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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대안무역 만세!!!

  • 등록일
    2005/06/03 14:28
  • 수정일
    2005/06/03 14:28


 

 

지난번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던 이주노동자 자히드씨가 출입국에 잡혀가

결국엔 추방당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고국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아들이 직장에 복귀해서

생활비를 위해 빚진 돈들을 갚아주길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리 특별하지 않은 흔한 일입니다.

슈퍼마켓에 가다가, 친구를 만나다가, 피시방에 가다가, 집에서 자다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그냥 잡혀가면 그만입니다.

 

단속과 추방은 "죽음"처럼 일상적이지만 또 "죽음"처럼 낯설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이주노동자들에게 단속추방은 죽음의 선고와 맞먹습니다.

 

여지껏 일궈놓은 삶으로부터 완전히 추방되는 듯한 막막함...

 

전화로 들려오는 자히드의 절규가 그랬습니다. 도와달라는 절절한 편지가 그랬습니다.

물론 모든 추방되는 이주노동자들이 자히드처럼 절규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는 차분하게 준비된 것들을 정리했고, 어떤 이는 침을 뱉고, 어떤 이는 끝까지 "투쟁"을 외치고 떠났지만,

 

모두 하나같이 잊혀지고 맙니다. 

 

잊혀짐에 대한 공포는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닿아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심한 고통일 수 있습니다.

죽음이야 죽으면 그야말로 "끝"이지만,

단속과 추방은 "끝" 이후에도 놓지 말아야 할 지겨운 삶이 있습니다.

한 달에 약 10만원을 벌이로 다섯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는 척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구 불어나는 빚더미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이주노동자 운동단체들이 단속과 추방 이후의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신경쓸 여유와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노력한다 해도 눈 앞에 이주노동자가 잡혀가는 현실이,

임금체불되고 산재를 당하는 현실이 더 긴박해보이니까요.

그래서 추방된 이주노동자의 삶은 이제 더이상 한국의 이주노동자운동이 신경써야 할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또 누구는 돕고 누구는 돕지 않는 데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고,

돕냐 돕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데에도  차별이 작동됩니다.

또 "돕는다"는 것 자체가 도움을 받는 대상에게 일시적인 도움이 될 망정

실질적인 자활 자체로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돕는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은 자연적으로 위계관계를 맺게 됩니다.

아무리 돕는 사람이 선의를 가졌다해도, 도움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를 낮춰야 하는 강박에 휩싸입니다.  따라서 서로 도와주는 관계가 아니고서는 일방적인 도움과 자선은 둘 관계에 별로 바람직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히드의 편지를 읽고 이주노동자 합법화 모임이 자히드를 돕기 위해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후원 모금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누구는 돕고 누구는 돕지 않느냐?의 문제가 사람들 입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자히드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트리기도 했습니다.

합법화 모임 내부에서도 이런 저런 사람들의 입소문 때문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렸습니다.

그렇다면 모두 "평등하게" 돕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하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회의감 이면에는 어떤 전체주의적이고 조직주의적인 발상 같은 것이

감지되었습니다. "차별없이 평등하게" 돕자가 "차별없이 평등하게" 돕지 말자라는 회의로 빠지는 것이 바로 그런 증후가 아닐까...

 

돕는 것에 대한 이런 회의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리한 것이

바로 아래와 같은 결론입니다.

 

1. 돈으로 후원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실어줄 것!

Charity(자선) 보다는 Empowrment(힘실어주기)!!!

 

2. "모두 같이 누구 하나를 집중적으로 돕자!"가 아니라 개인들 혹은 모임들이 여기 저기 생겨나  각자 알아서 도와주기.

affinity그룹(자발적 친목 동아리)들의 활성화, 퍼짐, 산개, 탈중심, 그리고 네트워크

 

3. 대기업이나 정부, 큰 단체의 기금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 힘으로 소박하게 돕기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이번에

"작은 대안무역"이란 걸 벌이게 되었습니다.

 

자히드의 가족이 손으로 손수 수놓고 염색한 T셔츠들을 판매하고

수익의 금의 절반을 합법화 모임의 기금으로

절반을 자히드 가족에게 주고 있습니다.

기금으로는 다치신 분들에게 10만원

어머님 상 당하신 분들에게 10만원,

뭐 대단치는 않지만 이런식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5월에 한번 개눈감추듯 했습니다.

티셔츠와 장신구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거라  행사에 나가면 잘 팔리더군요.

 

각종 집회나 행사에서 게릴라 좌판을 열기도 하고

대학 축제 등에 나가 팔기도 합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합법화 모임 내의 홈페이지 http://www.stopcrackdown.net

내에 작은 쇼핑몰도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한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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