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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태인과 대학등록금

 

반값등록금으로 세상이 난리다.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왠일인지 그다지 관심이 확 쏠리지는 않는다. 등록금 내려면 17년은 있어야 해서 그런가? 아님 요즘에 세상을 너무 쿠~울하게 보나?

 

어쨌든 반값등록금은 소위 진보를 자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최소 가이드라인, 보수는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먹어서는 안 되는 악마의 사탕인듯하다. 이런 와중에 깨나 진보랍시는 정태인이 '도발적으로' 반값등록금 반대를 외쳤다.

 

'반값등록금'에 반대한다

 

노동시장에서의 학력, 학벌 차별이 교육을 이상하게 만드는 원인이라 지목하고, 임금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 없다. 다만 이 사람은 임금시장과 서열화된 대학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임금 "격차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이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는 가장 근본적 처방"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그렇다. 짧은 칼럼에서 이 사람 생각을 다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이 사람은 노동시장에서의 학력, 학벌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해소하면 대학등록금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그게 쉽게 될까? 또 이 사람은 "어떤 정책이 아무리 복지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더라도 양극화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면 그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학 등록금이 바로 그렇다. 현재도 대학 입시경쟁은 과잉이다. 그런데 대학 다니는 비용을 낮춰 준다면 대학에 가려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입시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다. 결국 현재 대학 등록금 인하가 그 이상의 차세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대학입시 경쟁이 과잉인 건 알겠는데, 이 상황에서 대학등록금이 반값으로 줄면 경쟁이 더 치열하게 된다는 말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오랜 세월동안 대학등록금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되어 왔다. 그러니까 대학졸업장 가격이 계속 상승했는데 그 동안 수요, 즉 대학입시 경쟁률은 떨어졌나? 또 내일 당장 등록금이 반으로 줄었다치자. 2012학년도 대학입시 경쟁률이 올라갈까? 아니면 내년이나 후년에, 그 다음해에 올라갈까?

 

정태인은 자칭 경제전문가답게 대학등록금 문제를 기본적으로 가격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가격 문제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단지, 대학졸업장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격에 따라 수요량이 달라지는 소위 '일반상품'과는 너무나 다른 상품이라는 사실을 쉽게 무시한다. 대학졸업장이 하나의 상품이라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수요-공급 법칙하고는 안 맞잖아?

 

서열화된 대학구조와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차별이 동시에 대학으로하여금 배째라 등록금인상을 보장하고 있다. 그걸 대학도 아니까 열심히 현금과 부동산을 축재하면서도 등록금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얘기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니 길게 할 것 없고...

 

가정을 해 보자. 노동시장의 임금차별을 완화하자. 그러면 대학졸업장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하는데 이 얘긴 그냥 제쳐두자.) 그렇다고 대학등록금이 낮아질까? '아니올시다'가 답이다. 대학졸업장 수요가 줄어들면 정원도 못 채우는,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 기업 저 기업이 만들어낸 대학들이 먼저 망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마 살려달라고, 대학을 없애면 안 된다고 야단들을 치면서 말이다. 그 상황에서 연고대가 등록금 내릴까? 그리고 경영상의 위기가 닥친 대학들은 등록금 내리면 경영 위기가 더 심화되는데 무턱대고 등록금을 내릴까?

 

노동시장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건 쉽지 않다. 당연히 자본이 반대하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 설계 자체가 쉽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서 근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치자. 대학졸업장 수요가 줄어든다. 서열 맨 아래에 있는 대학부터 파산을 하고 그 위로는 입학정원 조정을 비롯해서 경영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등록금도 낮출 수 있는 만큼 낮추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대학들은 희망이 없다. 낮은 비용으로는 양질의 교육이 불가하기 때문에 더욱 소비자의 선택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회의 구조상 일정정도의 대학졸업자, 석박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층의 대학들은 안 망한다.

 

이 정도라도 지금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상황이다. 이제는 어느 대학을 살리고 죽일 것인가?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 수급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이런 문제는 지금보다 정부의 정책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등록금은 별개의 문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으로 일단 살아남은 대학들은, 그 사회적 필요가 더욱 선명해졌으므로 양질의 교육을 명분으로 자신들이 치뤄야할 비용을 정부든, 기업이든, 학생이든, 누구에게든 더 큰 손을 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상황이에서도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는 대학교육의 비용을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누진적인 방식의 조세와 기업의 직접 투자로 대학의 비용을 부담하는 게 가장 아름답기는 하겠으나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다.

 

만약 대학졸업장에 대한 수요는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대학이 학생들에게 높은 등록금을 요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크지 않은 학생들은 대학졸업장에 드는 비용과 대학 후 구한 직업으로 얻게 되는 소득을 따져 보고는 대학입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뭐 굳이 대학 안 나와도 돈 벌 수 있으니까. 안타까운 건 공부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대학이 좋은 집안 자제들로 가득 찰 것이고 이 사회의 높은 수준의 지식은 부자들에게 독점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정태인이 절대 안 된다는 양극화를 촉진하는 매커니즘이 될 것이다. 다시 반동의 시대가 도래하겠군!

 

 

한국의 교육이 왜곡된 건 임금차별, 즉 노동의 영역에서 큰 원인을 제공했다. 그렇다고 노동문제 해결이 곧 교육 문제 해결은 아니다. 대학교육을 포함한 공교육도 그렇고 사교육도 그렇도 이제는 거대한 자원을 흡수하고 통제하는 영역이다. 교육문제는, 그 발단을 제공한 여러 영역의 문제 해결 방법과 함께 그 내부의 해결 방법도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지금 상황에서 교육정책 이외의 분야 정책이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라고 얘기하는 건 모자란 얘기다. 또한 당연히도 반값등록금이 교육문제의 상당 부분을, 혹은 아주 긴박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해도 모자라다.

 

욕심을 낸다면 이번 기회에 대학의 비용,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양질의 고등교육의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고등교육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정책을 쏟아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