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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레디앙]에 올린 기사 원문이다. 토요일에 전화가 울리더니 이 기획위원이 청탁을 했다. 이 기획위원의 청탁이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다음 달 중순에 원고료도 준다기에 썼다.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레디앙] 편집진은 제목과 부제를 바꾸었다. 내 생각에는 잘 바꾸었다. 사실 난 글의 제목을 붙이는 걸 잘 못한다. 대충 붙여 놓으면 알아서 바꾸려니 생각해서 대충 지어놓긴 했다. 아래 링크는 [레디앙] 기사 링크.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한데 꼼꼼히 보질 않아서 제목-부제 말고 뭐가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명박 시장, 시청 광장 팔아먹은 결과를 보세요
시민자율 광장 자본에 습격…SKT 콘소시엄 마케팅 공간 전락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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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앞 광장을 장악한 SKT
월드컵 마케팅은 시민 권리 무시해도 상관없나
지난 26일(금), 한국의 월드컵대표팀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가졌다. 월드컵 개막을 2주 남기고 열린 평가전인 만큼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이 날도 어김없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한국팀을 응원하러 인파가 몰렸다. 그런데 응원을 위해 이 곳을 찾은 시민들은 언짢은 일을 당하거나 목격해야만 했다. 검정색 정장을 입은 경호업체 직원들의 간섭을 받았던 것이다. 그들은 응원하러 온 시민들에게 자리를 정해준다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걸 통제했다. 경호업체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23일 세네갈팀과의 평가전이 열린 날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방송사 스튜디오도 아닌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걸 언짢은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광장이란 시민들이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다. 누가 나서서 들어와라 마라,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해서는 안 된다. 광장이란 원래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 앞 광장이 마치 자기네 자리인 듯 나대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SKT 컨소시엄이다.
한국의 월드컵팀 엔트리 확정 후 열린 두 번의 평가전 때 벌어진 서울 시청 앞 응원전은 SKT 컨소시엄(KBS, SBS,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이 참여)이 주최했다. 지난 2월 27일 이 컨소시엄은 월드컵 기간 동안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하루 당 521만 원에 서울시로부터 구매했다.
월드컵 응원의 상업성과 함께 시민의 재산인 광장을 기업이 독점하는 현실은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SKT 등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기업들은 월드컵을 이익 추구의 계기로만 여길 뿐, 월드컵을 축제로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권리나 바람은 무시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공식 후원사의 자격을 얻지 못한 SK텔레콤은 붉은악마의 거리 응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만회를 노렸다. 예상과 달리 거리 응원은 폭발적이었고 SK텔레콤은 기대 이상의 이득을 챙겼다. 2006년 SKT는 거리 응원의 후원자가 아닌 주관자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 독점 사용권을 따낸 것이다.
도를 넘는 SKT의 월드컵 마케팅에는 KTF와의 경쟁도 한 몫을 했다. KTF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공식 후원사였음에도 기대 이상의 거리 응원의 성공으로 마케팅에서 SKT에게 뒤졌다는 평가를 내린 듯하다. 올해 월드컵에도 공식 후원사가 된 KTF는, ‘월드컵’이라는 단어와 로고를 사용하길 바라는 붉은악마와 손잡고 공격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SKT와 KTF의 경쟁은 광고, 로고송, 거리 응원 주최권, 독일 현지 응원 등 여러 면에서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양자의 갈등이 깊어지니 월드컵을 축제로 여기는 시민들은 외면 받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2002년 시민들의 응원 축제는 2006년에는 기업의 광고 프로그램으로 변질해버렸다.
SKT 등의 이득을 보장해 준 것은 서울시 당국이다.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 응원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게다가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제공하려면 민간 컨소시엄이 거리 응원을 주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광장 독점 사용권을 입찰했다. 서울시는 SKT 컨소시엄에게 조례에 따른 광장 이용료뿐만 아니라 월드컵과는 상관없는 Hi-Seoul 축제에 30억 원을 기부 받았다. 지나친 상업주의라고 비난을 산 SKT 일각에서는 돈 쓸 데가 많은 서울시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입찰이라며 볼멘 소리를 냈다고 한다.
서울시는 한편으로 독점 사용권 입찰은 조례에 근거한다고 한다. <서울특별시서울광장의사용및관리에관한조례(이하 ‘광장조례’)>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 목적으로 지난 2004년 5월에 제정되었다. 여기서 “‘사용’이라 함은 서울광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용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광장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이다. 즉, 월드컵 기간 동안 광장 사용권을 SKT 컨소시엄에게 넘긴 지금, 시민들의 자율적인 거리 응원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역사적인 공간이다. 1987년 민주 항쟁이 벌어진 곳이면서도 2002년에는 자발적인 응원 축제가 열린 곳이다. 시민들의 강한 에너지가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이 펼쳐진 공간이다. 그래서 광장에는 시민들 저마다의 욕구와 바람과 행동이 쏟아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서울시는 <광장조례>를 제정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광장 사용을 허용하거나 제한하는 근거로 삼았다.
이라크 파병을 기념하는 보수단체들의 행사, 행정수도이전반대 궐기대회 등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집회는 허용했으면서, 민주열사추모문화제는 불특정 일반시민을 위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행사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조례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팀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팀의 평가전이 열린 지난 26일 평등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시민의 재산인 광장을 기업이 독점하게 된 이번 사건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직접적으로는 시민들의 권리가 제한된다. 시청 앞 광장은 시유지이다. 서울시는 이곳을 관리할 의무는 있지만 시당국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사용권을 양도할 권리는 없다. 시당국의 사유재산처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서울시도 돈을 벌고 SKT 같은 기업도 이득을 챙기기 위해 시민들의 광장 사용 권리는 기업의 마케팅과 바뀌었다. 2006년 월드컵 시즌 동안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시민 권리가 짓밟혀, 지난 20년 간 서울시민이 쌓아온 광장 문화를 한순간 먼 과거로 되돌려 버렸다.
또 하나, 이번 SKT 컨소시엄의 광장 독점 사건을 그대로 둔다면 한국의 축제 문화는 더욱 타락할 것이다. 축제는 즐기는 행사이다. 월드컵 응원 열풍은 2002년도부터 많은 논란을 빚고 있지만 어쨌든 즐기고자 하는 시민들의 축제임에는 분명하다. 즐긴다는 것은 스스로의 만족으로 위해 참여하는 것이다. 구경꾼일 뿐이라도 축제의 공간을 공유하며 참여한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 많은 돈이 들기 마련이고 장사치들도 꼬일 수밖에 없지만 장사치들이 축제를 주관하는 순간 그 축제는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전락한다.
2002년 시청 앞 광장의 거리 응원과 2006년 그곳의 거리 응원의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시민들의 축제이냐 축제를 가장한 기업의 마케팅 프로그램이냐이다. 마케팅은 이윤을 예측하고 인위적으로 연출을 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참여자의 자율성이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 26일 시청 앞 광장에서 SKT가 물건을 차곡차곡 챙기듯 자리를 지정하며 응원 온 시민들에게 간섭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서울시의 사용권 판매는 앞으로 타자치단체의 귀감이 될 지도 모른다. 앞으로 온동네 광장과 공터마다 열릴 응원 축제는 기업들이 차린 자리에서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민들의 권리가 쉽게 무시되는 사회엔 안녕은 없다. 그리고 시민들이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월드컵 마케팅을 위해 광장을 장악한 SKT는 물러나야 할 것이고, 이들에게 자리를 내 준 서울시는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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