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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나를 태우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더니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하지만 현지인만으로 승객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리다보니 한 시간이 지나도 손님 하나가 늘지 않는다. 뭐 안되면 하루 더 있다 가지하는 맘으로 앉아서 기다리는데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기사가 다가오더니 두 시간이 될지 세 시간이 될지 모르니 10불만 더 주면 나 혼자 태우고 깜뽓으로 가겠단다. 뭐 깜뽓에 기다리는 님이 있는 것도 아닌데 10불씩이나 더 주고 빨리 갈 이유도 없어 그냥 기다리겠다고 한다. 두어 시간을 더 기다리니 앞자리에 스님 한분, 옆자리에 할머니 한분 그리고 손자로 보이는 아이 하나가 타고 차가 떠난다. 떠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출발하고 나니 두 시간도 안 되어 차는 깜뽓에 들어선다.
깜뽓을 가로지르는 뜩주강,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다리 세 개가 하나로 붙어있다.
깜뽓은 조그마한 시골 동네인데 깜뽓 그 자체를 보러 오는 사람보다 주로 그 근처에 있는 보꼬국립공원에 가기 위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 보꼬국립공원은 또 뭐하는 곳이냐.. 식민지 시절 프랑스가 비교적 기후가 선선한 이곳 보꼬산에 자신들의 휴양 도시를 건설했는데 지금은 페허로 변한 건물들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곳이다. 이런저런 설명보다 그저 알포인트 촬영지라고 하면 더 간단하게 이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여튼 기사가 내려준 미얼리첸다라는 게스트 하우스는 상태가 좀 안 좋기는 해도 따로 여행자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 동네를 배낭 메고 헤매기도 싫어 그냥 방을 잡고 투어를 신청한다. 이 투어는 베트남에서 했던 열 개 남짓의 투어들을 제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투어가 되니 역시 베트남보다는 음식 맛이 좀 떨어져서 그렇지 캄보디아가 인간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꼬산으로 가는 지프차는 앞자리에는 여자들을, 뒷자리 트럭칸에는 남자들을 싣고 굽이굽이 산길로 들어서는데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군데군데 웅덩이가 패여 있기는 하지만 포장도로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도로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그들이 휴양지를 오가기 위해 만든 도로라니 어디나 식민지 백성의 고충은 별로 다르지 않았나 싶다. 짚차는 두시간을 달려 한때는 황제의 별장이었다는 곳에 잠시 쉬어간다. 차에서 내리니 제법 차가운 공기의 기운이 느껴진다. 폐허가 된 별장은 한 눈에 봐도 산 아래 도시며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게 전망이 끝내주는 곳에 세워져 있다. 멀리 바다 너머로 베트남의 영토인 푸꾸억섬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그 섬이 원래 캄보디아 영토였다는데 전쟁 이후 베트남에게 빼앗겼다는데 그 섬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하도 비장(?)하여 나중에 영토분쟁이라도 생기면 꼭 캄보디아 편을 들어야겠다는 쓸데없는 마음이 생긴다.
황제의 별장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푸구억섬이 보인다.
차는 다시 산길을 달리더니 작은 오솔길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이제부터는 한시간 반동안 트레킹이란다. 분명 처음 투어 설명을 들을 땐 차를 타고 가든지, 걷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뭐 다들 걸으니 차타고 갈래요 하기도 머쓱해 그냥 따라 걷는다. 산길을 걸으며 가이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말인가 끝에 대학을 나왔냐기에 그렇다니까 나보고 행운아란다. 자기는 어부의 아들이라고, 몇 년전까지는 자기도 어부였다고, 집도 어렵고 동생도 있어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다는데 넌 대학 나온 나보다 영어도 잘 하잖아^^ 할 수도 없고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그는 대화 짬짬이 뒤쳐지는 사람이 없는지 기다리고, 험한 곳에서는 일일이 손도 잡아주고, 산나무에서 오디같은 열매를 따서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뺀질이 가이드들만 봐서 그런지 웬지 순박한 얼굴의 그에게 마음이 쓰인다.
여기저기 폐허로 흩어져 있는 휴양지의 건물들의 잔해를 지나 알포인트의 주촬영지인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교회니 폭포니 하는 몇 가지 코스를 더 둘러본다. 폭포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가이드의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디카로 보이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그에게 메일 주소를 주면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니 자신은 메일은 없고 친구의 메일을 적어주겠단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사진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봐서 꼭 보내주겠다고 손가락까지 걸어준다. -그러나 저녁에 친구의 이메일주소라고 건네준 쪽지에 친구의 이름만 덜렁 적혀 있는 걸로 봐서 이 친구 아무래도 아직 컴퓨터를 써 본적이 없는 것 같아 태국쯤에서 인화를 해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숙소 주소를 적어온다-
지금은 폐허가 된 호텔, 알포인트의 주 촬영지다.
보꼬산은 거의 우리나라 가을 정도의 기온이다.
다시 덜컹거리며 산길을 내려오니 이번에 바다 길을 돌아 숙소로 돌아간다며 배로 갈아타란다. 배를 타니 맥주를 한 캔씩 준다. 점심때 공짜로 음료수를 주는 투어도 처음이었는데 맥주씩이나.. 사람들의 입이 벌어진다. 맥주를 마시며 저녁 노을을 지는 바다를 건너, 강을 건너 숙소로 돌아온다. 벌써 주위는 캄캄해지고 어느새 하늘에는 별이 두어개 빛나고 있다.
