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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증상

 

요즘 두 가지 증상이 생겼다. 요즘이라 하면 앓던 몸살을 지난 주 주말쯤에 끝낸 후부터이다. 그리고 두 가지 증상은 '잠 안자기'와 '심장의 불편함'이다.

 

이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 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의 일이다. 잠을 못 자고 왠지 불안해서 밤을 새고 해가 뜨면 잠이 들던 날은 자주 있었다. 그냥 괴롭고 귀찮아지고 피곤해도 잠에 들지 않는 자학을 하던 일. 이런 건 예사로 반복되었다. 당에서 일하면서 점점 더 심해진 증상이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이런 적은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열흘 가까이. 한편으로는 지금이야 일을 하지 않으니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든다..

 

왠지 모를 불안에 떨면서 잠을 거부하는 증상에 더해지는 '심장의 불편함'은 꽤 오랜만이다. 너무나 너무나 스트레스가 심하고 몸이 쇠약해지면 슬쩍 찾아오는 증상이었다. 돌아보니 분노, 앞날 예측 불가, 위협, 자존심의 상처, 두려움, 꽤나 괴로운 질병의 발병 등이 원인이거나 동반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도 이런 것들 때문인가?

 

 

집안일에 막 재미를 붙이려는 순간에 몸살이 걸렸고 무기력해졌다. 그러고 나니 두 달 가까이 별로 한 일이 없다는 조바심, 깨끗하게 정리해야 할 일을 정리하지 않은 불쾌감이 점점 커지더니, 조금씩 싹을 보이던 삶의 재미를 밟아버리고 있는 듯하다.

 

성격은 급한데 게으르고, 약간의 강박은 있는데 눈앞에서 시원하게 마무리되는 건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기까지는 다 내 의지의 문제이긴 한 것 같다. 그냥 하고싶거나 해야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 그때 다 해치워버리면 되는데, 스스로 안하고 개기니까 그런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의지와 달리 외부의 압박이 있다. 남들에게는 내가 일을 그만두었다는 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그러니 주변으로부터의 '기대'라는 게 있다. 이게 왜 이리 부담스러운지. 또 퇴직금 문제도 그렇다. 당연히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상황이 닥칠거라는 게 날 괴롭게 만든다. 갈등은 피곤하니까.

 

어쩌면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까를 생각하는 게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불안.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잠을 못자는 건 영혼이고 심장이 시끄럽게 요동치는 건 육체. 불안은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