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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걸기네는 바람 나서 툭하면 홍아와 외출하기에 바쁘다.
홍아의 생체 시계와 반응 체계는 어른들에게는 그리 좋지 못하다. 홍아는 밤잠을 일찍부터 자야 하고 낮잠도 두 번을 잔다. 게다가 홍아는 잠이 들기까지 오래도록 엄마와 아빠를 양편에 눕혀 놓는다. 얕은 잠을 잘 때는 옆에서 자는지 슬쩍 확인도 한다. 엄마 아빠 모두 자리를 비우면 깬다.
홍아는 집에서는 이것 저것 장난감을 뒤적이며 엄마와 아빠가 함께 놀아 주길 바란다. 둘 중 하나가 부엌에서 일을 한다거나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거나 하면 쫓아가서 놀아달라고 한다. 홍아는 집안의 모두가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돌봐주길 바란다.
이처럼 '이기의 순수'로 뭉친 홍아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서 외출을 하려면 시간도 참 오래 걸린다. 홍아 데리고 나갈 사람들도 밥 먹고 세수도 해야 하니 이른 시각에 외출하기란 쉽지 않다. 준비를 하다보면 홍아의 낮잠 시간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홍아를 돌보는 엄마 아빠 모두에게 가장 부담이 가지 않는 방식은 가사일의 노동 강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즉, 같은 일을 하더라도 홍아가 원하는 걸 해결하면서 긴 시간을 투여하는 것이다. 결국 외출은 늦은 시각에 하게 되고 반나절만에 다녀 올만한 곳을 간다.
이런 방식으로 요즘 외출이 잦다.
4월 8일에 김포에 있는 문수산에 다녀왔다. 진달래 축제 기간이라는 얘길 듣고 갔는데 진달래 군락지는 계단을 한참 올라야 해서 짧고 넓은 산길만을 산책했다. 홍아는 이 산에서 걸음마 연습도 했다.
문수산에 다녀 온 후로 집안에서 더 잘 걷는다. 이제는 엄마 손 잡고 걷는다.
3월 30일에 홍아를 데리고 행주산성엘 다녀왔다.
홍아 나들이에는 어려움이 있는데 첫 번째는 날씨이다.
이날도 집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화창했는데 막상 행주산성엘 가니 해는 쏙 숨어버리고 바람이 불었다.
두 번째는 홍아의 예측할 수 없는 생활 패턴이다.
언제 자거나 먹을지 알 수가 없다.
산성에 오르니 졸려서 뻥쇠가 되었다.
구경이나 제대로 했을라나 모르겠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얼른 데리고 내려오느라 홍아가 가장 관심을 보였던 깃발과는 기념 촬영도 못했다.
입장료, 주차비, 그리고 산성에서 내려오면서 먹은 국수 두 그릇. 모두 합쳐 1만 원에 나들이했다.
이 정도면 비싼 나들이는 아니니 꽃이 만발할 때 다시 가야겠다.
홍아는 아직 꽃을 어려워 한다.
홍아는 TV 리모트콘트롤러를 좋아한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는 리모콘을 할머니께서 선물해 주셨는데,
홍아에게 그것은 그저 그런 물건이다.
버튼을 누르면 TV가 반응하는 '진짜' 리모콘만 보면 달라고 한다.
사용하는 리모콘을 홍아 손에 쥐어 줄 리는 없지만
실수로 손에 닿을 만한 곳에 두면 홍아는 냉큼 손에 쥔다.
그리고 손에 넣은 리모콘은 실컷 가지고 놀 때까지 놓지 않는다.
홍아는 리모콘으로 기타도 치고 피리도 분다.
물론 놀다 보니 그런 모양새를 만들 뿐이다.
겨울에는 오전이면 햇볕이 집안에 가득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렘브란트 라이팅을 시도했으나
모델과의 교감을 이루지 못한 관계로 삐꾸 렘브란트와 루프로 끝났다.
홍아는 요즘 잠을 잘 들지 못한다.
9시경부터 시작하는 잠투정은 자정을 넘겨도 끝나지 않는다.
홍아는 신년 연휴 홍아의 아빠의 엄니 집에 가서는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 했다.
원래 인간에게는 잠이 든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보다.
1월엔 홍아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이 있는 달이라 신년 연휴에 몰아서 생신 잔치까지 했다.
아가 침대에서 시후 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서는,
사진도 오래 찍으면 싫단다. "꺼내 줘!"
시후는, "그러든지 말든지..."
홍아가 파란꼬리 품에 안겨 있을때 시후는 포즈를 취한다.
카메라 앞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안다. 노련하다.
홍아는 아직 카메라 앞에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마냥 파란꼬리에게 안겨서 찢어지게 웃는다.
미간의 주름은 파란꼬리를 닮았을까? 고모도 웃을 땐 코에 주름이 생기는데...
잔치를 끝내고 돌아온 홍아는 밤잠도 낮잠도 잘 잤다.
이젠 잠투정은 적당히 하길...
잘 자 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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