주쳤다.
점심께 도착한 연천의 <불탄소가든>은 한탄강변 절벽 위에 있었다. 창가로 한탄강을 볼 수 있었다. 쏘가리 매운탕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이때 홍아는 아주 잠시 동안만 파란꼬리 품에서 놀았다.
쏘가리 매운탕을 먹는 데는 약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그 동안 홍아는 식당을 한 50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그건 파란꼬리와 말걸기가 뛰어다닌 거리기도 하다. 파란꼬리는 이곳 매운탕에 만족해 했다. 연천 공무원들과 그 근처 골프장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것을 보니 맛을 인정받는 곳인가 보다.
식당 앞 주차장에서 찰칵. 꽤 여유로워 보이는 동네다. 하지만 주변은 도로 공사로 번잡했는데 아주 큰 도로가 놓여질 모양이다. 이젠 이곳도 '시골'에서 벗어나기 직전이다.
식당 안을 50바퀴는 돈 홍아는 살짝 졸려했지만 그래도 한탄강변 국민관광지를 향했다. 이왕 온 거 구경이라도 해볼 생각으로. 그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는데 공룡 모양의 각종 놀이 기구가 있었다. 홍아는 공룡과 놀기보다는 바닥의 풀을 뜯으며 놀았다.
잠시 파란꼬리의 그림자 안에서 쉬던 홍아, 저쪽 편에서 언니네 가족들을 보았다. 세 살 정도된 아이네 가족이 왔는데 이 언니가 공룡을 타니 홍아도 한 번 타 보겠단다. 그리 재미는 없었는데 금방 내려달라고 한다. 피곤한지 파란꼬리 품에서 노는 게 더 맘에 드나 보다.
홍아에게 피곤함이 몰려오자 집을 갈 때가 되었다.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가니 그 아래가 바로 강변이었다. 한탄강엔 꽤 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다. 강을 보니 또 그냥 가기 아까와서 자갈밭으로 내려갔다. 홍아는 강에 들어가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는 없고 파란꼬리와 기념 사진 포즈 한 번 취하고 다른 곳을 눈길을 돌렸다. 강가와는 떨어져 있는 모래밭에서 잠시 놀다 집으로 출발.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37번 국도를 타야 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3번 국도를 타게 되었다. 별로 낭만적이지 않은 이 길은 덕정사거리를 지나쳤지만 행인을 부를 수는 없었다. 시간도 갈 때 보다 30분 이상 걸렸고. 그래도 홍아가 내내 잠을 자서 그나마 다행었다.
홍아를 쫓아 다니며 어렵게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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