배에서 본 노을
가이드 Negth과 함께.. 얼굴색깔이 거의 비슷하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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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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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l뜨렝에 갔을 때, 왠지 캄보디아를 둘러싼 모든 나라들이 다 나쁜놈들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잠시 빠졌드랬는데...아마도 캄보디아인들의 순박함과 밥을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져서 인가봐...에고, 손에 든 물병, 반갑네. 머리도 많이 자랐고 피부색도 많이 진해졌구려.부가 정보
언니야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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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노란 티셔츠 입고 있는 사진 정말 이쁘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강조했던 화이트닝에 신경 쓰지 않은게야!!! 내가 그리 공 들이라고 했건만,,, 나 알포인트 봤었는데 그 으시시했던 곳이 호텔이였단 말이야?언니가 그 곳에도 가봤다니 넘 신기하다 언니 어디가나 조김하구 건강히 알았찌~~부가 정보
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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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포스트를 꼼꼼히 본 건 아니지만 왠지,, 제일 부담없네.. 좋단 얘기~부가 정보
k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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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알포인트! 정말 거기네. 이제 사진과 글 붙이기는 거의 선수급이 되셨구랴. 모양새도 프로 여행자.근데 <언니야동생>은 정말 동생이신겨? 말투 너무 다정하셔.^^ -부산서 고행중-.-부가 정보
언니야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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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 언니야동생 맞습니다...부가 정보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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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oo.......부산서 고행중이시구나....이런이런....부가 정보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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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늘 생일이야.....축하해줘....^^::....당신없이 생일을 맞다니...큭큭큭......내 아이스크림케익 돌려줘..!!!~~부가 정보
일산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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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정말 무서웠는데... 투덜 그리고 나이가 몇개인데 아직도 생일 타령이우^^ 그래도 축하해요... 맥주도 주는 투어라니 생각만해도 시원하다. 캬~~부가 정보
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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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이름이 '네그쓰'일까 '네그뜨'일까? 하나 더. <언니야동생> 글 마지막에 "어디가나 조김하구.."는 '조심'일까 '조깅'일까? 그나저나 마지막 사진은 모르는 이들이 보면 부부로도 보겠어. 눈여겨 볼 부분은 머리의 각도. 가이드는 수줍긴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실어 확실히 기울었는데 우리의 주인공, 아직은 서둘지 않겠다는 듯 기울다 말았지. 절묘한 각도야.부가 정보
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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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에 어린아이가 되는 순박한 우리의 네그쓰(뜨)!. 태국에서도 프로세스가 여의치 않으면 여기서 작업해 보내줄 수도 있어. 소원이라면 뽀샵으로 피부색을 수정해줄 수도 있구. 턱시도와 드레스는 어때? 물론 주소가 있어야겠지. 참 놀라운 시대에 살고있군.부가 정보
k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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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 오바중.부가 정보
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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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나는 다른 나라보다 괜시리 캄보디아 사람들이 미웠는데 막상 만나보면 것두 아니고 화낼데가 없더라구.. 점심때 물도 주더라구 그래서 자세히 보면 가방에 하나, 손에 하나 들고 다녔다는.. 역시 베트남 보다는 캄보디아 인심이 흠..<언니야> 화이트닝은 물건너 갓고 돌아가서 박피할거야.. 피부과나 알아봐 줘^^ 카지노도 있었다는 제법 큰 호텔인데 하루 묵을 수도 있다더라.. 가이드말로는 대신 유령하고 포카 한 판 쳐야 한다던데^^
<시드> 글이란게 표현은 잘 못하도 감정이 전달되긴 하나 봐.. 내가 편해야 읽는 사람도 편하고.. 근데 현실은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느 건 아니니 그래도 가급적 단순하게 받아들일려고 노력은 하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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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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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산에 게시는구랴.. 고생이 많겟수. 글구 <언니야동생>이 그 말도 맣고 탈도 많은 한때 동거녀였던 그 사.촌.동.생.이랍니다. 뭐 평소에는 다정다감하지만 한 성깔한답니다. 뭐 피는 못 속이는 듯^^<투덜> 그러니 어제가 생일이었구랴.. 축하는 하지만 나 원 서른 중반도 훌쩍 넘긴 생일을 이리 알뜰히 챙기시는 분도 드물거유.. 아이스크림 케익은 녹아서 안되겟구 내 엽서나 하나 보내리다. 태국 우체국 직원은 믿을 만 한가?
<일산주민> 바다에서 보트타며 마시는 맥주맛이라니.. 게다가 서쪽 하늘에는 붉은 해가 걸려있고.. 쩝 그러나 준비는 단 한 캔 뿐이었다는.. 내 과음을 책임지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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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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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저 친구의 이름은 <녠>이요. 근데 왜 저리 쓰느지는 나두 모르겠소. 그냥 그렇게 써 주더이다. 그리고 아마도 <조깅>은 아닐꺼요. 우리 집안은 죄다 운동을 싫어하오. 그 아이가 날더러 조깅하라고 했을리는 절대로 없소이다. 글구 녠의 나이는 20을 갓 넘었다오. 거의 아들뻘이라는 쩝.. 사진은 태국에서 인화해서 오늘 보냈다오. 뭐 뽀삽질은 못했어도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은 동감이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