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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을 기다리는 보성의 차밭

 

광고에서 보았던 차밭 배경, 그런 데가 정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왔다. 3월 17일에 보성의 녹차밭을 갔더니 약 한달이 더 있어야 파릇파릇한 새잎이 나는 녹차밭을 구경할 수 있단다. 절정은 4월 중순이란다. 절정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 마련이라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는 3월 중순도 나쁘지는 않겠지. 방문 직전에 한동안 꽃샘추위가 있어서인지 녹차잎이 깨끗한 녹색은 아니었다.

 

 

보성의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다원으로 가기 전에 '전망 좋은 곳'이라는 델 잠시 들렀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보성다원을 지나 옛날 대관령보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지금 도로 펴기 공사 중), 산을 넘는 중간 도로변에 전망대와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아주 작은 휴게소라고 보면 된다.

 

정자 모양을 본딴 듯하나 촌스럽기 짝이 없는 벽돌-시멘트 건물이 있는데 전망이 좋다는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신주와 전기줄이 계곡 아래 녹차밭을 가린다. 돈을 받는거야 아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전망대 만들어 놓고 한쪽편에서는 물건도 팔고 그러는 모양인데 이래가지고 장사나 제대로 할까. 무엇보다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모독 그 자체였다. 한심하다. 이 나라의 관광사업이란 이 모양이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은 온통 녹차밭이다. 아래 사진은 전망대에서 내려와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훨씬 낫다.

 

@ '전망 좋은 곳'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녹차밭.

 

푸르기만한 색을 기대했지만 갈색 기운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날도 살짝 안개가 끼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으니 연두빛 새잎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제철이 아니라는 것이지.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있었지만 온통 녹차로 가득한 곳이 있다길래 사진 몇 장만 찍고 보성다원으로  향했다.

 

 

보성다원은 주차비로 2,000원을 받았다. 녹차밭 입구에서 위로 쭉쭉 뻗은 나무들을 만났다. 삼나무 종류인 것 같다. 키가 큰 나무숲으로 아주 짧은 산책길이 나 있었는데 원래 있던 숲을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줄만 알았더니 찬바람을 싫어하는 녹차를 위해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단다.

 

@ 삼나무(?) 숲길. 일행들이 앞에 가네.

 

녹차밭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차목원]에서 식사를 했다. 기대 이상의 맛에 한껏 기뻐했다.

 

계곡의 산비탈이 온통 녹차였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지나 짙고 단단한 잎이 작은 키로 도열해 있었다. 거대한 산비탈 정원이었다. 산책로는 아마도 차잎을 딸 때는 운반로로 쓰일 것이다. 온통 녹차 뿐인 비탈 끝 언덕, 그리고 이곳 저곳에 나무 몇 그루 씩 모여 있어 지루함을 덜었다.

 

@ 언덕 위 나무들. 파란 하늘도 좋다.

 

@ 녹차밭 배경이 방풍림. 안개가 살짝 낀 날이었다.

 

녹차는 찬바람에 약해서 꽃샘추위 때 말라버린 잎들이 많았다. 산 가득 녹차잎이 푸르르기만 하다면 어떤 경관을 이룰까 상상하니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심과 설레임이 느껴졌다. 아쉬움과 함께. 뭐, 기회는 또 오겠지.

 

@ 녹차. 추위에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보인다.

 

 

한산한 녹차밭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녹차 관련 식품을 파는 매장에 들렀다. 새로 나는 녹차잎으로 만든 상품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절정에 이르지 못한 3월 중순에 파는 각종 상품들은 짧아야 1년 가까이 묵은 것들 아니겠는가. 스윽, 별 관심없는 시선으로 훑어만 보고 작은 PET병에 담아 파는 녹차만 사 마셨다. 시중에 잘 보이는 동원의 '보성녹차'보다 맛있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상표였다.

 

 

@ '보성다원'과 '전망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